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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항소포기 '윗선 외압' 있었나… 경찰 수사로 밝힌다

檢·법무부·대통령실 등 지휘부
"직권남용·업무방해" 고발 접수
"자세한 입장 밝히겠다" 예고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 퇴임사
논란 종지부냐 확산이냐 촉각

경찰이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 직권남용 등 혐의 고발 사건을 서울 서초경찰서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책임공방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경찰이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윗선 외압' 여부를 밝혀낼지 주목된다. 같은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도 고발 예고된 점을 감안하면 경찰·공수처 이원화될 가능성도 있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지난 9일 보수성향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가 직권남용·직무유기·업무방해·명예훼손 혐의로 노 대행과 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 정성호 법무부 장관, 이진수 법무부 차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봉욱 민정수석 등 6명을 고발한 사건을 전날 서초경찰서에 맡겼다.

서초서 관계자는 "어제 사건이 접수돼 현재 검토 중"이라며 "고발 사건은 자동 입건(형사사건 등록)되기 때문에 고발인 조사부터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민위는 고발장에 "노 대행이 대장동 사건 1심 선고 직후 내부적으로 '항소 필요' 의견이 만장일치로 모였음에도, 대검 승인 단계에서 사실상 항소를 막는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았다.

그러면서 "윗선의 외압이 있었다고 해도 검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업무를 해태한 것으로, 직권을 남용해 직원들의 권리 및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항소 포기 배경으로 김 부속실장과 봉 수석 등을 지목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대통령실 역시 이번 결정 과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

경찰은 조만간 고발장에 기재된 서민위 관계자들을 불러 고발을 하게 된 경위와 자세한 내용, 증거 유무 등을 물어볼 계획이다. 이후 피고발인을 소환 조사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소환할 경우 항소 포기 결정 경위와 당시 검찰 내부 지휘 흐름, 외압 여부 등을 확인할 가능성도 있다.

통상 직권남용·직무유기·업무방해·명예훼손죄는 서민위의 주장처럼 "윗선 지시로 어쩔 수 없이 했다"고 하더라도 면책사유가 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는 "상급자의 지시를 따랐다는 사정만으로 직권남용의 고의가 부정되거나 책임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하고 있다.

또 국가공무원법은 법령에 위반되는 지시의 경우 거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기 때문에 직무유기 고의성도 부정하지 못한다. 업무방해·명예훼손죄도 유사하다. 윗선 지시가 있어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다만 강압 또는 협박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면 직권남용 등 혐의에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검사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경찰이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앞으로 독점적 수사권을 갖게 될 경찰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다른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는 "수사 팀이 항소 의견을 냈고 중앙지검장 결제까지 받은 상황에서 법무부가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말한 것은 사실상 항소 포기 지시를 암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 수사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판사 출신 임동한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의 특정 사건에 관한 지휘나 하명 수사는 과거부터 있어 왔지만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경우는 많지 않다"라며 "다만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날 정성호 장관과 노 대행 등을 공수처에 고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렇게 되면 사건은 경찰과 공수처 양쪽에서 다뤄질 수 있을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봤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