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나무젓가락', '열상이냐 자상이냐', '무리한 서울대병원 전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가짜뉴스'가 성행하면서 사회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에 경찰은 특정인 관련 허위사실 유포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나무젓가락으로 찔렀다?이 대표를 찌른 흉기는 길이 18㎝, 날 길이 13㎝의 '등산용 칼'이라는 것이 경찰 수사로 확인됐다. 피의자인 김모씨(66)는 범행을 위해 사전에 칼자루를 제거하고 손잡이를 테이프로 감는 식으로 흉기를 개조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범행 전 칼날을 A4 용지로 감싼 정황도 포착됐다. 압수한 흉기를 감정한 결과 날붙이 형태와 상처가 일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흉기가 개조됐다는 점 때문에 SNS에서 해당 흉기가 나무젓가락이 아니냐는 의혹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일각에서는 범행에 쓰인 흉기가 이 대표 팬클럽이 사용하는 깃발 모양 응원 도구인 ‘잼잼 응원봉’의 깃대 부분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경찰에서는 흉기가 나무젓가락이라는 일부 보도는 '오보'라고 선을 그었다. 부산경찰청 특별수사팀은 지난 기자들과 만나 "나무젓가락이라는 기사도 있었는데 그것은 오보다. 압수한 흉기를 감정을 했고 감정 결과에 따라 피해자 혈흔이랑 (칼의 혈흔이)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수사에서는 흉기에 의한 범행이다"고 설명했다. 열상이냐 자상이냐이른바 '나무젓가락설'은 이 대표의 상처가 열상으로 초기에 알려지면서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열상은 피부가 찢어져서 생긴 상처를 의미한다. 현재 이 대표는 흉기에 찔린 '자상'으로 공식 확인된 상태다. 이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대표가 왼쪽 목에 1.4㎝ 자상을 입었다고 확인했다. 민 교수는 "근육을 뚫고 그 아래 있는 속목정맥 60% 정도가 예리하게 잘려져 있었고 핏덩이가 고여 있었다"며 "다행히 동맥이나 주위 뇌신경·식도·기도 손상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상처가 초기에 열상으로 알려진 것은 피습 당일 소방에서 육안으로 본 것이 전파되면서 오해를 부른 것으로 파악된다. 육안으로 본 것과 의료진의 진료 결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서울대병원 전원, 무리해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과 관련해 헬기 이용 등 특혜 논란이 SNS를 달구기도 했다. 관련해 김지호 당 대표실 정무조정부실장도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산대병원 측에 환자가 가족의 정신적 지지와 간호를 받을 수 있는 주거지 인근인 서울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지 검토를 요청했다"며 "부산대 의료진이 전원 의뢰서를 작성해 관련 자료를 발급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가족들이 요청을 했고 부산대병원 측에서 수용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전원 과정에서 헬기 기용에 대해 김 부실장은 "(현장의 보좌진은) 의료진이 아니라 전원을 결정할 수도 없고 이송 수단으로 앰뷸런스, 기차, 닥터 헬기, 항공기를 결정할 권한이 없고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연락처도 모른다"며 "(헬기 이송 특혜 등) 의혹이 풀리지 않으면 보건복지부와 부산대 외상센터 관할 보건소에 환자 전원과 닥터 헬기 이송의 불법성에 대해 조사 의뢰하면 명쾌하게 밝혀질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표의 전원 사실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 양측에 상처를 남겼다는 점은 분명하다. 부산대병원 외상센터 의료진이 경험도 많고 전국 최고 수준임에도 '지역의료'라서 무시 받았다는 의심을 받게 됐다. 서울대병원도 지난 2021년부터 서울시 중증외상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수술 난도가 높은 중증외상 환자를 다수 치료해오고 있음에도 '외상센터가 없는 병원'으로 오해를 받게 됐다. 경찰, 허위사실 유포 수사 예고갈수록 확산되는 '가짜뉴스'에 대해 적극 수사하겠다는 경찰 입장이 5일 나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사회적 파급력이 높은 정보통신망에 주요 인물을 비롯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한 흉악범죄 예고를 하거나, 특정인과 관련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적극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수사본부는 이러한 행위의 심각성을 감안해 형법상 협박·살인예비·위계공무집행방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적용 가능한 처벌 규정을 적극 적용키로 했다. 전국 시도청 사이버수사대 중심으로 신속히 수사에 착수해 피의자 특정·검거에 필요한 수사기법과 해외 수사기관과의 국제공조수사 역량을 총동원하는 등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흉악범죄 예고글 및 온라인상 허위사실을 게시하는 행위는 사회 공동체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인 만큼,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엄정하게 대응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가짜뉴스에 대응할 강력한 법안 마련을 촉구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확증 편향(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을 넘어선 '인지 편향'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며 "유튜브 등 가짜뉴스가 주로 유통되는 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한 국내법 마련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주원규 기자
2024-01-05 11:43:37[파이낸셜뉴스] 5년 전 인천 한 종합병원에서 70대 환자가 쇼크로 사망한 사고에 대해 당시 오진을 한 40대 외과 의사가 이례적으로 법정에서 구속됐다. 인천지법 형사4단독(안희길 판사)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외과 의사 A씨(41)에게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강제노역은 하지 않는다. A씨는 2018년 6월 15일 인천에 있는 한 종합병원에서 환자 B(사망 당시 78세)씨의 증상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망 나흘 전 B씨는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최근 대변을 볼 때마다 검은색 핏덩이가 나왔다"고 A씨에게 설명했다. 당시 B씨는 과거에 앓은 뇌경색으로 아스피린 약을 먹고 있었다. A 씨는 B씨 항문 주변을 손으로 만져본 뒤 급성 항문열창(치루)이라고 오진했고 나흘 뒤 수술을 집도했다. 수술 다음 날 빈혈로 쓰러진 B씨는 11시간 만에 저혈량 쇼크로 사망했다. 조사 결과 B씨는 A씨에게서 진료받을 당시 치루가 아닌 십이지장궤양으로 인해 출혈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치루 수술 전 혈액 검사에서 B씨의 혈색소가 정상 수치보다 훨씬 낮아 출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는데도 주치의인 A씨가 검사나 처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2019년 그를 재판에 넘겼다. A씨는 법정에서 "업무상 과실이 없다"며 "만약 과실이 있었다고 해도 B씨 사망과 인과관계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4년 넘게 이어진 재판 끝에 A씨의 오진으로 인해 조치가 늦어져 B씨가 숨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감정한 다른 의사는 내시경 검사가 제때 진행돼 지혈했다면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피해자는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며 "피고인은 십이지장 출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치루가 출혈의 원인이라고 속단해 수술했다"며 "피해자는 정확한 진단이 늦어져 숨진 경우로 피고인의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의사가 업무상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행위에는 엄중한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며 "피고인의 과실이 가볍지 않은 데다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유족이 엄벌을 탄원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3-09-25 18:26:16[파이낸셜뉴스] '제로 슈거(무설탕)' 식품에 설탕 대신 사용하는 감미료인 '에리트리톨'이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학계에서 에리트리톨은 인체에 안전한 첨가제라고 알려져 왔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상반되는 결과가 나와 화제가 됐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러너연구소 스탠리 헤이즌 박사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을 통해 "심내혈관 질환 요인을 가진 사람들이 혈중 에리트리톨 수치가 높은 경우 심장마비나 뇌졸중 유발 위험이 2배 증가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에리트리톨은 당알코올의 일종으로 설탕의 70% 수준의 단맛이 난다. 물에도 잘 녹으며 최근 '제로 슈거' 콜라·사이다 등 저칼로리 식품의 첨가제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연구팀은 "혈중 에리트리톨 수치가 상위 25%에 해당하면 하위 25%와 비교했을 때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이 2배 높았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당뇨병의 심장병, 혈관질환 유발 위험 요인과 맞먹는 수준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2004∼2011년 수집한 심장질환 위험 요인을 가진 있는 미국인 1157명의 혈액을 3년간 추적 관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에리트리톨이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이유를 알기 위해 혈액과 혈소판에 에리트리톨을 첨가해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에리트리톨이 혈액 응고를 유발해 혈관 내 혈전(핏덩이)을 형성할 수 있는 여지를 발견했다. 혈전이 혈관을 타고 흐르며 계속 악화하다 혈관을 막아버릴 경우 심장에서는 심장마비를, 뇌에서는 뇌졸중을 일으킨다. 이와 관련해 CNN은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의 경우 에리트리톨 섭취를 제한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그동안 에리트리톨이 저열량 감미료(당 알코올) 식품 첨가물로서 인체에 안전하다는 수십 년 동안의 연구와 상반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에리트리톨과 심장마비·뇌졸중 간의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를 밝혀낸 수준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에서 국내 유통 가공식품 중 제품명에 에리트리톨이 들어간 제품은 51건으로 나타났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2023-03-01 10:58:11[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옛날 어느 날 밤, 한 선비가 부랴부랴 의원을 찾았다. 자신의 조카가 사경을 헤맨다는 것이다. 선비는 자신의 형수가 과부가 된지 벌써 1년이 되었고 형수에게는 한 살배기 아이가 있다고 말하였다. 허겁지겁 말하기를 “제 조카가 감기에 걸린 것 같더니 벌써 한달동안 계속해서 낫지 않고 있습니다. 간혹 경기를 하고 또한 가래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숨을 가쁘게 쉬니 좀 살려 주십시오. 형수도 불쌍한데, 어린 조카까지 아프니 제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청컨대 진맥이라도 좀 해 주십시오.”라며 울먹이는 것이다. 의원은 늦었지만 마지못해 진맥을 해 보기로 하고 선비의 집으로 함께 나섰다. 의원은 아이를 진찰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온몸이 바싹 말라서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얼굴을 보니 창백하고 입술은 푸석거리며 점막이 들떠 있었고 며칠 동안 물도 전혀 못 마신 것처럼 건조함이 극에 달한 듯했다. 그러면서도 빰은 불그스레했다. 이는 혈허(血虛)가 심해져서 음허증(陰虛症)도 함께 동반된 증이다. 가래 소리를 들어보니 그르렁거리면서 가래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간혹 기침을 하면서 울컥하고 올라온 가래를 보니 패서(敗絮, 오래돼서 섞은 솜뭉치)처럼 단단하게 뭉쳐 있었다. 이는 폐장까지 조증(燥症)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맥을 해 보니 맥은 미약(微弱)하면서 세삭(細數)하고 불규칙했다. 미약함은 원기(元氣) 부족이고, 가늘고 빠른 맥은 혈허(血虛)나 음허(陰虛)에서 보이는 맥으로 만성적으로 병을 앓으면서 진액이 부족해지거나 극심한 탈수 혹은 과다출혈 후에도 나타나는 맥이다. 진맥을 마친 의원은 잠시 눈을 감고 고민에 빠졌다. ‘인삼을 넣어 보(補)하는 약을 쓰려니 조열(燥熱)이 걱정되고, 성질이 차가운 약을 쓰려니 원기(元氣)가 이미 미약해져서 실로 손을 쓰기 어렵구나.’라며 깊이 고민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부인이 의원의 팔을 붙들고 비통하게 울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이를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것이었다. “의원님, 의원님. 제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살려주십시오. 저는 이미 지아비도 없는 과부가 되어 원통한데, 이 핏덩이마저 저 세상으로 간다면 이 세상을 어찌 살라 말입니까? 흑흑~” 의원은 부인의 애절한 말에 차마 가망이 없다는 대꾸를 하지 못하고 바깥사랑채로 나갔다. 의원을 따라 선비가 나오자 의원은 한숨을 쉬며 선비에게 “이런 극심한 조병(燥病)에는 사람의 피만한 것이 없습니다. 의서에서도 인혈(人血)은 피육(皮肉)이 마르는 병에 효과가 있다고 했습니다.” 의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선비는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인혈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인혈을 어디서 구하랴. 사실 의원은 ‘인혈을 쓰지 못해서 안타깝다’가 아니나 ‘그만큼 치료법을 찾기 힘들어 난감하다’는 것을 에둘러서 표현하고자 의서의 구석진 곳에 적혀 있는 인혈(人血) 이야기를 꺼냈을 뿐이다. 의원 자신도 지금까지 인혈을 써보려고 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당황스러워하는 선비의 얼굴을 얼핏 본 의원은 “그러나 인혈을 처방하는 것은 불인(不仁)의 소치일 뿐입니다. 어찌 사람에게 사람의 피를 먹일 수 있겠습니까? 인혈 대신 저는 그저 생맥산(生脈散)과 사물탕(四物湯)을 합해 써볼 뿐이니 이 처방 또한 인혈을 대신할 만한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밤이 늦었지만 서둘러 조제해서 가져오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생맥산은 맥문동, 인삼, 오미자로 구성된 처방으로 이름 그대로 맥(脈)을 생(生)하는 처방이다. 끊어져 가는 맥기(脈氣)를 다시 일으켜 맥을 살려서 잊게 한다는 의미로 심폐기능을 회복시키고 만성적으로 진액이 부족에 의한 일체의 증상을 다스린다. 그리고 사물탕은 숙지황, 당귀, 천궁, 작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보혈(補血)하는 대표적인 처방이다. 먼저 기혈(氣血)을 보충해서 원기(元氣)를 끌어 올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으니라. 생맥산과 사물탕은 몇가지 안되는 약초로 구성된 처방이면서도 별다른 부작용이 없고 부작용이 적으니 어린 아이에게도 무난했다. 무엇보다 효능을 따져보면 실로 인혈을 대신할 만했다. 이 상황에 생맥산합사물탕을 떠올린 의원의 의술이 특출함을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의원은 생맥산과 사물탕의 처방 내용과 효능을 설명해 준 뒤에 약방에 가서 지체없이 조제해 오겠다고 하면서 선비의 집을 나섰다. 그런데 갑자기 집안의 여종이 쫓아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의원님, 마님이 잠시 처방을 보류했으면 하십니다. 그리고 의원님이 먼 길을 오셨으니 오늘 밤은 사랑채에서 쉬었다 가셨으면 하십니다. 들어가 계시면 제가 서둘러 다과를 좀 올려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의원은 기분이 언짢았다. 아이의 위독함과 함께 처방에 대해서도 그렇게 자세하게 설명을 했건만 자신의 처방을 못 미더워하는 것 같아 괘씸한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 진료가 내치지 않았는데, ‘먼 곳까지 와서 괜히 진맥을 했구나.’하는 자괴감까지 들었다. 의원은 기분이 상했지만 어찌하겠는가. 환자 보호자가 처방을 거부하니 말이다. 의원은 밤도 깊어 어쩔 수 없겠다 싶었는지 오늘 밤은 이곳에서 묵기로 하고 사랑채에서 베개에 기대어 설핏 잠이 들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여종이 의원을 깨웠다. 아이를 다시 진찰해 달라는 것이다. 의원은 ‘혹시 아이의 상태가 악화되었나?’하고 걱정하면서 서둘러서 아이가 있는 방으로 건너가서 살펴보았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아이는 호흡이 편안해지고 가래 소리는 줄었으며 화색이 돌았다. 진맥을 해 보니 맥은 여전히 세삭(細數)했지만 완만하면서도 간간이 유력함이 느껴졌다. 의원은 ‘괴이한 일이로다. 괴이한 일이로다.’하면서 의아해했다. ‘잠시 잠들어 있던 시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의원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고개를 떨구던 순간, 등잔불 아래에 있던 사발에 뭔가가 검게 말라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의원이 옆에서 지켜보던 부인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자 부인은 별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떨궜다. 의원은 밖으로 나와 여종에게 그 사발에 묻은 것이 무언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여종은 “마님은 의원님께서 아이의 증상에 사람의 피가 가장 좋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하신 말씀을 작은 서방님으로부터 전해 들으셨습니다. 그래서 의원님의 처방을 보류시켜 놓고 의원님이 잠시 주무시는 틈을 타서 자신의 왼손 어제를 칼로 찢어 피를 사발에 받아서 아이에게 먹인 것입니다. 그래서 차도가 있는지를 확인하시고자 다시 진맥을 청하신 것입니다. 차도가 없다 하시면 다시 오른쪽 어제를 찔러 피를 더 먹이시고자 하십니다.” 어제(魚際) 부위란 손바닥의 엄지손가락 쪽 두툼한 살집 부위를 말한다. 여종의 말을 듣고서는 부랴부랴 방에 들어가 부인의 왼손을 보니 천으로 감싸져 있었고, 뒤이어 얼굴을 쳐다보니 핏기가 없이 창백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의원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의원은 경솔했던 자신의 말에 대해 뉘우쳤다. ‘아뿔싸~’ 하지만 아이가 살아났으니 다행이다. ‘의원의 의술이 아닌 어미의 지극정성 때문에 아이가 살아났구나. 의서에 인혈(人血)을 사용함은 불인(不仁)이라고 했건만, 어미가 자신의 몸을 해하여 자식을 살린 것을 보니 모정(母情)은 인(仁)을 넘어서는구나.’ 의원은 이 일을 통해 부모의 자식을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을 더욱 깨달을 수 있었다. 의원은 마음이 울리는 바가 심대(深大)하여 아이의 약방문과 함께 부인의 출혈 과다 후 도움이 될 만한 보약까지 약대(藥代) 없이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 아이와 부인은 의원의 정성스러운 치료로 모두 건강을 회복했고, 아이는 무럭무럭 자랐다. * 제목의 ○○는 바로 ‘인혈(人血)’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 상한경험방> 一士人夜言 “兄嫂早寡, 只有一歲幼兒, 症似外感, 彌月留, 時有驚氣, 痰蓄甚促, 請諧往診之.” 其脈細數, 無倫次, 欲用蔘補, 則潮熱可畏, 欲用涼劑, 則元氣已微, 實難下手. 深思之際, 婦人悲辭乞活, 哀不忍聞, 出外廊, 與其士私語曰 “如此之病, 多用人血, 則庶有回生之望, 而無奈何. 只用生脈, 合四物湯, 欲送劑藥肆矣.” 內婢出來, 姑停製藥, 暫時挽留醫臨云. 余倚枕假寐, 而已又請見病兒, 入見則呼吸平緩, 痰蓄稍低, 按脈則細數亦緩. 余曰 “怪哉怪哉! 此兒得生路, 是何事也?” 仍回見燈下砂碟上有血色. 心驚怪異, 出外問于婢, 則內家聽人血好之言, 裂左手魚際, 取血灌之兒口, 而有效. 余晦言輕, 而兒生, 觀此益覺父母愛子至意.(어떤 선비가 밤에 찾아와서 “형수께서 일찍 과부가 되어 한 살배기 아기만 있습니다. 그 아이의 증세가 가기 같더니만 한 달 동안 계속되었고, 때때로 경기를 하며, 담이 쌓여 숨이 가쁘니, 청컨대 함께 가서 진맥해 주십시오.” 하였다. 그 맥이 세삭하고 불규칙했는데, 인삼을 넣어 보하는 약을 쓰려니 조열이 걱정되고, 성질이 차가운 약을 쓰려니 원기가 이미 미약해져서 실로 손을 쓰기 어려웠다. 깊이 고민하고 있던 차에 부인이 비통한 말로 살려달라고 애걸하여 슬퍼서 차마 듣지 못하고 바깥사랑채로 나가 그 선비와 몰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이런 병에는 사람 피를 많이 쓰면 회생할 수 있는 가망이 있겠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겠습니다. 그저 생맥산과 사물탕을 합해 써볼 뿐이니 약방에 보내 지어오라 하겠습니다.” 하였다. 집안의 여종이 나와 일단 약 짓기를 멈추고 잠시 의원의 진료를 만류하라 했다고 전하였다. 베개에 기대어 설핏 잠이 들었다가 잠시 지나 다시 병든 아이를 봐달라는 청에 들어가서 살펴보았더니, 호흡이 평안해지고 쌓였던 담이 낮아져 있었다. 맥을 짚어보니 세삭하였지만 완만해졌다. 내가 “괴이하도다, 괴이해! 이 아이가 살길을 얻었으니 이 어찌된 일인고?”하고 등잔 아래의 사기접시를 돌아보았더니 그릇에 붉은 핏빛이 있었다. 속으로 깜짝 놀라고 괴이하여 밖으로 나가 여종에게 물었더니 안주인이 사람 피가 좋다는 말을 듣고는 왼손 어제 부위를 찢어 피를 받아다가 아이 입속에 부어 넣었더니 효험이 있었다고 하였다. 나는 경솔했던 나의 말에 대해 뉘우쳤지만 아이가 살아났으니, 이 일을 통해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을 더욱 깨달을 수 있었다.) < 본초강목> 人血, 醎, 平, 有毒. 肉乾麩起, 燥病也, 不可卒潤也. 飮人血以潤之, 人之血可勝刺乎? 夫潤燥, 治狂犬之藥亦夥矣, 奚俟於此耶? 始作方者, 不仁甚矣, 其無後乎?(사람의 피. 맛은 짜고 성질은 평하고 독이 있다. 몸이 말라 밀기울 같은 것이 일어나는 증상은 조병이므로 갑자기 자윤할 수 없다. 사람의 피를 마셔 자윤한다지만 어찌 사람을 칼로 찔러서 피를 낼 수 있겠는가. 마른 것을 윤택하게 하거나 미친개에 물린 것을 치료하는 약도 많은데 어찌하여 이것을 기다리겠는가. 처음 이 처방을 만든 자의 불인함이 심하니 그 후환이 없겠는가.)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2-12-12 11:32:45[파이낸셜뉴스] 건강했던 50대가 모더나 백신 2차 접종 후 응급 수술을 받고 한 달이 넘도록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50대의 아내는 남편의 몸무게가 10㎏ 넘게 빠는데 물 한 모금이라도 마음 편히 마실 수 있을지 가장으로서 다시 일터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두렵다고 호소했다. 오늘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모더나 백신 접종 후 복부 출혈로 긴급 수술, 한 달째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입원해 있는 제 남편을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눈에 띈다. 자신을 울산에 거주하는 접종자의 아내라고 밝힌 청원인은 "20년 넘게 매일 배드민턴을 치며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는 비흡연자에 술도 마시지 않는 건강했던 남편이 모더나 백신 2차 접종 후 한순간에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다"고 적었다. 청원인의 남편은 10월 2일 오후 3시쯤 극심한 복부 통증을 호소해 울산지역 종합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고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복부에 핏덩이가 가득 차 바로 수술을 해야 했다. 수술 후 그의 남편은 물만 마셔도 초록색 물을 1.5ℓ씩 토하기 시작했다. 청원인은 "여러 검사를 하고 보니 십이지장이 붓기로 막혀 아무것도 내려가지 않는 상태가 돼 있었다"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포항에서도 모더나 2차 백신 접종 후 43세 여성이 배에서 피가 멈추지 않았다는 청원을 한 것으로 안다"며 정부가 이런 사례들을 하나하나 면밀히 조사해 달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달 18일 경북 포항에 사는 두 아이의 어머니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모더나 접종 후 몸에서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나와요. 내 아이들을 지켜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1-11-03 22:26:15"제 앞에 의식을 잃은 어린 승객을 보는 순간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지난 8월 18일 서울 김포에서 일본 오사카로 출발한 대한항공 KE739편에 탑승한 이창현 대한항공 사무장(38·사진)은 착륙 직전 의식을 잃은 12세 일본인 승객을 맞닥뜨리게 됐다. 아이의 어머니는 숨 쉬지 않는 딸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오열했다. 운항 중인 기내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의사부터 찾아야 한다. 목적지가 가깝지 않다면 인근 공항으로 긴급회항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당시 대한항공 KE739편은 이미 오사카 공항의 착륙허가를 받아둔 상태였고 불행히도 의사는 없었다.이럴 때 상황 판단은 오롯이 항공기 내 기장과 승무원 몫이다. 두렵지 않았을까. 이 사무장은 "두렵지 않았다면 거짓이겠죠. 한 사람의 목숨이 저희들 손에 달린 거니까요. 그동안 받았던 훈련대로 응급조치를 하는 것만이 이 승객을 살릴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거워지는 어린 승객을 일으켜세우고 하임리히법을 시도했다. 약 2~3분 동안 30여회 강한 압박을 하면서 그의 팔엔 보랏빛 피멍이 들었다. 심폐소생술 직전 "기적처럼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어린 승객의 입속에서 기도를 막았던 핏덩이와 빠진 어금니가 발견됐다. 사망이나 뇌사를 우려했던 승객은 의식을 되찾고 부축 없이 걸어나왔다. 즉시 이송한 병원 응급실에서도 아이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 사례가 알려지자 기내에선 심지어 의사들조차 책임을 피하기 위해 나서지 않는데 이 사무장의 책임감이 놀랍다는 말들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대한항공 승무원이라면 누구라도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고 해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며 "아이를 살리는 게 우선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이 사무장이 하늘에서 일한 것은 올해로 7년째다. 그는 "대한항공이 아니었다면 승무원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일반직으로 입사한 그는 대한항공이 실시하고 있는 객실 승무직 사내파견제도를 통해 비행을 시작했다. 국내 항공사 중에선 대한항공만 유일하게 운영하는 제도다. "승무원이 '천직'이란 걸 깨달았다"는 그는 2017년 아예 승무직으로 전직했다. 그는 "항공사 입사가 적성에 맞을까 고민이 된다면 활용해볼 좋은 제도"라고 설명했다. 어떤 매력이 그를 전직까지 하게 만들었을까. 그의 답변은 '포옹'이다. 그는 "대한항공이 최초의 국적항공사이다보니 우리를 믿고 의지하는 승객들이 많다. 아이 혼자 탑승해야 하는 경우나 연로하신 분들,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분들이 장거리 비행을 가실 때는 비자나 언어 문제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신다"며 "그렇게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한 승객들을 끝까지 모신 후 공항 입국장에서 이들이 가족과 만나며 포옹하는 모습을 볼 때면 승무원이란 직업에 큰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 사무장에겐 어떤 꿈이 있을까. '여섯 살 쌍둥이들의 아빠'라는 그는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즐거운 일이 참 많았다"며 "제 아들들이 모두 대한항공 승무원이 돼 셋이 다 함께 비행을 한다면 참 좋을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2019-08-30 17:49:53MBC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 김상중의 열연을 시청자의 마음을 훔쳤다. '역적'이 30일 대서사의 서막을 열었다. 사료에 충실한 그림에 현대적 연출을 더해 퓨전 사극과 전통 사극의 경계를 뛰어넘으면서 사극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켰다. 이날 방송은 씨종(대대로 내려가며 종노릇을 하는 사람)의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살다 '아기 장수'로 태어난 아들 홍길동(아역 이로운 분, 윤균상 분)을 온전히 키우기 위해 운명을 거스르기로 마음먹는 아모개(김상중)의 발버둥이 주축을 이뤘다. 아들 길동이 주인댁 도련님을 향해 절구를 차고 그 사건으로 아내 금옥(신은정 분)이 마님(서이숙 분)에게 매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아모개는 "이놈의 버릇을 확실히 고치겠다"며 아들을 질질 끌고 뒷산으로 향하지만 핏덩이 같은 것을 어쩌지 못하고 내려와 주인댁에 "재산을 불려 줄 테니 외거(주인집에 거주하지 않고 독립된 가정을 가지면서 자기의 재산을 소유할 수 있었던 노비) 시켜달라"고 애걸한다. 특히 김상중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었다. 절굿공이를 한껏 치켜들었지만 차마 아들을 내려치지 못하고 주저앉을 때, 씨종이라는 운명을 자식에게 물려줘야 하는 절망에 빠져 고개를 떨구는 모습은 절규로 다가와 마음을 울린다. 주인댁의 재산을 불려주려다 갈비뼈가 나가고 어금니가 빠져도 외거할 수 있다는 희망에 벅차하는 아모개의 모습은 그의 끝없는 부성애를 보여줬다. 한편 1월 30일 첫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역적'의 시청률은 전국 기준 8.3%(TNMS 조사)를 기록했다. 하지만 고공행진 중인 '피고인'은 전국기준 12.8%의 시청률을 기록해 '역적'이 월화드라마 대전에서 1위 자리까지 치고올라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onnews@fnnews.com fn이슈팀
2017-01-31 13:32:2530년 전 헤어진 언니들을 찾는 김모씨(36·여) 약 30년 전 광주에서 세 아이의 엄마가 넷째를 낳다가 숨을 거뒀다. 아이들은 할머니 손에 맡겨졌으나 홀로 네 아이를 키울 수 없었던 할머니는 갓 태어난 막내를 다른 집에 입양 보냈다. 그렇게 아이는 친아빠도, 친형제들의 존재도 알지 못한 채 자랐다. 30여년이 지나 성인이 된 아이는 뒤늦게 자신이 입양된 사실을 알게 됐고, 어릴 적 헤어진 언니들을 찾아나섰다. 김모씨(36.사진)의 안타까운 사연이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김씨는 광주에서 주류 배달을 하던 아버지와 평범한 어머니 사이에서 네 자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하지만 어머니는 김씨를 낳다가 세상을 떠났고, 네 자매는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당시 고령이던 할머니는 아이들을 모두 키우기에는 힘이 부쳤고, 하는 수 없이 핏덩이였던 막내 김씨를 입양 보내기로 결심했다. 결국 김씨는 잠시 광주 친정집에 내려와 있던 양어머니 품에 가게 됐다. 정확한 경위는 알 수 없으나 양어머니는 여동생을 통해 김씨를 받아 집으로 데리고 갔다. 평생 양부모를 친부모로 알고 살았던 김씨는 최근에야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친언니들을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김씨는 "할머니께서 핏덩이인 나를 키울 수 없어 입양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언니들의 정확한 나이는 알지 못하고 2~3살 정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김씨는 현재 직장을 다니며 틈나는 대로 수소문을 하고 있다. 문제는 김씨의 양부모가 모두 사망해 입양 당시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 친척들과는 오래전부터 왕래도 없고 연락도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김씨가 의지할 곳은 아무 데도 없다. 김씨는 "살면서 외삼촌을 딱 한 번 봤는데 그때 외삼촌이 '너는 우리집 피가 아니다. 연락하지 말라'고 하셨다"며 "그땐 너무 어려서 그 말이 진짜인지도 모르고 '아빠를 너무 싫어해서 나까지 미운가 보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답답한 마음에 김씨는 결국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김씨의 DNA를 채취해 유전자 감식까지 했으나 김씨의 친부모로 확인된 사람은 없었다. 김씨는 "아예 몰랐으면 모르겠지만 이제 알게 되니 정말 진심으로 가족이 너무 보고 싶어졌다"며 "엄마, 아빠도 안 계셔서 물을 곳도, 찾을 곳도 없다. 꼭 좀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2016-12-18 16:53:41약 30년 전 광주에서 세 아이의 엄마가 넷째를 낳다가 숨을 거뒀다. 아이들은 할머니의 손에 맡겨졌으나 홀로 네 아이를 키울 수 없었던 할머니는 갓 태어난 막내를 다른 집에 입양 보냈다. 그렇게 아이는 친아빠도, 친형제들의 존재도 알지 못한 채 자랐다. 30여년이 지나 성인이 된 아이는 뒤늦게 자신의 입양 사실을 알게 됐고 어릴 적 헤어진 언니들을 찾아 나섰다. 김모씨(36·여)의 안타까운 사연이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김씨는 광주에서 주류 배달을 하던 아버지와 평범한 어머니 사이에서 네 자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하지만 어머니는 김씨를 낳다가 세상을 떠났고 네 자매는 할머니의 손에 맡겨졌다. 당시 고령이던 할머니는 아이들을 모두 키우기에 힘이 부쳤고 하는 수 없이 핏덩이였던 막내 김씨를 입양보내기로 결심했다. 결국 김씨는 잠시 광주 친정집에 내려와 있던 양어머니의 품에 가게 됐다. 정확한 경위는 알 수 없으나 양어머니는 여동생을 통해 김씨를 받아 집으로 데리고 갔다. 평생 양부모를 친부모로 알고 살았던 김씨는 최근에야 자신이 입양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친언니들을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김씨는 "할머니께서 핏덩이인 나를 키울 수 없어 입양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언니들의 정확한 나이는 알지 못하고 2~3살 정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김씨는 현재 직장을 다니며 틈나는 대로 수소문을 하고 있다. 문제는 김씨의 양부모가 모두 사망해 입양 당시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 친척들과는 오래 전부터 왕래도 없고 연락도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김씨가 의지할 곳은 아무데도 없다. 김씨는 "살면서 외삼촌을 딱 한 번 봤는데 그때 외삼촌이 '너는 우리집 피가 아니다. 연락하지 말라'고 하셨다"며 "그땐 너무 어려서 그 말이 진짜인지도 모르고 '아빠를 너무 싫어해서 나까지 미운가보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답답한 마음에 김씨는 결국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김씨의 DNA를 채취해 유전자 감식까지 했으나 김씨의 친부모로 확인된 사람은 없었다. 김씨는 "아예 몰랐으면 모르겠지만 이제 알게 되니 정말 진심으로 가족이 너무 보고 싶어졌다"며 "엄마, 아빠도 안 계셔서 물을 곳도, 찾을 곳도 없다. 꼭 좀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2016-12-16 13:38:30"한 사람의 섬김이 민족을 구하고 국가의 운명을 바꾸기도 합니다. 그런 섬김에 앞장서는 것, 섬기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크리스천 봉사자의 사명입니다." 지난 19일 서울 저동 영락교회에서 열린 영락자원봉사아카데미에서 '크리스천의 섬김, 대한민국 꿈의 시작'을 주제로 강연대에 선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63.사진)의 말이다. 이날 박 의원은 한 사람의 봉사와 희생이 한 국가의 미래를 바꿔놓은 사례들을 제시하며 "크리스천의 섬김은 교회 안에서 밖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은 한글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를 창조하게 했습니다. 한글은 우리나라 정보기술(IT)산업 발전과 한류 열풍의 원동력이 됐죠. 스티브 잡스를 필두로한 스마트폰은 중동 모바일 혁명의 씨앗이 되기도 했습니다." 박 의원은 이 밖에도 유대 민족을 구한 요셉, 옛 마케도니아 지역에 기독교를 전파한 사도 바울 등 성경 인물을 비롯해 흑인의 인권을 주장했던 마틴 루서 킹 목사,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던 박정희 대통령 등 지도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한 사람이 한 집단이나 민족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설명했다. "19세기 초 나가노라는 한 젊은 목사가 일본 나가사와 지역에 텐트 하나를 치고 개척교회를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던 이곳에 어느 날 5년 만에 첫 교인이 찾아왔습니다. 행색이 말이 아닌 청년이었습니다. 폐병이 있던 이 청년은 식사를 하다가 핏덩이를 토했죠. 당시 폐병은 무서운 전염병이었지만 나가노 목사는 이 청년을 정성껏 보살폈습니다. 이 청년이 훗날 고베와 도쿄에서 빈민을 위해 삶을 바친 가가와 도요히코 목사입니다." 가가와 목사는 변비로 고생하는 빈민의 굳은 변을 입으로 빼내기까지 하며 자신을 내던졌던 봉사자로 유명하다. 한 일본 기자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가가와 목사는 '제 선생님은 제가 뱉어낸 핏덩이를 닦아주셨다. 배운대로 할 뿐'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스승이 될 수 있다"며 "크리스천은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모범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회 안에서의 섬김을 교회 밖, 나라, 세계로 확장시키는 크리스천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런 후대의 봉사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수반돼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은 대륙 국가적 관점에서 보면 대륙 끄트머리에 달린 작은 반도이지만 해양 국가적 관점에서 보면 대륙의 시작점이 되는 요지입니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나라죠. 이런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인재, 하나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합니다. 이들을 통해 섬김과 봉사가 일어날 때 세상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기대되지 않으십니까?"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2014-10-23 16:5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