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개인비서 서비스인 ‘에이닷’의 PC 버전 ‘멀티 거대언어모델(LLM) 에이전트’를 공개했다고 22일 밝혔다. PC 버전 출시는 에이닷의 첫 번째 웹 서비스다. 멀티 LLM 에이전트에서는 챗GPT 3종과 앤트로픽의 클로드 3종, 퍼플렉시티, SK텔레콤 자체 모델인 A.X까지 총 8종의 LLM모델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서비스 오픈 후 별도 이용료 없이 베타 서비스를 운영한다. 챗GPT 4o나 클로드 오퍼스처럼 타 서비스 유료 구독 기반의 모델도 베타 서비스 기간 동안 무상으로 제공된다. 모바일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델에 동일한 질문을 하고 싶을 경우 일일이 복사해서 붙여 넣는 번거로움 없이 ‘다른 AI 비교하기’ 기능을 통해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다. 후속 대화를 진행할 때도 모델을 변경하면 이전 대화 맥락을 반영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교차 대화가 가능하다. 사용자는 ‘맞춤 답변’ 설정을 통해 본인의 정보를 참고한 답변을 받거나, 3줄 요약 등 형식을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다. 또 '추가 설정’ 메뉴에서 개인이 자주 사용하는 요청사항을 저장해 놓으면, AI가 개인 선호에 맞는 답변을 제공하는 등 편의성을 향상시켰다. SK텔레콤은 현재 제공되는 8종의 모델 외에도 구글 제미나이 GPT o1-프리뷰, GPT o1-미니 등 최신 LLM을 추가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SK텔레콤은 멀티 LLM 에이전트 PC 버전 출시를 기념한 AI 활용 사례도 공모할 예정이다. 우수 프롬프트 및 홍보 콘텐츠를 모집해 1등에게 10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하는 등 총 2000만원 규모의 시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세 내용은 11월 초 에이닷 앱 내 이벤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24-10-22 10:38:04【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오픈AI가 최신 멀티모달(Multimodal·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거대언어모델(LLM)인 'GPT-4o'를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GPT-4 터보 업그레이드 후 6개월 만이다. 오픈AI가 구글의 연례개발자회의(I/O) 개최 하루 전에 업그레이드된 GPT-4o를 내놓은 것은 AI 선구자 구글보다 오픈AI가 AI 기술에서 앞섰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오픈AI는 GPT-4o를 통해 본격적인 수익창출에도 나섰다는 진단이다. ■실시간 통역하고 노래도 부른다오픈AI는 13일(현지시간)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실시간 대화와 통역, 수학문제 풀이 등 GPT-4o의 주요 기능을 보여줬다. GPT-4o의 'o'는 '옴니'를 뜻한다. 구글이 지난해 12월 최신 AI형 모델 '제미나이'를 소개할 때 미리 만들어진 조작된 영상을 보여줬다는 논란을 의식한 듯 오픈AI는 이날 GPT-4o의 주요 기능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선보였다. 오픈AI는 이미 사용자의 음성에 응답하는 챗GPT '음성 모드'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GPT-4o는 기존 음성 모드의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추가했다. 텍스트와 이미지 및 오디오를 학습해 사용자의 목소리에 더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GPT-4o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재 출시된 타사의 음성비서와 달리 사용자와 실시간으로 상호 작용한다는 점이다.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목소리 톤을 높이고 대화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 또 로봇 목소리 등 다양한 목소리로 말하고 노래도 부른다. 오픈AI는 GPT-4o가 사용자의 목소리 톤이나 얼굴 표정을 통해 사람의 감정도 감지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오픈AI의 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GPT-4o는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며 대화한다"고 강조했다. ■수학 과외선생님 같은 GPT-4o오픈AI는 이날 종이에 적힌 수학문제를 'GPT-4o'가 인식해 사용자와 함께 풀어내는 장면도 실시간으로 시연했다. 또 다른 영상에서 GPT-4o는 수학문제 정답을 바로 말하지 않고 이용자와 계속 대화하면서 답을 이끌어냈다. 무라티는 "GPT-4o는 텍스트 이외에 이미지와 동영상도 잘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픈AI는 다른 영상을 통해 GPT-4o가 사용자가 입은 검은색 재킷을 설명하고 그의 방에 무엇이 있는지도 묘사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GPT-4o를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AI 도구에 비유했다. 올트먼 CEO는 "나와 다른 오픈AI 경영진이 음성비서와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Her'(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오픈AI는 몇 주 안에 GPT-4o를 월 20달러의 챗GPT-플러스를 결제하는 사용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GPT-4o는 기업에도 판매된다. 이와 관련, 무라티 CTO는 "GPT-4o는 현재 우리의 최고급 제품인 GPT-4 터보보다 두 배 빠르고 비용은 절반"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픈AI가 GPT-4o를 출시한 것은 오픈AI가 사용자 풀을 확장하고 AI를 통해 수익을 본격적으로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theveryfirst@fnnews.com
2024-05-14 18:23:28공상과학영화 팬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제목 몇 개만 나열해 보겠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블레이드 러너' 그리고 '토탈 리콜'. 이들은 모두 필립 K 딕이라는 소설가의 책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그중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으로 유명한 토탈 리콜은 필립 딕의 '기억을 도매가로 팝니다'(원제 '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e')를 각색한 영화이다. 기억을 편집하는 기술을 중심으로 숨막히게 전개되는 사건의 밑바탕에는 "인간의 기억을 따로 저장할 수 있을까?" "무엇이 인간을 정의하는가?"라는 느리고 묵직한 질문이 깔려 있다. 이 두 질문을 연결하기 위해 간단한 사고실험을 해 보자. 기억을 우리가 현실 세계에서 경험하는 사건들의 함축된 기록으로 본다면 '기억=현실'이라는 명제를 세울 수 있다. 이 명제에 따르면 인간의 기억을 현실 세계로부터 분리하는 첫번째 질문에 답함으로써 현실 세계의 경험이 제거된 인간에게 남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두번째 질문에 다가갈 수 있다. 우리는 이 질문에 얼마나 가까이 와 있을까. 과거의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첫번째 문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으나, 불행히도 긴 대화나 현실 세계의 복잡한 사건을 제대로 이해할 만큼의 기억력을 얻지 못했다. 2022년 언어 인공지능의 대명사인 챗GPT가 등장하니 비로소 필립 K 딕의 첫번째 질문이 민망하지 않다. 최근 공개된 GPT-4o나 구글의 제미나이를 보면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소리의 경계가 없는 기억의 협주다. 이렇게 GPT는 인류의 방대한 지식을 학습함으로써 현실 세계로부터 인간의 기억을 분리해내는 데 성공한다. 인간과 닮은 인공지능이라는 타이틀이 그럴듯하다. 그런데 인공지능 속 기억 형성 과정을 살펴보면 이 타이틀이 벌거벗은 임금님의 왕관임을 알 수 있다. GPT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기억방식을 닮아야 한다는 집착을 버림으로써 인간의 기억을 얻는 데 성공했다. GPT의 기본적인 빌딩 블록인 자기 주의집중(Self-attention)은 과거 사건들을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로 맥락 기억을 형성한다. 영화 '컨택트'의 원작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원제 '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에서는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외계인이 등장하는데-그들의 언어는 시작과 끝, 원인과 결과의 구분이 없는 원형으로 표현된다-이 외계인의 사고방식이 GPT를 닮았다. 마스킹이라는 기법을 이용해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지만, GPT의 기억 속에서는 현재 사건이 과거 사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정신 나간 해석일 수 있지만 인공지능에는 신의 한 수다. GPT의 기억은 반도체를 만나 실체화된다. GPT에서는 하나의 빌딩 블록이 헤드(Head)라는 기억의 기본단위가 된다. 이 기억의 조각들에 대한 다양한 연산을 병렬로,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 그래픽 처리장치인 GPU이다. 전통적 폰 노이만 방식의 컴퓨터는 연산과 메모리가 분리되어 거대 인공지능에 적합하지 않은 데 비해, GPU는 인공지능의 핵심 연산과 메모리가 고도로 집적화되어 있어 GPT를 초거대 인공지능으로 만든 성장판이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GPU는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과 기타 인지기능의 영역이 어느 정도 분리되어 있는 인간의 뇌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기억을 얻은 GPT는 필립 K 딕이 쏘아올린 첫번째 공을 멋지게 받아내었다. 그런데 인간과 다른 기억의 씨앗들을 인간과 다른 기억의 배양판에서 길러낸 GPT에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두번째 질문은 다소 모순적이다. 그리고 그러한 GPT에 인간다움을 기대하는 우리는 김동인의 소설 '발가락이 닮았다'의 주인공과 닮은 구석이 있다. 이상완 KAIST 뇌인지과학과 부교수·신경과학-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장
2024-11-21 18:01:14"기존 거래 관행대로 하시죠" 계약을 맺을 때 있어 관행이라는 단어는 일종의 '치트키'다. 그렇기 때문에 리스크 예측을 어렵게 하는 불투명성과 동의어기도 하다. 리걸테크 기업 BHSN은 관행이 낳는 불투명성을 해소하겠다는 의지에서 탄생했다. 지난 2020년 BHSN을 설립한 임정근 대표는 법무법인 율촌 등 대형 로펌에서 수년간 인수합병(M&A) 업무를 담당해 온 인물이다. 그가 국내외를 오가며 수많은 계약에 관여하면서 느꼈던 문제점은 불투명성이었다. 임 대표는 "해외에 나가보면 외국 변호사들은 계약을 맺을 때 데이터 기반의 논리와 합리적 근거를 들며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계약의 다양한 변수에 따른 결과와 리스크를 정리하고, 과거에 사례들을 데이터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데이터가 아닌 계약 담당자 개인 역량에 의존하다 보니, 거래 관행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관행이다, 원래 그렇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존 계약서를 다 확인해보지도 않았는데 관행인지 어떻게 알까, 원래 그런 게 어디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뉴스는 임 대표를 만나 그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임 대표와의 일문일답. ―대형로펌 변호사로 근무하다가 왜 생소한 테크 분야로 뛰어들었나 ▲ 원래 어릴 때부터 게임과 컴퓨터를 좋아하는 등 IT 기술에 대한 그 관심이 있었다. 처음 대형로펌에 들어갔을 때는 비행기 타고 다니면서 계약을 맺고 이런 판타지를 가지고 들어갔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밖에서 보이던 것과 달랐다. 업무적인 성취도 있었지만 나는 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등 본질적인 고민을 했다. 이후 AI가 터지면서 정보를 학습해서 가공해서 내뱉는 것이 사람과 뭐가 다를까 호기심이 들어서 가볍게 시작한 것이 사업적으로 커지게 됐다. ―BHSN은 올해 AI법률솔루션 '앨리비'를 출시하는 등 본격적 행보를 시작했다. AI법률솔루션이라는 것이 뭔가 ▲저희는 리걸 AI라는 이름을 쓰고있다. 보통 리걸테크나 법률 AI라고 하면, 소장을 써준다거나 판례를 찾아주는 등 변호사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방식이 많이 거론된다. 그러나 결국 기업에서 협상하고, 가격 책정을 하고, 계약을 맺는 행위는 비즈니스 의사결정인 동시에, 공정거래법 등이 적용되는 법률적인 문제다. 저희 서비스는 이쪽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계약, 하나는 컴플라이언스(준법) 리스크 문제를 AI를 적용해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다. ―BHSN이라는 기업이 가진 차별성은 뭔가 ▲AI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측면에서는 저희가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설립 당시부터 데이터 수집, 학습, 가공을 시작했고, 그래서 AI 엔지니어들의 인력 규모가 상당히 크다. 기술 개발과 별론으로 AI를 어떤 분야에 적용해서 문제를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다. 저희는 실제로 AI를 적용해 어떻게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비효율성을 개선할지, 데이터를 어떻게 취급할지 등 이런 면에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구체적인 예시가 있는지 ▲예를 들면 콘텐츠 IP 회사들하고 일을 할 때 보면 좋은 콘텐츠 좋은 IP를 많이 가지고 있는 회사들은 다른 회사들과 협력을 많이 한다. 게임 회사가 식음료 회사랑 협업을 하는 식이다. 그럼, 협업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가 나올 텐데, 이 콘텐츠에 대한 권리는 누가 가지게 될지 협의한다. 그런데 통상 협업을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작 계약에서는 권리 관계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정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계약을 할때 회사 정책상 이 정도까지는 협상의 여지가 있다, 혹은 계약 체결 이후 정책 이행 관리 등을 도와주는 식이다. ―계약이 중요한 만큼, AI의 오류 가능성을 잡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내부적으로 검토를 저희가 해봤고, 당연히 법률이나 계약서 검토, 계약서 번역 등에 특화된 만큼, 그쪽 부분에 있어서는 오픈AI의 최신 모델 챗GPT-4o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또 오류를 막기 위해 AI가 답변할 때 참고한 레퍼런스를 띄워주도록 했다. 예를 들면 채용 관련된 계약이라면, 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에 고용노동부의 지침이나 법령 등 원문을 함께 보여주는 것이다. 단순 참조가 아니라 원자료를 보여주는 곳은 국내에서 저희밖에 없다. ― 직역단체와의 갈등은 없었나 ▲없었다. 저희가 변호사를 중개하는 플랫폼도 아니고, 소장이나 서면을 써주는 서비스도 아니지 않나. 저희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 간 거래(B2B)다. 물론 대형 로펌들이 하던 역할을 일부 대체하는 부분이 전혀 없진 않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변호사 생산성이 올라가고, 법률 수요가 커질 것이다. 예를 들면 기존에 기업에서 계약서 10만개가 있었다면 변호사들이 이 중 몇 개나 볼 수 있을 것 같나. 극히 적을 것이다. AI를 활용하면, 문제 소지가 있는 필요한 부분만 변호사가 보게 되고, 전반적인 수요가 늘 수 있다. 변호사 생산성도 늘어날 것이다. ―리걸테크 업계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가시적 성과가 있는가 ▲올해부터 '앨리비' 브랜딩에 나서고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벌써 CJ제일제당, SK텔레콤 등 대기업 고객사와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부터는 한화솔루션에 계약 관리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내년에 손익분기점(BEP)을 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계획은 ▲저희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일본어나 중국어 등 글로벌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영어나 다른 언어로 된 계약서도 잘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계약하는 미국이나 일본기업들도 쓸 수 있고, 국내 규제를 알고자 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향후 저희가 이미 갖춰놓은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글로벌로 확장하고 싶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4-11-12 18:25:27[파이낸셜뉴스] “기존 거래 관행대로 하시죠” 계약을 맺을 때 있어 관행이라는 단어는 일종의 ‘치트키’다. 그렇기 때문에 리스크 예측을 어렵게 하는 불투명성과 동의어기도 하다. 리걸테크 기업 BHSN은 관행이 낳는 불투명성을 해소하겠다는 의지에서 탄생했다. 지난 2020년 BHSN을 설립한 임정근 대표는 법무법인 율촌 등 대형 로펌에서 수년간 인수합병(M&A) 업무를 담당해 온 인물이다. 그가 국내외를 오가며 수많은 계약에 관여하면서 느꼈던 문제점은 불투명성이었다. 임 대표는 “해외에 나가보면 외국 변호사들은 계약을 맺을 때 데이터 기반의 논리와 합리적 근거를 들며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계약의 다양한 변수에 따른 결과와 리스크를 정리하고, 과거에 사례들을 데이터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데이터가 아닌 계약 담당자 개인 역량에 의존하다 보니, 거래 관행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관행이다, 원래 그렇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존 계약서를 다 확인해보지도 않았는데 관행인지 어떻게 알까, 원래 그런 게 어디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뉴스는 임 대표를 만나 그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임 대표와의 일문일답. ―대형로펌 변호사로 근무하다가 왜 생소한 테크 분야로 뛰어들었나 ▲ 원래 어릴 때부터 게임과 컴퓨터를 좋아하는 등 IT 기술에 대한 그 관심이 있었다. 처음 대형로펌에 들어갔을 때는 비행기 타고 다니면서 계약을 맺고 이런 판타지를 가지고 들어갔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밖에서 보이던 것과 달랐다. 업무적인 성취도 있었지만 나는 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등 본질적인 고민을 했다. 이후 AI가 터지면서 정보를 학습해서 가공해서 내뱉는 것이 사람과 뭐가 다를까 호기심이 들어서 가볍게 시작한 것이 사업적으로 커지게 됐다. ―BHSN은 올해 AI법률솔루션 ‘앨리비’를 출시하는 등 본격적 행보를 시작했다. AI법률솔루션이라는 것이 뭔가 ▲저희는 리걸 AI라는 이름을 쓰고있다. 보통 리걸테크나 법률 AI라고 하면, 소장을 써준다거나 판례를 찾아주는 등 변호사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방식이 많이 거론된다. 그러나 결국 기업에서 협상하고, 가격 책정을 하고, 계약을 맺는 행위는 비즈니스 의사결정인 동시에, 공정거래법 등이 적용되는 법률적인 문제다. 저희 서비스는 이쪽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계약, 하나는 컴플라이언스(준법) 리스크 문제를 AI를 적용해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다. ―BHSN이라는 기업이 가진 차별성은 뭔가 ▲AI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측면에서는 저희가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설립 당시부터 데이터 수집, 학습, 가공을 시작했고, 그래서 AI 엔지니어들의 인력 규모가 상당히 크다. 기술 개발과 별론으로 AI를 어떤 분야에 적용해서 문제를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다. 저희는 실제로 AI를 적용해 어떻게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비효율성을 개선할지, 데이터를 어떻게 취급할지 등 이런 면에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구체적인 예시가 있는지 ▲예를 들면 콘텐츠 IP 회사들하고 일을 할 때 보면 좋은 콘텐츠 좋은 IP를 많이 가지고 있는 회사들은 다른 회사들과 협력을 많이 한다. 게임 회사가 식음료 회사랑 협업을 하는 식이다. 그럼, 협업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가 나올 텐데, 이 콘텐츠에 대한 권리는 누가 가지게 될지 협의한다. 그런데 통상 협업을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작 계약에서는 권리 관계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정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계약을 할때 회사 정책상 이 정도까지는 협상의 여지가 있다, 혹은 계약 체결 이후 정책 이행 관리 등을 도와주는 식이다. ―계약이 중요한 만큼, AI의 오류 가능성을 잡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내부적으로 검토를 저희가 해봤고, 당연히 법률이나 계약서 검토, 계약서 번역 등에 특화된 만큼, 그쪽 부분에 있어서는 오픈AI의 최신 모델 챗GPT-4o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또 오류를 막기 위해 AI가 답변할 때 참고한 레퍼런스를 띄워주도록 했다. 예를 들면 채용 관련된 계약이라면, 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에 고용노동부의 지침이나 법령 등 원문을 함께 보여주는 것이다. 단순 참조가 아니라 원자료를 보여주는 곳은 국내에서 저희밖에 없다. ― 직역단체와의 갈등은 없었나 ▲없었다. 저희가 변호사를 중개하는 플랫폼도 아니고, 소장이나 서면을 써주는 서비스도 아니지 않나. 저희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 간 거래(B2B)다. 물론 대형 로펌들이 하던 역할을 일부 대체하는 부분이 전혀 없진 않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변호사 생산성이 올라가고, 법률 수요가 커질 것이다. 예를 들면 기존에 기업에서 계약서 10만개가 있었다면 변호사들이 이 중 몇 개나 볼 수 있을 것 같나. 극히 적을 것이다. AI를 활용하면, 문제 소지가 있는 필요한 부분만 변호사가 보게 되고, 전반적인 수요가 늘 수 있다. 변호사 생산성도 늘어날 것이다. ―리걸테크 업계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가시적 성과가 있는가 ▲올해부터 ‘앨리비’ 브랜딩에 나서고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벌써 CJ제일제당, SK텔레콤 등 대기업 고객사와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부터는 한화솔루션에 계약 관리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내년에 손익분기점(BEP)을 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계획은 ▲저희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일본어나 중국어 등 글로벌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영어나 다른 언어로 된 계약서도 잘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계약하는 미국이나 일본기업들도 쓸 수 있고, 국내 규제를 알고자 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향후 저희가 이미 갖춰놓은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글로벌로 확장하고 싶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4-11-12 16:02:25<편집자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적인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에게 압도적 승리를 거둔 지난 2016년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2022년에는 '챗(Chat)GPT'라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AI 활용은 일상화가 됐다. 올해는 AI가 노벨과학상을 사실상 휩쓸었다. 이처럼 우리는 AI가 불러온 대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의 기획 취재의 시작점은 여기였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시대에 인간이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아닌 AI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궁금했다. 따라서 기획 기사는 AI에 의뢰해 기획안을 만들었다. AI가 지시한 취재 방식에 따라 추천한 지역을 찾았고 요구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사 작성만 기자가 직접했다. 이번 7회는 AI가 기획 기사로 제시한 여섯번째이자 마지막 주제다. AI는 단순 기사 작성 보조 역할을 넘어 뉴스의 생산, 배포, 소비까지 저널리즘 본질을 바꿀 수 있다며 취재를 제안했다. 과정에서 발생할 신뢰와 윤리 문제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것을 제안했다. 사람이 기사를 쓰지 않고 인공지능(AI)이 기사를 제공하는 시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파이낸셜뉴스가 지난 2016년 1월 선보인 '아이엠에프앤봇(IamFNBOT)'이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언론사 최초의 시도였다. 이후 국내 주요 언론사들도 AI 도입 흐름에 동참했다. 그러나 상장사 정보, 증권 관련 정보, 스포츠 경기 결과 등에 한정될 수밖에 없어 활용은 제한적이었다. 8년이 지난 현재 국내외 언론 산업에 AI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이른바 '열풍'이다. 분위기도 당시와 사뭇 다르다. 빠르게 발전 중인 AI 기술이 뉴스의 생산, 배포, 소비 방식을 포함해 언론 산업 전반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에 대한 투자도 광범위하게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신뢰와 윤리 문제는 AI 도입이 아직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라는 지적도 상존한다. ■신문사 10곳 중 8곳 "AI 도입한다" 11일 한국신문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소속 회원사 23곳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기술 도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 19곳(82.6%)이 생성형 AI를 활용 중이거나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세계신문협회가 지난해 7~9월 전 세계 미디어 기업 임원에 물어봤더니, 87%가 'AI'를 언론사의 기술 및 제품 투자 우선순위로 꼽았다. 언론사들이 생성형 AI를 도입해 우선적으로 실험하는 분야는 '뉴스 생산의 자동화'다. 스포츠 경기 결과, 보고서 요약 정리, 주가 변화 등 일차원적인 데이터 기반 뉴스를 신속하게 작성하기 위한 시도이다. 이렇게 생산된 활자 기반의 뉴스를 영상, 이미지, 음성 등으로 재가공하고 활용하는 구상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생성형 AI 기술 도입 현황' 조사에서 신문사들은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분야로 '기사에 사용되는 텍스트, 이미지 생성'(68.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취재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에 AI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언론사 개별로 AI에 자신들이 확보한 데이터를 입력한 이후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고 기사로 만드는 형식이 가능하다. 대면 접촉과 관계 형성은 인간인 기자가 하겠지만 확보된 데이터 또는 정보를 가공해 의미를 찾고 기사를 쓰는 행위까지를 AI에 맡기겠다는 계획이다. 온전한 인간의 영역으로 보였던 '취재' 영역까지 AI가 들어오게 되면 저널리즘은 본질적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아울러 AI 도입은 뉴스 배포와 소비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개인 맞춤형 쇼핑, 영화 추천처럼 '개인 맞춤형 뉴스' 제공이 가능해진다는 판단에서다. ■AI가 언론 신뢰 하락을 불러올까 이런 변화가 현실이 되면서 논란도 불가피하다. AI가 기사 작성에 적극적으로 도입될 경우 윤리 문제가 언론의 신뢰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특히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한 어뷰징 기사가 대량으로 생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현재 언론사가 하는 어뷰징 형태가 AI 도입을 통해 클릭 수 유도형 어뷰징 기사 생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공해 수준의 정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또 AI 어뷰징 기사를 대량 생산하는 과정에서 편향된 뉴스가 양산되면서 언론 산업은 신뢰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걱정도 많다. 이 때문에 본격적 AI 도입에 앞서 구성원 간의 논의를 통해 AI 활용 준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 AI를 활용 중인 신문사 19개사 중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곳은 2개사다. 앞으로 이런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런 우려는 AI 도입에 의해 극복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AI 석학으로 불리는 페드로 도밍고스 워싱턴주립대 명예교수는 본지에 "뉴스룸에 AI가 도입되면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지고, AI의 수준이 높아지면 AI가 생성하는 정보를 신뢰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길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변화 적응 못 하는 언론사는 '위기' 종합하면 AI 도입 이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언론 환경과 문화가 본질적으로 달라질 것임은 분명하다. 기존 정보를 학습하는 AI의 구조상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기자들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기자들이 심층 보도나 탐사 저널리즘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반복·규칙적인 작업은 AI가 맡고 기자들은 심층적인 취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셈이다. 현장에서 활동 중인 기자 A씨는 "현재 수준의 AI는 어려움이 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언론의 AI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다. 이미 기본적인 자료 조사는 AI에 맡기는 기자들도 있다"며 "결국 핵심은 AI에 대한 신뢰다. AI가 제공하는 자료나 결과물을 믿을 수 있다면 많은 기자들이 AI를 핵심 도구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언론사는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는 "AI와 기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심층 보도로 발전하지 않으면, 언론사 간 격차가 커질 것"이라며 "단순 클릭 수 유도 기사를 통해 시장에서 경쟁하려는 시도는 알고리즘이 저품질로 인식할 것이다. 이 경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장에 밀려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챗GPT 4o는 "생성형 AI가 언론에 미치는 영향은 결국 기자와 기술의 상호작용에 달려 있다"며 "AI를 도구로 활용해 정보의 깊이와 신뢰성을 높인다면, 언론사들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저널리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4-11-11 18:24:35#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고객센터 업무를 맡던 콜센터 용역업체를 줄이면서 상담사 240여명을 해고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상담원이 하던 업무를 챗봇 등 인공지능(AI)이 대신하면서 나타난 변화였다. 실직 위기에 처한 상담사들은 거리로 나섰다. 노동계는 물론, 국회와 정당 등도 해고 위기에 놓인 콜센터 상담사에게 힘을 실어줬다. KB국민은행이 전원 고용 승계를 약속하면서 사태는 일단락이 됐지만, 여운은 남겼다. AI 등장으로 기존 인력 사이의 일자리 분배 문제가 앞으로도 곳곳에서 논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콜센터 업무는 AI 이후 사라지는 저숙련·저임금 일자리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렇다면 이렇게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 전문가들은 더욱 낮은 수준의 '저숙련·저임금 일자리'로 몰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의사, 변호사 등 현재 고임금 일자리의 경우 전면적인 AI 대체가 현재까진 불가능하다. 대신 이들은 AI를 활용해 더 많은 소득을 만들 것으로 관측된다. AI가 소득 격차 불평등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유럽연합(EU)에서는 AI 도입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AI 관련 규제책을 이미 내놨다. ■"불평등은 커지고 양극화는 심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발표한 'AI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와 정책 방향' 보고서를 보면 "현존하는 90% 이상 일자리는 2030년이 되면 업무의 90% 이상이 자동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실려 있다. 또 지난해 나온 한국은행 'AI와 노동시장 이슈'에는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수의 12%인 341만명이 AI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저숙련·저임금 일자리'에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주면서 이른바 '노동 불평등' 현상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고임금 일자리의 경우 AI를 활용해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저임금 일자리'의 경우 노동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대표적 고임금 일자리인 '변호사' 업무에 AI가 도입된다면 사건 접수나 자료 조사, 서류 작업, 법조항·판례 찾기 등의 보조 업무를 하는 노동자의 경우 일자리가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반면 변호사는 AI를 쓰면서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게 가능하다. 재판에서 법리를 다투고 사람을 만나는 업무는 AI가 대체할 수 없어서다. 병원에서도 접수를 하고 일정을 관리하며 고객과 상담하는 등의 업무는 AI가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목숨이 달린 수술 등 응급 상황은 AI가 대신하는 게 불가능하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직무 구성이 단순하고 AI 노출도가 높은 일자리는 쉽게 사라질 수 있지만 일부 직무의 AI 노출도가 높더라도 다른 직무 노출도가 낮은 직업은 AI 대체 가능성이 낮다. 직업이 여러 개의 직무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라며 "기술이 발전하면 저·중숙련 분야 일자리를 대체해 임금 불평등이 커지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AI 기술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불평등은 연령에 따라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나이가 많은 노동자의 경우 AI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 따라서 AI 기술에 적응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재교육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AI 통제하지 않으면 소수에 자본·권력 집중" 해외 석학들도 AI를 통제하지 않으면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지난해 낸 '권력과 진보'라는 책을 통해 "기술의 진보로 소수의 기업과 투자자만 이득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AI 신경망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역시 수상 소감에서 "AI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는 위협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로 인해 소수 플랫폼의 독과점 등 AI로 인해 나타날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실제 일부 국가는 AI 기술을 규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가장 먼저 규제책을 내놓은 곳은 EU다. 지난 8월 세계 최초의 포괄 AI 규제법인 'EU AI 법(Act)'이 발효됐다.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포괄적인 규제책이 담겼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AI 도입에 불안을 느끼고 딥페이크(허위 합성물) 범죄 등으로 AI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면 특정 소수에게 AI가 독점될 수 있다"며 "관련 제재를 강화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소수에게 권력과 자본이 집중되지 않도록 독과점을 규제하는 방안을 찾는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고 봤다. 전병유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AI가 인간을 대체해 불평등을 심화할지 업무를 도와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지는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수용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챗GPT 4o에 묻자 "AI가 고숙련 직업까지 자동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콜센터와 같은 단순 업무에 대한 대체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기술 도입에 따른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정책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24-11-07 18:24:26<편집자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적인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에게 압도적 승리를 거둔 지난 2016년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2022년에는 '챗(Chat)GPT'라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AI 활용은 일상화가 됐다. 올해는 AI가 노벨과학상을 사실상 휩쓸었다. 이처럼 우리는 AI가 불러온 대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의 기획 취재의 시작점은 여기였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시대에 인간이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아닌 AI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궁금했다. 따라서 기획 기사는 AI에 의뢰해 기획안을 만들었다. AI가 지시한 취재 방식에 따라 추천한 지역을 찾았고 요구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사 작성만 기자가 직접했다. 이번 4회는 AI가 기획 기사로 제시한 세번째 주제이자 두번째 현장 르포다. AI는 최근 AI 기술 도입으로 침체로 이어진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 시카고 현장 취재를 제안했다. 코로나19와 AI 기술 도입으로 시카고에서는 기업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파이낸셜뉴스 시카고(미국)=강명연 노유정 기자】 "시카고의 오래된 고층빌딩 일부는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어 있습니다. 코로나19 기간 기업이 직원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AI)이 이런 현상을 가속시킬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 도시 변화에 대해 연구 중인 루이스 베텐코트 시카고대 진화생태학 교수의 이야기다. 챗(Chat)GPT의 제안으로 본지는 지난 9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를 찾아 베텐코트 교수를 만났다. 그에게 AI 도입에 따른 영향을 볼 수 있는 현장을 문의하자, 시카고 구도심인 '라살 거리'로 동행을 제안했다. 그렇게 찾은 라살 거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주말이라 직장인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소수의 관광객만 종종 보였다. ■상품거래소 앞 불 꺼진 사무실·상가 라살 거리는 뉴욕 월스트리트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가다. 곡물과 금, 원유 등 원자재를 거래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BOT)를 비롯해 시카고 연방준비은행과 미국 대형은행 노던트러스트 본사 등 굵직한 금융기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금융가의 침체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때부터 시작됐다. 거리두기와 기술발전이 재택근무를 늘리면서 고용이 감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사무실 공실률은 가파르게 올랐다. 베텐코트 교수는 "코로나19와 함께 AI 등 기술이 사무직, 회계를 비롯한 분야에 변화를 일으키면서 기업들은 직원을 줄이고 있다"며 "변화에 맞춰 도시를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과거에 지어진 건물을 한 번에 바꿀 수 없어 어려움(공실)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메타, 구글 등 미국 기술기업에서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규모 구조조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베텐코트 교수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에서도 재택 이후 직원들이 일자리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통계로도 확인된다. AI가 사무직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며 "이에 따른 도시 변화를 통해 AI가 산업과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 평일에 다시 찾은 라살 거리는 빈 사무실이 더 분명히 눈에 들어왔다. 거리 양옆으로 서 있는 오래된 건물을 보면 5~10개 층이 전부 불이 꺼져 있기도 했다. 식당이나 은행 등 매장 대신 임대광고가 붙어 있는 1~2층 상가도 절반 가까이였다. 점심시간에 찾은 CBOT 역시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시카고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 브래드포드 앨런 보고서에 따르면 시카고 오피스 공실률은 올 3분기 기준 22.5%를 기록했다. '루프(Loop)'로 불리는 중심업무지구(CBD)는 25%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 10% 초반대를 유지했지만 코로나 이후 올해까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평균 임대료는 꾸준히 하락세다. 일리노이 주정부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 경비원 A씨 역시 "불 꺼진 층은 모두 공실"이라며 "주정부 직원 일부는 재택을 끝내고 다시 돌아온 것으로 안다. 대부분은 출근과 재택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예술가들 AI로 대체" 시카고를 떠나거나 사무실 규모를 줄이는 기업은 계속 늘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 2021년 수천명의 직원 등 본사 운영인력 대부분을 줄이거나 도시 밖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유나이티드항공 본사는 시카고의 대표 고층건물인 윌리스타워에 입주해 있어 지역경제에 타격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본사를 옮긴 보잉, 타이슨푸드(미국 최대 육류가공업체)도 코로나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기존 사무실 규모를 줄였다. 미술 분야 역시 AI로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대학인 펜실베이니아 미술아카데미(PAFA)가 올해 초 폐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시카고에 있는 미국예술아카데미(American Academy of Art College) 역시 지난 7월 문을 닫았다. 이 학교들은 코로나 이후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더 이상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디자인 등 미술가들이 설 자리를 빼앗은 결과라는 진단이 나온다. 벤 자오 시카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게임회사 등이 고용하던 유명 예술가들이 AI로 대체돼 직업을 잃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거나 진학하지 않고 있다"며 "학교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동종업계 종사자와 학생들 역시 생성형 AI가 디자인 등 예술 분야에서 빠르게 활용되는 현상을 우려했다. 미국예술아카데미 인근 드폴대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영화를 전공하는 엘라 시메카(20)는 "영화계에서도 AI가 대본을 쓰고 있다고 한다"며 "많은 분야에서 AI가 사람을 대체하면서 편리해지는 측면이 있겠지만 산업과 교육 제도를 망가뜨릴지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또 시카고의 한 금융회사에서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로 일하는 권채린씨(31)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자료조사는 이미 AI가 도와주고 있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받고 있다"며 "AI가 계속 좋아지면 디자이너는 뭘 해야 하나 걱정됐다"고 토로했다. 챗GPT 4o에 묻자 "시카고는 전통적으로 금융과 비즈니스 중심지였지만, 기술변화가 가져온 급격한 전환으로 인해 고용구조와 공간 사용패턴도 변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시카고가 AI 등 기술발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4-11-03 18:20:29<편집자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적인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에게 압도적 승리를 거둔 지난 2016년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2022년에는 '챗(Chat)GPT'라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AI 활용은 일상화가 됐다. 올해는 AI가 노벨과학상을 사실상 휩쓸었다. 이처럼 우리는 AI가 불러온 대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의 기획 취재의 시작점은 여기였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시대에 인간이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아닌 AI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궁금했다. 따라서 기획 기사는 AI에 의뢰해 기획안을 만들었다. AI가 지시한 취재 방식에 따라 추천한 지역을 찾았고 요구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사 작성만 기자가 직접했다. 이번 3회는 AI가 기획 기사로 제시한 두번째 주제이자 첫번째 현장 르포다. AI는 최근 AI 기술 도입으로 가장 급변하고 있는 도시로 미국 시애틀을 지목하며 현장 취재를 제안했다. 빅테크 기업의 움직임과 AI에 의한 사회의 변화를 시애틀에서 목격할 것이라고 했다.【파이낸셜뉴스 시애틀(미국)=주원규 이진혁 기자】 지난 8월 26일 방문한 미국 워싱턴주 레드몬드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뜨거웠다. 'MS 캠퍼스'는 축구장 300개 크기에 버금가는 약 60만5000평 규모로 조성됐다. 이곳 120여개의 건물에는 5만명의 직원들이 근무한다. MS는 최근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캠퍼스 확장과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AI 관련 새로운 부서들이 주로 입주할 예정이다. MS 직원 A씨는 "캠퍼스에 있는 모든 직원의 최고 관심사는 AI"라며 "AI가 우리의 새로운 주력 상품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 시애틀로 몰려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MS에 그치지 않는다. 아마존도 둥지를 틀었다. 자연스럽게 전 세계에서 개발자들도 속속 들어오면서 글로벌 AI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었다. 시애틀은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는, 미국 노년층의 휴양지로 부르기는 더 이상 어려울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제2의 실리콘밸리'라는 수식어가 이해됐다. ■시애틀 성장 배경 'AI' 미국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워싱턴주 시애틀·터코마·벨뷰 지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18년 395억7100만달러 △2019년 417억9900만달러 △2020년 419억7500만달러 △2021년 451억6400만달러 △2022년 462억2500만달러로 5년 사이 16.82% 증가했다. 미국 전체에서 지난 2018~2022년 5위의 기록이다. 일등 공신은 역시 'AI'였다. 본지가 찾은 MS 본사에서는 일반인들이 찾는 '방문자센터·스토어'에서도 AI와 관련된 홍보가 한창이었다. 전시관에는 MS가 AI 서비스를 어떻게 접목시켜 이용하는지 설명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스토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방문자들을 상대로 MS의 대화형 AI '코파일럿'의 기능을 직접 보여줬다. 직원 얼킨씨가 "한국어로 요리법을 소개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 코드를 짜달라"고 말하니 코파일럿이 금방 코드를 내놨다. 그는 "코파일럿은 배우기도 매우 쉽고 일반인들에게도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며 "현재 방문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코파일럿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고 싶어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시애틀시 7번가와 블랜차드 거리 사이에 자리 잡은 아마존의 도심 정원 '바이오스피어(Biosphere·생물권)'와 무인상점 '아마존 고'에서도 AI 기술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 고에서는 AI가 자동으로 고객이 집은 물건을 파악하고 자동으로 결제까지 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처음 경험한 사람에게는 특별하지만 이미 시애틀 주민들에게는 익숙한 일상이었다. 인근 정보기술(IT) 업체에 종사 중인 니콜씨는 "아마존 아이디 등록만 하고 물건을 들고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가 된다"며 "인근 직원들이 가볍게 음료수를 사러 많이 이용한다"고 전했다. 아마존은 지난 2010년부터 시애틀을 포함해 미국 워싱턴주에 총 17조원을 투자했다. 후속 효과는 일자리 24만개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된다. ■"혁신 막는 제도 혁파해야" AI 덕분에 시애틀은 실리콘밸리와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IT 도시로 성장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급여 비교 사이트(levels.fyi)에 따르면 시애틀은 지난해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급여가 두번째 높은 도시로 집계됐다. 1등은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가 차지했다. 특히 시애틀 주민들은 빅테크 성장과 함께 수많은 인재가 모이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도시에 젊은 활력이 돌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시애틀에서 20년 동안 거주하고 있는 박정준 샤인플로 대표는 "MS와 아마존의 성장이 자연스럽게 인근 스타트업 성장을 이끌었다"며 "구글 등 다른 빅테크 기업에서도 캠퍼스를 짓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개발자 풀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애틀 성장의 배경에는 워싱턴 주정부의 기업 친화적인 정책도 유효했다. 워싱턴 주정부는 주세금을 걷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업 유치에 인센티브를 가진다. 아울러 민관협력을 통해 투자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워싱턴 주정부의 민간 유치 사업자인 브라이언 수랫 그레이터 시애틀 파트너스(GSP) 대표는 "빅테크 기업이 시애틀에 자리 잡은 것은 어쩌면 행운일 수도 있다"며 "주정부는 그런 행운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기업의 혁신을 막는 제도가 있다면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AI를 흥미롭게 보면서도 두려운 측면으로도 보고 있다"며 "정부에서는 AI가 바르게 사용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교육을 장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AI 확대로 이룬 성장에는 어두운 부분도 존재했다. 아마존과 같은 대기업의 확장과 기술 산업의 발달로 인해 부유한 기술 인력이 대거 유입되면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다. 도심 인근의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과 돈이 유입되고,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이다. 시애틀 다운타운에서 샌드위치집을 운영하는 지나리씨는 "최근 렌트비가 매우 올라 단골들이 먼 지역으로 이사를 떠나고 있다"며 "다운타운 내부에 노숙자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워싱턴주립대학교를 졸업한 유학생 조수경씨도 "시애틀 다운타운과 부촌인 벨뷰 등에서 렌트비가 최근 들어 급격히 올랐다"면서 "학교에서 1시간이 넘게 걸리는 터코마와 이사콰 등지로 자리를 옮긴 지인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챗(Chat)GPT 4o에 묻자, "AI를 중심으로 한 시애틀의 성장은 단순한 산업 확대를 넘어 지역 경제와 사회적 구조까지 변화시키고 있다"는 답을 내놨다.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나타나는 부동산 문제와 같은 사회적 영향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는 게 챗GPT 4o의 견해였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4-10-31 18:15:07<편집자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적인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에게 압도적 승리를 거둔 지난 2016년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2022년에는 '챗(Chat)GPT'라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AI 활용은 일상화가 됐다. 올해는 AI가 노벨과학상을 사실상 휩쓸었다. 이처럼 우리는 AI가 불러온 대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의 기획 취재의 시작점은 여기였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시대에 인간이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아닌 AI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궁금했다. 따라서 기획 기사는 AI에 의뢰해 기획안을 만들었다. AI가 지시한 취재 방식에 따라 추천한 지역을 찾았고 요구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사 작성만 기자가 직접했다. 이번 2회는 AI가 기획 기사로 제시한 첫번째 주제다. AI는 사라질 직업과 새로 생기는 직업을 비교하고 새로 생기는 직업의 특징에 대해 취재할 것을 지시했다. 이어 변화 속에서 주목받는 인재상에 대해서도 취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미국작가조합(WGA)과 미국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이 함께 파업에 돌입했다. 할리우드 양대 노조가 동시에 일손을 놓은 것은 1960년 이후 63년 만이다. 이들 노조가 주장하는 것은 '생존권'이었다. 인공지능(AI)이 작가 대신 대본을 쓰고 배우의 연기를 대체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직업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가·배우 동반 파업으로 할리우드 제작현장은 멈췄고 경제적 손실은 50억달러로 추산됐다. AI 기술 발전과 현장 도입에 따른 전통적 직업의 변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할리우드 사례와 같이 가장 늦게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창의적 부문까지 AI의 침투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다양한 직업에 AI 기술이 접목되고 대체된다면 현재 존재하는 직업의 상당수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른바 '신직업'도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AI를 관리하고 유지·보수를 담당할 인력에 대한 수요가 클 것으로 보인다. 직업의 탄생과 몰락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인간도 적응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인간이 AI에 상대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창의력·비판정신·협력·소통 등 비기술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라지는 8300만개 vs 나타날 6900만개 직업 29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3년 일자리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오는 2027년까지 8300만개의 인간 일자리가 대체될 수 있다. 사무직, 비서, 은행원, 우편서비스 사무원, 출납원·매표원, 데이터 입력원 등 '실수 없는 반복업무'가 대표적이다. 그 대신 WEF는 AI 도입으로 69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것으로 예상했다. 단순 계산하면 1400만개의 직업에 더 이상 인간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게 되는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새로 탄생하는 일자리의 특징이다. WEF는 △AI·기계학습 전문가 △비즈니스인텔리전스 분석가 △정보보안 전문가 △핀테크 엔지니어 △데이터 분석가 등 AI 기술을 관리·고도화·활용하는 전문인력 수요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상당 부분 현실이 된 분야도 있다. 자동화된 생산공장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는 자동차 부품 분류부터 조립까지 로봇이 담당한다. 조립된 차체를 옮기는 것도 로봇이 한다. 차량 생산 이후 결함을 찾는 것은 AI 몫이다. 약 4만4000㎡(1만3000평) 부지에 연면적 9만2000㎡(2만8000평),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로 건립된 생산시설에서 사람이 일하는 곳은 디지털커맨드센터라는 HMGICS의 종합상황실뿐이다. 이곳에서는 20여명의 인력이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 진행상황을 관리·감독하는 데 집중한다. 가장 많은 인력이 투입된 부문은 연구개발(R&D)과 같은 창조적 업무다. HMGICS와 같은 사례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바꿔 말해 반복적인 업무는 AI 도입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R&D처럼 창의적 업무나 AI를 관리·감독하고 유지·보수하는 업무에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미래엔 '융합형 인재' 필요 역사적으로 과학적 진보와 기술의 발달은 고용시장 판도를 바꿨다. 17세기 증기기관의 발명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기계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는 산업혁명으로까지 연결되면서 노동시장에서 숙련공의 자리를 기계가 대신하게 됐다. AI가 만들어낼 기술혁명도 이와 유사한 파급효과가 예상되지만 차이점은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홍직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고용부장은 "AI 기술은 기존의 자동화 기술과 달리 비정형화된 업무와 인지적 업무까지 처리할 수 있다"며 "기존 자동화 기술이 주로 저소득·저학력 인력을 대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과 달리 AI 기술은 고소득·고학력 직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특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I 기술 관련 투자가 늘어나는 것과 서비스 산업의 수출, 특히 지식기반서비스 산업의 수출이 늘어나는 것은 유의미한 관계를 보인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연구가 있다"며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 고용시장 규모를 키울 것인가를 고민할 때"라고 제안했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지난해 11월 'AI와 노동시장 변화'란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는 AI 기술 발달이 가져올 고용시장의 변화에 대한 내용이 담겨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변화에 맞춰 인재를 양성하는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처럼 뛰어난 외국어 능력이나 과학적 지식, 숙련된 기술 등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통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진다는 관측이다. 미래에는 이른바 '융합형' 인재가 생존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인 것. 또 전문가들은 AI가 도입된 고용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기술적이면서도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역량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부장은 "AI 기술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경향을 찾고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기존에 주어진 것 이외의 일은 해결하기 힘들다는 뜻"이라며 "관련 연구를 진행한 학자들은 (사람이) 크리에이티브(창의적인·Creative), 크리티컬(비판적인·Critical), 컬래버레이션(협력·Collaboration), 커뮤니케이션(소통·Communication)이란 '4C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고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AI 기술 발달'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이들은 대기업 종사자 등일 것이고, 취약계층은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봤다. 따라서 국민경제 규모를 확대하고 확대된 국민경제에서 나오는 과실이 고용창출로 이어질 수 있게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챗(Chat)GPT 4o는 이에 대한 질문에 "앞으로 AI 기술 발전은 전통적인 직업군뿐만 아니라 창의적 직업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런 변화에 대비해 각 분야의 기술뿐 아니라 문제해결력과 같은 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조합해 활용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진다"는 답변을 내놨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4-10-29 18: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