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이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대통령실 별정직 공무원들에 대해 해임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 총무인사팀은 최근 전임 정부 출신 별정직 공무원들에게 자진 사직인 의원 면직 절차를 밟지 않으면 해임에 해당하는 직권 면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출근하지 않는 별정직 공무원인 '어공'들에 대해 면직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며 "면직 날짜 등의 세부안이 다 나온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출근하지 않으면서 사직 의사를 표하지도 않고 있는 전임 정부 출신의 소속 별정직 공무원이 8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통령이 정한 대통령실 직원 정원은 443명이다. 대통령실은 임기 초 업무가 과중한데 전임 정부 출신 별정직 공무원들이 자리를 차지해 업무량 대비 인력이 부족하고 직원을 새로 채용할 수도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전혀 나타나지 않는데 사직 의사도 없는 분들이 있어 정리도 필요하다"며 "정무적인 직위니, 일괄 사직을 해야 하는데 잘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5-06-13 06:19:15어공과 늘공이 공존하는 정부의 인력채용 양대 방식이 전통적인 엽관제(spoils system)와 실적제(merit system)다. 오늘날 복잡계 행정체제에서도 이 둘은 기본 뼈대가 된다. 전자는 선거에 이긴 정당이 공직을 차지하는 것이고, 후자는 능력과 실적에 따라 임용하는 제도다. 그런데 엽관제는 공직이 전리품이 되어 정치적 거래나 부패 우려 등으로 실적제보다 후진 제도란 오해가 있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본래 엽관제는 '공직임용의 민주화' 과정에서 태어난 소중한 산물이기 때문이다. 매켄지(G C Mackenzie)의 미국 공직 임용패턴 변천 5단계의 제1기는 '지배 엘리트(the governing elite) 시기'다. 미합중국 건국 당시(1789년) 영국처럼 왕이나 귀족은 없는 대신 상류층 지배 엘리트들이 있었다. 정치·행정은 혁명 주체인 이들 지주계급의 전유물이요, 책무였다. 초기 20여년 동안 공직은 '연방당' '민주공화당' 할 것 없이 이들 내부 서클에서 충원되었다. 시민에게 정부란 멀리 보이는 닫힌 영역에 불과했다. 그다음 제2기가 19세기 초부터 약 1세기 반 동안의 은급 임명기(patronage) 또는 '엽관제 시기'다. 정당과 의회정치가 성숙하면서 공직책임 강화 명분으로 연방공무원 임기를 4년으로 제한하는 '공직자 4년 임기법(the Four Year Act·1820년)'이 시행되자 대통령이나 상원의원이 최대한 자기 사람을 지명하면서 공직의 정치화·은급화가 시작되었다. 이는 제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의 선거(1828년)를 계기로 변혁을 맞았다. 그동안 지배층 전속이던 공직을 누구나 '민주화에 기여한 유능한 사람'이면 점할 수 있는 '공직 교대정책(policy of rotation in office)'이 확립됐다. 이로써 정부는 국민과 가까워지고 민주화, 즉 선거 승리에 기여한 '엽관자'(spoilsman)로 채워지게 되었다. 이 정치적 임용은 1950년대 직업공무원제가 정착되기까지 고위직 임용전통이 되었다. 이처럼 엽관제는 공직 민주화의 근간 제도인 것이다. 현재도 엽관제의 필요성과 장점은 살아 있다. 일정 직위를 정치적으로 임용하여 정권의 가치를 함께 추구하고 또 정권이 바뀌면 떠남으로써 관료적 특권의 고착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엽관자들은 정권이 바뀌면 정부를 떠나는 것이 정도(正道)다. 임기가 있어도 마찬가지다. 임기제는 그 인사권의 자의적 행사로부터도 보호하여 직무 지속성을 도모하자는 것이지 인사 원천이 바뀌어도 머물게 하자는 게 아니다. 미국의 경우 정부가 바뀌면 전 정부의 정치적 임명직은 임기직도 준사법적 조직(quasi-judicial entities)이나 독립규제위원회 등 일부 외에는 모두 사직하고 새로 맡는 것이 원칙이다. 낳아준 인사권과 같이 떠나야 한다. 전세 살다가 부모가 방을 빼면 자식들도 따라가는 법이다. 주군 떠난 뒤에 임기 운운하며 계속 머무는 것은 어공이 임기란 띠 두르고 늘공 행세하는 것이다. 아래위 정치적·관료적 공감이 사라졌는데 리더십이나 서겠는가? 혹 그것이 조직의 방침 등에 의한 것이라면 그 조직은 이미 공조직이 아니다. 알박기라는 것을 공조직 공인이 할 짓인가? 시기를 놓치면 추하다. 홀연 떠나는 엽관자가 아름답다. 전충렬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2023-01-17 18:05:50[파이낸셜뉴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건강영양조사과 A과장은 2016년 4월 '어공(어쩌다 공무원)'에서 '늘공(늘 공무원)'이 됐다. 개방형직위로 2011년 4월 공직에 입문한 그는 탁월한 업무성과를 인정받아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으로 전환된 것이다. 앞으로 A과장과 같이 어공이 늘공이 되는 사례가 많아질 전망이다. 개방형직위로 공직에 입문한 민간출신 공무원들이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축소되면서다. 인사혁신처는 이같은 내용의 ‘개방형 직위 및 공모 직위의 운영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방형 직위는 민간 영역의 전문가를 영입해 공직사회의 폐쇄성을 개선하고 전문성을 강화할 목적으로 2000년 2월 도입했다. 정부부처 실·국·과장급 자리를 공무원뿐만 아니라 민간에도 개방한 것이다. 2015년 7월에는 민간 출신 비율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오직 민간인만이 지원가능한 '경력'개방형 직위도 별도 신설했다. 개방형 직위로 공직에 입문한 민간 출신 공무원은 최소 3년 임기를 보장해주고 추가로 2년을 더 일할 수 있다. 2018년 말 기준 전체 개방형 직위 445개 중 43%인 193개 직위에서 민간 출신 공무원이 활약하고 있다. 이같이 민간 인재들이 공직에 유입되고 있지만 적은 급여, 신분 불안, 민간과는 상이한 공직문화로 적응에 실패하는 사레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이들의 신분불안을 해소하고 공직 입문을 유도하기 위해 2015년 성과가 우수한 경우 일반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지만 최소 근무 요건을 5년으로 정해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이 계속됐다. 전환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5년을 투자하기에는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떠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전환 최소 요건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한 것이다. 실제 일반직으로 전환된 케이스는 단 두 건에 그친다. 인사처 관계자는 "민간 출신 분들이 신분불안과 임기만료 문제 해결을 강력히 요청했다“며 ”각 부처에서도 3년이면 충분한 평가가 가능하니 요건을 완화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개정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밖에도 일반직으로 전환된 이후 해당 직위에서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는 기간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했으며 부처 간 인사교류 활성화를 위해 타부처 공무원 임용을 위한 협의 절차도 생략·간소화했다. 황서종 처장은 “이번 개정으로 민간 임용자의 공직 근무 여건이 개선된 만큼 우수한 민간 인재의 공직 도전이 확대되길 바란다”며 “유능한 민간 인재의 폭넓은 공직 유치를 통해 정부의 개방성과 전문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2019-09-03 07:56:35#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건강영양조사과 A과장은 2016년 4월 '어공(어쩌다 공무원)'에서 '늘공(늘 공무원)'이 됐다. 개방형직위로 2011년 4월 공직에 입문한 그는 탁월한 업무성과를 인정받아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으로 전환된 것이다. 오는 8월부터 A과장과 같이 어공이 늘공이 되는 사례가 많아질 전망이다. 개방형직위로 공직에 입문한 민간출신 공무원들이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축소되기 때문이다. 현재 전환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하다. 12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월 29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개방형 직위 및 공모 직위의 운영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을 입법예고했다. 개방형 직위는 민간 영역의 전문가를 영입해 공직사회의 폐쇄성을 개선하고 개방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0년 2월 도입했다. 정부부처 실·국·과장급 자리를 공무원뿐만 아니라 민간에도 개방한 것이다. 2015년 7월에는 민간 출신 비율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오직 민간인만이 지원가능한 '경력'개방형 직위도 별도 신설했다. 개방형 직위로 공직에 입문한 민간 출신 공무원은 최소 3년 임기를 보장해주고 추가로 2년을 더 일할 수 있다. 2018년 말 기준 전체 개방형 직위 445개 중 43%인 193개 직위에서 민간 출신 공무원이 활약하고 있다. 최근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둘러싼 세계무역기구(WTO) 최종 판정에서 승소를 이끌어낸 산업통산자원부의 정하늘 통상분쟁대응과장도 개방형 직위를 통해 공직에 발을 들인 대표적인 사례다. 이같이 유능한 민간 인재들이 공직에 유입되고 있지만 적은 급여, 신분 불안, 민간과는 상이한 공직문화로 인한 적응실패 등으로 대거 이탈하는 경우도 많은 실정이다. 특히 이들의 신분불안을 해소하고 공직 입문을 유도하기 위해 성과가 우수한 경우 일반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근거를 2015년 마련했지만 최소 근무 요건을 5년으로 정해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이 계속됐다. 전환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5년을 투자하기에는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5년을 채우지 않고 떠나는 경우도 많아서다. 이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전환 최소 요건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것이다. 실제 앞서 언급한 보건복지부 A과장의 전환 사례가 처음이자 유일한 전환 케이스다. 오는 7월 전환을 앞둔 타 부처 민간 출신 공무원 한 명을 포함해도 단 두 건에 그친다. 인사처 관계자는 "매년 간담회를 2회 이상 진행하는데 민간 출신 분들이 신분불안과 임기만료 문제 해결을 강력히 요청했다. 부처에서도 3년이면 충분한 평가가 가능하니 요건을 완화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완화된 조건에서는 전환 요건을 갖춘 대상자가 늘어나 실제 사례들도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개방형직위 민간 출신의 한 공무원도 "현재는 3년 더하기 2년 구조다. 3년이 지나면 2년을 더 근무할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3년으로 전환 요건이 줄면 불안감도 다소 해소되고 공직에 도전하는 민간인들이 느끼는 장벽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개정안은 일반직 전환 이후 필수보직기간 3년을 1년으로 단축하고 경력 개방형의 경우 중앙선발시험위원회가 결정한 순위에 구애받지 않고 부처 주체적으로 후보자를 선발하는 내용 등을 담아 개방형 직위 제도의 유연성을 높일 계획이다.
2019-06-12 17:30:35“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 새로운 것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진상조사위원회가 활동을 하게 되면 특검이나 검찰에선 세세하게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진상조사위원회에서 면밀하게 조사를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요하면 직접 참여해서 정확하게 가릴 것을 가리고 조사하고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9일 서울 한 음식점에서 열린 취임 1개월 기자간담회에서 “‘늘공(늘 공무원)’이든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든 가릴 것은 가리고 책임질 것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 장관은 “일과 사람에 대해 예리하고 비판적인 시각과 안목 뿐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도 갖기를 바란다. 일에 대한 사랑과 사람에 대한 사랑 모두다. 사랑이 가득찼을 때 살아가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사랑의 눈으로 세상과 일을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취임 첫날 제일 먼저 찾아간 것은 20~30대 굴다리 밑에서 연극을 하는 연극인을 만나 작품을 보고 이야기를 들었다. 이어 독립영화, 예술영화 사람을 만났다. 역시 돈안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두시간 영화보고 났더니 가슴이 먹먹하게 느껴졌다. 화장하지 않은 영화를 만드는데 열정쏟는 사람 잘만났다고 생각했다”고 지난 한달을 회고했다.. 이어 “평창올림픽 진행상황보기 위해 평창갔다왔다. 관광도 사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같은 피해가 지속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또 젊은 벤처관광인을 만났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고 유익했다”이라고 소개했다.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 도 장관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꾸려야 된다는 의욕넘치는 사람도 만났다. 이번 주가 지나면 본격적으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직을 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발 하라리의 도서 ‘사피엔스’에서 사람들은 권력 잡는데는 유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바꾸는데에는 그렇지 못하며 특히 한국사람이 더 그렇다고 지적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에 도 장관은 “덜 불행하고 덜 힘들게 하는 일도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대안으로 복지나 고용보험 혜택, 권리를 찾아주는 일도 우리가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다. 의견수렴해서 대안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 장관은 “조직을 일할 수 있는 조직으로 개편해야 된다. 신설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신설하고 집중 지원하는 데는 집중 지원할 수 있도록 행정자치부와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 생태계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엔 “늘 현안인데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정리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미래를 내다볼 문화전략팀(가칭)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 장관은 “현안에 매몰되다보니 미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20~30년을 내다볼 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도 장관은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체육, 관광, 콘텐츠 관련 실장을 없애고 국장 중심으로 업무를 추진하도록 진행중”이라며 “전 정권이 추진한 정책중에서 교육기능은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역량과 환경을 만드는 가장 중요하다. 그 이후 영혼있는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17-07-19 12:30:31재벌 저격수가 '어공'이 됐다. 문재인정부의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는 그가 말한 대로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이다. 그의 말은 강하면서 설득력 있다. 대학교수 신분으로 재야 시민단체에서 20여년간 재벌을 상대해온 강단이 말 속에 느껴진다. 새 정부 초기 경제민주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와 개혁 동력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그에게 우호적인 환경임은 분명하다. 그런 만큼 외부의 상당한 견제도 감수해야 한다. 김상조는 "자신은 결코 말랑말랑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김상조의 성공요건은 무엇일까. 지난 14일 취임식 때 그의 앞에 선 공정위 직원들에게 김상조는 이런 말을 했다. "공정위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크고 막중하다. 우리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잣대도 엄격하다"고 했다. 김상조의 주문은 '일관된 실행'이다. 그에 따른 책임(역풍)은 자신이 지겠다고 했다. 김상조는 "그것(책임지는 일)이 제 역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늘공(직업공무원을 일컫는 말)' 내부를 향해 강하게 경고했다. 이쪽 조직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김상조가 지목한 것은 두 가지다. 비공식 통로로 업무상 기밀을 외부에 유출하는 일, 공정위 퇴직직원이나 로펌의 변호사 등 이해관계자들과 접촉하는 일이 그것이다. 내부의 높은 윤리의식과 청렴성 요구다. 그러면서 공정위 내부시스템도 투명성을 높이는 쪽으로 바꾸고 제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규제 권한을 가진 집단은 외압과 로비의 유혹이 많다. 사건 처리에서 일말의 도덕적 흠결은 치명타가 된다. 조직 전체를 흔들고 신뢰를 잃게 만든다. 그게 공정위의 숙명이다. 공정위는 그간 '정권의 삭풍'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받아야 했다. 그 와중에 조직은 침체되고 직원들 사기는 떨어졌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도 잃었다. 과징금 등 처벌 조치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피조사기업 임원이나 로펌으로 옮긴 고위직 관료들은 현역들에게 부정청탁 '압력'을 행사했다. 특히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시 매각지분 판단을 번복하면서 화를 자초했다. '김상조의 칼'은 날카로울 것이다. 그는 재벌개혁 분야의 독보적인 '장인'이다. 그러나 재벌개혁과 공정경쟁질서를 위한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은 이름값으로 할 수 없다. 사인의 금지청구권,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 등등 김상조가 풀어야 할 숙제는 이해당사자가 많고 쟁점이 큰 사안들이다. 모두 국회와 협의 없이는 어렵다. 만만치 않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김상조의 힘'은 결국 내부에서 나온다. 내부의 결속력이자 도덕성이다. 내부 조직에서 도덕적 해이가 불거지면 때를 기다리던 외부세력이 공격의 날을 세울 게 분명하다. 그의 말대로 그가 책임지고 '역풍'을 막아내려면 '반(反)김상조' 세력들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공정위의 신뢰 확보가 바탕이 돼야 한다. 김상조는 "일말의 후퇴도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공정위 시스템을 혁신하는 일이 재벌개혁에 버금가는 그의 공로가 되길 기대해본다. 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
2017-06-20 17:09:36[파이낸셜뉴스] 한 국립대 교수가 수업 교재에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담아 논란이다. 최근 대전MBC 보도에 따르면 충청권 소재 국립대 교육대학원의 '한국경제론' 수업 강의노트에는 더불어민주당을 '더불어공산당'으로 표기하고, 문 전 대통령에 대해 "간첩 행위를 따져 간첩질로 밝혀지면 처단해야 한다"는 문장까지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문재인 XXX" 등 욕설에 가까운 비방 문구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표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업은 교육대학원 필수과정으로, 예비 교사들이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과목이다. 수업을 들은 일부 학생들은 "강의 중 정치 편향 발언과 혐오 표현이 수시로 나왔다"며 "문제제기를 했지만 교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교수는 논란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있는데 왜 욕하고 비판을 못하냐"며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5-06-30 19:54:49"국정철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비전 제시가 미흡하고 내용이 없다, 구태의연한 과제의 나열이다, 대통령 공약의 분석과 반영이 실망스럽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를 이끄는 이한주 위원장과 조승래 대변인이 정부 부처별 업무보고를 놓고 내린 평가는 좋지 않다. 새 정부가 출범하며 희망과 포부로 들뜬 그들의 높은 기대치에 기존 행정라인의 업무보고는 크게 미달했다. 각 부처의 담당자들은 난감할 것이다. 그들이라고 새 정부의 핵심부와 호흡을 함께하고 보조를 맞추는 걸 싫어하겠는가. 전 정부 때 임명돼 곧 떠날 극소수 '어공'(어쩌다 공무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늘공'(늘 공무원)으로서 정권과 상관없이 각 부처에 머무는 직업관료다. 새 정부의 코드에 가능한 한 맞추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업무의 가장 근본적 가이드인 국정철학이 명료하게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산만한 득표용 짜깁기인 선거공약만 보면서 새 정부 권력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업무과제를 정하고 추진계획을 짜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국정철학이라는 뿌리에서 각 영역의 비전이 줄기로 나오고 각종 정책과제가 체계적으로 가지를 뻗어 정책효과라는 꽃과 열매를 맺는다. 뿌리가 잘 박히면 나머지는 자연스레 따라온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은 아직 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국민주권, 실용, 헌정질서 등 핵심 키워드는 나와 있으나 그것들을 정합성 있게 연결해 체계적인 큰 틀로 담론화한 국정철학까지는 가지 못했다. 업무보고를 작성한 공무원들뿐 아니라 필자를 포함한 누구에게도 새 정부의 국정철학이 잘 보이지 않는다. 국정기획위원들과 대통령 측근 인사들, 심지어 이 대통령 본인도 남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 만큼 명료한 국정철학을 머릿속에 담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건 잘못된 게 아니다. 당연한 일이다. 이 복잡한 나라를 이끄는 나침반인 국정철학을 몇 명이 단기간에 뚝딱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중심에 서서 국정철학을 세우지만 주변 참모는 물론 여야 정치인, 행정 관료와도 소통하고 언론인, 학자, 전문가, 시민활동가, 나아가 일반시민의 각종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국정철학은 가능한 한 빨리 세워지면 좋겠으나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갑자기 튀어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 특히 이번엔 정국 상황마저 국정철학의 이른 정립을 방해했다. 조기 대선을 치르느라 후보마다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 비정상적 일정이라 인수위원회가 가동될 수 없었다는 점, 전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반이라는 선거 구도상 정책 의제가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점, 양극화의 심화로 양 선거진영이 서로 상대를 깎아내리는 데만 몰두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새 정부의 국정철학이 어떠해야 하는지는 거의 논의조차 되지 못했고 주목받을 수도 없었다. 이제 이 대통령 취임 후 겨우 3주 지났다.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국정철학을 만족스럽게 반영시키지 못한 건 당연하다. 이 시점의 업무보고는 완성된 국정철학을 완전하게 담은 과제와 계획을 최종 결과물로 내놓는 품평회가 아니다. 새 정부의 핵심 설계사들이 각 부처의 상황을 파악하고 상호 의견을 주고받으며 한편으로 국정철학을 정교하게 가꾸어가고 다른 한편으로 그에 맞는 구체적 과제를 찾아가는 과정상의 중간 발표회 정도일 수밖에 없다. 이 쌍방향 소통의 자리에서 한쪽은 의욕이 넘쳐 화내며 질책하고, 다른 쪽은 변명에 급급하다 억울해하는 모습을 보여선 곤란하다. 정치권력과 행정실무는 동반자답게 상호 협력·보완해야 한다. 그래야 시대를 정확히 분석해 적절한 시대정신을 짚고 그에 필요한 가치와 덕목으로 국정철학을 세워 적합한 정책과제를 처방하며 변화와 지속성의 조화를 기할 수 있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2025-06-25 18:29:28【 시흥(경기)=유선준 기자】 "'ㄱㅇ'은 경복궁 지붕에 있는 건데, 연상되는 단어가 있을까요? '기와'가 맞겠죠?" 지난 22일 오후 2시,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한국어교육학교 강의실. 한국어 교육 박사까지 수료한 박미연 강사(55)의 전문적인 지도하에 이날 이주배경 아동(다문화 가정 아동)들은 한국어에 흥미를 느끼며 수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었다. 박 강사는 한국어가 지루하지 않도록 한국 문화와 곁들여 아동들에게 세심히 알려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수업에 참여한 이주배경 아동 백초민군(가명·10)은 "수업을 하면서 한국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며 "놀이처럼 수업이 재밌다"고 말했다. 한국이 이미 '다문화·다인종'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주배경 아동의 융화와 교육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회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이에 발맞춰 아동복지 전문기관 초록우산은 이주배경 아동들이 우리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체류 외국인, 韓 전체 인구 중 4.8%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3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국내에 장기 체류 중인 외국인 주민 수는 약 246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8%에 달한다. 이에 따라 한국 인구의 다양성 증가와 함께 국제 이주 경험이 있는 이주배경 아동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올해 교육부가 발표한 '이주배경 학생(아동) 맞춤형 교육지원 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주배경 학생 수는 19만3814명으로 전체 학생의 3.72%를 차지한다. 이주배경 학생은 지난 2014년 6만7806명에 불과했지만 10년 만에 약 3배가 늘어난 셈이다. 특히 전체 재학생 100명 이상 학교 중 이주배경 아동 비율이 30%를 넘어서는 '밀집 학교'도 지난해 100개교까지 늘었다. 초등학교가 84개교며, 지역별로는 경기도 안산과 시흥에 집중돼 있다. 이처럼 이주배경 아동들은 어느덧 지역 공동체 안의 구성원이 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 이주배경 아동 지원책과 맞춤형 교육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이주배경 아동들이 이방인처럼 그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동복지 현장에서는 이주배경 아동들이 사회의 선입견, 언어적 어려움과 경제·문화적 차별과 차이를 스스로 극복하며 살아가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 또는 가정 수준에서 해결되지 못한 이주배경 아동 문제는 향후 한국의 사회 문제로 발전할 수 있음에도 아동들은 여전히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주장이다. 초록우산은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이주배경 아동 지원에 힘쓰고 있으나 근본적 문제 해결에는 아직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한다. 이주배경 아동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이들을 향한 인식 개선이 필요한 배경에서다. ■이주배경 아동 기본권 보장 '절실'초록우산에 따르면 이주배경 아동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언어 장벽이다. 이로 인해 이들은 또래와의 소통과 학교 수업 이해, 정체성 형성 등 많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인한 학업성취도 저하는 아동의 자존감 하락과 학교 부적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불러온다고 초록우산 측은 설명한다. 돌봄 공백도 큰 문제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이주배경 아동들은 부모의 장시간 노동으로 방과 후 사실상 방치된 경우가 많다. 실제로 초록우산이 지난 2022년 진행한 '이주민 밀집 지역 학령기 아동의 성장환경 조사 연구: 시흥 정왕동의 사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아동 808명 중 6.7%에 해당하는 54명이 방과 후 주 양육자가 없다고 답했다. 주목할 점은 54명 중 81.5%에 달하는 44명이 이주배경 아동으로 나타났다. 이주배경 아동들은 의료 지원에서도 상대적 소외를 겪는다. 현재 한국 국적을 갖지 못한 이주배경 아동은 건강보험 가입이 제한되거나 체류자격에 따라 의료 서비스 접근이 어렵다. 한국에 살고 있는 아동임에도 가장 기본적인 건강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한 이주배경 아동은 충치로 매일 통증을 호소하지만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탓에 한 번 병원에 갈 때마다 100만원이 넘는 진료비가 들 정도다. 부모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이 아동은 치아가 아프면 참는 버릇이 생겼다는 후문이다. ■이주배경아동 위한 맞춤형 지원사업 확대이런 가운데, 초록우산은 이주배경 아동들의 기본적 권리들을 보장하기 위해 복지 현장 일선에서 이주배경 아동을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 아동들을 위해 맞춤형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출생한 다문화 아동'과 중도 입국 아동', '미등록, 난민, 무국적 아동'에게 △학습 지원 및 진로 개발 기회 제공 △한국어 및 한국 문화 적응 지원과 심리 지원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보육비 지원 등 아동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지원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초록우산은 지난해 전국 각지에 있는 이주배경 아동 9033명을 대상으로 한국 초기 정착부터 돌봄·교육·건강 세 영역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먼저, 돌봄 영역에서는 연령별 발달과업 달성을 위한 영유아 돌봄비와 관련 서비스 지원, 교육 영역에서는 한국어 예비학교와 예비교실 운영과 교육 콘텐츠 보급을 통한 한국어 소통 역량 강화와 공교육 진입 지원, 그리고 진로개발 지원을 제공했다. 이주배경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건강보험 사각지대 아동 진료 지원과 심리·정서 지원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N년차' 캠페인을 통해 국적이나 이주 경험에 관계없이 한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을 '대한민국 N년차'로 표현하는 인식 개선 활동도 병행했다. SNS 챌린지로 수집된 응원 메시지를 '한국생활 가이드북-널 응원한글'로 제작해 이주배경 아동들에게 전달하는 등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도 앞장서는 중이다. 또한, 지난달 법무법인(유) 태평양 및 재단법인 동천과 공동으로 이주배경 아동의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 연구를 시작했다. 향후 초록우산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주배경 아동 문제 해결을 위한 법 및 제도 개선 흐름을 이끌어 나갈 계획이다. 올해도 초록우산은 이주배경 아동 지원 사업을 보다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우선, 전국 단위의 사업기관 및 협력기관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이주배경 아동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주배경 아동들이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통합적인 지원체계 구축이 목표다. 초록우산은 이주배경 아동의 적응과 성장을 위한 사업 모델을 운영해 온 경험도 큰 자산이 되고 있다. 이주민 밀집 지역 특수성을 고려해 이주배경 아동 및 가정에 대한 맞춤형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가 그 중심이다. ■이주민 밀집지역 아동 위한 거점,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는 이주배경 아동 지원 사업의 우수 모델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 있는 이 센터는 지난 2020년 9월 시흥시와의 협약을 통해 2021년 4월 개관했다. 현재 학생 수는 총 130여명, 재단 임직원과 교사(자원 봉사자·근로장학생 포함)는 27명이다. 학생 중 80% 가량은 중국인이며, 베트남과 몽골·우즈베키스탄 등 국적도 다소 있다. 시흥시는 지난 2019년 기준으로 이미 인구 중 이주배경 주민 비율이 11.7%에 달하는 지역으로, 이주배경 아동을 위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한 곳이다.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는 이런 지역 특성을 반영해 이주배경 아동의 역량 강화와 성장 환경 격차 해소를 목표로, 다문화사회 인식개선을 위한 아동 친화적 돌봄 환경 조성 및 권리 옹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센터는 이주배경 아동의 특성과 필요에 맞춘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중언어 심리 상담 '마음통역소'는 한국어 소통의 어려움으로 상담이 어려운 중도입국 아동에게 중국어 등 모국어 기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초행길' 프로그램은 이주 1년 이내 초기 중도입국 아동에게 아동 국가의 문화와 언어의 이해도가 높은 '선 이주민'을 멘토로 연계해 한국어 적응과 지역사회 연결을 지원한다. 시흥한국어공유학교는 의사 소통과 학교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주배경 아동을 위해 맞춤형 한국어 교육과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센터를 이용하는 이주배경 아동의 한 학부모는 "자녀들을 가르칠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해 아이를 키우기 막막했는데, 선생님이 도움과 상담이 큰 힘이 됐다"며 "아이들이 자신감도 생기고 한국어도 많이 늘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서로 다른 국가의 학생들이 같이 한국어와 학교 공부를 할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며 "한국어를 잘 모르는 저로서는 자녀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없었는데, 여기서 공부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이밖에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는 단순한 돌봄 공간을 넘어 이주배경 아동들에게 소속감과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지역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은 "초록우산은 앞으로도 이주배경 아동들이 우리나라에서 성장 환경의 격차 없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이들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2025-04-24 19:41:04【파이낸셜뉴스 시흥(경기)=유선준 기자】 "'ㄱㅇ'은 경복궁 지붕에 있는 건데, 연상되는 단어가 있을까요? '기와'가 맞겠죠?" 지난 22일 오후 2시,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한국어교육학교 강의실. 한국어 교육 박사까지 수료한 박미연 강사(55)의 전문적인 지도하에 이날 이주배경 아동(다문화 가정 아동)들은 한국어에 흥미를 느끼며 수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었다. 박 강사는 한국어가 지루하지 않도록 한국 문화와 곁들여 아동들에게 세심히 알려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수업에 참여한 이주배경 아동 백초민군(가명·10)은 "수업을 하면서 한국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며 "놀이처럼 수업이 재밌다"고 말했다. 한국이 이미 '다문화·다인종'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주배경 아동의 융화와 교육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회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이에 발맞춰 아동복지 전문기관 초록우산은 이주배경 아동들이 우리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체류 외국인, 韓 전체 인구 중 4.8%..융화·교육 당연한 '흐름'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3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국내에 장기 체류 중인 외국인 주민 수는 약 246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8%에 달한다. 이에 따라 한국 인구의 다양성 증가와 함께 국제 이주 경험이 있는 이주배경 아동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올해 교육부가 발표한 '이주배경 학생(아동) 맞춤형 교육지원 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주배경 학생 수는 19만3814명으로 전체 학생의 3.72%를 차지한다. 이주배경 학생은 지난 2014년 6만7806명에 불과했지만 10년 만에 약 3배가 늘어난 셈이다. 특히 전체 재학생 100명 이상 학교 중 이주배경 아동 비율이 30%를 넘어서는 '밀집 학교'도 지난해 100개교까지 늘었다. 초등학교가 84개교며, 지역별로는 경기도 안산과 시흥에 집중돼 있다. 이처럼 이주배경 아동들은 어느덧 지역 공동체 안의 구성원이 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 이주배경 아동 지원책과 맞춤형 교육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이주배경 아동들이 이방인처럼 그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동복지 현장에서는 이주배경 아동들이 사회의 선입견, 언어적 어려움과 경제·문화적 차별과 차이를 스스로 극복하며 살아가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 또는 가정 수준에서 해결되지 못한 이주배경 아동 문제는 향후 한국의 사회 문제로 발전할 수 있음에도 아동들은 여전히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주장이다. 초록우산은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이주배경 아동 지원에 힘쓰고 있으나 근본적 문제 해결에는 아직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한다. 이주배경 아동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이들을 향한 인식 개선이 필요한 배경에서다. 우리말 소통부터 돌봄, 의료까지..이주배경 아동 기본권 보장 '절실' 초록우산에 따르면 이주배경 아동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언어 장벽이다. 이로 인해 이들은 또래와의 소통과 학교 수업 이해, 정체성 형성 등 많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인한 학업성취도 저하는 아동의 자존감 하락과 학교 부적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불러온다고 초록우산 측은 설명한다. 돌봄 공백도 큰 문제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이주배경 아동들은 부모의 장시간 노동으로 방과 후 사실상 방치된 경우가 많다. 실제로 초록우산이 지난 2022년 진행한 '이주민 밀집 지역 학령기 아동의 성장환경 조사 연구: 시흥 정왕동의 사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아동 808명 중 6.7%에 해당하는 54명이 방과 후 주 양육자가 없다고 답했다. 주목할 점은 54명 중 81.5%에 달하는 44명이 이주배경 아동으로 나타났다. 이주배경 아동들은 의료 지원에서도 상대적 소외를 겪는다. 현재 한국 국적을 갖지 못한 이주배경 아동은 건강보험 가입이 제한되거나 체류자격에 따라 의료 서비스 접근이 어렵다. 한국에 살고 있는 아동임에도 가장 기본적인 건강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한 이주배경 아동은 충치로 매일 통증을 호소하지만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탓에 한 번 병원에 갈 때마다 100만원이 넘는 진료비가 들 정도다. 부모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이 아동은 치아가 아프면 참는 버릇이 생겼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교육부터 돌봄, 의료까지 이주배경 아동이 직면한 다양한 어려움은 개별 아동과 아동 가정이 짊어질 수 있는 문제를 넘어섰다. 이주배경아동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는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강구함과 동시에 이주배경 아동을 향한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도 함께 고심해야 하는 실정이다. 초록우산, 이주배경아동 위한 맞춤형 지원사업 확대 이런 가운데, 초록우산은 이주배경 아동들의 기본적 권리들을 보장하기 위해 복지 현장 일선에서 이주배경 아동을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 아동들을 위해 맞춤형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출생한 다문화 아동'과 중도 입국 아동', '미등록, 난민, 무국적 아동'에게 △학습 지원 및 진로 개발 기회 제공 △한국어 및 한국 문화 적응 지원과 심리 지원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보육비 지원 등 아동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지원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초록우산은 지난해 전국 각지에 있는 이주배경 아동 9033명을 대상으로 한국 초기 정착부터 돌봄·교육·건강 세 영역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먼저, 돌봄 영역에서는 연령별 발달과업 달성을 위한 영유아 돌봄비와 관련 서비스 지원, 교육 영역에서는 한국어 예비학교와 예비교실 운영과 교육 콘텐츠 보급을 통한 한국어 소통 역량 강화와 공교육 진입 지원, 그리고 진로개발 지원을 제공했다. 이주배경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건강보험 사각지대 아동 진료 지원과 심리·정서 지원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N년차' 캠페인을 통해 국적이나 이주 경험에 관계없이 한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을 '대한민국 N년차'로 표현하는 인식 개선 활동도 병행했다. SNS 챌린지로 수집된 응원 메시지를 '한국생활 가이드북-널 응원한글'로 제작해 이주배경 아동들에게 전달하는 등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도 앞장서는 중이다. 또한, 지난달 법무법인(유) 태평양 및 재단법인 동천과 공동으로 이주배경 아동의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 연구를 시작했다. 향후 초록우산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주배경 아동 문제 해결을 위한 법 및 제도 개선 흐름을 이끌어 나갈 계획이다. 올해도 초록우산은 이주배경 아동 지원 사업을 보다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우선, 전국 단위의 사업기관 및 협력기관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이주배경 아동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주배경 아동들이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통합적인 지원체계 구축이 목표다. 초록우산은 이주배경 아동의 적응과 성장을 위한 사업 모델을 운영해 온 경험도 큰 자산이 되고 있다. 이주민 밀집 지역 특수성을 고려해 이주배경 아동 및 가정에 대한 맞춤형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가 그 중심이다. 이주민 밀집지역 아동 위한 거점,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는 이주배경 아동 지원 사업의 우수 모델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 있는 이 센터는 지난 2020년 9월 시흥시와의 협약을 통해 2021년 4월 개관했다. 현재 학생 수는 총 130여명, 재단 임직원과 교사(자원 봉사자·근로장학생 포함)는 27명이다. 학생 중 80% 가량은 중국인이며, 베트남과 몽골·우즈베키스탄 등 국적도 다소 있다. 시흥시는 지난 2019년 기준으로 이미 인구 중 이주배경 주민 비율이 11.7%에 달하는 지역으로, 이주배경 아동을 위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한 곳이다.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는 이런 지역 특성을 반영해 이주배경 아동의 역량 강화와 성장 환경 격차 해소를 목표로, 다문화사회 인식개선을 위한 아동 친화적 돌봄 환경 조성 및 권리 옹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센터는 이주배경 아동의 특성과 필요에 맞춘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중언어 심리 상담 '마음통역소'는 한국어 소통의 어려움으로 상담이 어려운 중도입국 아동에게 중국어 등 모국어 기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초행길' 프로그램은 이주 1년 이내 초기 중도입국 아동에게 아동 국가의 문화와 언어의 이해도가 높은 '선 이주민'을 멘토로 연계해 한국어 적응과 지역사회 연결을 지원한다. 시흥한국어공유학교는 의사 소통과 학교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주배경 아동을 위해 맞춤형 한국어 교육과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센터를 이용하는 이주배경 아동의 한 학부모는 "자녀들을 가르칠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해 아이를 키우기 막막했는데, 선생님이 도움과 상담이 큰 힘이 됐다"며 "아이들이 자신감도 생기고 한국어도 많이 늘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서로 다른 국가의 학생들이 같이 한국어와 학교 공부를 할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며 "한국어를 잘 모르는 저로서는 자녀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없었는데, 여기서 공부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이밖에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는 단순한 돌봄 공간을 넘어 이주배경 아동들에게 소속감과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지역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주배경 아동은 우리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초록우산은 앞으로도 이주배경 아동들이 우리나라에서 성장 환경의 격차 없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이들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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