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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독 상대로 100억 달러(약 14조원) 명예훼손 소송 제기한 트럼프

'엡스타인 의혹' 일파만파 속에 머스크 다시 공세 재개

머독 상대로 100억 달러(약 14조원) 명예훼손 소송 제기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위한 만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엡스타인 사건'을 둘러싸고, '언론왕' 루퍼드 머독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00억 달러(약 14조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으로 트럼프 진영의 균열이 더 가속화하게 됐다. 거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까지 트럼프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며 비난을 쏟아내면서 사건 파장도 더 커지고 있다.

1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16일부터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가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을 처리한 방식에 대한 비판의 글을 쏟아냈다. 이날까지 그가 올린 글은 직접 쓴 게시물과 재공유한 글을 통틀어 35개가 넘는다.

머스크는 성범죄로 구속돼 2019년 옥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억만장자 엡스타인의 '고객 명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법무부 발표와 관련해 "명백한 은폐"라고 주장했다. 다른 게시물에서는 "많은 권력자가 그 명단이 공개되지 않기를 원한다"고 적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에 문제를 처리해온 방식을 '1.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는다, 2. 모든 것을 부인한다, 3. 반론을 제기한다'로 규정한 뒤 "이번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머스크는 지난달 이 사건에 트럼프가 연루됐다는 취지의 글을 엑스에 올렸다가 자신이 너무 지나쳤다며 화해를 시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법을 밀어붙이자 신당을 창당하겠다며 맞섰고,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엡스타인 파일'을 둘러싼 불만이 고조되자 이 문제를 고리로 트럼프 에 대한 비판을 재개한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트럼프의 암반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 공화당원들이 특별 검사 임명 등 진실 공개를 주장하고 나오면서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계기로 18일 WSJ의 모기업인 뉴스코퍼레이션 창립자인 머독 등을 상대로 100억 달러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가 2003년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면서 외설적인 그림을 그려 넣은 편지를 엡스타인에게 보냈다"는 취지의 WSJ 보도와 관련해 트럼프는 머독에게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거액 소송을 계기로 트럼프와 폭스뉴스의 '밀월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폭스뉴스의 대주주도 머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숀 더피 교통부 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 등 폭스뉴스 인사를 대거 정부 요직에 기용하고, 자주 폭스뉴스 인터뷰에 응하는 등 대표적 '친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에 애정을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를 통해, 엡스타인의 기소 과정에서 나온 대배심원 증언을 공개해달라고 사법부에 요청하면서 의혹을 정면돌파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엡스타인 사건 의혹은 트럼프의 지지기반을 흔들어 대고 있다. 트럼프는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기 전인 2000년대 초까지 그와 여러 파티나 행사에 함께 참석하는 등 공공연히 어울려 다녔다는 점도 구설수에 오르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엡스타인 문제를 "지겨운 일" 또는 "민주당의 농간"이라고 칭하는가 하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지지층을 '어리석다'고 비난하는 등 파장을 축소하려 애써왔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