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내 채권 금리가 트럼프 발(發) 관세 이슈에 되레 하락마감했다. 애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은 미국은 물론 한국 채권 금리의 오버슈팅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트럼프의 재정적자 확대정책이 채권 가격을 낮춰 금리를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채권시장은 미국 재정 정책보다 '관세' 이슈에 더 민감하게 작용했다.
■트럼프의 '관세 이슈'...韓국고채 금리 일제히 하락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고채 금리는 12일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1bp(1bp=0.01%p) 내린 연 2.90%에 장을 마쳤다. 1년물과 2년물도 각각 0.3bp, 0.6bp 하락 마감했다. 5년물도 0.9bp 내렸다. 장기물 하락폭은 더 컸다. 10년물은 2.4bp, 20년물은 2.5bp, 30년물은 2.6bp 하락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유탄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에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채권 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영하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미국 정부의 재정 자극보다 관세 부과였다"며 "한국 채권시장은 한국 수출이 글로벌 무역 전쟁으로 인해 '유탄'을 맞을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입장에서 중국과 EU는 무역 적자국 1위, 2위에 해당한다. 두 경제 권역이 트럼프 정부의 주요 무역 타깃이 될 수 있는데 한국 입장에서 중국과 EU는 각각 1위, 3위 수출 대상 국가이다.
강 연구원은 이러한 이유로 한국 채권의 상대적 강세(채권 가격 상승, 채권 금리 하락)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불확실성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며 채권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11월 FOMC에서 시장 예상과 부합하게 25bp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 또한 국내 채권금리를 끌어내리기에 충분한 재료였다고 평가했다.
■고금리+자본차익 '매력' 부각...'옥석 가리기'도 활발
일단 채권 발행 시장은 '고금리' 메리트를 가진 비우량물에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기업들로서는 '오버슈팅'하지 않은 금리 상황에 안도하는 상황이다. 다만, 투자자들의 옥석가리기는 활발하다. 경기 불확실성에 '고금리'와 '재무안정성'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이다.
가령 코리아세븐은 A등급에 속하지만, 최근 비우량물 발행시장 완판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미매각 상황이 벌어졌다. 총 500억원 모집을 목표로 잡은 수요예측에서 370억원 주문에 그쳤다. 김명실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코리아 세븐의 재무 상황을 고려해 신중한 투자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리아세븐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442억원을 기록하고 매출 또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자본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가 꾸준히 채권형 펀드로 몰리고 있어, 채권시장으로서는 안정적인 수급 요인이다. iM증권에 따르면 10월 중 채권형 펀드로의 새로운 자금 유입은 5조6000억원에 달한다. 트럼프 트레이딩으로 인해 채권금리는 상당 부분 높은 상태로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저가 매수를 노리는 투자자들을 끌어당기는 요소다.
금리가 높은 상황은 채권 가격이 낮은 상태임을 의미한다. 즉 향후 국내외 기준 금리 인하가 대세이기 때문에 채권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채권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꾸준하다.
김 연구원은 "유동성 확대 구간에 돌입한 가운데 채권형 펀드의 지속적인 자금 유입은 크레딧 시장에도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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