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북한 권력구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뇌졸중’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병세와 관계 없이 이번 일로 김 위원장의 후계 문제가 북한내 최대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후계 권력구도는 향후 남북관계 및 북핵협상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상황인지, 아니면 급작스런 유고 상황인지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권력구도 변화를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의 정확한 상태는 향후 북한의 권력구도 향배를 예상하기 위해서는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상변화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선 신변에 이상이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경중은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달여 전 경미한 병세의 뇌졸중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는 회복 중에 있다는 정보도 있다. 이 과정에서 수술 후유증으로 9·9절 행사에 참여하려던 것을 취소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김 위원장의 상태가 국정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위중한 상황은 아니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경남대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건강상 이상 징후는 보이나 업무 공백을 보일 정도로는 안보인다”며 “60주년 행사는 중요한데 못나왔지만 거동이 불편할 뿐 업무 공백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목받는 후계구도 가시화되나 정부는 김 위원장이 강성대국의 목표시한인 2012년 후계를 지명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후계문제의 조기 가시화가 불가피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세아들과 당 및 군부에 있는 지원세력, 김 위원장의 네번째 부인 김옥 등이 권력의 핵심주체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건강을 부분적으로 회복해 거동할 수 있으면 후계자를 지명해 공동 통치하는 시대로 조속히 넘어갈 것”이라며 “그 후계자가 김 위원장을 뒷받침하는 형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조성렬 박사는 “김 위원장이 몸이 불편하지만 어느 정도 판단력이 있다면 치료받으면서 후계구도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위원장이 의사표명을 할 수 있되 지병으로 인해 장기 요양이 필요한 경우라면 김 위원장 중심의 현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경우 후계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은 없다는 분석이다. ■김정일 유고시 군부 전면 등장 가능성 만약 김 위원장 유고시에는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후계구도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 위원장이 사망할 경우 권좌에 공백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군부의 전면 등장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선군정치를 강조하면서 군의 역할과 권한을 강화해왔다. 만약 군부 강경파가 득세할 경우 남북관계나 북핵협상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최근 북핵 불능화 조치를 중단하는 등 ‘강경’으로 돌아선 배경도 김 위원장의 건강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후계자는 누구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세 아들 가운데 한 명이 지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후계자란 곧 사상적 후계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김 위원장의 선군정치를 이어갈 계승자는 아들 가운데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에게는 장남 정남(37), 차남 정철(27), 삼남 정운(24) 등 세 아들이 있다. 장남 김정남은 연륜이 짧고 북한내 지지기반이 미약한 점이 부담으로 지적된다. 차남 김정철과 막내 김정운은 김일성종합군사대학을 졸업하는 등 엘리트코스를 착실히 밟아오면서 북한내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이지만 아직 최고권력을 잡기에는 군부 반발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의 친인척과 군부, 김 위원장의 네번째 부인인 김옥 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 위원장 아들들을 비롯해 김경희, 장성택 등 친인척들이 주도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비상시엔 우리의 비상계엄과 유사한 형태로 군이 전면에 나서서 위기관리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은 “김옥은 김 위원장 유고시 영향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며 “군부, 특히 총정치국 사람들이 권력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경우 권력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 형식의 권력 대행 가능성도 제기된다./sykim@fnnews.com김시영기자
2008-09-10 16:40:58[파이낸셜뉴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방에서 회의를 주재하면서 그가 사용하는 마이크에 국무위원장을 나타내는 휘장 문양이 부착된 것이 포착됐다. 통일부는 김정은이 국무위원장 휘장을 부착한 마이크를 사용한 건 처음이라고 4일 밝혔다. 지난달 31일 김정은은 지방발전사업 협의회를 소집, 전국 20개 시와 군에 옷과 식료품 공장 등 경공업공장 건설 과정에서 지역별로 병원과 과학기술보급센터 등을 추가로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그가 사용하는 마이크에 문양이 부착된 게 관측됐다. 김정은이 지방공장 건설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마이크와 간이 탁자에 같은 문양이 붙어 있는 장면이 잡혔다. 휘장은 북한의 국가상징인 국장 아래에 국무위원장 글자가 들어간 형태다. 앞서 국무위원장 휘장은 7년 전 2018년 북중정상회담을 위해 중국 다롄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 전용기 '참매-1호'에서 처음 식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국의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과 같은 이미지로 해석되는 해당 휘장 문양은 열병식 같은 공식 행사장에서 간간이 포착돼 왔다. 국방 외교·안보 전문가는 절대권력 과시를 위해 국무위원장 휘장을 마이크에까지 부착하는 것은 북한 체제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며, 국무위원장 휘장 사용을 확대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권력과 정권안보가 불안하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본지에 우선 "권력이 전혀 문제없이 안정적이면 굳이 문양 확대를 모색할 필요가 없다"며 "이런 측면에서 자신의 절대권력과 위계질서를 강조함으로써 사회불안, 주민불만 등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이라고 진단했다. 반 센터장은 "국제적 차원도 염두에 둔 김정은의 폭넓은 대외활동 예고를 시사한다"며 "북한에서 절대적인 자신의 지위를 과시함으로써 다른 국가 지도자와 협상시 우위를 점하고 협상력을 높이는 데 있어 심리적 차원에서 활용하려는 포석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4대 세습에도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는 것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 자신의 권력이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절대적이어야 어떠한 유사사태에서도 안정적으로 후대에 권력을 승계해 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 센터장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국무위원장 문양 사용은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9-04 13:37:24[파이낸셜뉴스] 전쟁은 국제정치에 막대한 파급력을 미치는 변곡점으로 작용해 왔다. 안보 아키텍처는 전쟁의 결과였다. 전쟁이라는 비극을 목도한 인류가 반성과 성찰로 평화와 안보를 지켜내기 위한 후속조치에 나선 결과이기도 하다. 1914∼1918년간 치러진 제1차 세계대전으로 약 1000만명이 목숨을 잃고 약 2000만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끔찍한 재앙에 직면하자 인류는 재발방지를 위해 1919년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을 설립하게 된다. 1차 세계대전이 유럽의 세력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한 바 세계적 규모의 전쟁의 구조적 근원이 유럽으로 인식되었고 이를 반영하듯 본부는 유럽의 스위스 제네바에 두게 된다. 세계평화를 이루어내고자 국제연맹에 적용한 공식은 개념적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정교했다. 집단안보 개념을 공식에 담았고 동시에 군축을 통해 무기 사용을 통제하는 구도도 공식에 반영하고자 했다. 하지만 국제연맹은 공허한 메아리로 되고 만다. 국제연맹을 전면에서 제창한 지도자가 미국의 윌슨 대통령이었지만 정작 미국은 국제연맹에 참여하지 않는 등 국제정치를 주도하는 강대국과는 거리가 있는 국제기구라는 한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러던 중 전쟁은 또 다른 변곡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1939년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발발한 전쟁은 전 세계로 확대된 것이다. 1945년까지 지속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약 7500만명 사망이 추정될 정도로 극단적인 비극에 직면하자 인류는 다시 반성과 성찰을 하게 된다. 이에 국제연맹은 국제무대에서 사라지고 이를 대체할 국제연합(UN: United Nations)이 1945년 비준된 후 1946년 국제연맹을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기구가 된다. 이로써 국제안보 아키텍처 뉴욕 본부 시대가 시작된다. 한편 지금의 국제정치를 지정학의 부활 혹은 강대국 정치의 귀환이라 규정하며 과도기 국제질서로 인한 도전에 주목하는 상황이다. 이 도전 중에서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유명무실화가 가장 심대한 상황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작동정지의 주범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는 주권국인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했고, 2024년 3월에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국제 규칙·규범 작동을 정지시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19일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여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을 체결하며 기존의 국제안보 아키텍처를 심하게 훼손시키고 있다. 불법거래로 점철되는 북러조약은 북한의 오판 가능성과 군사적 긴장을 높일 뿐 아니라 러시아를 한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으로 규정하게 한다는 점에서 안보지형을 크게 흔드는 사안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행보는 한반도 안정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기에 위태롭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는 단지 한반도 안보 위기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국제안보를 지탱하던 국제기구가 약화되면 억제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대규모 전쟁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국제연맹이 제구실이 못하는 약한 지반은 독일과 같은 침략국에 전쟁이라는 오판하도록 조장했고 그 결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에 직면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안보를 지탱해 온 유엔이 약화되고 나아가 이를 방치하면 인류는 대규모 전쟁이라는 블랙홀로 또다시 내몰릴 수 있다. 우려되는 점은 러시아의 행보를 보면 상황이 이러한 방향으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강대국이 참가하지 않는 국제연맹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유엔은 상임이사국에게 거부권이라는 막대한 권한을 부여하면서까지 강대국에게 책임 있는 역할을 주문했다. 그런데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책임 있는 역할은커녕 그 지위를 침략전쟁 등에 악용하여 전 세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유엔 출범 80주년이 목전으로 다가온 지금 승전 강대국에게 부여했던 거부권이 되레 국제안보에 독이 되고 있다. 물론 거부권이라는 국제정치 권력을 누려온 러시아이기에 이러한 지위를 버리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규칙위반 행보는 유엔 안보리 해체를 원해서가 아니라 되레 그 반대로 국제정치에서 자신이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행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러시아의 행보는 국제안보의 보루로 80여년간 작동해온 유엔을 위태롭게 하고 이는 또 다른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북러 불법거래를 지역적 차원이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심각한 사안으로 규정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제정치가 전쟁의 블랙홀로 빨려들지 않도록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 작동을 정상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북러거래의 불법성을 명확히 규정하고 제재 강화 등을 통해 규칙위반 행동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공식이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유사입장국이 보다 결속력을 높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을 물리칠 수 있도록 지원 수준을 한층 높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과도기 국제질서 시기에 유엔 대체 기능 효과를 유도하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국제사회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만약 러시아가 승리라도 거머쥔다면 이는 유엔 안보리 기능 정지이자 규칙기반 질서 와해의 서막이 될 것이다. 침략국의 승리는 전쟁의 끝이 아니라 전쟁의 시대 도래라는 재앙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러시아와 북한이 손을 잡으면서 한국은 국제안보의 직접적인 당사국이 되었다. 한국은 북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도전을 지역적 차원이 아닌 국제적 사안으로 인식하는 가운데 주도국으로서 이 문제에 대처하도록 획기적인 정책적 진화가 필요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6-25 15:39:244월 10일 총선 이후 정부외교는 어떠할까. 집권 여당의 패배 이후 총리와 비서실장의 사의 속에 국가안보실은 제외되었다. 대북 대외정책 분야는 총선 결과와 무관하게 윤석열 정부가 나름 자신하는 영역이다. 기조가 변하려면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바뀌지 않았으니 정부의 향후 외교기조는 그대로일 듯하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정부외교는 전략적이든 전술적이든 변화의 조짐이 있어 보인다. 지난 4월 2일 정부는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송출에 관여한 러시아 기관 2곳과 개인 2명, 또 북러 간 군수물자 운송에 관여한 러시아 선박 2척을 독자적으로 제재했다. 러시아는 "비우호적 조처"로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그러나 양측 공방은 요란했어도 제재대상들이 한국에 오지 않는 이상 제재는 무의미하다. 장호진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4월 27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한러 관계는 복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러북 군사협력 상황에도 양국 관계는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우려의 균형을 통해 서로 레버리지가 있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여러 가지를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4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은 인천 중구 해양경찰청 서해5도특별경비단을 방문, 중국 어선 불법조업과 관련해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셰셰" 발언과 차별화를 통해 국회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었다. 중국에 상호존중을 견지하는 강경 입장이 선거 후에도 지속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선거 직후 전혀 결이 다른 대중(對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오펑 랴오닝성 당서기가 4월 22~25일 김동연 경기도지사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한덕수 국무총리, 조태열 외교부 장관,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이해찬 전 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을 각각 면담했다. 코로나19 이후 첫 지방 당서기의 방한이라 그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으나 정치적 위상을 고려할 때 만났던 한국 측 인사들의 격은 과공비례(過恭非禮)였다. 한중 정상회담을 위한 전 단계로서 한일중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일 수 있으나 그간 정부가 얘기해온 상호존중의 한중 관계와는 궤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 왜일까. 지난 4월 11~13일 자오러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방북이 있었다.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으나 궁금증이 들었다. 이제 중북 관계는 완전히 정상국가 관계가 되었는가? 카운터파트인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자오의 방북일정을 같이했지만 지난 2018년 3월부터 1년3개월 동안 다섯 번이나 북중 정상회담을 열었던 당시 양국의 열정은 없었다. 드러난 일정만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오러지를 마지막 날 만나기는 했어도 식사 한 끼 대접했다는 뉴스는 없었다.언제든지 친척처럼 왕래하는 관계라 했는데, 중북 수교 75주년에 중국 권력 넘버3 정도라면 북한식 파격적 장면을 연출했을 법도 한데, 이제 서프라이즈는 없는 지극히 정상적 관계로 변했는가? 북중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그런 관계가 아닌데도 그런 관계로 기정사실화한 것은 아닐까? 그럼 이제 정부의 대중 정책은 변하고 있는가? 한국에 미국과의 동맹 강화는 신냉전적 전 지구적 지전략적 전환기 흐름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보수정권으로서 미국과 단단히 손잡고 싶은 현 정부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미국 주도 대러 제재와 대중 압박에 어느 정도 동참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중러와의 손을 놓거나 주먹을 쥐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북중러 3각 구도를 우리가 만들어주는 자충수를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의 대중·대러 정책에 전략적이든 전술적이든 최근 행보는 정부의 의도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이념, 신념과 무관하게 국익을 위한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뒤늦었지만 자각한 결과라 믿고 싶다.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
2024-04-29 20:12:52[파이낸셜뉴스] 북한은 말 그대로 불량국가다. 이를 방증하는 대표적 사례가 다른 국가의 국민을 납치해서 북한으로 끌고 간 납북자 문제다. 우선 북한은 한국인을 납치하고 이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한국인 납북은 약 88%는 북한의 침략으로 시작된 6·25전쟁 발발 3개 월내에 주로 발생했고, 전쟁 이후에 납북된 사례도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영화광으로 알려진 김정일 지시로 일으킨 영화배우 최은희·신상옥 납치사건이다. 북한은 일본인도 납치한 사실이 있고 북한은 현재 이 문제를 일본에 대한 레버리지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는 1970-80년대 주로 이루어졌다. 최근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두고 일본과 북한의 접촉 사실이 회자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납북자 문제 해결의 절박함을 북한이 일본에 대한 레버리지로 역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역력하다. 북한 노동당 부부장인 김여정은 3월 25일 조선중앙통신 공개담화로 기시다 일본 수상이 김정은과 정상회담 의사를 타진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양측 합의 없이는 공개할 수 없는 정상회담 타진 사실을 김여정이 언론을 통해 선제적으로 밝힌 것은 여론전이자 심리전을 구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여정 언급을 두고 일본측은 “아직 알지 못한다”며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북한은 일본의 정상회담 의사타진 사실을 언급한 바로 다음 날인 26일 김여정은 “일본과의 어떤 접촉·교섭도 외면하고 거부할 것”이라며 마치 일본을 조롱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납북문제를 두고 일본에 대한 외교적·전략적 레버리지를 높이는 셈법을 구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외교적 기싸움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지점이 있다. 첫째, 북일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 측면이다. 일본 정상이 김정은을 양자 차원에서 만나야 할 직접적 이유는 납북 문제 해결이다. 그런데 북한은 납북 문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기에 이것이 의제로 상정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우선 납북 일본인 수에서 일본은 17명이라고 주장하고 북한은 13명이라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한은 13명 중 8명은 사망하고 5명은 일본으로 복귀해서 납북자 문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고 일본은 북한의 이러한 주장을 믿지 않는다. 따라서 의제로 상정된다면 북한이 자신의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시인하는 것이 되고, 의제로 상정되지 않는다면 일본 정상이 굳이 김정은을 만날 이유가 없게 된다. 따라서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둘째, 국내정치 체제 차이가 레버리지 차이로 이어진다는 점에 주목하여 이에 끌려가지 않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본은 북한이 납북자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로 상정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주지하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정상회담 의사를 타진할 정도로 급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현재 기시다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인 20%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9월 예정인 중의원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정치권력에 빨간등이 켜질 수 있기에 일본인의 관심이 높은 외교 의제를 통해 지지율 반등을 노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일본의 성급함과 북한의 심리전은 이 두 국가의 정치체제가 다르다는 구도에 기인한다. 민주주의 체제인 일본은 지지율이 권력의 요체인 반면 독재체제인 북한에는 권력의 요체는 공포정치다. 북한에는 공정선거를 통해 국민의 권력자 심판이라는 것이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 정권은 상대방의 시기적 조급함을 역이용해 외교적·전략적 레버리지를 높이는 술수를 구사하는데 바로 이것이 북일 접촉과정에서 역력히 나타나고 있다. 정치체제적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러한 레버리지 행사 차이는 비단 일본만의 도전요소는 아니다. 한국도 마찬가지 구도에 있다. 북한의 정치권력은 변함없는데 한국의 권력은 수시로 바뀐다는 구도를 역이용하며 북한은 도발 등 군사적 긴장을 극대화하며 한국에 대한 외교적, 전략적 레버리지를 제고하는 행보에 나서고 있다. 연합훈련 정상화, 군사적 억제력 제고 등 한 국가의 지극히 정상적인 안보정책을 호전적 정책이라 묘사하며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자신의 권력은 사실상 영구적이라는 판단하에 외교적 대화는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아무 때나 정할 수 있다는 속셈이 내재되어 있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이러한 북한을 상대하려면 최소한 외교·안보 전략은 독트린 수준으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의 정권이 바뀌면 모든 것이 다 바뀌는 외교·안보 정책으로는 독재정권 북한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더불어 한국도 납북자 문제에 대해 관심을 제고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권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외교안보전략으로는 협상을 위한 대북 레버리지를 제고할 수 없을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3-31 17:18:51처음으로 세대 갈등과 대결이 선거의 주요 주제로 떠올랐다. 독재 대 민주, 영호남 대결 같은 주제는 오랫동안 익숙했지만 세대 간 대결은 다소 생소하다. 새로운 대결구도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86운동권 기득권 집단'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심판을 요구하는 흐름과 제3지대 개혁신당에서 MZ세대의 결집을 요구하는 두 가지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세대의 특징이 확연하다. 6070은 국민의힘을, 4050은 민주당을, 2030은 제3지대를 상대적으로 선호한다. 20여년 전에 비하면 큰 변화이다. 노무현 바람이 불었을 당시에는 2030이 민주당을 지지했고, 50대 이상이 그 반대편에 섰으며, 40대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관권이었다. 그 당시의 2030이 지금은 4050이다.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시절의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 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정치학에서는 '세대론'이라고 하는데, 청년 시절의 정치·사회·문화적 경험이 그 세대의 투표성향을 특징 짓는다는 것이다. 젊고 어린 시절 세계 최빈국의 환경과 한국전쟁을 경험했던 60대 이상은 늘 북한의 위협이 걱정이다. 민주주의와 복지제도가 우리나라를 가난하게 할까 봐 근심이다. 가난과 전쟁이 마음속에 깊게 새겨져 있다. 4050은 다른 세상을 살았다. 6월 항쟁, 3저 호황 시대에 살았던 이들은 중진국 시민으로서 독재와 싸워 승리한 세대적 경험을 안고 있다. 1980년대의 386과 1990년대의 전교조 세대가 자라서 지금의 4050이 되었다. 반독재 민주주의가 가슴에 새겨져 있어서 정치검찰 이슈 같은 것에 민감하다. 젊은 시절을 후진국 시대에 살았던 6070, 중진국 시절에 살았던 4050에 이어서 선진국 문턱에 들었던 2030이 등장했다. 정보화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이 중요한 이슈이다. 일본과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영원히 자신의 세계관이 세상을 관통할 줄 알았던 민주당 입장에서는 MZ세대가 다른 가치관을 갖고 살고 있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정의로운 세대라는 자부심이 강한데, 국민의힘과 함께 꼰대로 취급받는 게 곤혹스럽다. 아니 젊은 세대에서 국민의힘을 공공연히 지지하거나 제3지대로 가는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 돌이켜 보면 딸과 아들이 기성세대를 거부하는 현상은 한 세대 이전에도 나타났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 참전하면서 산업화를 이룬 지금의 6070은 민주화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얘기하는 자식 세대를 이해할 수 없었다. 386세대는 민주주의를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는 자식 세대가 탐탁지 않다. '자기 성공의 배신'이다. 그 당시에는 지상 목표였던 것을 이루고 나면 다음 세대는 새로운 것을 중시하게 되어 있다. 세상의 이치다. 그렇다고 정치의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권력을 둘러싼 치열한 쟁투가 동반되어야 한다. 5·16(1961)과 양김(1971)의 출현은 당시 각각 진보·보수 정치권에서 기득권 세대와 치열한 싸움의 성격을 갖고 있다. 또 양당정치라는 구심력과 다당제 혹은 제3지대라는 원심력 사이에서 폭발음이 있어야 한다. 1992년 대선 정주영 돌풍, 2016년 총선 호남 안철수 바람이 그 대표적인 예다. 2024년 세대론은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MZ세대를 대표하려는 제3지대의 대표 정치인들이 MZ이거나 MZ에 부응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한계도 갖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특정 세대나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2030이 일어서는 것은 중요하다. 인구위기, 환경위기, 연금위기, 재정위기 등 모든 이슈가 미래세대인 그들의 희생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늘 자기 세대의 책임이다. 누구를 이번 선거에서 지지하건 역사의 주체가 되어 국민의힘, 민주당, 개혁신당, 녹색정의당을 바꾸는 일을 하기 바란다. MZ세대여, 방관하지 마라! 당신들의 미래가 너무 급박하다.민병두 보험연수원장
2024-02-14 18:33:1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자기가 신세 지거나 아는 사람에게 은혜를 갚는 식으로 끼워 넣는다거나, 이후 내부 정치나 자기 세력 확대를 목적으로 한 구도를 짜는 식의 사(私)가 들어갔을 때 선거가 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총선 공천 원칙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 위원장은 깨끗한 공천, 당사자를 설득할 수 있는 공천, 이기는 공천을 기본 원칙으로 제시하면서 "저는 그 공천을 하기에는 가장 적합하고 준비돼있는 대표"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자신이 비대위원장 취임과 동시에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을 내세워 낙하산이나 사천 공천은 없을 거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다만 한 위원장은 '권력의 실세, 의회의 기득권으로 대표되는 사람들이 공천에서 상당수 탈락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권력의 실세, 의회 권력 핵심이 이길 수 있고 우리 당 선거에 도움이 되는 분이라면, 그분들이 불출마하겠다고 하면 집에 가서 말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기준은 명확하다.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후보가 이길 수 있는 지역에 나가 이기는 것"이라며 "몇 선 이상은 그만둬야 하고, 권력과 친하면 그만두고 하는 것은 이기는 논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무조건적인 중진 불출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과는 별개로 당은 중진 희생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서병수 의원(5선·부산 진갑)은 이날 부산 북강서갑에 출마해달라는 당의 요청에 "힘겨운 도전이 되겠지만 당이 결정하면 존중하고 따르겠다"며 수락 의지를 밝혔다. 김태호 의원(3선·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도 오는 8일 양산을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은 이날 추가로 조해진 의원(3선·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게도 김해 지역구 출마를 요청했고, 조 의원은 이른 시일 내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당이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 위원장은 재차 '운동권 청산'과 '정치개혁'을 필두로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한 위원장은 토론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청산해야 할 과제는 검사독재"라고 주장한 데 대해 "검사독재가 있다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금 감옥에 있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그는 "유능하고 준비된 분들이 대한민국에 많이 계시는데 그분들이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것을 운동권 특권 세력이 막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그 부분이 청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꺼낸 정치개혁이 국민에 소구력이 높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지금의 강한 진영대결 양상 때문에 지금 각 당이 제시하는 정책들은 각 당의 지지율에 거의 대부분 수렴하고 있지만 국회의원 정수 축소, 세비 중위소득화 같은 국민의힘의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의 지지율을 훨씬 넘는 압도적인 지지가 확인되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비롯한 정치개혁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한 위원장은 "핵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대단히 매력적인 주장"이라면서도 "북한의 핵확산, 세계 전체로서의 핵 문제에 대한 기준과 다른 나라와의 공조·균형을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4-02-07 18:11:06[파이낸셜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자기가 신세 지거나 아는 사람에게 은혜를 갚는 식으로 끼워 넣는다거나, 이후 내부 정치나 자기 세력 확대를 목적으로 한 구도를 짜는 식의 사(私)가 들어갔을 때 선거가 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총선 공천 원칙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 위원장은 깨끗한 공천, 당사자를 설득할 수 있는 공천, 이기는 공천을 기본 원칙으로 제시하면서 "저는 그 공천을 하기에는 가장 적합하고 준비돼있는 대표"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자신이 비대위원장 취임과 동시에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을 내세워 낙하산이나 사천 공천은 없을 거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다만 한 위원장은 '권력의 실세, 의회의 기득권으로 대표되는 사람들이 공천에서 상당수 탈락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권력의 실세, 의회 권력 핵심이 이길 수 있고 우리 당 선거에 도움이 되는 분이라면, 그분들이 불출마하겠다고 하면 집에 가서 말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기준은 명확하다.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후보가 이길 수 있는 지역에 나가 이기는 것"이라며 "몇 선 이상은 그만둬야 하고, 권력과 친하면 그만두고 하는 것은 이기는 논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무조건적인 중진 불출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과는 별개로 당은 중진 희생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서병수 의원(5선·부산 진갑)은 이날 부산 북강서갑에 출마해달라는 당의 요청에 "힘겨운 도전이 되겠지만 당이 결정하면 존중하고 따르겠다"며 수락 의지를 밝혔다. 김태호 의원(3선·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도 오는 8일 양산을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은 이날 추가로 조해진 의원(3선·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게도 김해 지역구 출마를 요청했고, 조 의원은 이른 시일 내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당이 중진들에게 지역구 변경을 권고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낙동강 벨트 탈환'이다. 경쟁력 있는 다선 의원들이 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차지한 영남권 지역구에 도전해 선거에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예상된 시나리오였던 중진 불출마나 수도권 험지 출마 대신 '준험지'로 분류되는 낙동강 벨트 출마를 비주류 중진들에 먼저 권하면서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당이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 위원장은 재차 '운동권 청산'과 '정치개혁'을 필두로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한 위원장은 토론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청산해야 할 과제는 검사독재"라고 주장한 데 대해 "검사독재가 있다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금 감옥에 있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그는 "유능하고 준비된 분들이 대한민국에 많이 계시는데 그분들이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것을 운동권 특권 세력이 막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그 부분이 청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꺼낸 정치개혁이 국민에 소구력이 높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지금의 강한 진 영대결 양상 때문에 지금 각 당이 제시하는 정책들은 각 당의 지지율에 거의 대부분 수렴하고 있지만 국회의원 정수 축소, 세비 중위소득화 같은 국민의힘의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의 지지율을 훨씬 넘는 압도적인 지지가 확인되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비롯한 정치개혁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한 위원장은 "핵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대단히 매력적인 주장"이라면서도 "북한의 핵확산, 세계 전체로서의 핵 문제에 대한 기준과 다른 나라와의 공조·균형을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4-02-07 16:31:25[파이낸셜뉴스] 김정은이 '대사변'이라는 단어까지 꺼내어 들고, 남북관계를 적대관계로 규정하는 등 2024년의 목표를 전쟁연습으로 설정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특히 김정은이 군 주요지휘관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무력 충돌'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한 것은 조선인민군에 실전을 준비하라는 명확한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2024년은 시작과 동시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북한정권이 전쟁준비를 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6·25전쟁을 일으킨 김일성이 속전속결전으로 전쟁승리라는 목표달성에 실패하고 아들과 손자에게 정권을 물려주며 권력을 유지해 온 북한정권에게 제2의 6·25전쟁 설계는 70년 동안 가동되어 왔다. 단지 과거와 다른 것은 김정은은 이러한 한반도 무력통일 전략을 숨기지 않고 대내외적으로 천명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무력통일 전략을 회색지대(Gray zone)에 두지 않고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초강수를 두는 것일까? 그것은 과거와는 두 가지 변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핵무기 변수로 김정은의 북한은 핵무력을 실전배치가 가능한 수준으로 고도화시킨 후 이제는 제2격 능력 완성까지 근접 상태로 핵무기가 한반도 전쟁의 주도권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는 파괴력 있는 무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국제정치 변수로 중국과 러시아가 자신을 두둔해 줄 수밖에 없는 신냉전의 국제적 역학을 역이용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변수가 절충되는 환경에서 김정은이 한반도 무력통일 전략을 공개천명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한편 김정은이 “통일불가론”을 꺼내어 들면서 동시에 남한 점령을 목표로 삼았다는 점에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통일을 정책으로 선택하지 않는다면 두 개 국가로 영구적으로 분리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그런데 남한점령을 염두에 둔 것은 통일을 하겠다는 의미이기에 모순 그 자체다. 왜 이런 모순이 발생하는 것일까? 김정은의 통일불가론은 한반도 전체가 자유민주주의가 되는 통일은 절대 안 된다는 의미를 역설하면서 자국의 주도하는 무력통일이 유일한 답이라는 의식을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통일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자유민주주의 통일과정에서 김정은 정권 실각 가능성을 우려하는 과정에서 모순적 메시지가 불쑥 나온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두 가지 변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해로 2024년을 꼭 집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2024년을 4대 세습의 초석을 다지는 해로 삼으려는 포석과 무관치 않다. 김정은은 군 수뇌부를 바로 앞에 두고 무력충돌 준비 지시를 한 당일 날 저녁에 김주애를 대동하고 신년음악회를 관람했는데 그 자리에는 당정군 간부들이 있었다. 이는 김정은이 전쟁연습에서 주요 역할을 수행하는 간부들에게 김주애를 차기 지도자로 각인시키는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2023년을 마무리하고 2024년을 시작하기 위한 그 자리에 김주애를 주인공으로 만들려고 애를 쓴 것은 2024년을 김주애 후계구도 초석 다지기의 원년으로 삼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둘째, 2024년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기회의 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트럼프가 재집권 시 자신이 공식 핵보유국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모양새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면 향후 트럼프와 협상 시 유리한 고지에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거래는 핵무기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북한에 제재를 일부 완화하면서 대신 추가 고도화를 막는 수준에서 절충하는 방식이 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과적으로 핵보유국의 지위를 부여해 주는 최종상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의 핵 프로그램을 완성시켜 주는 최고 수준의 전략적 거래다. 따라서 이 목표 달성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차원에서 군사적 긴장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이 2024년에 긴장수위를 끌어올리려는 세 번째 이유는 유엔 안보리에서 동시에 이사국으로 역할을 하게 된 한국, 미국, 일본에 대한 선제적 견제라고 볼 수 있다. 2023년 3자 안보협력 플랫폼을 공식화한 상황이기에 한미일은 2024년에 유엔 안보리에서 체계적인 공조를 통해 북핵에 대한 압박 수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이 도래되어 수세적으로 방어하기보다는 선제적으로 공세에 나서서 이러한 공조의 판을 흔들어보겠다는 속내가 있는 것이다. 북한이 전쟁까지 운운하며 긴장수위를 끌어올리면 중국·러시아가 유엔 안보리를 통한 한미일의 대북 압박을 약화시키는 데 그 역할을 높일 것이라는 셈법도 작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2024년은 외교·안보에서 고난도 퍼즐을 매일매일 풀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를 지혜롭게 줄어 내는 데 있어서 한미동맹, 한미일 안보 아키텍처 등 기존의 ‘안보중심 외교’뿐 아니라 나토-AP4 등 ‘융합외교’도 중요하고 유사입장국과의 ‘가치연대외교’도 중요할 것이다. 더불어 중앙아시아, 글로벌 사우스 등 다양한 국가들과의 ‘확장외교’와 비유사입장국과의 ‘포용외교’도 중요할 것이다. 결국 억제력 강화와 외교력 극대화가 고난이도 퍼즐 해결의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다. 2024년에도 외교·안보는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1-02 11:48:44[파이낸셜뉴스] 북한의 핵무력 강화와 사용의지 노골화가 레드라인을 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레드라인에 진입한 후 이를 넘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는 점이다. 북한은 2022년 9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핵무력을 법제화하며 사실상 ‘억제’를 넘어 선제적인 핵무기 사용의지를 공식화했다. 그런데 단 1년 만에 이제는 핵무력정책을 헌법에 명시하며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더욱이 핵무기 수량을 기하급수적인 수준으로 증가시키고 다종화하여 실전 배치하겠다는 엄포를 놓았다. 핵무력정책 헌법 명시는 무슨 셈법을 내포하고 있는가? 첫째, 핵무력 포기는 없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셈법이 있다. 헌법 명시는 이 정책을 되돌리는 길을 원천 차단하는 의미가 있다. 북한체제는 절대권력자의 의지대로 법체계가 움직이는 만큼 법적 구속력과 기능이 민주주의 국가와는 사뭇 다르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헌법 자체에 명시되었다는 것은 추후에 상황이 바꾸었더라도 쉽게 핵무력정책을 헌법에서 빼기는 어려운 구도가 되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는 비핵화 해법이 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는 의미다. 둘째, 자체적 핵무력 보유 이상의 지위를 노리는 셈법이 있다. 핵무력을 군사적으로 보유한 것을 넘어 법제화, 헌법화한 것은 이제 헌법적 지위에 부합하는 위상을 국제사회에 드러낼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즉 헌법 명시를 통해 핵무력 보유 기정사실화를 강화함으로써 최종적으로는 핵보유국 공식 지위를 인정받는 절차를 가속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물론 북한은 이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방식으로 신냉전 구도를 역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김정은 수령화의 포석이다. 절대권력자가 절대무기를 완성했다는 사실을 헌법명시를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함으로써 김일성, 김정일의 유훈통치를 달성한 후계자라는 성과홍보를 통해 제3대 수령으로써 기반을 굳히는 국내정치적 셈법도 있다. 북한의 핵무력 헌법 명시는 그 자체로서 국제질서 위반이지만 이러한 북한의 국내적 의도가 신냉전 구도라는 국제적 환경과 맞물려 전략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의 행태에 대한 반응적 대처를 넘어 판도를 주도할 선제적 대안 마련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할 수는 없겠지만 ‘비핵화’ 해법이 너무 먼 지점에 있다는 사실도 직시하는 것이 그 시작일 것이다. 우선은 NCG(올 4월 한미정상 워싱턴회담 결과로 출범한 핵협의그룹)은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한미동맹의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은 상설협의체인 N 기반 대응 차원에서 의제를 다양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동기획과 공동실행은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의제로 잘 진행하되 ‘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을 한국에 대한 자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포함하는 사안도 다룰 수 있도록 확대·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 강압에 한국형 확장억제와 원자력 인프라 극대화로 대응하는 모습은 북한의 오판 방지에 기여할 수 있고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원자력 협력이 가능토록 함으로써 한미일 협력에도 선순환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6·25전쟁식 대응에서 벗어나 현실상황에 기반한 전장 시나리오를 다양화하여 사전에 촘촘한 해법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한국군은 지금까지 제6·25전쟁을 막겠다는 군사적 관성으로 전력, 인프라, 작계 등을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핵무기 없는 북한과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은 다르다. 적국의 무기가 달라졌다는 점에서 게임이 변화된 전장을 제대로 직시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나아가 이에 대응하는 절차를 숙달해 나가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인질화하여 이전과는 다른 수준으로 군사적 위협과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주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3-10-02 15:2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