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급 과잉에 시름
'친환경·고부가' 포트폴리오 전환 가속
범용 공장 매각 추진, 스페셜티 제품군 증설
금호석유화학 여수고무2공장. 금호석유화학그룹.
[파이낸셜뉴스]석유화학 업계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범용 제품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낸 기업들이 선방한 실적을 거두면서, 업계 전반에 사업구조 재편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DL케미칼·금호석화...스폐셜티 전환 선견지명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석화업계가 불황으로 시름하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한 기업들의 성과가 부각되고 있다. 특히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석화업계 중에서도 올해 3·4분기 유일하게 흑자를 거둔 DL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이 눈에 띈다.
DL케미칼은 올해 3·4분기 DL케미칼의 영업이익은 47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DL케미칼은 핵심 자회사 카리플렉스를 통해 생산하는 고부가 메디컬 소재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20년 DL케미칼이 6200억 원에 인수한 카리플렉스는 '폴리이소프렌 수술 장갑용 함성 고무' 시장 글로벌 1위 제조사다.
아울러 지난해 말에는 엔진오일 첨가제 등에 쓰이는 고부가 제품인 폴리부텐(PB)을 확대 생산하기 위해 여수 산단 내 2공장을 기존 연산 20만t에서 22만t으로 증설했다. 또 태양광 패널용 필름에 쓰이는 고부가 소재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개발을 완료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금호석유화학도 3·4분기 65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력 제품은 전기차 타이어용 소재인 '솔루션스티렌부타디엔고무(SSBR)'를 비롯한 고부가 합성고무 제품이다. 이차전지 시장과 더불어 성장하는 탄소나노튜브(CNT) 관련 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고부가 제품군으로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석화업계의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며 "업황 침체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중동 공장들이 돌아가게 된다면 범용 제품의 경쟁력은 더욱 악화된다"고 말했다.
■장기 침체기 몸부림..."자산 효율화, 스페셜티 증설"
전반적인 석화업황 침체의 배경에는 범용 제품에 대한 중국의 증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이 있다.
중국은 과거 석화제품의 최대 고객이었지만 2년 전부터 정부 주도로 공격적인 증설에 나서면서 자급율이 100%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중국이 자급자족을 넘어 범용 제품 수출 플레이어로 뛰어들면서 공급 과잉 현상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석유화학 기업들의 최근 실적은 일제히 악화됐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LG화학은 올해 3·4분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38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고, 롯데케미칼도 3·4분기 영업손실 4136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솔루션도 화학 사업인 케미칼 부문이 310억원 적자를 거뒀다.
결국 업계는 스페셜티 제품군을 강화하는 동시에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 낮은 사업은 정리해 대응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스페셜티 찾기의 일환으로 전남 여수공장 ‘초고중합도 PVC’ 생산라인 중 두 개의 라인을 중단하고 ‘초고중합도 PVC’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초고중합도 PVC는 높은 온도에서 성질이 변하는 기존 PVC의 단점을 극복한 내열성을 가진 소재다.
LG화학은 또 지난 3월 여수 스티렌모노머(SM)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현재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편광판과 편광판 생산에 필요한 소재 사업을 1조 982억 원에 매각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케미칼은 범용 플라스틱에서 고기능성 플라스틱 소재, 건축용 고부가 인조대리석 소재 등 다양한 스페셜티 소재 개발에 역량을 쏟고 있다.
또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 청산을 발표한 바 있다. 해외 법인 지분 매각을 통해 총 1조4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고부가 소재인 초고압·고압 반도전 컴파운드 시장 공략을 위한 증설을 마쳤다. 반도전은 케이블 파손을 방지하고 방전을 막는 소재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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