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영화 '사냥' 포스터영화 ‘사냥’은 우연히 산에서 발견한 거대한 금맥을 차지하기 위한 탐욕으로 사람까지 사냥하다가 오히려 사냥당하는 내용의 액션 스릴러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의 대부분이 산을 배경으로 합니다. 산에서 촬영하면서 이 작품도 조금은 산으로 간 듯합니다. 산에서 동근(조진웅 분)은 자신의 엽사 일행들에게 할머니(예수정 분)와 기성(안성기 분)을 살해하라고 시킵니다. 시키는 대로 살해하는 경우도 있고 실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범죄를 교사하는 경우 교사범의 처벌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교사범은 다른 사람을 교사하여 범죄의 실행을 결심하게 하고 이 결심에 의하여 범죄를 실행하게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즉, 교사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교사자의 교사행위와 피교사자(교사받은 자)의 실행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교사범은 피교사자인 정범(범죄를 실행한 자)과 같은 형으로 처벌됩니다. 여기서 같은 형은 법정형을 의미하므로 실제로 처벌되는 선고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기의 지휘·감독을 받는 자를 교사한 때에는 정범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의 2분의 1까지 가중하여 처벌합니다. 교사의 수단과 방법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예를 들면 명령, 설득, 애원, 유혹, 이익제공 등을 불문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범죄를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것만으로는 교사라고 할 수 없습니다. 교사는 특정의 구체적인 범죄에 대한 결의를 하게 되는 것이므로 막연히 범죄 일반을 교사하는 것은 교사가 아닙니다. 다만 범행의 장소, 방법 등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특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 사진=영화 '사냥' 스틸컷피교사자의 행위가 미수에 그칠 것을 예견하면서 교사하는 미수의 교사의 경우에는 범죄 결과 발생에 대한 인식, 인용이 없으므로 교사자를 처벌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범죄를 실행하려 한 피교사자는 원칙적으로 미수범으로 처벌됩니다. 특히, 미수의 교사인 함정수사에서 이미 범죄 의사를 가진 자에게 범죄의 기회를 제공하는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인 경우에는 피교사자는 미수범으로 처벌합니다. 반면에 범죄 의사 없는 자에게 적극적으로 범죄 의사를 갖게 한 범의 유발형 함정수사인 경우에는 피교사자에 대하여는 공소기각하여 처벌하지 않습니다. 피교사자가 범죄의 실행을 승낙하고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에는 교사자와 피교사자를 음모 또는 예비에 준하여 처벌합니다. 피교사자가 범죄의 실행을 승낙하지 아니한 때에는 교사자만 음모 또는 예비에 준하여 처벌합니다. 해당 범죄에 음모 또는 예비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절도를 교사했는데 강도를 실행한 경우처럼 교사한 범죄보다 더 큰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초과한 부분인 강도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고 절도죄의 교사범으로 처벌됩니다. 그렇지만 상해를 교사했는데 살인한 경우처럼 교사자에게 중한 결과에 대해서 예견 가능성이 있을 때는 상해치사죄의 교사범으로 처벌됩니다. 영화 속에서 동근(조진웅 분)과 엽사 일행들은 거대한 금맥을 차지하기 위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사람들까지 사냥하지만 정작 목표에는 가보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다가 삶을 마칩니다. 목표가 뚜렷하면 목표는 더 크고 가깝게 보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목표에 이르는 길을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목표가 있다고 하지만 정작 목표를 잊어버리고 변죽만 두드리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 봅니다. 지금 우리가 쫓고 있는 것은 핵심일까요 변죽일까요?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hijby77@fnnews.com 진보연 기자
2016-07-04 09:37:36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연이어 최고 형량을 구형하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부상했다. 민주당은 "대선 후보 등록을 막기 위한 치졸한 공작"이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향후 검사 고발, 검찰개혁 관련법안 개정 등 검찰을 정조준하며 사법 리스크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9월 30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에 대한 검찰의 구형 직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에 대한 비열한 정치보복"이라며 "(검찰은) 나치 괴벨스보다 더 악독한 괴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고형량 구형에 "검폭" "정치 구형" 비판 대책위는 "이 사건은 위증교사 여부를 떠나, 검찰청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위법 무효인 시행령에 근거해 수사하고 기소한 사건"이라며 "따라서 법률에 위반한 공소 제기에 해당하거나 적어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수사하고 재판한 사건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책위는 "김건희 여사 앞에서는 콜검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비루한 모습을 보이면서, 제1야당 대표에 대해서는 검폭의 면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대책위는 검찰의 구형이 이례적인 점을 들며 "악마의 편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 부위원장 겸 간사인 박균택 의원은 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얼마나 본인들이 지독한 사냥 본능, 야수 본능을 가지고 있었는지 자기들도 모르는 심성이 드러난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결국 이 사건은 편파수사, 과잉수사도 아니고 정치 사냥 수사를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게 한다"고 질타했다. 이건태 의원은 "공직선거법 사건에도 징역 2년이라고 하는 양형 기준법상 최고 구형을 했다"며 "이번에 다시 최고 구형인 징역 3년을 구형했는데, 검찰이 이렇게 무도한 구형을 한 것은 전략적 구형이라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고발·청문회·법 개정 등 檢 공격 수위 높이는 野 이 대표는 이미 지난 20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최고형량인 징역 2년이 구형됐다. 두 재판 모두 오는 11월 안에 선고가 나올 전망인데, 위증교사 혐의로 금고형 이상이 확정되거나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이 대표의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장악력이 공고한 만큼 당 내부 동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차기 대권주자로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는 것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오는 11월 선고 결과에 따라 다른 유력 대권주자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이를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우선 검찰에 강경 대응하며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재 당은 이 대표에게 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 검사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위증교사 사건 수사 검사에 대한 고발 가능성도 엿보인다. 박 의원은 "그때 고발 얘기가 나온 것은 진술 조서를 조작한 것에 대해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한 것이고 구형이 높았기에 그게 범죄가 돼서 고소한다고 했던 적은 없다"면서도 "이번에도 구형이 높아서 고발하는 것은 없을 것이나 사건 과정을 잘 검토해 그 과정에서 범죄 행태가 보인 사람이 있다면 고발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박상용 검사 탄핵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이와 함께 '법 왜곡죄' 등 검찰개혁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act@fnnews.com 최아영 기자
2024-09-30 21:18:18[파이낸셜뉴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긴 혐의로 고발된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의협) 언론홍보위원장이 20일 경찰에 다시 출석해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주 위원장과 박명하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조직강화위원장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이 4번째, 주 위원장은 이번이 2번째 소환조사다. 주 위원장은 이외에도 포렌식 참관을 위해 경찰에 출석한 바 있다. 주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25분 서울경찰청 마포 청사에 도착해 "언론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망각하고 무시하는 윤석열 정부에게 우리 의사들은 고한다"며 "오늘 부로 대한민국 14만 의사들은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퇴진운동방식에 대해 묻는 질문에 그는 "지금까지 자진 포기 운동을 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런 연장선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기회가 된다면 사회적 연대를 통해서라도 윤석열 정부의 반민주적인 행태에 대해서 국민들께 고하려 한다"고 전했다. 다만 "파업이나 집단 행동은 우리의 목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정치권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필요하다면 정치집단과의 연대를 고려하겠다"고 했다. 이날 박 위원장은 오전 9시 32분께 도착했다. 박 위원장은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함께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데 대해 "대형 로펌하고 의논하고 있는 중"이라며 "행정소송하고 집행정지 신청 두가지를 같이 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어 "집단 행동 교사 명령 자체가 저희는 '적법하지 않다', '위법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도 행정소송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의대증원 확정에 대해선 박 위원장은 "정부는 빠르면 이날 의대별 정원 배치를 완료하겠다고 한다"며 "이렇게 폭력적으로 밀어붙이는 이유는 누가 봐도 명확하다. 총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녀사냥식 개혁은 역사적으로도 성공한 사례가 없다. 개혁의 방법은 합리적이고 정당해야 하며 또한 윤리적이어야 한다"며 "집을 짓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집이 불에 타는 데는 몇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사관 기피 신청에 대해선 지난 19일 경찰청 측의 '보조 수사관이기 때문에 각하 결정한다. 그러나 공정한 수사를 위해서 보조 수사관은 교체하겠다'는 안내를 받았다면서 "이날 10시부터 진행되는 수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15일 경찰에 수사관 기피 신청서를 낸 바 있다. 그는 지난 2차 조사 당시 수사관이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껌을 뱉으라"고 큰소리로 외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당시 목이 아팠기 때문에 보온을 위해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따뜻한 물을 마시면서 껌을 씹고 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2024-03-20 10:41:50[파이낸셜뉴스] 한 30대 남성이 “아내가 진상학부모인 것 같다”며 조언을 구하는 글을 올려 화제다.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진상 학부모인 아내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30대 중반 남편으로 20개월 딸이 있다는 A씨는 “아이를 9월부터 어린이집에 보냈다. 그런데 아내는 불만이 너무나 많다”라며 “어린이집 자체에 불만을 갖고 시청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원장 선생님과의 개별적 상담을 벌써 5번 이상 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으니 다른 곳을 알아보고 천천히 보내자고 하니 아이가 움직임도 많아지고 먹는 양도 늘어 어린이집은 공백기간없이 보내고 싶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아내에게 아이가 잘 다니는 것에 만족하라고 설득했으나 듣지 않았고 ‘당신이 하는 행동이 진상학부모가 하는 행동인걸 아냐’ 물으니 ‘기분 나쁘다’며 목요일부터 아이와 친정으로 갔다”고 덧붙였다. A씨는 최근 일어난 몇가지 일화를 털어놧다. A씨에 따르면 그의 아내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뒤 근처에 숨어서 아이를 지켜보거나 선생님이 휴대폰을 보는 장면을 찍어 지인이나 맘카페 등에 올려 공유했다. A씨는 “아내에게 ‘휴대폰 보는 장면까지 굳이 찍어 올려야 하냐. 마녀사냥일 수도 있다’고 했지만 아내는 휴대폰을 절대 보면 안 된다. 아이가 다치면 어쩔 거냐. 자세가 안 돼 있다더라”며 “결국 원장에게 따지고 사과를 받은 뒤에 맘카페에 후기까지 남겼다”고 밝혔다. 또한 “딸이 다른 아이를 꼬집어서 다치게 한 일이 있었는데, 미안한 마음에 약을 사서 보내고 사과하려고 했었으나 아내는 극구 반대했다”라며 “우리 잘못은 없고, 그때 선생이 뭐했는지 꼭 알아야겠다며 사흘 연속으로 어린이집에 가서 CCTV를 보며 따져 결국은 선생님 부주의로 마무리 됐다”고 했다. A씨는 “아내의 계속되는 불만을 듣는 것도 힘들고 경우없는 행동으로 진상 학부모가 되어버린 것도 너무 참기가 힘들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조언 부탁드린다”고 하소연했다. 이 글을 본 한 교사는 “진상 학부모 한 명 만나면 나머지 다른 학부모들이 아무리 잘해줘도 1년이 괴롭다. 별것도 아닌 걸로 꼬투리 잡힐까 아무것도 못 한다. 교사 괴롭히지 말고 집에서 키우면 좋겠다”고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11-06 17:39:34[파이낸셜뉴스] 자살은 10~20대 국내 사망 원인 1위다. 특히 청소년 자살률은 2017년 7.7명에서 2020년 11.1명으로 44% 늘었다. '독친'은 자식의 성공을 위해 지나치게 간섭하는 부모와 인터넷을 통해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모여 동반자살을 하는 사회문제를 소재로 한다. 학교에 등교한줄 알았던 여고생 유리(강안나)의 주검을 마주한 워킹맘 혜영(장서희)은 속절없이 무너진다. 인터넷 자살을 했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다. 엄마가 타살을 주장한 가운데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다. 아이들을 나름 진심으로 대해온 담임교사 기범(윤준원)과 유리와 한때 친했던 아이돌 연습생 예나(최소윤)가 유리의 죽음에 어떤 영향을 끼친 걸까? 사람들에게 “우아하고 다정한 엄마”로 비쳤던 유리 엄마는 좋은 엄마였을까? ‘독친’은 수사물의 형식을 빌어 사건을 다각도로 들여다보며 극적 재미와 긴장감을 준다. 동시에 결혼정보회사 매니저인 엄마의 직업과 유리와 닮은 꼴인 교사의 가족 관계, 겉모습과 다른 모범생의 속사정, 학창시절 우정의 의미 등 자살한 여고생을 둘러썬 여러 인물 관계를 통해 재미와 주제의식 두마리 토끼를 다잡는다. 무엇보다 한류스타 장서희를 비롯해 강안나, 최소윤, 윤준원 등 신인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신인감독 김수인의 연출력이 주목되는 이유다. 올해 서른 살인 김수인 감독은 “어릴 적부터 ‘그것이 알고 싶다’의 애청자였다”며 “배우 문성근이 진행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즐겨본다. 시청을 안한 회차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영화연출 석사를 수료한 그는 졸업 후 사교육의 중심지인 대치동에서 2년간 국어 강사로 일한 전력이 있다. 아역배우 에이전시에서 연기 지도도 했다. 이러한 경험은 이번 장편 데뷔작 '독친'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독친은 자식에게 독이 되는 부모, 즉 지나친 간섭으로 자식을 망치는 부모를 뜻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영화로 ‘독친’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어떤 계기로 이 소재를 영화로 만들게 됐나? ▲졸업 후 다양한 일을 하다가 영화사에 작가로 입사했는데 그때 기획회의에서 독친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제작사 대표가 ‘이런 개념이 있다, 관련하여 아이디어가 있냐’고 물었고, 풀어보고 싶은 이야기가 떠올라서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게 됐다. ―자살한 여고생이나 그의 엄마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할 법한데, 형사를 중심에 두고 스릴러처럼 풀었다. ▲공포와 스릴러 장르를 좋아한다(그는 공포영화 ‘옥수역 귀신’을 각색했다). 특히 ‘그것이 알고 싶다’를 초딩 때부터 봤다. 엄마가 무척 걱정하셨다. 보지 말라고 말린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금도 안본 회차가 없을 정도로 20년 된 애청자다. ―다큐멘터리와 같다는 평도 있다. 같은 장면을 다른 각도로 여러 번 반복해 보여준다.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또 일본영화 ‘라쇼몽’처럼 하나의 사건을 두고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또 이 사건이 남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것을 포착하는게 중요했다. ―어떻게 보면 엄마가 빌런인데 단순히 빌런처럼 안보이게 연출했다. ▲혜영을 마녀사냥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고 싶지 않았다. 혜영 또한 올바른 부모가 무엇인지, 논의가 없던 사회적 분위기에서, 일종의 피해자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잘못을 알지만 인정을 못하다가 (죽은 누나 대신 엄마의 관심이 자신에게 쏠린) 막내 아들의 “누나 데려와”라는 부르짖음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게 된 것이라고 본다. ―학생인 유리와 유리모의 관계와 교사인 기범과 기범부의 관계가 닮았다. ▲유리와 기범은 같은 독친의 자녀로서 같은 식당에서 부모님과 식사를 한다. 자식으로서 궁지에 몰린 비슷한 상황에서 유리가 수저를 내려놓고 화장실에 가는 식으로 현실을 회피했다면, 기범은 (유리의 죽음 후) 다른 선택을 한다. 기범의 행동이 유리가 선택할 수 있었던 다른 경우의 수라고 생각했다. ―한류스타면서 복수의 아이콘 장서희 배우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그동안 매체에서 엄마 역할로 많이 소비된 배우가 아니길 바랐다. 장서희 배우는 복수 이미지가 강하다. 표독스러운 역할을 많이 했다. 그런데 얼굴에서 주는 귀여운 인상과 우아함이 있다. 복수의 아이콘과 동글동글한 이미지가 혜영 캐릭터와 만났을 때 아이러니함을 불러일으킬 것 같았다. ―신인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났다. 비결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배우들을 자주 만났다. 본격적인 대본 리딩을 했다기보다 이런저런 사담을 많이 나눴다. 유리 역 강안나는 일주일에 3-4번 정도, 거의 사귀는 수준으로 만났다. 장서희 배우는 여행과 강아지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었고, 뉴스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본 재미난 이야기까지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최소윤·윤준원(1994년생)은 나보다 두 살 어린데 또래라서 말이 잘 통했다. 배우들마다 특유의 말투가 있었는데, 그 말투를 살려서 대사도 손보고, 디렉팅도 했다. 국어 전공자라서 조사 하나까지 계산해서 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배우들이 대사가 입에 안붙는다거나, 다른 식으로 표현했는데 그게 더 나으면 수정했다. 하지만 내 의도와 벗어나면 이런 맥락에서 이 워딩을 사용한 것이니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엄마의 행동이 자식을 죽음으로 내몰 정도로 잘못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듯 한데... ▲우선 유리가 죽음을 선택한 것은 우울증 때문이다. 만약 정신이 건강했다면 다른 방식으로 그 문제를 해결했을 것이다. 유리가 아직 인간관계가 성숙되지 않은 청소년이라는 점도 살펴야 한다. 또 청소년 시절 친구관계는 큰 부분을 차지한다. 유리에게는 세계가 무너지는 일일수 있다고 본다. ―공들여 찍은 장면을 꼽는다면? ▲모든 감정신을 신경써서 찍었는데, 혜영이 경찰서에서 나와 무너지는 장면을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하고 더 신경 써서 찍었다. (혜영은 딸과 동반자살을 하다 살아남은 준태를 유치장에서 만난다). 준태 캐릭터가 좋다. 이 영화에서 모든 인물이 유리에 대해 언급을 하는데, 그 언급이 각자 머릿속에 본인의 시점에서 본 유리라서 진실에 가깝지 않다. 반면 준태는 죽기 전 유리를 단 한 번, 몇시간 본 게 전부지만 유리를 가장 속속들이 아는 인물이며, 모든 진실을 말해주는 장면이라는 점에서 우리 영화의 핵심이라고 봤다. ―배우들께 특별히 강조했거나 배우들이 공들여 준비한 장면을 꼽는다면? ▲'유리' 강안나가 자살 전에 호숫가에서 갑자기 웃는 장면을 무척 고민했다. 그 웃음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공유하면서 나와 이야기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첫 인사가 “어떻게 웃어봤어?”였을 정도다. '기범' 윤준원은 자신의 분노를 아버지에게 표현하는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지 많이 고민했다. '예나' 최소윤은 춤추면서 오열하는 장면에서 어떻게 다른 연습생과 싸우고 또 오열할지 많이 고민했다. 준태는 잠깐 출연하나 유리에 대한 진실을 들려주는 아주 막중한 역할이라 부담감을 많이 느꼈다. . ― 후반부 예나가 ‘어른의 오만과 편견’을 지적하는 대사가 이 작품의 주제를 관통한다고 느꼈다. ▲오만과 편견은 제작사 대표님께 아이템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떠올랐다. 당시 대표님께 이 영화는 오만과 편견에 대한 이야기여야 한다고 강력히 말했다. (참고로 예나의 대사는 다음과 같다. ‘믿음은 오만과 편견을 부르거든요. 내가 주는 사랑이 받는 사람에게도 사랑일거라는 오만, 사랑받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행복할 거라는 편견’) ―사회 이슈를 소재로 했지만 개인 문제로 보이도록 애썼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저는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 누군가에게 깨달음을 주거나, 교훈을 주는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재미로 봤는데, 교훈을 얻거나 내 주변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게 좋다. 교훈을 주는 방식으로 창작을 하고 싶지 않 다는 의미에서 개인의 상황에 집중해달라고 말한 것이다. 그래서 ‘독친’의 배경도 학군지로 하지 않았다. 강남권 아닌 지역, 어디서나 있을법한 어떤 동네, 어떤 엄마의 이야기로 남기고 싶었다. ―한국은 사교육이 열풍이 대단한데, 연출을 하면서 바란 점은? ▲부모가 본다면 내가 하는 행동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해보길 바란다. 누군가의 자식이라면, 살면서 부모가 미워지는 순간이 있을 텐데 그럴 수도 있다, 반유교적이거나 반인륜적인 일은 아니라는 위로를 주고 싶었다. ―차기작이 ‘대치동 스캔들’로 대치동 강사가 주인공이던데 자전적 이야기인가? ▲처음에는 자전적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그렇지 않다. 2020년 12월에 초고를 썼고 2022년 영진위 지원을 받은 상태에서 ‘독친’을 연출하게 됐다. 현재 후반작업 중인데, 대치동 강사라는 설정만 내 경험담이다. 영화는 개인적 일로 강사와 동창인 교사가 서류봉투를 주고받았는데, 문제유출로 의심받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제목을 ‘독친’으로 고수한 이유는? ▲제목이 스포일러라 다른 제목도 생각했으나 이 영화를 가장 설명해주는 단어라 다른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다. 큰 반전이 숨어있는 영화는 아니라서 그냥 다 드러내고, 이야기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이에 옆에 있던 홍보 관계자는 “독친이라는 제목은 완벽하다 .제목 자체가 셀링 포인트”라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10-26 16:51:35[파이낸셜뉴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단톡방을 만들어 교사들에게 지속해서 갑질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전문매체 ‘교육언론 창’은 강남의 A초등학교 학부모 일부가 카카오톡 단톡방을 만들어 교장과 교사 등 교원들을 초대한 후 “교장 멱살 한 번 제대로 잡혀야 정신 차릴 듯” 등의 글을 올리며 교사와 학교에 협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난 26일 보도했다. 현재 366명이 가입된 이 단톡방의 이름은 ‘A사모’다. 2021년 9월 3일에 개설됐으며, 이 학교 일부 학부모들이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모듈러(임시 조립식) 교실’ 반대 활동을 벌일 때 만들어졌다고 한다. 매체는 A사모에 학부모 등이 2021년부터 현재까지 올린 글과 사진 등을 공개했다. 2021년 9월 7일 학부모 B씨는 단톡방에 교장이 버젓이 들어와 있는 데도 “교장 멱살 한 번 제대로 잡혀야 정신 차릴 듯”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글을 적었다. 당시 교장이 충격을 받자 또 다른 회원은 “교장 선생님 몸이 많이 안 좋아졌네. 부검해봐야 할 듯”이라며 조롱했다. 이에 다른 학부모는 “부검하자”라고 호응했다. 또 ‘남편권력’을 내세우는 글을 통해 학교를 압박하는 일도 있었다. 학부모들은 “아빠들 나서기 전에 해결해라” “점잖은 아빠들 나서면 끝장 보는 사람들이다” “괜히 사회에서 난다 긴다 소리 듣는 거 아니다” “진짜 이런 분들 나서면 무서운 것 알아야 한다” 등의 글을 올렸다. 또 다른 학부모는 “여기 학부모들이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만 있는 줄 아나 본데, 왜 친인척 중에 고위공무원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라면서 “조용히 정년까지 갈 마지막 기회”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교장에게 “미친 여자”라고 욕하며, 교장 실명을 거론해 “OOO씨, 동대문에서 장사하다 왔나?”라고 비꼬기까지 했다. 매체에 따르면 단톡방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한 교사가 병가를 내자 학부모는 “코로나? 식중독?”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건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익명’으로 운영되는 이 단톡방에 올라온 글 대부분은 교사와 교장 등 교원들을 저격하는 글이다. 한 교사는 매체에 “우리는 교사의 실명까지 거론되는 단톡방에서 언제든지 조리돌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 교육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며 “이것은 교사 사냥이다”고 토로했다. 한편, 매체 보도 후 한 학부모는 “A초 학부모는 3000여명인데 이 단톡방에 들어와 있는 분들은 300여 명에 불과하다”며 “이들이 마치 학부모 전체를 대표하는 양 익명성 뒤에 숨어서 학교를 공격하는 바람에 우리 아이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09-27 08:47:52[파이낸셜뉴스]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학교 교사와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들이 잇따라 ‘악성 민원을 제기한 적 없다’는 입장문을 내고 있는 가운데 교사의 남편이 이에 직접 댓글을 달았다. 11일 ‘가해 학부모’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체육관장의 아내 A씨는 “기사에 나온 문제행동을 보인 4명의 학생 중 1명이 저의 자녀가 맞다”면서 “다만 선생님의 지도에 불만을 갖고 아동학대 혐의로 선생님을 고소하거나 학교에 민원을 넣은 적은 결코 단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기 초 (자녀가)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보여 선생님과 두 차례 상담하고, 상담 때에는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학교를 나오면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 제 아이의 행동으로 불편함을 겪었을 선생님과 같은 반 친구들에게는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이 글에 자신을 교사의 남편이라고 밝힌 B씨는 “선생님 남편입니다. 이제 오셨군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같은 날 오전에는 체육관장 C씨가 입장문을 올렸다. C씨는 “여기저기에 퍼진 기사 댓글을 읽다보니 ‘살인자’라는 글도 있었다”며 “가슴이 울렁거리고 손이 떨리고 너무 답답하고 억울해서 경찰관과 상담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저희는 정말 아니다. 털끝만큼이라도 지은 죄가 있다면 얼마든지 받겠다”며 “마녀사냥으로 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정말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숨진 교사의 남편은 이 글에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날 오후 악성 민원의 주동자로 꼽힌 미용실 원장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고 싶다”며 장문의 입장문을 올렸다. 미용실 원장은 “(아이가) 같은 반 친구와 놀다가 손이 친구 뺨에 맞았고, 그로 인해 선생님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제 아이와 뺨을 맞은 친구를 반 아이들 앞에 서게 하여 사과를 하라고 했지만, 제 아이는 이미 겁을 먹어 입을 열지 못했다”면서 “선생님이 정한 벌이 아닌 아이들이 정한 벌을 받아야 했다. 아이는 이런 상황이 무섭고 힘들어 손으로 귀를 막고 있었으나 선생님은 ‘손을 내리라’고 하셨고, 교장실로 아이는 보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로 인해 교사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사과를 부탁했으나 해당 교사는 다음날부터 병가를 사용했다”며 “아이와 약속한 부분이 이행되지 않은 점에 화가 나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를 했으며, 3년 뒤 옆 교실에 해당 교사가 배정되자 교육청을 통해 추가로 민원을 제기했다”고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09-12 22:02:18파이낸셜뉴스 사옥 뒤편으로 5분가량 걸으면 한 초등학교가 붙어 있는 사거리가 나온다. 식사 후 산책 삼아 다니던 길이었지만 이 학교 이름이 '서이초등학교'라는 사실은 지난주에 알게 됐다. 교사 한 명이 숨을 거둔 후 이 학교 3개 면이 화환과 꽃다발과 메모지로 뒤덮였다. 조문용 꽃다발을 들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충혈된 눈으로 벽에 쓴 메모를 읽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화환과 꽃다발이 계속 쌓이고 있다. 1학년 8반 학생들의 메모도, 주변 교사와 다른 학교 교사들의 사연도 보인다. 필자의 걸음을 한참 동안 멈추게 한 장문의 메모가 있었다. 손바닥만 한 메모지를 여러 장 출력해 붙인 글타래에는 우울증 걸린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한 교사의 사연이 적혀 있었다. 이 교사는 "나는 2017년에 자살할 뻔한 교사"라며 "학교 및 학부모위원 자녀 문제로, 학부모위원들 및 반 학부모들의 오해와 협박만으로 우울장애와 불안장애가 생겨 지금까지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이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여러 차례 항의를 받았다. 숙제하지 않은 학생에게 수업시간에 보여주는 영화 관람을 못하게 한 것은 인권침해로, 체육시간에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몇 분간 참여하지 못하게 한 행위는 수업권 침해로 문제가 제기됐다. 반 학생의 물건이 없어지자 모든 학생들의 동의를 받고 소지품을 찾아보게 했으나, 이 역시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게 학부모위원회의 판단이었다. 서로를 의심하는 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그림을 그리고 딴짓 하는 학생을 지적하자 이 학생은 "선생님이 나를 미워해서 거짓으로 지적했다"고 말했다. 학부모가 항의하자 이 선생님은 당시 주변 아이들의 의견을 받았다. 이 과정엔 다른 학부모위원의 자녀가 있었고, "우리 자녀가 공포심을 느꼈다"는 항의를 또 한 차례 받았다. 이 교사는 "저의 선택은 모든 학부모들을 모아놓고 학부모위원들이 원하는 대로 공개사과를 하는 것이었다"면서 "제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 하나하나 사과할 때마다 '어머, 선생님 끔찍해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 교사는 "제가 자살을 결심한 때에 일기장에 적지도, 교육청이나 교권보호위원회에 이 사안을 올리지 않았다"면서 "자칫하면 아동학대죄로 고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이초 교사를 죽음으로 몰고간 원인은 무엇일까. 죽은 교사는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았다. 학폭사건과 학부모 문제제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해당 학급에서는 올해 학교폭력신고 사안이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어떤 고충이 있었을지는 이 학교 벽에 붙은 교사들의 메모로 충분히 짐작해볼 만하지 않을까.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16~2021년 5월까지 재직 중 사망한 교육공무원 중 11%는 극단적 선택 때문이었다. 서이초 벽에 붙은 메모는 학생 인권이 악용된 탓에 마녀사냥 당했던 교사들의 커밍아웃이다. 벽에는 이런 문구도 있다. "교실을 구해라. 교사를 구해라. 더 많이 죽기 전에". ksh@fnnews.com 김성환 사회부장
2023-07-23 18:54:36[파이낸셜뉴스]파이낸셜뉴스 사옥 뒷편으로 5분 가량을 걸으면 한 초등학교가 붙어 있는 사거리가 나온다. 식사 후 산책 삼아 다니던 길이었지만 이 학교 이름이 ‘서이초등학교’라는 사실은 지난주에 알게 됐다. 교사 한명이 숨을 거둔 후 이 학교 3개면이 화환과 꽃다발과 메모지로 뒤덮였다. 조문용 꽃다발을 들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충혈된 눈으로 벽에 쓴 메모를 읽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화환과 꽃다발이 계속 쌓이고 있다. 1학년 8반 학생들의 메모도, 주변 교사와 다른 학교 교사들의 사연도 보인다. 필자의 걸음을 한참동안 멈추게 한 장문의 메모가 있었다. 손바닥 만한 메모지를 여러 장 출력해 붙인 글타래에는 우울증 걸린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한 교사의 사연이 적혀있었다. 이 교사는 “나는 2017년에 자살할뻔한 교사”라며 “학교 및 학부모위원 자녀 문제로, 학부모 위원들 및 반 학부모들의 오해와 협박만으로 우울장애와 불안장애가 생겨 지금까지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여러차례 항의 받았다. 숙제하지 않은 학생에게 수업시간에 보여주는 영화 관람을 못하게 한 것은 인권침해로, 체육시간에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몇분간 참여하지 못하게 한 행위는 수업권 침해로 문제가 제기됐다. 반 학생의 물건이 없어지자 모든 학생들의 동의를 받고 소지품을 찾아보게 했으나, 이 역시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게 학부모위원회의 판단이었다. 서로를 의심하는 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그림을 그리고 딴짓하는 학생을 지적하자 이 학생은 “선생님이 나를 미워해서 거짓으로 지적했다”고 말했다. 학부모가 항의하자 이 선생님은 당시 주변 아이들의 의견을 받았다. 이 과정엔 다른 학부모위원의 자녀가 있었고, “우리 자녀가 공포심을 느꼈다”는 항의를 또 한차례 받았다. 이 교사는 “저의 선택은 모든 학부모들을 모아놓고 학부모위원들이 원하는대로 공개사과를 하는 것이었다”면서 “제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 하나 하나 사과할 때마다 ‘어머, 선생님 끔찍해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 교사는 "제가 자살을 결심한 때에 일기장에 적지도, 교육청이나 교권보호위원회에 이 사안을 올리지 않았다"면서 "자칫하면 아동학대죄로 고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이초교 교사를 죽음으로 몰고간 원인은 무엇일까. 죽은 교사는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았다. 학폭사건과 학부모 문제제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해당 학급에서는 올해 학교폭력신고 사안이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어떤 고충이 있었을지는 이 학교 벽에 붙은 교사들의 메모로 충분히 짐작해볼만 하지 않을까.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16~2021년 5월까지 재직중 사망한 교육공무원중 11%는 극단선택 때문이었다. 서이초등학교 벽에 붙은 메모는 학생 인권이 악용된 탓에 마녀사냥 당했던 교사들의 커밍아웃이다. 벽에는 이런 문구도 있다. “교실을 구해라. 교사를 구해라. 더 많이 죽기전에”.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2023-07-21 15:57:04[파이낸셜뉴스] 최근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소속 20대 초반 교사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이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루머에 대해 “해당 학교에 제 가족은 재학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한 의원은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자신의 입장문을 통해 “서울 서초구 모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의 안타까운 소식에 너무나도 가슴이 먹먹하다”며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선생님께 마음 깊이 애도를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한 의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저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관해서는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며 “해당 학교에 제 가족은 재학하는 학생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는 것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정치적인 목적이든, 특별히 싫어하는 인사이든, 특정인을 매장하기 위해 마녀사냥 몰이를 한다면 용서할 수 없고 용서받을 수도 없는 범죄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있지도 않은 일에 대해 이 시간 이후로 악의적인 의도와 비방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인신공격을 통해 명예훼손을 한 자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아울러 일선 교육 현장에서 애쓰고 계신 선생님들을 위해서라도 교육 및 경찰 당국에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 조사와 수사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 의원은 국민의힘 단체 메신저 방에서도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루머(뜬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사고가 난 초등학교에 제 손자·손녀는 재학생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또 “외손녀가 한명 있는데 이 아이는 중학교 2학년이고 외손자는 다른 초등학교 2학년이며, 친손자들은 큰놈이 두돌 지났고 경기도에 살고 있다. 갑질할 자식으로 키우지도 않았다”고 자신에 관련한 루머에 대해 해명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관해 “경찰이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사 중이며, 사망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이 끝나지 않았다”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학교 구성원이 받을 충격을 감안해달라”고 전했다. 이어 “교육청은 학교 구성원의 심리 정서 안정 지원과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 활동 지원을 위한 조치를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3-07-21 06:4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