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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날개는 하나가 아닌 한 쌍이다

[기자수첩] 날개는 하나가 아닌 한 쌍이다
김태일 금융부
조직개편이라는 폭풍이 지나간 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보호'라는 간판을 내걸고 체질 개선에 여념이 없다. 금융당국 두 수장은 날마다 이를 외치고 있다. 금융사들의 금융상품 판매·광고 행위를 보다 철저하게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다.

금융당국이 마치 그동안 금융소비자보호를 등한시했고 그 탓에 조직개편이 진행된 것처럼 스스로 행동하는 게 의문이긴 하지만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의도에 어깃장을 놓을 이유는 없다. 다만 그 전에 용어 정립이 필요하다. 금융소비자보호는 영업행위 규제, 즉 투자자 위험성향에 부합하는 금융상품을 권유했는지, 제대로 설명을 했는지, 부당하게 권유하진 않았는지 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건전성 감독 역시 금융소비자보호의 다른 쪽 날개다. 은행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보험 지급여력(K-ICS) 비율, 증권사 순영업자본비율 등 금융사 자체가 건전한 재정 상태에 놓여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도 금융소비자를 지키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금융당국이든, 시장에서든 마치 전자를 금융소비자보호와 같은 말로 쓰며 후자는 그 여집합으로 취급하고 있는 듯하다. 이 같은 인식은 '영업행위 규제 강도를 올리는 대신, 건전성 감독 수위는 낮춰달라'는 요구에서 드러난다. 업권별로 완화하고 싶은 건전성 지표들이 있을 텐데 금융당국이 열 올리며 금융소비자보호를 강조하는 만큼 하나는 내주고 다른 하나는 이번 기회에 풀고 가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 주문들이 현실화되면 우리는 대형 은행들에서 횡령 사고가 터지는 기막힌 모습들을 계속 봐야 한다. 실제 이는 과거 금융사 임직원들의 여신 내역을 촘촘히 실시간으로 들여다봤던 금융감독원 감독 방식이 완화되면서 '워치독' 효과가 사라진 데 따른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이달 금감원 조직개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서도 금융소비자보호 강조가 느슨한 건전성 감독으로 이어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 어린 시선들이 있다. 양자는 정확하게 자를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지만 자칫 한쪽으로 쏠려 삐걱대는 형태는 아니길 기대한다.

두 권한이 맞물려 돌아가야 금융소비자보호라는 가치가 지켜질 수 있다. 어느 하나를 양보할 문제가 아니다. 영업행위 규제냐, 건전성 감독이냐를 두고 경중을 따질 게 아니라 옵티머스·라임사태에서 배웠듯 앞서 이뤄지는 부문별한 제도 완화를 문제로 지적하는 게 효율적이다.
감독에는 총량이 없다. 한쪽 날개를 키운다고 다른 쪽 날개를 줄이면 추락 가능성만 높아진다. 날개는 한 쌍일 때 비로소 제 기능을 한다.

taeil0808@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