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넘쳐나는 뉴스, 딱 '쓸만한 이슈'만 씁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다양한 이슈를 새로운 시선에서 뾰족하게, 삐딱하게 탐구합니다. <편집자 주> 얼마 전, 15년간 함께 살았던 기자의 반려묘가 고양이 별로 돌아갔습니다. 성인이 된 후 가족과 떨어져 독립생활을 한 순간부터 줄곧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숨 쉬고, 잠들고, 교감하던 작은 생명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면서 느낀, 심연과도 같은 슬픔과 감회는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는데요. 반려동물과 함께 한 경험이 없으시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조금은 과장된 감정으로 비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었던 보도, 반려동물의 과세 정책과 관련한 기사에 이어진 댓글들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는데요. 건강 보험료나 국민연금 인상 소식에 쿠데타라도 일으킬 듯 분노를 표출하던 네티즌들이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세금을 내겠다"는 의견을 보인 겁니다. 사회로부터 나의 반려동물이 갖는 권리와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응당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인식이 커진 건데요. 한국 사회, 언제부터 이렇게 생명에 대한 책임감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게 됐는지, 마음이 찡해져 울컥하고 말았지 뭡니까. '물건' 지난 23일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제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서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는데요. 반려동물 보유세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윤 후보는 홍보 영상을 통해 " 동물을 등록하면 세금을 좀 내는 대신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요. '가족과도 같은 나의 반려동물을 위해 세금을 내고, 권리를 보장 받는 동시에 사회적 보호를 받는다'라는 취지는 일단 바람직합니다. 지난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는 전체의 25.4%인 602만 가구에 달하고요. 양육 인구 수는 15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펫팸족(반려동물(Pet)과 가족(Family)의 합성어)'이라는 말이 새롭게 등장하고, 국내 반려동물 관련 용품 시장 규모가 3년 내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현행법마저도 사실은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국민정서적으로도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지요. 네, 이론상으로는 훌륭합니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세상이라는 게 그렇게 만만치가 않은 곳이라서 그렇죠. '버림' 반려동물 보유세 관련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공의 동물보호센터 운영에 따른 사회적 비용 감소·반려동물 양육에 수반되는 책임감 강화 등의 장점과 같은 긍정적 측면이 많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현실적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 등이 찬반양론으로 부딪히고 있는데요. 가장 중요한 쟁점은 유기동물의 증감여부일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정책 도입 시 양육자가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양육하는 행위에 대해 좀 더 신중한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그에 따른 책임감이 이전보다 강하게 실릴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요. 전체 가구의 56%가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독일의 경우 실제 보유세 도입 이후 유기동물이 줄었다는 통계 조사가 있기도 합니다. 현재 유럽에서는 연간 약 25만원 가량을 보유세로 납부하고 있습니다.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버려지거나 잃어버린 유기·유실 동물은 11만3072마리로 집계됐는데요.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 회장은 지난 24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유기견 중 80% 이상이 시골 마당에서 경비 목적으로 기르는 믹스견"이라며 "농촌에서는 노인들이 여러 마리 반려동물을 한꺼번에 키우는 경우가 많다. 이들 대부분은 취약계층으로 보유세 도입시 반려동물을 대량으로 버려서 유기동물이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반려=함께하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한국 사회에서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인식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변화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가정에서 양육하는 강아지와 고양이 등은 '반려동물'이 아닌 '애완(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김)동물'로써 구매해 키우는 대상에 불과했지요. 기자 또한 '강아지 한 마리 아프다고(죽었다고) 요란을 부린다'며 야단 맞던 시대를 살아왔고요. 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발달로, 고양이 한 마리를 구하기 위해 불 속으로 뛰어드는 '외쿡 소방관' 아저씨의 모습이 전 세계에 공유되면서, 사회 구조와 그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로 1인 가구와 딩크족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그리고 또 뛰어난 언변을 가진 어느 유명한 '반려견 전문가'의 조언과 호소가 마음에 와 닿으면서 생명에 대한 우리의 시선 또한 성숙해졌습니다. '작은 생명을 향한 나의 사랑'이 존중 받고 보호 받는 사회가 된 겁니다. 이쯤에서, 특정 종에 치우친 반려동물의 생명권만을 중시하는가, 전 세계에서 매일같이 식용으로 도살 당하는 동물들의 생명 존엄에 대해서는 어째서 개와 고양이 등만큼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가 라며 ‘유난 떨지 말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네요. 네, 마찬가지로 고려돼야 마땅한 사안이고, 문명 사회로 발전을 더해가는 세계의 큰 딜레마이지요. 사실 우리가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다소 늦게 반려동물과 인간의 생활에 대해 정부 차원의 논의를 하고 있는 것조차 과거에는 생각지 못했던 일입니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식용 동물 도축이 정치권과 각계의 뜨거운 이슈인 만큼, 우리도 언젠가 이에 대해 좀 더 포괄적인 논의를 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 아닐까요?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9-24 13:57:02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바투미에서 편히 쉬고 난 어느날 드디어 튀르키예로 출발한다. 바투미에서 국경까지는 단 30분밖에 안된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않아 줄지어 서있는 대형트럭들을 보니 벌써 국경이구나 실감이 난다. 처음 이런 광경을 봤을 때는 저 많은 트럭들 뒤에 서야하나 걱정을 했었는데 이젠 당연하다는 듯 트럭들을 피해 앞으로 쭉 나가서 소형차들의 뒤에 선다. 화물을 실은 대형트럭들은 다른 절차를 밟아야하는지 항상 따로 줄을 지어있었다. 조지아 출국심사대에서 우리 서류를 유심히 보던 사무관이 무언가 이야기를 한다. 별문제 없을거라 마음놓고 있었던 우리는 당황해서 보니 자동차등록증에 알파벳이 하나 틀린 것이 있던 것이었다. 출국후 반년 가까이 돼서야 겨우 그것이 잘못된 것을 알게되다니 좀 황당스러웠다. 하지만 올바르게 표기된 다른 서류를 찾아 보여주며 우리나라 관공서의 실수라고 이야기하자 다행히도 더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보내주었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큰 문제없이 통과해 다행이었다. 튀르키예 입국때는 최소 3개월짜리 자동차 보험이 의무라고 해서 162달러를 주고 가입했다. 까브리는 큰 차라서 이 가격이고 작은 승용차는 조금 저렴한 것 같았다. 또한 미리 준비하면 좀 더 저렴하게 할 수 있다고 하는 것 같다. 한국인은 튀르키예에 무비자로 3개월간 체류가 가능하다. 보험료도 냈으니 3개월 꽉차게 잘 놀다 가야겠다. 튀르키예 세번째 방문 "육로로 오다니 기분이 색다르네" 나는 95년도에 처음 튀르키예에 여행을 왔었다. 그리고 2014년에 탄이랑 9일간 패키지여행을 했고 이번이 세번째이다. 비행기로만 왔던 튀르키예에 까브리를 끌고 육로로 오다니 기분이 완전 다르다. 길가에 빨간바탕에 별과 초승달이 그려진 튀르키예 국기를 보니 더욱 실감이 난다. 형제의 나라여서 그런지, 몇번 왔던 곳이어서 그런지 지금까지 그 어떤 나라보다 반갑고 즐거웠다. 바투미에서 2시간 거리의 흑해 연안의 소도시 리제(Rize)에 도착했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심카드 구입과 점심해결을 하기 위해 거리를 걸었다. 길가에 흑해에서 잡아올린 싱싱한 생선을 파는 가판대가 있다. 여행 떠나고 처음 보는 풍경이 반갑고 풍요로워 보인다. 통신사 사무실인 듯한 Turkcell이란 곳에 들어가 심카드를 파냐고 물어보니 없다는 것 같다. 직원은 친절하게 시내 중심으로 가면 살 수 있다고 안내해주어서 그곳을 나와서 중심쪽으로 걸어갔다. 걷다가 너무 맛있어 보이는 피자 비슷한 빵을 파는 식당이 보여 일단 점심부터 먹자 하고 들어갔다. 식당밖에 음식 사진이 너무너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사진이 있는 메뉴판도 있어서 무사히 주문을 하고 났는데 탄의 시선을 끄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 "이것은 뭔가요?", "수틀라치(Sutlac)입니다." 디저트라고 한다. 탄이는 그것도 추가로 시켰다. 이곳은 아랍식 피자인 피데를 파는 곳이었는데 음식사진을 보고 주문할 때 한개에 3000원정도 해서 한손에 잡을 정도의 작은 크기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꽤 큰, 미디엄피자만한 사이즈였다. 하나 가지고 둘이 먹어도 될 정도였다. 화덕에서 막 구워나와 정말 맛있었다. 아랍식 피자 '피데'의 크기가 생각보다 커서 당황했다 디저트로 수틀라치를 먹어보았는데 쌀을 우유에 말아 끓인 것 같았는데 달달하니 좋았다. 계산하며 탄이 "레..젯"하고 헤메니까 주인아저씨가 "레젯트르!"라고 알려주며 웃으신다. '맛있다' 라는 튀르키예어이다. 반이상 남아서 포장해서 또 한끼를 먹었는데 1만3000원가량 냈다. 한번만 가기 아까운 식당이다. 우리동네에 있었으면 단골이 되었을 정말 맛있는 곳이었다. 식사 잘하고 조금 걸어서 중심가에 있는 대형 쇼핑몰에 갔다. 여기에는 심카드가 있겠지. 헛 몰 입구에 스타벅스를 발견했다. 여행 떠나고 처음 보는 스벅이다. 스벅팬은 아니라 그냥 지나갔지만 아는 곳이 보이니 반가웠다. 익숙한 문명사회로 돌아온 느낌이랄까. 커피값은 한국의 반값 정도였다. 안에 들어와보니 서울에서 보던 대형몰과 다름없는 정말 크고 현대적인 몰이다. 아는 브랜드도 꽤 있다. 내부가 무척 넓어서 심카드 파는 곳을 찾기 어려워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았다. 말이 안통해서 손짓발짓하다 1층에 있다는 듯한 대답을 들었다. 영어를 못하시는것 같아 그냥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하고 내려가려는데 코리아냐고 물어보아서 맞다고 "네 코리아!" 그러자 튀르키예분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갑자기 들은 한국말에 너무너무 반갑고 기분이 좋았다. 그러고는 "I love Korea"라고 하며 스마트폰에 한국 아이돌 사진이 붙어있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도 잘 모르는 한국 아이돌의 팬이 튀르키예의 이 작은 도시에 있다. 정말 한류가 대단하다 싶었다. 기분 좋은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1층을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유심파는 곳을 찾았다. 인터넷에서는 1만원 정도로 유심을 살 수 있다고 들었는데 5만원이 넘는 돈을 이야기한다. 두세군데 물어보았지만 비슷한 가격이어서 일단 구입을 미뤘다. 혹시 외국인이라 비싸게 부르는게 아닐까 싶어 현지 사는 분께 물어보고 저렴히 구입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 차로 돌아가는 길에 리어카 같은데에 견과류를 파는 분이 갑자기 붙잡고 호두와 말린 블루베리를 주신다. 사실 며칠 전부터 호두가 먹고싶다고 탄에게 말했었는데 이게 웬떡인지 모르겠다. 확실히 튀르키예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장사하는 자세가 지금까지 지나온 나라들과 차원이 다르다. 감사히 받아 먹어보니 한국에서 먹던 호두와 똑같이 고소하다. 사드리고 싶었지만 카드밖에 현금이 없어 아쉽게 발을 돌렸다. 리제는 금간 앞유리때문에 트라브존에 빨리 가야한다는 생각만 아니었으면 며칠이고 머무르고 싶은 정말 편안하고 예쁜 곳이었다. 사람들도 좋고 동네 느낌도 좋은 곳. 계속해서 오른쪽에 흑해를 끼고 서쪽으로 트라브존으로 간다. 길가에서 과일을 파는 모습은 여러나라에서 봤지만 튀르키예 과일 노점상의 진열솜씨는 남다르다. 사고싶게 예쁘게 진열해놓고 조명까지 설치해서 눈길을 확 끄는 등 상술이 매우 발달한 것 같다. "이제 한국에 돌아갔다가 다시 튀르키예로 와도 유리창은 끄떡 없을거야" 석양이 질 무렵 트라브존에 도착했다. 리제보다 큰 도시라 그런지 주차할 곳 찾기도 만만찮고 복잡하고 빡빡한 느낌이 든다. 번화가를 지나 차량정비소가 모여있는 동네에 왔다. 유리를 갈아끼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려는데 정비사인 듯한 분이 갑자기 작은 칼같은 도구로 거침없이 까브리 앞유리의 금간 끝을 둥글게 팠다. 깜짝놀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는 "이제 한국에 돌아갔다가 다시 튀르키예로 와도 끄떡없을거야"라며 호언장담한다. 유리교체에 시간도 돈도 많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쉽게 해결되다니. 게다가 돈도 한푼 안받고 그냥 가라고 한다. 얼떨떨한 마음으로 감사인사를 하고 나왔다. 완전 럭키비키였다. 트라브존은 너무 복잡한 도시라서 해는 졌지만 도시를 벗어나기 위해 서쪽으로 조금 더 이동하기로 했다. 도시밖에서 한적하게 차박할만한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가다가 주유소를 보고 주유를 했는데 서비스로 유리를 세제까지 묻혀 정성스레 닦아주신다. 촬영하는 것을 보더니 엄지척까지 하며 웃는 모습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튀르키예에 온지 하루만에 좋은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좋은 일들이 많아 너무 좋아 정신을 못차릴 정도다. 주유 후 서쪽으로 조금 더 가다가 해변공원의 주차장을 발견하고 거기에 차를 대고 하룻밤을 보냈다. 그날밤 우리는 앞으로의 경로에 대한 진지한 회의를 했다. 원래 계획은 트라브존에서 남쪽 메르신으로 갔다가 지중해를 따라 시계방향으로 돌아 유럽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탄이 해안드라이브를 하려면 반시계방향이 좋다는 의견을 내었다. 그러면 이스탄불을 두번 들르게 되는데... 뭔가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에 주저했지만 여행에서 효율이 뭐가 중요한가. 회사를 떠난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나는 생산성-스피드-효율성에 사로잡혀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우리는 더 여행을 잘 즐길 수 있는 쪽으로 경로를 바꾸기로 하였다. 좋은 판단 덕분에 우리는 아름다운 흑해를 계속해서 바라보며 갈 수 있었다. 동틀녘 떠오르는 해를 등지고 서쪽으로 이동한다. 우리는 새벽 드라이브를 무척 좋아해서 차박을 할때면 항상 일찍 일어나 출발한다. 오른편에 펼쳐진 핑크빛 하늘과 바다가 너무나 아름답다. 흑해의 풍경에 감탄하며 우리는 다시 한번 우리 판단이 좋았음을 확인했다. 구글지도를 보니 이 해안도로는 계속해서 바다 바로옆으로 이어져있었다. 앞으로 며칠 간의 드라이브가 너무도 기대되었다. 이만한 드라이브 코스는 다시 만나기 힘들거라고 탄이 장담한다. 이스탄불로 가는 길은 크고 넓은 고속도로도 있었지만 우리는 최대한 바다 가까이에 난 도로로 흑해를 최대한 즐기며 천천히 가기로 했다. 바닷가 드라이브를 하다보니 한국의 7번국도가 생각이 났다. 몇년 전 부산에서 양양으로 7번국도를 타고 드라이브를 즐긴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바다를 바라보며 하는 드라이브가 너무너무 멋있고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누가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천천히 마음껏 이 장소와 시간을 즐기리라 마음먹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q6DSUJPeo8?si=xDH3y9YJ6tL_gZjn>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9-19 11:08:39#. 12년 만에 돌아온 유통업계는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해 있었다. 복귀 후 일주일간 자주 들은 말들은 생경했다. '이커머스' '무탠다드' '올·무·다' '쿠팡' 등등. 물론, 나 같은 아저씨들도 쿠팡은 꽤 알고 있다. 새벽마다 문 앞을 찾는 로켓배송. 로켓배송 덕에 공짜 영상을 즐기는 쿠팡플레이. 이런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와우 멤버십. 거기에 나스닥 상장으로 서학개미들의 주종목이다. 이런 것들이 켜켜이 쌓여 쿠팡은 가정의 일부분이 됐다. 집사람은 새벽배송을 주로 컬리를 이용하다 지금은 쿠팡으로 갈아탔다. 멤버십 요금 인상으로 '탈팡족' 이야기가 많은데 집사람의 쿠팡 사랑은 견고한 것 같다. 쿠팡으로 바꾼 이유를 물으니 명쾌했다. "물건이 많고, 싸게 판다"는 것이다. 새벽배송이 '거기서 거기겠지'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은 큰 착각이었다. 쿠팡은 이제 우리나라 유통산업의 중추로 성장했다. 전 세계 이커머스 시장을 강타한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에 대적할 유일한 토종 기업으로도 평가받는다. 현재 주가 약세로 시가총액이 400억달러 수준이지만 과거를 아는 입장에선 놀라울 뿐이다. #. "소셜커머스 사이트들 때문에 '도매금' 취급 당할까 걱정입니다." 정확히 13년 전 유통 담당기자일 때 썼던 칼럼의 첫 문장이다. 태동기 소셜커머스의 소비자 피해 문제에 대한 오픈마켓 관계자의 답이었다. 당시 이커머스 시장은 G마켓, 옥션, 11번가 같은 오픈마켓이 주류였다. 한마디로 '깜도 안 되는 곳들과 비교하지 말라'는 오픈마켓의 오만이 깔려 있었다. 그때 소셜커머스는 티켓몬스터, 쿠팡,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 그루폰이 있었다. 유통산업의 미운 오리새끼였던 소셜커머스는 백조로 화려하게 거듭났다. 한 축이 될 거라고는 믿었지만 이커머스의 핵심이 될 거라고는 솔직히 예상 못했다. 무엇이 10여년 만에 유통산업 지형을 이토록 바꿀 수 있었을까. 그 잘나가던 G마켓과 옥션은 쿠팡에 밀려 이마트에 흡수돼 충격을 줬다. #. 2010년대 초반 등장한 소셜커머스는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공동구매(공구) 형식을 기반으로 한 상거래 모델이다. 그래서 구매자가 많을수록 가격이 내려가는 구조였다. 티몬이 가장 먼저 등장했고, 그 뒤를 이어 쿠팡과 위메프가 뛰어들었다. 초기에는 동네 식당이나 미용실, 공연 정도가 상품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대중화가 이끈 모바일 혁신은 소셜커머스를 일약 산업의 한 축으로 올려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셜커머스의 인기도 시들어갔다. 소비자들은 일정 기간 안에 공동구매가 성사되지 않으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불편해했다. 한계를 느낀 소셜커머스 기업들은 다양한 상품군과 더 나은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는 이커머스로의 전환을 꾀했다. 특히 쿠팡이 가장 빨리 이커머스로 전환해 큰 성공을 거뒀다. 2014년 도입한 '로켓배송'은 온라인 쇼핑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당일 또는 익일 배송 보장은 소비자의 충성도를 확보했다. 물론 로켓배송을 안착시키다 오랫동안 막대한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 사실 소셜커머스 초기에는 티몬이 쿠팡을 제치고 업계 1위였다. 도토리 키재기였지만 쿠팡은 티몬을 이상하게도 넘지 못했다. 지금은 믿기 힘든 이야기다. 티몬을 이끌던 신현상 대표와 쿠팡의 김범석 대표는 늘 비교대상이었다. 당시에는 신 대표가 업계를 넘어 유통산업의 미래 리더로 더 부각됐다. 흑자도 먼저 내고, 성장률도 앞서니 그런 평판은 당연했다. 반면 김 대표는 무리한 투자에 집중한다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최종 승자는 쿠팡이었다. 해외 상장, 인공지능(AI)과 물류 자동화, 로켓프레시(신선식품 새벽배송) 등 유통혁신의 큰 그림을 그때는 간파하지 못했다. 단기 성과에 연연했던 티몬과 위메프는 완전히 경쟁에서 밀려 이제는 신문 사회면에 오르내리는 신세다. 이커머스 산업이 또 어떻게 진화해 나갈지 설렐 정도다. cgapc@fnnews.com
2024-09-08 18:40:40[파이낸셜뉴스] "있잖아요, 하지메씨, 사진으로부터는 아무 것도 알 수 없어요. 그것은 그저 그림자와 같은 거에요. 진짜인 나는 아주 다른 곳에 있는 거에요. 그건 사진에는 찍혀지지 않아요." 라고 그녀는 말했다. 20대 무렵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는 위와 같은 문장이 나온다. 당시에 나는 하루키의 또 다른 소설 '상실의 시대'에 나오는 와타나베 같은 남자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와타나베는 세상 대부분의 일에 무신경한듯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귀여운 여자애들이 끊임 없이 다가온다. 나랑 비슷한 갓스무살 정도에 불과하지만 노련한 셰프처럼 섹스 따위는 계란 후라이를 부치는 것처럼 간단하게 해결한다. 당시엔 생소했던 버드와이저라는 미국 맥주를 혼자서 마시며 분위기를 잡는 와타나베를 보며 '이것이 어른 남자인가' 하고 혼자 생각했다. 와타나베에 대한 동경과 20대 초입의 애송이 감성이 더해져 당시(2004년)에 나는 사진을 찍는 행위를 매우 기피했다. 소중한 순간에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의 렌즈를 드는 것(스마트폰 대신 DSRL 이라는 카메라가 유행이었다.) 은 정말 바보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공짜 렌즈가 2개나 있는데 굳이 세상과 내 눈 사이에 또 다른 가짜를 둘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추억의 소환, 기억의 저장 장치로서 사진의 의미도 폄훼했다. 어차피 정말 멋진 풍광과 장면이라면 기억에 남을 것은 남을 것이다,라고 야심차게 생각했다. 어차피 기억속에서 잊혀질 것이라면 그만큼의 임팩트가 없었던 것 뿐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사진 속에 찍힌 나를 확인하는 일도 유쾌하지 않았다. 뭐 하나 이쁜 구석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행을 가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전과 비교하면 기억력이 눈에 띄게 나빠져서 사진으로라도 남겨 놓지 않으면 여행이 잘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또 사진을 남겨 놓으면 나중에 지금처럼 뭐라도 쓰는데 자료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의 목적이 '사진' 자체가 되버리는 것은 여전히 곤란하다. 광고에서 본 그곳, 인증샷 명소 '렘푸양 사원' 발리 호텔을 예약하고 난 뒤 유튜브 광고(아고다)에서 가장 많이 본 곳 중에 하나가 바로 '렘푸양 사원'이다. 렘푸양 사원은 발리 동쪽 지역에 위치한 발리에서 가장 오래된 힌두교 사원 중 하나다. '천국의 문'이라고도 불리는 조형물 너머로 아궁산이 펼쳐지며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관광지로 유명하다. 몇 년 전 JTBC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도 나오며 한국인은 물론 전세계 관광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발리에서는 절벽 같은 곳에서 형형 색색의 비단 천을 두른 채 공중 그네를 타는 '발리스윙'과 함께 '렘푸양 사원'이 인생샷 맛집으로 꼽힌다. 호텔 조식을 간단히 챙겨먹고 오토바이를 타고 렘푸양 사원을 향해 달렸다. 우붓에서 약 70km, 오토바이로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초 장거리 여행이었다. 엉덩이와 허리도 아프고 날씨는 한국의 여름처럼 덥고 습했다. 발리의 교통 체증은 베트남 호치민 못지 않을 정도였다. 중간에 '미쉐'라는 베트남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려 밀크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같이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린 현지인 아저씨는 살아있는 닭 10여 마리를 물구나무 선채로 묶어서 이동하고 계셨다. 생사의 뒤안 길에서 '피꺼솓' 상태로 강제 이동중인 닭을 보고 있자니 내 허리와 엉덩이 통증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렘푸양 사원 인근에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버스표를 끊고, 렘푸양 사원까지 관광객 전용 버스로 올라갔다. 입장료 티켓에는 번호가 적혀져 있는데 후에 인증샷을 위한 번호표의 역할까지 하게 된다. 렘푸양 사원에 다다르니 말 그대로 수백명의 관광객이 사진을 찍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300 몇 번인가를 받았는데 물어보니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3시간에서 4시간 가량 걸린다고 했다. 깔끔하게 사진을 찍는 것은 포기했다. 천국의 문 사이에서 포즈를 취하면 전문 사진사가 사진을 찍어줬다. 전문 사진사는 핸드폰 카메라의 렌즈 바닥에 거울 같은 것을 받치고 사진을 찍는데 완성된 사진은 마치 유우니 사막에서 찍은 것처럼 상하 반전으로 대칭을 이룬다. 사진은 마치 천국의 문 아래에 호수가 있고 그 호수에 비친 것처럼 상하 데칼코마니를 이룬 형태다. 많은 관광객들이 자신의 번호가 불리기를 기다리며 그늘이 처진 천막에서 잠을 자거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장의 사진을 남기기 위해 다른 일정 미뤄두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말 그대로 '인스타 명소'의 실상이었다. 만약 해당 사진을 찍고 싶다면 새벽부터 서둘러 이곳에 오거나, 특별히 사진에 관심이 없다면 개인적으로 그닥 추천할 만한 곳은 아니었다. 2시간 이상을 달려 왔음에도 천국의 문을 제외하고 몇몇 돈을 받고 사진을 찍어주는 포인트를 제외하면 사실 별로 볼 것도 없었다. 내 맘속 발리 1등 띠르따 강가, 띠르따 앰플 렘푸양 사원 다음 향한 곳은 '징검다리 물고기 사원'으로 여행 전에 저장해 둔 '띠르따 강가'라는 곳이었다. 카랑아슴 왕국의 마지막 왕이 설계한 수상 정원이라고 한다. 띠르따 강가는 수만, 수십만 마리의 잉어가 사는 사원이다. 잉어들이 사는 호수의 수면 보다 살짝 높은 위치에 기둥 형태의 징검다리가 있다. 징검다리에 올라 발 밑으로 내려 보이는 수많은 잉어를 볼 수 있다. 정원의 규모도 상당해서 산책을 하며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와 경치, 사람을 볼 수 있다. 많은 방송 프로그램 등에서 띠르따 강가의 전체 조광을 '버드 아이' 시점에서 볼 수 있는 드론 영상을 보여줬는데 영상을 보는 순간 꼭 가고 싶다고 생각한 곳이었다. 실제로 발리 여행 중 갔던 사원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다. 집에서 '물생활(물고기를 기르는 것)'을 하고 있는데다 살아 있는 것들을 보는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원하면 물고기 먹이를 사서 줄 수도 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물고기들이 있었는데 그 만큼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서 먹이를 준 탓인지 물고기들의 '몸빵(몸집)'이 다들 어마어마 했다. 띠뜨따 강가를 둘러보고 배가 고파 늦은 점심을 먹었다. 사원 바로 근처에 있는 '카페 벤자'라는 곳에서 먹었는데 관광지 내부 식당이라 그런지 맛도 형편 없었고 가격도 비쌌다. 특히 이곳에서 얼음이 들어간 음료수를 먹었는데 음료수에 들어간 얼음이 상태가 좋지 않았던 탓인지 이후에 살짝 배가 아프기도 했다. 다음으로 향한곳은 띠르따 엠풀이라는 또 다른 사원이었다. 이 곳은 사람들이 물속에 들어가 성수로 몸을 씻고 소원을 비는 세레모니로 유명한 곳이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얼마간 비용을 내면 초록색 승복 같은 걸 받고, 수영장 같은 곳으로 들어가 몸을 씻고 소원을 비는 의식을 진행한다. 어깨 너머로 구경해 보니 성수로 몸을 씻는 방법과 기도를 하는 정해진 절차와 순서가 있었다. 유럽과 서구권에서 온 서양쪽 사람들이 특히 이 의식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이 곳도 다른 사원과 마찬가지로 생리 중인 여성의 출입이 금지됐다. 하지만 생리 중인 여성을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는 없기 때문에 관광이 목적이라면 둘러 보는 것 정도는 괜찮아 보였다. 마음 속에 부정적인 미신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면 말이다. 스타벅스에서 보는 사라스와띠 사원 오토바이를 몰고 다시 우붓에 있는 숙소로 돌아왔다. 땀과 먼지 매연에 절어 바로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에는 '사라스와띠' 사원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을 갔다. 매일 저녁 '사라스와띠' 사원에서는 발리 전통 춤 공연이 열린다. 바로 옆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이 하나 있는데 사원 쪽을 향한 테이블 한 두 곳에서는 벽 너머로 해당 공연을 볼 수 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공짜로 공연도 슬쩍슬쩍 볼 수 있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잠깐 회사 업무를 처리해야 될 일이 있어 한 시간 가량 일을 해야 했다. 커피를 마시고 우붓 팰리스 인근을 한 바퀴 산책한 뒤에 저녁은 전날 먹었던 골목에서 해결했다. '토로스시'라는 일식 가게로 초밥과 롤, 라멘 등을 주문해 먹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가격대가 있는 집이라 인테리어, 2층 창가쪽 테이블의 분위기는 좋았다. 다만 음식은 나쁘지 않은 정도였다. 일식이나 웬만한 양식 등은 사실 요즘은 서울이 더 맛있는 것 같다. 특히 이곳 라멘의 경우 냉동으로 된 우동면 같은 게 나와 가격 대비 별로였다. 저녁을 먹고 마지막으로 간 곳은 식당 바로 근처에 있는 '아사이퀸'이라는 아사이볼 전문가게였다. 다양한 요거트에 신선한 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발리에서 이삼일에 한 번꼴은 아사이 볼을 먹었는데 이곳의 아사이볼은 가성비도 좋고 맛도 괜찮았다. 특히 주문을 하면서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말했더니 작은 초를 하나 선물해 주셨다. "뜨리마까시(감사합니다)"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7-05 17:16:15[파이낸셜뉴스] "나 지금 행복해" "정말?" "그래" "나도" "내가 여기 있는 걸 아무도 모른다는 게 기뻐. 너의 나쁜 점을 말해줄 사람을 내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도 말야" 1996년 개봉한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내용 중 일부다. 파리로 돌아가는 셀린, 비엔나로 향하는 제시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빠져들고, 둘은 같이 비엔나에서 내린다. 이 영화의 흥행으로 2004년에는 '비포 선셋'이, 2013년에는 '비포 미드나잇'이 개봉한다. 여행은 나를 전혀 다른 낯선 환경에 던져놓는 일이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낯선 환경에서 나는 필요에 의해, 혹은 자발적으로 나라는 자아를 해체하고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한국에서의 나는 소개팅에서 상대방과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찐따였지만, 이상하게도 이국의 어떤 나라에서는 낯선 이성에게 스스럼 없이 말을 거는 인싸가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누가 봐도 '이환주'의 형태로 존재하지만 일본에서는 '와타나베'가 되고 미국에서는 '제임스'가 되는 것 같은 상황이다. 일상과 단절된 여행지에서의 선택은 일상의 나(이환주)와는 다른 여행자의 선택이다. 평소와 다른 선택이 모여 여행의 과정은 일상과 다른 특별하고 재미있는 무언가가 된다. 긴 여행을 마치면 여행의 피로가 쌓이는데 이걸 '여독(旅毒)'이라고 한다. 7박 8일의 발리 여행 뒤 내 얼굴은 새까매졌고, 약하게 화상을 입은 얼굴과 팔, 다리의 피부는 허옇게 뜨고 며칠간은 각질이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여행 뒤의 피로감과 함께 즐거움도 남았다. 다음 여행을 기약하게 하는 이 즐거움을 나는 '여흥(旅興)', 여행 뒤에 남은 즐거움의 잔향이라고 부른다. 착한 원숭이 보러 '상에 원숭이숲'으로발리에서 아침을 맞는 첫 날의 첫 일정은 '상에 원숭이숲' 방문이었다. 숙소에서 도보 5분 거리에 '몽키 포레스트'가 있었지만 유튜브 후기를 통해 '몽키 포레스트'의 원숭이들은 공격적이라고 들었다. 조금 멀리 가더라도 더 온순하다는 '상에 원숭이숲'의 원숭이들을 보러 가기로 결정했다. 전날 렌트한 오토바이를 몰고 '럭키 패밀리 커피&푸드'라는 식당을 찾았다. 아기자기 한 소품과 재미있는 문구가 적힌 다양한 그림이 걸려 있는 흥미로운 식당이었다. 메뉴 판을 보고 비주얼이 예쁜 호박수프, 미고랭(볶음면) 한 개를 시켰다. 디저트로 색과 모양이 초코 푸딩처럼 보이는걸 하나 시켰는데 알고 보니 팥죽 비슷한 국물에 밥알이 들어가 있는 현지 디저트였다. 한동안 오토바이를 몰아 상에 원숭이숲에 도착했다. 입장료를 내니 원숭이에게 줄 수 있는 땅콩 주머니와 생수 1병씩을 받을 수 있었다.숲으로 가는 길을 따라 걷는데 현지 직원 같아 보이는 분이 말을 걸고 우리와 발걸음을 맞췄다. 그 아저씨는 "상에 원숭이숲에는 총 700여 마리의 원숭이가 있고 약 3개의 그룹이 있다"며 이동하는 중간 중간 여러가지 설명을 해주고, 사진도 찍어줬다. 원숭이 무리 중에는 유독 덩치가 크고 공격적인 녀석(한 무리의 대장이었다)이 하나 있었는데 녀석이 다가오면 돌멩이가 없는 새총으로 위협 사격과 함께 '쉿, 쉿'하는 소리로 쫓아내 주셨다. 원숭이들은 땅콩을 손 위에 놓으면 얌전히 땅콩을 받아갔다. 또 일부 작은 원숭이들은 특정 스팟에서 내 어깨 위에도 올라와 땅콩을 받아가기도 했다. 공원에서 먹이를 주는 시간이었는지 한 공간에서는 오이 수백개가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원숭이들이 오이를 주워 먹었다. 원숭이가 오이를 먹는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다양한 원숭이 동상과 여러 동상을 볼 수 있었다. 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고 안내를 해 주신 분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5만 루피아(4200원)를 건넸다. 공원 입구에서 그분이 "가이드가 필요하냐?"고 물어봤다면 경계심을 가졌겠지만 너무도 스무스하게 동선에 합류해서 별다른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아저씨가 "땡큐 쏘 머치"라며 연신 손을 모아 인사를 해주시니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고아 가자(코끼리) 사원 다음 목적지는 '고아 가자' 사원이었다. 코끼리 사원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도깨비가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동굴의 입구 사진을 보고 찜해둔 곳이었다. 힌두교 신의 석조 조각으로 유명한 이 동굴은 9세기에 만들어 졌다고 한다. 사원의 입구로 들어가는 곳에는 실제로 코끼리 동상이 있었다. 발리에 있는 동안 여러 사원과 유적지를 갔지만 이곳은 세 손가락 안에 들만큼 맘에 들었다. 우선 덜렁 사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원과 함께 연못, 사원을 둘러싼 계곡과 트레킹 코스 등 부지가 넓어서 충분히 시간을 들여 둘러볼만 했기 때문이다. 사람 모양의 동상이 항아리를 들고 있고 항아리에서 물이 나오는 연못에는 현지 물고기가 살고 있었다. 힌두교 동굴 안에서 잠시 더위를 식히며 종교 활동을 하는 현지인을 보거나 안에 있는 여러 조각품을 볼 수도 있었다. 작은 폭포를 보고 계곡을 따라 산책로를 한동안 걷는 것도 좋았다. 사원을 크게 한 바퀴 돌고 나오니 더운 날씨 탓에 땀이 흠뻑 났다. 특히 사원에 입장할 때 반바지를 가릴 수 있는 천을 받아 치마처럼 두르고 다녔는데 이것 때문에 더 더웠다. 목이 너무 말라 사원 내부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수를 한 잔 먹었는데 관광지 안이라 확실히 밖에서 먹는 것보다 비쌌다. 참고로 이곳을 포함한 발리의 여러 사원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여성이 생리 기간에는 입장을 금지하고 있었다. 사원을 둘러 보고는 바로 근처에 있는 '따만 베지 그리야' 폭포를 찾았다. 하지만 이 폭포는 입구에서 해도해도 너무 하다 싶은 비싼 입장료를 요구했다. 폭포를 보는 것을 금지하고 일종의 무슨 힐링(종교) 프로그램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음 속으로 욕을 하며 그냥 돌아 나왔다. 다음으로는 현지인이 찾는 바비 굴렁 맛집이라는 식당을 찾았다. 식당의 이름은 'Warung Babi Guling Pande Egi'라는 곳이었다. 바비 굴링은 어린돼지를 돌려가면서 구워낸 바삭한 돼지껍질 요리다. 베이징덕 껍질의 돼지 버전인 셈이다. 식당에서 먹은 정식은 두 조각의 작은 바비 굴링과 돼지 고기가 나오는 음식이었다. 정식과 함께 돼지고기 꼬치도 시켰는데 둘 모두 차갑게 식은 상태로 나왔다. 복수의 후기에서 해당 식당을 극찬해 기대를 하고 갔는데 개인적으로는 맛도 그닥 이었다. 다만 식당이 위치한 곳이 논 바로 인접해 논 바람을 맞으며 푸른 논을 배경으로 밥을 먹는 분위기는 참 좋았다. 현지인 맛집인지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인스타 필수 명소 칸토람포 폭포 밥을 먹고 바로 인근에 있는 칸토 람포 폭포로 향했다. 칸토 람포 폭포는 층층이 쌓인 계단 형태의 검은색 암벽 위로 폭포가 쏟아지는 곳인데 해당 암벽 위에서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했다. 실제로 여러 사진을 통해서 비키니를 입은 각국의 여성들이 검은색 암벽 위에서 모델처럼 찍은 사진을 여럿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때 왜 구글 리뷰에 "이곳에 가려면 반드시 아침 일찍 가세요"라고 적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인스타 명소로 유명한 이곳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전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매우 긴 줄을 만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인스타 명소인 폭포 말고도 뒤쪽의 오솔길을 따라 산길을 좀 걸었다. 약간 높은 언덕 지형에 올라 폭포를 내려다보며 수백 명의 사람 구경을 하는 것도 나름대로는 재미있었다. 이날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티부마나 폭포'였다. 티부마나 폭포는 폭포 그 자체보다는 폭포를 보러 가는 길이 더 좋다는 후기를 봤는데 실제로 그랬다. 여러가지 열대 식물과 형형 색색의 꽃 등을 볼 수 있었다. 티부마나 폭포는 마치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스케치북에 그린 것처럼 정확하게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다. 몇몇 관광객들은 폭포 아래에서 수영을 즐기기도 했지만 수질 상태가 도저히 들어가고 싶은 상태는 아니었다. 티부마나 폭포의 반대편에는 계곡이 있었는데 계곡의 바위 위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누워 한동안 휴식을 취했다. 이후에는 오토바이를 몰고 숙소에 도착했다. 발리의 기후는 한국의 여름처럼 습하고 더웠기 때문에 여러곳을 이동하는 동안 땀에 절어 샤워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또 이동 대부분을 오토바이로 하다보니 헬멧을 썼음에도 숙소에 도착해 얼굴을 씻자 검은 검댕이 묻어 나왔다. 저녁은 숙소에서 도보 20분 거리에 있는 '와렁 폰독 마두(Warung Pondok Madu)'라는 식당에서 먹었다. 아웃백에서 유명한 돼지폭립이 유명한 곳으로 발리에서 먹었던 저녁 중에는 2번째로 맛있었다. 사이드로 시킨 버섯 탕수 튀김도 훌륭했고, 하루 종일 땀을 흘린 뒤 먹는 빈땅 맥주는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음식을 먹는 동안 비가 내렸는데 창가 좌석에 앉아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것도 나름으로 운치있었다. 인생 뭐 있나, 이런 게 행복이지.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6-17 21:05:44[파이낸셜뉴스] 가상화폐 이더리움 창립자 비탈릭 부테린이 IT 기업들이 밀집한 경기도 성남시 판교 일대를 활보했다는 목격담이 이어졌다. 엑스(옛 트위터)에는 지난달 30일부터 ‘부테린’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판교의 한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작업 중인 사진이 확산했다. SNS에 퍼진 영상을 보면 부테린 추정 인물은 판교의 한 카페에서 노트북 화면을 집중해서 들여다 보고 있다. 테이블 위에는 음료 잔이 최소 3개 이상 놓여있었다. 글을 올린 A씨는 “카페에 갔는데 이 아저씨 만날 확률은?”이라며 “왜 우리나라 카페에 앉아 있는 거냐. 이더리움 하나만요”라고 적었다. 이에 한 누리꾼은 “이재용보다 돈 많으신 분이 동네 작은 카페에서 커피 5잔 주문해서 마시는 게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하루만에 조회수가 26만회가 넘을 정도로 화제였다. 엑스 글 외에도 ‘부테린 목격담’은 이어졌다. 또 다른 영상에는 반팔 반바지 차림의 부테린이 한 손에 스마트폰을 쥔 채 길을 걸어가는 모습도 담겼다. 이날 서울·수도권 날씨는 영상 4도에서 15도로 높은 기온 차를 보였다. 영상 속에서 부테린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던 사람들은 두툼한 코트나 가죽 자켓을 입고 있어 부테린의 옷차림과 대비됐다. 한 누리꾼은 “말 안하면 그냥 평범한 동네 아저씨인줄 알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그의 주변에는 지인이나 경호원 없이 홀로 있었다. 부테린이 실제로 판교 일대를 활보했을 가능성은 높다. 부테린이 국내에서 열린 여러 블록체인 관련 행사 참가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웹3 콘퍼런스 ‘비들 아시아 2024’에 기조 연설자로 참석했다. 이어 30일에는 성남시 네오위즈 판교사옥에서 개최된 ‘이드서울 2024’ 키노트 강연에 참석했다. 한편 부테린은 1994년생 러시아계 캐나다 국적의 프로그래머로, 19세 때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창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8년 1월 포브스가 발표한 전 세계 암호화폐 부자 순위 18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2021년 5월 이더리움의 가치 상승에 힘입어 최연소 암호화폐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최근 부테린은 블록체인 서비스의 대중화를 위한 네트워크 형성에 앞장서고 있다. 이더리움은 최근 비트코인의 상승세와 맞물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전 9시2분 기준 이더리움은 전일 대비 0.06% 내린 3507달러에 거래됐다.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이더리움 가격은 5.08% 올랐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3-31 22:57:57한국과 중국에서 종은 다르지만 이름은 같은 동물 '푸바오'를 통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 카메라의 성능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갤럭시S24울트라로 찍은 푸바오 사진이 양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갤럭시S24울트라에 대한 호평으로 이어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에버랜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말하는동물원 뿌빠TV'에는 '[전지적 할부지 시점] 푸곰주 다 컸어오! 어른이 되어가는 푸바오의 여행 준비'편이 올라왔다. '푸바오 할아버지'인 강철원 사육사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24울트라로 중국으로 돌아갈 준비 중인 푸바오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한국 출생 1호 판다'로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푸바오는 다음달 3일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영상에서 강 사육사는 푸바오를 향해 "할부지가 휴대폰 바꿨잖아. 할부지가 중국 가서 중국 사육사 아저씨랑 수의사 아저씨랑 푸바오 잘 돌봐달라고 부탁할 수 있게 번역 기능 있는 핸드폰으로 바꿨다"면서 "할부지가 사육사 아저씨한테 푸바오 좋아하는 거 많이 해달라고 이제 얘기할 수 있어. 할부지가 이 핸드폰으로 푸바오 사진 예쁘게 많이 찍어줄게요"라고 말했다. 강 사육사는 '작은 할부지' 송영관 사육사와 함께 갤럭시S23으로 푸바오 영상을 찍으면서 푸바오 팬덤 현상을 만들어냈다. 해당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확실히 꽃가루 날림까지 예술로 보인다. 이번에 (갤럭시S24로) 갈아타야겠어요", "진짜 이번 영상 화질 너무 좋아요!", "화질 좋은 S24울트라로 보니 눈이 호강한다" 등의 댓글을 쏟아냈다. 중국 홍산삼림동물원에서 사는 '푸바오'도 갤럭시S24울트라를 통해 촬영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다만 이 푸바오는 판다가 아닌 설치류 중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하는 카피바라다. 삼성전자는 홍산삼림동물원과 함께 '"?了"(ai le, "사랑에 빠졌어요")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데, AI를 'ai'로 발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삼성전자는 홍산삼림동물원에서 갤럭시S24 시리즈의 AI 기능을 체험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를 다음달 14일까지 운영한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4-03-26 18:11:59한국과 중국에서 종은 다르지만 이름은 같은 동물 ‘푸바오’를 통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 카메라의 성능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갤럭시S24울트라로 찍은 푸바오 사진이 양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갤럭시S24울트라에 대한 호평으로 이어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에버랜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말하는동물원 뿌빠TV’에는 ‘[전지적 할부지 시점] 푸곰주 다 컸어오! 어른이 되어가는 푸바오의 여행 준비’편이 올라왔다. ‘푸바오 할아버지’인 강철원 사육사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24울트라로 중국으로 돌아갈 준비 중인 푸바오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한국 출생 1호 판다'로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푸바오는 다음달 3일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영상에서 강 사육사는 푸바오를 향해 “할부지가 휴대폰 바꿨잖아. 할부지가 중국 가서 중국 사육사 아저씨랑 수의사 아저씨랑 푸바오 잘 돌봐달라고 부탁할 수 있게 번역 기능 있는 핸드폰으로 바꿨다”면서 “할부지가 사육사 아저씨한테 푸바오 좋아하는 거 많이 해달라고 이제 얘기할 수 있어. 할부지가 이 핸드폰으로 푸바오 사진 예쁘게 많이 찍어줄게요”라고 말했다. 강 사육사는 ‘작은 할부지’ 송영관 사육사와 함께 갤럭시S23으로 푸바오 영상을 찍으면서 푸바오 팬덤 현상을 만들어냈다. 해당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확실히 꽃가루 날림까지 예술로 보인다. 이번에 (갤럭시S24로) 갈아타야겠어요”, “진짜 이번 영상 화질 너무 좋아요!”, “화질 좋은 S24울트라로 보니 눈이 호강한다” 등의 댓글을 쏟아냈다. 중국 홍산삼림동물원에서 사는 ‘푸바오’도 갤럭시S24울트라를 통해 촬영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다만 이 푸바오는 판다가 아닌 설치류 중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하는 카피바라다. 삼성전자는 홍산삼림동물원과 함께 ‘"爱了"(ai le, "사랑에 빠졌어요")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데, AI를 ’ai’로 발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삼성전자는 홍산삼림동물원에서 갤럭시S24 시리즈의 AI 기능을 체험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를 다음달 14일까지 운영한다. 중국 최대 포털 시나닷컴, 웨이보 등에는 “홍산삼림동물원에 있는 카피바라 ‘푸바오’가 너무 귀엽다. 더 설레는 건 스타들의 손 안에 있는 삼성 S24 울트라, AI 줌, AI 보정”이라는 글과 함께 ‘삼성AI폰사랑해’, ‘홍산동물원에서 만난 AI’, ‘삼성S24’ 등의 해시태그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시나닷컴에 올라온 기사에는 댓글만 5000개 가깝게 달렸으며 갤럭시 S24 울트라 카메라 성능에 대한 호평이 다수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4-03-26 14:45:24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블라디보스톡을 나와 본격적인 자동차 여행이 시작되었다. 기다림이 길었던만큼 간절함이 더해져 모든 것이 예뻐보였다. 러시아를 달리면서 깨달은 것은 한국에서 내가 보아온 건 단지 '조각하늘'이었다는 것이다. 높은 빌딩도, 산도 거의 없어 고개만 들면 머리위 온통 버라이어티한 하늘이 펼쳐진다. 오른편에는 솜사탕같은 하얀 구름이 뭉개뭉개 떠있는데 왼쪽엔 맑은 하늘에 찬란한 석양이 지고있고 머리위 하늘을 보면 푸르름이 짙어가며 새털구름이 하늘을 수놓고있는 식이다. 드넓은 자연 속에 쭉 뻗은 도로를 드라이브 하는 기분이 마냥 좋다. 오후에 출발했기에 세 시간 정도가 지나자 더 늦기전에 잘만한 곳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행길에다 해외에서의 차박은 처음이라 어두워지기 전에 적당한 곳을 찾고 싶었다. 길 옆의 작은 시골 마을을 발견하고 이곳이 어떨까 하고 들어가 보았다. 여행에 중요한 것에는 훌륭하고 대단한 유적, 신기하거나 아름다운 자연풍경, 좋은 날씨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리가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게된 것은 다른 무엇보다 '누구와 갔는가', '누구를 만나게 되었는가'가 여행의 퀄리티를 좌우했다. 아무리 멋진 풍경과 맛있는 음식도 혼자 보고 즐긴다면 뭔가 아쉬웠고 반대로 그리 대단치 않은 장소에서 사소한 일을 한다해도 마음을 나누는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뭐든 즐겁고 의미가 있었다. 사람을 만나기에는 큰 도시보다는 소도시나 시골이 훨씬 좋았다. 도시는 사람은 많아도 그 많은 사람 중 여행자를 돌아볼 여유가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각종 범죄가 만연하는 위험한 곳도 대부분 도시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능하면 대도시를 피해 작은 마을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해오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작은 마을에 들어섰지만 이곳에 사는 분들이 갑자기 낮선 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본다면 괜찮을지 걱정이 되었다. 누구라도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좀 물어보고 싶은데 길가에 사람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시골 인심으로 혹시 집에 초대하거나 재워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도 조금 있었다. 차로 마을을 거의 다 돌았을 무렵 겨우 길가는 아저씨 한분을 발견하고 반가워 쫓아갔다. 탄이 스마트폰 번역기로 이 마을에서 차를 세우고 자도 되겠냐고 물어보았는데 분위기가 썩 좋지 않다. 뭔가 소통이 안되는 문제인지 아니면 달가워하지 않는지 알 수 없다. 시무룩 차로 돌아온 탄이 지도를 보더니 "어, 여기 큰 호수가 있는데? 첫 차박지로 호수 옆 어때?" 한다. 이곳에서 한시간반 정도 떨어진 곳이라니 지금 출발하면 해 지기 전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호수옆 차박이라니 마다할 이유가 없지. 오케이, 가자!” 네비를 보고 열심히 달려가는데 길이 아스팔트에서 자갈밭이 되고 다시 울퉁불퉁한 맨땅이 되어 다른 차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앞이 잘 안보일 정도로 먼지가 뭉게뭉게 일어나 안개가 낀 것처럼 앞이 뿌옇게 된다. 처음엔 석양에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차들의 모습이 마치 자동차 광고의 한 장면처럼 멋져보여 박수를 치며 좋아했는데 30분이 지나고 한시간이 지나가는데 네비에 남은 시간이 줄지를 않는다. 아니 줄기는 커녕 심지어 조금 늘어나있다. 이게 뭐지? 초행길에 도로상태가 안좋아 속도를 낼 수가 없다. 하늘에 석양은 마치 서양화 속 천사들이 쏟아져 나올 것같은 아름다운 빛으로 찬란하게 구름을 물들이고 있었지만 속이 타들어가고 눈에 안들어온다. 해가 점점 지고 있다는 위기감에 조바심만 났다. 생전 처음 가는 곳에 차를 세우고 잘만한 곳을 찾아야 하는데 과연 그 근처에 그럴만한 곳이 있을까? 어둡기 전에 갈 수 있을까? 이 속도로 가다간 불가능할텐데. 지는 해를 묶어놓고 싶었다. 다시 큰길로 돌아갈까 싶기도 했지만 여태 온 거리가 애매하고, 설사 돌아간다 해도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 한참 비포장길을 덜컹대며 가다가 갑자기 다시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와~! 아스팔트다!"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아스팔트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목적지까지 계속 험한 길을 느리게 가야 하나 싶었는데 다시 잘 닦인 길을 만나 쌩쌩 달리니 살 것 같았다. 어두워지기 직전 가까스로 호숫가 마을에 다다랐다. 저 멀리 뭔가 커다란 산맥 같기도 하고 바다의 수평선 같은 신기한 것이 보인다. 설마 저게 호수는 아니겠지 농담하며 가는데 점점 가까워지니 설마가 정말로 바뀌었다. 거대한 호수의 수평선. 우리가 찾아온 항카 호수는 정말 엄청나게 컸다. 북쪽은 중국으로 호수를 끼고 국경이 나누어져 있다. 호숫가로 가는 작은 길은 웅덩이도 많고 차가 빠질만한 위험한 곳이 좀 있었는데 깜깜해지기 전 도착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호수에 놀러 온 현지 사람들이 차를 댄 곳을 발견하고 우리도 그 옆에 까브리를 잘 주차시켰다. 텐트를 친 사람들도 있고 안전해 보였다. 첫 차박지로 꽤 만족스러웠다. 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창문에 커튼을 치고 식사 준비를 하니 완전히 깜깜해졌다. “와 여기 너무 늦지 않게 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어두워졌으면 못 찾을 뻔했어.” 저녁식사로 한국에서 가져온 햇반과 햄과 김을 먹으며 서로 다독였다. 계획 없이 떠난 자만이 만날 수 있는... 계획엔 없는 멋진 경험들 두려움은 모르는 데에서 오는 것 같다. 알면 별것 아닌데 모르는 것에는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불안할 수밖에. 나는 극 J이다. 탄을 만나기 전 나는 국내건 해외건 여행 전 항상 치밀한 계획표를 만들곤 했다. 여행 일정 내내 몇 시에 뭘 타고 어디를 가고, 점심은 어디서 뭘 먹으며, 오후엔 어디를 가고 저녁은 또 어느 식당에 갈지, 숙소는 어디서 잡을지 등에 대해 사전에 가장 짧은 동선과 합리적인 가격, 꼭 봐야 하거나 먹어야 할 것들을 검색해서 정해놓고 다니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래서 동생이나 지인들은 나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것을 편해하고 나를 전적으로 신뢰했었다. 하지만 11년 전 탄과 북중미여행 이후로 이러한 나의 여행 스타일은 완전히 바뀌었다. 처음 2~3주간은 하던 대로 여행지와 숙소 등을 미리 찾아놓았는데 얼마 못 가 지치고 말았다. 장기여행에서 모든 것을 다 계획하고 다닌다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하루하루 새로운 일을 겪고 풀어나가는 것 만으로도 힘든데 촘촘하게 계획을 짜는 데에 쓸 에너지가 없었다. 그리고 탄의 말대로 무계획으로 다니는 와중에 더 멋진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시간 낭비 같았던 일들도 여행의 일부가 되고 기대하지 못했던 경험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도 아주 큰 틀, 그러니까 '페리로 블라디보스톡에 차를 보내서 시작한다, 러시아를 거쳐 유럽 쪽으로 가서 아프리카로 들어간다.' 정도만 정해놓고 여행의 기간도 중간중간의 목적지도, 언제 어디서 마칠지도 그저 그때그때 정하기로 했다. 말도 안 통하고 모든 것이 낯선 러시아에서 목적지 없는 여행을 하자니 매일 길을 찾는 것도, 차 세우고 잘 곳을 찾는 것도, 작은 것 하나하나가 엄청난 도전이고 풀어야 할 난제였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이 기사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com/@user-hb5up3dh1o?si=4LHlTLkQKDiU4cLz>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2-20 13:11:15'1억달러의 사나이' 이정후(25)가 메이저리그 입성의 꿈을 이루면서 그가 쓰는 휴대폰이 주목 받고 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기간 6년에 총액 1억1300만달러(약 1473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이정후는 내년 700만달러(약 91억원)를 시작으로 2025년 1600만달러(약 209억원), 2026~2027년 2200만달러(약 287억원), 2028~2029년 2050만달러(약 267억원)의 연봉을 받게 된다. 계약금 500만달러(약 65억원)는 별도인 것 등을 감안하면 돈방석에 앉게 됐다. 그럼에도 이정후는 정작 최신 기종이 아닌 구형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정후는 전날 미국 샌프란시스코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미국프로농구(NBA) 골드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홈 경기를 현장에서 관람했다. 골든스테이트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같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를 연고로 하며 스테픈 커리의 팀으로도 유명하다. 이정후는 커리의 경기를 보는 도중 현장 중계 화면에 잡히면서 환영을 받았다. 이정후는 휴대폰 카메라로 주변을 촬영하는 한편 손을 흔들면서 관중들에게 인사도 했다.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끈 것은 이정후가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이었다. 이정후는 1998년생으로 20대 중반인 만큼 아이폰을 쓸 것 같지만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갤럭시, 그것도 올해 출시된 갤럭시S23이 아닌 지난해 나온 갤럭시S22였다. 당장 다음달 갤럭시S24가 출시될 예정이기에 갤럭시S22는 곧 2세대 이전 모델이 된다. 이정후는 아이폰이 아닌 갤럭시를 쓰는 이유에 대해 과거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팬들과 소통할 때 밝힌 바 있다. 당시 이정후는 “스마트폰 기종 뭔가요?’라는 질문을 받자 ”갤럭시S21이요“라고 답했다. 이후 “형은 왜 아이폰 말고 갤럭시 쓰세요?‘라는 추가 질문이 들어오자 이정후는 “제가 좀 기계치인데다가 원래 아이폰도 썼는데 갤럭시 쓰고난 이후 이게 너무 편해요. 천지인 키보드”라며 ‘엄지척’ 이모티콘을 2개 달았다. 천지인은 1990년대 후반 출시된 피처폰의 한글 입력 방식 중 하나로, 주로 삼성전자 휴대전화에 적용돼 왔다. 스마트폰 출시 이전부터 휴대전화를 사용해온 이들이 지금까지 ‘천지인’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천지인을 쓰면 아저씨’라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이지만 이정후는 20대 중반임에도 천지인을 잘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정후는 갤럭시S21에 이어 갤럭시S22까지 쓰면서 이른바 갤럭시 찐팬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네티즌들은 “아이폰 쓰게 생겼는데 갤럭시 쓰네”, “갤럭시 임원들아, 이게 갤럭시 광고지. 아이폰 쓰는 애들 데려와서 갤럭시 쓰게 하지 말고”, “이정후도 22 쓰는데 내가 뭐라고 23 쓰지”, “갤럭시 쓰는거 극호감”, “천지인 키보드 못 참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3-12-17 17: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