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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자회사 법인세 취소소송…대법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실제 사업 주체 따져야"…조세소송 판단기준 첫 제시

삼양식품-자회사 법인세 취소소송…대법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대법원/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삼양식품 등에 라면박스와 스프를 공급한 자회사들이 허위 세금계산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법인세 부과 처분을 받은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삼양식품과 삼양내츄럴스, 삼양프루웰, 알이알이 성북세무서장과 원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등 취소소송에서 원고가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삼양내츄럴스·삼양프루웰·알이알은 삼양식품의 자회사로, 라면박스 등을 공급해왔다. 세무당국은 삼양식품 회장이 횡령 과정에서 모회사가 자회사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한 사실을 포착했다. 이에 세무당국은 지난 2019년 이들 업체를 상대로 2011년부터 2017년까지의 세금에 대해 부가가치세와 법인세 등을 부과했고, 불복한 업체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실질 거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한 것이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심과 2심은 삼양 측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모회사들이 자신의 계산과 책임으로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자회사의 명의를 빌려 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되, 그 등록된 사업을 온전히 자신의 계산과 책임으로 영위하면서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해 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볼 경우 "이 사건 세금계산서는 적어도 구 부가가치세법상 가공 세금계산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하급심과 달리 대법원은 허위 계산서가 맞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모회사와 자회사는 별도로 설립·사업자등록이 이뤄졌다는 점 △과세당국 입장에서 자회사 명의 사업자등록의 실질 귀속자가 혼동될 수 있었던 점 △모회사들이 대표이사 등의 자금 횡령을 목적으로 자회사 명의의 기존 사업자등록을 활용해 매출 외형을 자회사로 이전한 정황 등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세금계산서는 실제 거래를 한 사업자와 명의자가 달라 구 부가가치세법상 '공급받는 자의 등록번호'가 사실과 다르게 적힌 세금계산서에 해당한다"며 "그 매입세액은 원고 모회사들의 매출세액에서 공제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모회사들은 각 자회사의 사업자등록 명의만을 빌려 실제 사업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단지 대표이사 등의 자금 횡령을 목적으로 이 사건 각 자회사 명의의 기존 사업자등록을 이용했다"며 "원고 모회사들의 매출의 외형을 이 사건 각 자회사로 이전시키면서 이 사건 각 자회사의 거래행위를 나타내는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했을 뿐이라고 볼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세금계산서의 기재가 자회사 명의로 돼 있음에도, 명의자인 자회사가 아니라 실제로 사업체를 운영하며 거래행위를 한 모회사를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하는 주체로 인정할 것인지에 관한 판단기준을 명시적으로 설시한 사례"라며 "조세소송에서 관련 법리를 밝힌 첫 사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