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최선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가장 큰 차이는 전액 보장
KIA, 최근 FA에서 전액 보장 사례 없어
내년 박찬호, 최원준, 양현종, 최형우 대형 FA 쏟아져
올인 할 수 없는 입장... 불펜 뎁스에 대한 자신감도
"너무 좋은 조건으로 가게된 장현식 축하"
FA 장현식이 KIA를 떠나 LG로 이적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통상적으로 FA는 원 소속 구단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결국, 소속구단이 얼마나 큰 의지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계약 여부가 결판 나는 경우가 많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통합우승에 혁혁한 힘을 보탰던 장현식(29)이 LG 트윈스와 전격 계약했다. LG는 11일 "자유계약선수(FA) 장현식과 계약기간 4년, 총액 52억원(계약금 16억원·연봉 36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장현식의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더이상은 볼 수 없게 되었다. 연합뉴스
장현식은 2013년 NC 다이노스에서 프로 데뷔한 뒤 2020년 KIA로 트레이드됐고, 2021년부터 올해까지 필승조로 맹 활약했다. 무엇보다 2021년엔 34홀드를 올리며 KBO리그 홀드왕을 차지했다.
올해는 무려 75이닝을 투구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무실점을 기록했다. 페넌트레이스 기록은 75경기 등판 5승 4패, 15홀드, 평균자책점 3.94.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완 파이어볼러 불펜 중의 한 사람으로 우뚝 섰다.
롯데 자이언츠가 10일 오른손 투수 김원중과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체결했다. 연합뉴스
장현식은 이번 스토브리그 최고의 화두였다. 오히려 롯데의 김원중보다 더 불타올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김원중은 A등급이고, 장현식은 B등급이다. 보상선수에 있어서 5명의 차이는 매우 크다.
보상선수 20인 내외라면 1~2R 최상위라운드에서 지명한 특급 유망주 혹은 1군급의 즉시전력감 유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현식은 연봉도 1억 6000만원으로 저렴해 더욱 인기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시장 환경도 장현식 편이었다. 올해 시장은 유독 불펜이 부족한 팀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우승을 노리는 삼성과 LG가 그랬다. 경쟁이 붙으면 금액이 올라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금액은 50억원을 상회했고 장현식은 전격적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심재학 단장. 뉴스1
KIA의 입장은 시종일관 한결같았다.
KIA는 “우리는 할 수 있는 최상의 제안을 건넸다. FA는 선수의 권리이고,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 그것이다.
계속 조건을 상향하며 상대를 꺾을 의지가 KIA에게는 없었다. KIA도 상당한 조건을 제시했지만, 전액보장 카드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KIA는 지금까지 어떤 대형계약에서도 옵션을 집어넣지 않은 적이 없다. 하다못해 팀의 주장역할을 해준 최형우에게도 2억원의 옵션을 넣었고, 김선빈에게는 6억원, 김태군에게는 5억원의 옵션을 넣었다. 나성범의 150억에도 옵션이 무려 30억원이다.
즉, 외부 영입 불펜 투수에게 전액보장 카드는 매우 파격적이다. 장현식이 제시받은 조건은 보장액에서 25세이브를 기록한 롯데의 마무리 김원중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다. 원소속팀이라도 KIA가 이길 도리가 없었다.
뉴시스
여기에 장현식은 서울고 출신이다. 당연히 자신의 연고에서 야구를 한다는 측면도 고려 대상이 되었을 수 있다. KIA에서도 최형우나 나성범이 그런 과정을 통해서 FA로 입단한 선수다.
여기에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니고 있는 메리트, 잠실야구장이 지니고 있는 파트팩터의 메리트도 장현식의 마음을 끌었을 가능성이 크다. LG는 작년 우승팀이고 충분히 내년에도 최상위권에서 활약할 수 있는 팀이다. 고우석이 돌아오지 않는 이상 장현식은 LG의 마무리 투수를 충분히 노려볼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장현식은 선수 본인의 커리어에 있어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KIA 타이거즈 박찬호. 연합뉴스
KIA 타이거즈 최원준. 연합뉴스
물론, 무리를 하게 된다면 장현식을 잡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KIA는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일단, 내년 시즌에 박찬호, 최원준, 양현종, 최형우 등 엄청난 내부 FA들이 다수 나온다. 어마어마한 금액이 투여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여기에서 엄청난 금액을 쏟아부으면 내년 시즌에는 더 많은 금액을 투입해야 한다.
KIA의 승부수는 박찬호, 최원준, 양현종 등이 나오는 내년이지 올해가 아니다. 특히, 박찬호는 매물로 나오기 힘든 희소한 3할 40도루의 유격수라는 측면에서 더욱 엄청난 경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대표 불펜으로 성장한 곽도규. 연합뉴스
김도현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불펜 투수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연합뉴스
또 하나는 KIA의 육성에 대한 자신감이다. KIA는 최근 불펜 쪽에서 좋은 투수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2년전에는 최지민이 나왔다. 작년에는 곽도규가 나왔다. 올해는 김도현이라는 좋은 투수가 나왔다. 곽도규는 이제 국가대표급 불펜으로 성장했고, 황동하도 충분히 스윙맨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여기에 김기훈도 서서히 알을 깨고 나오고 있는 중이다. 작년 임기영의 85이닝 공백도 충분히 메워낸 만큼 불펜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을 수도 있다.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의리의 복귀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다.
한국시리즈 3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KIA 장현식이 6회말 2사 3루에서 삼성 디아즈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장현식의 계약 후 연락이 닿은 KIA 관계자는 “FA는 선수의 권리다. 우리도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다.
우리가 제시한 조건을 밝히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올해 팀의 우승을 위해 노력해준 선수가 정말 좋은 대우를 받고 가는 것은 너무 축하할만한 일이다. 이것이 프로다”고 말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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