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곤룡포를 걸친 고종이 정면을 응시한 채 살며시 웃고 있다. 서른 두 살 황제의 익석관은 이마 위로 살짝 올라가 있다. 작은 키를 의식했던 고종은 관을 매번 이런 식으로 썼다. 테이블엔 고종이 막 내려놓았을 커피잔이 놓여있다. 맞은편 미국인 신사는 급한 용무로 고종을 찾아온 선교사 호러스 알렌이다. 1885년 2월 29일 오후. 알렌은 이날 고종으로부터 국내 첫 서양식 병원 제중원 설립을 윤허받았다. 작가 김봉희(76·사진)의 작품 '제중원을 꿈꾸다'(2023년작)에 이들 모습이 있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본관에 걸려있던 이 그림은 지금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리고 있는 '르 살롱'전(14일~22일)에 전시돼 있다. 르 살롱은 루이 14세 시절이던 1667년 첫 전시회를 가진 것이 시초다. 신인 화가들의 등용문으로, 파리의 봄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했다. 1881년 국전에서 민전이 됐고 그때부터 프랑스 미술가협회가 매년 이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프랑스 미협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 작품을 출품한 김봉희 작가는 "저와 코드가 맞는다"며 웃었다. 국내 작가들은 1962년 김창락 화백의 첫 참가 이후 '르 살롱'과 꾸준히 연을 이어왔다. 올해 한국 작가 작품은 총 4점이 전시됐다. 김봉희 작가의 작품은 앞서 두 차례 전시된 적이 있다. 여행의 어느 날 숙소에서 TV를 보는 아들 가족의 편안한 오후를 담은 그림이 2014년 '르 살롱'에 걸렸다. 2년 뒤엔 피아노 건반 옆에서 악보를 보고 있는 여인 두 명을 그린 작품이 전시됐다. 지인의 집에서 우연히 포착한 장면을 유화로 표현한 그림이었다. 현지에선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살려낸 일상의 풍경에 호평이 쏟아졌다. 김봉희 작가의 이력은 흥미롭다. 목회자의 아내로 살다 지천명을 넘긴 나이에 미술 공부를 시작해 전업 작가의 길을 걸었다. 학창시절 그의 이웃과 일가친척들 중 그의 풍경화, 정물화 한 점을 안 가졌던 이가 없었다. 학교 정문엔 그가 그린 행사 포스터가 사시사철 걸렸다. 타고난 재능을 바로 살리지 못했던 건 자식의 고생길을 걱정한 집안 반대 때문이었다. 대학에서 기독교 교육학을 전공했고 결혼 후 남편의 목회 활동을 돕느라 바빴다. 그러다 1990년 후반에서야 비로소 새 길을 찾은 것이다. 늦깎이 작가는 한번 붓을 잡으면 여간해서 놓을 수가 없다. "그래서 밤에 붓을 잡지 않으려고 해요. 밤에 시작하면 밤을 꼬박 새우고 몸이 녹초가 될 때까지 그립니다. 누가 말려줘야 멈출 수 있어요." 작업 전 탐구와 사색의 시간도 길다. '제중원을 꿈꾸다'도 기나긴 고증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역사적 인물과 의복, 도구의 세밀한 학습 과정은 칠순이 넘은 작가에게 그보다 더 즐거울 수가 없었다. 완성된 그림 앞에서도 붓을 들어 고치고 또 고친다. 마감 시한이 돼서야 끝을 본다. 그런데도 "힘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하니 천상 예술가다. 부군인 연동교회 이성희 원로 목사는 이런 아내의 후원을 자처했다. 이 목사는 130년 역사의 연동교회에서 29년 사역 후 지금은 다양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아내의 그림 속의 곤룡포 입은 고종은 사실 이 목사다. 옷을 걸치고 포즈를 잡아 아내의 작업 내내 모델이 돼줬다. 백색 정장의 호러스 언더우드 선교사(2016년작)를 그릴 때도 이 목사가 모델 역할을 했다. 연세대 신학관에 걸린 이 작품은 신학대 졸업식 날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 목사는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했다"고 했다. 김봉희 작가의 그림에는 선교사, 독립운동가를 그린 인물화가 많다. 세브란스병원이 소장한 선교사 올리버 에비슨 초상화도 그가 그렸다. 에비슨은 연희전문학교 통합 교장을 지냈다. 서울 도산대로 안창호 기념관 메인홀에 있는 안창호 초상화도 그의 작품이다. 그가 그린 안창호는 독립투사보다 교육자 이미지가 강하다. 그는 "삶이 좋았던 사람을 그리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작가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작업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이 팔순, 구순이 되어서도 그릴 겁니다. 아니 더 잘 그릴 겁니다. 선 하나에도 연륜이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까지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갈 거에요." 작은 체구의 작가가 그렇게 선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2024-02-15 19:44:12[파이낸셜뉴스] 16일만에 탈꼴찌에 성공했다. 탈꼴찌에 성공한 것도 분명 기쁜 일이지만, 더 기쁜 일이 있다. 한화 이글스의 꿈이 영글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젊은 독수리들은 맹활약으로 보여주었다. 그래서 더욱 가슴 한 구석이 설렌다. 한화 이글스가 '특급 영건' 문동주, 김서현, 유로결을 앞세워 탈꼴찌에 성공했다. 한화는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wiz와 홈경기에서 6-2로 승리했다. 두산전 2연승에 이어 이번 KT전까지 3연승을 달린 한화는 시즌 9승 18패 1무로 승률 0.333을 기록, kt(8승 17패 2무, 승률 0.320)를 제치고 9위로 올라섰다. 한화가 꼴찌에서 벗어난 것은 4월 21일 이후 16일 만이다. 한화는 선취점을 kt에게 허용하기는 했지만, 3회말 공격에서 전세를 뒤집었다. 이진영과 오선진의 연속 안타로 무사 1,3루 기회를 잡은 뒤 유로결이 희생플라이를 날려 1-1을 만들었다. 2사 후에는 볼넷을 고른 정은원이 도루에 성공하며 2사 2,3루를 만들자 노시환이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날려 3-1로 뒤집었다. 4회에는 2사 후 이진영이 2루타, 오선진은 중전안타를 치고 나간 뒤 유로결이 2타점 우전 안타를 날려 5-1로 점수 차를 벌렸다. 5회에도 선두타자 정은원이 좌전안타를 치고 나간 뒤 후속 땅볼로 득점해 6-1로 달아났다. 이날 한화 선발 문동주는 5이닝 동안 3안타와 볼넷 3개를 허용했으나 삼진 5개를 뽑으며 1실점으로 막아 시즌 2승(2패)째를 수확했다. 무엇보다 문동주는 이날도 한화 구단이 사용하는 '트랙맨' 스피드건에서는 160㎞를 달성했다. 물론, KBO 공식 통계업체의 '피치트래킹시스템(PTS)'에서는 157.4㎞를 기록해서 아쉽게 160km에는 미치지 못했다. 문동주에 이어 6회에 등판한 신인 강속구 투수 김서현은 1이닝을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날 김서현이 기록한 트랙맨 기준 구속은 157km다. 야구 관계자들은 문동주 + 김서현이 160km를 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김서현 또한 이미 작년 수없이 많은 150km 후반의 스피드를 과시한 바 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바로 마산용마고 장현석이 있다. 장현석도 스피드로 따지면 당장 프로에 들어와도 이들에 뒤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앞설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만약, 이들 세명이 모두 한화의 선발 투수로 들어가게 되면 한화는 국내 역사상 최초의 160km 트리오를 선발로 보유하는 구단이 되게 된다. 160km 선발진 트리오라면 탈꼴찌 그 이상의 것을 노릴 수 있다. 무엇보다 아직 고교에서는 이들을 능가하는 선수가 나오질 않아 더욱 한화에게 희망이 있다. 여기에 신인 문현빈이 알토란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고, 악바리 이정훈의 마지막 유산 유로결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면서 새로운 신인들에 대한 기대감이 폭발하고 있다. 이날 유로결은 3타수 1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도화선 역할을 했다. 유로결은 과거 광주일고가 황금사자기와 전국체전을 재패할 당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호타준족이다.(당시 이름은 유장혁이었다) 빠른 배트스피드에 장타력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빠른 발도 있다. 1군 콜업 후 0.294의 타율을 기록하며 하위 타선의 뇌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겨울이 길고 추울수록 그 안에서 잉태된 새싹은 더욱 강하고 푸르고 아름다운 법이다. 대전에 새싹이 피어났다. 그 새싹의 이름은 '희망'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3-05-07 19:17:52[파이낸셜뉴스] 잦은 말실수로 구설에 올랐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한국’(South Korea)를 ‘남미’(South America)로 착각해 잘못 언급하는 말실수를 저질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메릴랜드주 애코킥에 위치한 한 노조 교육 시설을 방문해 자신의 경제 성과 등을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제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기업뿐 아니라 외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라며 “나는 남미(South America), 아니 한국(South Korea)의 대기업에 왜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느냐고 물어본 바 있다. 그들은 미국의 노동력이 세계 최고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을 남미 기업으로 착각해 잘못 발언한 것이다. 재선 도전 선언을 앞두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크고 작은 말실수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하고 있는 잠재적 리스크 중 하나로 꼽힌다. 공화당 측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잦은 말실수를 지목해 건강 이상설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에도 조상들의 고향인 아일랜드 방문 중 뉴질랜드 럭비팀(All Blacks)을 아일랜드 독립전쟁을 진압한 영국 경찰(Black and Tans)로 잘못 부르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흑인 민권운동 지도자였던 고(故)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 기념일을 맞아 고인의 맏며느리 생일을 축하하며 정작 당사자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축가를 부르며 얼버무리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됐었다. 지난해 9월에는 백악관 행사에서 교통사고로 이미 사망한 연방 하원의원의 이름을 부르며 찾는 모습을 보였고,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지칭했다 바로 정정한 바 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3-04-20 07:23:45밴드 루시(LUCY)가 신보를 통해 또 한번 장르의 한계를 넘어선다. 루시(신예찬, 최상엽, 조원상, 신광일)는 오늘(23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미니 3집 'INSERT COIN'(인서트 코인)을 발매한다. 전작 'Childhood'(차일드후드) 이후 약 6개월 만에 선보이는 신보로, 루시의 확장된 음악적 스펙트럼을 만날 수 있다. '인서트 코인'에는 게임 오버의 상황에서 인서트 코인을 통해 새로운 목숨을 부여받듯, 루시의 음악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불씨가 되기를 바라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겼다. 멤버 조원상이 전곡 작사, 작곡, 프로듀싱에 참여한 가운데, 동전의 양면처럼 수록곡들의 분위기가 반전 넘치는 구성으로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타이틀곡 '아니 근데 진짜'는 루시의 시그니처인 청량한 스트링과 기타, 베이스 라인의 조화가 돋보이는 곡으로, 사랑에 대한 달콤한 말들을 재치있는 노랫말로 풀어냈다.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8비트의 게임 사운드로 레트로한 무드를 배가했다. 특히, 루시는 지난 22일 타이틀곡의 뮤직비디오 티저를 선공개하며 컴백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컬러풀한 영상 속 네 멤버는 마치 게임의 플레이어가 된 듯한 모습으로 등장, 생기발랄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신곡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다. '인서트 코인'에는 이외에도 청춘 애니메이션의 오프닝을 연상케 하는 '바쁘거든', 락킹한 사운드 위로 밀고 당기는 보컬이 더해진 루시의 첫 영어곡 'Never in Vain', 덥스텝 장르를 처음으로 차용해 그간 루시가 보여준 적 없는 하드한 면모를 드러낸 '채워'까지 다양한 장르의 총 4곡이 수록됐다. 루시는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유니크한 음악 스타일로 K-밴드씬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가운데, 루시만이 할 수 있는 음악부터 콘셉트까지 앨범 곳곳에 정반대의 매력을 담아내며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 매 컴백마다 장르의 한계를 딛고 음악적 성장을 이뤄내고 있음은 물론, 국내외 음원 차트 및 음반 판매량에서 커리어 하이를 달성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루시가 ‘인서트 코인’으로 거둘 성과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루시는 오늘(23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미니 3집 '인서트 코인'을 발매한다. 이들은 이어 Mnet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해 신곡 컴백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slee_star@fnnews.com 이설 기자 사진=미스틱스토리
2023-02-23 14:14:58올해 노벨 문학상은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82·사진)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글에서 성별, 언어, 계급에 대한 강한 불균형으로 특징지어지는 삶을 일관되고 다른 각도에서 고찰한다"며 "그녀의 작가로서의 길은 멀고 험난했다"고 설명했다. 에르노는 1940년 프랑스 노르망디의 소도시에서 카페 겸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소상인의 딸로 태어났다. 루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중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시작, 1971년 현대문학교수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2000년까지 문학교수로 재직했다. 1974년 자전적 소설인 '빈 장롱'으로 등단해 ‘자전적·전기적·사회학적 글'이라고 명명된 작품들의 시작점이 되는 '남자의 자리'로 1984년 르노도상을 수상했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규정하는 프랑스의 문제적 작가로, 사회·역사·문학과 개인 간의 관계를 예리한 감각으로 관찰하며 가공 없는 독보적 작품세계를 이룩했다. 1991년 발표한 '단순한 열정'은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의 사랑을 다루며 임상적 해부에 버금가는 철저하게 객관화된 시선으로, '나'라는 작가 개인의 열정이 아닌 일반적이고도 보편적인 열정을 분석한 반(反)감정소설이다. 에르노는 발표할 작품을 쓰는 동시에 '내면일기'로 명명된 검열과 변형으로부터 자유로운 내면적 글쓰기를 병행해왔는데, '단순한 열정'의 내면일기는 10년 후 '탐닉'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이러한 글쓰기 방식을 통해 작가는 '나'를 화자인 동시에 보편적인 개인으로 철저하게 객관화해 글쓰기가 생산한 진실을 마주보는 방편으로 삼았다. 이후 '부끄러움' '집착' '사진 사용법' 및 비평가인 프레데리크 이브 자네 교수와의 이메일 대담집 '칼 같은 글쓰기' 등을 발표했다. 2003년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상을 제정하기도 한 에르노는 2008년 '세월들'로 마르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 모리아크상, 텔레그람 독자상 등을 수상했다. 또 2011년 자전소설과 미발표 일기 등을 수록한 선집 '삶을 쓰다'로 생존 작가로는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되기도 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2-10-06 21:24:22올해 노벨문학상은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82)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프랑스 여성 소설가 아니 에르노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글에서 성별, 언어, 계급에 대한 강한 불균형으로 특징지어지는 삶을 일관되고 다른 각도에서 고찰한다"며 "그녀의 작가로서의 길은 멀고 험난했다”고 설명했다. 에르노는 1940년 프랑스 노르망디의 소도시에서 카페 겸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소상인의 딸로 태어났다. 루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중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해 1971년 현대문학교수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2000년까지 문학 교수로 재직했다. 1974년 자전적 소설인 ‘빈 장롱’으로 등단해 ‘자전적·전기적·사회학적 글’이라고 명명된 작품들의 시작점이 되는 ‘남자의 자리’로 1984년 르노도상을 수상했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규정하는 프랑스의 문제적 작가로, 사회·역사·문학과 개인 간의 관계를 예리한 감각으로 관찰하며 가공도 은유도 없는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이룩했다. 1991년 발표한 ‘단순한 열정’은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의 사랑을 다루며 임상적 해부에 버금가는 철저하게 객관화된 시선으로, ‘나’라는 작가 개인의 열정이 아닌 일반적이고도 보편적인 열정을 분석한 반(反) 감정소설이다. 아니 에르노는 발표할 작품을 쓰는 동시에 ‘내면일기’라 명명된 검열과 변형으로부터 자유로운 내면적 글쓰기를 병행해왔는데, ‘단순한 열정’의 내면일기는 10년 후 ‘탐닉’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이러한 글쓰기 방식을 통해 작가는 ‘나’를 화자인 동시에 보편적인 개인으로, 이야기 자체로, 분석의 대상으로 철저하게 객관화해 글쓰기가 생산한 진실을 마주보는 방편으로 삼았다. 이후 ‘부끄러움’ ‘집착’ ‘사진 사용법’ 및 비평가인 프레데리크 이브 자네 교수와의 이메일 대담집 ‘칼 같은 글쓰기’ 등을 발표했다. 2003년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상을 제정하기도 한 아니 에르노는 2008년 ‘세월들’로 마르그리트 뒤라스 상, 프랑수아 모리아크 상, 프랑스어상, 텔레그람 독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2011년 자전소설과 미발표 일기 등을 수록한 선집 ‘삶을 쓰다’로 생존 작가로는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되기도 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2-10-06 20:22:21[파이낸셜뉴스] 올해 노벨 문학상은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아니 에르노는 1940년 9월 1일, 프랑스 릴본에서 태어나 노르망디 이브토에서 성장했다. 루앙 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중등학교 교사, 대학 교원 등의 자리를 거쳐 문학 교수 자격을 획득했다. 1974년 자전적 소설 ‘빈 장롱(Les Armoires vides)’으로 등단해, ‘남자의 자리(La Place)’(1984)로 르노도상을 수상했다. 지난 2008년, 현대 프랑스의 변천을 조망한 ‘세월(Les Années)’로 마르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 모리아크상, 프랑스어상, 텔레그람 독자상을 받았다. 대표작으로는 ‘단순한 열정(Passion simple)’, ‘부끄러움(La Honte)’, ‘사진의 용도(L’Usage de la photo)’ 등이 있으며, 2011년 자전 소설과 미발표 일기 등을 수록한 선집 ‘삶을 쓰다(Ecrire la vie)’로 생존 작가로서는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됐다. 2003년 작가 자신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상이 제정됐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2-10-06 20:09:34[파이낸셜뉴스] 올해 노벨 문학상은 프랑스 여성 소설가 아니 에르노(82·사진)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아니 에르노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자전적 소설 '빈 장롱'(1974)으로 등단한 에르노는 아버지의 삶과 죽음을 다룬 '남자의 자리'(1984)로 르노도상을 수상했으며, 현대사를 대형 프레스코화로 완성한 '세월들'(2008), 여섯 살의 나이에 죽은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 '다른 딸'(2011) 같은 작품을 발표했다. 국내에는 '탐닉'(2004·문학동네), '남자의 자리'(2012·열림원), '단순한 열정'(2015·문학동네), '사건'(2019·민음사) 등이 출간돼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2-10-06 20:03:26[파이낸셜뉴스] 한 경찰관이 뇌출혈이 발생한 운전자를 대신해 9살 아이와 영상통화를 하며 위치를 파악해 구조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지난 30일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달 14일 오후 5시 22분께 경기남부경찰청 112 상황실에 “운전 중인 여동생의 몸 상태가 갑자기 안좋아진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당시 차량에는 운전자인 A씨와 A씨의 조카인 C양이 있었다. A씨는 언니인 B씨 부부를 대신해 평소 화성시에 있는 집과 경기 광주시에 있는 병원을 오가며 C양의 통원치료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자이자 A씨의 언니인 B씨는 광주의 병원으로부터 “A씨가 조금 전 차를 몰고 병원에서 집으로 출발했는데, 평소와 달리 발음이 어눌하고 손을 떠는 등 상태가 이상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B씨의 전화에도 A씨가 연락을 받지 않자 B씨는 112에 도움을 요청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즉시 휴대전화의 GPS 위치 추적시스템을 통해 차량 위치를 대략적으로 파악했다. 해당 지역 관할 담당인 화성서부경찰서 매송파출소의 방도선 경위가 상황을 전달받고 A씨와 통화에 성공했다. 정상적인 통화가 불가능한 A씨의 상태를 확인했던 방 경위는 C양에게 전화기를 넘기도록 한뒤 “경찰 아저씨야. 혹시 영상통화 할 줄 아니?”라고 물은 후 영상통화를 시작했다고 전해졌다. C양과의 영상통화에서 주변 풍경을 토대로 ‘비봉~매송고속도로’를 알아낸 방 경위는 현장으로 출동해 갓길에 세워진 A씨의 차량을 발견하고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이후 출동한 구급대원에 의해 A씨는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돼 A씨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2022-03-31 07:49:17[파이낸셜뉴스] 최근 언론에 불거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아내 김혜경씨의 ‘사적 심부름 의혹’에 대해 민주당 측은 “일단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대통령 후보와 관계된 것인데 (경기)도청 공무원이 아무 근거도 없이 그러겠느냐”고 맞받았다. 2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방송콘텐츠단장과 이용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권교체동행위원회 대외협력본부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같은 의혹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8일 다수 언론에는 김씨가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소속 공무원들에게 여러 사적 심부름을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정확한 사실관계는 좀 더 확인돼봐야 알겠지만 퇴직한 공무원, 그분은 5급 공무원 배모씨에게 여러가지 지시를 받았던 것 같다”며 “그런데 지목받은 배모씨가 ‘사실과 다르다’며 입장을 밝혔다. 여러 법적 조치도 하겠다고 밝힌 상태라 선대위 차원에서는 문제를 제기한 퇴직공무원 분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선대위 차원에서 김씨에게 직접 이 일에 대해 묻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과정은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은 명확하게 말씀드린다. ‘현재까지 선대위가 확인한 바로는 사실무근이다’라는 것이지 구체적인 사실관계나 이런 건 확인되는 대로 선대위가 추가 입장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 의원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며 민주당 선대위를 압박했다. 이 의원은 “김씨의 호르몬제 처방 문제나 아들 퇴원수속 이런 것은 금방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부분을 적당히 뭉개기보다는 이건 사실 공직에 있는 분들을 사적으로 이용한 측면이기 때문에 사실이라고 한다면 얼른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대본 차원에서 이에 대한 취재를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사안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이 부분은 저희 선대본 차원에서 조사할 사안은 아니다”며 “오히려 이 후보 측 선대위 쪽에서 조사를 해서 밝히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법적 대응 계획은 있다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코로나19 시국에 방역패스를 대신 받아서 하는 것은 (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선대본 같은 경우 대변인도 있고 부대변인 등이 있고 제보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후보 쪽에서 빨리 이 부분을 정리정돈하고 잘못된 게 있으면 사과하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2022-02-02 13:1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