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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빠진 2차 TV토론에 이재명 지지자들 '한숨'…3차에선 반격할까

맥빠진 2차 TV토론에 이재명 지지자들 '한숨'…3차에선 반격할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TV토론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보단 수세적인 방어에만 나서고 있어 의문이다.

지난 23일 열린 2차 TV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협공에 수세에 몰리는 듯한 양상도 보였다.

일방적인 상대편 후보의 물어뜯기 공격에 충분한 반박도 없었고, 그대로 매 맞는 듯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토론에서 '침대축구'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 뒤를 바짝 뒤쫓는 김문수 후보는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 가족 문제 등의 치부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철저하게 네거티브 전략을 펼쳤다.

이 후보 지지를 고민중인 진보성향의 중도층의 선거 포기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1차 토론 이후 이 후보에 대한 중도층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TV토론에서 특유의 상대를 당황하게 만드는 '사이다 발언'은 온데간데 없고 상대 후보의 무차별적 공격을 그대로 맞는 모습만 토론회에서 보여 주고 있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반응이다. 무슨 의도로 전 국민이 지켜보는 토론회에서 이 후보가 일방적으로 몰리기만 하는 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생명을 위협했던 피습 사건까지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 후보가 부산 방문때 피습된 사건을 끄집어내 수술을 하러 헬기까지 타고 서울로 와야 했냐고 공격했다. 마치 별로 큰 상처가 아닌 데 황제 진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는 본인이 피습된 상태여서 경황이 없었기 때문에 집에서 가까운 곳에 수술을 원하는 가족과 의료진의 결정으로 이뤄진 것이라고만 답변했다.

피습 당시 의료진은 "경동맥(경정맥) 손상이 있었고, 자칫 대량 출혈이 발생했으면 현장에서 사망할 수도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흉기가 관통해 이재명 후보 목에 길이 1.4cm, 깊이 2cm 자상이 생겼으며, 내경정맥 9mm가 손상됐다. 하지만 이 후보는 이런 해명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가족의 판단으로 이뤄진 것이라고만 해명했다.

당시에 경찰이 사고 현장의 핏자국과 피묻은 와이셔츠 등 중요 증거 들을 모두 보전하지 않고 폐기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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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23일 열린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의 피습 사건때 헬기 이송 문제를 끄집어 냈다. 피습당시에 이 후보가 입었던 와이셔츠에 혈흔이 묻어 있다. 옷깃 부분에 길이 1.5cm, 내부 옷감에 길이 1.2cm 크기의 구멍이 뚫렸다. 국회 제공
김 후보는 또한 이 후보의 형수 욕설 사건과 사법리스크 들을 모두 끄집어냈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해명을 하지 않았다. 단순히 가족사의 일이라고 만 답변하고 말았다.

이 후보는 본인의 자서전에선 성남시장에 당선되고 나서, 형님이 '시장 친형'이라고 공무원들에게 시정 간섭을 하려고 하자 공무원들에게 형과 접촉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불만을 품은 형이 노모를 찾아가 협박하고, 폭행했다고 전후사정을 설명한 바 있다. 또한 당시 이 후보가 어머니를 입원시키고 나오는 길에 형님에게 전화했으나 받지 않아서, 형수에게 전화로 항의하다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면서 자서전에서 본인의 인품 탓이라고 했다.

김 후보가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끄집어 낼 때도 이 후보는 "검찰의 억지 기소"라고만 반박할 뿐이었다. 오히려 김문수 후보도 민주화 운동 등을 하다가 구속돼 전과 3범이 되지 않았는가, 과거 정권의 핍박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김 후보처럼 죄 없는 형을 받고 범법자 낙인이 찍혀 고초를 겪지 않았는가라는 식의 반문조차 하지 않았다.

이 후보가 타 후보들의 집중 공세에 어쩔 수 없이 방어밖에 할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단일화가 거론중인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협공으로 인한 2대 1 대결을 벌이고 있고,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도 이 후보의 지지부진한 일부 정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 3대 1로 방어에 때때로 나서야 했다.

심지어 이 후보는 권 후보의 공격에 대해 맞는 말이라고 동의하기도 했다.

이 후보가 기존 방송과 신문보다는 인터넷 등을 통한 정치활동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TV토론회 시간이 마치 초치기 같다는 점도 요인이다. 상대의 연타 공격에 답변을 할 시간이 수십초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지난 23일 만남에서 전쟁터가 된 정치판에 대한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정부 3년간 검찰권 남용이 사회의 혐오와 적대감을 키우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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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뉴시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