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가채점 결과 경북 지역에서 현역 의대생이 ‘수석’을 차지하면서 의대생 상향 지원이 현실화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경주고를 졸업하고 현재 경북지역 의대에 재학 중인 A군이 국어·수학·영어·탐구 과목 원점수 총점 398점(400점 만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군은 가채점 결과 과학탐구영역 지구과학 한 문제만 틀리고 모든 영역에서 만점을 받았다. 수능 이후 대부분 학교, 학원은 학생들의 가채점 성적을 취합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관 간 고득점자에 대한 정보가 공유된다. 가채점 성적은 다음달 6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성적을 통지하며 달라질 수 있다. 현재 경북 지역 의대에 재학 중인 A군은 ‘메이저 의대’에 도전하기 위해 수능을 준비해 왔다고 한다. 올해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부터 휴학 중인 현역 의대생 가운데 재학 중인 곳보다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수능에 참여할 수 있다는 예상이 곳곳에서 나왔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1497명 늘어나 관문이 넓어진 데다 휴학으로 수능 준비를 할 시간도 주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2학기 전국 40개 의대의 재적생 1만9374명 중 실제로 출석한 학생은 548명(2.8%)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충청 지역 한 의대에 재학 중인 B씨는 “빅5 의대를 목표로 수능을 다시 봤다”며 “단체 휴학 중이어서 암암리에 수능을 본 의대생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의대 1학년생 C씨도 서울대 의대 진학을 목표로 7월쯤부터 수능 공부를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의대생의 상향 지원이 현실화하자 일부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실력이 뛰어난 의대생들이 입시 경쟁에 뛰어들면서 상위권 의대 진학 문이 좁아졌다는 것이다. 한 학부모는 "의대생들이 휴학해서 수능을 다시 볼 수 있도록 나라가 판을 만들어준 꼴"이라며 "고3은 첫 수능이라 긴장을 많이 하는데 현역 의대생들이 수능 경험이 있어 고3만 불리해졌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의대생이 반수 하는 건 현역들 죄다 죽이는 것 아니냐” “현역은 서럽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전에도 지역 의대 학생이 상위권 의대에 재도전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올해는 휴학 의대생들이 많아 이런 경향이 더 두드러졌을 것이라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반수생은 9만3000명으로 지난해 8만9000여명보다 4000명 증가했다”며 “그중에는 휴학한 의대생이 상당수 포함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1-22 19:53:58[파이낸셜뉴스] "A기업 반도체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N년차 직장인입니다. 반도체 계약학과를 졸업하고 입사했습니다. 막상 입사하니 이 일을 평생할 수 있을까 고민이 생겼습니다. 필수 근속연수가 끝나 수능 준비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6월부터 직장 병행 수능 준비를 시작했지만 결국 결과가 좋지 못했습니다. 이번엔 퇴사를 하고 메디컬(의·치·한·약·수) 학과를 준비하려고 하는데 입시 방향에 대해 상담을 신청합니다." 의대 광풍에 바짝 긴장한 반도체업계, 왜? 8일 기준 97만 구독자를 보유한 입시 유튜버 '미미미누' 채널의 'All About 입시' 코너에 한 달 전 올라온 사연 중 일부다. 의대를 비롯한 소위 메디컬 학과 '광풍'이 불면서 재수생·반수생에 이어 직장인들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준비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의대 쏠림 현상이 더욱 더 강해질 것이라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의대 정원 확대에 고심이 깊어진 곳이 있으니 바로 반도체업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인재 쟁탈전 속에서 채용전제형 계약학과를 개설해 우수 인재 입도선매에 나섰지만, 자칫 의대 증원으로 계약학과가 최상위권 학생들이 잠시 거쳐가는 '정류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023학년도 입시 기준으로 일부 반도체 계약학과의 수능 평균점수(백분위 기준)는 전국 의대 평균과 1점대까지 좁혀지면서 해당 우려가 '기우'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5년부터 의대 증원 잠정 합의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6월 2025년도 입시(2024년 수능)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6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에서 "의대정원 확대, 의료계와 공감대 이룬 상태"라며 "2025년까지 반영할 것"이라고 의대 증원을 공식화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의대 신입생 정원 확대를 논의한 정부가 환자·소비자·병원·전문가 등 여러 주체가 참여하는 보건복지부 소속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관련 협의를 시작했다. 공대 졸업생도 의대 '눈독' 이에 따라 의대 증원이 향후 몇 년간 입시계의 블랙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소위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대학의 전기전자공학부를 졸업한 김모씨는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 전문연구원으로 병역을 해결하려고 했던 기존의 계획을 바꿔 군 입대를 했다. 김씨는 "군 입대를 해 다시 의대를 목표로 수능을 준비하려고 한다"면서 "주변 대학원 졸업 후 굴지의 반도체 회사의 연구원으로 입사한 선배들이 많은데, 생각했던 삶과는 다른 삶을 사는 것 같아 진로를 변경했다"라고 전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현재 메이저 재수학원의 경우 3수 이상 N수생이 50%에 육박하고 있으며 40대 학생들도 간혹 보이는 정도"라면서 "SKY 재학생을 비롯해 반도체학과, 대기업 연계 계약학과 학생들도 의대 입시를 준비하러 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의 킬러문항 배제도 대학 졸업생 및 직장인 수험생들의 유입을 이끈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수종합학원 관계자 B씨는 "정부의 킬러문항 배제 관련 뉴스가 나오면서 반수반 등에 대한 입학문의가 많이 왔다"면서 "공무원의 인기가 시들면서 차라리 공무원 시험이나 전문직 시험처럼 장기전으로 의대만을 목표로 입시에 뛰어드는 학생들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의대 광풍에 공학 교육 '공동화' 우려의대 증원이 대학의 이공계 교육을 흔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올해 서울대 자연계열 합격자 평균 점수가 연세대와 고려대보다 낮았던 점이 그 예다. 임 대표는 "서울대 공대 일부 학과의 경우 3차까지 추가합격이 돌았다"면서 "의대와 중복 합격으로 인해 추가합격이 일어나면서 점수대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증원규모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1000명 단위까지 늘어날 경우 서울대 공대 상위권 학과의 입시 점수 하락과 최악의 경우 결원모집까지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의대 정원 확대에 각 대학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소재 대학에서 신소재공학과에 재직 중인 한 교수는 "반도체 계약학과에 이어 이번엔 의대까지 증원하면서 공학 교육의 공동화 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공학 교육의 근간은 대학원인데 벌써 대학원생 모집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SKY 대학에 다니다가 자퇴 등으로 학교를 그만둔 학생이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2131명으로 집계됐다. 서울대 경영대를 비롯한 인문계열 '중도탈락자'가 급증했는데, 이를 두고 교차지원으로 인문계열에 진학한 이과생이 의대 재도전을 선택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도 탈락자가 많은 학과는 연세대 공학계열(119명), 고려대 생명공학부(69명), 고려대 생명과학부(65명), 서울대 생명과학부(25명),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24명),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22명) 등이 있었다. 삼성 반도체 수장도 "인력이 부족하다" 의대 광풍으로 계약학과를 개설하는 등 인재 확보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반도체업계의 근심이 깊어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계약학과 학생들 관리에도 고심인데 이젠 재직 중인 직원들의 이탈까지 신경 써야하는 상황이 허탈하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정년이나 소득면에서 월등히 우세한 의료계와 비슷한 처우를 기업이 급작스럽게 제공하기에도 무리가 있어 인력관리나 복지 측면에서 고민이 많다"라고 전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인력은 2021년 17만6000명에서 2031년 30만4000명으로 연평균 5.6%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매년 대학이나 대학원 등에서 배출되는 반도체 산업 인력은 5000명 이하 수준이어서 인력난이 매년 심화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사장)도 지난 5일 서울대 공대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사람을 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 "회사가 지속가능하려면 사람이 가장 필요하다" "인력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는 발언을 하며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2023-09-07 15:58:06[파이낸셜뉴스] 오는 15일 첫 방송되는 JTBC 새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연출 김대진·김정욱, 극본 정여랑, 제작 ㈜스튜디오앤뉴·SLL·JCN)이 JTBC 토일드라마의 흥행을 이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닥터 차정숙’은 20년차 가정주부에서 1년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 분)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표방한 작품. 의대를 다니다 덜컥 임신을 하면서 평범한 주부로 살던 차정숙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다. ‘닥터 차정숙’의 주역들인 엄정화, 김병철, 명세빈, 민우혁은 최근 JTBC Drama 유튜브 채널을 통해 촬영 비화를 털어놨다. 엄정화는 먼저 “의사가 꿈이었던 차정숙이 결혼과 육아로 20년 넘게 완벽한 주부로만 살게 된다. 그러던 중 일생일대 위기를 겪으며 자신의 인생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다가 다시 의사에 도전해 늦은 나이에 레지던트가 되는 이야기”라고 ‘닥터 차정숙’을 소개했다. 또 “차정숙은 고난을 무릅쓰고 자기 스스로를 찾아가는 용기 있고 따뜻한 캐릭터다. 가족들과의 갈등을 자신만의 따뜻함으로 잘 다루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극중 차정숙의 남편이자 대학병원 외과 과장 ‘서인호’ 역할의 김병철은 “자기가 하는 일에 있어서는 대단히 카리스마 있지만 한편으로는 말 못 할 비밀을 가진 인물”이라며 “참 잘생긴 인물(?)”이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명세빈은 극중 집안도 학력도 좋은 의사 ‘최승희’를 맡았다. 그는 “도도하고 부족한 것이 없는 완벽한 캐릭터다. 외국에 나가서 공부를 하다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문제가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극중 간담췌외과 과장 ‘로이킴’을 연기한 민우혁은 “어렸을 때 외국으로 입양됐다가, 부모를 찾아봐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한국에 왔다. 그 과정에서 차정숙이라는 인물을 만나 가족에 대한 의미를 찾아가며 큰 성장을 하는 매력적인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화기애애했던 촬영장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의학용어가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민우혁은 “대본을 보고 읽어도 말이 꼬일 정도였다. ‘지금 가지고 있는 복강경 기구로는 메이저 헤파텍토미(major hepatectomy)가 어려워 4K화질에 3D고해상도 라파로스코픽 시스템(laparoscopic system)이 필요합니다’라는 대사를 자연스럽게 해야 해서 어려웠다”라고 답했다. 김병철은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촬영 에피소드를 떠올렸다. 그는 “기절한 차정숙을 안아서 침대에 옮기는 장면이 있었는데, 엄정화 배우를 안고 연습하다가 바지 뒤가 완전히 둘로 갈라지는 일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엄정화는 “바지를 수선하느라 50분 정도 대기했었다. 사실은 제가 먼저 연습차 들어보라고 했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4-13 11:20:45정부가 22일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충북 오송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오는 2030년까지 제약·의료기기 세계시장 점유율을 6%로 높이고 500억달러 수출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바이오는 미래차·시스템반도체와 함께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 삼총사다. 문 대통령은 1월 수소차(울산), 4월 시스템반도체(경기 화성)에 이어 바이오까지 일일이 현장을 찾아 힘을 실었다. 문 정부의 혁신성장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베스트셀러 '축적의 길'의 저자인 이정동 대통령 경제과학특별보좌관(서울대 교수)은 한국에서 "새로운 제품, 새로운 기업의 도전이 없다"고 지적한다. '축적의 길'은 문 대통령이 탐독한 책으로 유명하다. 오히려 과거로 돌아가면 도전에 성공한 사례가 여럿 보인다. 현대차는 국산 자동차 엔진 개발에 성공했고,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 입지를 굳혔다. 국내 조선사가 만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남이 따라오기 힘들 만큼 경쟁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후속타가 없다. 근래 한국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질 조짐을 보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후속타 1순위 후보는 바이오다. 과거 공대를 나온 인재들이 'IT 강국 코리아'의 밑거름이 됐다. 지금은 똘똘한 청년들이 죄다 의대와 약대로 몰린다. 이 인력풀을 슬기롭게 활용하면 '바이오 강국 코리아'도 허망한 꿈이 아니다.다만 그 전에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 있다. 정부는 의료혁신에 좀 더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 바이오산업은 관련 생태계와 어울릴 때 성장 속도가 빠르다. 원격의료 허용범위는 더 넓히고, 신약 심사와 테스트를 가로막는 장벽은 더 낮춰야 한다. 지난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오는 2030년쯤이면 셀트리온이 (미국 메이저 제약사) 화이자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의 당찬 꿈이 이뤄지려면 규제가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 오래전 황우석 사태, 최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사태에서 보듯 생명공학은 험난한 길이다. 부작용은 최소화해야 하지만, 성과를 기다려주는 인내심 또한 필요하다. 국회는 바이오 관련 법을 선제적으로 처리해주기 바란다. 바이오 업계가 애타게 기다리는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안은 보건복지위를 통과했으나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렸다. 법률안의 체계·형식과 자구에 문제가 없는 한 해당 상임위의 의견을 존중하는 게 옳다. 바이오산업은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 국회가 훼방꾼이 되지 않길 바란다.
2019-05-22 17:18:20반도체 없는 한국 경제를 상상할 수 있을까. 지난해 1~11월 수출에서 반도체는 21%를 차지했다. 시가총액은 삼성전자가 1위, SK하이닉스가 2위를 달린다. 코스피 시총의 약 20%가 두 회사 몫이다. 기업 실적엔 늘 반도체 착시 경고문이 붙는다. 두 회사를 낀 실적과 뺀 실적이 눈에 띄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런 반도체에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부터 호황 사이클이 한풀 꺾일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호황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왔지만 앞으로 3∼4년 후 또는 5년 후를 내다보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성장동력을 찾는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덧붙였다. 나는 바이오산업을 미래 성장동력 1순위로 꼽고 싶다. 바이오는 말 그대로 뜨는 산업이다. 시장은 메모리반도체보다 더 크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2017년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1240억달러(약 139조원) 규모다. 같은 해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80억달러에 이른다(이밸류에이트파머). 성장세도 놀랍다. 연평균 9%씩 성장해 2024년에 38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기준 25% 수준이다. 이 수치는 해마다 쑥쑥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는 우리에게 친숙한 화학합성의약품과 다르다. 화학합성의약품은 대개 알약이다. 주로 입으로 복용한다. 바이오는 세포를 배양해서 만든다. 알약이 아니어서 정맥·근육주사를 맞는다. 그만큼 생산공정이 복잡하고 어렵다. 그 대신 암, 당뇨, 류머티즘성관절염, 알츠하이머 등 난치성·퇴행성 질환 치료에 효과가 탁월하다. 고령화 추세 덕분에 바이오의약품을 찾는 환자는 갈수록 넘쳐날 게 틀림없다. 로슈, 머크, 화이저 등 메이저 제약사들이 일제히 바이오에 힘을 쏟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이 시장에 한국 기업들도 깃발을 꽂았다. 선두주자인 셀트리온은 지난 2002년 설립 이래 램시마·트룩시마와 같은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으로 세계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도 2011년부터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들었다. 단순하게 말하면 시밀러는 복제약이다. 하지만 알약 복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복제약이라도 살아 움직이는 세포를 배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약 복제를 오리지널과 동일하다는 뜻에서 제네릭이라고 부르는 반면 바이오 복제는 비슷하다는 뜻에서 시밀러라고 한다. 국내에는 시밀러뿐 아니라 바이오 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당찬 토종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도 꽤 많다. 36년 전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 진출이라는 대범한 결단을 내렸다. 당시 대학에선 전자공학과가 제일 인기가 좋았다. 이제 반도체 신화를 바이오가 이을 차례다. 요즘 똘똘한 젊은이들은 너나 없이 의대·약대로 몰린다. 다행히 바이오 시장엔 택시·버스 같은 기득권 세력도 없다. 신화 창조에 딱 알맞은 환경이 조성됐다.삼정KPMG 경제연구원의 임두빈 수석연구원은 "한국이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후발주자였지만 글로벌 강자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고 말한다(한국공인회계사회 'CPA BSI 2권' 내 '바이오제약산업, 한국 경제의 혁신성장을 이끌 것인가'). 새해 경제전망이 어둡다. 반도체 하나만으론 벅차다. 적어도 둘은 있어야 한다. 장차 반도체·바이오 쌍두마차가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길, 2019년이 그 원년이 되길 소망한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2018-12-31 15:3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