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프랑스 파리에서 최근 건물 곳곳에 유대인을 상징하는 '다윗의 별'이 수십 개 그려져 유대인 색출을 위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대교 상징하는 파란색 별, 수십개 그려져 프랑스 BFM TV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30일(현지시간)∼31일 사이 파리 14구의 아파트와 은행 건물 곳곳에 약 60개의 다윗의 별이 파란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칠해졌다. 전날 파리 외곽 생투앵, 오베르빌리에, 이시레물리노에서도 비슷한 그림이 발견됐다. 다윗의 별은 유대인과 유대교를 상징하는 표식으로, 2차 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자행한 독일 나치 정권이 유대인을 집단 수용하면서 노란색 다윗의 별을 달도록 한 것은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다. 2차 세계대전의 유대인 학살 연상... 불안감 증폭 14구에 사는 안느라는 이름의 주민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관련 사진을 올리며 "치욕스러운 아침"이라면서 "이것은 단순한 태그가 아니라 역사, 민주주의, 공화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다윗의 별'이 그려진 건물의 관리인인 엘리자베트도 "여기선 다른 사람의 종교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모두가 잘 지내고 있다"라며 "23년간 이 건물에서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 본다"라고 말했다. '다윗의 별'을 발견하자마자 경찰에 신고했다는 그는 "저는 유대인도 아니고 종교도 없지만, 정말 걱정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카린 프티 14구청장은 성명을 발표해 "이러한 딱지 붙이기는 1930년대와 2차 세계 대전에서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방법을 연상시킨다"라고 비난하며 주동자들을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반유대주의 움직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동안 총 819건의 반유대주의 행위가 신고됐으며 414명이 체포됐다. 유대인 후손인 야엘 브룬 피베 프랑스 하원 의장은 참수하겠다는 협박 편지를 받아 경찰에 신고했고, 지난 27일 파리 내 이스라엘 대사관엔 흰색 가루가 담긴 익명의 소포가 배달됐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3-11-02 07:10:07[파이낸셜뉴스] 유명 커피전문점이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구분 스티커를 음료 컵에 부착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커피전문점은 해당 스티커에 대해 방역 지침을 어겨 가맹점에 벌금이 부과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 일부 매장은 이용자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물은 뒤 음료컵에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백신 접종자의 컵엔 초록색 스티커가, 접종미완료자의 컵엔 노란 스티커가 붙었다. 13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와 관련한 불만이 담긴 글이 다수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나치가 유대인에게 다윗의별을 달아준 것을 연상시킨다" "미접종이 죄냐. 저런 식으로 낙인을 찍느냐" "입장 때 QR코드를 찍는데, 컵에 스티커를 붙여 또 구분하는 지 모르겠다" "차별이다" 등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매일경제에 "본사에서 전매장에 스티커 가이드라인 공지를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누군가를 차별하고 기분나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방역지침이 강화되면서 백신패스를 제대로 확인하려는 의도로 지난해 12월부터 시행했다"며 "매장 90%이상이 가맹점이기 때문에, 혹시 매장에서 방역 지침을 어겨 벌금이 부과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던 의도였다"고 덧붙였다. 투썸 측은 매장 내 방역 가이드라인을 재조정 하는 것을 검토할 방침이다. 한편 백신 미접종 청소년의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 등 시설 3종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은 지난 4일 법원의 집행정지 판단에 따라 중단됐다.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1023명이 보건복지부장관과 질병관리청장,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방역패스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곧 나올 전망이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2022-01-13 23:12:07[파이낸셜뉴스] '국기'는 한 나라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국기에는 국가의 전통과 이상이 특정 빛깔과 모양 등으로 나타난다. 프랑스 바꾼 혁명의 정신, 유럽 전역으로 유럽 대륙에는 40여 개국 이상이 속해 있다. 이들의 다양한 국기 중 유독 눈에 띄는 형태는 '삼색' 국기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등이 삼색 국기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1789년부터 1794년까지 일어난 '프랑스 혁명'은 유럽 근대사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프랑스는 이 혁명을 통해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고 국민이 주인인 공화정을 세웠다. 이때 자유·평등·박애를 상징하는 청색·백색·적색 삼색기가 휘날렸다. 프랑스를 바꾼 혁명의 정신은 이후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으며, '삼색'은 공화주의의 상징이 됐다. 아일랜드와 이탈리아의 국기는 프랑스의 삼색 국기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독일과 벨기에의 흑색·적색·황색(금색) 삼색기도 각각 독일 혁명과 브라반트 혁명 당시 사용되던 깃발이었다. 종교·지리·계급.. 다양한 의미 갖는 '국기의 문양' 국기에는 색상 배열뿐만 아니라 특별한 의미를 지닌 문양이 사용된다. '별'이 들어간 국기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 이스라엘, 중국, 베트남, 호주, 칠레 등이다. 이스라엘 국기의 별은 유대교의 상징인 '다윗의 별'이다. 미국 성조기와 브라질 국기에 사용된 별은 각각 미국의 50개 주와 브라질 26개 주·1개의 연방자치구를 의미한다. 중국 오성홍기의 다섯개 별 중 가장 큰 별은 중국공산당을, 4개의 별은 각각 노동자·농민·소자산계급·민족자산계급을 나타낸다. 터키,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알제리 등 이슬람 국가들의 국기에는 초승달과 별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이슬람 신앙을 상징한다. 북유럽 5개국인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아이슬란드·핀란드의 국기에는 모두 가로로 긴 십자가가 있다. 이 십자가는 스칸디나비아 십자 혹은 노르딕 십자로 불리는데, 기독교 국가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sunset@fnnews.com 이혜진 기자 , 임예리 인턴기자
2020-10-12 14:21:50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일까. 세계적 화학기업인 독일 바스프(BASF)가 한국의 중소 전자소재업체를 상대로 3년째 장기 특허소송을 이어가면서 한·독 양국 간 기술분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독일 바스프는 1, 2심에서 패소하고도 대법원까지 소송을 이어가 피소된 국내 중소업체의 경영 압박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장기화되면서 자금동원력 등에서 힘겨운 국내 중소기업은 영업에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피소된 국내 중소기업인 타코마테크놀러지는 독자개발한 개선된 특허를 바탕으로 독일 바스프를 상대로 한 특허무효소송 1, 2심에서 모두 승소했지만 대법원까지 소송이 장기화되면서 회사 성장이 어려워진 상태다. 특허소송에 걸린 회사의 제품에 대한 대량구매를 바이어들이 꺼리기 때문이다. 타코마테크놀러지 유미선 대표는 13일 "이미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향후 대법원에서 소송이 2년 이상 더 장기화될 경우 피해가 커질 것 같다"며 우려감을 보였다. 한국바스프 측은 이에 대해 "특허소송 상황에 대해 최근 파악에 들어가 어느 정도 내용을 알고 있지만, 소송이 진행 중인 것에 대해 자세한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의도적으로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기 위해서 소송의 시간을 끈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소송을 하다보면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바스프는 독일 본사의 지시를 받는 입장이라서 직접 개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독일 바스프는 이달 중에 첫 심리가 시작되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 ■바스프, 大法서 승소해도 비난 화살 설사 바스프가 1, 2심을 뒤집고 대법원에서 이기더라도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바스프가 특허기술 침해를 주장한 기술이 불과 2년여의 유효기간밖에 남지 않은 오래된 기술이라는 점 때문이다. 바스프의 특허 유효기간이 끝나면 전 세계 누구라도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바스프가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특허기술을 내세워 영세한 국내 중소기업과 분쟁을 벌였다는 게 세계 1위 화학기업답지 않은 도를 넘는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양사 간 특허분쟁에는 국내 정상급 로펌인 김앤장과 광장 간의 자존심 싸움도 걸려 있다. 바스프는 국내 1위 로펌인 김앤장을 법률대리인으로 삼았고, 타코마는 맞수인 광장에 소송을 맡겼다. 한국과 독일 기업 간 특허소송이 극단으로 치닫자 중국처럼 특허괴물의 영업을 제한하는 것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목소리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특허괴물이 된 다국적기업들에 대해 저지에 들어간 것처럼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허괴물에 각국 방어 움직임 글로벌 다국적기업 간 특허전쟁은 별들의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삼성을 상대로 스마트폰 특허소송을 벌였던 애플도 퀄컴을 상대로 대대적인 소송전에 착수했다. 애플은 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퀄컴이 독점유지를 위해 불공정행위를 했다며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또 중국 법원에 퀄컴의 독점기술 판매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제소했다. 애플은 이달 초에도 영국 법원에 퀄컴을 상대로 특허권 및 의장등록 관련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MS는 이동통신 관련 특허괴물인 노키아를 인수하면서 전 세계 국가로부터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MS는 안드로이드폰 관련 특허 사용료로 연간 20억달러(약 2조1000억원)를 벌어들인다. 중국은 노키아의 특허괴물 횡포를 막기 위해 MS와 노키아 간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는 대신 중국 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작에 필요한 200여개 특허권을 계속 쓸 수 있도록 압박한 바 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2017-03-13 18:06:54"그 분은 4.11총선 후 몇 달이면 부산을 떠날 분이고 저는 부산을 지킬 사람입니다. 그러니 누굴 찍어야할지 아시죠" 부산 사상구에서 맞대결할 통합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상대하는 27살 처녀 후보 새누리당 손수조의 말이다. 4월11일이 가까이 오면 이 레퍼토리를 바꿔 보는 게 어떨가. "아저씨! 아저씨는 올 12월이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실 분 아녜요. 부산은 저에게 맡기시고 큰 물에서 노실 준비를 하셔요' 흔히 손수조-문재인 대결을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묘사한다. 그러나 역사상의 실제 승리는 다윗에게 돌아갔으니 이 비유의 적절성은 좀 문제가 있다. 문재인이라는 거인에게 손주조라는 소인이 도전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뜻에서 이런 비유를 한 것을 이해를 하지만 그래도 그렇다. 2012년 4월11일의 19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손수조가 있어서 즐겁다. 그 삭막한 정치싸움에서 이렇게 상큼한 젊은이가 정치 거물을 쩔절매게 만들다니! 그야말로 '해품달'의 한가인처럼 떠오른 달이요, 연꽃 속에서 솟아오른 심청 아가씨 같은 존재다. 노무현에게도, 이명박에게도 토라졌다는 부산 문디들아, 너희들이 이번 선거의 멋을 아느냐. 부산에서 손수조가 문재인을 상대할 동안 서울에선 김종훈이 강남을에서 거인 정동영을 상대한다. 이번 선거의 두 번째 멋부림이다. 정동영은 2007년 17대선에서 이명박을 쩔절매게 했다. 비록 결과에선 기록적 대패를 당했지만 민주당 대선후보라는 영예는 그의 어깨위에서 아직도 번쩍인다. 그런 정동영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미 FTA 폐기론자다. 민주통합당 당론이 재재협상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지만 그게 그거 아닌가. 반면 김종훈은 한미 FTA를 타결한 통상본부장이다. 안성기가 국민 배우고 이승엽이 국민타자라면 김종훈은 국민 통상본부장이다. 김종훈이 이기느냐 정동영이 이기느냐에 따라 한미 FTA에 대한 국민느낌을 읽게 된다. 등 따습고 배부른 강남 사람들아, 너희들이 이번 선거의 멋부림을 아느냐. 이 두 곳의 멋이 주연급이라면 조연급 관심지역이 두 군데 더 있다. 세종시 설계자 이해찬과 충청권 맹주 심대평이 대결하는 세종특별시 선거구가 그 하나요, 보수 1당 체제의 분화를 시도하는 국민생각당 박세일 대표가 출마하는 서울 서초갑이 그 두 번째다. 그렇지만 조연급 경쟁지역은 3자 대결 체제라 흥행의 성격이 좀 애매하다. 그래도 선거의 수준을 알아보는 멋부림의 무대로선 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거칠고 황폐한 선거 마당에 이런 멋도 있다니, 아! 4.11총선은 진정 축제로구나. ksh910@fnnews.com 김성호 주필
2012-03-22 09:35:56‘맹인이 홀인원을 했다면 그것은 ‘맹인 문고리 잡기’식의 요행일까, 실력일까.’ 한 맹인 골퍼가 지난 11월 기록한 홀인원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조하르 샤론(53·이스라엘)으로서 그는 지난달 14일 이스라엘의 캐세라GC 15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25세 때 군복무중 시력을 잃은 샤론은 지난 2003년 이후부터 스코틀랜드, 호주,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열린 맹인 골프대회에서 우승을 거의 독식하다시피한 맹인 골프계의 ‘타이거 우즈’다. 따라서 정상인도 하기 어렵다는 그의 이번 홀인원은 요행이 아닌 순수 실력의 결과인 셈이다. “자신을 세계에서 밤에 골프를 가장 잘 치는 사람이다”고 농담조로 소개하는 샤론이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시력을 잃은 후 미술과 물리치료사에 도전했던 그는 끝내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도중에 이혼의 아픔까지 겪기도 했다. 이후 변호사의 소개로 골프채를 잡았지만 2년 만에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골프를 포기한 샤론은 그로부터 10년 후인 지난 2001년에 다시 본격적으로 골프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그를 도운 것은 볼리비아 출신의 스포츠 심리학자 리카르도 코르도바(66). 코르도바는 “그에게 골프를 지도한다는 것은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힘든 도전이었다”고 샤론에게 처음 골프를 가르쳤을 때를 회상한다. 그는 또 “벙커나 물에 공이 빠졌을 때 정상인들은 매우 불안해하지만 샤론의 경우는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으면 됐다. 그런 방식으로 단점을 장점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코르도바 외에 죽마고우로서 캐디를 자청해서 맡고 있는 심손 레비도 오늘의 샤론이 있기까지 없어서는 안될 인물이다. 이런 친구에 대해 샤론은 “좋은 캐디와 함께 한다면 맹인들도 별 어려움없이 골프를 칠 수 있다”는 말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샤론은 “나는 정상인보다 더 골프를 즐긴다. 내게 있어서 잔디는 항상 녹색이고 나무들은 언제나 아름답기만 하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골프는 나에게 좋은 치료요법이 된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나는 맹인이 아니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정대균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5-12-26 14:03:04올해 주식시장도 불과 18일만을 남겨놓고 있다. 올해도 어려운 한해였다. 3년간의 주가조정에도 불구하고 북한핵문제, 사스사태, 이라크전쟁, SK글로벌사태, 카드채 위기, 내수부진까지 굵직굵직한 악재들로 투자자들이 몸살을 앓았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3월17일 연중최저치(512.30)보다 60% 가깝게 올랐지만 국내투자자의 체감지수는 여전히 500포인트대에 머물고 있다. 한마디로 ‘외국인만의 잔치’였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올들어 13조원어치의 주식을 순수하게 사들이며 외끌이 장세를 연출했다. 외국인의 시가총액비중이 자본시장 개방 이후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 주식 직접투자시장의 외국인 비중 40%. 한국자본시장의 세계화수준을 가히 짐작케 하는 대표적 수치다. 일부 선진국 증시보다 높다. 대주주 등의 비중을 제외하면 개인과 기관의 비중은 합쳐 봐야 고작 30%선에 불과하다. 외국인이 국내증시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당연하다. 외국인의 증시파워는 기업들의 주총현장에서 이미 익숙한 모습이다. 배당요구를 넘어서 경영개입, 적대적 인수합병까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들은 시장개척전략보다는 경영권방어에 설비투자 ‘탄알’을 동원하기에 바쁘다. 개인투자자들이 별 재미를 못보고 한해동안 주식시장을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슬픈 상황은 차치하고라도 외끌이 장세에 대한 경제적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시장의 자립자존이 상실된 세계화’에 대한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가를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외국인 40% 신드롬’은 조만간 간접투자시장에서도 벌어질 전망이다. 현투증권을 인수한 푸르덴셜이 제투증권을 합병하면, 22조원이 넘는 수탁고로 삼성투신을 제치고에 투신시장 1위에 올라서게 된다. 이로써 외국계 투신의 시장점유율은 30%를 넘어서게 된다. 간접투자시장의 외국인 ‘접수’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래서 30조짜리 ‘거함’ 대투와 한투증권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는 일단 가격만 맞는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국내외 회사를 가리지 않고 팔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투와 한투가 외국사에 넘어간다면 간접투자시장은 ‘외국인 40% 신드롬’이 아니라 ‘60% 신드롬’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한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채권시장을 포함한 한국 전체 증권시장을 맘대로 요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 때문에 그 심각성이 ‘주식비중 40%’보다 클 수 있다. 더 큰 걱정은 이제 갓 태동하는 국내자산운용시장이 기형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금융자산 1000조원, 장롱 속 자금까지 포함할 경우 1300조원규모에 이르는 국내시장은 외국자산운용사들이 노리는 세계 몇 안되는 ‘황금알’이다. 그 규모에 비해 우리 자산운용업계 현실은 아직도 걸음마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 될 것이다. 선진금융기법으로 무장한 외국 자산운용사들에게는 한국 자산운용시장은 훌륭한 먹이감임에 틀림없다. 외국계투신사들이 지금까지는 일부 자본출자로, 전략적 제휴관계로 국내시장에 명함만 내민 정도였지만 푸르덴셜의 독자 입성을 신호탄으로 파상공세를 할 것이 뻔하다. 국회에서 대기하고 있는 통합 자산운용업법이 통과된다면 시장진출을 손꼽아 기다리던 외국계 투신사들도 본격 상륙할 것이다. 만약 ‘60% 신드롬’이 된다면 직·간접투자시장을 통한 외국인의 의결권행사에 어느 기업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기업의 모든 이익은 배당에 집중되어야만 한다. 단기이익만을 쫓는 하이에나 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은 특히 성실히 이익봉사에 매진해야 한다.투자는 없다. 자본회수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카드채 문제와 같은 금융위기가 일어나서도 안된다. ‘믿을 수 있는 정부’도 앞으로는 위기관리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97년 11월, 광복 이후 최대 국치(國恥)인 외환위기 때는 무엇이든지 팔아야만 했다. 그래야만 유동성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많은 것을 팔았다. 어처구니없는 가격에 팔았다. 그렇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다. 이제는 그 프로그램을 중지해야 한다. 산업의 균형을 생각해야 할 때다. 더 이상의 외국매각은 국내산업의 자생력마저 해칠 수 있다. 이제는 안 팔아야 산다. 그렇지만 은행은 산업자본의 소유제한으로 묶여 있고 한투와 대투, 대우증권 같은 큰 매물은 살만한 여력이 있는 기업들이 없다. 인수기능을 대신할 펀드가 필요한 때다. 한가지 제안을 한다. 요즈음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투자청’ 재원을 외환보유액이 아니라 20년짜리 장기무기명투자채권으로 하면 어떨까. 넘쳐나는 돈이 문제를 일으키는 현 상황에서 자금도 흡수하고 투자도 촉진하고 우리기업도 사수할 수 있는 대안은 아닐까. /임관호 증권부장
2003-12-03 10:2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