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맥주와 와인처럼 커피 원두에 발효 공법을 적용하면 과일 향, 꽃향 등 다양한 풍미를 조절할 수 있다. 커피 원두에 발효 기술을 적용하는 노하우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우리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지난 7일 서울 코엑스 서울카페쇼 현장에서 만난 프란츠 자이메츠 로스트 오리진 대표는 "'로스트 오리진'에서 생산되는 커피 원두의 99%는 수출한다"며 "대만, 중국, 호주, 미국, 유럽을 포함해 한국은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로 △프릳츠 △펠트커피 △카페도안 등이 대표적인 거래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언론과의 인터뷰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프란츠 자이메츠는 커피 원두 생산에 맥주의 발효 공법을 적용해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그는 파나마에서 태어나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고등학생 시절 양조장에서 일한 6개월의 경험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대학 졸업 후 그는 파나마 시티의 첫 양조장이자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최고 양조장 중 한곳인 '카사브아'에서 10년 정도 일했다. 2018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 경연대회인 '월드 비어 컵(WBC)'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8년 버팔로 맥주 페스티벌에서 한 회사가 맥주탭으로 커피를 브루잉하는 걸 처음보고 발효 기술을 커피에 적용하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커피 발효 탱크는 판매하지 않아서 맥주 양조장과 치즈 농가 시설을 참고해 발효 탱크를 만들었다. 탱크는 온도, 습도, 발효균을 엄격하게 통제해 원하는 맛을 의도대로 구현한 커피 생두 30~40종을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스트 오리진은 매년 2000㎏의 생두를 생산해 판매한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파나마 원두는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데 로스트 오리진도 ㎏당 220달러에 판매된다. 그는 2023년 1월 15일 동업자 4명과 '로스트 오리진'을 설립했다. 회사명은 '잃어버린 기원(고향)'이라는 뜻으로 다양한 배경,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것이 커피의 여정과 비슷하다는 뜻에서 따왔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 원두는 '파나마 게이샤'인데 게이샤 원두도 에티오피아(오리진)에서 넘어와 현재는 파나마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는 "뚜껑을 따서 바로 마시는 와인, 맥주와 달리 커피의 맛은 복합적으로 결정된다"며 "좋은 생두, 로스팅 과정, 추출까지 모든 과정이 중요하지만 소비자 관점에서 로스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친환경, 동물복지, 지역농가와의 상생은 커피 업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다. 프란츠는 "파나마 보케테의 16개 농가와 다른 지역에서 고품질의 커피 체리를 일반 시장가보다 5~6배 높은 가격으로 구매한다"며 "커피 생산지의 명칭을 표기해 세계의 고객에게 커피 농가의 명성도 홍보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파나마에서 소규모로 커피를 생산하는 2000여명의 영세 농가를 국제 시장과 연결해 주고 이들과 협력을 통해 프리미엄 원두 생산라인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향후에도 지역농가와 함께 성장하고, 커피 원두 외에 카카오 등 다른 작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11-07 14:58:55[파이낸셜뉴스] 국내 와인 유통사 나라셀라가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샴페인의 마에스트로 '빌까르 살몽'을 국내 출시한다고 6일 밝혔다. '빌까르 살몽'은 1818년 니콜라 프랑수아 빌까르(Nicolas Francois Billecart)와 엘리자베스 살몽(Elizabeth Salmon) 부부가 설립한 유서 깊은 샴페인 하우스로 200년 이상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샴페인의 품질은 좋은 포도로부터 나온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섬세함', '균형감', '우아함'을 모토로 하고 있는 '빌까르 살몽'은 '저온 안정화' 양조 기법의 창시자로도 유명하다. 이 기법은 발효통의 온도를 5℃까지 낮추고 이틀 후 효모를 첨가한 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13℃ 온도로 3주간 느린 발효 과정을 거치는 방식으로 각각의 포도품종, 포도밭 구획에 따라 분리 양조해 섬세한 맛과 향을 극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병입된 샴페인은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지하 저장고에서 보관 및 숙성된다. 나라셀라는 이번에 '빌까르 살몽'의 대표 샴페인 △빌까르 살몽 브뤼 리저브 △빌까르 살몽 브뤼 로제 △빌까르 살몽 끌로 생 힐레르를 포함해 총 11종을 선보인다. 샴페인 '빌까르 살몽 브뤼 리저브'는 황금빛 컬러와 조밀한 버블에서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향은 잘 익은 배 등의 과일 아로마와 함께, 곡물, 갓 구운 빵, 코코넛의 아로마가 은은하게 느껴진다. 풍부하고 진한 맛과 함께 신선한 향의 조화가 훌륭하며 볼륨감 있고 풀바디한 스타일로 식전주로 좋으며 연어, 스시 등 해산물이나 소스가 진한 닭고기 요리와 잘 어울린다. 샴페인 '빌까르 살몽 브뤼 로제'는 로제 샴페인의 기준으로 알려진 제품으로 반짝이는 연분홍 컬러와 우아한 거품이 화려한 앙상블을 보여준다. 특히 붉은 베리류의 아로마가 식욕을 돋우며 이어지는 흰 꽃의 향기와 시트러스함이 다채로운 아로마를 선보인다. 뿐 아니라 크리미한 텍스처와 함께 은은하게 퍼지는 야생 딸기, 라즈베리의 뉘앙스가 고급스러움을 더하며 다양한 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샴페인 '빌까르 살몽 끌로 생 힐레르'는 10년 이상의 장기 숙성을 거쳐 탄생한 최고급 샴페인으로 황금빛 컬러와 세심한 숙성 과정을 통해 최상급 버블의 우아한 자태를 드러낸다. 말린 시리얼, 아카시아 꽃향기, 오렌지 꽃, 볶은 커피, 토스트, 익은 과일의 복합적인 아로마가 특징이며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2002년 100점을 부여받은 제품이다. 나라셀라 관계자는 "샴페인의 계절인 여름에 샴페인 명가 '빌까르 살몽'을 선보일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2024년 드링크 인터내셔날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샴페인 브랜드 4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빌까르 살몽'과 함께 시원하고 행복한 여름을 보내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4-08-06 13:41:36[파이낸셜뉴스] 스페인에 있는 한 유명 와인 양조장에 괴한이 침입해 와인 탱크 밸브를 열고 도주하는 일이 발생했다. 양조장은 이번 사건으로 한화 약 36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3시 30분경 스페인 북서부 지역 카스테릴로 데 두에로에 있는 유명 와인 양조장인 '세파21'에 괴한이 침입했다. 괴한은 양조장에서 물건을 훔치지는 않았지만, 레드와인을 보관하고 있던 탱크의 밸브를 열고 도주했다. 세파21 측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우비와 긴팔 긴바지를 입은 괴한은 양조장에 들어와 와인 탱크 밸브를 차례대로 열었다. 괴한은 총 5개의 탱크를 열었고 이 중 3개 탱크가 와인으로 채워져 있었다. 쏟아진 와인은 총 6만 리터(L)로, 이는 250만 유로(한화 약 36억 1100만 원) 규모라고 양조장 관계자는 전했다. 양조장 측 관계자는 사전지식 없이 와인 탱크를 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는 "나름의 보안 메커니즘이 있는 탱크를 일반인이 여는 건 매우 어렵다. 아마 침입자는 이런 종류의 탱크나 기계에 익숙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둡고 빛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괴한은 와이너리를 가로질러 매우 원활하게 이동했다. 이곳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범인을 유추했다. 현지 경찰이 양조장 측의 고소장을 접수해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괴한이 어떤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또 괴한의 신원도 파악하지 못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2-29 07:43:59[파이낸셜뉴스] SPC가 운영하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커피앳웍스가 국내에서 재배된 커피를 활용한 ‘오!서울 블렌드’를 출시했다고 13일 밝혔다. 오!서울 블렌드는 한국 커피 농가의 판로 확대 지원과 커피 산업 발전을 위해 기획된 제품이다. SPC가 전남 고흥의 커피농장 ‘나로’에서 직접 재배한 커피를 활용해 개발한 제품이다. SPC의 다년간의 커피 발효 가공 연구를 바탕으로 고흥 나로 커피의 떼루아(고유의 향미)를 부각시키면서도 균형감 있는 고품질의 맛과 향을 유지하기 위해 콜롬비아와 파푸아뉴기니산 원두를 최적의 비율로 조합한 것이 특징이다. ‘오! 서울 블렌드’에 활용된 ‘고흥 나로 무산소 발효 커피’는 체리를 수확한 후 과육을 벗겨 발효탱크에 와인효모와 함께 48시간 발효를 거쳤다. SPC는 커피 재배와 가공 과정에 나로 커피 농장과 긴밀하게 협업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신제품은 인천공항에서 한국의 맛이 담긴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인천공항 5개점에서 구매 가능하다. 커피앳웍스 관계자는 “이번 신제품은 SPC의 적극적인 연구개발 성과는 물론 국내 커피 농가 상생할 수 있는 제품으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커피앳웍스는 국내외 커피 농가와 협업해 고품질 스페셜티 커피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10-13 14:05:03[파이낸셜뉴스] 포르투갈의 한 양조장에서 와인 탱크가 터져 포도주 약 220만ℓ(리터)가 거리로 쏟아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양조장은 현재 피해 복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투갈 현지 매체들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각) 포르투갈 아베이루현 아나디아의 한 양조장에서 레드 와인 저장 탱크 2개가 터져 220만 리터의 와인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220만 리터는 가로 50m, 세로 21m, 높이 2m의 올림픽 수영장 1개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으로 알려졌다. 쏟아지는 와인을 촬영한 영상은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하고 있다. 영상을 보면 와인은 양조장 인근 주택과 도로로 쏟아져 나와 빠르게 흘러갔다. ‘데스틸라리아 레비라’ 양조장은 페이스북에 “원산지보호인증(DOC) 와인 탱크 2개가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지만 지역 전반과 주택에 피해를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지역 주민들에게 사과했다. 양조장은 “피해복구 비용을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지역 당국은 와인이 인근 강으로 흘러가지 못하도록 유도해 강 오염은 막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현재 와인 탱크가 터진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포르투갈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다른 주요 와인 생산국과 마찬가지로 소비와 수출 감소로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열된 탱크도 잉여 와인을 저장하는 데 사용된 것이다”고 전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3-09-14 08:08:28[파이낸셜뉴스] "끊어질듯 이어지다 숨가쁘게 치솟고(Allegro non molto), 나뭇잎을 때리는 소낙비처럼 와라락 쏟아내기도 하고(Presto)…." 얼마 전 비발디 '사계-여름'의 현란한 바이올린 선율이 휙 스쳐가는 화이트 와인을 만났습니다. 현이 끊어질듯 끈적이는 강렬한 선율로 관객을 녹진하게 몰아부치는 이무지치가 아닌, 협주자의 현을 타고 넘나들며 너무도 감성적인 선율을 만들어내는 클라라 주미 강을 닮은 그런 와인 말입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토착품종 그릴로(Grillo)는 웬만한 와인쟁이에게도 낮선 품종입니다. 스파클링으로 만들어지면 이탈리아 북부 모스카토처럼 향긋하고 달달하고 혹은 스틸 와인으로 빚어지면 프랑스 부르고뉴의 샤블리처럼 미네랄리티 가득하게 드라이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거나 온도가 달라지면 갑자기 샤르도네처럼 무끈하게 내려앉기도 합니다. 떼루아에 따라 너무도 다른 모습으로 나오고, 서빙 온도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말 수시로 변합니다. 샤르도네(Chardonnay)의 이탈리아 버전이랄까요. 마치 시칠리아 섬에 뜬 무지개같은 와인입니다. 와인21이 지난 5월31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파인다이닝 '주은'에서 이탈리아 시칠리아 와인을 선보이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풍요'와 '융화'로 상징되는 시칠리아는 아름다운 지중해 바다와 온화한 기후로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잘 자라는 곳입니다. 수천 년 전부터 그리스, 로마, 반달, 고트, 이슬람, 노르만까지 유럽을 휩쓸던 세력들은 늘 힘이 자라면 가장 먼저 이 천국같은 섬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섬을 정복하기보다는 한결같이 이 매력적인 섬에 녹아들었습니다. 종교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가톨릭과 이슬람이 차례로 들어왔지만 서로를 파괴하기보다는 존중하고 한데 어우러졌습니다. 이곳에서 나는 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지만 절대로 떼루아를 넘어서거나 넘어서려 하지 않습니다. 와인21이 선보인 시칠리아 와인은 총 6가지로 이 중 4가지가 그릴로 품종의 와인입니다. 나머지 두 가지는 프라빠토, 네로 다볼라 품종의 레드 와인입니다. ■까사 비니콜라 파지오 그릴로 브뤼 NV(Casa Vinicola Fazio Grillo Brut NV) 그릴로로 만든 스파클링으로 굉장히 향긋한 와인입니다. 옅은 볏집색을 띠며 잔에서는 잔잔한 기포가 계속 올라옵니다. 잔에서 느껴지는 주된 향은 열대 과실향입니다. 모스카토 와인 향을 닮았지만 달치근하지 않은 게 조금 다릅니다. 입에 넣어보면 짭쪼름한 미네랄리티가 먼저 다가오며 잔에서 올라오던 열대과일, 핵과류는 물론 청사과 맛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탱크 발효 후 3개월 동안 쉬르리(Surlie) 과정을 거쳤지만 이스트 느낌은 거의 없습니다. 질감은 라이트 혹은 미디엄 정도로 무겁지 않으며 절대 달지 않습니다. 오히려 와인이 사라지는 순간 잔향에서 프로세코(Prosecco)의 쌉싸레한 글레라 느낌이 살짝 있습니다. 식전주로도 좋지만 음식없이 그냥 먹어도 굉장히 상큼한 와인입니다. ■에르메스 벤토 디 마레 그릴로 2021(Ermes Vento di Mare Grillo 2021) 진한 금색 빛 와인으로 잔에서는 풀잎, 붉은 꽃, 청사과 등 서늘한 향과 짠 내음이 물씬 풍기는게 아주 인상적입니다. 시칠리아의 나른한 바닷바람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잔을 기울이면 역시 짠 맛의 미네랄리티와 아주 높은 산도가 끝내줍니다. 산도가 굉장히 높은데 이게 독특하게도 끝이 둥글려진 자극적이지만 우아한 신맛입니다. 쉬르리 과정을 거치면서 산도가 둥글려졌습니다. 그런데 와인은 무겁지 않습니다. 질감도 라이트 혹은 미디엄라이트로 굉장히 발랄합니다. 더없이 쾌활하지만 우아함을 내려놓지 않는 그 경계가 참으로 묘합니다. ■타스카 달마리타 모찌아 그릴로 2022(Tasca d'Almerita Mozia Grillo 2022) 이 와인도 그릴로 품종의 와인입니다. 옅은 지푸라기 색으로 이전 와인들과는 색부터 다릅니다. 약간 오렌지 속껍질 색도 보입니다. 쉬르리 컨택을 오래 거친 와인으로 잔에서는 전체적으로 붉은 색 꽃 향과 청사과 등 차가운 과실향이 살짝 살짝 올라오는 정도로 굉장히 절제된 모습을 보입니다. 입에 넣어봐도 잔에서 느낀 그대로입니다. 가벼운 질감에 아주 좋은 산도와 차가운 느낌만 들어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잔의 온도가 올라가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잔을 가까이 하기도 전에 잘 익은 배 향이 훅 들어옵니다. 게다가 또스티한 풍미까지..완전히 다른 와인으로 변했습니다. 와인이 온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 와인 변화무쌍합니다. 이 와인은 잔을 좀 많이 채워서 차가운 온도부터 상온까지 변하는 느낌을 즐겨보세요. ■비냐 디 페티네오 프라파토 2021(Vigna di Pettineo Frappato 2021), CVA 카니카티 아퀼래 네로 다볼라 2020(CVA Canicatti Aquilae Nero d'Avola 2020) 프라파토나 네로 다볼라는 둘 다 레드 와인을 만드는 시칠리아 토착 품종입니다. 프라파토는 피노 누아(Pinot Noir) 혹은 가메이(Gamay) 색깔처럼 아주 연하고 아름답습니다. 잔에서나 입에서나 느껴지는 주된 아로마는 딸기맛 캔디향과 약간의 훈연 느낌입니다. 산도도 아주 좋고 타닌이 아주 약하게 묻어있어 북쪽의 바르베라(Barbera)를 더 닮아 있습니다. 가볍게 마시는 와인입니다. 그러나 네로 다볼라 와인은 떼루아나 와이너리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나오는 시칠리아를 대표하는 레드 와인입니다. 오크 터치를 전혀 하지 않은 와인입니다. 잔에서는 트러플 향을 비롯한 감칠맛 향이 제일 먼저 올라오고 초콜릿 향과 훈연향도 있습니다. 입에 넣어보면 피노 누아처럼 질감이 의외로 가볍고 산도는 꽤 높습니다. 타닌은 아주 잘게 쪼개져 들어와 입속을 얇게 발라버립니다. 매력적입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3-06-08 17:32:04[파이낸셜뉴스] 21일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 서울에서 열린 '롯데어워즈'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해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때로 어려웠지만 혁신적인 도전으로 새로운 시장을 찾아냈고,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은 이어 "임직원 모두가 보여 준 뛰어난 업적이 이로운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어워즈는 롯데그룹 계열사가 한 해동안 이뤄낸 영업, 마케팅 등 각 분야별 성과에 대한 시상식이다. 각 계열사별로 이뤄지던 시상식을 지난 2021년 롯데 어워즈로 통합했다. 롯데 어워즈는 △과감한 도전과 신시장 개척 △연구개발(R&D) 강화 및 프로세스 개선 △파트너사 동반성장 등 소비자의 삶을 이롭게 만드는 활동에 평가해 시상한다. 신동빈 회장은 매년 롯데 어워즈에 참석해왔다. 올해 롯데 어워즈에는 34개 계열사 103건의 활동 사례가 접수됐다. 내,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서류심사 및 프레젠테이션 등 총 3차례의 심사를 통해 △영업·마케팅 △R&D △상생·동반성장 부문에서 6개팀을 선정했다. 대상은 소주 '새로'를 선보인 롯데칠성음료 소주BM팀에 돌아갔다. '제로 슈거' 소주 시장을 개척·선도해 제품을 시장에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롯제칠성이 지난해 8월 선보인 새로는 무과당(제로 슈거) 트렌드 확산에 기여했다. 새로는 출시 후 1달 동안 누적판매량 680만병을 넘겼다. 4월 중순 기준 1억병을 돌파했다. 최우수상은 △롯데마트 △롯데웰푸드 △롯데홈쇼핑 △롯데케미칼 △롯데물산 각 팀에 주어졌다. 영업·마케팅 부문에서 수상한 롯데마트 보틀벙커팀은 주류 전문매장 보틀벙커를 열어 '마트에서 팔리는 와인은 저가'라는 인식을 깼다고 평가받는다. 고정관념을 깨고 와인 큐레이션 시장을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롯데웰푸드 뉴비즈전략팀은 무설탕 디저트 시장을 확장한 점을 평가받았다. 롯데홈쇼핑 캐릭터팀은 ‘어메이징 벨리곰’ 성공 공로를 인정받았다. 롯데케미칼 수소탱크팀은 독자기술로 수소탱크 개발에 성공해 R&D 부문에서 수상했다. 롯데물산 몰기술팀과 마케팅팀은 석촌호수 수질을 개선하며 지역 동반 상생 시너지를 높인 점을 인정받아 상생·동반성장 부문에서 수상했다. 대상, 최우수상 수상팀은 각각 상금 5000만원, 3000만원을 받았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2023-04-21 15:27:04[파이낸셜뉴스] 문득 끌로드 모네(Claude Monet)의 '수련이 있는 연못(Water Lilly Pond)'이 떠올랐습니다. 이탈리아 프란치아코르타(Franciacorta) 명가 벨라비스타(Bellavista) '그랑 뀌베 알마 논 도사토(Grande Cuvee Alma Non Dosato)'를 마주한 순간 그 청순한 담백함에 놀랐습니다. 그런데 왜 인상파의 거장 모네의 대표작품 수련이 떠올랐을까요. 수련은 모네가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12년 동안 자신의 정원의 모습을 그린 연작입니다. 모네는 이 기간동안 무려 250여점의 수련을 그렸습니다. 이 중 40여점은 작품의 가로 크기가 12미터에 달할 정도의 거대한 사이즈의 패널 작품입니다. 지난달 에노테카가 서울 광진구 비스타워커힐에서 전문가를 대상으로 이탈리아 프란치아코르타의 명가 벨라비스타 시리즈와 페트라 와인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프란치아코르타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Lombardia) 지방에서 샴페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만드는 프리미엄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이탈리아 베네토(Veneto) 지방에서 탱크 방식을 통해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프로세코(Proseco)와는 품질이 정말 하늘과 땅처럼 차이납니다. 품종도 고급 품종인 샤르도네(Chadonnay), 피노 네로(Pinot Nero), 피노 비앙코(Pinot Bianco)로만 만들어집니다. 벨라비스타는 1977년 롬바르디아 프란치아코르타에서 비토리오 모레티가 설립한 신생 와이너리로 순식간에 이 지역 최고의 와이너리 반열에 오른 명가입니다. 벨라비스타가 단기간에 명가로 성장한 것은 오너의 공격적 경영도 있지만 무엇보다 1981년 와인메이커로 합류한 마티아 베졸라(Mattia Vezzola)의 역할이 컸습니다. 벨라비스타는 2020년부터 비토리오 모레티의 딸 프란체스카에 의해 두번째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프란체스카가 은퇴한 마티아 베졸라를 대신해 영입한 리샤 지오프로이(Richard Geoffroy)입니다. 리샤는 돔 페리뇽(Dom Perignon)에서 28년간 와인메이커로 활동하며 '버블의 전설'로 불리는 사람입니다. ■논 도사토 와인, 담백한 청순함 묘한 매력 벨라비스타 그랑 뀌베 알마 논 도사토는 연녹색이 감도는 볏짚색이 인상적인 스파클링입니다. 샤르도네 90%, 피노 네로 10%로 만들어집니다. 논 도사토는 도사주(Dosage) 과정에서 가당을 전혀 첨가하지 않은 와인으로 가장 드라이 한 스파클링이라고 보면 됩니다.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스파클링은 2차 발효 과정에서 효모 찌꺼기를 병목으로 모아 제거하고 와인을 채워넣는데 이 과정을 도사주라 부릅니다. 어떤 와인을 넣는가에 따라 와인 전체 당도가 결정됩니다. 잔에 따라보면 기포가 굉장히 잘게 그러나 아주 얌전하게 올라옵니다. 잔을 가까이 하면 기분 좋은 배 향과 열대 과일 향이 섞여 들어오는데 절대로 과숙되지 않은 과즙이 주르륵 흐를 것 같은 신선한 향이 특징입니다. 입에 넣어보면 그냥 담백한 아로마가 정말 일품입니다. 산도도 아주 좋습니다. 찌를듯이 날카롭지 않은 둥글려진 산도인데 상당히 절제됐으면서도 동동 뜨는 묘한 느낌을 줍니다. 이른 봄날 막 피어오른 어린 잎사귀가 비를 맞아 햇살에 반짝이는 모습을 보는듯 합니다. 덧칠하지 않은 연한 수채화의 느낌도 듭니다. 이스트 향이 잔잔하게 남는 여운도 좋습니다. 비스타워커힐 에노테카 와인숍에서만 판매되는 제품입니다. 벨라비스타 떼아트로 알라 스칼라 브뤼(Bellavista Teatro Alla Scala Brut)는 240년 전통의 세계 3대 오페라극장 라 스칼라(La Scala)에서 늘 건배주로 사용하는 프란치아코르타입니다. 전용 박스에도 라 스칼라 극장의 그림이 프린트 돼 있습니다. 떼아트로 알라 스칼라 브뤼는 샤르도네 76%, 피노 네로 24%를 섞어 만들며 병숙성을 5년 이상 진행한 후에 출시됩니다. 잔에 따라진 와인은 옅은 볏짚색을 띠며 기포가 굉장히 힘차게 올라옵니다. 잔을 가까이 하면 독특한 허브가 가미된 이스트 향이 제일 먼저 느껴지는데 아주 매력적입니다. 입에 넣어보면 기분 좋은 산도가 이스트 향과 함께 계속 올라갑니다. 그러나 잘 익은 배 향이 무게중심을 잡아줍니다. 이어 잘 구워진 빵같은 이스트 향이 다시 휘몰아치는데 약간 스모키 한 느낌도 있습니다. 벨라비스타 그랑 뀌베 알마 브뤼(Bellavista Grande Cuvee Alma Brut)는 벨라비스타의 가장 기본급 프란치아코르타로 벨라비스타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샤르도네 79%, 피노 네로 20%, 피노 비앙코 1%가 블렌딩 됩니다. 샴페인과 다르게 중상 정도의 산도에 청사과와 열대과일 향이 같이 어우러진 프란치아코르타만의 고유한 색깔을 드러냅니다. 벨라비스타 프란치아코르타를 순차적으로 다 마셔보니 모네의 수련이 떠오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모네는 최대의 걸작 수련 뿐만 아니라 '루엥 대성당(Rouen Cathedral)', '건초더미(Haystacks)'등 연작을 그린 집념의 화가입니다. 하나의 주제를 빛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내는 정말 독특한 작품으로 더 유명합니다. ■수퍼투스칸 페트라, 토스카나 색깔 고스란히 담겨 이날 행사에서는 이탈리아 수퍼투스칸을 생산하는 페트라(Petra) 와인도 선보였습니다. 페트라는 벨라비스타 오너 프란체스카 모레티가 1997년 이탈리아 토스카나 마렘마(Maremma)에서 세운 수퍼투스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로 '퀘르체고베 2018(Quercegobbe 2018)', '포텐티 2019(Potenti 2019)', '페트라 2017(Petra 2017)'이 나왔습니다. 퀘르체고베는 메를로(Merlot) 100%로 만드는 와인으로 잔에 따라보면 약간 불투명한 루비빛을 띱니다. 메를로임에도 푹익지 않은 산도가 동반된 향이 좋습니다. 산지오베제(Sangiovese) 느낌의 향도 올라옵니다. 입에 넣어보면 질감은 미디엄 정도로 산도도 중상 이상으로 좋습니다. 아로마는 레드 기반의 과실향입니다. 타닌도 아주 얇아 가볍게 마시기 좋은 와인입니다. 포텐티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100%로 만드는 와인으로 전형적인 루비빛 와인입니다. 보르도 특유의 매콤한 향이 없고 오히려 산지오베제의 감칠맛 나는 향이 들어옵니다. 트러플 향도 들어있습니다. 질감은 미디엄 플러스 정도지만 아로마는 상당히 검은 과실향이 지배적입니다. 산도도 아주 높으며 타닌과 함께 묻어오는 커피, 정향 등 향신료, 오크 느낌도 굉장히 좋습니다. 페트라는 페트라의 아이콘 와인으로 까베르네 소비뇽 70%, 메를로 28%, 까베르네 프랑 12%의 보르도 블렌딩으로 만들어집니다. 보르도 특유의 루비빛 와인으로 잔을 가까이 하면 검은 과실 아로마를 주축으로 시원한 삼나무 향, 약간의 트러플 향 등이 스쳐갑니다. 입에 들어오면 산도가 아주 높은데 실키하고 스모키한 타닌이 가장 인상적으로 느껴집니다. 아로마는 검은 과실향이지만 굉장히 출렁대는 마치 나파밸리 까쇼 와인같은 느낌도 줍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2-12-04 19:31:33[파이낸셜뉴스] '토스카나의 그랑크뤼'로 불리는 이탈리아 카스텔로 반피(Castello Banfi)는 늘 시대를 앞서가는 변화를 통해 놀라움을 주는 와인이다. 반피는 미국에서 이탈리아 와인을 수입하던 이탈리아계 미국인 존 F 마리아니(John F Mariani)가 1978년 토스카나 몬탈치노에서 창립한 와이너리로 전세계 1위 브루넬로 디 몬탈치 와인 생산자다. 그럼에도 끊임없는 산학 협력을 통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의 품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그 성과를 이웃들과 공유해 현대적인 브루넬로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 산지오베제 클론 45개 중 6개가 반피가 개발한 클론이다. 특히 2007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호라이즌 시스템(Horizon System)은 반피의 혁신 DNA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반피는 발효를 진행할 때 가운뎃 부분은 오크로, 양쪽 끝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독특한 하이브리드 오크 탱크를 사용한다. 오크를 통해 기존의 방식처럼 와인의 아로마에 복합미를 주고, 스테인리스 스틸을 통해 와인의 위생 관리와 온도 조절 등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도 개발 5년 후 다른 생산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카스텔로 반피가 이런 혁신을 적용해 만들어내는 반피 와인을 들고 지난달 26일 한국을 다시 찾았다. 이날 선보인 와인은 '반피 프린시페사 가비아(Banfi Principessa Gavia)', '반피 끼안띠 클라시코 리제르바 2016(Banfi Chianti Classico Reserva 2016)', '반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2016(Banfi Brunello di Montalcino 2016)', '반피 비냐 마루케토 2017(Banfi Vigna Marrucheto 2017)'이다. 반피 와인 아시아 담당 매니저 파올로 파시나(Paolo Fassina)는 "이탈리아 와인은 이탈리아 음식외에 가장 잘 맞는 음식이 바로 한국 음식"이라며 "오늘 한식과 모든 와인을 매치하는 게 처음인데 너무 기대된다"고 말했다. ■끼안띠 클라시코 리제르바 2016, 끼안띠의 정석같은 와인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몬탈치노에서 발효, 숙성하는 끼안띠 클라시코 와인이다. 계약재배를 통해 재배한 포도를 60km 떨어진 몬탈치노 지역 와이너리로 이동시켜 양조를 한다. 포도가 눌리지 않게 서늘한 밤에 수확해 아주 작은 트럭에 별도의 장치를 이용해 운반한다. 산지오베제(Sangiovese) 와인에 카나이올로(Canaiolo)와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 블렌딩 됐다. 잔에 따라보면 전형적인 끼안띠의 아주 맑고 경쾌한 루비색을 보인다. 잔을 가까이 하면 제일 먼저 반기는 향은 감칠맛 향. 끼안띠 와인에서 늘 공통적으로 나는 향이다. 또 블랙과 레드 계열의 아로마도 느껴진다. 입에 넣어보면 입에 짝붙는 끼안띠 특유의 감칠맛이 먼저 다가온다. 이어 기분 좋은 중상 정도의 산도가 혀의 미각을 일으켜 세운다. 질감은 미디엄 정도로 가벼우며 타닌도 아주 얇게 존재 정도만 드러낸다. 입속에서 사라질때쯤 산도는 더 올라간다. 모든 음식과 잘 맞는 관용성과 맛있는 와인의 조건을 다 갖췄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2016, 입속에서 계속 변화하는 시그니처 산지오베제 100%로 만든 와인으로 반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와인이다. 호라이즌 시스템으로 1차 양조 후 최소 4년간 후 숙성을 통해 만든다. 끼안띠 클라시코보다 훨씬 진한 루비빛을 띤다. 검은 빛에 가까울 정도다. 잔에서는 흙 냄새와 감칠맛 향, 약간의 단 향이 섞여 올라온다. 입에 흘려보면 일단 아주 기분좋은 산도가 먼저 느껴지는데 계속 치고 올라간다. 아로마는 검은색과 붉은색 과실이 섞인 느낌이다. 질감은 색깔과 달리 미디엄 바디 정도로 무겁지 않다. 타닌도 아주 부드럽다. 그러나 와인이 입속에서 사라진 후에 타닌이 점점 두꺼워진다. 우아한 변화가 계속 일어나는 좋은 와인이다. ■비냐 마루케토 2017, 살집 좋은 풀바디에 끝없이 치솟는 산도 매력적 반피의 최고급 아이콘 와인이다. 해발 180m의 정남향 포도밭 10ha에서 재배된 산지오베제 100%로 만든다. 하이브리드 탱크에서 양조 후 프랑스 오크 캐스크에서 30개월 숙성한다. 짙은 루비빛 와인으로 잔을 가까이 하면 신선한 삼나무 향이 제일 먼저 반긴다. 커피, 초콜릿 향도 살짝 스쳐간다. 입에 흘려보면 검은 계열 아로마가 주를 이루는데 아주 쿰쿰한 향이다. 야생 효모를 사용한듯 독특한 향을 풍기는데 그 중에서 좋은 것만 골라낸듯 굉장히 정제된 맛과 향을 보여준다. 턱 양끝 침샘을 자극할 정도로 산도가 훌륭하다. 살집이 상당히 좋은 풀바디의 질감을 보여준다. 타닌도 두껍게 들어와 자리잡은 후 입속에서 와인이 사라지면 제 모습을 확실히 드러낸다. 피니시는 적어도 세숨까지 이어진다. 파올로 파시나는 "비냐 마루케또 와인을 마주할때는 누구나 옷을 잠그고 경건한 마음으로 맞을 정도로 굉장히 훌륭한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반피 프린시페사 가비아 2020, 스토리도 매력적이네 프린시페사 가비아는 6세기 프랑크 왕국의 공주 가비아가 근위병과 사랑에 빠져 도피했던 스토리를 담은 와인으로 코르테제(Cortese) 100%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다. 잔에 따라진 와인은 레몬 껍질 안쪽같은 색깔을 띠며 적당한 기포도 함유하고 있다. 청사과 등 가벼운 과일 향에 흰꽃 향이 좋아 정말 가볍게 마시기 딱이다. 산도는 중간 정도, 질감도 가볍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2-10-08 09:29:24[파이낸셜뉴스] 먹어보기 전에는 몰랐다. 부르고뉴(Bourgogne) 스타일 병에 다소곳이 담겨있던 이 스페인 프리오랏(Priorat) 와인들이 왜 괴짜 와인으로 불리는지, 그르나슈(Grenache)와 까리냥(Carignan)으로 만든 와인이 어떻게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에 정말 적잖이 놀랐다. 스페인 프리오랏 특급으로 불리는 떼루아 알 리미트(Terroir Al Limit Soc.) 와이너리가 지난 달 30일 서울 종로구 떼레노(Terreno)에서 자신들의 와인을 선보이는 자리를 가졌다. 떼루아 알 리미트는 프리오랏 와인 르네상스를 이끌던 마스 마르티네(Mas Martinet) 와이너리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도미니크 후버(Dominik Huber)가 독립해 2001년 설립한 와이너리다. 독특하게도 떼루아와 포도 자체에 극단적으로 의존하는 와인 제조방식을 도입하면서 순식간에 프리오랏 최고의 와인 자리에 올랐다. 떼루아 알 리미트는 포도를 다른 와이너리보다 더 일찍 수확하고, 포도 즙을 짜내는 과정도 기계가 아닌 사람이 직접 포도를 밟아 짜내는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와인 발효과정에서도 송이째 발효하며 피자주와 르몽타주를 진행하지 않는다. 피자주는 와인을 발효하는 침용 과정에서 껍질, 과육, 씨가 위로 떠오르는데 이 때 포도즙이 색, 향, 타닌을 골고루 흡수하도록 막대로 단단한 층을 위아래로 뒤집어 주는 작업이다. 르몽타주는 발효 탱크 아래에 있는 출구로 와인을 빼내 다시 위에 부어 즙을 섞어주는 과정이다. 도미니크 후버는 "포도를 송이째 발효하는 것은 매우 뜨겁고 파워풀한 프리오랏 기후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며 피자주와 르몽타주를 하지 않는 것은 인위적인 요소를 줄여 포도 자체의 특징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떼루아와 포도에 대한 이같은 극단적인 존중이 고스란히 담기자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는 2019년 이 와인에 대해 만점을 주며 경의를 표했으며, 앞서 2016년에는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은 스페인 최고의 와인 중 1위로 꼽았다. 천재를 넘어선 젊은 괴짜 와인 메이커가 만드는 스페인 프리오랏 와인 '떼루아 알 리미트'는 어떤 모습일까. 떼루아 알 리미트가 이날 선보인 와인은 '히스토릭-화이트 2018(Historic -White 2018)', '떼루아 센세 프론테라스 브리삿 2018(Terroir Sense Fronteres Brisat 2018)', '테라 데 쿠퀘스 2018(Terra de Cuques 2018)', '디츠 델 테라 2018(Dits del Terra 2018)', '레스 만예스 2017(Les Manyes 2017)', '레스 토세스 2017(Les Tosses 2017)' 등 총 6가지다. ■떼루아 센세 프론테레스 브리삿, 개성 강한 효모향에 긴 피니시 일품 화이트 와인 중에는 떼루아 센세 프론테레스 브리삿이 아주 인상적이다. 진한 금색 외양에 오렌지빛이 도는 와인으로 화이트 그르나슈 75%, 마카베오 25%를 블렌딩했다. 오렌지빛이 살짝 비치는 것은 껍질을 2주간이나 접촉시켰기 때문이다. 이 와인은 잔에 담기자 마자 주변에 쿰쿰한 두엄향과 지린내를 닮은 진한 효모향을 확 퍼뜨린다. 흰꽃 향과 약간의 더운 느낌의 과실 아로마도 있다. 산도는 미디엄으로 들어와 시간이 갈수록 계속 높아진다. 질감도 미디엄 플러스 이상의 묵직한 화이트 와인으로 피니시가 두세숨 이상 길게 이어지는 것도 독특하다. 또 히스토릭-화이트는 화이트 그르나슈 75%, 마카베오 25%로 만든 화이트 와인으로 금빛이 아름다운 와인이다. 마치 라거 맥주같이 맑고 빛나는 모습이다. 응축된 과실 아로마와 어우러지는 허브, 향신료 느낌이 좋다. 산도도 아주 높아 크리스피하다. ■잔에서 입에서 계속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레드 와인들 테라 데 쿠퀘스는 그르나슈 50%, 까리냥 50%가 블렌딩 된 레드 와인이다. '벌레들의 땅'이라는 이름을 가진 와인으로 맑은 루비색을 띠며 내추럴 와인과 컨벤셔널 와인의 중간쯤에 위치한 듯 자연 효모의 향이 너무 인상적이다. 잔에서도 입속에서도 포도 품종의 특징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와인이 입에서 사라질때쯤 제 모습을 드러내는 산도가 대단하다. 턱밑 침샘을 자극하더니 눈시울까지 그렁대게 만든다. 길게 이어지는 피니시에서만 그르나슈 특유의 레드 계열 향이 살짝 스쳐간다. '지구의 손가락'이라는 이름이 붙은 디츠 델 테라도 독특하다. 까리냥 100%로 만든 와인으로 90년 된 올드바인에서 나온 포도만으로 빚는다. 연간 2000병이내의 극소량 생산 와인이다. 진한 퍼플색의 어린 와인으로 잔을 스월링하면 블랙 계열 아로마가 가득한 것을 알 수 있다. 까리냥 특유의 까칠한 향에 카시스 향이 더해진 아주 진득한 향이다. 특이하게도 산지오베제의 감칠맛 나는 향과 새콤한 향도 섞여있다. 그러나 입속에서는 의외로 미디엄 정도의 질감을 나타내며 타닌도 두껍지 않다. 그럼에도 아로마는 아주 진한 블랙 계열이다. 타닌도 곱고 얇지만 우아하게 촤악 깔린다. 피니시도 상당히 길다. 테라 데 쿠퀘스와 디츠 델 테라 와인 모두 로버트 파커, 제임스 서클링에게 늘 90점대 중반의 점수를 받는 와인이다. ■그르나슈와 까리냥으로 반전에 반전..상식을 뒤집는다 레스 만예스는 로버트 파커 100점 와인이다. 해발 800m에 위치한 레스 만예스 전용 밭에서 나는 그르나슈 100%로 만든다. 와인 색깔은 연한 루비색깔로 일반적인 그르나슈 와인 색깔이 아니다. 살짝 피노 누아 와인에 더 닮아있다. 잔에서는 삼나무 향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삼나무 그늘에서 맡는 향이 아니라 바짝 마른 삼나무 향이다. 음계로 따지면 묵직한 '도'의 음색이지만 높은음 '도'다. 또 산도가 동반된 감칠맛이 나는 와인향과 약간 탄내음도 들어있다. 입에 넣어보면 질감은 색깔처럼 아주 라이트하다. 레지오날급 피노 누아처럼 가볍다. 하지만 탄 내음이 묻은 독특한 타닌이 인상적이다. 아주 얇지만 굉장히 곱고 진하다. 이 독특한 탄향의 타닌은 줄기에서 생긴 것이다. 피니시는 의외로 굉장히 길게 간다. 레스 토세스는 제임스 서클링이 1위로 꼽는 와인이다. 떼루아 알 리미트가 해발 600m의 그랑크뤼 포도밭에서 나는 까리냥 100%로 만든다. 퍼플 계열에 블랙이 더해진 걸쭉한 색이다. 잔에서는 기분좋은 산도와 삼나무 향이 가득 들어있다. 잔을 기울여보면 색깔과 다르게 의외로 질감이 두껍지 않다. 미디엄이나 미디엄 플러스 정도다. 산도도 처음부터 치고 들어오지 않고 와인이 입속에서 한참 머물다 사라진 후 엄청난 기울기로 치솟는다. 와인이 다 사라진 후 치아에서 씹히는 질감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상당히 맛있고 독특한 와인이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2-09-12 1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