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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비쿠폰, 민생회복의 출발점

[기고] 소비쿠폰, 민생회복의 출발점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정부가 여름을 앞두고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공식화했다.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가계의 소비여력이 크게 위축되고, 미국 관세 리스크로 경제성장률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내수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정밀한 재정정책의 일환이다.

이번 소비쿠폰은 두 단계로 나뉜다. 1차 지급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기본 15만원을 지급하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는 최대 40만원, 차상위계층에는 30만원이 제공된다. 인구소멸 위험지역에는 2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2차 소비쿠폰은 소득 하위 90% 국민에게 10만원이 지급되며, 최종적으론 1인당 최소 15만원에서 최대 52만원까지 차등화된 지원이 이뤄진다.

형식은 지역화폐, 선불카드, 카드 포인트 충전방식으로 제공되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같은 대기업 유통망이 아닌 지역 내 소상공인 업소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이는 정책 목적을 분명히 하는 장치로, 단순한 소비 증가를 넘어 소비의 방향 자체를 지역으로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온라인몰, 대형마트 등에서 이뤄지던 소비가 동네마트, 전통시장, 음식점 등으로 전환되면서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한 지역 내 매출이 회복되는 구조적 전환이 기대된다.

정책설계 측면에서도 긍정적 요소들이 눈에 띈다. 우선 일정 기간 내 사용을 유도하는 유효기간은 가계의 예비적 저축심리를 억제하고 소비를 현재로 당기게 만든다. 특히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에 집중된 지원은 재정 승수를 높이고, 실물경제 파급력을 키우는 방향이다. 또한 대규모 재정을 단순히 '쌓아두는 예산'이 아니라 소비를 촉진하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도구로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정책적 진화로 볼 수 있다.

특히 지역화폐의 경우 자금이 해당 지역에서만 사용되도록 설계된 만큼 소비가 소득 그리고 재소비로 이어지는 지역경제 내 순환을 촉진하는 핵심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몇 가지 정책점 고려는 필요하다. 가장 크게 지적되는 부분은 소비업종 집중에 관한 부분이다. 경기침체에 가장 크게 타격을 입는 영세상인에게 혜택을 집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지역화폐의 업종별·규모별 할인율을 적절히 조정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소비쿠폰은 단기적 소비진작에는 효과가 있지만 소비 시점을 앞당기는 데 그칠 경우 지속적인 소비회복에는 한계가 있다. 고물가와 미래 불확실성 속에서 가계는 여전히 방어적 소비성향을 유지하고 있어 일회성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소비 활성화를 위해서는 소득 안정성 강화, 가계부채 경감, 필수지출 부담 완화, 지역경제 자생력 제고와 같은 구조적 대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소비는 국민의 심리를 반영한다. 정부의 정책이 단기적 소비를 기반으로 신뢰 회복과 미래의 안정감까지 심어줄 수 있다면 그 소비는 일시적이 아니라 민생회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그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