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17세기 벨라스케스의 그림이 기후 시위대 두 명에 의해 파손됐다. 이들의 나이는 20대 초로, 파손 행위 직후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6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런던 경찰은 기후 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소속 시위대 두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그림 '거울을 보는 비너스'를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단체에 따르면 두 사람의 신원은 하난(22)과 해리스(20)다. 사건 당일 두 사람은 단체명이 적힌 흰색 티셔츠를 입고, 주황색 안전망치로 작품 위에 덧대어진 보호 유리를 파손했다. 사진 속에서 그림 위 보호유리 곳곳이 금이 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그림은 지난 1914년 여성 참정권 운동가 메리 리처드슨이 동료가 체포된 데 항의하는 차원에서 훼손된 이력이 있는 작품이다. 단체는 약 110년 전 발생한 사건을 거론하며 "여성은 투표를 통해 참정권을 얻은 것이 아니다. 이제 말이 아닌 행동, 즉 '저스트 스톱 오일'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들은 "정치는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 1914년엔 여성을 실망시켰고, 지금도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 새로운 석유와 가스는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오는 7일 영국 정부가 국왕 의회 연설을 통해 발표할 '북해 석유 가스 신규 개발 승인 계획'을 겨냥해 한 것이다. 단체는 끝으로 "예술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한다면, 우리는 석유 사용을 멈춰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경찰은 정부청사(화이트홀) 앞 도로를 천천히 행진한 저스트 스톱 오일 시위대 약 40명을 체포했다. 매체에 따르면, 올해 도입된 영국의 공공질서법 7조에 의하면 경찰관과 교전하지 않는 시위자도 체포될 수 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주요 국가 기반 시설의 사용이나 운영을 방해하는 경우에도 체포된다. 이와 관련해 영국 정부는 "시위를 금지하는 것이 아닌, 소수의 개인이 대중의 일상생활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2023-11-07 10:11:01【 대전=유선준 기자】 "작품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단순히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저와 캔버스 간의 관계, 그리고 '회화'라는 거대한 과거와 역사에 관한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재해석을 통해 근원적 질문에 도달하고, 신화·고전 기반의 자유로운 생명력 넘치는 회화전이 대전에서 열린다. 대전 헤레디움은 독일 현대 미술계의 중심적인 작가로 평가받는 마르쿠스 뤼페르츠(Markus Lupertz)의 개인전 '죄와 신화, 그리고 다른 질문들'전(展)을 내년 2월 28일까지 개최한다. 그의 국내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뤼페르츠는 회화의 참된 본질 탐구를 통해 '회화의 힘'을 갱신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추상미술과 개념미술이 거센 흐름을 만들던 1980년대 '회화를 위한 회화, 열광적인 회화'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그는 회화의 내용적 측면보다 색과 형태의 상호작용 등 '회화'라는 매체 자체에 집중하며 '디티람브'(Dithyramb)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의 주신(酒神) 디오니소스에게 바치는 찬가를 지칭하는 '디티람브'는 '추상적이면서 동시에 구상적인 것'을 의미하는 모순적인 용어다. 특정 이미지가 무엇을 의미하기보다는 추상적이고 회화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후기작부터 최신작까지 뤼페르츠의 모든 예술관을 관통하는 '디티람브' 개념에 기반한 33개의 회화와 8개의 조각을 선보인다. 다프네(Daphne), 님프(Nymph), 헤라클레스(Hercules)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고대 그리스 신화 속 다양한 인물들은 전통적인 기준을 거부하는 동시에 암시적이고 추상적인 형상으로 재탄생했다. 17세기 프랑스 회화의 시조 니콜라스 푸생(Nicolas Poussin)의 작업을 기반으로 한 시리즈도 만나볼 수 있다. 인간의 숭고한 선과 윤리적 행위의 중요성을 성경, 신화, 철학을 통해 풀어내는 푸생의 기존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내용으로부터 자유로운 형상들을 적극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1981년 조각가로 예술 활동을 넓힌 뤼페르츠는 브론즈 조각 위 선명한 원색을 입히는 등의 과감한 시도를 통해 신화를 재해석하며 미술계에서 논란과 경외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신화를 재해석한 주요 작품 가운데 '에우로파와 배(2020)'는 마네의 '올랭피아'와 고야의 '옷을 벗은 마하'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그림 속 주인공인 에우로파는 '유럽의 기원'이라 불리는 여신으로, 요염하기 보다는 암시적인 인물로 다가온다. 통상적으로 에우로파와 비너스는 바다와 함께 묘사되지만 뤼페르츠는 배경에 호수를 그려 넣고, 낡은 조각배를 추가했다. 이는 그의 작업실 주변 풍경을 작품에 대입한 것으로 보인다. 여인 앞에는 죽은 소의 두개골을 커다랗게 그려 넣어 인간의 등짝에 달라붙어 있는 죽음을 배치해 삶과 죽음의 연관성을 내비쳤다. 뤼페르츠의 연작 회화인 '다프네(2020)'도 그의 끈질긴 고전 재해석을 보여주는 시리즈다. 붉은 천을 걸친 사람은 도망치는 듯 절박하게 어딘가를 응시하고, 뻗은 팔에서 나뭇가지가 솟아나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그리스 신화 속 '다프네의 비극'을 모티프로 한다. 다프네라는 요정이 아르테미스를 흠모하는 상황에서 에로스의 장난으로 다프네에게 반해버린 궁술의 신 아폴론이 그에게 열렬히 구애했다. 이에 아폴론을 피해 도망치던 다프네는 아버지인 페네이오스에게 '나를 다른 존재로 변하게 해달라'고 간청했고, 아버지는 다프네를 월계수 나무로 변하게 했다. 아폴론은 나무로 변한 다프네를 발견하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월계관을 만든다. 뤼페르츠는 이들의 '엇갈린 사랑'에 초점을 맞춘 대다수 작가와 달리, 다프네가 나무로 변하는 순간 만을 작품에 그려 넣었다. 신화 속 절세미인인 다프네를 울퉁불퉁 뒤틀린 덩어리로 표현해 남다른 미적 관점을 구현한 것이다. 이밖에 '숲 속의 기도(2017)'는 형태와 색채, 구도 간의 조화로움을 특징으로 하는 작품이다. 제목을 통해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숲 속에 모여 기도하고 있는 모습이 화폭에 그려졌음을 짐작할 수 있으나 뤼페르츠는 이 주제 의식과 무관한 세계를 우리 눈앞에 펼치고자 했다. 즉, '사람들이 모여 기도한다'는 내용이나 인체의 재현 보다 숲 속의 인물들이 배열된 구도와 이때 발생하는 조화에 중점을 두고자 한 것이다. 결국, 그에게 있어 숲 속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이라는 그림의 모티프는 그저 '형상'일 뿐, 어떤 실제적인 대상을 현실감 있게 표현한 게 아니라고 헤레디움 측은 설명했다. 뤼페르츠는 "저에게 한국은 비밀스러운 느낌을 주고, 역사도 깊은 나라라서 관심이 많았는데, 한국 관람객들이 제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단순히 보이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어떤 주제에 대해 어떤 도전 과제를 가지고 바라봐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2024-10-03 18:29:12【대전=유선준 기자】 "작품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단순히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저와 캔버스 간의 관계, 그리고 '회화'라는 거대한 과거와 역사에 관한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재해석을 통해 근원적 질문에 도달하고, 신화·고전 기반의 자유로운 생명력 넘치는 회화전이 대전에서 열린다. 대전 헤레디움은 독일 현대 미술계의 중심적인 작가로 평가받는 마르쿠스 뤼페르츠(Markus Lüpertz)의 개인전 '죄와 신화, 그리고 다른 질문들'전(展)을 내년 2월 28일까지 개최한다. 그의 국내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뤼페르츠는 회화의 참된 본질 탐구를 통해 '회화의 힘'을 갱신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추상미술과 개념미술이 거센 흐름을 만들던 1980년대 '회화를 위한 회화, 열광적인 회화'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그는 회화의 내용적 측면보다 색과 형태의 상호작용 등 '회화'라는 매체 자체에 집중하며 '디티람브'(Dithyramb)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의 주신(酒神) 디오니소스에게 바치는 찬가를 지칭하는 '디티람브'는 '추상적이면서 동시에 구상적인 것'을 의미하는 모순적인 용어다. 특정 이미지가 무엇을 의미하기보다는 추상적이고 회화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후기작부터 최신작까지 뤼페르츠의 모든 예술관을 관통하는 '디티람브' 개념에 기반한 33개의 회화와 8개의 조각을 선보인다. 다프네(Daphne), 님프(Nymph), 헤라클레스(Hercules)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고대 그리스 신화 속 다양한 인물들은 전통적인 기준을 거부하는 동시에 암시적이고 추상적인 형상으로 재탄생했다. 17세기 프랑스 회화의 시조 니콜라스 푸생(Nicolas Poussin)의 작업을 기반으로 한 시리즈도 만나볼 수 있다. 인간의 숭고한 선과 윤리적 행위의 중요성을 성경, 신화, 철학을 통해 풀어내는 푸생의 기존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내용으로부터 자유로운 형상들을 적극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1981년 조각가로 예술 활동을 넓힌 뤼페르츠는 브론즈 조각 위 선명한 원색을 입히는 등의 과감한 시도를 통해 신화를 재해석하며 미술계에서 논란과 경외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신화를 재해석한 주요 작품 가운데 '에우로파와 배(2020)'는 마네의 '올랭피아'와 고야의 '옷을 벗은 마하'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그림 속 주인공인 에우로파는 '유럽의 기원'이라 불리는 여신으로, 요염하기 보는 암시적인 인물로 다가온다. 통상적으로 에우로파와 비너스는 바다와 함께 묘사되지만 뤼페르츠는 배경에 호수를 그려 넣고, 낡은 조각배를 추가했다. 이는 그의 작업실 주변 풍경을 작품에 대입한 것으로 보인다. 여인 앞에는 죽은 소의 두개골을 커다랗게 그려 넣어 인간의 등짝에 달라붙어 있는 죽음을 배치해 삶과 죽음의 연관성을 내비쳤다. 뤼페르츠의 연작 회화인 '다프네(2020)'도 그의 끈질긴 고전 재해석을 보여주는 시리즈다. 붉은 천을 걸친 사람은 도망치는 듯 절박하게 어딘가를 응시하고, 뻗은 팔에서 나뭇가지가 솟아나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그리스 신화 속 '다프네의 비극'을 모티프로 한다. 다프네라는 요정이 아르테미스를 흠모하는 상황에서 에로스의 장난으로 다프네에게 반해버린 궁술의 신 아폴론이 그에게 열렬히 구애했다. 이에 아폴론을 피해 도망치던 다프네는 아버지인 페네이오스에게 '나를 다른 존재로 변하게 해달라'고 간청했고, 아버지는 다프네를 월계수 나무로 변하게 했다. 아폴론은 나무로 변한 다프네를 발견하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월계관을 만든다. 뤼페르츠는 이들의 '엇갈린 사랑'에 초점을 맞춘 대다수 작가와 달리, 다프네가 나무로 변하는 순간 만을 작품에 그려 넣었다. 신화 속 절세미인인 다프네를 울퉁불퉁 뒤틀린 덩어리로 표현해 남다른 미적 관점을 구현한 것이다. 이밖에 '숲 속의 기도(2017)'는 형태와 색채, 구도 간의 조화로움을 특징으로 하는 작품이다. 제목을 통해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숲 속에 모여 기도하고 있는 모습이 화폭에 그려졌음을 짐작할 수 있으나 뤼페르츠는 이 주제 의식과 무관한 세계를 우리 눈앞에 펼치고자 했다. 즉, '사람들이 모여 기도한다'는 내용이나 인체의 재현 보다 숲 속의 인물들이 배열된 구도와 이때 발생하는 조화에 중점을 두고자 한 것이다. 결국, 그에게 있어 숲 속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이라는 그림의 모티프는 그저 '형상'일 뿐, 어떤 실제적인 대상을 현실감 있게 표현한 게 아니라고 헤레디움 측은 설명했다. 뤼페르츠는 "저에게 한국은 비밀스러운 느낌을 주고, 역사도 깊은 나라라서 관심이 많았는데, 한국 관람객들이 제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단순히 보이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어떤 주제에 대해 어떤 도전 과제를 가지고 바라봐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10-03 06:55:06문화재청은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병풍'과 '남원 대복사 동종'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25일 밝혔다. 김홍도가 1778년에 그린 것으로 보이는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병풍'은 중국 북송시대에 국왕의 사위였던 '왕선'이라는 사람이 자기 집에서 여러 문인과 문예 활동을 즐겼던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서원아집(西園雅集)은 역사적 인물과 관련한 일화를 그리는 고사인물도의 주제 중 하나로, 문인들이 차를 마시거나 서화, 시 등을 나누는 모습을 주로 표현한다. 총 6폭으로 된 이 작품은 김홍도의 창조적인 예술세계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17세기 조선에 유입된 명나라 시기 그림 도상을 일부 차용했으나, 배경에 버드나무와 소나무, 암벽 등을 과감한 필치로 표현한 점이 돋보인다. 복을 기원하는 길상의 의미를 지닌 사슴과 학을 그려 넣어 '조선의 서원아집도'를 완성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에서 유래한 화풍을 재창조한 셈이다. 병풍의 5∼6폭 상단에 적힌 기록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젊은 날의 김홍도가 그만큼 뛰어났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조선 후기에 성행했던 문인들의 모임 문화를 대표하고, 34세 당시 김홍도의 화풍을 살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회화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함께 보물로 지정된 전북 남원 대복사의 동종은 공예사적으로 가치가 큰 불교 유산이다. 동종은 구리로 만든 종을 뜻하며, 몸체에 남아있는 기록을 통해 승려 장인인 정우(淨祐)가 신원(信元) 등 7명과 함께 1635년에 종을 제작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당초 영원사에 봉안하려 했으나, 절이 없어진 뒤 대복사로 옮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동종 제작을 주도한 정우와 신원은 경기·충청·전라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한 장인으로, 조선 후기의 시대적 특성과 개성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4-25 15:46:18"되돌아 갈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지울수 있다면, 나 지신부터 지우고 싶다". '리플리증후군'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영화 리플리는 이런 독백으로 시작한다. 호텔 종업원이던 톰 리플리는 프린스턴 대학교 학생이 호텔에서 열린 파티에서 대신 피아노를 쳐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대학 로고가 있는 외투를 걸치고 피아노를 치는 그의 모습에 파티에 있던 조선소 재벌은 그의 아들과 동문이라는 이유로 그를 무척 반긴다. 얼떨결에 대학동문이라고 첫 거짓말을 해버린 리플리는 이후 거짓말의 노예 신세로 전락한다. 한번 내뱉은 거짓말은 그 거짓말을 정당화하기 위한 또 다른 거짓말을 하도록 하는 악순환의 반복에 빠져드는 법이다. 재벌의 부탁으로 이탈리아에서 여자친구와 체류하고 있는 아들을 만나 미국으로 돌아오게 해달라며 여행경비 등을 지원받고 이탈리아에서 아들과 만난 리플리. 아들의 호감을 사는데 성공했지만 각자 너무 다른 삶을 살았기에 둘의 취향은 엇갈렸다. 충동적이고 감정에 충실한 아들과 달리 매사 신중하고 교활한 리플리는 보트위에서 서로 말다툼끝에 몸싸움까지 벌이다 리플리는 아들을 죽인다. 리플리는 죽음을 은폐하기 위해 바다에 아들 시체를 버리고 급기야 아들의 행세를 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가다 아들을 잘 아는 지인들의 수상쩍은 시선에 결국은 그들까지 죽이고 자포자기한다. 리플리증후군은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하게 함으로써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사라지는 의미를 나타내는 말로 종종 쓰인다. 그러나 거짓말은 영원히 감춰지지 않는다. 결국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는 법이니까. 바야흐로 인간의 본성은 거짓말로 점철돼 있다고 주장해도 무방한 시대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진실을 왜곡하고 속이는 거짓말의 대가다. 거짓말은 인간사에서 가장 일상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거짓말이라면 양심에 찔려 고통을 당하는 나약한 존재가 인간이다. 그럼에도 체계적인 거짓말은 특정 의도와 목적을 향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어떤 인간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해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믿고 구세주로 떠받들 때 진실의 정확한 파악은 불가능하다. 특히 집단의 공동 신념은 거짓을 확신으로 둔갑시켜 집단의 유대를 강화하는데 일조하지만 다른 집단을 배제하는 폐쇄적이고 비이성적 태도를 낳는다. 강한 확신과 신념에 찬 수많은 헛소리들이 번성하는 이유다. ■인간은 거짓말의 대가다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작품 '물오리'에는 "보통사람에게 인생의 거짓말을 빼앗는 것은 그들의 행복을 빼앗는 거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인간이 현실을 견딜만하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 거짓말에 취해 인생을 살아간다는 의미다. 어떤 사람에게는 거짓말이 인생의 본질인 것처럼 중요하게 다뤄진다. 하물며 어떤 사회가 거짓말에 능숙해지고 이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공론화해 사실로 굳어진다면 거짓과 진실의 구별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인간은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그것은 '목적론적 사고방식'이다. 모든 것을 일관되게 목표를 위해 관찰하는 것 말이다. 미국 철학자이자 기호학자인 찰스 샌더스 퍼스는 이런사고방식을 "전체 교향곡을 듣기 보다 피날레만 듣는 것"이라는 말로 꼬집었다. 수미일관하게 특정 목적을 위해 내달리는 인간의 사고와 행위는 거짓말을 양산하고 번성하게 할수 있는 토양을 제공해주니까 말이다. 여러변수와 다양성이 공존하는 현실을 '일관성'이라는 프레임으로 보는 사고방식은 전체주의나 독재체제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민주주의를 표방한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점도 주목 할 만하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표방하지만 권력의 분배와 작동은 준독재체제나 준전체주의 사회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래서 많은 지성인들은 민주주의를 최악을 피하는 차악쯤으로 여겨온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민주주의의 토양에서 권력과 자본을 최대한 소유한 집단이나 세력이 대중들에게 이게 최선이라고 거짓말을 한 결과가 아닐까. 거짓위에 구축한 제도와 정책으로 이것이 최선이라고. 45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재직한 첫 한 해 동안 2140가지의 거짓 또는 허위주장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지는 추산했다. 거의 하루에 평균 5.9가지 거짓말을 한 셈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트럼프 대통령재임 기간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전세계 공통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세계 곳곳에서 포퓰리즘과 근본주의의 물결이 일면서 이성적 논의보다는 두려움과 분노에의 호소가 우위를 차지해 민주주의 제도가 약화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오늘날 뉴스와 정치의 오락화부터 지독한 정치적 분열, 기만적인 포퓰리즘까지 광범위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뒤얽혀 진실의 기반을 침해하고 있다. 고야는 '진리는 죽었다'라는 유명한 판화에서 진리의 여신 베리타스가 치명적인 병에 걸릴수 있는 완벽한 생태계를 묘사하면서 거짓의 우위 시대를 예고했다. "모든 사람은 각자 의견을 가질 권리는 있지만 사실을 가질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처럼 의견이 사실로 둔갑해 객관성의 외피를 입고 사회를 휘젓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거짓과 진실따위는 관심이 없으며 각자의 취향과 감정에 따라 의견을 사실로 둔갑시켜 공론화하는데만 열을 올릴 뿐이다. ■진실과 거짓사이에서 그러나 거짓말은 생존 투쟁에 없어서는 안될 무기이자 생존의 기술이라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거짓말을 할 기회를 일절 주지 않는 사회는 존속할수 없다. 자기 생각을 늘 솔직하게 털어놓아야만 하는 공동체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인간은 무조적적인 진실을 감당할수 없도록 설계됐다. 자신을 타인과 외부로부터 방어하고 지켜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거짓말과 속임수가 필요하다는 것이 인간이 그동안 경험한 진실이자 지혜다. 이미 17세기에 파스칼은 진실은 사라지고 거짓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경고하며 거짓말의 시대가 올 것임을 예측했다. 히틀러 시절 독일에서 탈출한 러시아 철학자 쿠아레는 "우리의 시절처럼 거짓말이 횡횡한 때는 결코 없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체계적이고 끊임없이 것짓말을 해댄 적은 정말 없었다"라고 탄식했다. 개인 대 개인간의 거짓말은 본능과 인정투쟁에 따른 것이라 차부해도 사회전체 또는 공동체가 거짓과 진실의 경계를 바로잡거나 거짓말의 발흥을 억제하는 역할에 실패한다면 그 사회는 파산할수 밖에 없다. ■진실은 자유가 없다? 현대에 들어와 이념투쟁과 진영대결의 심화는 거짓말과 가짜뉴스를 키우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언제나 자기 자신의 이익을 지키느라 애를 쓰며 남들과 이익을 나누고 싶지 않아서 자꾸 거짓말을 하는 속성을 강화시킨다. 그렇지만 진실과 허위 사이에 회색지대가 얼마든지 있는데도 이를 무시한 거짓말하기는 우리를 곧잘 흑백논리에 빠트려 진실을 가려버린다. 거짓말을 통한 이익 추구는 결국 의지의 문제로 치환된다. 거짓말은 우연적이거나 어쩌다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저짓말을 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거짓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감각지각의 직접적인 인상을 버려야 성립하는 것도 그래서다, 다시 말해 자신이 직접 체험하는 세계와 거리를 둘줄 알아야 거짓이 가능하다. 거짓말은 자유의 세계다. 자신이 그려내고 원하는 이미지대로 말할 자유 말이다. 체계적인 거짓말은 확신이 되고 확신은 비합리적 성향에 따른 확증편향을 불러와 거짓을 진실로 오도하는 습성을 뿌리내린다. 반면 진리는 세계에 귀속돼 있어 자유가 없다. 진실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진실에 충실하거나 혹은 진실의 그림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줄때 자유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사실에 대한 정확한 전달은 지식과 앎의 전제조건으로 여기에 자신의 결정에 따른 자유가 개입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서다. 즉 진실은 인간이 세계를 지각하고 생각하면서 세계를 온전히 파악함으로써 찾아내는 개념이다. 이는 우리 지식이나 진실은 세계에 의존적이고 세계로부터 자유로울수 없음을 말해주는 증거다. ■언어의 포섭 이런 맥락에서 매체는 거짓말의 소통창구다. 과거 언어에 의존하던 매체는 실시간으로 동영상 등 소통에 필요한 첨단기술을 다루면서 거짓말의 전방위적 유포를 가능케했다. 데이터 조작이 대표적인 사례다. 거짓말하는 능력은 이런 매체 기능을 숙지하고 통제할수 있어야 가능하다. 사람의 행동을 바꾸고 현실을 제대로 볼수 없게 만들도록 유도하는 전략적 행동이기도 하다. 조지오웰은 "정치 혼란은 언어의 부패와 관계가 있다"라고 직격했다. 정치 혼란은 말을 의미로부터 분리시켜 정치지도자의 진짜 목적과 공표한 목적 사이에 틈을 벌려놓아서다. 권위주의 정권들은 대개 소통방식 뿐 아니라 사고방식을 통제하기 위해 일상의 언어를 자신들의 목적안에 포섭하는 경향을 띈다. 독재자는 언어를 실재와 다르게 사용해 혼란을 유발시킨다. 헌법에 충성하는게 아니라 자신에게 충성하라고 요구하고 가짜뉴스라는 말을 퍼트려 자신에게 위협이 되거나 호의적이지 않은 언론을 겁박하고 소송까자 불사하는 불도저같은 행태를 보인다. 반복되는 거짓은 확신을 낳고 확신은 복잡함을 줄이고 결정을 수월하게 하지만 흑백논리, 양극화, 이분법적 사고와 같은 폐해도 수반한다. 움베르트 에코는 비판적인 여론과 기능을 억누르기 위해 정부가 빈약한 어휘와 초보적인 문법을 사용하면서 이 모든 것은 국가를 위하는 일이라고 외치는 행위를 '초기파시즘'의 징후로 내다봤다. 의회나 입법기관 대신 자신을 '국민의 목소리'로 위장한다. 마치 섬광처럼 절대군주가 다시 날개짓을 하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는 순간의 재현이다. ktitk@fnnews.com
2023-10-08 18:41:02【파이낸셜뉴스 용인=장충식 기자】 이상일 경기 용인시장이 지난 16일 오후 처인구 남사읍 통삼일반산업단지 ㈜서플러스글로벌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를 찾아 임직원 70여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펼쳤다. 이날 주제는 '스토리가 있는 그림의 세계'로 이 시장은 1시간 40분 동안 피카소 그림을 비롯해 여러 작가의 미술 작품을 소개하며 작품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와 영화, 건축,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스토리를 들여주었다. 이번 특강은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가 이 시장에게 특별히 부탁해 이뤄졌다. 수지도서관 미술 인문학 분야 '휴먼북'으로 등록된 이 시장은 종종 특강을 통해 재능기부를 하는 데다 평소 틈나는 대로 다양한 강의 자료를 만들어, 지식을 공유하고 있어 '강의하는 시장'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 시장은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1996년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상영됐다"며 "미술 작품을 보고 푹 빠져서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감응하는 상태를 '스탕달 신드롬'이라고 하는데 소설 '적과 흑'을 쓴 프랑스 사실주의 작가 스탕달의 경험에서 비롯된 용어"라고 전문 지식을 뽐냈다. 그러면서 그는 "'스탕달 신드롬'이란 영화에선 주인공이 네덜란드 화가 피터 브뤼겔의 '이카루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을 보고 실신한다"며 브뤼겔의 또 다른 작품 '네덜란드 속담'을 보여주며 그림 속 여러 군상이 의미하는 인생의 교훈 등을 이야기했다. 그런가 하면 이 시장은 또 빈센트 반 고흐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개관 당시 렘브란트의 '유대인 신부'라는 그림을 보고 '스탕달 신드롬'에 빠졌던 일화도 소개하는 등 하나의 미술 작품이 문학, 음악, 건축 등 다양한 장르에 영감을 주기도 한다며 다양한 사례를 보여줬다. 이 밖에도 이 시장은 피터 브뤼겔의 '바벨탑',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등 수십점에 달하는 명화에 얽힌 이야기를 들여주었다. 특히 이 시장은 강연에 앞서 용인(이동·남사)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선정 과정과 용인특례시가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선정된 데 따른 이점 등도 설명했다. 이 시장은 "용인의 반도체 역량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수준으로 거듭나고 있고, 반도체 고속도로(민자), 국지도 82호선 신설·확장, 경강선 연장 등의 교통망 확충을 위해 시가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 만큼 이 일대 교통도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고 말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3-08-17 13:28:41[파이낸셜뉴스] 400년 전에 그려진 초상화 속에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신발이 포착됐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1652년에 그려진 작품 속 8세 소년의 신발에 나이키 로고와 흡사한 모양이 새겨져 있다. 이 작품은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페르디난트 폴이 그린 것으로 작품명은 ‘소년의 초상’이다. 현재 런던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페르디난트 폴의 작품 그림을 보면 소년은 가운데에 선 채로 왼손으로 빨간색 테이블에 있는 컵을 잡고 있다. 테이블에는 레몬이 올려진 접시가 놓여 있다. 소년은 흰색 레이스로 장식된 셔츠와 검은색 상의 등 귀족의 것으로 보이는 의상을 착용하고 있다. 실제 그림 속 주인공은 당시 부유했던 와인 상인의 아들 프레데릭 슬루스켄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년은 여기에 더해 검은색 신발을 신고 있는데,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신발에 그려진 로고가 현재 미국 브랜드 나이키의 로고와 흡사하다며 '시간 여행자'가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나이키가 설립된 시기는 이 작품이 완성된 이후 수백년이 지난 시점으로, 1964년 1월 25일이다. 나이키는 1964년 설립.. 네티즌 "디자인 멋지네" 관람객 피오나 포스키트는 “신발에서 나이키 로고를 보고 딸과 ‘시간 여행자가 있다는 증거’에 대해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매체에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해당 작품의 사진이 확산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신발 디자인이 매우 현대적이다", "최근에 만들어진 디자인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멋지다", "나이키 맞는데" 등의 반응을 보였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3-05-24 08:08:30[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의 영웅 이순신 장군의 얼굴은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정확하게 이순신 장군 얼굴을 묘사한 그림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1953년 현충사에 봉안된 영정이나 교과서에 실려 있는 영정 사진이 있지만, 이는 후대로 내려오면서 여러 사람에 의해 '단아한' 선비의 모습과 '늠름한' 장비의 모습을 수차례 덧대고 수정한 결과물인 것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이순신 전문가'인 한국여해재단 박종평 교수는 10일 통화에서 "생전에 이순신 장군 초상화를 그렸다는 기록은 없다"며 "사후에 (초상화를)그렸다는 얘기인데 누가 그렸는 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1600년대 초상화가 그려졌다는 건 몇몇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순신의 절친이자 조선 중기 문신 류성용의 '징비록'에는 얼굴이 단아하고 선비 같았다고 기록돼 있다. 같은 시대 문신이었던 심광세의 기록에는 17세기에 그려진 이순신 초상화를 전남 여수 충민사에서 봤다고 적혀 있다. 그러다 일제 강점기에 실종됐다고 한다. 조선중기 학자 고상안 선생은 이순신과 임진왜란 당시 한산도에서 약 20일 가량 함께 생활했는데, 그의 기록물인 '태촌집'에 이 장군의 관상에 대해 '입술이 뒤집혀 복있는 장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썼다고 한다. 그러다 1930년대 이후 그려진 초상화는 '선비의 느낌'과 '장비의 느낌' 두개 버전으로 그려졌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일제 강점기 이후에는 이순신 장군에 대한 실제 기록이 아닌, 주로 작가의 상상력이 동원돼 그려졌다는 후문이다. 결국 1953년 현충사에 봉안된 초상화가 1973년 표준영정으로 지정됐지만 이후에도 계속 이순신의 초상화의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돼 왔다. 이순신 얼굴은 500원권 지폐와 100원 주화에도 새겨져 있다. 초상화 표정도 날카로운 표정이거나 때론 험악하던가 아니면 선비같은 단아한 모습을 하고 있는 등 제각각이다. 박 교수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개발한 챗AI 아숙업(AskUp)에게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 위에서 지휘하는 모습을 그려달라고 했다 <위 사진>. 흡사 해군사관학교 생도같은 멋있는 청년의 형상이었다. 박 교수는 다시 '판옥선 위에 서서 일본군에게 화살을 겨눈 이순신 장군을 다시 그려줘'라고 했고, 아숙업은 다시 늠름한 젊은 장수의 형상을 그린 그림을 내놨다. '판옥선'(板屋船)은 조선시대 수군의 대표적인 전투선이며 노를 젓는 노꾼은 1층 전투원은 2층에 배치했다. 하지만 통상 늠름하거나 단아한 선비의 형상을 지닌 초상화나 영정을 접해온 일반인 입장에선 젊은 이순신의 모습을 낯설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마 이순신의 표정이나 초상화, 영정 등에 대한 관련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종평 교수는 "닮았다. 안닮았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쟁의 고통을 오롯이 겪고 있는 백성들의 삶과, 전쟁을 승리하기 위해 고민하는 이순신 장군의 얼굴과 눈동자, 그의 말에서 진짜 이순신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3-04-10 16:23:01[파이낸셜뉴스] 영국의 한 작은 아파트에서 부엌을 리모델링 하던 중 400년전 벽화가 발견돼 화제다. 22일(현지시각)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잉글랜드 요크시 한 아파트 집주인인 루크 버드워스(29)씨는 부엌 리모델링 작업 중 벽 뒤에 숨겨진 그림을 발견했다. 버드워스는 아파트 내부 부엌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임시 거처에서 생활 중이었다. 그러다 공사 업자로부터 ‘벽 뒤에 그림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그가 아파트에 도착해서 보니 새 부엌장이 벽에 설치된 상태였다. 주변에는 인부들이 떼어낸 희미한 그림 조각만 놓여 있었다. 그때 그는 거실 반대편 벽 뒤에도 벽화가 그려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해당 아파트가 조지 왕조 때인 1747년 지어진 유서 깊은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버스워스는 “다른 쪽 벽들 안 공간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고 전했다. 발견된 벽화의 크기는 가로·세로가 각각 2.7m와 1.2m였고 윗부분은 천장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스스로 역사적 고증에 나선 버스워스는 벽화가 17세기 전반기 시인 프란시스 퀄스의 1635년 작품 ‘임블렘스’ 속 한 장면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에 벽화가 먼저 그려졌다”며 벽화가 있는 벽 주위로 건축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버드워스는 “벽화가 빅토리아 왕조 시대에 그려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된 것이었다”며 “흰 수레를 탄 남자의 그림은 천국으로 가는 듯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벽화 속에서 천사가 새장 속에 갇힌 남자의 손을 잡아끄는 장면은 성경의 한 구절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내 역사적 장소를 관리하는 공공기관 사적위원회는 아파트에 전문가를 보내 정밀 촬영을 진행한 결과 “벽화 제작 시기는 프란시스 퀄스의 책이 출간된 1635년과 벽화 유행이 꺾이기 시작한 1700년 사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요크시 아파트에서 17세기 벽화가 발견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아파트 소유자들이 벽화를 잘 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버드워스는 벽화를 훌륭한 실내 장식의 하나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03-23 17:56:41[파이낸셜뉴스] 미국의 한 헛간에서 새똥이 잔뜩 묻은 채 발견된 유화 한 점이 17세기 화가 안토니 반 다이크(1599∼1641)의 작품으로 판명돼 경매를 앞두고 있다. 감정가는 약 300만달러(약 37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4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 유화는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뉴욕주에 조성한 작은 마을인 킨더훅의 한 헛간에서 발견, 오는 26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 오른다. 한 노인이 수염을 가슴까지 늘어뜨리고 알몸으로 앉아 있는 이 그림은 ‘성 히에로니무스를 위한 습작’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성 히에로니무스는 기독교의 4대 교부 중 한명으로, 성 예로니모라고도 불린다. 공무원이자 수집가였던 고(故) 앨버트 로버츠는 2002년 이 작품이 네덜란드의 숨은 빈티지 작품일 것으로 보고 600달러(약 74만원)에 구매했다. 로버츠는 이 그림을 오랫동안 그의 자택에 걸어뒀다가 뒤늦게 반 다이크의 실물 습작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로버츠가 2021년 사망하면서 이 작품은 로버츠의 유산 중 하나로 경매에 나오게 됐다. 반 다이크는 북유럽에서 명성을 떨치던 루벤스 밑에서 그림을 그렸으며 이후 찰스 1세와 영국 궁정의 인물을 그리며 영국 궁중화가로서 족적을 남긴 화가다. 소더비 측은 경매가를 300만 달러(한화 약 37억 원)를 호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소더비 유화 책임자인 크리스토퍼 어파슬은 반 다이크가 10대 후반 벨기에 플랑드르 지역 루벤스의 작업실에서 일하던 시절 이 습작을 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01-24 20:3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