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북한과 러시아가 과도기 국제질서라는 기회의 틈을 이용하여 신동맹을 형성하면서 결과적으로 북한과 중국 간 미묘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균열 조짐은 중국의 불편한 속내를 발신하는 메시지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중국은 상대방을 외교적으로 강압하거나 불편한 속내를 드러낼 때 다소 생뚱맞거나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해 왔다. 2016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G20 정상회담차 중국을 방문할 당시 유독 오바마에게만 레드카펫을 배치하지 않는 방식으로 외교적 강압을 시도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와 유사하게 북러 밀착 가속화로 중국이 북한을 상대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8년 김정은이 시진핑을 만난 기념으로 중국 다롄 해변도로에 새긴 발자국 동판이 푸틴의 북한 방문 직전에 매몰되었다. 나아가 북러밀착이 푸틴의 방북을 통해 신동맹으로 격상되자 김정은 정권의 핵심 외화벌이 수단인 중국에 파견한 북한 노동자를 모두 귀국시킬 것을 북한에 주문하기도 했다. 2017년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라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국제사회의 규탄을 감수하면서까지 노동자 송환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이러한 계산에 변화가 생긴 셈이다. 이처럼 중국이 북한에 불편한 속내를 우회적으로 전달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북한과 결별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북한 노동자 송환 요구 관련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 북한은 산과 물이 서로 연결된 가까운 이웃이며 줄곧 전통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중우호를 강조했다.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은 북중관계에 찬물까지는 끼얹지 않겠다는 모습이 역력하고, 북중동맹 사문화라는 강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이중적 모습은 ‘전략적 모호성’으로 설명된다. 북한과 소원해진 것이 현실이지만 이를 애써 부인하는 애매모호한 모습을 통해 북한에 대한 최소한의 영향력이라도 유지한 가운데 중국을 불편하게 하면 손해를 볼 것이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발신하는 방책인 것이다. 북러밀착으로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북한을 내치는 전략적 명확성으로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는 것은 그것이 국익 차원에서 유리한 셈법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으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국에 대한 레버리지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큰 이익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전략적 모호성에 대해 북한은 전략적 자율성과 등거리 전략으로 맞서는 구도가 역력하다. 최근 북한의 행태를 보면 핵무장에 성공했다는 자신감으로 자신이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강국외교를 구사할 정도로 전략적 자율성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푸틴이 북한까지 찾아와 자신을 만날 정도로 2024년의 북한은 1961년 조약체결 당시와는 그 위상이 다르다고 판단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1961년에는 김일성이 소련을 찾아 조약을 체결했지만, 2024년에는 푸틴이 북한을 찾아 조약을 체결한 것도 김정은 자신이 선대와는 다르다는 자신감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러한 전략적 자율성은 자신이 원할 때 중국과 다시 밀착할 수 있다는 외교적 신호라고도 볼 수 있다. 더불어 신냉전 환경하에서 북한은 냉전기 ‘등거리 외교’를 넘어 ‘등거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신냉전 구도를 역이용하는 주도성을 단순 ‘등거리 외교’가 아닌 ‘등거리 전략’으로 볼 수 있는 이유는 첫째, 북한의 모습은 중국과 러시아 간 외교적 균형을 이루는 모양새가 아니라 외교 시소게임을 통해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행태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벌이는 담판은 외교뿐 아니라 군사,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룬다는 점에서 외교라는 플랫폼을 전략 구사를 위한 최적의 기회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등거리 전략’이라는 설명이 적실성이 높다. 북한이 주도하는 북러 신동맹과 ‘등거리 전략’ 본격화는 게임변화 수준에 해당할 정도로 파급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한국은 변화하는 게임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여 응급처방보다는 외교안보전략 새판짜기 차원에서 국제정치, 지역정치를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대북 억제력, 대러 레버리지 제고를 어떻게 이루어낼지를 변화된 게임에 맞추어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7-10 17:15:06[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입당 결심을 밝혔다. 김 부의장이 '총선 승리'를 언급한 만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갑에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출마할 것으로 점쳐진다. 김 부의장은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저는 내일(4일) 국민의힘에 입당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 부의장은 "지난 3월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의 회동에서 한 위원장은 저에게 진영논리에 매몰돼 있는 여의도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민의힘에 입당해 함께 정치를 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부의장은 "저 또한 그동안 진영 논리보다는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 빈곤아동 등 소외계층 문제의 해결, 국민들의 생활환경 개선 등 이른바 생활정치를 위한 의정활동을 주로 해왔기에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여 여의도 정치를 바꿔 보자는 한 위원장의 주장에 십분 공감했다"고 밝혔다. 김 부의장은 "이에 한 위원장의 제안을 수락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하기로 한 것"이라며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부의장은 지난달 19일 민주당의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에 반발해 탈당을 선언했다. 하위 평가에 반발해 탈당한 첫 사례로, 이후 이수진(서울 동작을)·박영순(대전 더덕구)·설훈(경기 부천시을) 의원 등도 연이어 탈당을 했다. 다만, 이들 중 국민의힘행을 택한 건 김 부의장이 유일하다. 공천 국면이 시작되기 전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긴 사례는 이상민 의원이 있다. 김 부의장은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자신의 지역인 서울 영등포갑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영등포갑에 출사표를 낸 김기남 예비후보(전 당협위원장)가 김 부의장과 한 위원장의 만남에 공개 반발 메시지를 낸 만큼,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4-03-03 11:46:50[파이낸셜뉴스] 1948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세워진 후 북한은 단 한 번도 국내정치 지형 개혁 없이 지금까지 줄곧 김씨일가 왕조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특히 공포정치를 일삼고 있는 김정은 정권은 21세기에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기에 인류문명 퇴화를 보여준다. 김씨정권발 야욕과 공포정치는 국가출범 초기부터 현재까지 변함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김일성이 중국과 소련을 등에 업고 6·25전쟁을 일으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영토야욕은 정권 초기부터 명확했다. 마찬가지로 갑산파, 연안파, 소련파, 남로당파 등 반대파를 잔혹하게 숙청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권력욕은 끝이 없었다. 심지어 김일성은 1955년 ‘주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등장시킨 이후 자신을 개인숭배 수준으로 우상화하며 반대세력의 등장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그가 권력을 장악하고 그 권력을 공고히 하는 방법은 숙청, 처형과 같은 공포정치였고, 그 공포정치는 아들 김정일과 손자인 김정은의 통치방식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바로 이 공포정치는 최소한의 자유도 보장하지 않는 전체주의 방식에 기반하였고, 세뇌되고 공포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에게 반대 목소리는 생각조차 불가능한 것으로 각인되었다. 그런데 지난달 공포라는 높은 벽을 뛰어넘어 북한 인민이 정부를 향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매우 보기 드문 사건이 발생하였다. 지난 1월 중국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 2천여 명이 북한 국방성 산하 무역회사를 상대로 임금 체불에 항의하여 대규모 시위에 나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북한 시위자들은 관리자와 감시요원들을 인질로 잡았고 관리직 대표가 폭행으로 숨기는 일까지 발생했다. 대규모 시위에 나선 북한 노동자들은 공포정치에 어두운 그림자에 오랜 기간 노출된 사람들이다. 그래서 시위자들은 항거와 반발이 불러올 파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공포정치의 두려움보다도 그들이 더 두렵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엄벌을 각오하고라도 폭동을 일으킬 정도로 그들을 두렵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북한 노동자는 아주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막노동에 시달린다. 그런데도 그들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임금의 일부나마 받아서 가족들을 위해 사용하여 최소한의 생계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최소한의 임금마저 받지 못하자 그동안 쌓여온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처럼 쌓인 불만이 북한 사회 독버섯처럼 퍼져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의식주가 풍족한데 일부 임금체불로 인해서 내뱉는 불만과 당장 먹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임금도 못 받는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북한은 현재 1990년 중반 고난의 행군 당시보다 더 심각한 식량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 주민에게 공포정치보다 더 무서운 것은 굶어서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노동자의 대규모 시위 사태를 목도한 후 이를 “특대형 사건”으로 규정한 것을 보면 북한당국도 매우 당혹해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을 법이 아닌 공포정치로 해결해왔던 북한이 이러한 당혹감을 보였다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첫째, 공포정치와 세뇌교육에 매몰된 북한 주민이라도 반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정권안보에 적색등이 켜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둘째, 북한의 열악한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이러한 대규모 시위가 언제라도 다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노동자 임금을 착취한 정권의 수장인 김정은 자신은 '러시아판 롤스로이스' 최고급 러시아 아우르스 자동차를 푸틴에게서 선물로 받았다는 사실에 북한 주민의 불만이 더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 노동자를 착취하고 북한 주민의 식량안보를 해치며 그에 대한 보상으로 최고급 자동차를 챙기고 핵무기를 만들어 정권안보 수단을 강화하는 몰상식한 모습을 북한 주민이 모를리 없다. 이처럼 문제의 근원은 주민들의 기본적인 생계조차 해결해 주지 못하는 북한 정권의 무도함과 무능에 있다. 그런데도 김정은 정권은 경제적 처방이 아닌 강압적 처방으로 이 문제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국내적으로는 주동자를 처벌하여 이전보다 그 가혹한 공포정치를 펼칠 것이 우려된다. 나아가 대외적으로는 각종 도발을 일으켜 북한 주민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고 내부적 결속을 다지려 할 수 있다. 이처럼 관심전환전쟁(Diversionary theory of war)에 기초한 처방을 하는 과정에서 이 방법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도발 수위를 높여서라도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려들 수 있다는 점이다. 도발 강도가 높아지면 이를 상쇄하기 위한 한미의 대응도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핵무장을 완성했다는 과도한 자신감으로 김정은 정권이 사태를 오판하여 레드라인을 넘으려 할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이 부정적 연쇄고리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능동적 억제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2024년을 전쟁준비의 해로 천명한 이상 북한의 무력도발은 국지도발에 그치지 않고 전면전에 활용 가능한 재래식 전력 기반 도발과 핵강압도 연계할 수 있다. 따라서 한미당국도 국지도발 대응, 전쟁 억제력, 핵 억제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노력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한미핵협의그룹(NCG)의 작전화와 핵·재래식 통합작전(CNI)의 가시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2-21 16:32:06[파이낸셜뉴스]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될 예정이지만 여야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중소기업계가 간절히 원하는 '법 적용 2년유예'는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예를 주장하는 국민의힘은 본회의가 예정된 25일까지 막판 협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산업안전보건청 연내 설치 등의 조건을 내건 더불어민주당과의 이견을 좁히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와 중소기업계는 "폐업으로 내몰리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라며 유예안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상정 조차 안된 유예안 "25일 오전까지 협의"24일 국회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유예하는 내용의 중대재해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이날 법사위를 거쳐 25일 오후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이 법 적용 유예의 마지막 기회였지만, 여야 합의가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만나 중대재해법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갔지만 이견차만 드러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내일(25일) 오전까지라도 계속 협의를 이어가도록 (하자고) 논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야가 25일 오전 중 극적 타결을 이뤄 원포인트 법안 심사를 진행해 본회의에 개정안을 상정하는 반전이 없는 한 유예안 처리는 거의 불가능하다. 여야는 지난해 연말부터 중대재해법에 대해 논의를 해왔지만, 협상에는 속도를 내지 못한채 '네 탓' 공방에만 열중해 왔다. 민주당은 협상의 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연내 설치 △산재 예방 예산 2조 원으로 증액 등을 내걸었지만 국민의힘은 무리한 조건이라며 받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이 당리당략에만 매몰된 채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이날 여야 원내대표를 찾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거듭 호소했다. 김 회장은 "이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강행된다면 아직 준비가 덜 된 중소기업은 속수무책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고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민생 차원에서 다시 한번 협의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격영 타격 불가피..폐업까지 내몰릴 것"25일 유예안 처리가 무산될 경우, 오는 27일부터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 83만7000여곳에도 법이 전면 적용된다. 영세 기업들도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안전 인력이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중소기업계는 그간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연장을 요구해왔다. 2년의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코로나19와 복합위기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유예안의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중소기업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에 따라 폐업으로 내몰리는 기업들이 속출한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기업 대표가 1인 다(多)역으로 외부 조력 없이 법에서 정한 의무사항을 지키기 어려운 데다 예산 부족으로 전문 인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까지 확대 적용돼 기업의 대표가 처벌받게 되면, 경영에 타격은 불가피해 결국 폐업까지도 내몰릴 수 있다는 게 중소기업인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지금 중대재해처벌법이 중소기업에 전면 적용된다면 이제 사업 못하겠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올 것"이라며 "그렇게 중소기업들이 사업을 포기하면 결국 국가 경쟁력도 떨어지는 거 아니겠냐"고 토로했다. 정부도 국회에 유예안 처리를 요청하고 나섰다. 관계부처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오영주 중소기업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50인 미만 기업에 준비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현장의 아우성을 외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서영준 장유하 기자
2024-01-24 16:37:2323일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조합원 수는 272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21만1000명(7.1%) 감소했다. 노조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선 건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전체 조합원 수를 노조 가입이 가능한 근로자 수로 나눈 '노조 조직률'도 전년보다 1.1%p 낮은 13.1%를 기록했다. 2016년(10.3%)부터 증가세를 보여온 조직률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조합원 수와 조직률이 떨어진 것은 장기간 활동하지 않은 노조, 실체가 없는 유령노조 등을 확인해 해산한 결과라고 한다. 한국노총 조합원 수는 2021년 123만7878명에서 2022년 112만1819명으로,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2021년 121만2539명에서 2022년 109만9805명으로 각각 11만명 넘게 줄었다. 노동계를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과대 대표성을 바로잡은 것이다. 이 또한 노동개혁의 일환이라고 본다. 노조 조직 현황은 최저임금위원회의 참여비율 산정 등 노동정책 수립에 활용되는 기초자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부풀려진 조직률 14.2%를 근거로 "노동조합 조직원 수와 조직률이 크게 증가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일부 강성 노조에서는 조합원 수가 실제로 줄었다. 민주노총 산하 플랜트건설노동조합 조합원 수는 2021년 10만6000명에서 2022년 2만9000명으로, 미가맹인 건설산업노조 조합원은 8만2000명에서 8000명으로 크게 줄었다고 한다. 강성 노조 이탈은 노조 문화가 급격한 시대변화에 따르지 못해 외면받고 있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대기업 중심으로 똘똘 뭉친 노조 행태를 가리켜 '귀족노조'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미 오래다. 공정 운운하면서도 일자리 파이가 큰 중소기업은 외면한 채 대기업 노조가 주도하는 양대 노총의 입김이 너무 세다.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노조 설립률은 중소기업보다 3배 가까이 높다. 노조 조직률도 대·중소기업 간 격차가 확연하다. 2021년 기준 대기업은 25.1%인데 중소기업은 12.2%로 절반에 못 미친다. 이념에 매몰된 노조 문화는 기존 노조에 대한 거부감을 키운다. 노조 가입의 목적은 직업 안정성, 임금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다. 그러나 양대 노총은 조합원의 삶보다 정치적 이념을 우선시하고 대정부 투쟁을 일삼는 정치노조화돼 있다. 툭하면 정치일정을 내걸고 노조원을 동원하는 거대노조의 이런 행태에 수긍하지 못하는 노조원이 많다. 대표적 움직임이 MZ세대 노조다. 이들이 탈정치를 외치면서 기성 노조와 결별하고 별도로 활동하는 이유를 곱씹어 보기 바란다. 아예 노조 자체를 거부하는 2030세대도 늘고 있다는 점은 노조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노조의 건강성이 유지된다면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서 순기능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지향적 행태로는 노조원의 외면만 받을 뿐이고, 노조 조직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진정 노조원을 위한 조직이라면 양대 노총은 자체 개혁과 자정 활동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바와 같이 노조 운영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양대 노총은 일각에서 잃어가는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투명한 노조, 조합원 이익을 대변하는 실용노조로 거듭나는 건 노조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2024-01-23 18:29:24지난 2021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내년 1월로 시행 2년을 맞는다. 기업 대표들이 줄줄이 법정에 섰지만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대한상공회의소와 법무법인 세종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올해 10월 말까지 중대재해법 사건 29건이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이 내려진다. ■1심 12건 중 11건이 집행유예현재까지 선고가 이뤄진 사건은 12건(1심 기준)으로 모두 유죄 판결이 났다. 12건 중 11건은 징역형 집행유예였다.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처음 기소된 두성산업 대표이사는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320시간을 선고받았다. 그는 독성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이 포함된 세척제를 취급하면서도 국소 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근로자 16명에게 독성간염 등 상해를 입힌 혐의로 지난해 6월 기소됐다. 피고인과 검찰 양측이 불복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실형이 선고된 건은 1건에 불과했다. 한국제강 대표이사는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가 1.2t 무게의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숨지는 사고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중대재해법 시행 후 원청업체 대표에게 실형이 선고된 첫 사례였다. 검찰이 상고해 28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틀 만에 사고가 발생해 중대재해법 적용 1호 기업의 불명예를 안은 삼표산업의 경우 최근 준비 절차가 마무리돼 내년 2월에야 정식 재판에 돌입하게 된다. 삼표산업은 지난해 1월 29일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토사에 매몰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검찰은 지난 3월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정도원 삼표산업 회장을 불구속기소하고, 이종신 대표이사 등 직원들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실효성 두고 갑론을박중대재해법 시행 2년이 돼가지만 처벌 기준과 실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두고도 찬반이 엇갈린다. 정부는 내년 1월 27일부터 업종과 무관하게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할 예정이었으나 당정은 적용을 유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이날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대책 관련 당정협의'에 참석해 "상공회의소가 50인 미만 회원업체 641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조치를 마쳤다고 답한 기업이 22.6%에 불과했다"면서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대표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담당하는 이른바 1인 다역을 소화하는 상황에서 대표가 구속되는 경우 사실상 폐업에 이를 수 있다는 현실적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권 광운대 건설법무학과 박사과정·신만중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중대재해법 실효성 강화 방안' 논문을 통해 "실제 법 적용에 있어 형사처벌과 관련한 쟁점들인 형법의 고의나 과실, 결과적 가중범, 인과관계 등에 따라 적용이 달라질 여지가 있어 결과적으로 처벌 입법 효과의 실효성은 반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3-12-27 18:57:32[파이낸셜뉴스] 지난 2021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내년 1월로 시행 2년을 맞는다. 기업 대표들이 줄줄이 법정에 섰지만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대한상공회의소와 법무법인 세종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올해 10월 말까지 중대재해법 사건 29건이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이 내려진다. 1심 12건중 11건이 집행유예현재까지 선고가 이뤄진 사건은 12건(1심 기준)으로 모두 유죄 판결이 났다. 12건 중 11건은 징역형 집행유예였다.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처음 기소된 두성산업 대표이사는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320시간을 선고받았다. 그는 독성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이 포함된 세척제를 취급하면서도 국소 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근로자 16명에게 독성간염 등 상해를 입힌 혐의로 지난해 6월 기소됐다. 피고인과 검찰 양측이 불복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실형이 선고된 건은 1건에 불과했다. 한국제강 대표이사는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가 1.2t 무게의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숨지는 사고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중대재해법 시행 후 원청 업체 대표에게 실형이 선고된 첫 사례였다. 검찰이 상고해 오는 28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틀 만에 사고가 발생해 중대재해법 적용 1호 기업의 불명예를 안은 삼표산업의 경우 최근 준비 절차가 마무리돼 내년 2월에서야 정식 재판에 돌입하게 된다. 삼표산업은 지난해 1월 29일 삼표산업 양주 사업소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토사에 매몰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검찰은 지난 3월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정도원 삼표산업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이종신 대표이사 등 직원들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실효성 두고 갑론을박중대재해법 시행 2년이 돼가지만 처벌 기준과 실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두고도 찬반이 엇갈린다. 정부는 내년 1월 27일부터 업종과 무관하게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할 예정이었으나 당정은 적용을 유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이날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대책 관련 당정협의'에 참석해 "상공회의소가 50인 미만 회원업체 641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조치를 마쳤다고 답한 기업이 22.6%에 불과했다"면서 "특히 중소기업 경우, 대표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담당하는 이른바 1인 다역을 소화하는 상황에서 대표가 구속되는 경우, 사실상 폐업에 이를 수 있다는 현실적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권 광운대 건설법무학과 박사과정·신만중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중대재해법 실효성 강화 방안' 논문을 통해 "실제 법 적용에 있어 형사 처벌과 관련한 쟁점들인 형법의 고의나 과실, 결과적 가중범, 인과관계 등에 따라 적용이 달라질 여지가 있어 결과적으로 처벌 입법 효과의 실효성은 반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시행을 앞두면서 대상 기업은 기존 4만 개에서 66만여개 추가돼 이행 주체들의 긴장도가 올라가는 추세"라며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 안전준수인증제와 같은 인증 도입 등 정책적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3-12-26 16:53:17내년 1월부터 3년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이끌 차기 위원장에 양경수 현 위원장이 선출됐다. 민주노총 설립 28년 만의 첫 연임 위원장 탄생이다. 차기 집행부의 임기는 윤석열 정부의 남은 임기와 같다는 점에서 노정 관계 경색이 걱정스럽다. 28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양 차기 위원장은 제11기 지도부 선출 투표에서 56.61%를 득표해 31.36%를 얻은 박희은 후보를 여유 있게 제치고 당선됐다. 러닝메이트로 나선 이태환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장과 고미경 전 민주노총 기획실장이 각각 수석부위원장과 사무총장을 맡아 120만명의 조합원과 금속노조, 전교조 등 16개 가맹조직을 지휘하게 됐다. 양 당선인은 "윤석열 정권과의 투쟁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발언했다. 새 집행부의 대정부 투쟁 기조에 변화가 없는 한 민주노총의 정치투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경수 집행부는 지난 3년간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 추진, 노조 회계공시 등 노동개혁 정책에 반발하며 총파업에 들어갔다. 또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국회 통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확대 등을 요구하며 국회와 정부를 압박했다.민주노총은 1999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 탈퇴 이후 지금까지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가 지난 13일 전격 복귀를 결정한 한국노총과는 딴판이다. 이르면 다음달 초 근로시간 개편, 정년연장 등 계속고용 문제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산적한 노동개혁 현안이 다뤄질 때 장외에 선 민주노총의 소외감이 깊어질 수 있다. 민주노총의 사회적·정치적 고립이 심화될 소지가 있다. 지난 1월 제1노총인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김동명 현 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경사노위 복귀 등 유연한 자세를 보여 한국노총의 존재감을 높였다. 반면 연임에 성공한 양경수호 앞에는 가시밭길이 놓여 있다. 산별노조의 탈퇴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주시청 공무원노조와 안동시청 공무원노조가 민노총의 투쟁방식에 반발하며 산하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를 탈퇴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도 포스코 자주노동조합 전환을 시도했다. 민주노총이 정치투쟁에 매몰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른바 'MZ노조'가 정치·불법 투쟁에 반대하는 등 노동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부는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노조원의 권익 보호라는 노동운동의 본령에서 벗어나 정권 흔들기 및 퇴진 투쟁에만 여념이 없다. 본연의 역할을 내팽개치고 벌이는 장외투쟁은 국민이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1995년 창립 때부터 이어진 정치세력화, 사회적 투쟁 노선은 노조원들로부터도 외면받기 시작했다. 경제위기 등에 따른 피해가 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앉는 등 실리를 추구하는 한국노총과 달리 민주노총은 낡은 이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양새다. 취약한 노동자 보호보다 대정부 투쟁과 이념 투쟁만 강조하는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해 조합원의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대외투쟁 일변도의 강성노조는 결국 노동계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23-11-28 18:25:38민주노총 간부 출신인 두 사람이 동시에 자기 성찰의 글과 책을 썼다. 정호희 전 민주노총 대변인과 이수봉 전 사무부총장이다. 민주노총의 핵심이었던 그들의 고백을 통해 조직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다. "자주와는 거리가 먼 '주체사상'을 맹신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북한의 행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못하는 거대한 공동체, 그들이 지금도 운동판을 장악하고 좌지우지하고 있다. 노동보다 친북통일을 우선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까?" 노동자의 이익보다 좌익 이념에 매몰된 민주노총의 실체를 꼬집은 정 전 대변인의 글 일부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민노총 용역입법'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는데 반대로 민주노총이 민주당의 용역투쟁을 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시대정신의 배신'이란 책에서 이 전 부총장도 비슷한 언급을 했다. 책을 서둘러 내게 된 직접적 계기가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이라고 했다. 학창 시절 감옥살이를 하고 30여년 동안 노동운동을 했던 그는 노동운동의 목적성을 상실하고 이념투쟁에 빠진 민주노총에 절망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의 좌파 전체가 길을 잘못 들었는지도 모른 채 방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통의 시민들에게 종북주사파의 위험성을 말하면 대개는 코웃음치며 비웃는다. 개념 있는 진보적 시민들에게 종북주사파란 용어는 극우집단이 쓰는 말이며, 우익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폭력적 단어로 자동 프레임화되어 있다. 마치 파블로프 실험의 조건반사처럼 오랜 기간 그렇게 생각하도록 세뇌되어 왔다." 이 전 부총장의 설명이다. 조국 사태에 대한 생각도 보편적 상식과 다르지 않다. 정 전 대변인은 충격과 상처였다고 했다. "세상을 우리 편과 나쁜 놈 편으로 딱 가르고 우리 편은 무조건 옳다는 흑백 진영논리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이었다"는 것이다. (조국 수호) 촛불집회에 조직적으로 동원된 것도 학창 시절 실천했던 것과는 너무 달라 큰 상처로 남았다고 했다.이 전 부총장은 "좌파의 위선, 내로남불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켰다……쭈뼛거리며 양비론의 기회주의에 빠져 있다면 그 투쟁의 끝은 어둡다"며 적극적인 현실 참여를 강조했다. "악마를 무시하면 악마는 기뻐한다. 바로 그 무시당하는 방심의 공간에서 악마는 가장 자유롭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진영 논리에 대한 시각도 비슷하다. 이 전 부총장은 "조직적이고 집요한 선전선동의 결과 좌파는 나르시시스트(자기애에 빠진 사람)가 되었고 우파는 얼떨결에 플라잉몽키(나르시시스트에게 조종당하는 사람)가 되었다……진영 논리를 깨는 것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문제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변인은 국민의 절대다수를 '빨갱이' 아니면 '토착왜구'로 낙인 찍는 훌리건 정치에 신물이 난다고 썼다. 민주노총에서 중심 역할을 한 두 사람의 이런 생각은 바깥에 있는 우리와 결코 다르지 않다. 어느 집단의 중심에서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당하다 보면 판단력은 흐려진다. 탈출하고 나서야 정의와 상식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두 사람은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다. 정 전 대변인은 양당 체제를 거부하며 제3 정치에 발을 내디뎠다. 이 전 부총장은 '푸념만 늘어놓는' 제3 정치의 '나이브함'은 몰락의 원인이라며 새로운 '시대정신'을 주창한다. 그가 말하는 새 시대정신은 자본주의 4.0을 넘은 자본주의 5.0 시대다. 정치적 용어로는 '진보적 자유주의' 혹은 '신자유민주주의'로 좌우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시대정신을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의사결정 시대로의 진화'라고 풀이한 이도 있다. 두 사람의 새로운 선택을 현시점에서 옳다, 그르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구태의 늪에 빠져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고, 반성을 통해 발전된 미래를 모색하는 것만큼은 높이 사고 싶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2023-11-08 18:27:34【파이낸셜뉴스 안성=장충식 기자】 9일 오전 11시 49분께 경기 안성시 옥산동의 한 근린생활시설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로 심정지 상태에서 구조된 외국인 노동자 2명이 결국 숨졌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로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는 신축 중인 9층 규모의 건물 9층 바닥면이 8층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일어났다. 당시 9층에서 바닥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으며, 바닥면을 받치던 거푸집(가설구조물)과 동바리(지지대) 등 시설물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사고로 8층에서 작업 중이던 베트남 국적의 20대 A씨와 30대 B씨가 구조물 등에 매몰됐다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CPR 등을 하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A씨는 사고 발생 40여분만인 낮 12시 25분께, B씨는 1시간 20여분만인 오후 1시 6분께 소방대원에 의해 발견됐다. 또 30∼50대 경상자 4명도 사고 현장에서 구조됐다. 경상자들은 사고 당시 9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사고 직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낮 12시 1분 대응 단계를 2단계로 상향하고, 특수대응단 등 4개 구조대를 포함해 52명을 현장에 투입해 인명 검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이 수습되는 대로 공사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안전 수칙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고용노동부는 경기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 평택지청 산재예방지도과 근로감독관을 현장에 보내 사고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시공사인 기성건설㈜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붕괴 사고가 난 건물은 지하 2층~지상 9층, 연면적 1만4000여㎡ 규모의 건물로, 일반 상업지역 내에 제1종·제2종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건축 허가를 받았으며, 지난 2월 말 착공해 오는 2024년 5월 준공 예정이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3-08-09 16:5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