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구·안동=김장욱 기자】 "시는 관점을 달리해 세상을 본다!" 허윤정 시인이 신작 '일백 편의 한줄시'(상징학연구소)를 출간, 관심을 끈다. 특히 이 시집에는 100편의 시가 실려있는데, 모두가 제목 외 본문이 단 한 줄이다. 제목 그대로 '일백 편의 한줄시'다. 한 줄로 된 시는 여느 시인들도 가끔씩 쓴다. 하지만 문예지나 시집을 통해 거의 발표하지 않는다. 허 시인은 "시는 무엇보다도 은유가 중요하다"면서 "장미를 불꽃으로 표현하듯 은유는 세상일이나 사물을 다르게 보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시인 하이쿠도 짧은 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일본문화 체험 소재로도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시문학이다. 그러나 허 시인의 한줄시는 하우쿠의 시보다 더 짧다. 허시인의 한줄시는 하나의 낱말 또는 언어로 이뤄져 있다. 상반되거나 무관한 대상을 하나로 묶는다. 그래서 상상을 초월하는 역설과 아이러니한 내용의 시를 보여준다. 짧지만 깊은 사유와 자연의 섭리가 함축돼 있다. 그런 시인의 한줄시는 사족을 자른 심장만을 지닌 시라 평가받는다. 그는 "시는 관점을 달리해 세상이나 사물을 본다"면서 "시는 그래서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허 시인은 시집 제목에서 '한 줄 시'가 아니고 '한줄시'로 표기했다. 이는 시들을 쓸 때 은유를 제대로 구현하는 시인만이 사용하는 '은유 알고리듬'이라는 기법을 사용했다. 그래서 단 한곳도 불필요한 시어가 없다. 예술평론가 변의수 시인은 "시인은 은유 알고리듬이라는 전위적 실험창작의 기법을 수련해 빛나는 시편들을 짧은 기간에 제작해 선보이고 있다"면서 "시인의 시에 대한 열망과 열정은 브레이크가 없다"라고 평했다. 한편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허 시인은 동인지 '맥'(貘)의 발행인과 편집주간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제1회 백자예술상, 제1회 사임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2024-02-28 10:31:01[파이낸셜뉴스] 성희롱 피해 사실을 폭로한 여성의 신상을 공개하며, 여성이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했던 ‘시인 박진성’(43)씨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게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박씨는 2015년 9월 말 인터넷으로 시 강습을 하다가 알게 된 여고생 A(당시 17세)씨에게 이듬해 10월까지 “애인 안 받아주면 자살할 거” “나랑 약속 하나 할래? 어떻게 해도 나 안 버린다고. 내가 성폭행해도 안 버린다고” 등의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다. 그 외에도 ‘애인하자’고 요구하는 등 여러 차례 성적 수치심을 주는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문단 내 ‘미투 운동’이 일어나던 2016년 10월쯤 이런 피해 내용을 공개했다. 박씨는 그 뒤 2019년 3월 29일부터 같은 해 11월 26일까지 자신의 SNS에 ‘무고는 중대 범죄’, ‘허위로 누군가를 성폭력범으로 만드는 일이 없길 바란다’ 등의 표현으로 11차례 허위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심지어 박씨는 자신의 SNS에 A씨 주민등록증을 게시하고 실명을 공개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실명을 포함한 인적 사항을 공개하는 등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일으켰으나 피고인이 관련 민사사건의 항소를 취하한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박씨를 법정구속했다. 항소심은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다 공소가 제기된 후에야 트위터를 폐쇄하고 선플 달기 운동을 하는 등 반성했다고 주장하나, 피해자에 대한 터무니없는 인신공격을 막으려는 행동을 한 적도 없고 고통에 공감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가 현재까지도 피고인의 행위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 형은 가벼워 부당하다”고 밝혔다. 박씨는 항소심에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2-06 15:43:38설잠선사 초암다도회 무문관 대종장 겸 울주대운문학회 이사인 최덕중 시인(사진)이 '향을 피우고, 차를 달이며'라는 시집을 발간했다. 최 시인은 '반월의 밝은 달이/서쪽 창이 비치는데/묵묵히 자리에 앉아/나의 인생을 되돌아보니/분명 몽환의 세월이다. 서창에 달이 졌는데도/아직 잠못 이루니/삶의 두려움도, 큰 뜻도/가슴 속에 가만이 접어두고/홍염에 물든 가을에 스미어/잠시 지나가는 나그네의 자취를 남긴다.'는 서시를 남겼다. 총 90쪽으로 발간한 이 시집에는 '설월' '대나무 숲속' '수행의 길' '달빛 내리는 창' '반구대 암각화' 등 40여편의 시가 실려 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2024-01-11 18:29:19[파이낸셜뉴스] 설잠선사 초암다도회 무문관 대종장 겸 울주대운문학회 이사인 최덕중 시인(사진)이 '향을 피우고, 차를 달이며'라는 시집 발간했다. 최덕중 시인은 '반월의 밝은 달이/서쪽 창이 비치는데/묵묵히 자리에 앉아/나의 인생을 되돌아보니/분명 몽환의 세월이다. 서창에 달이 졌는데도/아직 잠못 이루니/삶의 두려움도, 큰 뜻도/가슴 속에 가만이 접어두고/홍염에 물든 가을에 스미어/잠시 지나가는 나그네의 자취를 남긴다.'는 서시를 남겼다. 총 90페이지로 발간한 이 시집에는 '설월' '대나무 숲속' '수행의 길' '달빛 내리는 창' '반구대 암각화' 등 40여편의 시가 실려 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2024-01-10 18:39:26[파이낸셜뉴스] 이마트24가 21일부터 나태주 시인과 손잡고 '나태주 제주감귤'을 선보인다. 21일 이마트24에 따르면 나태주 시인은 오랜 시간 한국인에게 사랑받은 시인이다. 나태주 시인의 대표 시 모음집인 '꽃을 보듯 너를 보다'는 교보문고에서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시집'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인기를 반영해 나태주 제주감귤 상품 패키지에는 나태주 시인의 시집명인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를 차용한 글귀가 새겨져 있고, 나태주 시인이 친필로 작성한 대표 시(詩) 20편 중 한 편이 수록된 '시 포토카드'가 무작위로 동봉돼 있다. 나태주 제주감귤은 맛이 좋기로 정평이 난 '로얄과'로 구성됐고, 당도 11브릭스(Brix) 이상으로, 달콤한 감귤을 즐길 수 있다. 김재희 이마트24 신선식품 MD는 "가장 맛있는 귤을 너에게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로열과에 속하는 제주감귤에 고객들의 관심을 유도하고자 나태주 시인의 시를 더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에게 새로운 미식 경험과 색다른 가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차별화된 상품을 발 빠르게 선보이는 것은 물론 파격적인 시도 또한 지속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2023-11-21 17:08:37[파이낸셜뉴스] 자신에 대한 성희롱 의혹을 폭로한 17세 여성의 신분증을 공개하고, 허위 내용이 담긴 글을 게재한 혐의를 받는 시인 박진성씨(43)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애인하자" 메시지 보냈다가 미투 당하자 "무고" 주장 지난 9일 대전지법 형사항소4부(재판장 구창모)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추가로 박씨를 법정 구속했다. 박씨는 2019년 3월 29일부터 같은 해 11월 26일까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무고는 중대 범죄', '허위로 누군가를 성폭력범으로 만드는 일이 없길 바란다' 등 11차례에 걸쳐 자신에 대한 성희롱 의혹이 허위라는 입장을 주장했다. 앞서 박씨는 2015년 9월 당시 17세였던 여성 A씨에게 SNS 메시지로 "애인하자"라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메시지를 여러 번 전송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문화계 미투(Me Too) 운동이 벌어졌을 때로, 2016년 10월경 이같은 내용이 공개됐다. 이에 박씨는 강하게 부정하고, 피해자인 A씨의 주민등록증을 게시한 뒤 실명을 공개했다. 1심서 집행유예.. 2심서 징역 1년 8개월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실명을 포함한 인적 사항을 공개하는 등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일으켰으나, 피고인이 관련 민사사건의 항소를 취하한 점을 고려했다"라며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씨와 검찰 모두 불복해 항소했다. 이날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다 공소가 제기된 후 트위터를 폐쇄하고 선플 달기 운동을 하는 등 반성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터무니없는 인신공격을 막으려는 행동을 한 적도 없고 고통에 공감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현재까지도 피고인의 행위로 극도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가벼운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시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2023-11-10 07:38:06'사랑의 시인'이라고 불린 김남조 시인(사진)이 10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6세. 1927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본 규슈에서 여학교를 마쳤고 1951년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48년 대학 재학 시절 '연합신문'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발을 내디뎠지만 시인 자신은 첫 시집 '목숨'(1953년)을 문학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목숨'은 6·25전쟁으로 부산에 피란 갔다가 펴낸 책이다. 고인은 평생 1000여편의 시를 썼는데 '사랑'이라는 주제를 가장 많이 다뤘다. '목숨' '사랑초서' '바람세례' '귀중한 오늘' 등 다수의 시집을 출간하며 사랑과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써냈다. 2020년 출간한 19번째 시집 '사람아, 사람아'에서도 줄곧 사랑을 노래했다. 고인은 주로 기독교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사랑과 윤리의식을 시로 형상화해 온 시인으로 평가된다. 고인은 6·25전쟁 당시이던 1951년부터 1953년까지 마산 성지여고, 마산고, 이화여고 교사를 지냈다. 1953년 첫 시집 '목숨'을 발표한 뒤 본격적으로 시작 활동을 해왔다. 생전에 숙명여대 교수를 지내며 신달자 시인 등 수많은 문인 제자를 배출했으며 한국시인협회장, 한구가톨릭문인회장을 역임했다. 문학 업적을 인정받아 1993년 국민훈장 모란장, 1998년 은관문화훈장, 2007년 만해대상 등을 받았다. 고인의 남편은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조각가 고 김세중씨(1986년 작고)다. 유족으로는 아들 김영, 김범씨(설치미술가) 등이 있다. 남편과 함께 지내던 서울 효창동 자택을 2015년 50억원의 사재를 털어 리모델링해 문화예술공간 '예술의 기쁨'을 개관한 바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장례는 한국시인협회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12일이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10-10 18:15:38[파이낸셜뉴스] '사랑의 시인'이라고 불린 김남조 시인이 10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6세. 1927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본 규슈(九州)에서 여학교를 마쳤고 1951년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48년 대학 재학시절 ‘연합신문’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발을 내디뎠지만 시인 자신은 첫 시집 ‘목숨’(1953년)을 문학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목숨’은 6·25전쟁으로 부산에 피란 갔다가 펴낸 책이다. 고인은 평생 1000여 편의 시를 썼는데 ‘사랑’이라는 주제를 가장 많이 다뤘다. '목숨'. '사랑초서', '바람세례', '귀중한 오늘' 등 다수의 시집을 출간하며 사랑과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써냈다. 2020년 출간한 19번째 시집 '사람아, 사람아'에서도 줄곧 사랑을 노래했다. 고인은 주로 기독교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사랑과 윤리 의식을 시로 형상화해 온 시인으로 평가된다. 고인은 한국전쟁 당시이던 1951년부터 1953년까지 마산 성지여고, 마산고, 이화여고 교사를 지냈다. 1953년 첫 시집 '목숨'을 발표한 뒤 본격적으로 시작 활동을 해왔다. 생전에 숙명여대 교수를 지내며 신달자 시인 등 수많은 문인 제자를 배출했으며, 한국시인협회장, 한구가톨릭문인회장을 역임했다. 문학 업적을 인정받아 1993년 국민훈장 모란장, 1998년 은관문화훈장, 2007년 만해대상 등을 받았다. 고인의 남편은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조각가 고 김세중씨(1986년 작고)다. 유족으로는 아들 김영, 김범씨(설치미술가) 등이 있다. 남편과 함께 지내던 서울 효창동 자택을 2015년 50억원의 사재를 털어 리모델링해 문화예술공간 ‘예술의 기쁨’을 개관한 바 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10-10 16:32:14불안했던 여름을 넘어서며 가을을 꿈꿉니다. 위로가 필요한 가을입니다. 이번 가을 여행지는 어디에서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어디에서도 갈 수 없는 곳을 택합니다. 첨단의 과학시대를 돌아서서 미사일, 핵, 달나라 여행인 우주적 차원을 뒤로하고 내가 태어난 1940년대를 뒤로하고 책에서도 낯설게 공부를 했던 1920년대로 여행을 떠날까 합니다. 1920년대를 향해 간다면 오직 그 시대의 문인들을 만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가을여행은 없을 것입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을 만나고 싶습니다. 고즈넉한 백담사 작은 방에서 '님의 침묵'을 쓰시는 만해 선생을 만나서 왜 많은 작품을 여성 화자로 썼는지, 그 깊은 백담사 산골에서 달빛과 물소리만 청정했던 야밤에 무섭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 고즈넉한 야밤 고요를 흔들며 세차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는 어떠했는지, 누가 그렇게 그리웠는지, 그 깊고 깊은 산속 달빛이 백담사 마당을 붉게 물들일 때는 어떠하셨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애국과 시의 가치는 어느 쪽이 기울었을까요. 그 무거운 입이 무어라 할지 바짝 다가가 묻고 싶기도 합니다. 만해 선생과 백담사 마당에서 더불어 별을 바라보거나 달을 바라보는 일도 하고 싶은데 제가 그 별이나 달보다는 선생을 더 깊숙이 바라보느라 오히려 하늘은 보는 듯 안 보는 듯했을 것입니다. 그 무거운 입에서 과연 백담사의 찬란한 별을 바라보며 무어라 하셨을까요. 그렇게 한번쯤 야밤 그 마당을 휘적휘적 그분과 함께 손잡고 걷고 싶습니다. 소월도 만날 것입니다. 그렇게 절박한 비탄의 그리움을 담은 '진달래'를 쓰시곤 조금 후련했는지, 그러고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는지 그의 극한 외로움에 대해 묻고 싶어집니다. 불운한 가정에서 시 아니면 붙잡고 죽을 대상도 없었던 소월 선생은 죽을 만큼 핏물로 쓰신 그리움이 있어 그래도 생명 연장을 하신 게 아닐까요. 그 시의 뼈대가 된 슬픔과 그리움과 비탄이야말로 선생의 또 하나의 밥이었을 것입니다. 말없이 소월 선생과 눈물을 닦으며 독한 술 한잔 하고 싶어지는 가을입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쓰신 이상화 선생도 그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시 제목 하나로도 충분히 거대한 시인이 될 수 있는, 아니 이미 되어있는 상화 선생도 그리운 분입니다. 대학 시절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를 읽고 당장이라도 찾아가 뵙고 싶었던 시인이었던 마음만 풍선처럼 커지다 터지곤 했습니다. 젊은 내 가슴에 좌절과 절망이 덮치거나 사랑하던 남자가 날 못본 체할 때도 아 내 가슴에도 봄은 올 것인가 하고 일기장에 피 토하듯 하던 그 시절에 상화 선생을 그리워했습니다. 그러나 1920년대를 진정으로 갈 수 있다면 하느님께 빌어서라도 꼭 만나고 싶은 여자 셋이 있습니다. 나혜석, 김일엽, 김명순입니다. 제 석사논문도 이 세 여자의 이야기였습니다. 이 세 여자 시인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끌어가면서 새 시대의 자아를 부르짖으며 1920년대를 박차고 산 여성들입니다. 지난 세월의 여성상을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 더 더 더 먼 미래를 바로 내 앞으로 당겨 한번쯤 생각에 머무는 일들을 실천하며 산 여성들입니다. 그들의 행동은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그들의 예술은 그 시대의 여성 영웅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가슴에 '신여자'라는 팻말을 달고 다녔습니다. 모두 감정 폭발이 심한 여성들이었지요. 끓는 가슴들의 실핏줄을 뽑아 여성 우위를 부르짖는 그들의 가슴은 불꽃 그 이상들이었습니다. '여자도 사람이다'라는 깃발을 들고 살았습니다. 나혜석의 시와 그림과 소설은 지금 봐도 명구절이 많습니다. 결혼하자는 남자에게 옛 애인의 무덤에 절을 시키는 여자가 과연 지금 시대에도 있을까요? 자식을 낳고 부정한 연애를 하고 이혼을 당하고도 그 삶의 핵심을 무대에 올려 연극을 했던 여자가 지금도 있을까요? 스스로 말했듯이 선각자임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나혜석을 만나면 너무 물어볼 말이 많아 차라리 침묵하고 싶은, 그러나 그 인생을 누비고 있는 손은 꼭 잡고 힘을 주고 싶습니다. 김일엽 역시 통 큰 여자였습니다. 무엇이 두려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지요. 신연애란 신문연재를 하면서 누구도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여자입니다. 결국 수덕사에서 만공 스님의 묵인으로 스님이 되었지만 그 가슴의 불은 꺼지지 않았으며 그 당시 수덕사가 불나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 김명순도 있었지요. 그 당시 그래도 가장 분명한 시집('생명의 과실')을 내고 작품 또한 완성이 보입니다.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일상은 많은 이야기를 퍼트리기도 했습니다. 모두 불행하게 죽었습니다. 김일엽은 스님이라 그래도 품위 있게 눈을 감았다고 볼 수 있지만 두 여자는 어느 한적한 거리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올 가을여행은 가슴 설레게 합니다. 어느 멋진 카페에 그 세 명의 여자를 초대하고 더불어 돈에 관계없이 가장 좋은 와인을 마시고 싶습니다. 1920년대 그 미지의 시절을 모두 쏟아내지 않겠습니까. 지금 시대 여성 시인들의 이야기도 들려주어야지요.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마도 그들보다 미지근하지 않을까요. 아마도 "이렇게 좋은 세상에 그렇게밖에 못살아?" 그렇게 빈정거릴 수도 있습니다. 대화는 점점 무르익어가고 우리는 취기가 돌기 시작할 것입니다. 서로의 사랑이야기도 깊어갈 것입니다. 큭큭 웃다가 짤짤 우는 여자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여행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2023-09-19 18:37:33[파이낸셜뉴스] 호반호텔앤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제천 포레스트 리솜은 독서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오는 9월 나태주 시인과 함께하는 문학콘서트 '시적인 순간'을 개최한다. 리솜리조트는 지난 5월부터 전 지점에서 매달 어린이 북토크를 진행해 고객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었다. 이에 올 가을에는 성인을 위한 문학콘서트를 추가로 마련해 감성 충전의 시간을 선사한다. 리솜리조트의 첫 문학콘서트 주인공은 '풀꽃시인'으로 잘 알려진 나태주 시인이다. 콘서트는 나 시인과 김혜정 아나운서가 총 3부에 걸쳐 대담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부에서는 나 시인의 집필 경험담을, 2부에서는 시가 가진 치유의 힘과 일상에서 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다룬다. 마지막 3부에서는 나 시인과 관람객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일상에서 마주한 시적인 순간을 이야기 나눈다. 이와 함께 감미로운 에어로폰 3중주 라이브 연주도 준비돼 가을밤의 감성을 한층 더 돋워줄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8일 오후 7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리조트 내 ‘마묵라운지&바’에서 진행된다. 참가자 전원에게는 나 시인의 친필 사인이 담긴 시집을 선물로 증정한다. 보다 자세한 정보와 참여방법은 포레스트 리솜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리솜리조트는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즐기며 동화를 접할 수 있도록 교육 브랜드 재능교육과 함께 '어린이 구연동화 클래스'를 선보인다. 클래스는 9월 16일 포레스트 리솜을 시작으로 12월까지 리솜리조트 전 사업장에서 매월 순차 진행될 예정이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3-08-29 19:1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