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특허는 세계 60% 차지
연구개발 강화로 기술종속 피해야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본부. /사진=뉴시스
중국이 지난해 180만건의 특허를 출원하며 세계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49.1%를 차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특허 출원 규모는 미국(60만건)의 3배에 달한다. 특허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건 글로벌 기술 패권 구도에 큰 재편이 있다는 명백한 신호다.
기술력과 특허는 정직하다. 자국 시장 규모나 마케팅 기법으로 상품 시장을 장악할 수 있지만 그건 잠깐일 뿐이다. 특허와 기술은 오랜 기간 누적된 실력이기 때문에 웬만해선 무너지지 않는다. 중국이 엄청난 특허권을 장악해가는 것을 경탄하고만 있을 게 아니다. 중국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배워야 한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한때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는 데 급급한 후발 국가로 간주돼왔다. '카피캣'이라는 오명을 벗고 특허 주도국으로 부상하는 모습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첨단 분야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인다는 점에서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된다.
중국은 세계 인공지능(AI) 특허의 60%를 장악했으며, 컴퓨터 기술, 전기기계, 디지털 통신 등 미래 산업의 핵심 분야에서 특허 출원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국가지식재산권국은 AI와 빅데이터 등 신영역에서 국제 규칙과 표준 완비를 가속화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중국의 첨단산업 경쟁력은 특허 장악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중국의 약진은 특허를 넘어 학술논문 발표에서도 두드러진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첨단 분야의 지식과 기술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 기업들은 조만간 중국이 쌓아 올린 특허 만리장성에 가로막히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아무리 핵심 기술을 개발해도 중국이 선점한 특허 때문에 사업화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혹은 중국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사업 진출이 가능한 시대가 올 수도 있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중국의 특허 공세에 발목 잡힐 우려도 크다.
실제로 특허와 학술논문에서 세계 1위를 질주하는 중국의 다음 목표는 표준화다. 중국은 AI, 빅데이터 등 신영역에서 국제 규칙과 표준을 주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의 계획이 착착 진행된다면 글로벌 기술 생태계는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주도하는 기술 표준이 글로벌 표준이 되면, 우리나라 기업이 아무리 우수한 기술을 개발해도 시장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특허 굴기는 현실이 됐다.
기술과 특허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부족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경각심을 갖고 연구개발과 기초과학을 탄탄히 다지지 않으면 향후 중국의 거대한 특허 장벽에 갇혀 기술 종속국으로 전락할 것이다. 정부와 기업, 학계가 힘을 모아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사력을 다해 우리만의 강점을 살린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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