사설·칼럼 >

[테헤란로] 트럼프 2기, 주식시장에 악재일까

[테헤란로] 트럼프 2기, 주식시장에 악재일까
최두선 증권부 차장
"우리가 왜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신경 써야 하나요."

이달 초 미국 대선을 앞두고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자 오랜 친분이 있던 투자업계 관계자는 볼멘소리를 냈다. '미국은 미국, 한국은 한국'이라는 단순 논리로 현 상황을 회피하고 싶은 뉘앙스마저 풍겼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노선이 결정된다는 것을 모르고 한 소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당장 트럼프 2기 출범은 보편관세 부과로 환율·물가 불안을 야기하고, 반도체법 재논의 등 정책상 무수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물론 단순히 미국 대선과 증시의 관계가 선형적인 관계를 이룰 순 없다.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당선 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연간 30% 가까이 하락한 배경은 금융위기였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트럼프의 입을 향해 있다. 표면적으로는 '완전한 자국 이기주의'가 악재로 인식된다. 반면 산업·업종별 수혜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금리도 느리지만 인하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중용하는 등 신성장산업 육성에 대한 기대로 중소형주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트럼프 1기 때 금융시장에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와 달리 정권 초기인 2017년 글로벌 주식시장은 전반적인 상승세를 구가했다. 이러한 학습경험 때문에 트럼프 집권 2기에 앞서 돈의 흐름은 더 빨라지고 있다. 외국인은 11주 연속 코스피에서 14조8000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조선, 방산, 유틸리티 등은 매집했다. 벌써부터 '트럼프 트레이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스트롱 맨.' 트럼프 당선인의 별명이다. '한다면 한다'는 그의 이미지가 글로벌 증시 변동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다만 트럼프 1기 초반에서 그때의 특수성을 간과할 수 없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글로벌 디플레이션 환경에서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됐으며 금리는 바닥권에 있었다. 2017년 미국을 필두로 한 주식시장의 강세는 스트롱 맨의 등장 때문이라기보다 그때의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일 수 있다.

지금은 오늘날의 환경에서 트럼프 2기 정책을 평가해야 마땅하다.
미국은 더 이상 정부 지출을 추가 확대하기 어렵다. 구인율 하락은 실업률 상승으로 직결될 수 있다. '트럼프 트레이드'로 반사이익을 노린 화장품 업종의 최근 급락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dschoi@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