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이석우 특파원】중국 중앙정부가 국가 기관과 모든 산하 기관에서 중국산 신에너지 자동차 사용에 앞장서도록 요구하는 공식 문서를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자동차(EV)에 최대 45.3% 관세 부과 결정을 최종 확정하고 이를 30일부터 적용한 것과 비슷한 시점에 나왔다. 해외국가들의 중국산 신에너지 차량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EV 등 중국산 신에너지 자동차에 대한 당국의 적극적인 부양 의지를 밝힌 셈이다. 31일 중국 국가 기관 웹사이트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 관리국과 중앙 관리국은 지난 28일 공동으로 '중앙 및 국가 기관의 신에너지 차량 보급 및 사용에 관한 고시'를 발표했다. 통지문은 중앙 및 국가 기관의 모든 부서, 그 산하 기관 및 파견 기관, 기타 각급 행정 단위 및 공공기관에서 공무 차량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신에너지 차량의 적극적인 사용을 제안했다. 고시는 새로 공무용 관용차를 구매할 때 신에너지차의 비율이 30% 이상이어야 하며 향후 규정에 따라 점진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새로 구매하는 신에너지 승용차 가격의 상한선을 18만위안(3,488만원)으로 규정했다. 중국 국가 관리국은 이 고시가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고 중앙 및 국가 기관의 시범 및 주도적 역할을 더 잘 수행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속에서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은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발전했으며 중국승용차연합회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의 누적 판매량은 713만 대를 넘어섰다. 올해 연간 판매량은 10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2024-10-31 09:14:58[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중국 제품에 60% 관세를 물리는 등 미국과 중국 경제를 분리하는 디커플링을 시도한다면 미 방산 부문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중국 정부 관계자가 경고했다. 다른 미 제조업체들처럼 미 방산 업체들 역시 중국의 값싼 부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중국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의 연구원인 딩이판이 이런 경고를 내놨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속내를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국무원 산하 개발연구소(DRC) 연구원인 딩은 정부가 주관한 외신 브리핑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추진하는 중국 제품 60% 관세가 시행되면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반 토막이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중국 업체들은 다른 나라를 통한 우회 수출로 불똥을 피하려 할 것이어서 막상 피해는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가 강력하게 추진할 미 방산업 활성화에도 중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딩은 “그들 방위 기업이 중국으로부터 공급을 받지 못하면 생산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실제로 60% 관세 방안을 추진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9월 미 방산업체인 RTX(옛 레이시온) 최고경영자(CEO) 그레그 헤이스의 발언을 예로 들어 미국이 중국 제조업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강조했다. 딩이 소개한 바에 따르면 헤이스는 당시 컨퍼런스에서 RTX에 중국 2000개 업체가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헤이스는 지난해 FT와 인터뷰에서 서방 업체들이 중국의 위험을 줄일 수는 있지만 디커플링은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대체 공급망 구축에 수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말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 것을 제외하면 지도부가 트럼프 당선에 관해 언급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대신 지도부가 하지 못하는 경고를,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정부 산하 연구기관 연구원의 입을 빌려 간접적으로 미국에 한 셈이다. 시 주석은 미국의 대중 고성능 반도체 수출 규제 등을 레드라인으로 간주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관계 악화를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트럼프와 협력할 의사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분석가들은 중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들이 실제로 어떻게 마련될지 일단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딩은 아울러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중국보다 미국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세가 중국이 납품하는 미 기업들의 부품에도 적용돼 미국의 생산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중국이 수출하는 원자재와 부품에 의존하는 미 업체들은 단기간에 대체 공급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미 경제에 심각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관세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유발해 소비자들이 궁극적인 부담을 질 것이라는 미 연구기관들의 전망도 덧붙였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미 소비자들이 관세 인상분을 모두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딩의 이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무역전쟁 충격은 초기에 중국이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후단대에서 지난해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1기 집권 시절인 2018년 시작된 무역전쟁 초기 중국 실질 GDP는 0.29% 감소한 반면 미 실질 GDP는 0.08% 줄어드는 데 그쳤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11-19 03:10:58【 광저우=이석우 특파원】 광저우 바이윈 공항에서 도시순환고속도로를 타고 50여분쯤 차를 달리면 현대차의 해외 첫 수소연료전지 생산법인인 '에이치투(HTWO)' 공장이 나온다. 중국에서는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유한공사'로 불린다. 현대차가 구축한 수소 밸류체인 브랜드로, 광저우 생산법인은 해외에서 세워진 첫 수소연료전지 생산기지이다. 20만㎡ 부지에 연 6500대의 수소상용차에 쓰일 분량의 연료전지시스템 생산이 가능하다. 지난해 수소트럭 100대분에 들어가는 수소연료전지를 생산, 광저우시와 산하 국유기업에 팔았다. HTWO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탑재된 4.5t 트럭 100대는 광저우 일대에서 환경미화용 등으로 쓰이고 있다. 올 들어서도 HTWO는 수소차 500여대 분량의 수소연료전지를 판매하는 등 연말까지 1000대 이상 수소상용차의 중국 시장 판매를 겨냥하고 있다. 급성장하는 중국 수소차 시장의 초기 선점 경쟁에 한발 먼저 내디딘 셈이다. HTWO의 오승찬 법인장은 "중국 정부의 수소산업 육성전략을 활용해 본격화된 수소차 경쟁에서 시장 선점과 1위 고수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생산공장에서는 한국에서 만들어 보내온 전기발생장치 MEA를 분리판과 결합, 수소동력장치인 EGA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200여장을 쌓아서 만든 서브 스택 두 개를 연결해 EGA 하나를 만든다"고 오 법인장은 설명했다. 이 동력장치는 '넥쏘' 등에 탑재하는 90㎾급 연료전지시스템의 동력원과 같은 수준의 에너지를 일으켰다. 수소와 산소가 주입되고, 동력을 제대로 발생시키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인 '스택 활성화' 시험도 이어지고 있었다. 4.5t 규모 트럭 한 대를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내는 수소연료전지 동력 시스템의 무게는 180㎏가량이다. HTWO 측은 내년에도 광둥성과 광저우시 산하 국유기업에 트럭 등 수소전기상용차 1500~2000대분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 판매를 목표로 삼고 있다. 수소차는 5분만 충전하면 4.5t 수소트럭에 가득 짐을 싣고 650㎞까지 달릴 수 있었다. 영하 30도에서도 운전에 무리가 없다는 장점도 있었다. 기존 차량보다 비싼 것이 단점이지만 중국 당국의 보조금이 활성화의 마중물이 됐다. 광둥성 정부는 수소트럭 한 대당 60만위안(1억1619만원)의 보조금을 주고 있었다. 수소트럭 대당 제조원가는 120만위안(2억2500만원)가량이다. 중국은 이미 7300대의 수소차가 다니고 있는 세계 1위 수소차 시장이 됐다. 도요타도 뒤질세라 지난 8월 베이징 경제개발구인 다싱 지역에 연 1만대 생산 규모의 공장을 준공하고 양산 체제에 들어갔다. 글로벌 수소차 분야에서 1~2위를 다투는 현대와 도요타가 중국 시장을 둘러싼 시장선점 경쟁을 본격화한 것이다. 생산공정은 90% 넘게 자동화로 진행되고 있었다. 40여명의 생산관리 담당자는 공정 진행 여부를 모니터 등을 통해 체크할 뿐이었다. 전 직원 190여명에 한국인 40명을 제외한 150여명은 중국 현지 직원이었다. 중국은 2035년까지 상용차 중심으로 수소차를 100만대 이상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중국 수소산업 시장 규모가 10년 내 10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june@fnnews.com
2024-10-29 18:15:13【광저우(광둥성)=이석우 특파원】광둥성의 성도, 광저우 바이윈 공항에서 자동차로 도시순환고속도로를 타고 50여분 쯤 달리면 현대차의 해외 첫 수소연료전지 생산기지 '에이치투(HTWO)' 공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중국 생산법인으로 중국에서는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유한공사'로 불린다. HTWO는 현대차가 구축한 수소 밸류체인 브랜드로, 광저우 생산법인은 해외에서 세워진 첫 수소연료전지 생산기지이다. 20만㎡ 부지에 연 6500대의 수소 상용차에 쓰일 분량의 연료전지시스템을 생산한다. 지난 23일 방문한 이 곳에서는 수소전기차 ‘넥쏘’에 탑재할 수 있는 90㎾급 수소 연료전지시스템을 생산하고 있었다. 연 6500대의 수소 상용차에 쓰일 90㎾급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생산 시설 가동 공장 설립 후 처음으로 지난해 100대 분의 수소 상용차에 들어가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생산해 광저우시와 산하 국유기업에 판매했다. HTWO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탑재된 4.5t 트럭 100대는 지금 광저우 일대에서 환경 미화용과 수송용 등으로 쓰이고 있다. HTWO는 올 들어 500여 대의 수소차를 판매하는 등 올 연말까지 1000대 이상의 수소 상용차의 중국 시장 판매를 겨냥하고 있다. 생산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태동하고 있는 중국 수소차 시장의 초기 선점 경쟁에서 먼저 한 발을 내디딘 셈이다. '수소에너지로 에너지의 전환을 이룬다'는 뜻의 한자 대형 글자판들이 공장 건물 벽에는 붙어 수소 시대 개막에 대한 현대차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HTWO의 오승찬 법인장은 23일 "중국 정부의 수소 산업 굴기 전략을 타고, 본격화된 수소차 경쟁에서 시장 선점과 1위 고수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라는 결연한 자세였다. 공장에 들어서서 사무동과 생활동을 지나 수소를 사용해 연료전지시스템을 만드는 수소 활성화 구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건물과 건물을 잇는 다리를 지나야 했다. 천장과 모퉁이와 건물 내벽 등 활성화 건물 곳곳에는 수소 감지 센서 등이 눈에 띈다. "벽은 방염 소재로 만들어진 방폭벽"이라고 HTWO의 문귀현 부장이 설명했다. 현대차, 본격화된 중국 수소차 경쟁 속에 시장 선점과 1위 고수 위해 총력전 "한국에서 만들어 보내온 전기발생장치 MEA를 분리판과 결합시켜 수소동력장치인 EGA를 만든다. 200여장(주로 216장)을 쌓아서 만든 서브 스택 두 개를 연결해 EGA 하나를 만든다."라는 문 부장의 설명이다. EGA로 부르는 동력장치는 넥쏘 등에 탑재하는 90㎾급 연료전지시스템의 동력원과 같은 수준의 에너지를 일으켰다. "생산된 연료전지시스템은 현재 상용차에 탑재돼 광둥성의 수소차를 움직이고 있지만, 여타 모빌러티와 발전용 연료전지시스템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라고 오승찬 법인장은 설명했다. HTWO 측은 내년도에도 광둥성과 광저우시 산하 국유기업에 트럭 등 수소전기상용차 1500~2000대분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해 광저우시와 산하 국유기업에서는 HTWO에서 생산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탑재된 4.5t 트럭 100대를 환경 미화용 등으로 이용하고 있다. 현장에는 EGA에 수소와 산소 등을 넣기 위한 각종 튜브와 고압 케이블들이 보였다. 수소와 산소가 주입되고, 동력을 제대로 발생시키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인 '스택 활성화' 시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각각의 EGA에 전선 등을 연결해 기능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지난 8월 베이징에 연 1만대 규모 공장 준공한 도요타와 치열한 경쟁 예고 지난 2021년 1월 광저우시 황푸구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법인을 설립하고 중국 내 수소 차 경쟁에 뛰어든 결과가 이제 나오기 시작한 셈이다. 중국 당국이 수소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 시설 확보 등 수소 산업 생태계를 확대하고, 글로벌 수소차 경쟁에 대비한 밸류 체인 투자가 빛을 보고 있었다. 5분 충전이면, 4.5t 수소 트럭은 가득 짐을 싣고 주행거리 650km까지 달릴 수 있었다. 영하 30℃ 운전에도 무리가 없다. 무거운 짐은 옮기기 어렵고 짧은 주행 거리에 낮은 온도에서는 운행이 어려운 전기자동차의 약점을 보완했다. 전기차나 기존 차량보다 비싼 것이 흠이지만, 중국 당국의 보조금이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고 있다. 광둥성 정부는 수소 트럭 한 대당 60만 위안( 1억1619만원)의 보조금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 트럭 대당 제조원가는 120만 위안(2억2500만원) 가량으로, 다른 시범 도시들에서는 37만 위안(6900만원) 가량의 보조금을 주고 있는 것에 비해 더 적극적인 수소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었다. 세계 1위 수소차 시장 오른 중국, 수소로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 시도 중국은 이미 7300대의 수소 차가 다니고 있는 세계 1위 수소차 시장이 됐다. 도요타도 뒤질세라 지난 8월 베이징 경제개발구인 다싱 지역에 연 1만대 생산 규모의 공장을 준공하고 양상 체제에 들어갔다. 글로벌 수소차 분야에서 1~2위를 다투는 현대와 도요타가 중국 시장을 둘러싼 시장 선점 경쟁을 본격화한 것이다. 생산 공정은 90% 넘게 자동화로 진행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40여명의 생산 관리 담당자들은 공정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모니터 등을 통해 진행 상황을 체크하고 있었다. 전체 직원은 190여명. 40명을 제외한 150여명은 중국 현지 직원들이었다. 공장 전체는 철저한 보완구역이라 카메라를 소지할 수 도, 사진을 찍을 수도 없었다. 글로벌투자기관들은 중국 수소 산업의 시장 규모가 10년 내 10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은 2035년까지 트럭 등 상용차 중심으로 수소차를 100만대 이상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2024-10-29 12:36:46#유엔과 대한민국 "유엔은 인간을 천국으로 이끌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인류를 지옥에서 구하기 위해 창설된 것이다." 뉴욕에 위치한 유엔 본부 건물 내부에 새겨진 다그 함마슐드 제2대 사무총장의 말이다. 최근 뉴욕 방문 중 인연이 닿아 총회장 등 유엔 본부 내부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함마슐드라는 익숙한 이름 앞에 발길이 멎었고, 그가 남긴 발언도 인상에 남았다. 조금 '연식이 있는' 우리 세대는 함마슐드로 알고 있지만 지금은 그의 고국인 스웨덴식 발음 다그 함마르셸드(Dag Hammarskjold)가 맞다고 한다. 1953년부터 1961년까지 사무총장으로 재임한 그는 유엔을 논쟁과 토론의 장에서 평화를 위한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기관으로 변화시킨 주인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차 대전 직후인 1945년 10월 24일 창설된 유엔(국제연합)이 '인류를 지옥에서 구한' 가장 극적인 실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1948년 12월 12일 파리 총회에서 대한민국을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로 인정한 것도, 1950년 안전보장이사회의 한국전 참전 결정을 한 것도 유엔이었다. 그에 앞서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로 제헌의원 선출, 5월 31일 제헌의회 개원, 7월 17일 제헌헌법 제정·공포,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으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이 유엔한국임시위원단 감시하에 이루어진 바 있다. 신생 대한민국이 탄생하고, 생명이 스러지지 않고, 튼튼한 골격을 갖추기까지 유엔의 도움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유엔의 한국전쟁 참전 결정 북한에 의한 남한 침공 사실이 알려진 직후인 1950년 6월 25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문 제82호를 채택하였다. 북한의 남침을 규탄하고 적대행위의 중지와 38도선 이북으로의 철군을 요구한 결의안이다. 27일 유엔은 제2차 안보리를 소집하여 결의문 제83호를 채택하여 유엔 헌장에 따른 집단안보 발동을 결정하였다. 유엔의 6·25전쟁 개입은 유엔 창설 이래 집단안보제도가 본격적으로 적용된 최초의 사례가 되었다. 당시 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화민국(대만), 소련이 상임이사국이었고 이들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상임이사국 하나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보리 결의는 불가능하다. 유엔의 한국전 참전 결의가 채택된 27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거부권 행사는 없었다. 소련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소련의 불참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트루먼 대통령의 신속한 참전 결정, 인천상륙작전 등과 함께 한국전쟁을 둘러싼 미스터리이며 기적의 하나라는 얘기도 있다. #병 주고 약 준 소련 1948년 1월 서울에 도착한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이 남북한 총선거 실시를 위해 북한을 점령하고 있던 소련 측에 방북의사를 전달했지만 소련은 1월 22일 그로미코 유엔 대표를 통해 협조 거부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위원단의 접근이 가능한' 남한만의 총선거를 실시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남한 단독정부 수립이 '이승만의 야욕' 때문이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북한에는 1946년 2월 9일 소련의 통제하에 '북조선림(임)시인민위원회'가 설립되어 사실상의 정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1948년 9월 9일 북한 정권이 공식 출범하고 북조선인민위원회를 계승한 것은 남북분단의 책임을 8월 15일 정부를 수립한 대한민국에 돌리려는 기만책이었다. 대한민국 승인을 결의한 1948년 12월 파리 총회에서 소련의 극렬한 반대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소련의 이러한 태도가 여전했고, 김일성의 남침 배후에 스탈린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1950년 6월 27일 안보리 불참은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고 이세기 전 국토통일원(통일부)장관은 '6·25 전쟁과 중국: 스탈린의 마오쩌둥 제압전략'(2015·나남)에서 당시 소련은 치밀한 계산하에 안보리 불참을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일성이 일으킨 전쟁에 중국과 미국의 참전을 유도해 힘을 빼고, 중국을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에 의존하도록 만들려는 계산이었다는 설명이다. 어쨌든 유엔 안보리 결정에 의하여 총 67개국이 직간접적인 도움을 통해 한반도의 공산화를 저지하고 대한민국이 지옥에 떨어지는 걸 막는 데 성공하였다. 미국·영국·캐나다·터키 등 군사를 파병한 16개 국가, 과테말라·대만·독일 등 물자를 지원한 40개 국가,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 등 의료 및 복구사업에 도움을 준 11개 국가가 그들이다. 남북한 총선거를 방해함으로써 남북 분단에 큰 역할을 한 소련이 결과적으로는 김일성의 한반도 적화통일 야욕을 저지한 유엔군 파병에 기여한 셈이다. 안보리 불참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로서는 기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국제연합일(國際聯合日, United Nations Day) 또는 유엔의 날 대한민국 정부는 전쟁 중인 1950년 9월 18일 국제연합이 창설된 10월 24일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하였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1950년 전쟁 과정에서 유엔과 유엔군의 지원으로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을 기념하기 위함이었다. 국제연합일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한 시점은 한국전쟁의 최대 분수령이 된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의 인천 상륙 작전이 있은 지 불과 3일 뒤의 일이다. 1973년 3월 30일부터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면서 국제연합일을 기념일로 정하고, 유엔군 참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갖게 되었다. 한국전쟁 이후로도 국제연합일은 중요한 국가기념일의 하나로 여겨지면서 1975년까지 법정공휴일로 지켜졌다. 1976년 북한이 국제연합 산하 기구에 공식 가입하게 되자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한 항의로 공휴일 지정을 철폐하였다. 현재 공휴일은 아니지만 여전히 국가기념일로 존속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통령이 직접 기념사를 낭독할 정도로 위상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외무부 산하 한국유엔협회가 기념 리셉션을 개최하는 것으로 축소되었다. 이와 같이 국제연합일은 대한민국에서 그 위상이 가장 극적으로 변한 국가기념일이다. 사람들이 이름과 날짜를 기억하는 다른 폐지된 공휴일들과 달리 존재 자체도, 날짜도 아는 이가 적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등에서 일부 인용) #유엔묘지 혹은 유엔기념공원 부산광역시 남구 유엔평화로93. 대연4동 779번지. 과거 '유엔묘지'로 알려졌던, 재한유엔기념공원(공원)이 위치한 곳이다. 1980년대 초 부산 근무 시절 무심히 지나치기만 하던 장소를 찾아 가자니 진작 관심을 갖지 못한 게 아쉽게 느껴졌다. 공교롭게 5월에 이어 다시 방문한 지난 6일에도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공원은 외국에서 전사한 유엔군 장병의 유해가 묻힌 세계 유일의 묘지라고 한다. 2023년 현재 전사자의 배우자를 포함한 2320구가 안장되어 있다. 정문을 지나 묘원 입구로 들어서기 전 벽면에는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전사자들의 사진이 참배객을 맞는다. 사진 속 파릇한 젊은이들의 모습은 날씨 탓에 더욱 숙연함을 느끼게 했다.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하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먼 땅에 와서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생명을 바친 그들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추모관, 상징구역, 추모명비, 무명용사의 길, 위령탑과 묘역을 둘러보던 중 평소 우리의 안보와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타일랜드(태국), 콜롬비아 등의 참전비에 더욱 마음이 끌렸다. 태국 참전비에는 "(우리) 함께 미래를 향하여(TOGETHER TO THE FUTURE)"라는 글이, 콜롬비아 참전비에는 "자유를 위한 콜롬비아인의 죽음은 그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구절이 새겨져 있다. 자유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불사한 그들 덕분에 우리를 포함한 인류가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자유를 누릴 수 있지 않겠는가. 빗속에 묘역을 참배하는 외국인들이 있어 말을 걸어보았다. 파트마(Fatma)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은 튀르키예, 루퍼트 깁슨이라는 이름의 남성은 영국 관광객이었다. 파트마는 튀르키예 국민들이 한국을 방문할 경우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must visit)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참전 군인들이 안장된 장소는 튀르키예 사람들에게 특별한 곳이라는 설명이었다. 다른 문헌을 통해 튀르키예인들은 종교적 이유로 망자가 사망한 곳을 신성시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파트마는 영화 '아일라'를 통해 튀르키예인들은 한국과 특히 친밀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아일라는 한국전 참전 군인 슐레이만 하사(최종 계급 대령)와 한국 소녀 아일라 사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영화는 튀르키예에서 관객 528만7000여명을 동원, 공전의 히트를 친 반면 한국에서는 고작 4만3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했을 뿐이었다. 양국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이 다른 게 당연했다. 영국(892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안장자 수(462명)를 기록한 형제국 튀르키예에 미안한 마음이었다. #유엔군 참전의 날. 유엔참전용사 추모의 날 국제연합일과 별개로 우리 정부는 '유엔군 참전의 날'과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2013년 '참전유공자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을 통해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인 7월 17일을 '유엔군 참전의 날'로 지정되었다. 특히 11월 11일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1918년 11월11일 오전 11시는 제1차 세계대전이 종전한 시각이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이를 기억하기 위해 매년 11월11일 11시 기념식을 갖는다. 캐나다 참전 용사 빈센트 커트니의 제안으로 2007년 세계가 한국 시간 11월 11일 11시에 맞춰 부산유엔공원을 향해 1분간 묵념하기 시작한 후, 2020년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정부는 매년 11월 11일을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올해도 11월 11일 유엔기념공원에서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부산을 향하여)' 기념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최근 안보 상황과 유엔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와 북한이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밀착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북한이 특수부대 1만2000명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파병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북한은 헌법을 개정하여 남한을 적대국으로 공식화 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심상치 않은 안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은 파병이 유엔헌장 제51조에 입각한 자위권행사라고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유엔 관련 기념일을 '잊혀진 기념일'로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이유이다.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한 국제적 활동 중 가장 성공적이었던 유엔의 한국전쟁 참전 결정을 돌아보면서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더욱 든든히 할 때이다. 유엔기념공원 방문과 함께 유튜브에서 영화 아일라 시청도 권하고 싶다. dinoh7869@fnnews.com 노동일 주필
2024-10-20 19:25:05코로나19 이후 불황에 시달리는 중국 정부가 파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연이어 공개한 가운데 시장에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황의 원인이 소비 위축이라고 지적하면서 단기적인 부양책보다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장기적인 성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은행(WB) 역시 최근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보다 높였지만 내년에는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단기적인 효과에 치중해 있다는 분석이다. ■기대에 못 미친 中부양책9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각각 6.62%, 8.15%씩 폭락하며 장을 마쳤다. 해당 지수들은 지난달만 하더라도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기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24일 시중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p 내려 시중에 1조위안(약 19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각각 0.2%p, 0.5%p씩 낮추는 등 시장에 막대한 돈을 풀겠다고 밝혔다. 상하이 지수와 선전 지수는 해당 발표 이후 각각 10거래일, 6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하면서 이달 1~7일 국경절 휴장에 들어갔다.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 정부에서 8일 추가 부양책을 내놓으면 주가가 더욱 오른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두 지수는 8일 개장과 동시에 각각 약 10%, 13%씩 급등했다. 8일 중국 국무원 산하 거시경제 관리 기구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통화 정책에 이어 정부 돈을 풀겠다고 밝혔다. 발개위는 정부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5% 안팎)를 달성할 수 있다면서 올해 안에 내년 예산 1000억위안을 조기 집행한다고 알렸다. 동시에 1000억위안 규모의 건설 사업을 추가로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투자자들은 발개위 발표에 실망했다. 상하이 지수와 선전 지수는 발표 직후 오름세가 꺾이면서 8일 각각 4.59%, 8.89%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같은날 항셍지수는 9.41% 폭락하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일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4조위안의 국채를 발행해 경기 부양에 나선 만큼 이번에는 10조위안의 국채 발행을 기대했다. 8일 발표에는 2000억위안(약 38조원) 재정 투입 외에 파격적인 부양책이 보이지 않았다. 홍콩 시장조사업체 가베칼드래고노믹스의 크리스토퍼 베도르 중국 조사 부국장은 "정책 입안자들이 아직 안이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며칠 동안 시장이 폭락하면 그 때서야 그들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느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 효과… 결국 '소비' 자극해야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세계은행(WB)은 8일(현지시간) 동아시아·태평양 경제 보고서를 수정하면서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4.8%로 상향했다. 이는 지난 4월 전망치(4.5%)보다 0.3%p 올라간 수치다. 다국적 금융기관 가운데 올해 9월 말 이후 중국의 경기부양책을 반영해 GDP 전망치를 상향한 기관은 WB가 처음이다. WB는 중국 정부가 부양책을 내놓아 투자 심리를 끌어 올리면서 증시를 자극했다고 평가했다. WB는 올해 전망치를 상향했지만 2025년 GDP 성장률 전망치는 4.3%로 유지했다. WB의 아디티야 마투 동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8일 CNBC에 출연해 소비심리 위축을 지적했다. 그는 "중국 소비자들이 이번 부양책으로 임금·부동산 수입 감소, 질병·노화·실업에 대한 불안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지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JP모건의 제임스 설리번 아시아·태평양 증권 조사 대표는 이달 초 CNBC를 통해 "중국의 부양책이 공급 부문에만 작동할 지, 아니면 궁극적으로 소비자 수요에 흘러들 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WB는 중국 경제가 바뀌기 위해 경쟁 확대, 사회기반시설 개선, 교육 개혁 등 혁신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투는 이번 부양책이 중국의 장기 성장에 필요한 심층적인 개혁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중국 경제에 의존하는 주변국에게는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WB는 중국을 제외한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의 GDP 성장률이 올해 4.7%로 추정되며 내년에 4.9%로 오른다고 예상했다. WB는 과거 30년에 걸쳐 중국의 성장에 혜택을 입었던 주변국들이 자체적인 성장 동력을 갖춰야 한다며 "중국 경제에 따른 추진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10-09 18:09:26[파이낸셜뉴스]코로나19 이후 불황에 시달리는 중국 정부가 파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연이어 공개한 가운데 시장에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황의 원인이 소비 위축이라고 지적하면서 단기적인 부양책보다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장기적인 성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은행(WB) 역시 최근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보다 높였지만 내년에는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단기적인 효과에 치중해 있다는 분석이다. 中증시 미끄러져, 기대에 못 미친 부양책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현지 시간으로 9일 오후 2시 기준, 전일 대비 각각 4.5%, 5.7%씩 폭락했다. 해당 지수들은 지난달만 하더라도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기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24일 시중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p 내려 시중에 1조위안(약 19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각각 0.2%p, 0.5%p씩 낮추는 등 시장에 막대한 돈을 풀겠다고 밝혔다. 상하이 지수와 선전 지수는 해당 발표 이후 각각 10거래일, 6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하면서 이달 1~7일 국경절 휴장에 들어갔다.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 정부에서 8일 추가 부양책을 내놓으면 주가가 더욱 오른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두 지수는 8일 개장과 동시에 각각 약 10%, 13%씩 급등했다. 8일 중국 국무원 산하 거시경제 관리 기구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통화 정책에 이어 정부 돈을 풀겠다고 밝혔다. 발개위는 정부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5% 안팎)를 달성할 수 있다면서 올해 안에 내년 예산 1000억위안을 조기 집행한다고 알렸다. 동시에 1000억위안 규모의 건설 사업을 추가로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투자자들은 발개위 발표에 실망했다. 상하이 지수와 선전 지수는 발표 직후 오름세가 꺾이면서 8일 각각 4.59%, 8.89%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같은날 항셍지수는 9.41% 폭락하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일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4조위안의 국채를 발행해 경기 부양에 나선 만큼 이번에는 10조위안의 국채 발행을 기대했다. 8일 발표에는 2000억위안(약 38조원) 재정 투입 외에 파격적인 부양책이 보이지 않았다. 홍콩 시장조사업체 가베칼드래고노믹스의 크리스토퍼 베도르 중국 조사 부국장은 "정책 입안자들이 아직 안이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며칠 동안 시장이 폭락하면 그 때서야 그들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느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적으로는 도움, 결국 '소비' 자극해야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세계은행(WB)은 8일(현지시간) 동아시아·태평양 경제 보고서를 수정하면서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4.8%로 상향했다. 이는 지난 4월 전망치(4.5%)보다 0.3%p 올라간 수치다. 다국적 금융기관 가운데 올해 9월 말 이후 중국의 경기부양책을 반영해 GDP 전망치를 상향한 기관은 WB가 처음이다. WB는 상향 이유에 대해 중국 정부가 부양책을 내놓아 투자 심리를 끌어 올리면서 증시를 자극했다고 평가했다. WB 외에 미국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JP모건, 스위스 UBS, 일본 노무라홀딩스 등 주요 다국적 금융사들도 올해 중국 GDP 성장률을 4.5~4.9%로 보고 있다. WB는 올해 전망치를 상향했지만 2025년 GDP 성장률 전망치는 4.3%로 유지했다. WB의 아디티야 마투 동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8일 CNBC에 출연해 소비심리 위축을 지적했다. 그는 "중국 소비자들이 이번 부양책으로 임금·부동산 수입 감소, 질병·노화·실업에 대한 불안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지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JP모건의 제임스 설리번 아시아·태평양 증권 조사 대표는 이달 초 CNBC를 통해 "중국의 부양책이 공급 부문에만 작동할 지, 아니면 궁극적으로 소비자 수요에 흘러들 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WB는 중국 경제가 바뀌기 위해 경쟁 확대, 사회기반시설 개선, 교육 개혁 등 혁신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투는 이번 부양책이 중국의 장기 성장에 필요한 심층적인 개혁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중국 경제에 의존하는 주변국에게는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WB는 중국을 제외한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의 GDP 성장률이 올해 4.7%로 추정되며 내년에 4.9%로 오른다고 예상했다. WB는 과거 30년에 걸쳐 중국의 성장에 혜택을 입었던 주변국들이 자체적인 성장 동력을 갖춰야 한다며 "중국 경제에 따른 추진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10-09 13:21:38[파이낸셜뉴스] 한국 드라마 등 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한국 음식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정부 산하기관이 잘못된 조리법이 담긴 자료를 발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일 SBS에 따르면 한식진흥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김치찌개 조리법에 준비해야 할 재료로 '살아 있는 미꾸라지'와 우거지, 숙주 등이 표기됐다. 이뿐만 아니라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파오차이'라고 적고, 떡갈비의 유래를 '전라도 광주'가 아닌 '경기도 광주'라고 설명하는 등 잘못된 정보가 게재됐다. 한식진흥원은 농식품부 산하 기관으로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설립됐다. 매년 100억원이 넘는 정부 예산이 편성되고 있는 한식진흥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한식 조리법을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잘못된 정보도 포함된 것이다. SBS에 따르면 한식진흥원은 한식 메뉴를 영문으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홍합탕을 홍어탕으로, 순대를 소머리 수육으로 잘못 적어 발간된 8만부 책자를 전량 폐기 처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홈페이지에 길게는 약 1년4개월 동안 잘못된 정보가 게재됐는데, 대부분 시민들이 발견해 민원을 제기한 뒤 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식진흥원은 해마다 자체 전수조사를 하지만 이러한 오류들을 제대로 거르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식진흥원 측은 "내부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10-02 10:38:21[파이낸셜뉴스] 미국이 텅스텐의 중국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안 중 하나로 채굴 재개를 앞둔 한국 상동광산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캐나다 광물업체인 알몬티인더스트리스는 미 지질조사국(USGS) 산하 국립광물정보센터 조사단이 최근 강원 영월군의 상동광산을 방문해 광산 채굴 재개 사업 진행 상황 전반을 둘러보고 갔다고 밝혔다. 상동광산은 값싼 중국산에 밀려 1993년 폐광됐지만, 알몬티인터스트리얼이 지난 2020년 1억700만달러(약 1400억원)을 투자해 자회사인 알몬티대한중석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올해 텅스텐 채굴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텅스텐은 반도체, 배터리, 로켓 등 생산에 필요한 주요 재료로, 중석이라고도 불린다. CNBC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텅스텐 공급망의 80%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알몬티는 상동광산이 전 세계 텅스텐 공급의 50% 가량을 생산할 수 있는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USGS 산하 국립광물정보센터는 전 세계 핵심광물의 생산 및 공급망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관이다. USGS는 이번 조사를 기반으로 내년 1·4분기에 발표될 2025년 보고서에서 상동광산에 대한 주요 정보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텅스텐을 주요 광물로 정하고, 이를 관리해오고 있다. 특히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은 중국과 무역 전쟁이 격화될 경우 중국이 텅스턴 등 핵심광물 수출 통제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공급망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테네오의 가브리엘 윌다우 전무이사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이행한다면 중국도 특정 외국 기업에 대한 광물 수출을 거부할 수 있다"며 "서방 국가들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2024-08-29 12:30:45[파이낸셜뉴스] 2021년 이후 앞 다퉈 전기차 생산 확대를 선언했던 주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생산 계획을 줄이고 있다. 미국 포드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은 좀처럼 늘지 않는 전기차 수요와 비싼 원가 등으로 하이브리드를 비롯한 다른 제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 GM이어 포드까지 전기차 생산 목표 재검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는 2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순수 전기로 작동하는 3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 계획을 완전히 폐기한다고 밝혔다. 포드는 지난해 4월 내연기관 자동차 조립공장인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을 전기차 생산단지로 개편한다고 밝히면서 3열 전기 SUV를 출시한다고 알렸다. 포드는 올해 4월 발표에서 2025년이었던 출시시기를 2027년으로 미뤘으나 소비자 수요가 부족하다고 보고 생산 계획을 포기하기로 했다. 포드는 계획 취소로 이미 집행된 시설투자비를 포함하여 4억달러를 상각 처리한다며 15억달러(약 2조28억원)의 추가 지출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T3'로 알려졌던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은 기존 일정보다 1년 늦은 2027년에 출시하기로 했다. 포드는 또 순수 전기차 생산과 관련한 연간 자본지출 비중은 기존 40%에서 30%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포드와 경쟁하는 미국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이미 7월 전기차 출시 일정을 미뤘다. 지난해 10월 미시간주 공장의 전기 픽업트럽 생산 일정을 1년 미룬 GM은 지난 7월 23일 실적을 발표하며 전기 픽업트럭 생산일정을 다시 2026년 중반으로 연기했다. 또 올해 예정이던 산하 브랜드 뷰익의 전기차 출시 일정도 무기한 연기했다. GM의 마크 로이스 사장은 지난 7일 강연에서 “전기차 시장이 애초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지 않고 있다”며 “시장 확대를 전제로 한 전기차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조한 전기차 판매, 투자 축소 바람 유럽 시장에서도 저렴한 중국 전기차가 침투하면서 현지 브랜드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합작 브랜드인 스텔란티스는 올해 상반기 이탈리아 미라피오리 공장의 전기차 생산량을 36% 줄였다. 스텔란티스 영국 지사는 지난 6월 발표에서 영국 정부가 전기차 전환을 더욱 촉진하지 않는다면 영국 내 전기차 생산을 멈출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폭스바겐그룹 산하 아우디는 벨기에 브뤼셀의 전기차 공장 폐쇄를 검토중이라고 알려졌다. 당초 2030년까지 판매량의 80%를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예고했던 포르쉐는 "전기차 전환이 우리가 5년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자동차 부품 업체 OP모빌리티는 7월 23일 발표에서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의 전기차 생산량이 원래 계획보다 약 40~45%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외신들은 전기차 대중화에 앞서 수요 정체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주요 서방 국가들이 전기차 구입 보조금을 줄이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또한 제조사 입장에서는 기술 발전 속도가 더뎌 여전히 비싼 배터리로 전기차를 만드는 것보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파는 것이 이익이라고 전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8-22 09: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