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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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65세로 연장, 서둘 일 아니다
대법원이 육체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나이를 60세에서 65세로 올려야 한다는 판결을 내놨다.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의 여건을 고려할 때 적절한 판단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에 따라 당장 보험지급액을 늘려야 하는 보험업계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뿐 아니라 현행 60세 이상인 법정 정년 연장 논의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올 수 있고, 노인연령 기준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연령 조정 논의도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중 우리는 이번 판결이 고용시장에 몰고 올 파장에 주목한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이번 판결에 맞춰 현행 정년규정도 손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 대법원이 판결한 노동가동 연한은 단순히 기능적인 노동 가능성을 보는 것이지만 정년연장 문제는 노동의 사회경제적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이번 문제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가동 연한 상향과 정년연장은 반드시 함께 움직여야 할 사안은 아니다" 면서 "정년연장은 기업의 지불능력과 임금체계 개편, 사회보험제도 변화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만큼 노사정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노동가동 연한이 65세로 상향되니 정년도 65세로 높이자는 국민 정서상 압박이 있을 수 있으나 법적으로는 연계된 접점이 없다"는 입장이다. 60세 정년 의무화가 전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 1989년 노동가동 연한이 55세에서 60세로 조정된 이후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27년이다. 이렇게 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정년연장을 위해선 이에 걸맞은 노동시장 유연화 등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했기 때문이다. 정년연장이 일자리 축소나 청년층과의 일자리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된다. 고용비용이 증가하면 기업은 신규고용을 기피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갈등이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마당에 섣불리 정년을 연장하면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장기적으로는 정년연장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더라도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이유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19-02-22 17: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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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은 주춤.. 자영업자 부채는 괜찮나
지난해 가계부채가 주춤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가계빚은 총 1534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년비 증가율은 5.8%에 그쳤다. 이는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가계빚은 84조원이 늘었다. 한 해 증가액이 100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4년 만에 처음이다. 가계빚은 박근혜정부 때 가파르게 올랐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가을부터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2018년 수치를 보면 그 효과가 또렷하다. 그렇다고 가계빚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빚 비중이 평균을 훌쩍 웃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주요국이 가계빚을 줄인 반면 우린 되레 커졌다. 박근혜정부는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폈다. 그 덕에 성장률은 다소 높아졌지만 가계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가계빚이 늘면 원리금 갚느라 소비가 쪼그라든다. 길게 보면 가계빚은 결국 성장에 마이너스다. 문재인정부의 가계빚 축소정책은 올바른 방향이다. 가계빚 외에 정부가 주목해야 할 분야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자영업자 부채다. 자영업자는 개인사업자 대출로 잡히기 때문에 22일 한은이 발표한 가계신용 통계와 별도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영업자 빚은 609조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말에 비해 60조원가량 커졌다. 자영업자들은 흔히 사업용으로 돈을 꾸면서 동시에 집을 살 때 또 돈을 빌린다. 정부는 자영업자 가운데 이처럼 개인사업자 대출과 가계부채 대출이 겹치는 사람이 81%에 이르는 것으로 본다(가계부채 종합대책·2017년 10월 24일). 특히 생계형 자영업자 약 50만명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다. 그 짐을 '말만 사장' 자영업자들이 지고 있다. 고용통계, 소득통계를 보면 이들의 호소가 엄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금 자영업은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다. 정부는 가계부채 못지않게 자영업자 부채도 빈틈없이 챙기기 바란다.
2019-02-22 17: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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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하이닉스 뜻 존중하길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반도체 공장 부지로 경기도 용인시를 골랐다. 하이닉스는 21일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조성을 위해 설립한 SPC(특수목적회사) '용인일반산업단지'가 20일 용인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가 용인을 낙점했다고 모든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정부 프로젝트다. 산업부가 지난해 12월 새해 업무보고에서 밝힌 내용이다. 정부는 이르면 3월 안에 하이닉스의 의견을 고려해 최종 입지를 정할 계획이다.
기업 의견이 최우선 고려사항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반도체 클러스터 프로젝트는 정부와 기업의 합작품이다. 하이닉스는 용인시 원삼면 일대 448만㎡(약 135만평) 가운데 약 200만㎡(60만평)를 분양받을 예정이다. 여기에 2022년부터 총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4곳을 짓는다. 기업이 외면하는 클러스터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런데 한가지 걱정이 있다.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논리다. 문재인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균형발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대거 면제하는 결정도 균형발전을 이유로 내세웠다. 경북 구미, 충북 청주, 충남 천안 등 지자체들은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목을 맸다. 더구나 내년 봄엔 총선이 열린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수도권 용인시를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반도체까지 균형발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무리다. 반도체 없는 한국 경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웃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앞세워 '타도 한국'을 외치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 경쟁력은 좁은 국내가 아니라 글로벌 시야에서 보는 게 타당하다.
하이닉스는 "반도체산업은 제조사와 장비·소재·부품 업체 간의 공동 R&D(연구개발), 성능분석, 장비설치, 유지보수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244개 회원사 가운데 85%가 수도권에 있다. 하이닉스가 용인을 선택한 것은 미래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다. 산업부는 작년 12월 새해 업무보고 때 "반도체 분야는 추월 불가능한 초격차 전략을 추진한다"고 다짐했다. 다른 데 눈 돌리지 말고, 그대로만 하면 된다.
2019-02-21 17: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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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 때리는 소득주도성장, 왜 고집하나
문재인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저소득층에 직격탄을 날렸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18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최하위 20%(1분위) 계층 소득이 역대 최대 폭으로 줄었다. 반면 소득최상위 20%(5분위) 계층은 역대 최대 폭으로 늘었다. 그 결과 빈부격차, 즉 소득5분위 배율(5분위 가구의 평균소득을 1분위 가구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이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관련 수치를 살펴보면 1분위 가구의 전년동기 대비 명목소득 감소율은 17.7%, 5분위 가구의 소득증가율은 10.4%였다. 소득5분위 배율(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은 5.47배로 1년 전보다 0.86배 높아졌다. 세 가지 지표 모두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악이다.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 저소득층 소득을 늘려 빈부격차를 줄이는 정책이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저소득층 소득을 줄여 빈부격차를 늘리는 정책을 편 셈이 됐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은 아니겠지만 국가의 정책은 결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결국 검증되지 않은 이론에 붙들려 고용과 분배, 성장 등을 모두 악화시켰다. 경제실패의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이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에 있다는 점이 이번 통계로 뚜렷해졌다. 지난해 4·4분기에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이 1년 전보다 무려 36.8%나 감소했다. 그 요인은 두 가지다. 가구당 평균 취업가구원 수가 20% 이상 줄었다. 반면 가구주가 무직인 가구의 비율은 27%나 높아졌다. 취업자는 줄고 실업자는 늘었다. 최저임금 고율 상승이 비정규직이나 시간제 일자리에 의존하는 저소득층 고용을 악화시켜 소득 감소에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문재인정부는 좀 더 일찍 서둘렀다면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방지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저소득층 고용악화는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됐다. 고용악화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정책오류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점검이 내부에서 이뤄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그런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교조적인 맹신이 실패를 자초했다. 완전무결한 정책은 없다. 빈곤층을 더 빈곤하게 만드는 정책을 계속할 이유도 없다. 문재인정부는 더 늦기 전에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경제정책의 전면적 수정·보완을 서둘러 주기 바란다.
2019-02-21 17: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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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무버' 가늠자 될 삼성 폴더블폰
삼성전자가 갤럭시S10과 폴더블폰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20일(현지시간) 경쟁사 애플의 안방 격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움에서 언팩(공개) 행사를 열고 갤럭시 스마트폰 10주년 기념작인 갤럭시S10과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가칭)를 동시에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0년 갤럭시S 시리즈를 시장에 처음 내놓은 이후 열번째 작품인 갤럭시S10에는 초음파 기반 지문인식 센서, 후면 트리플 카메라, 무선 배터리 공유 기능 등 이전과는 다른 혁신기술이 총망라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번에 나온 갤럭시S10은 전작인 S9보다 500만대 많은 연간 4000만대 이상의 판매기록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갤럭시S10과 함께 선보인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도 전 세계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로욜이 '플렉스 파이'라는 이름의 폴더블폰을 내놨지만 디스플레이 품질이 떨어지고 대량생산이 불가능한 시제품 수준이어서 사실상 이번에 나온 갤럭시 폴드를 시작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 중국 화웨이와 샤오미도 오는 25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산업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새로운 폴더블폰을 공개할 예정이어서 이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폴더블폰은 스마트폰 시장을 부흥시킬 기회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업계는 이번에 선보인 갤럭시 폴드가 시장을 선도하는 리딩 제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6월 4일 갤럭시S를 처음 세상에 내놓으면서 뒤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애플의 아이폰이 세상에 나온 지 3년 뒤였다. 대표적인 패스트 팔로어였던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 진출 10년 만에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퍼스트 무버로 입지를 다졌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드라마틱한 반전과 성공을 이뤄낸 밑바탕에는 끊임없는 혁신과 과감한 투자가 있었다는 평가다.삼성전자가 이번에 새 폴더블폰을 내놓으면서 세계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펼친 '미래를 펼치다' 한글 옥외광고 캠페인은 스마트폰 혁신에 대한 그들의 의지와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갤럭시S 시리즈의 10년 역사가 응축된 갤럭시S10과 새로운 폴더블폰이 우리나라 스마트폰 기술 혁신과 진화의 상징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9-02-20 17: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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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확대 바람직하지만 과속은 금물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경협에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경협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한국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고도 했다. 같은 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금강산 관광은 벌크 캐시가 안 들어가면 제재대상이 아니라 재개하기 쉬운 편"이라고 말했다.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남북경협은 후퇴를 거듭했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남한 관광객 피살사건이 터지면서 11년째 길이 막혔다. 개성공단은 박근혜정부가 가동중단을 선언한 지 올해로 3년째다. 남북경협은 성숙기에 접어든 남한 경제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연간 5조원 규모의 경협 프로젝트가 시행될 경우 경제성장률은 약 0.2%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다만 우리는 남북경협이 북한의 실질적이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도중에 중단된 경수로사업이 반면교사다. 한·미·일 3국은 제네바합의(1994년)에 따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통해 북한에 경수로 2기를 짓는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전력이 주계약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업은 2006년 공정률 34%에서 멈췄다. 총사업비 15억7500만달러 가운데 한국이 11억4600만달러, 73%를 댔다. 미국은 사업비는 안 내고 북한에 중유만 제공했다. 길게 봐서 남북경협 확대는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경수로 실패사례에서 보듯 섣부른 경협은 금물이다. 우리만 돈을 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돈을 안 낸 구경꾼 나라들이 쑥 빠져나가면 우리만 몽땅 뒤집어쓰기 때문이다. 남한 내 대북 퍼주기 논란도 염두에 둬야 한다. 남북경협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같은 국제 금융기구를 끼고 가는 게 좋다.
2019-02-20 1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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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위기론 편 금속노조, 실천이 관건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최근 색다른 보고서를 냈다. '미래형 자동차 발전 동향과 노조의 대응'이란 제목이 붙은 보고서다. 금속노조의 중추인 현대차·기아차지부도 동참했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흥망성쇠의 기로에 섰다. 노사정이 하나로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방법론 개발이 시급하다'는 내용이다. 강성 금속노조가 낸 보고서가 맞나 싶을 만큼 이례적이다. 관건은 실천이다. 위기를 인정한다면 실행이 따라야 한다. 자동차산업 위기론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공장 문을 닫고 인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근래 들어 가장 나쁜 실적을 올렸다. 자동차 생산량 순위에서 한국은 지난해 멕시코에도 뒤지는 바람에 7위로 밀렸다. 이 마당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자동차를 겨냥해 최고 25%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금속노조 보고서 이전에도 경고는 차고 넘쳤다.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는 2년 전 이맘때 '가 보지 않은 길'이란 책을 냈다. 현대차를 현장에서 집중 분석한 책이다. 그해 봄 현대차 직원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송 교수는 "현대차는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게 될 미래를 생각할 때 향후 10년 내 생존을 걱정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사가 힘을 합쳐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를 힘차게 행진할 것"을 당부했다. 2017년 가을엔 이상범 전 현대차 노조위원장이 블로그에서 '현재와 같은 대립적 노사관계로는 회사 미래는 물론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도 걱정'이라고 썼다. 뒤늦게마나 금속노조와 현대·기아차 노조가 위기에 눈을 뜬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현장에선 여전히 투쟁 일변도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산하 르노삼성 노조는 잦은 파업 끝에 프랑스 르노 본사의 경고를 받았다. 또 현대차 노조는 사회적 대타협의 산물인 광주형 일자리에 줄곧 어깃장을 놓고 있다. 보고서는 금속노조가 사회적 대화에 적극 참여할 것을 촉구했지만, 상급단체인 민노총은 최상위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철저히 외면했다. 보고서는 '자동차산업이 100여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맞았다'고 했다. 맞다. 노사정이 똘똘 뭉치지 않는 한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다. 특히 노조의 변신이 절실하다. 한국 사회에서 자동차 노조는 가장 단단한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잡았다. 이 낡은 껍질을 벗어던지는 데 금속노조와 산하 현대·기아차지부가 앞장서길 간절히 소망한다.
2019-02-19 16: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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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택시 vs 타다’… 정부 엉거주춤 언제까지
승차공유 서비스를 둘러싼 갈등이 2라운드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택시업계가 정부의 승차공유 관련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해온 이재웅 쏘카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하면서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전·현직 간부 9명은 최근 이 대표와 승합차 공유서비스 '타다'를 운영하는 쏘카의 자회사 VCNC 박재욱 대표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타다'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라는 것이 택시업계의 주장이다. 택시업계가 전선을 확대하는 이유는 새로운 승차공유 서비스인 '타다'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있지만 이 대표가 그동안 택시업계 눈치를 보며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의 대응'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공유경제는 충분히 활성화해야 하는 것들이지만 기존 이해관계자의 반대라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으면 도입이 어렵다"고 밝히자 "이해관계자들의 대타협이 우선이라는 홍 부총리의 발언은 너무나 비상식적"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이른바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택시 4단체와 카카오,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부가 참여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택시 이용자(소비자)가 빠진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사업자 간 갈등이 첨예하게 불거질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신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기존 사업자와 새로운 사업자 간 갈등 조정이 필수다. 승차공유, 원격의료 등 신산업이 새로운 사업을 펼쳐나갈 때 전통산업과의 충돌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럴 때 '이해관계자 대타협'이라는 장막 뒤에 숨어 관전자처럼 행동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이 대표의 홍 부총리에 대한 쓴소리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면 맞다. 문제 해결의 기준은 결국 소비자다. 기존 사업자와 새로운 사업자 간 갈등 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맨앞에 둬야 할 정책과제는 두 사업자의 의견과 주장이 아니라 바로 소비자 편익이다. 새로운 사업이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로 인해 더 큰 사회적 가치가 창출된다면 굳이 그 길을 에둘러 갈 필요는 없다.
2019-02-19 16: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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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확대, 더이상 미룰 여유 없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회의가 18일 파행을 겪었다.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시위를 벌인 탓이다. 경사노위는 이날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탄력근로제 논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경사노위는 지난해 11월 어렵게 출범했다. 탄력근로제는 경사노위의 첫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출발부터 어그러졌다. 민노총은 처음부터 경사노위를 외면한 채 장외에서 어깃장을 놓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의욕적으로 성사시킨 경사노위의 한계가 뚜렷이 드러났다. 이날 민노총은 탄력근로제 '야합'을 강행 처리하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 경사노위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은 신기루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이젠 더 이상 노조를 설득하느라 늑장 부릴 여유가 없다. 주52시간 근무제는 6개월 처벌유예(계도) 기간을 거쳐 대기업들을 상대로 올해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기업들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강하게 요구한다. 경사노위는 주어진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이제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전면에 나설 차례다. 탄력근로제는 일하는 시간을 늘렸다 줄였다 하는 제도다. 일감이 많으면 밤샘을 해서라도 일을 더하고, 일감이 적으면 더 많이 쉬는 식이다. 단, 총량으로 주52시간을 맞추면 된다. 반도체, 게임 회사들은 신제품을 개발할 때 일을 몰아서 한다. 탄력근로제는 주52시간 근로제를 보완하는 장치다. 지금도 근로기준법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까지 허용한다. 재계는 이를 최소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연장하기를 바란다. 또 하나 이슈는 탄력근로제 도입 요건 완화다. 탄력근로제를 실시하려면 먼저 근로자 대표, 곧 노조위원장과 서면으로 합의해야 한다. 또 '근로시간 사전 특정' 요건이란 것도 있다. 예컨대 3개월 탄력근로를 하려면 미리 3개월 근무시간표를 짜야 한다. 현행 탄력근로제가 비탄력적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보다 요건 완화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초 집권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에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을 처리하려 했다. 하지만 경사노위가 늦가을에 출범하자 올 1월까지 합의안을 내달라고 기회를 줬다. 민노총의 훼방 공작 속에 경사노위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말 "2월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최저임금 제도 개선 등 2개 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2019-02-18 17: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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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과거사 갈등, 경제 파장은 막아야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다. 냉랭한 단계를 넘어 경제보복이 거론될 정도로 험악해지고 있다. 우리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이 도화선이지만,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강성 대응이 불을 붙이고 있다. 일본 초계기의 레이더·근접 비행 문제로 홍역을 치렀던 양국이다. 이런 분위기가 경제문제로 전이되면 양국 모두 득이 될 것은 없다. 이럴 때일수록 쌍방 간 감정적 대립을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한 언행이 중요하다고 본다.일본 조야에서 운위되는 "대한국 보복조치"는 사뭇 충격적이다. 징용피해자 측이 신일철주금의 압류재산 매각절차에 착수하면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물자 수출을 규제한다는 내용이 그렇다. 심지어 여당인 자민당 외교부회에서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을 금지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린다는 보도까지 나온다. 물론 이런 조치는 일본으로서도 손해다. 한국 반도체산업에 긴요한 불화수소 수출을 중단하면 반도체 설비를 생산하는 일본 기업도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 측이 국제여론을 악화시킬 자해 카드를 쉽게 빼들 순 없을 것이다.다만 협력 기류가 냉각되면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은 우리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당장 재일동포와 단기체류자는 물론 일본 기업에 취업하려는 청년층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의 블룸버그 인터뷰를 둘러싼 논란도 이 정도에서 접으면 좋겠다. "전쟁범죄 주범의 아들인 일왕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말이 타당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실제 사과를 받아내긴커녕 일본 정치인들이 반한 목소리만 높이는 구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초계기 사태로 인한 한·일 대치로 아베 신조 총리는 지지율 50%를 회복했다. 그사이 일본 지식인 226명이 일제의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을 일본 정부에 촉구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일은 복수정당제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북아 이웃이다. 어차피 안보와 경제 양면 협력이 숙명이라면 과거사 문제도 국제여론과 일본 시민사회의 양심에 호소하는 장기전을 펴는 게 현명한 선택일 듯싶다.
2019-02-18 17: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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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비상사태' 충돌, 우리 안보·경제에 불똥 튈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지역에서 벌어지는 마약, 폭력조직, 인신매매 등은 미국에 대한 침략"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원에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뒤 워싱턴 정가는 극한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 내부 문제라지만, 우리로서도 비상사태 정국을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 200마일(약 320㎞)짜리 담벼락을 쌓겠다며 57억달러를 요청했다. 하지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은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버텼다. 그러자 트럼프는 예산안 서명을 거부했다. 그 통에 미국 사상 최장기(35일) 셧다운, 곧 부분적인 연방정부 폐쇄가 벌어졌다. 하원은 가까스로 13억7500만달러 절충안에 합의했다. 대통령이 요구한 금액의 4분의 1 수준이다. 트럼프는 절충 예산안에 일단 서명은 했다. 하지만 곧바로 대통령에게 주어진 국가비상사태 권한을 발동했다. 벽을 쌓는 데 부족한 돈을 국방·마약퇴치 예산에서 끌어다 쓰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는 예산전용 논란을 불렀다. 예산권은 의회에 속한다. 다만 비상사태가 터지면 대통령에게 상당한 재량권을 준다. 현 상황이 과연 비상사태 요건을 갖췄는지를 놓고 한바탕 충돌이 불가피하다. 우리로선 파장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다.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은 대북정책을 놓고도 으르렁댄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하노이 회담도 성공하길 바란다"며 낙관론을 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은 지난주 워싱턴을 찾은 한국 국회 대표단을 만나 "나는 북한을 믿지 않는다"며 "싱가포르 회담도 쇼"라고 일축했다. 문재인정부 외교안보팀은 백악관과 의회 양쪽을 설득해야 할 부담을 안게 됐다. 미국 상무부는 수입자동차에 부과할 고율관세 보고서를 곧 백악관에 제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로부터 석달 안에 최고 25% 관세를 물릴지 말지를 결정한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의 최대 수출국이다. 현대차 등이 바싹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워싱턴을 강타한 비상사태 정국에서 관세 카드가 언제 어디로 튈지 불안하다.
2019-02-17 17: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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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과 통신 결합,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LG유플러스가 지난주 이사회를 열어 CJ ENM으로부터 CJ헬로 전체 지분의 '50%+1주'를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이로써 LG유플러스는 경영권 프리미엄에 더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인수대금은 8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제 남은 절차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양수인가 승인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상 인수를 불허하면 과기정통부 심사는 의미가 없다. 결국 이번 인수합병(M&A) 성사 여부는 공정위의 손에 달린 셈이다. 공정위는 3년 전인 지난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당시 CJ헬로비전) 인수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당시 공정위가 내세운 근거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7조 4항으로, 해당 인수합병이 공정경쟁을 심각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CJ헬로 23개 방송권역 가운데 21개 권역에서 시장점유율이 46.9~76.0%에 이르고, 2위 사업자와 격차도 최대 58.8%까지 벌어지는 등 시장지배력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점을 우려했다. 공정위는 이번에도 지역별 시장집중도를 면밀히 살펴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유료방송 시장 4위(LG유플러스)와 3위(CJ헬로)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지난번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 추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두 기업이 결합할 경우 권역별로 시장점유율이 절반을 초과하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이를 판단하는 데는 좀 더 유연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케이블TV와 IPTV 등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앞세운 글로벌 기업의 공습에 맞서야 하는 등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상황 변화도 고려 대상이다. 지난번처럼 좌고우면해서도 안된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신고가 들어오면 최대 120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통보하게 돼 있다.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 당시에는 심사를 8개월간 질질 끌면서 이해관계자들의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이런저런 불만과 뒷말도 무성했다. 이번에는 경쟁사들의 격렬한 반대도 없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면 된다.
2019-02-17 17: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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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끊기면 자동차 업계 미래 없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알리는 사이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GM이 부평공장의 생산물량을 30%가량 줄인다고 한다. 군산공장 폐쇄에 이어 내놓은 극약처방이다. 르노삼성도 노사 갈등과 판매 부진이 겹치자 얼마 전 르노 본사가 "파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신차를 배정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었다. 그런가 하면 미국 상무부가 곧 자동차 수입이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업계 안팎에서 그야말로 먹구름이 밀려들 참이다. 그런데도 한국GM과 르노삼성 노조는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형국이다. 르노삼성은 기본급 인상과 특별격려금 300만원을 요구하며 10월부터 부분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GM 노조도 무급휴직자 생계비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노사 갈등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우물 안 투쟁'처럼 비쳐진다는 게 문제다. 군산에서 그랬듯이 결국 자동차 공장의 문을 닫게 하는 임금 투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의 15일자 인터뷰 내용이 큰 울림을 준다. '임금투쟁보다 일자리 지키기가 우선'이라는 지론이 설득력이 있어서다. "투자자가 떠나면 노동자가 길거리에 나 앉는다"는 말은 2009년 대주주였던 상하이차가 쌍용차에서 손을 뗄 때의 쓰라린 경험에서 나왔을 법하다. 당시 쌍용차 근로자의 3분의 1이 넘는 2600명이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이후 10년 째 무파업을 이어왔다. 그러니 아직 경영 상황은 녹록지 않지만,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이 500억원 투자를 약속하는 등 희망이 보이는 게 아니겠나. 자동차 업계가 지금 거위 배를 갈라 황금알을 빼먹을 시점은 아닐 듯싶다. 르노삼성과 한국GM 노조는 무분규 속에 지난해 쌍용차가 올린 역대 최대 매출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세계 최고 수준 연봉을 받으면서 '광주형 일자리' 반대 파업을 거론하는 현대차 노조도 일감이 끊기면 미래가 없다는 절박한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2019-02-15 17: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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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판정 받은 소득주도성장, 이젠 접어야
문재인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경제학계의 첫 평가가 나왔다. 최인·이윤수 교수(서강대)는 14일 한국경제학회가 주관한 '2019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신정부 거시경제 성과의 실증평가'를 발표했다. 평가 결과는 낙제점에 가깝다. 최 교수 등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고용, 소비, 투자, 생산성의 5가지 지표가 문재인정부 집권 이전(2013년 1·4분기~2017년 2·4분기)과 이후(2017년 3·4분기~2018년 3·4분기)에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봤다. GDP 성장률(-0.13%포인트), 고용(-2.07%포인트), 투자(-5.14%포인트), 생산성(-0.05~-1.14%포인트) 등 4개 지표가 나빠졌다. 소비(수입소비재 제외, 0.46%포인트)가 유일하게 플러스 효과를 보였지만 내수산업 생산증가로 이어질 정도는 되지 못했다. 문재인정부에 참여한 소득주도성장론자들은 당초 최저임금 상승이 소득 증가→소비 증가→생산 증가→성장률 상승을 유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증분석 결과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지 않았다. 각 단계마다 연결고리가 작동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최저임금 상승이 소득 증가로 이어지려면 근로시간과 고용 유지가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 근로시간과 고용이 모두 줄었으며, 특히 임시직(-4.03%포인트)과 일용직(-4.32%포인트)의 고용 성장률이 큰 폭으로 낮아졌다. 소비 증가→생산 증가 구간도 마찬가지다. 소비의 해외유출이 없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수입소비재 구입 등이 많아져 내수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결론에 대한 반론도 나왔다. 일부 학자들은 "1년의 실적만으로 정책의 성과를 논하기는 이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증분석 결과를 뒤집을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를 막기 위해 분배정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실패한 정책을 지속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 많은 출혈을 감수하며 소득주도성장을 끌어안고 가는 것은 무모하다. 소득주도성장은 흠결이 많은 이론으로 드러났다.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조건을 충족된 것으로 가정해 결론을 도출했다. 논문을 발표한 최 교수는 이에 대해 "이론적으로 빈약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대두된 것은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정치인들에게 달콤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2019-02-15 17: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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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집권형 채용 버린 현대車, 잘한 일이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올해부터 인재 선발방식을 '정기 공채'에서 '상시 공채'로 바꾼다. 채용 주체도 본사 인사부문에서 각 현업부문으로 전환하고, 정기공채 필수 시험과목이었던 현대차그룹 인적성검사(HMAT)도 폐지한다. "기존 채용방식은 청년들이 불필요한 스펙 쌓기에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기업은 적재적소에 인재를 쓸 수 없을 뿐 아니라 글로벌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지적에 따른 조치다. 10대 그룹 가운데 직무 중심의 상시채용 방식을 채택한 것은 현대·기아차가 처음이다. 사실 직무 중심의 상시채용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 선발방식이다. 미래 먹거리인 수소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대차가 이번에 채용방식을 완전히 뜯어고치게 된 것도 이런 세계적 흐름과 무관치 않다. 글로벌시장에서 현대차와 경쟁하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에는 우리 같은 대졸 신입사원 대규모 공채제도가 아예 없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필요할 때마다 인재를 선발하는 상시채용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우수인력을 일괄 채용하는 기존의 국내 기업 신입사원 채용방식은 회사에 대한 충성도와 공동체의식 함양이라는 측면에서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꺼번에 1만명에 가까운 인력을 대규모로 뽑는 방식은 충성스러운 제너럴리스트를 양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전문성을 갖춘 스페셜리스트를 뽑는 방식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막상 채용한 인원의 20% 가까이가 직무적합성 등을 이유로 회사를 떠나는 악순환도 기업 입장에선 엄청난 손실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시장을 리드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획일적 평가방식을 버리고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제대로 뽑기 위해 다양한 선발방식을 도입, 매우 까다롭게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재계는 이번 현대·기아차의 혁신적 변화를 계기로 다른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도 직무 중심의 상시채용 방식이 정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융합형 인재 확보가 우리 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측면에서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날로 극심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우수인재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전문적 역량을 갖춘 인재를 적시에 확보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은 그들을 고용하는 기업의 미래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2019-02-14 17: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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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은 업종별로 능력껏 주는 게 맞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의견도 충분히 대변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말만으론 부족하다.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사실 해법은 다 나와 있다. 법정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회원 및 일반 소상공인 27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저임금 제도 개선에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69.7%가 업종별 차등화, 25.5%가 사업장 규모별 차등화를 요구했다.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을 포함시킨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선 96.7%가 반대한다고 말했다. 주휴수당을 아예 없애야 한다는 응답도 97.8%에 달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점을 고려해도 설문조사 결과엔 소상공인들의 좌절감이 잔뜩 묻어 있다. 정부라고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수조원짜리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신용카드 수수료는 더 낮췄다. 상가 임대차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서울시 등 지자체들은 제로페이를 도입했다. 청와대에 자영업비서관직을 신설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엔 자영업 종합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정부 정책이 격화소양, 곧 신을 신은 채 발을 긁는 것처럼 지엽적인 보완책에 그쳤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은 2년에 걸쳐 30% 가까이 올랐다. 시장이 아우성을 치자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이원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정도론 자영업자들의 불만을 다독일 수 없다. 업종별·규모별 차등화, 주휴수당 축소 또는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한국은 자영업 비대증에 걸렸다. 무급 가족까지 치면 취업자 가운데 25%가 자영업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난히 높다. '아마존 당했다'(Amazoned)라는 표현에서 보듯 어느 나라든 오프라인 자영업은 갈수록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과잉 자영업의 소프트랜딩은 정부가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다.
2019-02-14 17: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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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정책 총체적 실패, 기조 바꾸라
올해도 고용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년동기 대비 취업자 증가폭이 1만9000명에 그쳤다. 지난해 8월(3000명) 이후 5개월 만에 최저다. 실업자는 122만4000명으로 19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4.5%로 9년 만에 가장 높다. 특히 제조업 취업자가 17만명이나 줄었다. 올해부터 고용이 회복될 것이라는 정부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해 1월만 해도 33만4000명을 유지했다. 그러나 2월부터 3분의 1 수준으로 격감했다. 이후 1년이 다 되도록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17분의 1로 추락했다. 고용이 좋아지기는커녕 갈수록 악화일로다. 문재인정부 일자리정책은 총체적 실패라는 함정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저임금 고율인상과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가 정책의 핵심이다.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면 그 충격으로 민간고용이 위축되지만 공공부문에서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봤다. 이런 판단이 들어맞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에라도 정책의 무리한 부분을 수정했다면 실패에서 벗어날 기회가 있었지만 붙잡지 않았다. 그 대신 초단기 공공일자리 5만9000개를 긴급처방이라며 내놓았다. 지속가능한 대책이 될 수 없음을 알았지만 임시방편을 선택했다. 그 결과 실업자는 122만명까지 늘었다. 문재인정부의 고용정책 담당자들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의 반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고용이 지금처럼 나빴던 적이 두 번 있었다. 1990년대 말의 외환위기와 2000년대 말의 금융위기 때다. 당시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외부충격이 원인이었다. 지금은 그런 외부충격이 없다. 원인은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정부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에는 어느 정도 자동복원력이 있다. 지표가 일시적으로 나빠져도 시간이 흐르면 복원력이 작동해 정상으로 돌아온다. 특별한 외부충격이 없는데도 고용이 1년째 회복되지 못한 것은 무리한 정책이 경제의 자동복원력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두자릿수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 52시간 근로제 등이 무리한 정책의 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올해 공공기관 신규채용 규모를 2000명 더 늘리겠다"고 했다. 여전히 땜질정책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책기조 수정은 없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그 못을 빼줘야 한다.
2019-02-13 17: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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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적극행정 면책, 장관 혼자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무회의에서 "장관 책임 하에 적극행정은 면책·장려하고, 소극행정은 문책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민과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문제 해결자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대통령의 '적극행정' 발언은 규제 샌드박스의 효과를 언급하는 가운데 나왔다. 규제완화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장관은 물론 대통령의 말도 잘 먹히지 않을 때가 많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일선 공무원들은 장관·대통령보다 감사원이 더 무섭다. 헌법은 감사원에 공무원 직무를 감찰할 권한을 부여한다(97조). 그 아래 감사원법, 감사원법 아래 직무감찰규칙 등도 공무원의 적극행정에 제동을 건다.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재계와의 대화에선 "우리나라 공직자가 소신 있게 못하는 것은 감사원의 정책감사 때문"이란 불만이 나왔다. 정부도 그 나름 노력을 기울였다. 문 대통령은 틈날 때마다 선의의 적극행정에 대한 감사원의 '선처'를 주문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해 2월 '적극행정 지원을 위한 감사행정 개선안'을 내놨다. 드론, 자율주행차, 의료기기 등 신산업 5개 분야에 대한 감사를 자제한다는 내용이다. 과거 보수정부들도 적극행정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명박정부는 2008년 적극행정면책제를 도입했고, 박근혜정부는 아예 이 제도를 감사원법(34조3)에 못 박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인들은 여전히 규제완화를 체감하지 못한다. 면책제가 극히 예외적으로, 그것도 사후에 적용되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덧붙여 이른바 적폐청산도 공무원들을 잔뜩 움츠러들게 한다. 정권교체가 이뤄질 때마다 공무원들은 중뿔나게 나서봤자 득될 게 없다는 삶의 지혜를 반복해서 터득한다. 적극행정 면책은 장관 혼자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정책감사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감사원법을 손질하지 않는 한 공무원의 감사원 울렁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동시에 비정무직 공무원에게 함부로 적폐 낙인을 찍는 관행도 없어져야 한다.
2019-02-13 17: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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껑충 뛴 공시지가, 부작용 세밀히 살피길
표준지 공시지가가 전국 평균 9.42% 올랐다. 2008년(9.63%) 이후 11년 만에 최대 폭이다. 이 가운데 서울은 13.87%, 서울 강남구는 23.13%나 올랐다. 부유층 밀집지역일수록 공시지가 상승률이 높다. 국토교통부가 12일 공시한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의 주요 내용이다. 공시지가를 예년보다 더 많이 올려야 할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된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투기 과열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인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지난해 62.6%로 낮다. 이번 조정으로 이 비율이 64.8%로 높아진다. 현실화율을 단계적으로 완만하게 높여나가는 것은 형평과세를 위해 필요하다.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부동산 세제 개편의 장기 방향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각론을 살펴보면 적지 않은 문제가 드러난다. 정부는 이번에 부유층 거주지역과 고가토지를 타깃으로 삼아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상승률을 적용했다. ㎡당 2000만원 넘는 토지의 공시지가 상승률(20.05%)은 일반 토지(7.29%)보다 거의 3배나 높다. 전국 표준지 중 공시지가가 가장 비싼 서울 명동 네이처리퍼블릭은 상승률이 100.4%나 된다. 공시지가 2~8위에 해당하는 부지도 모두 두 배 이상으로 올랐다. 정부는 지난달 표준 단독주택에 대한 공시가격 인상 때도 15억원 이상 고가주택에 차별적으로 높은 인상률을 적용했다. 정부는 고가토지, 고가주택일수록 현실화율이 낮아 이를 바로잡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더라도 정도가 과하다. 한꺼번에 두 배 이상으로 올리면 어떤 식으로든 경제에 충격을 주게 된다. 특정 계층이나 특정 지역을 희생양으로 삼아 박수 받으려 한 것이라면 더더욱 단견이다. 공시지가는 재산세, 종부세, 상속·증여세 등 각종 세금과 준조세의 산정기준이 되고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임대료 상승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특정 계층의 세부담을 늘리기 위해 공시지가를 한 번에 두 배 이상으로 올리는 것은 올바른 조세권 행사라고 볼 수 없다. 국토부는 오는 3월 14일까지 이의신청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무리한 인상이 없도록 과감히 재조정해주기 바란다.
2019-02-12 17: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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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정책은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게 상책
남양유업이 11일 국민연금의 제안을 걷어찼다. 국민연금이 배당을 늘리라고 했지만, 남양유업은 그럴 수 없다고 맞섰다. 남양유업은 국민연금이 관리하는 '저배당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실제 이 회사는 대표적인 짠물 배당 상장사다. 이익이 생기면 주주에겐 아주 조금만 주고, 나머지는 사내유보금으로 쌓는다. 언뜻 손가락질을 받을 만하게 보인다. 하지만 지분구조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남양유업의 짠물 배당은 손가락질을 받을 일이 아니다. 남양유업은 최대주주인 홍원식 회장 지분이 약 52%에 이른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홍 회장 일가의 지분은 54%에 육박한다. 외국인 지분율은 22%, 국민연금 지분율은 6%를 웃도는 수준이다. 남양유업은 "배당을 늘리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만 혜택을 본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회사 이익을 사외로 유출하기보다 사내유보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장기투자를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해 왔다"고 말했다. 올바른 경영전략이 아닐 수 없다. 국민연금은 성급했다.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뒤 한진칼에 이어 여기저기 힘자랑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남양유업 건은 잘못 짚었다. 국민연금이 오너 일가의 배를 더 불리라고 재촉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배당 압력은 자칫 외국인 좋은 일만 시킬 수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 지분의 약 57%가 외국인 몫이다. 삼성전자가 배당을 늘리면 가장 좋아할 투자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계 블랙록 등 외국인들이다. 기업의 배당정책은 고도의 경영전략에서 나온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배당을 늘리라는 주주들의 요구를 고집스럽게 거부했다. 경제전문 포브스지는 '왜 잡스는 배당을 하지 않는가'라는 분석기사(2010년 8월 13일)에서 "은행에 맡긴 현찰은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우리에게 엄청난 안전성과 융통성을 준다"는 잡스의 말을 인용했다. 요컨대 배당은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게 상책이다. 물론 저배당 정책이 능사는 아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한국 증시가 유난히 배당성향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국민연금까지 나서서 특정 기업을 상대로 배당금을 더 내놓으라고 조르는 모습은 보기에 민망하다. 오히려 국민연금이라면 증시를 떠받치는 대형투자자답게 단기 배당보다 장기 투자에 주력하는 기업을 격려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2019-02-12 17: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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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뗀 규제샌드박스, 더 과감하게 풀라
규제 샌드박스 첫 사례로 국회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인근에 문화재가 있는 현대차그룹 계동사옥은 문화재위원회 등 소관 기관의 검토를 거쳐야 하는 조건부 승인을 내려 당장 충전소를 설치할 순 없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1차 산업융합규제특례심의회를 열어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마크로젠, 제이지인더스트리, ㈜차지인 등 4개 기업이 낸 특례요청에 대한 첫 심의를 실시, 현대차가 요청한 수소충전소 5곳 중 3곳을 즉시 승인하는 등 '규제 샌드박스' 첫 사업을 승인했다. 나머지 3개 기업이 제출한 특례 요청도 모두 받아들여 이들 기업은 그동안 각종 규제에 막혀 추진하기 어려웠던 사업을 즉각 실행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이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신속히 출시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인 '규제 샌드박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활짝 열어젖힐 수 있는 제도로 큰 기대를 모아왔다. 선(先)허용·후(後)규제 방식으로 우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업계의 기대와 관심도 높았다. 이번 규제 샌드박스 첫 승인은 이제 본 제도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의미가 있다. 각종 규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열린 마음으로 '혁신의 실험장'을 만들어나가겠다는 정부의 굳은 의지도 읽힌다. 그러나 문화재 보호 등을 이유로 현대차그룹 계동사옥 충전소 설치가 조건부 승인에 그친 것은 다소 아쉽다. 우리 문화유산인 문화재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다만 문화재 보호가 전가의 보도가 되어서는 '규제 샌드박스'가 갖는 혁신의 의미를 살려내기 어렵다. 수소차 보급에 적극적인 선진국도 도심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파리는 세계적 관광지인 에펠탑 인근 알마광장에, 일본은 도쿄의 랜드마크인 도쿄타워와 인접한 곳에 수소차 충전소를 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8일 규제 샌드박스 관련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인 위해가 없는 사안이라면 규제 샌드박스를 승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달라"면서 "규제 샌드박스 1호 승인을 계기로 새로운 시도와 혁신이 화수분처럼 솟아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주문이 산업 전반에 따뜻한 햇살이 되어 퍼져나가기 위해선 더 과감한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
2019-02-11 17: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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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국내법인세만 12조…기업이 '보물'
삼성전자가 오는 4월에 12조원 규모의 국내 법인세(2018년분)를 낸다. 단일기업으로는 역대 최대다. SK하이닉스도 5조원을 낸다. 두 기업의 높은 세수기여도는 이익의 사회환원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한 법인세 총액은 16조8200억원이다. 이 가운데 4조여원을 해외에 내고, 12조원을 국내에서 낸다. 국내 법인세 납부액은 1년 전(7조7327억원)과 비교하면 55%나 늘었다. SK하이닉스의 국내 법인세도 전년 대비 69%나 늘어난다. 국내 법인세가 급증한 요인은 두 가지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매출 증가와 법인세율 인상이다. 특히 법인세율 인상의 영향이 컸다. 정부는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3%포인트 올렸다. 그 바람에 법인세 부담률(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 대비 법인세 비율)이 삼성전자는 24.9%에서 27.5%로 높아졌다. SK하이닉스는 20.8%에서 27.2%로 상승폭이 더 크다. 삼성전자 한 기업이 내는 세금이 전체 법인세수의 14%나 된다. 제조업 전체 매출의 12%, 수출의 30%,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0%를 홀로 감당한다. 매출과 세금납부 구조를 보면 해외에서 벌어다 국내에 세금을 내고 있다. 지난해 국내매출 비중은 10%에 불과했지만 세금은 70%를 국내에 냈다. SK하이닉스도 수치의 차이는 있지만 국민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세금을 생각하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보물 같은 기업이다. 대기업, 재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 대기업은 글로벌 경쟁 무대에 나간 국가대표 선수와 같다. 대기업에 규제 족쇄를 채워두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국내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률 상승은 기업 경쟁력 면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인텔의 법인세 부담률은 9.7%로 삼성전자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렸지만 미국은 35%에서 21%로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세금을 많이 물리면 재투자 여력이 줄어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떨어트릴 위험이 크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2019-02-11 17: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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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빚 750조원, 안정화 대책 시급하다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하락하고 있다. 그중에도 전셋값 하락이 폭과 속도 면에서 두드러진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3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15주 연속 떨어졌다. 집값·전셋값 동반하락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집값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대 초반에도 떨어졌지만 당시에는 전셋값 상승이 받쳐줬다. 집값·전셋값 하락은 환영할 일이다. 그동안의 폭등세를 감안하면 경제 전반에 긍정적 요인이다. 부동산 시장을 광풍 속으로 몰아넣었던 투기 바람이 진정된 것도 다행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급격한 가격 하락은 또 다른 불안요인이다. 세입자들의 전세금 반환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다 내주지 못하는 '깡통전세'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전세금 총규모는 75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김세직 교수(서울대 경제학부)와 고제헌 연구위원(주택금융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논문 '한국의 전세금융과 가계부채 규모'에서 제시한 수치다. 논문에 따르면 전세부채 총액이 2010∼2015년 사이에만 36%나 급증했다. 저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규제완화가 영향을 미쳤다. 김 교수와 고 연구위원은 "위기가 목전에 닥친 상황은 아니지만 시장추이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셋빚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 시기에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가격 하락기에는 전세금을 떼일 위험이 커진다. 지금이 그런 경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각각 4만가구에 이른다. 이는 2008년(5만6000여가구)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다. 강남권 입주물량도 올해 1만6000여가구로 과거 3년간(2015~2017년) 연평균 물량(7800가구)의 2배가 넘는다. 입주물량이 많으면 전셋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값·전셋값 동반하락이 상당기간 지속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다만 동반하락세가 장기화하면 역전세와 깡통전세가 확산될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그런 부작용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 금융당국이 가격급락 지역을 중심으로 조만간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그 결과를 토대로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전세금반환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등의 대책을 검토해주기 바란다.
2019-02-10 1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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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협상 타결, 한·미 동맹 틈도 메워야
한·미가 10일 올해부터 적용될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가서명했다. 지난해부터 난항을 겪던 협상이 '분담금 1조380억원대·협정 유효기간 1년'을 골자로 한 타협으로 일단락된 것이다. 미국이 액수에서, 한국이 유효기간에서 한발짝씩 양보한 결과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시한(4월 15일)보다 조기에 타결한 것은 다행이다. 양국이 이를 북한 비핵화 공조에 집중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우리 입장에선 진선진미한 협상 결과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특히 분담금 증액이 과하다는 시각에도 일리가 없지 않다. 국방예산 인상률로 책정한 8.2% 증액률이 지난해 물가상승률(1.5%)을 크게 웃돌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요구로 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도 분담금을 인상하는 추세다. 대미 안보 의존도가 높은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애초 일정부분 증액은 불가피했다. 다만 분담금협상의 유효기간이 1년이란 대목은 마음에 걸린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조9000억원대 증액을 관철하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 카드까지 내비쳤던 사실을 상기하면 그렇다. 무엇보다 한·미 동맹을 뒤흔들지도 모를 '트럼프 리스크'라는 불안요인이 남아 있는 게 문제다. 동맹의 가치도 비용으로 재단하는 그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방위비 분담금 갈등이 재발될 소지가 커서다. 오죽하면 그레이스 멩 하원의원 등 미국 민주당 인사들조차 한·미 간 '다년 SMA' 체결을 촉구했겠나.정부는 내년도 분담금협상에선 한·미 동맹의 틈을 메우는 데 주력하기 바란다. 그러려면 다년 계약을 추진하되 일본식 방위비 분담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분담금 비율은 우리보다 높지 않다. 그런데도 소요충족형 계약으로 감정대립 없이 방위비를 분담하고, 미국의 신안보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동참하면서 '주일미군 철수'라는 말은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일본과 전략적 이해는 다를 수 있지만 반미정서를 억제, 실리를 찾는 대목은 우리가 참고할 만하다.
2019-02-10 1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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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물정 몰라도 너무 모르는 르노삼성 노조
르노삼성자동차가 프랑스 본사에서 경고를 받았다.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부회장은 최근 르노삼성에 보낸 동영상 메시지에서 "르노삼성이 신뢰를 잃으면 물량 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노사는 임금인상을 놓고 반년 넘게 티격태격하고 있다. 노조는 부산공장에서 28차례 부분파업을 벌였다. 르노삼성 노조는 임금인상을 고집하다 자칫 일자리가 위태롭게 생겼다. 5년 전 르노 본사는 로그(Rogue) 모델 생산을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맡겼다. 로그는 닛산의 인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미국 수출용이다. 로그는 르노삼성의 생산량 가운데 절반가량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그런데 오는 9월이면 로그 위탁생산 기한이 끝난다. 따라서 지금은 노사가 똘똘 뭉쳐 로그 물량 재배정에 온 힘을 모아야 마땅하다. 이 마당에 노조는 장기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세상에 어떤 본사가 이런 생산공장을 좋아할까. 르노삼성 노조는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전 세계 공장을 상대로 구조조정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 공장 7곳, 직원 1만4000명을 감축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한국GM 군산공장이 그 희생양이 됐고, 부평공장은 한국 정부 지원으로 간신히 살아남았다. 르노그룹이 돌아가는 판세도 르노삼성에 불리하다. 르노삼성에 호의적이던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은 지난해 비리에 얽혀 낙마했다. 르노삼성의 장기파업은 경쟁자인 일본 규슈공장엔 희소식이다. 규슈공장은 5년 전 패배의 설욕을 다짐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 자동차 통상환경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미국 상무부는 오는 19일까지 수입자동차 관세 보고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한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석달 안에 수입차에 최고 25% 관세를 물릴지 여부를 결정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주 부리나케 미국으로 간 것도 관세 면제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르노삼성 노조는 기본급 10만원, 자기계발비 2만원 등 고정비 인상에 집착한다. 사측은 로그 물량 재배정을 앞두고 고정비 인상에 완강히 반대한다. 가격경쟁력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보자. 지금이 과연 노사가 임금을 놓고 다툴 때인가. 만에 하나 일자리를 잃으면 임금인상이 무슨 소용인가. 르노삼성에 납품하는 130여개 협력업체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GM이 반면교사다. 르노삼성 노사는 종래 상생의 모범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루속히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2019-02-08 16: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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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말한 역차별, 왜 시정 안되나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7인의 벤처기업인들이 문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고언(苦言)을 쏟아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등 1, 2세대 벤처기업인들은 시장을 교란하는 정책의 불확실성, 시급한 규제 혁신, 해외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지적하며 "정부가 좀 더 스마트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우리는 이 중 국내에 진출해 있는 해외 IT기업과 국내 기업 간 형평성 문제에 주목한다.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거대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이 극심한 IT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받고 있는 역차별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해진 창업자는 이날 "경쟁사들은 모두 글로벌 기업인데 그들은 한국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며 "인터넷망 사용료, 세금 등을 안 내겠다는 게 아니라 적어도 국내와 해외 기업에 대한 법안이 동등하게 적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창업자는 지난 2017년 국정감사 때도 똑같은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핵심은 법인세와 인터넷망 사용료 문제다. 구글은 국내에서 얼마를 벌어들이는지 정확한 내역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연간 최대 4조9000억원의 매출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네이버의 연간 매출(4조7000억원·2017년 기준)과 엇비슷하거나 조금 많은 수준이다. 그러나 네이버가 낸 법인세가 4200억원에 달하는 반면, 구글이 낸 법인세는 수백억원을 넘지 않는다. 이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거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도 힘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망 사용료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최근 페이스북은 국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기로 합의했지만 극심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구글, 넷플릭스 등은 여전히 망 사용료 지급을 회피하고 있다. 연간 800억원과 300억원가량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네이버나 카카오 입장에선 억울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국내 벤처기업인들의 기를 살려줄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내놓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2019-02-08 16: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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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규제입법 남발, 총선 앞두고 도지나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법안 388건 가운데 정부가 규제법안으로 분류한 의원 입법이 88건(22.6%)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제처가 행정규제기본법에 비춰 규제가 포함돼 있다고 잠정 평가한 건수다. 국회는 7일 종일 여야 원내대표들이 정상화 협상을 벌인 데서 보듯 그간 개점휴업 상태였다. 그 와중에 여야가 경쟁적으로 규제법안을 양산하고 있었다니 혀를 찰 일이다. 시급한 민생개혁 과제가 2월 국회를 기다리고 있다. 탄력근로제 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과 사립유치원 회계투명성 확대를 골자로 한 유치원 3법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여야가 불요불급한 일부터 하는 꼴이다. 최근 2개월간 발의된 규제법안이 162건에 이른다는 보도를 보라. 대기업이 매출액이 적은 스타트업(벤처기업)조차 인수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안이 단적인 사례다. 건축물 외벽 마감재료에 조류충돌 방지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건축법개정안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혹시라도 통과되면 가뜩이나 침체된 산업 현장은 더 움츠러들 수밖에 없어서다. 한국 경제는 현재 안팎으로 위기다. 반도체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최후 보루인 수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바이오·의료 등 신산업 성장엔진도 제대로 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정부가 자동차·조선 등 주력 수출기업 지원에 애를 쓰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주효하려면 현장의 애로를 듣고 규제부터 개선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물결을 타고 신성장동력을 얻기 위해서도 그렇다. 규제혁파가 필수란 얘기다. 그런데도 국회는 이런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다. 최근 두 달간 더불어민주당이 81건, 자유한국당이 52건, 바른미래당이 22건의 규제법안을 발의했다니 말이다. 의원들이 법안 발의건수라는 겉치레 실적을 쌓기 위해 기업과 시장을 옥죄는 규제법안을 남발하고 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내년 총선까지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어서다. 국회는 법안이 미칠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는 입법영향평가제 도입을 검토하기 바란다.
2019-02-07 17: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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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화웨이 보이콧 확산, 정부 대책 있나
미국이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를 상대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우방국에도 화웨이 보이콧에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첨단 5G 사업에서 화웨이 통신장비를 쓰지 말라는 것이다. 이미 호주, 뉴질랜드, 일본은 보이콧에 동참했다. 영국, 독일 등 유럽에서도 5G 통신망 구축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미국의 압력은 머잖아 한국에도 닿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화웨이 이슈를 어떻게 다룰지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보이콧의 이유로 국가안보를 든다. 스파이칩을 심은 화웨이 장비를 함부로 쓰면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 장차 사이버전쟁 악용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는 나름 근거가 있다. 중국 통신사들은 정부의 데이터 제출 요구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은 인민해방군 통신장교 출신이다. 물론 화웨이는 보안 유출은 있을 수 없다고 펄쩍 뛴다. 런정페이는 지난달 중순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가 고객 정보에 대한 접근을 요청한다면 절대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화웨이 갈등 뒤에 미·중 간 정보기술(IT) 패권 다툼이 있다고 본다. 여태껏 글로벌 IT 시장은 미국이 주도했다.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그 선두에 섰다. 하지만 지금은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같은 중국 경쟁사들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 특히 화웨이는 중국의 IT굴기를 이끌 총아로 꼽힌다. 화웨이는 이미 한국 통신장비 시장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민간기업은 물론 한국전력 같은 공기업들도 화웨이 장비를 꽤 많이 쓴다. 지난해엔 LG유플러스가 보안 논란에도 불구하고 5G 네트워크 공급업체 중 하나로 화웨이를 선정했다. 화웨이 장비는 질·가격 양면에서 국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화웨이 이슈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사실 한국은 딜레마다. 대중 수출의존도를 고려할 때 특정 중국 제품을 겨냥한 불매는 쉽지 않다. 사드 마찰에서 보듯 중국의 또 다른 보복을 부를 수 있다. 그렇지만 미국이 앞장선 화웨이 견제는 분명 통신장비·스마트폰 시장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다. 우리로선 미·중 통상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세밀히 살펴가며 전략을 짜는 게 현명해 보인다.
2019-02-07 17: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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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랭한 설 경제민심 겸허히 받아들여야
설 경제민심은 차가웠다. 정치권은 닷새간의 설연휴 귀향 활동을 통해 냉랭한 지역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역민들은 손혜원 의원 투기 의혹과 김경수 경남지사 재판 결과 등의 정치 현안을 둘러싸고 충돌하는 정치권을 향해 불만과 비판을 쏟아냈다. 서민들은 하루하루 먹고살기 고달픈데 정치권은 정쟁만 일삼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여권은 멀어진 민심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70%를 웃돌던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1년 만에 40%대로 떨어졌다. 설 민심 화두는 단연 경제였다. 불경기와 최저임금 급등으로 불어난 인건비 부담을 감당 못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매출이 줄어든 중소기업인들과 최저임금 때문에 알바 자리마저 밀려난 청년들의 불만도 커졌다. 오죽하면 박지원 의원(민주평화당)이 트위터에다 "민생경제에 대해서는 막말에 가까운 비난이 쏟아졌다"고 썼겠는가.그런 점에서 경제문제를 바라보는 문정부의 시각과 대처방식은 걱정스럽다. 크게 보아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탈원전과 소득주도성장이다.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은 맞지만 방법론이 적절치 못했다. 수용능력을 생각하지 않고 이상에만 치우쳤다. 그 결과 무리한 정책추진과 속도위반으로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주었다. 극심한 고용부진과 성장률 저하에다 빈부격차 확대, 아파트 값 폭등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민심은 이미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문정부에는 남은 시간이 길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아직 기회는 있다. 현재의 경제난국을 푸는 해법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수뇌부는 경제정책 기조를 수정할 수 없다고 고집만 할 것이 아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고치겠다는 열린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실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쓸모가 없다. 최근 여권 지도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지도자들과 자주 만나는 것은 긍정적 변화의 조짐이다. 만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친기업 정책으로의 전환 등 정책기조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야권도 달라져야 한다. 한국당은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을 거둬들여야 한다. 김경수 지사 재판 결과를 놓고 대선불복론까지 거론한 것은 너무 나간 것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은 정쟁을 접고 민생에 집중해달라는 설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기 바란다.
2019-02-06 16: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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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베트남 '도이머이'에서 배우길
역사적인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좋은, 돈독한 관계이며 2월 27일과 28일 베트남에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도시를 지명하진 않았으나 베트남 중부 해안도시 다낭이 유력해 보인다. 트럼프·김정은 2차 회담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회담 이후 8개월 만이다. 회담 장소로 베트남을 고른 것은 의미가 깊다. 미국과 베트남은 오랜 세월 총부리를 겨눴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20년 뒤 두 나라는 외교관계를 정상화했다. 1990년대 들어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었고, 2000년엔 무역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직접 베트남을 찾았다. 2005년엔 베트남 총리가 미국에서 '우호적이고 건설적인 협력 동반자 관계'에 서명했다. 대미 관계 정상화는 베트남 경제가 퀀텀점프를 하는 도약대가 됐다. 베트남 공산당은 도이머이라는 슬로건 아래 개혁·개방 정책에 착수했다. 베트남어로 도이는 바꾼다, 머이는 새롭다는 뜻이다. 이후 베트남은 젊고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아세안의 새로운 경제강국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를 웃돌았고, 올해도 비슷한 성장이 예상된다. 덩달아 지난해 1인당 소득은 약 2600달러로 껑충 뛰었다. 한·베트남 교역은 말 그대로 폭발적이다. 두 나라 교역액은 지난해 한·일 교역액을 넘어섰고, 올해는 한·유럽연합(EU) 교역액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경제개발에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흥개도국 베트남은 북한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미국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그(김정은)는 북한을 엄청난 경제대국으로 만들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려면 먼저 핵과 미사일로 다른 나라를 위협하는 짓부터 그만둬야 한다. 핵과 미사일을 없애면 경협은 절로 따라온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달 말 베트남에서 도이머이 현장을 체험하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
2019-02-06 16: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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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선례 남긴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결정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1일 한진칼에 대한 제한적 경영참여를 결정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에 대해선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20인 기금운용위가 이날 4시간 넘게 이어진 격론 끝에 내린 결론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했다. 그 첫 케이스로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걸린 셈이다. 이날 기금운용위(위원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는 대체로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한진그룹 주력사인 대한항공을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대상에서 뺀 것이 좋은 예다. 또 한진칼에 대해서도 경영에 참여하되 그 범위를 좁혔다. 곧 회사 정관 변경은 추진하지만 이사 해임 안건 등은 주주권 행사 범위에서 제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정은 몇 가지 나쁜 선례를 남겼다. 먼저 기금위는 스스로 정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위원장을 복지부 장관이 차지하는 현 지배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기금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하다. 장관 임명권자가 바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대기업·대주주의 중대 탈법과 위법에 대해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1일 기금위 결정엔 어떻게든 대통령의 '지침'을 반영하려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기금위가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은 것도 논란거리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때 오늘날과 같은 일이 생길까봐 전문가로 구성된 수탁자위를 출범시켰다. 수탁자위는 지난달 23일 회의에서 대한항공에 대해 7대 2, 한진칼에 대해 5대 4로 경영참여에 반대했다. 기금위는 이 중 한진칼에 대한 의견을 무시한 채 제한적 경영참여 결정을 내렸다. 수탁자위의 첫 작품을 일부 뒤집은 셈이다. 이럴 거면 뭐하러 수탁자위를 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의 물꼬가 터졌다. 앞으로 대기업은 실적과 무관한 '오너 갑질' 논란만으로도 국민연금의 워치리스트에 오를 공산이 커졌다. 본란에서 누차 강조한 대로 우리는 먼저 기금위가 제 지배구조부터 손질하기를 권고한다. 박근혜정부가 남긴 교훈이 뭔가. 국민연금이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어떤 결정이든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기금위가 수탁자위의 의견을 그대로 따르지 않을 땐 더욱 그렇다. 기업 지배구조를 탓하기 전에 국민연금 지배구조부터 바꾸는 게 순리다.
2019-02-01 16: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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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풀린 수출, 내수주도 성장 고민할 때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5.8% 줄었다. 지난해 12월(-1.2%)에 이어 두달 연속 감소세다. 중국 성장률 둔화와 반도체 호황 종료가 요인으로 지적된다. 지난달 대중국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19%나 줄었다. 중국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로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수입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산 부품을 수입해다 조립해 미국으로 수출하는데, 미국이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우리의 대중 수출이 유탄을 맞고 있다.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수출이 23%나 줄었다. 슈퍼호황이 끝나면서 단가 하락과 재고조정이 겹쳤기 때문이다. 중국과 반도체는 한국 수출을 지탱하는 두 축이다.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국은 26.8%, 반도체는 21%나 된다. 특정국가와 특정품목에 각각 수출의 4분의 1과 5분의 1 이상을 의존하는 기형적 편중구조가 화근이다. 근원적으로 편중구조를 고치지 않는 한 수출의 지속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안은 아세안과 인도 시장 진출 확대다. 신남방 전략의 강력한 추진이 필요하다. 신산업에 대한 획기적 규제완화로 미래 먹거리를 찾는 일도 시급하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수출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한국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1%(직전분기 대비)를 회복했지만 수출의 성장기여도(-1.2%포인트)는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게다가 수출 위축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4.5%)·일본(-3.2%)·대만(-3%)·싱가포르(-4.1%)도 수출이 줄었다. 보호무역 회귀로 세계무역이 위축된 결과로 보인다. 수출이 조만간 살아날 것 같지 않다. 보호무역주의 파고도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규모가 커져서 수출만으로는 성장을 견인하기가 버겁다. 이제는 내수주도형 성장전략이 필요하다. 투자와 소비를 키워서 성장동력원으로 삼는 전략을 고민할 때다.
2019-02-01 16: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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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이어 거제·군산형 일자리도 만들자
노·사·민·정이 광주광역시에서 손을 맞잡고 일자리 1만여개(간접고용 포함)를 만들어냈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1월 31일 임금을 절반으로 내리는 조건으로 SUV 공장을 짓는 '광주형일자리' 협약을 맺었다. 투쟁 일변도의 한국적 노사문화에 상생의 새바람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정부 노동정책이 1년반여 만에 거둔 첫 결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중진들은 이날 협약식에 대거 참석해 협상 타결의 의미를 부각시켰다. 광주형일자리는 문정부식 노동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사업을 초기부터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현재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도 이 모델을 본뜬 것이다. 협약의 골자는 주당 44시간 근로에 초기 평균연봉 3500만원을 받는 조건이다. 기존의 현대·기아차 직원 평균연봉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의료·보육·교육 등 다양한 복지 지원을 제공해 깎인 임금의 일부를 보전해준다. 누적 생산량이 35만대에 이를 때까지 임금상승률은 경제성장률 수준으로 제한된다. 단체협약은 5년간 유예된다. 협상 타결의 1등공신은 지역 노동계다. 노동계가 이런 조건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대화에 참여한 한국노총 광주본부의 결단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임금을 절반으로 낮춰서라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실업자로 떠도는 지역 청년들을 구제하자는 지역민심을 외면하지 않은 결과다. 광주형일자리 타결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깊다. 한국 차산업은 고비용·저효율 구조와 고질적인 노사갈등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내 자동차5사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12.3%)은 일본 도요타(5.8%)의 두 배를 넘는다. 현대차가 1996년 이후 국내에 단 한 곳도 공장을 짓지 않은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비단 차산업만이 아니다. 고비용·저효율 극복은 조선업 등 제조업 전반에 해당되는 문제다. 따라서 정부는 광주형일자리 사업 모델을 다른 지역과 업종에도 확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제나 군산이 우선적으로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마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광주형일자리 모델을 상반기 내에 2~3개 지자체에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광주형 일자리 확산에 나서주기 바란다.
2019-01-31 17: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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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민영화 이를수록 좋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자로 나섰다. KDB산업은행은 1월31일 이사회를 열고 대우조선 민영화 계획을 밝혔다. 산은이 대우조선 지분 전량(55.7%)을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이다. 산은은 이날 현대중공업과 조건부 MOU(양해각서)를 맺었다. 세계 조선업에서 현대중공업은 1위, 대우조선은 2위다. 세계 1·2위 업체의 인수합병(M&A)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도 큰 파장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 민영화는 이를수록 좋다. 이 회사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박근혜정부 때도 두차례에 걸쳐 막대한 자금 투입이 이뤄졌다. 대우조선을 살리려고 들어간 세금이 적어도 십수조원에 이른다. 공적자금은 부실기업에 그냥 준 돈이 아니다. 가능한 한 회사를 일찍 팔아서 공적자금을 국고로 환수하는 게 원칙이다. 국책 산업은행이 20년째 '코끼리 대우조선'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모습도 우습다. 매각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왔다. 2017년 봄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대우조선이 구조조정을 통해 작지만 단단한 회사가 되면 인수합병을 통해 주인을 찾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정성립 사장도 입버릇처럼 매각을 말했다. 가장 최근엔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조선업이 빅2 체제로 재편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마침 임자가 나왔을 때 파는 게 좋다. 그 임자가 한국 기업이라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과거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 인수에 부정적이었다. 사실 2,3년 전만 해도 국내 조선 빅3는 제 코가 석자였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글로벌 업황이 바닥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인다. 1·2위 업체가 하나가 되면 지금처럼 3사가 일감을 놓고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이는 일도 줄일 수 있다. 여러모로 현대중·대우조선 합병은 검토할 만한 카드다. 그러나 곳곳이 걸림돌이다. 양사 노조의 반발, 합병에 따른 독과점 시비가 예상된다. 지난 2008년엔 한화그룹이 중도에 대우조선 인수를 포기한 전례도 있다. 정부와 산은이 철저하게 대비해야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다.
2019-01-31 17: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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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만난 홍영표, 반기업 법안 솎아내길
더불어민주당의 홍영표 원내대표(62)가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1)을 만났다. 홍 원내대표가 경기도 화성에 있는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장을 찾았다. 집권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는 사령탑이다. 이 부회장은 재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정치권과 재계가 이처럼 투명하게 자주 만나 의견을 나누는 것은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을 여러번 만났다. 가장 최근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보온병 산책'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이낙연 총리는 지난 10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이 부회장을 만났다. 그렇지만 홍영표·이재용 회동은 좀 색다르다. 홍 원내대표가 기업 관련 법안 처리의 열쇠를 쥔 핵심 인물이기 때문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혁신성장을 위해 기업들과 교감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방문은 그 일환이다. 하지만 기업 현장에선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가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어제는 혁신성장, 오늘은 공정경제, 내일은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재계는 정부의 혁신성장 의지를 확인한 뒤 기쁜 마음으로 청와대를 떠났다. 하지만 여드레 뒤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혁신도 포용도 모두 공정경제가 뒷받침돼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최 어디에 장단을 맞추라는 건가. 우리는 홍 원내대표에게 중심추 역할을 당부한다. 그는 대우차 노조 출신이지만 한국GM 사태가 불거졌을 때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했다. 지난해 11월 한국GM 노조원들이 인천 부평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을 점거하자 "노조가 대화할 의지가 없고, 자기들 생각밖에 하지 않아 이기적"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지금 국회에는 기업의 발목을 꽁꽁 묶을 법안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다. 상법, 공정거래법, 유통산업발전법, 금융그룹감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집단소송법 등 일일이 이름을 대기도 벅찰 지경이다. 하나같이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법안들이다. 당정은 규제샌드박스 시행을 큰 업적으로 내세운다. 물론 칭찬을 받을 일이지만, 규제를 새로 만들면 말짱 헛일이다. 기업들은 풀린 규제보다 새로 만든 규제가 더 피부에 와닿는다. 일자리는 혁신성장에서 나온다. 소득주도성장은 되레 일자리를 줄인다. 현장을 합리적으로 이해하는 홍 원내대표가 반기업 법안 처리에 브레이크를 걸어주기 바란다.
2019-01-30 16: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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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국회서 탄력근로제 꼭 처리돼야
정부·여당이 29일 노동현안을 2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현안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제도 개편으로 현재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예정된 일정에 맞춰 나가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관련 법안을 2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반면 노동계는 총력 저지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한 데 이어 이미 예고된 2월 총파업을 강행할 태세다. 한국노총도 경사노위 일시 참여중단을 선언했다. 문재인정부 노동정책이 벽에 부닥쳤다. 문정부는 당초 두가지 현안을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의 논의에 부칠 계획이었다. 경사노위는 민주노총이 불참해온 노사정위를 대체하는 기구다. 참여폭을 기존의 노·사 이외에 청년·여성·비정규직·소상공인 대표까지 확대하고, 의제범위도 경제·사회 분야로 확장했다. 모든 갈등 현안들을 이 기구에 올려 사회적 대타협을 유도하자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밑그림이었다. 문정부는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끌어내는 데 역점을 두었다. '민노총 눈치보기' '읍소' 등의 비판을 들어가면서 정성을 기울였다. 최저임금 2년간 29%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친노동 정책 추진은 노동계의 환심을 사기 위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1년 반 이상이 흘렀지만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려는 문정부의 노력 자체는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기다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노동계가 이미 등을 돌린 마당에 시급한 국정현안의 처리를 마냥 늦출 수는 없다.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이 2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산업현장은 혼란과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제도개편에 따른 후속조치와 내년 임금 결정 절차를 감안하면 최저임금 개편도 시급하기는 마찬가지다. 문정부는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노동계에 더 이상 끌려다녀서는 안된다. 사회적 대화는 계속 추진하되 양대 노동현안은 2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민노총 총파업에 굴복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2019-01-30 16:4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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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 면제 24조, 부작용 줄일 방도 찾아야
정부가 29일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확정했다. 오는 2022년까지 총 175조원을 들여 지역발전을 이끈다는 내용이다. 그 일환으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가 발표됐다. 23개 사업, 총 24조원 규모다. 여기엔 김천(경북)~거제(경남)를 잇는 남부내륙철도, 새만금국제공항 사업 등이 포함됐다. 문재인표 균형발전 청사진이라 할 만하다. 예타 면제를 무조건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대전에서 "지방은 수요가 부족해 번번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산다. 비용 대비 편익을 따지면 지역 발전은 언감생심이다. 건설 경기 활성화, 일자리 창출 면에서도 예타 면제는 긍정적이다. 24조원 가운데 약 20조원이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다. 문재인정부는 이명박정부를 토건정부라 비난했다. 그러면서 도로·철도 등 SOC 투자를 소홀히 했다. 이 통에 건설 경기는 바닥으로 꺼졌고, 관련 일자리도 푹 줄었다. 성장률 측면에서도 SOC 활성화는 반갑다. 정부는 예타 면제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지자체가 신청한 68조원 가운데 3분의 1가량만 수용했다. 이 역시 평가할 만하다. 그렇다고 해서 예타 면제에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칫 새 공항·철도가 세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국제공항엔 8000억원이 들어간다. 지난해만 해도 이 공항을 놓고 집권 더불어민주당에서조차 이견이 있었다. 당시 당 대표로 출마한 이해찬 후보는 "가까운 무안 국제공항을 이용하면 된다"고 했다가 지역의 반발을 샀다. 서부 경남의 숙원인 남부내륙철도(4조7000억원)는 2017년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시한 예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김경수 지사는 지방선거에서 이를 공약했고 이번에 뜻을 이뤘다. 예타 면제를 두고 짧게는 설 민심, 길게는 내년 봄 총선을 겨냥한 선심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4조원 예타 면제엔 긍정과 부정이 뒤섞였다. 현명한 정부라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23개 사업 가운데 7개는 이미 예타를 실시한 자료가 있다. 이를 토대로 경제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바란다. 나머지 16개 사업도 예타에 준하는 조사가 필요하다. 그래야 장차 세금 낭비의 주범이라는 손가락질에서 벗어날 수 있다.
2019-01-29 16: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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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걷어찬 민노총, 참여 없이 권리도 없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기구 복귀가 사실상 무산됐다. 민주노총은 28일 대의원대회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문제를 논의했으나 강경파의 반대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경사노위 참여를 추진해온 김명환 위원장 체제의 진로도 불투명해졌다. 그동안 경사노위에 참여해온 한국노총도 다음 회의(31일)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 사회는 문재인정부가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의 급진 개혁과, 이것이 몰고온 경제충격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 마련을 둘러싸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갈등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필수적이다. 노동문제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개혁 등 갈등 현안들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총체적으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양대노총 위원장을 만나 경사노위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민노총은 정부가 내민 손을 뿌리쳤다. 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무산은 최대조직인 금속노조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금속노조는 탄력근로제 확대와 최저임금제도 개편을 중단할 것,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할 것, 사용자를 뺀 노정만의 교섭을 정례화할 것 등을 대화 참여의 선결조건으로 내걸었다.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내걸어 사실상 대화 거부를 선언한 것은 귀족노조의 횡포다. 과거에는 노동운동이 권력으로부터 탄압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민주정부 수립 이후에는 부당한 탄압이 사라지고 노동3권이 보장되고 있다. 민노총은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 오히려 목소리 큰 기득권 집단이 됐다. 피해자 행세를 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공동체의 유지·발전과 상생을 위해 책임을 나눠져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을 도출하려는 문정부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대화를 거부하고 모든 문제를 투쟁으로 해결하려는 민노총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사회·경제 분야의 모든 문제들을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민노총이 대화를 거부한 것이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것임을 깨달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대화에 참여하지 않으면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 이 원칙이 바로 서면 민노총은 제 발로 대화 테이블에 나올 것이다.
2019-01-29 16: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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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 면제 남발은 납세자 주머니 터는 격
문재인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없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사업을 벌인다. 검토 중인 사업은 17개 지자체별로 2건씩(서울은 1건) 모두 33건이며, 총사업비는 61조원이나 된다. 이 가운데 지자체 한 곳 당 1건씩을 예타면제 대상으로 선정해 29일 발표한다. 예타면제가 막대한 세금낭비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당초 SOC투자에 부정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기간인 2017년 4월 "SOC에 집중 투자했던 과거 일본의 실패를 되풀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과거 이명박정부가 4대강사업을 추진하자 '토건정부'라고 비난했다. 집권 후인 지난해에는 SOC사업 예산을 전년 대비 14%나 줄였다. 그런 문정부가 대규모 SOC사업에 나선 것은 기존 정책의 변화로 이해되며, 우리는 이를 긍정적으로 본다.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려면 지속적인 SOC건설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예타면제라는 추진 방식이다. 국가재정법은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이며, 국고지원이 300억원 이상인 사업을 하려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몇 가지 예외조항을 두고는 있지만 예타면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최소화하라는 것이 법의 취지다. 수십조원이나 되는 사업을 무더기로 예타면제 하는 것은 이 법의 취지에 어긋난다. 문정부가 무더기 예타면제를 추진하는 이유는 지역균형발전, 일자리 만들기, 공약이행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 지역균형발전은 필요성이 인정된다. 인구와 자금이 집중된 수도권에 비해 지방은 경제성 평가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 SOC사업에 대한 예타면제는 어느 정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자리 늘리기와 공약이행 부분은 비판받을 여지가 다분하다. 일자리를 늘리는 데는 SOC사업이 효과적이다. SOC사업에 부정적이었던 정부가 기존 정책을 바꾸면서까지 SOC사업에 나선 것은 급격한 고용위축을 막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책 실패를 세금으로 메운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공약이행 부분도 마찬가지다. 지자체가 신청한 사업들은 지난 대선 때 표를 모으기 위해 마구잡이로 약속한 선심성 사업들이 대부분이다.예타면제 제도는 법의 취지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 건당 수조원짜리 사업을 경제성도 따져보지 않고 추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민은 정치인들의 치적을 만들기 위해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다. '제2의 4대강사업'이란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예타면제 대상을 최소화하기 바란다.
2019-01-28 1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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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장 '깡통전세' 경고, 흘려듣지 마라
전세 시장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세입자들 사이에 '깡통 전세'에 대한 우려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주 열린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에서 시장 여건에 따라 올해 가계부채가 급격히 악화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면서 "국지적인 수급 불일치 등으로 전세가가 하락하고 임대인이 보증금을 제때 반환하지 못하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과 정부 당국자는 이른바 '깡통 전세' 발생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금융위원장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깡통 전세 우려는 이미 지방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경남 창원 지역의 경우 전세 물건의 65%가 '깡통 전세'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경남 창원 S아파트 전용면적 84.9㎡의 경우 2년 전 전셋값이 2억~2억2000만원이었으나 현재 매매가는 이보다 4000만원 낮은 1억6000만~1억8000만원에 불과하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세입자는 전세 보증금 일부를 받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다. 매매가뿐 아니라 전세가도 반토막 난 상태여서 전세 만기가 돌아오면 집주인도 전세금 반환을 위해 집을 팔거나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한다. 지난 2017년 8·2 부동산 대책 이후 급속히 늘어난 전세대출 부실화 가능성도 짚어봐야 할 문제다. 금융위에 따르면 은행권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 2015년 말 41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92조3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최 위원장의 지적대로 전세대출 부실화 가능성을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지속적인 집값 하락과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다주택자의 자금 압박을 부를 경우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전방위적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은 확실히 하향 안정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집값은 상승도 문제지만 갑작스러운 하락도 경제에 좋은 신호는 아니다. 지난 2008년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금융위기도 부동산 가격 급락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2019-01-28 17: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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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최저 기록한 한국경제 고용창출력
한국 경제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27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탄성치는 0.136을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0.518)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고용탄성치는 취업자 증가율을 실질국내총생산(GDP) 증가율로 나눈 값으로, 경제가 1% 성장할 때 일자리가 몇 % 늘어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난해 우리 경제가 2.7% 성장할 때 일자리는 0.36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일자리 증가율이 성장률의 7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고용탄성치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경제가 발전할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속도가 유난히 빠르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 2012년(0.762)과 비교하면 불과 6년 사이 5분의 1 토막이 났다. 이 같은 고용탄성치 급락은 단기적으로는 불경기와 정부 일자리정책 실패가 겹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고용확대에 불리한 산업구조 영향이 크다. 이 부분은 고용악화에 지속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근본적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일자리를 만드는 능력은 산업별로 큰 차이가 난다. 제조업보다 서비스산업, 수출보다 내수산업 쪽이 일자리를 더 잘 만들어낸다. 특정산업의 산출액 10억원당 직간접으로 늘어나는 취업자 수를 취업유발계수라고 한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반도체에 의존한 성장을 했다. 반도체 등 전자업종의 취업유발계수는 5.3명으로 제조업 중에서도 낮은 편에 속한다. 서비스산업과 비교하면 거의 4분의 1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취업유발계수(2014년 산업연관표 기준)는 제조업종 대부분이 10명 이하인 데 비해 도소매업(20.2명), 음식점·숙박업(25.9명), 사업지원서비스(28.3명) 등 서비스산업 쪽은 20명을 넘는 업종이 수두룩하다.한국 경제가 고용위기를 극복하려면 제조업과 수출 위주 성장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자리를 계속 늘려 나가려면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서비스와 내수산업 투자를 집중적으로 늘려야 한다. 고용을 생각한다면 서비스와 제조업, 수출과 내수산업의 균형 있는 성장전략이 필요한 때다.
2019-01-27 17: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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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경사노위 참여가 먼저다
민주노총이 28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정기 대의원대회를 연다. 그 결과에 따라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와 노동개혁, 복지정책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행로가 중대 변곡점을 맞을 참이다. 앞서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계가 요구해온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명환 민주노총·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을 함께 만난 자리에서였다. 우리는 이제 민주노총이 문재인정부가 내민 손을 맞잡을 때라고 본다. 경사노위는 지난해 11월 공식 출범했다. 노사정 멤버인 노사대표, 공익위원 외에 청년·비정규직·여성 등으로 참여 주체가 확대된, 새로운 모델의 사회적 대화기구다. 그러나 노동계의 한 축인 민주노총이 빠진 '불완전체'에서 만든 사회적 합의는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모임에서 민주노총의 참여를 간곡히 요구한 배경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반응은 실망스러웠다. 경사노위 참여에 부정적인 금속노조 등을 의식한 듯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반대, 광주형 일자리 철회와 제주영리병원 허가 취소 등 각종 청구서만 잔뜩 내밀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벽에 부딪힌 형국이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화 등 친노동 정책이 경기둔화와 맞물리면서다. 그런데도 노동계가 탄력근로제 적용기관 확대를 반대하는 등 건건이 정부를 압박만 하고 있으니 문제다. 하지만 탄력근로제 문제가 현안이 된 배경이 뭔가. 급격한 최저임금제 상향,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민주노총 소속 대기업노조보다 형편이 더 열악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옥죄는 역설을 빚었기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민주노총이 아무런 대안 없이 이를 논의조차 안하고 반대만 할 명분은 없다. 설령 민주노총이 문재인정부 출범에 공을 세웠다고 해도 경사노위 틀 밖에서 그 지분을 챙기려 한다면 어느 국민이 곱게 볼 것인가. 백번 양보해서 민주노총의 각종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경사노위에 일단 참여해서 이들 요구사항을 사리에 맞게 절충하는 게 합당한 자세다. 부디 민주노총 대의원들이 노동개혁과 관련한 모든 현안을 열린 자세로 타협해 위기에 처한 경제·사회 공동체를 살리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를 기대한다.
2019-01-27 17: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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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또 말썽… 이번엔 장관·시장 충돌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세게 맞붙었다. 서울시가 내놓은 새 광화문광장 설계안 때문이다. 지난 21일 서울시가 광화문 앞에 역사광장을 조성하는 새 설계안을 내놓자 이틀 뒤 행안부는 "이는 합의되지 않은 사안으로 수용이 곤란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핵심은 정부서울청사 부속건물 철거 여부다. 서울시의 새 설계안은 정부서울청사 4개동을 허물고 청사 앞 도로와 주차장을 모두 광장으로 수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행안부는 청사의 기능은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은 25일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졌다. 김부겸 장관이 이날 한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설계안은 한마디로 정부서울청사를 포기하라는 것"이라면서 "정부청사를 관리하는 행안부 장관으로서는 그런 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박원순 시장은 같은 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세상에 절대 안되는 일이 어딨겠느냐"며 "이는 청와대와 협력해 쭉 추진해왔던 일"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잠재적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박 시장과 김 장관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낳았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문제에 감정을 소비하는 듯한 모양새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서울시의 새 설계안 발표가 다소 섣불렀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시는 이번 설계안이 공모 당선작일 뿐이라고 한발 뺐지만 이는 책임 있는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이번 설계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분명히 한 김부겸 장관의 주장은 정부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주무장관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서로 의견을 청취하고 더 좋은 방안을 찾기 위한 대승적 논의를 막을 이유는 없다. 이번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시간이 좀 필요해 보인다. 차제에 서울시와 행안부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먼저 할 일이다. 그래도 늦지 않다.
2019-01-25 17: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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껑충 뛴 공시가격… 부동산 경기 괜찮을까
정부가 24일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큰 폭으로 올렸다. 전국적으로 평균 9.13%, 서울은 17.75% 올랐다. 고가주택이 몰린 서울 용산구는 35.4%나 올랐다. 공시가격을 올리면 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더 낸다. 통상 공시가격 오름폭보다 세금 오름폭이 더 크다. 따라서 단독주택 소유주들이 느끼는 세부담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내세운 논리도 일견 타당하다. 단독주택은 시세 반영률이 형편없이 낮다. 평균 52%에도 못 미친다. 일부 고가주택은 30% 수준에 머문 곳도 있다. 반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은 시세 반영률이 70%에 가깝다. 조세 형평성을 고려하면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대폭 끌어올리는 게 맞다. 국토부는 단독주택 중에서도 중·저가 주택은 인상률을 낮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의 과녁을 부자들이 사는 고가주택에 맞췄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발표는 몇 가지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먼저 꼼수 증세 논란이 나올 수 있다. 공시가격 인상이 정통 증세는 아니다. 세율을 건드리거나 세목을 새로 만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점에서 납세자는 이를 증세로 받아들인다. 지난 2013년 박근혜정부는 연말정산 공제 방식을 바꾸면서 홍역을 치렀다. '거위털' 논란도 이때 나왔다. 이 역시 정통 증세는 아니었으나 납세자들은 거칠게 항의했다. 정부는 오는 4월 아파트 공시가격 발표를 앞두고 있다. 국토부는 단독·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의 파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인상 타이밍이 적절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아예 녹초로 만들었다. 대출 문을 좁혔고, 재건축도 어렵게 했다. 그런데도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20일 "조금이라도 불안한 추가 현상이 있다면 정부는 지체 없이 추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마당에 공시가격 인상으로 세금 부담까지 커졌다. 이미 건설경기는 깊은 침체에 빠졌다. 집값은 올라도 문제, 내리면 더 문제다. 벌써부터 시장에선 장차 부동산 경기가 서울은 호황기에서 후퇴기, 지방은 후퇴기에서 침체기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부동산 급락이 촉매제가 됐다. 국내 가계빚의 절반가량이 주택담보대출이다. 집값은 금융안정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부동산정책을 국토부에만 맡길 수 없는 이유다. 정부는 더 넓은 시야에서 관련 정책을 조율하기 바란다.
2019-01-25 17: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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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셋 중 둘이 주휴수당 못 주는 현실
소상공인들이 주휴수당 최저임금 적용 의무화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셋 중 두 명꼴로 주휴수당을 주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23일 발표한 '주휴수당 관련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자가 64.2%나 됐다. 미지급 사유는 '지급여력이 없어서'(61%), '주당 15시간 미만 근로'(22%), '근로자와 협의'(16%) 등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고쳐 주휴수당에도 최저임금 적용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주당 소정근로 174시간에 주휴 35시간을 더해 최저시급 8350원을 적용하면 월 최저임금은 174만5150원이 된다. 이는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던 대부분의 소상공인에게는 너무 큰 부담이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실질 부담증가율이 33%나 된다고 한다. 결국 소상공인들은 법을 어기지 않으려면 직원을 해고하거나 폐업을 해야 할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주휴수당은 유급휴일에 근로자가 받는 수당을 말한다. 근로기준법은 주당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근로자에게 주당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도록 하고 있다(55조1항과 18조3항).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 일본을 본떠 만든 제도다. 턱없이 낮은 임금을 받고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된 지금에도 이런 제도가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는 주휴수당 제도가 없다. 프랑스는 1년에 노동절(5월 1일) 하루만, 독일·호주·캐나다는 국가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매주 하루씩 의무적으로 유급휴일을 주도록 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는 한국과 터키뿐이다. 일본마저도 1990년대에 폐지했다. 지키지 못할 법은 차라리 고치는 게 낫다. 정부는 최저임금 제도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다. 차제에 주휴수당을 폐지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기 바란다.
2019-01-24 1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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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치로 물드는 국민연금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정부는 대기업·대주주의 중대한 탈법·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을 말한다. 문 대통령은 그 위에 '대통령 가이드라인'을 더했다. 시장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 오는 3월 주총을 앞둔 대한항공과 한진칼, 특히 조양호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본다. 문 대통령의 스튜어드십 코드 언급은 몇 가지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무엇보다 전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이 정치로 물들게 생겼다. 앞으로 기금운용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기금운용위는 기업으로 치면 이사회에 해당한다. 당장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24일 "국민연금이 국민의 집사가 아니라 정권의 집사 노릇을 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정부 사례에서 보듯 국민연금은 정치에서 멀리 떨어지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전 정부의 비극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 절차를 경시하는 것도 문제다. 대통령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말한 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열렸다. 지난 16일 기금운용위는 산하 수탁자위원회에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수탁자위는 주주권 행사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통상적인 절차를 따른다면 기금운용위가 전문가 집단인 수탁자위의 의견을 존중하는 게 맞다. 그런데 하필 이때 대통령 발언이 나왔다. 기금운용위는 딜레마에 빠졌다. 대통령 가이드라인을 무시할 수도 없고, 수탁자위가 낸 의견을 무시할 수도 없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기금운용위로선 지는 게임이다. 해법은 이렇다. 대한항공·한진칼 현안에 대해 기금운용위는 수탁자위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국민 노후를 책임진 국민연금이 5년 단임 정권에 휘둘려선 안 된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론 기금운용위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야 한다. 기금운용위 위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겸하는 현 지배구조 아래선 중립성 확보가 어렵다. 20인 기금운용위 구성 자체를 전문가 그룹으로 바꿀 필요성도 있다. 국민연금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는 것"(국민연금법 1조)이다. 그러려면 수익률 향상이 급선무다. 지금은 공무원·사용자·근로자·지역대표들이 기금운용위를 이끌어 간다. 적립금 637조원(작년 10월 말)에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국민연금 최상위 의결기구에 금융투자 전문가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당최 말이 되는가.
2019-01-24 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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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코드에 제동 건 수탁자책임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23일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엔 위원 9명 중 7명이 반대하고 2명이 찬성했다. 한진칼은 반대 5명, 찬성 4명으로 집계됐다. 수탁자책임위는 다양한 의견을 있는 그대로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수탁자책임위는 국민연금이 기업을 상대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지 말지를 판단해 달라고 만든 기구다. 기금운용위는 그 의견을 존중하는 게 옳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이때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위를 두기로 했다. 주주권 행사 여부를 전문가의 시각으로 한번 거르자는 뜻이 담겼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기금운용위원장 겸직)은 지난 16일 "기금운용위는 수탁자책임전문위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우리는 수탁자책임위의 신중한 태도가 옳다고 본다. 무엇보다 오너 갑질은 국민연금이 나서서 바로잡을 일이 아니다. 이미 행정당국과 검찰 등 사법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밟고 있다. 결정적으로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가는 오너 일가에 대한 여론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수익률이다. 따라서 막대한 손해를 보지 않았다면 굳이 국민연금이 사회정의를 실현할 '정의의 사도'로 나설 필요가 없다.
국민연금이 아직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고려해야 한다. 박근혜정부에서 보듯 국민연금은 정치와 멀찌감치 떨어지는 게 최선이다. 그러려면 최상위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의 지배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처럼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겸하는 구조 아래선 정치권 압력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자리도 정권 따라 왔다갔다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때 수탁자책임위가 전문가 그룹답게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 스스로 지배구조를 개선한 뒤 작동시켜야 뒤탈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공정경제전략회의에서 "대기업·대주주의 중대한 탈법·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를 놓고 정치권이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는 수탁자책임위 같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게 맞다.
2019-01-23 16: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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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속도 세계2위, 커지는 가계빚 경고음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한국에 가계빚 경고음을 울렸다. 21일(현지시간) 한국을 호주, 캐나다와 함께 가계부채 위험이 큰 나라로 분류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65∼85%를 넘고, 지난 5년간 이 비율이 7%포인트 이상 오르면 가계부채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한국은 이 비율이 지난해 100%에 근접했다. 특히 5년간 비율 상승폭이 15%포인트로 분석대상 28개국 가운데 중국(18%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연구소다.
경고음은 이것만이 아니다. 민간 국제금융기관 연합체인 국제금융협회(IIF)는 최근 발표한 '글로벌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급증국가 그룹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체코·인도·멕시코·말레이시아·칠레가 함께 포함됐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96.9%, 2018년 3·4분기)은 분석대상 34개국 중 가장 높았다. 특히 경제규모에 비해 가계빚이 불어나는 속도(비율상승폭)가 2.7%포인트로 세계 평균(0.3%포인트)보다 9배나 빨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빚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1514조원이나 된다. 증가율이 2017년부터 한자릿수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국제비교에서 나타난 것처럼 여전히 높다. 증가의 주된 요인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정부는 지난해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했지만 그다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가계빚 급증이 당장 시스템 위기를 불러올 정도는 아니다. 따라서 지나친 불안심리는 금물이다. 그러나 안이하게 대응해서도 안된다. 가계빚 부담은 경제에 무거운 족쇄를 채워놓은 것과 같다. 소비여력을 고갈시켜 경제회복을 어렵게 한다. 본격적인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악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우선은 서민생계 위축과 취약차주 계층에 대한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근원적인 해법은 가계빚을 줄이는 것이지만 그것을 가능케 하는 묘책은 없다. 가계빚 증가율을 경제성장률 이내로 억제함으로써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장기적으로 꾸준히 낮춰가는 것이 최선이다.
2019-01-23 16:5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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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왜 인터넷銀 진출을 포기했을까
국내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의 꿈을 접었다. 네이버는 21일 "검토했지만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23일 열리는 (금융감독원의) 인터넷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온라인 쇼핑몰의 강자 인터파크도 설명회 불참을 밝혔다. 네이버와 인터파크는 인터넷은행 신규 라이선스를 노리는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인터넷은행 흥행몰이가 초반부터 벽에 부닥친 셈이다. 당초 정부는 흥행에 기대를 걸었다. 그럴 만도 하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여권 내 일부 지지층의 반발을 무릅쓰고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 법은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 17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특례법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한해 인터넷은행의 의결권 지분을 4%에서 34%로 높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반응이 시들하다. 왜 그럴까. 먼저 기존 인터넷은행 2개사의 실적이 신통찮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2017년에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한다. 세상에 손해나는 장사를 하고 싶어하는 기업은 없다. 두 회사의 실적을 좀 더 지켜보자는 게 시장의 분위기인 듯하다. 더 큰 걸림돌은 규제다. 의결권 지분만 높였지 다른 규제는 그대로 살아 있다. 사실 인터넷은행특례법은 은행법의 하위법이나 마찬가지다. 특례법이 따로 정하지 않는 한 인터넷은행은 은행법의 강력한 규제망을 피할 수 없다. 은행은 라이선스를 통해 국가가 영업을 허용하는 특혜산업이다. 따라서 규제가 어느 업종보다 세다. 자칫 자회사(인터넷은행) 때문에 모기업까지 곤욕을 치르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전국은행연합회에 소속된 정사원은행(정회원)이다. 한국은행 총재가 주재하는 은행장 간담회에도 참석한다. 엄숙한 시중은행과 튀는 인터넷은행이 뒤섞인 모습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이러다 금융혁신의 메기가 되라고 만든 인터넷은행이 은행 시장의 온순한 양으로 길들여질 판이다. 네이버는 국내와 달리 일본, 대만, 동남아에선 자회사 라인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정부는 네이버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곰곰 따져봐야 한다. 23일 금감원 설명회가 실패로 끝나면 인터넷은행 전략을 크게 손봐야 할지도 모른다. 인터넷은행을 '은행'으로 묶어두는 현 전략은 자율과 혁신을 먹고 사는 IT기업의 본성과 어울리지 않는다.
2019-01-22 17: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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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국책사업일수록 예타 더 깐깐해야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없이 추진할 국책사업 대상을 내주 초 발표할 예정이다. 그 규모가 40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예타면제는 사업성을 따지지 않고 국책사업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관련 제도를 고쳐 예타면제 사업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방순회 캠페인 과정에서 현지 숙원사업인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들에 대한 예타면제를 공약했다. 예타를 면제받으면 사업을 추진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이 공약에 따라 전국 17개 시·도는 지난해 말까지 청와대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33건, 총사업비 61조원 규모의 사업에 대한 예타면제를 신청했다. 국토의 균형발전과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현행 예타제도가 지방에 불리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구와 돈이 수도권에 몰리는 구조에서는 똑같은 사업이라도 지방은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정부는 가급적 예타면제 대상을 늘려 대형 SOC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광역별로 한 건 정도 선정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발 더 나갔다. 21일 정책의총에서 "예타면제 대상과 규모를 늘리겠다"면서 "제도 자체를 바꾸는 문제를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예타면제를 남발해서는 안된다. 예타는 세금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미리 사업성을 따지는 심사제도다. 선심성 사업으로 국민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을 넘는 국책사업은 예타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 18년 동안(1999~2017년) 782건을 심사해 273건을 걸러냈다. 이번에 접수된 사업은 대부분 지역 민원성이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도 많다. 그중에는 남부내륙철도사업 등 이미 예타에서 한두 번 떨어진 것도 상당수 들어있다. 대형 국책사업의 경제성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추진하면 두고두고 혈세 먹는 하마가 될 수밖에 없다. 세금은 단 한 푼이라도 헛되이 써서는 안된다.
2019-01-22 17: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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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마저 빨간불… 신남방정책서 활로 찾길
한국 경제 최후의 보루인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21일 관세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14.6%나 줄어들었다. 승용차(29.0%), 무선통신기기(8.1%), 자동차 부품(0.2%) 등이 선전했지만 반도체(-28.8%), 석유제품(-24.0%), 선박(-40.5%) 등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사실 지난해 말부터 예견됐다. 작년 우리나라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연간 6000억달러를 돌파했지만 12월 한달간 기록한 수출액은 총 485만달러로 전년 대비 -1.2%를 기록했다. 수출 감소세의 가장 큰 원인은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성장세 둔화였다. 수출 일등공신이었던 반도체가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대중수출 규모도 지난해 11월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지난해 12월 -13.9%, 1월 20일 현재 -22.5%를 기록하는 등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걱정이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민관 합동 수출전략회의'가 열린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이날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전략회의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관계부처 차관급, KOTRA·무역보험공사 등 수출지원기관, 현대자동차·포스코·LG화학 등 기업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성 장관은 이 자리에서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와 반도체 시황, 국제유가 하락 등 대외 수출여건이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민관 합동 총력 수출지원체제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가 모쪼록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범정부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를 바랄 뿐이다. 수출활력 회복을 위한 단기적 조치와 함께 반도체를 대신할 수출품목 개발과 중국 대체지 개척을 위한 전략적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이번 사태는 한국 수출의 양대 기둥인 반도체와 대중 수출이 주춤하면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국 대체지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1월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포럼’에서 공식 천명한 신남방정책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는 시장 확대를 위해 우리가 공략해야 할 전략적 요충지다.
2019-01-21 17: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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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성장 둔화… 세계경제에 짙은 먹구름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소규모 개방경제국인 한국은 그 먹구름 아래 있다. 21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6%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톈안먼 사태 이후 2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의 성장률이 6.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3%에 그칠 것으로 예측한다. UBS 등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미·중 통상마찰이 지속될 경우 성장률이 5%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한국 수출의 4분의 1가량이 중국으로 간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한국 경제에 좋을 턱이 없다.1위 경제대국 미국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매파 발톱을 드러냈던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마저 추가 금리인상에 '인내심'을 보이겠다고 한 발 물러설 정도다. 연준 안에서 비중이 큰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18일 "지금 연준에 필요한 것은 신중함과 인내심, 올바른 판단력"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섣불리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미·중 무역협상이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낙관했다. 하지만 오는 3월 1일로 시한이 잡힌 쌍무협상이 어떤 결말에 이를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유럽은 유럽대로 흔들리고 있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은 의회가 브레이크를 거는 바람에 브렉시트 일정이 오리무중이다. 당초 기대한 질서정연한 탈퇴는 물 건너간 듯 보인다. 영국과 유럽연합(EU) 사이에 관세 장벽이 무질서하게 세워지면 서로에게 손해다.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도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 힘들다.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 동향을 예고하는 풍향계로 불린다. 그만큼 대외의존도가 높다. 예전 사례를 봐도 결국 한국 경제를 지배하는 요인은 외부에서 온다. 밖에서 순풍이 불면 우리 경제도 흥이 나지만, 역풍이 몰아닥치면 휘청댄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작년과 비슷한 2.6~2.7%에 이를 것으로 본다. 외부 충격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2019-01-21 17: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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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2차회담 합의… 개성공단 물꼬 트이길
북·미 정상회담 날짜가 2월 말로 잡혔다. 미국 백악관은 18일(현지시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은 2월 말에 열리며, 장소는 추후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워싱턴을 방문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기자들에게 "2차 북·미 회담 개최국을 선정했으나 추후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과 면담에 대해선 "믿을 수 없을 만큼 매우 좋은 만남이었다"고 평가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향한 사전작업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형국이다. 이달 초 김정은 위원장은 돌연 중국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다. 이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보인 행보와 비슷하다. 당시 김 위원장은 3월과 5월 두차례에 걸쳐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 이번에도 미국을 상대하기 전에 중국을 자기편으로 묶어두는 전략을 폈다. 이미 스웨덴 스톡홀름에선 사전조율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실무협상팀을 이끌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스톡홀름에 보내 협상을 측면 지원하는 한편 우리 목소리를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다. 2차 북·미 회담의 성패를 가를 최대 요인은 두말할 나위 없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다. 20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달 초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났을 때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실현될 경우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속내는 알 수 없다. 우리로선 행여 미국과 북한이 핵은 뒤로 미룬 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에 치중하는 일이 없도록 바싹 신경을 써야 한다. 또 다른 관심사는 남북경협 확대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제제재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트럼프·김정은 2차 회담에서 미국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용인하는 합의가 이뤄지면 큰 성과다. 다만 그 전제조건은 북한 핵 폐기다. 과거 사례에서 보듯 비핵화 없는 개성공단 가동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국제제재에 따라 언제 다시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무턱대고 개성공단 재개에 집착해선 안 되는 이유다.
2019-01-20 16: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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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한국 차량공유 혁신은 F"
지난 17일 이른바 '규제 샌드박스'가 첫발을 뗐다. 이 제도의 근거법안인 산업융합촉진법과 정보통신융합법이 이날부터 발효되면서다. 규제 샌드박스는 마치 어린이들이 모래 놀이터(샌드박스)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게 하는 것처럼 신기술·신산업을 시작하려는 사업자에게 관련 규제를 일정 기간 면제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날 규제혁신과 관련한 우울한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가 발표한 '국제 혁신 스코어'에서 한국이 평가대상국 61국 가운데 24위를 기록한 것이다. 한국은 연구개발(R&D) 부문에서는 최고점인 A+를 받았지만 차량공유 부문에서는 낙제점인 F등급을 받았다. 간신히 낙제를 면한 숙박공유(D등급)의 경우 우리보다 등급이 떨어지는 국가는 아프리카의 르완다뿐이었다. 그나마 창업과 인재 분야에서 각각 B+와 B-를 받은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 형편이다. 이러다보니 '선(先)허용, 후(後)규제'를 골자로 하는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업계의 관심과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시행 첫날부터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 등 총 21곳이 규제특례 신청서를 접수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현대자동차는 수소차 운전자들을 위해 서울 시내 5개 지역에 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KT와 카카오페이는 공공기관이 우편으로 보내는 과태료 통지서와 고지서 등을 모바일로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규제 샌드박스 시행에 따라 정부는 이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30일 이내에 심의·의결해야 한다. 문제는 규제 샌드박스 입법 취지에 맞게 기업의 요구가 신속하게 시장에 전달될 수 있느냐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정책 담당자들의 인식 대전환이 요구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19세기 말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언급하며 "우리가 제때에 규제혁신을 이뤄야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책 담당자들의 머릿속에 있는 붉은 깃발을 먼저 걷어내야 규제 샌드박스 시행에 따른 과실을 제때에 제대로 누릴 수 있다.
2019-01-20 16: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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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 공론화 왜 못하나
국내 원자력산업 생태계가 무너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며칠 전 한철수 창원상의 회장은 청와대 기업인 간담회에서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를 호소했다. 힘겹게 구조조정 중인 두산중공업 등 탈원전의 여파로 속앓이 중인 지역 원전기업들의 비명을 대신 전한 셈이다. 17일 한국원자력학회도 신한울 원전 건설 재개를 위한 공론화위 설치를 촉구했다. 정부는 이런 현장의 아우성을 탈원전 속도 조절의 계기로 삼기 바란다. 사실 공론화위에서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 재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찾자는 제안은 온건한 주장이다. 원전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일 뿐이다. 탈원전 자체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한 국민이 30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특히 원자력학회는 이날 "원자력 발전량 감소가 초미세먼지를 배출하는 LNG(액화천연가스) 발전량 증가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며칠 전 여당의 송영길 의원도 "(미세먼지를 내뿜는) 화전을 늘리는 대신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법하다. 도상 계획인 천지 1·2호기나 대진 1·2호기와 달리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는 매몰비용만 최소 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끝나는 2023년부터 일감이 사라져 원전 생태계는 고사 단계로 접어든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동남권에 원전해체연구소를 설립하겠다면서 동문서답을 하는 형국이다. 당장 원전업체들이 문을 닫을 판인데 언제 올지 모를 소규모 '해체시장'을 기다리라니 말이다. 대만은 우리와 달리 자체 원전 건설기술이 없다. 그럼에도 지난해 전력난과 대기오염 등을 감안해 탈원전을 포기했다. 환경이나 산업에 미치는 여파를 고려하면 지금은 원전이 아니라 화전을 줄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백번 옳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진흥 노력은 지속하되 세계적 수준인 원전산업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에 귀를 막아선 안 될 것이다.
2019-01-18 17: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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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해도 좋아’, 돋보이는 SK 실험정신
혁신을 끌어내기 위한 SK의 도전이 참신하다. SK하이닉스는 17일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하이개라지(HiGarage)'를 출범시키고 아이디어 6건의 사업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모두 12억원의 사업비가 제공되며, 향후 2년간 벤처창업 전문가들의 컨설팅도 지원된다. 하이개라지 사업은 규모가 크지 않다. 그럼에도 눈길을 끄는 것은 '실패해도 좋아'라는 모토 때문이다. 사업화에 성공하면 제안자(사원)는 창업과 사내 사업화(분사)를 선택할 수 있다. 분사를 선택하면 발생한 이익의 일부를 제안자에게 나눠준다.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인사상 불이익도 없다. 본인이 희망하면 원조직으로 복귀할 수 있다. 한마디로 과실은 회사와 제안자가 공유하고, 손실은 회사가 떠안는 방식이다. 하이개라지의 개라지(garage)는 '차고'라는 뜻의 영어단어다. 애플 등 세계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처음에는 초라한 차고에서 창업한 것에 착안한 것이다. 그들의 창의와 도전 정신을 본받자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 사원들은 지난해 8월 시작된 사내벤처 공모에 모두 240건의 아이디어를 냈다. 이 중 사업화 가능성과 사회적 가치를 기준으로 심사해 6건을 골랐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사원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라고 한다. SK하이닉스의 실험은 세계 최고 혁신기업으로 성장한 아마존의 경험을 되돌아보게 한다. 아마존의 성공한 혁신 이면에는 많은 실패사업이 있다.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는 "실패와 혁신은 쌍둥이"라고 말했다. 2017년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 "나는 아마존을 가장 성공한 회사보다는, 가장 편하게 실패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썼다. 실패를 배척하면 혁신이 나올 수 없다. SK하이닉스의 이런 자각은 최태원 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청와대 초청 기업인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나눈 대화 내용과 맥을 같이한다. 최 회장은 "혁신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며 "이를 용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실패를 통해서 축적이 이뤄져야 혁신이 가능하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혁신하려면 실패를 끌어안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들은 한 번 실패하면 거의 재기 불능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SK하이닉스의 실험이 실패를 쌓다보면 혁신을 이룩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2019-01-18 17: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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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청탁에 투기 의혹까지… 與 나사 죌 때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등 여권이 요즘 뒤숭숭한 분위기다.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가 '지인 재판 청탁' 논란에 휘말린 데 이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여당 간사인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집권 3년차인 신년 초부터 이런저런 악재가 연발하는 게 길한 조짐일 리는 만무하다. 범여권은 국정 성과를 기대하기에 앞서 특단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경각심부터 가져야 할 것이다. 손 의원의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지정구역 내 투기 의혹의 진위는 예단하긴 어렵다. 이곳에 남편과 조카들 및 보좌관 명의로 건물 10채를 사들인 그는 "사비를 털어 목포 구도심을 살리려고 했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흔하다면 흔한 일제 적산가옥을 국고를 들여 문화재로 지정할 가치가 있느냐는 원초적 문제제기를 비롯해 의문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손 의원은 소속 상임위 소관기관인 문화재청의 정보를 미리 알고 개발이익을 노렸다는 항간의 의심부터 석명해야 할 것이다. 서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도 소속당인 민주당 지도부로선 곤혹스러울 법하다. 단지 여성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추행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지인 아들의 형량을 다룬 사안이어서가 아니다. 그러잖아도 전직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상황이다. 서 의원은 "죄명을 바꿔달라고 한 적도, 벌금 깎아달라고 한 적도 없다"지만, 어떤 수준의 부탁이든 결국 사법부의 독립을 해치는 일이 아닌가. 손 의원의 의혹을 지역 사정에 밝은 민주평화당 측은 벌써 "권력형 비리"라고 규정했다. 물론 우리는 두 사안 모두 정치공세에 앞서 진상규명이 먼저라고 본다. 다만 여권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대해 여론의 역풍이 점차 커지는 배경이 뭔가. 지난 정부의 과오에 대해선 서릿발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서 현 여권의 각종 비리에는 관대하기 때문일 게다. 그렇다면 여권은 차제에 두 의원의 의혹을 '케사르의 부인은 부정하다는 의심조차 받아서도 안된다'는 엄정한 자세로 다뤄야 할 것이다. 투명하게 진상을 규명해 그 결과에 따라 '읍참마속'의 자세로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2019-01-17 17: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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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세 폐지 검토, 오히려 늦었다
증권가의 숙원인 증권거래세 폐지론이 다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불을 지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금융투자업계 간담회에서 "자본시장 세제 개편을 공론화할 시점"이라며 "지금의 규제들이 필요한 것인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구체적으로 "증권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 문제를 당정이 조속히 검토해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미 국회엔 최운열 의원이 낸 폐지법안이 있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들뜬 것도 무리가 아니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팔 때 거래대금에 물린다. 우리나라에선 1963년에 처음 도입됐다. 그러다 1971년에 폐지됐고, 1978년에 부활했다. 현행 0.3% 세율은 1996년부터 23년째 시행 중이다. 증권거래세 폐지는 축 처진 증시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혁신자본의 역할이 크다. 이제서야 폐지를 검토하는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증권거래세는 1930년대 대공황의 산물이다. 증시가 고꾸라지자 미국 정부는 함부로 주식을 사고팔 수 없게 벽을 쌓았다. 그 벽이 증권거래세다. 하지만 전후 증시는 건전한 자본시장으로 자리잡았고, 그 추세에 맞춰 미국은 1960년대에 증권거래세를 없앴다.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증권거래세는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제도다.증권거래세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에도 어긋난다. 투자해서 돈을 까먹어도 예외없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손해에 과세하는 꼴이라 늘 불만이 따른다. 이중과세 논란도 있다. 주식을 많이 가진 대주주들은 주식 차익에 대해 고율의 양도소득세를 따로 문다. 이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안 내려고 연말에 보유주식을 내다파는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 걸림돌은 세수다. 증권거래세는 지난해 8조원가량 걷혔다. 나라살림을 책임진 기획재정부가 폐지에 반대하는 이유다. 주요국 사례를 보면 증권거래세를 없애는 대신 양도차익 과세, 곧 자본이득세를 강화하는 추세다. 이익에 세금을 물리는 자본이득세는 과세원칙에도 부합한다. 다만 세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증권거래세를 없애는 효과가 사라진다. 문재인정부는 금융산업을 소홀히 취급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번 기회에 민주당이 증권거래세를 잘 손질해 이런 인식을 불식시키기 바란다.
2019-01-17 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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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로 얼룩지기 시작한 스튜어드십 코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실행에 시동을 걸었다. 16일 기금운용위원회(위원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는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대한항공과 한진칼을 상대로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할지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맡겼다. 만약 수탁자책임전문위가 OK 신호를 보내면 국민연금은 3월 대한항공·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임원을 선임·해임할 때 표 대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2대 주주, 한진칼의 3대 주주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언뜻 당연하게 보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이날 기금운용위가 논의한 대한항공·한진칼 안건은 20인 위원 가운데 한 명인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이 제안했다. 안건을 넘겨받은 14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들은 가입자단체의 복수추천을 거쳐 전원 정부가 위촉했다. 이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 선정 절차를 연상시킨다. 공익위원은 중립성이 생명이다. 하지만 실제론 정부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정부가 위촉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수탁자책임전문위 역시 편향성 시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16일 국회에선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국민연금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이 공동주최했다. 같은 날 참여연대와 민변,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민주노총 등은 기금운용위가 열린 호텔 앞에서 '대한항공에 주주권 행사하라' '조양호 이사 해임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우려했던 대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정치로 얼룩질 조짐을 보인다. 우리가 줄곧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에 반대한 이유는 국민연금의 정치적 독립이 먼저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정치적 독립은 국민연금 이사장, 기금운용위, 수탁자책임전문위의 중립성을 보장하는 데서 출발한다. 여론의 공분을 산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일탈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저지른 잘못은 시민단체와 노조, 행정당국, 법원이 바로잡아야지 온 국민의 노후를 책임진 국민연금이 나설 일이 아니다. 국민연금법은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해 1~10월 국민연금 수익률은 -0.57%를 기록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국민연금은 정치적 논란을 멀리하고 오로지 수익률 올리기에만 집중하기 바란다.
2019-01-16 17: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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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물론 미국보다 못한 한국경제 성장률
한국과 세계의 경제성장률 격차가 지난해 1%포인트로 벌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1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분석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은 2.66%로 전망됐다. 세계 성장률 전망치(3.66%)보다 1%포인트 낮다. 한국과 세계의 성장률 격차는 지난 2012년 1.2%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진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성장률이 미국에도 역전됐다.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89%로 한국보다 0.23%포인트 높다. 한국의 실질 GDP 증가율은 지난 2003년(2.9%)부터 세계 GDP 증가율(4.3%)보다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15년 동안 두 해(2009·2010년)만 빼고 줄곧 성장률 역전이 계속되고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인체에 비유하면 노화현상과 같다. 그렇다 해도 한·미 간 성장률 역전은 심각하다. 미국은 경제 규모가 한국의 12배에 달하고, 1인당 GDP도 2배가 넘는다. 한국의 성장률이 미국보다 낮아진 것은 한국 경제가 '조로(早老)현상'을 보이고 있음을 말해준다. 미국 경제는 거대한 몸집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몸집이 훨씬 가벼움에도 불구하고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 그 원인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양국 정부의 정책에서 비롯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감세와 규제완화 등 기업을 돕는 정책을 폈다. 그러나 한국의 문재인정부는 법인세 인상과 규제강화 등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폈다. 정책의 역주행이 성장률 역전이란 결과를 낳았다. 문재인정부는 그동안 양극화 해소와 소득분배 개선을 목표로 개혁 드라이브를 펼쳤다. 그러나 집권 3년차를 맞았지만 기대했던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정책 역주행에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쓸모없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를 고수하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 아니다. 한국 경제의 지속성장이 가능하려면 기업을 돕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2019-01-16 17: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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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기업인 회동, 후속조치가 더 중요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재계 인사들을 만났다. 지난해 7월 기업인들과 호프미팅을 가진 지 1년6개월 만이다. 이날 모임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당부했다.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이 사회를 보았고, 기업인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내놨다. 문재인정부는 일자리정부다. 그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대통령과 기업인의 만남은 잦을수록 좋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청와대 회동은 보여주기식 쇼에 그친 적이 많다. 대통령은 기업을 챙긴다는 이미지를 얻고, 재계는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선에서 적당히 타협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번만큼은 달라지길 바란다. 그러려면 피부에 와닿는 후속조치가 따라야 한다. 사실 재계의 소망은 문 대통령과 정치권이 이미 잘 안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12월 국회에 6대 현안 건의문을 제출했다. 상의는 신중입법으로 3건, 조속입법으로 3건을 제시했다. 신중입법은 상법 개정, 공정거래법 개정, 복합쇼핑몰 규제법이다. 조속입법은 규제개혁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최저임금법 개정이다. 이번 대화가 덕담에 그치지 않으려면 6대 현안 가운데 일부라도 손에 잡히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문재인정부가 서비스산업기본법 제정에 더 큰 힘을 쏟기를 바란다. 제조업에선 예전처럼 일자리가 나오지 않는다. 반면 서비스업은 여전히 사람 손길을 필요로 한다. 병원이 좋은 예다. 의사·간호사와 같은 의료진은 물론 간호조무사·간병인들이 제각기 할 몫이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8년째 국회에 묶여 있다. 근거 없는 의료 영리화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의사 등 기득권층의 반발을 뛰어넘으려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카카오모빌리티는 15일 '카카오T 카풀' 시범서비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택시업계와 "서비스 출시를 백지화할 수도 있다는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선 세계적인 공유기업 우버도 발을 붙이지 못하고 떠났다. 이제 카카오 카풀도 불투명하다. 지난해 8월 문 대통령은 과거 영국의 붉은깃발법 사례를 들며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은 속도와 타이밍이 생명"이라고 말했다. 불행히도 현장에선 대통령의 말이 먹히질 않는다. 이 모순을 바로잡지 못하는 한 대통령·재계 회동은 또다시 알맹이 없는 쇼에 그칠 수밖에 없다.
2019-01-15 17: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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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보다 미세먼지 잡는 게 급하다
역대급 미세먼지가 한반도 전역을 3일째 뒤덮고 있다.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 일상생활마저 어렵게 할 정도다. 중국발 요인에다 화력발전 증가와 대기정체가 겹쳐 생긴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야코포 본조르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14일 서울대 심포지엄에서 "대기오염은 잠재적 원전 사고보다 훨씬 더 현실적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다 할 뒷북대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부 당국이 새겨들어야 할 고언이다. 본조르노 교수는 한국 정부에 원전을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를 진흥하라고 조언했다. "석탄이나 LNG(액화천연가스) 화전은 원전에 비해 대기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한다"면서다. 사실 탈원전도, 미세먼지 30% 감축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가 탈원전 드라이브에 쏟은 노력의 10분의 1이라도 미세먼지 감축에 기울였는지 궁금하다.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는 등 뒤늦게 부산을 떠는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서울시가 출퇴근 지하철 무료운행으로 헛돈을 쓴 것 이외에 실효성 있는 해법을 내놓은 적이 없어서다. 그러니 "중국은 대폭 개선됐는데 서울은 되레 나빠졌으니 서울 미세먼지는 중국 것이 아니다"(중국 생태환경부 대변인)라는 궤변에 가까운 핀잔까지 듣는 게 아닐까 싶다.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도 "(미세먼지를 내뿜는) 노후 화전을 대체하기 위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해찬 대표 등 같은 당 간부들이 득달같이 비판하고 청와대까지 나서 "탈원전 기조는 변함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러니 여권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대만의 '탈원전정책 폐기 국민투표'를 이끈 예쭝광 칭화대 교수도 14일 서울에서 "대만이 원전 3기 가동을 멈추자 겨울 대기오염이 심해졌다"고 증언했다. 미세먼지의 습격에 국민이 각자도생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다. 탈원전이 대선 공약이라 하더라도 산업경쟁력뿐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위협할 정도라면 속도조절에 나서는 게 당연하다.
2019-01-15 17: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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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청 신설, 더이상 미룰 여유 없다
지난해 한국인 평균 나이가 42세를 넘어섰다. 총인구는 전년비 4만7500명, 곧 0.09% 느는 데 그쳤다. 65세 이상 노년층 인구가 유소년(0~14세) 인구보다 102만명이나 많다. 14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8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나타난 현실이다. 짐작했던 대로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월별 출생아수를 보면 대부분 2만명대에 머물렀다. 그 결과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명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출생아 수를 말한다. 또 지난해 한국은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65세 고령인구가 인구의 14%를 넘어섰다는 뜻이다. 생산연령인구(15~64세)도 사상 처음으로 줄었다. 행안부 집계는 통계청 자료와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저출산 불감증이다. 정부를 비롯해 우리 사회 전체가 인구 감소는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자포자기한 인상마저 든다. 인구를 현상유지하려면 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한다. 우리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수십년 전 고도성장 시대에 한국은 인구 보너스 효과를 누렸다. 풍부한 노동력은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지금은 거꾸로 인구 오너스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해결책으로 두 가지 사례가 주목을 끈다. 하나는 한국 공무원, 다른 하나는 일본이다. 일자리가 안정적인 공무원의 출산율이 일반인 출산율보다 배나 높다는 분석이 있다. 공무원들은 출산휴가·육아휴직도 재량껏 쓰는 분위기다. 직장어린이집 등 보육시설도 양호하다. 민간기업의 근무환경을 공무원과 똑같이 만들 수는 없지만 정부가 저출산대책을 짤 때 분명 참고할 만하다. 최근 일본 아베 총리 내각은 향후 5년간 외국인 근로자 수십만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부족한 일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저출산대책은 효과도 불투명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에 비하면 이민은 단기처방으로 효율적이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같은 이는 이민청을 신설하자고 말한다. 이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2019-01-14 17: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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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난제 풀 컨트롤타워부터 두라
서울과 수도권에 내려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14일 부산, 대전, 광주 등 전국 10개 시·도로 확대됐다. 수도권에 이틀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것은 지난해 1월과 3월에 이어 이번이 벌써 세번째다. 특히 14일엔 중국발 미세먼지까지 추가로 더해지면서 '매우 나쁨' 기준(75㎍/㎥)을 넘어 역대 최악 수준인 122㎍/㎥을 기록했다. 서울 여의도의 경우 낮 한때 207㎍/㎥을 기록하는 등 전국이 최악의 미세먼지로 골머리를 앓았다. 이러다보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높아진 13일 하루에만 80여건의 청원이 게시된 데 이어 14일에도 150여건의 미세먼지 관련 의견이 올라왔다. 지난 1년간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중 미세먼지 관련 내용만 6000건에 육박한다. 지난 2017년 5월 대선 당시 각 후보들은 일제히 미세먼지와 관련한 공약을 내놨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미세먼지 잡겠습니다. 푸른 대한민국 만들겠습니다. 대한민국의 하늘이 흐리면 국민들은 불안을 넘어 정부의 무능과 안일에 분노합니다"라며 임기 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를 한·중 정상의 주요 의제로 격상시키는 한편, 대통령 직속으로 미세먼지 대책 특별기구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지금까지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특별기구 설치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물론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금지와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가동제한 등을 골자로 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달 15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미세먼지 특별법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별법은 미세먼지가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경우 이를 저감하기 위한 권한과 조치를 각 지자체에 부여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일을 지방정부에 떠넘긴 꼴이다. 미세먼지는 국민의 생존권 및 생명권과 직결된 문제다. 미세먼지 때문에 한 해 1만2000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연구결과(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팀)도 있다. 미세먼지는 발생 원인을 놓고 한·중·일 3국이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할 외교 문제이기도 하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력발전과 탈원전 정책의 영향 여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미세먼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이유다.
2019-01-14 17: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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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하자는 고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원자력발전소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 11일 원자력계 신년인사회 강연에서 "노후 원전과 화력발전소는 중단하되 신한울 3·4호기 공사는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면서다. 이런 주장이 탈(脫)원전 정책을 전환하려는, 여권의 공감대 속에서 나왔다고 속단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그의 작심 발언이 문재인정부가 비현실적 탈원전 드라이브를 속도조절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여권 중진급 인사가 과속 탈원전정책의 불합리함을 지적한 건 이례적이다. 송 의원은 이날 "원전 1기는 약 50억달러에 달해 수출 시 중형차 25만대나 스마트폰 500만대를 판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비유를 곁들여 이를 공개리에 제기했다. 안전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자랑하는 차세대 원전을 국내에서 짓지 않겠다면서 해외로 수출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원전 생태계 보존 차원에서 국내에서 최소한의 차세대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송 의원의 문제 제기가 백번 옳다. 어찌 보면 송 의원의 고언이 만시지탄인지도 모르겠다. 정부는 탈원전 로드맵에 따라 지난해 신규 원전 6기의 건설을 백지화했다. 사업 시작 전에 종료된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공정률이 30%에 달하는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중단한 게 가장 큰 문제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매몰비용은 차치하고 업계에선 이로 인해 국내 원전산업이 붕괴될 것이라며 공사 재개를 요구 중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노후 화전을 대체하기 위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는 송 의원의 시각을 집중 비판했다. 그러나 이들이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이라는 구호 이외에 현실성 있는 대안을 내놓은 적이 있나.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확보하긴커녕 환경을 파괴하는 역작용까지 노출하고 있는 형편이 아닌가. 그사이 정부는 미세먼지를 내뿜는 석탄과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로 화전을 풀가동해야 할 판이다. 우리 태양광 시장을 잠식 중인 중국이 한반도와 면한 해안에 우리보다 안전기술이 처지는 원전을 빼곡히 짓고 있다. 원전이든, 재생에너지든 경제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기술혁신은 지속되기 마련이다. 에너지 수급 문제를 근시안이 아닌 ,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이유다. 정부는 원전의 위험성만 과장하는, 판도라라는 영화 한 편이 주는 감성에만 젖어 있을 게 아니라 합리적 '에너지 믹스'를 고민하기 바란다.
2019-01-13 16: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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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 희망자 급증, 고용의 질도 나빠졌다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가 나왔다. 13일 통계청의 '2018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시간관련 추가 취업가능자 수는 62만9000명으로 전년(57만1000명) 대비 10.3%(5만8000명)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대치다. 시간관련 추가 취업가능자란 주당 취업시간이 36시간 미만인 시간제 근로자로서 추가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을 말한다. 쉽게 말해 현재의 일자리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워 추가로 알바 일자리를 찾는 투잡 희망자다. 통계상으로는 취업자로 잡히지만 실질적으로는 취업자와 실업자의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이다. 투잡 희망자가 급증하는 것은 최저임금 과속인상이 가져온 또 다른 후유증이다. 영세 기업주나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원을 내보내고 다급할 때만 알바를 쓰고 있다. 이른바 '알바 쪼개기'다. 올해부터는 주당 15시간 이상 근로자는 유급휴일에도 최저임금을 줘야 한다. 알바 쪼개기가 더욱 극성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 문재인정부는 이와는 다른 시각을 내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고용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지난 10일의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이런 입장을 유지했다. 다만 "고용지표가 양적 측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이렇게 말하는 근거는 '상용직' 고용 확대다. 상용직 일자리는 지난해 34만4000개 늘었다. 그러나 '상용직=좋은 일자리'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다. 상용직에는 비정규직도 포함되기 때문에 임금 등 다른 조건도 함께 봐야 한다. 더욱이 지난해 상용직 증가폭(34만4000개)은 전년 대비 2만2000개가 줄었다. 설혹 '상용직=좋은 일자리' 등식을 인정하더라도 전년도에 비해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는 아전인수식 통계해석에 급급해서는 안된다.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면 국민은 등을 돌린다. 최저임금 과속인상이 부른 부작용을 인정하고 속도조절을 통해 개선책을 찾아야 할 때다.
2019-01-13 16: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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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재계 15일 회동… 사전에 '빅딜' 조율하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로 재계 총수들을 불러 대화를 나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017년 7월에 재계 인사들과 호프 미팅을 가졌다. 그로부터 1년반이 흘렀다. 이번 모임은 타운홀 미팅 형식이다. 역시 참석자들과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려는 대통령의 뜻이 반영됐다. 호프 미팅이든 타운홀 미팅이든 재계와 소통하려는 문 대통령의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만 이번엔 좀 더 실속 있는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대통령 앞에선 누구라도 언행을 조심하게 된다. 그 결과 과거 청와대 회동은 만남을 위한 만남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2017년 회동에서 재계 총수들은 앞다퉈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협력업체를 지원하는 데 얼마를 풀겠다, 비정규직 몇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다. 어떻게든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려 애썼다. 호프 미팅 분위기 자체는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와 재계는 내내 평행선을 달렸다. 최저임금, 규제완화를 둘러싼 갈등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혁신과 성장을 강조했지만 동시에 현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조건이라면 타운홀 미팅은 실속 없는 호프 미팅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효성 있는 결과물을 내놓으려면 사전조율이 필수다. 우리는 정부와 재계 간 빅딜을 제안한다. 문재인정부는 일자리정부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겠다면 만사 제쳐두고 도와주는 게 맞다. 잔챙이 규제 몇 개를 풀고 생색을 낼 게 아니라 덩어리 규제를 통째로 풀어야 한다. 재계는 현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혁신기업들은 기존 규제를 당분간 유예하는 규제완화특별법 제정의 필요성까지 언급한다. 그 대신 재계는 국내투자를 더 늘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해주기 바란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사례에서 보듯 어느 나라든 일자리는 정권의 최우선 과제다. 규제를 풀면 투자가 늘고, 투자가 늘면 일자리가 생기고 소득이 는다. 단순하지만 틀림없는 공식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일자리의 출발점은 규제완화다. 노영민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을 지내 산업계를 잘 안다. 노 실장과 김수현 정책실장의 사전조율 능력에 기대를 건다.
2019-01-11 17: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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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50년… 제2의 삼성전자 나와야
13일은 삼성전자의 50번째 생일날이다. 지난 1969년 삼성전자는 초기자본금 3억3000만원, 종업원 36명으로 단출하게 출발했다. 첫해 기록한 매출은 3700만원, 당기순익은 -400만원이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매출액은 무려 437만배, 직원수는 2800배 늘어났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과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 그리고 30만명에 달하는 '삼성맨'들이 이룩한 성과다. 삼성전자의 쌍두마차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건 지난 1983년이다. 사업 초기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병철 회장 타계 후 선대의 유지를 이어받은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라'는 주변의 만류를 단호히 뿌리쳤다. 사업 시작 9년 만인 1992년 시장점유율 13.5%로 D램 시장을 석권한 데 이어 2017년엔 업계 최강자 인텔을 누르고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스마트폰도 삼성전자를 글로벌 최고 기업으로 올려세운 일등공신이다. 1994년 '애니콜'을 내놓으며 휴대폰 사업에 본격 진출한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가 연이어 대박을 터뜨리면서 2012년 노키아, 애플 등을 제치고 전 세계 휴대폰 시장 1위에 올라섰다.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는 "삼성전자라는 세계적 기업 탄생의 밑바탕에는 끊임없는 혁신(Innovation),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Invest), 제품과 서비스의 세계화(International)를 지향한 '인삼(In-3) 전략'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과제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시장의 '슈퍼호황' 추세가 꺾이면서 실적이 둔화하고 있는 건 걱정이다. 반도체를 대체할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5G 등에 투자를 확대, 새로운 동력을 찾겠다는 각오다. 제2의, 제3의 삼성전자가 나오기 위해선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요구된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구원투수로 거론되고 있는 AI, 5G,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가 활로를 찾기 위해선 기업의 투자 확대만으론 부족하다. 신산업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역할은 정부의 몫이다.
2019-01-11 1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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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이재용 회동, 더 자주 만나 소통하길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났다. 이 총리는 10일 오후 경기 수원 삼성전자를 방문해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을 직접 둘러봤다. 5G는 삼성전자가 '4대 미래성장사업'의 하나로 지목한 분야다. 이로써 대통령과 경제부총리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국정을 이끌고 있는 핵심 인사들이 모두 이 부회장을 만났다. 지난해 7월 인도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바 있다. 이어 8월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찾아 이 부회장과 환담했다. 당시 '투자 구걸' 논란이 빚어졌던 걸 떠올리면 최근 문정부 최고위인사들의 경제 행보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 총리의 삼성전자 방문은 문 대통령이 '경제계와의 소통'을 강조한 뒤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경제발전과 일자리는 기업의 투자에서 나온다"며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 8일 새로 임명된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 등과 만난 자리에선 "정책실장뿐 아니라 비서실장도 재계와 교류해야 한다"며 "당당하고 투명하게 (경제계 인사를) 만나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김수현 정책실장과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삼성, SK, LG 등 국내 주요 기업 부회장급 임원들과 비공식 회동을 갖기도 했다. 정책 담당자와 경제계 인사들의 스킨십이 늘어나는 것은 권장할만한 일이다. 이 때문인지 리얼미터가 매주 발표하는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2주 연속 상승하며 두달 만에 50%선을 회복했다. 리얼미터는 "최근 몇 주간 지속된 문 대통령의 민생·경제 행보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경제 소홀' 등 국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최근의 적극적인 경제 행보가 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정책적 전환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2019-01-10 1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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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겉핥기에 그친 대통령 신년회견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 성장, 혁신을 유난히 강조했다. 반가운 일이다. 새해 한국 경제는 안팎으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런 때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민생에 관심을 쏟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문 대통령의 회견은 두 가지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하나는 최저임금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규제 철학이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과 일문일답에 앞서 8000자가 넘는 신년사를 읽었다. 그 가운데 '최저임금'이란 단어는 딱 한번 나온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우리 사회가 최저임금을 두고 겪은 진통을 고려하면 인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바라는 자영업자들의 요구와 거리가 멀다. 최저임금은 지난해 16.4%, 올해 10.9% 올랐다. 게다가 고용노동부는 주휴수당 지급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시행령 개정을 강행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막 숨이 넘어갈 판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시행령 개정 철회를 요구하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등 발버둥을 치고 있다. 이들은 시행령 철회와 함께 업종별·규모별 차등화처럼 피부에 와닿는 정책 변화를 원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자영업자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어루만지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또 "혁신으로 기존 산업을 부흥시키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신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은 대통령의 의지를 아직 실감하지 못한다. 정부가 여전히 포지티브 규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정부는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그중엔 내국인을 손님으로 받는 숙박공유를 연 180일 한도 안에서 풀어준다는 내용이 있다. 정부가 규제의 키를 꽉 틀어쥔 채 일일이 허가를 내주는 방식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일단 다 풀어준 뒤 부작용을 손질하는 네거티브 규제는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포지티브 규제 아래선 혁신다운 혁신이 나오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어느덧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이 난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해법, 곧 각론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도자라면 능히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겸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의 해법은 시장과 자꾸 충돌한다. 그만큼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뜻이아닐까.
2019-01-10 17: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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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벽에 가로막힌 국민銀 노조 파업
국내 최대 KB국민은행의 노조가 8일 파업했다. 지난 2000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평균 연봉 9000만원대 직장인들이 돈을 더 받겠다고 벌인 파업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노조가 파업할 때마다 기득권 귀족노조의 욕심이란 비판을 듣는다. 은행 노조의 파업을 보는 시각도 다르지 않다. 2000년 파업은 명분이라도 섰다. 외환위기가 터진 뒤 국내 금융산업은 통폐합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당시 국민은행은 주택은행과 합병을 앞두고 있었다. 노조원들은 해고를 우려했다. 지금은 그때처럼 절박한 이슈도 없다. 회사가 강제로 인력을 줄이겠다고 협박하는 것도 아니다. 어느모로 보나 8일 파업은 가진 자의 욕심이란 지적을 받을 만하다. 역설적으로 이번 파업은 은행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총 1만7000명 직원 가운데 5500명(노조 추산 9000명)이 파업에 참가했지만 은행은 별 탈 없이 잘 굴러갔다. 이미 거래의 90%가 PC·스마트폰 등 온라인으로 옮아갔기 때문이다. 이는 점포, 곧 인력 중심의 오랜 영업시스템이 낡아빠진 모델임을 보여준다. 현재 KB국민은행은 전국에 1000개 넘는 점포를 두고 있다. 과연 이들 점포가 다 필요할까. 애물단지 영업점 축소는 세계적인 추세다. 그 빈자리를 디지털이 채운다. 국내에선 한국씨티은행이 물꼬를 텄다. 이 은행은 2017년에 전국 126개 소매점포 가운데 90개를 없애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그 대신 은행원들은 고용을 보장받았다. 점포를 70% 없앴지만 한국씨티은행은 끄떡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은행 노조는 예전과 같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없다. 어떤 업종도 이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지 못한다. 전통 은행 노조의 구태의연한 파업은 마치 허공에 종주먹을 들이대는 격이다. 헛수고다. 고객들 앞엔 대체재가 널려 있다. 인터넷은행을 비롯한 핀테크 업체들은 빈틈을 노린다. KB국민은행 노조는 파업이 아니라 경영진과 머리를 맞대고 미래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
2019-01-09 17: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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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고용참사, 올해도 지켜봐야 하나
문재인정부 집권 2년차의 고용성적표가 참담하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증가폭은 9만7000명으로 9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실업자는 107만3000명으로 18년 만에 최대였다. 실업률은 3.8%로 1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12월 실적은 더욱 참담하다.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3만4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월간으로 8월(3000명)과 7월(5000명)에 이어 세 번째로 적다.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해 1월(33만4000명)까지만 해도 정상 수준을 유지했다. 12월 실적을 1월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 불과하다. 시간이 갈수록 고용부진이 악화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취업자 증가폭이 3000~5000명까지 줄어들자 지난해 10월 공공기관과 지자체를 동원해 2~3개월짜리 단기 공공일자리 5만9000개를 급조했다. 이 수치를 빼면 12월에는 취업자 증가폭이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고용이 양적 측면에서 미흡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투자 확대, 서비스산업 활성화, 취약계층 지원을 3대 대책방향으로 제시했다. 말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지만 대책 내용에서는 책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환자가 사경을 헤매는데 긴급처방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원론 수준의 대책 방향을 붙들고 있을 때가 아니다. 고용이 질적 측면에서는 나아지고 있다는 정부 인식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40%대까지 떨어졌다. 특히 20대와 자영업자 계층의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이들은 최저임금 과속인상이 가져온 고용부진의 직접적 피해계층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요즘 대학가에는 문재인정부 아래에서 대학을 마치고 취업전선에 나오는 자신들이 불운한 세대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문 대통령 지지율 추락을 가져온 가장 큰 요인은 경제실패이고, 경제실패의 핵심은 고용부진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극심한 고용부진이 벌써 11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해 또 최저임금을 10.9%나 올린 데 이어 유급휴일까지 최저임금 적용을 의무화했다. 그 충격은 지난해에 못지않을 것이다. 고용위기 상황을 최단시일에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긴급처방이 나와야 한다. 부작용이 큰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재검토해주기 바란다.
2019-01-09 17: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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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청와대, 기강 세우고 소통 넓히길
청와대는 8일 임종석 비서실장 후임에 노영민 주중국대사를 임명하는 등 참모진을 일부 교체했다. 새 라인업에는 신임 정무수석과 국민소통수석으로 강기정 전 국회의원과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이 포함됐다. 임기 초 고공비행하던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40%대로 내려앉는 등 민심 이탈 징후는 벌써 감지됐다. 문재인정부의 '2기 청와대' 출범이 옷깃을 여미며 국정동력을 다잡을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집권 3년차를 맞아 청와대 개편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본다. 심기일전해 북한 비핵화와 경제·민생 현안 등 안팎의 난제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번 진용으로 그런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임 노 실장이나 강 정무수석의 여당 의원 시절의 이런저런 흠결을 새삼 거론하자는 말이 아니다. 친문 색채를 더욱 강화해 지지층 결집을 하는 것으론 난국을 타개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보좌진 추가 개편과 곧 있을 후속 개각에서는 폭넓은 탕평인사를 기대한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추락한 배경이 뭔가. 당면한 경제난에다 도덕성을 내세운 정권의 비도덕성이 드러난 데 따른 실망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청와대가 이런 민심을 직보 받지 못해 사태는 더 악화됐을 법하다. 그래서 경제지표마다 '빨간불'인데 대통령이 언론의 왜곡 탓으로 돌리는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최근 김태우 수사관의 민간인 사찰 의혹 폭로와 관련, "미꾸라지"니 "6급"이니 하는 오만한 대응으로 국민의 부아만 돋운 것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새 출발에 앞서 발밑의 '스타팅 블록'부터 점검할 일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호원의 민간인 폭행, 의전비서관 음주운전 등 구설이 끊이지 않아서다. 특히 최근엔 한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카페로 불러내 인사절차를 '논의'한 뒤 인사자료를 분실하는 사태까지 드러났다. 기강부터 바로 세우지 않으면 국정쇄신은 요원하다. 이와 함께 청와대 내부적으로 소통과 직언시스템을 확실히 구축할 때다,
2019-01-08 16: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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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죽은 반도체, 미래 먹거리 한시가 급하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이 10조8000억원에 그쳤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직전분기(3·4분기, 17조5700억원)와 비교하면 38.5%나 격감했다. 매출도 59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9.9% 줄었다. 삼성전자가 8일 이 같은 내용의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어닝쇼크다. 실적악화의 요인은 국내업체들의 반도체 주력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세계 경기둔화로 수요업체들이 재고를 줄이고 있어서다. 게다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올 상반기에도 삼성전자의 실적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 경기악화는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한다. 기업 설비투자와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를 넘는다. 반도체 한 품목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산업구조를 감안할 때 반도체 경기가 꺼지면 한국 경제는 막대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 조짐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8.3% 줄었다. 반도체 월별 수출액이 감소한 것은 27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국 제조업이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한때 세계 최강이던 조선업은 이미 몰락했다. 철강·자동차·스마트폰 등도 중국에 밀려 뒷걸음질하고 있다. 반도체는 주력 제조업 가운데 한국이 아직도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유일한 품목이다. 지난해 한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D램이 73%, 낸드플래시가 52%였다. 그러나 반도체마저도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됐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7%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이후에 대비한 미래 먹거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된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생활로봇을 공개했다. 지능화된 초연결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경쟁사인 애플과도 손을 잡았다. 그러나 아직은 이렇다 할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에 이어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갈 구원투수가 나와야 한다. 기업들은 바이오·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5G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정부는 이것이 가능하도록 신산업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2019-01-08 16: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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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북핵 엇박자, 기업이 희생양 안돼야
한·미 양국이 북한 비핵화와 남북협력 사업을 둘러싼 원활한 소통을 위해 새로운 '워킹그룹(실무협의체)'을 설치한다. 미국 국무부는 10월 30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28∼30일 방한기간 한국 정부와 이를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양국 간 긴밀한 대북정책 조율 채널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북 비핵화와 대북 지원 간 우선순위를 놓고 그만큼 이견이 컸다는 역설적 방증이기도 하다. 문재인정부는 이 같은 엇박자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때다. 정부는 그간 누누이 한·미 간 북핵 해법에 대한 이견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양측의 신뢰에 금이 가는 소리는 여기저기서 들렸다. 미 재무부는 지난 9월 국내 7개 은행에 직접 전화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따르라고 요구했다. '한국 정부 패싱'으로 비칠 수도 있는 징후는 더 있었다. 주한 미대사관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따라간 삼성·현대차·SK·LG 등 대기업과 접촉해 대북사업 추진계획을 파악했다. 그뿐인가. 강경화 외교장관이 '5·24 제재조치' 해제를 거론한 다음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지 않았나. 이런 한·미 간 불협화음이 증권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정도라면 문제는 자못 심각하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2000 아래로 무너진 게 삐걱거리는 한·미 관계와 전혀 무관하다고 누가 장담하겠나. 오죽하면 금융위원회가 미국이 오는 11월 국내은행에 경제제재(세컨더리 보이콧)를 가할 것이라는 '지라시'를 부인하는 자료까지 냈겠나. 정부는 지금까지 남북 평화무드로 '북한 리스크'가 줄면서 경제 호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이 정반대라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전반을 재점검할 시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번 유럽순방 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영국과 독일에 대북 제재완화론을 타진했다. 하지만 이들 정상은 미국보다 더 강경한 북핵 해결 우선론을 폈다. 북핵 문제가 한반도 현안이기에 앞서 국제 이슈라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될 이유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 전 "비핵화 협상이 오래 끌어도 상관없다"고 한 배경이 뭘까. 핵 신고 리스트 제출 등 근본적 비핵화를 회피하는 북을 상대로 제재를 더 강화하며 장기전을 펴려는 뜻일 것이다. 가뜩이나 경제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북 투자를 서두르다 한·미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상황을 자초해선 더욱 곤란하다. 정부는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진전 사이에서 균형 잡힌 스탠스를 취하기 바란다.
2018-10-31 16: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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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판결, 경제 파장은 없어야
대법원은 일본 철강업체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에 대해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고 10월 30일 판결했다. 대법원은 "강제동원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옳은 판단이다. 1965년 청구권 협정은 국가 간 약속이다. 반면 강제징용 소송은 개인 피해자 4명이 제기했다. 일본이 한국 사법부가 고심 끝에 내린 판단에 반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베 신조 총리는 30일 "국제법에 비춰볼 때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고노 다로 외상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일철주금은 판결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게이단렌 등 경제단체들은 "한국 내 투자와 비즈니스에 장애가 될 수 있어 깊이 우려한다"는 공동성명을 냈다.눈길을 끄는 것은 문재인정부의 움직임이다. 30일 이낙연 총리는 '대국민 정부입장 발표문'을 냈다. 발표문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상처가 조속히 치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동시에 "정부는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신중함이 돋보인다.정부가 방향을 잘 잡은 것 같다. 한·일 관계는 지뢰밭이다. 언제 어디서 뭐가 터질지 모른다. 그때마다 사이가 뒤틀려선 곤란하다. 위안부·교과서·독도·강제징용 등 과거사와 외교·안보·경제 등 현안은 투 트랙으로 다루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경제분야에선 정경분리 원칙이 중요하다.6년 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반면교사다. 그 뒤 한때 700억달러에 이르던 한·일 통화스와프는 2015년 2월에 제로가 됐다. 박근혜정부는 위안부 문제로 줄곧 일본과 얼굴을 붉히다 2015년 말에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냈다. 문재인정부는 이 합의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지난 10월 초 제주 해군기지 관함식 행사 땐 욱일기가 말썽을 부렸다. 그리고 이번에 강제징용 판결이 나왔다. 한·일 관계는 늘 과거사에 짓눌려 있다.그런 만큼 이번에 정부가 "미래지향적 발전을 희망한다"고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아베 총리도 이에 부응하기 바란다. 예전에 일본은 통화스와프 협정이 마치 시혜라도 되는 양 고깝게 굴었다. 그래선 두 나라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독립적인 사법부(대법원)의 판단을 놓고 우리 정부에 불평을 늘어놓는 것도 번짓수를 잘못 짚었다.
2018-10-31 16: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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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태양광, 10兆 민자 조달 가능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새만금의 태양이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새만금의 바람이 미래를 여는 자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군산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서다.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큰 3GW급 태양광 발전설비와 GW급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새만금에 설치할 계획이다. 이상은 높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먼저 정치권 반발이 거세다. 전북에 기반을 둔 민주평화당은 이날 군산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정부의 새만금 비전에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회의장 벽엔 '30년 기다린 새만금, 고작 태양광이냐?'는 현수막이 붙었다.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도 부정적이다. 새만금에 재생에너지 단지를 짓느니 차라리 조기폐쇄키로 한 경주 월성 원전 1호기를 다시 돌리는 게 낫다는 말도 나온다. 무엇보다 새만금 비전은 재원 조달이 불투명하다.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이 공동으로 뿌린 보도자료를 보면 이 프로젝트엔 민간자본 10조원이 들어간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선 입을 꼭 닫았다. 엉성한 대로 2026년까지 사업비 4조원 계획을 밝힌 해상풍력 발전단지는 나은 편이다. 더 큰돈이 들어가는 태양광 단지는 일체 돈 이야기가 없다.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문구가 있으나 구체적이지 못하다. 프로젝트를 급조한 티가 난다.절차도 매끄럽지 못하다. 국가재정법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재정지원이 300억원 이상인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도록 했다. 사전에 객관적으로 사업성을 검토하는 장치다. 물론 예외도 있다.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국가정책상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예타에서 제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도 면제사업의 내역과 사유를 '지체 없이' 국회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예타는 거치는 게 좋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일수록 그렇다. 그래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비용 대비 편익을 냉정하게 따져볼 수 있다. 국책사업을 민자로 추진할 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인천공항고속도로 사례에서 보듯 민자사업은 자칫 '예산 먹는 하마'가 된다. 기업은 돈 되는 사업이 아니면 뛰어들지 않는다. 그래서 민자사업엔 흔히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조항이 따른다. 설사 MRG 조항이 있어도 기업들이 태양광 사업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민자 10조는 정부의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
2018-10-30 17: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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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장’ 또 걷어찬 민노총의 몽니
청와대는 29일 민주노총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연내 출범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 17일의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 무산으로 더 이상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단 경사노위를 먼저 출범시키고, 민주노총에는 참여 설득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경사노위는 기존 노사정위를 확대한 사회적 대화기구다. 대화의 범위는 근로조건 등 노사 현안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등 사회적 현안과 공공정책 전반으로 확대된다. 이를 위해 비정규직, 소상공인, 중소기업, 여성, 청년 등 취약계층의 참여폭을 넓혔다. 논의방식도 합의 중심에서 협의 중심으로 바뀐다. 포괄적인 사회적 대타협을 유도해내기 위한 것이다. 경사노위는 그러나 장기휴면 중이다. 지난 6월 노사정위원회법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으로 개정되면서 설립 근거가 마련됐지만 4개월 넘게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지난 5월 산입범위를 확대한 최저임금법 개정에 반발, 사회적 대화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17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대화 참여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강경파의 반발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회의를 열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대신 '11월 총파업'을 선언했다. 총파업을 하는 이유로 '적폐청산, 노조할 권리, 사회 대개혁'을 제시했다. 최저임금법 개정이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에 반발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적폐청산 등을 파업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정치운동 성격이 강하다. 바로 그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마련한 것이 경사노위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이 참여를 거부하고 총파업으로 가는 것은 명분 없는 일이다. 민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를 탈퇴한 이후 지난 19년 동안 사회적 대화에 불참했다. 대화보다는 투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추구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신설되는 경사노위 불참도 그 연장선이다. 친노동 정책을 펴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는 문재인정부를 더욱 친노동·반기업 쪽으로 몰아붙이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 만큼 민주노총의 대화노선 복귀를 한없이 기다릴 수는 없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경제 현실에 비춰 볼 때 사회적 대타협이 너무 시급하다. 사회적 타협 없이 투쟁에만 몰입하면 결국 노사 모두 공멸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노총은 내년 1월 경사노위 참여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투쟁은 투쟁대로, 사회적 대화는 사회적 대화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민주노총 창설 멤버이자 위원장을 지낸 문 위원장의 고언을 민주노총이 귀담아듣기 바란다.
2018-10-30 17: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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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무너진 증시, 정부 대책 한가하다
코스피 지수가 29일 2000 선이 무너졌다. 22개월 만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바삐 움직였다. 금융위원회는 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5000억원 규모의 증시안정자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금융투자협회도 같은 날 긴급회의를 열어 정부 방침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이달 들어 한국 증시는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미끄럼을 타고 있다. 외국인들도 발을 뺄 조짐을 보인다. 10월에만 수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여태껏 정부는 지켜보자는 태도로 일관했다. "경제 펀더멘털은 튼튼하다. 한국은 다른 신흥국과 다르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은 심상찮게 돌아갔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통상전쟁은 장기전으로 돌입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바로 그 영향을 받는다. 성장률도 예전에 비해 축 처졌다. 현대차를 비롯해 기업 실적악화를 우려는 목소리도 커졌다. 사방 어딜 둘러봐도 한국 경제에 박수를 칠 만한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뒤늦게나마 금융당국이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 정도론 태부족이다. 시장에선 문재인정부가 경제를 홀대한다고 본다. 통일·안보에 치중한 나머지 경제는 국정 순위에서 뒤로 밀렸다는 것이다. 지지율 조사에도 이 같은 시각이 반영돼 있다. 29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58.7%로, 6주 만에 다시 50%대로 떨어졌다. 리얼미터는 공공기관의 채용비리와 함께 증시 급락, 경제소홀론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늘 통일·안보에서 점수를 따고 경제에서 까먹는다.우리는 문 대통령이 비판적인 이코노미스트들의 말에도 좀 더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때론 장관이나 경제비서관보다 국외자들이 경제를 더 냉정하게 본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27일 페이스북에 "경제정책 오류는 범죄"라며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썼다가 지웠다. 20년 전 외환위기 때도 정부는 펀더멘털이 튼튼하니 걱정 말라고 했다. 김 부의장은 이를 꼬집은 것이다. 증시는 선행지표다. 코스피·코스닥 지수 급락은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한다. 황교안 전 총리는 28일 페이스북에서 문재인정부가 "멀쩡한 경제를 망가뜨리는 정책실험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경제·일자리 정책을 '빵점'으로 평가했다. 이런 소리가 듣기 싫다면 당장 시장에서 경제홀대론부터 지우는 게 급선무다. 현실은 어떤가. 정부는 카풀 같은 공유경제 서비스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끙끙댄다. 의료개혁은 아예 손도 못 댄다. 혁신성장 슬로건이 부끄럽다. 이래선 경제홀대론을 잠재울 수 없다.
2018-10-29 16: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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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태양광·풍력단지 전환 뜬금없다
문재인정부가 2022년까지 전북 새만금 일대에 원전 4기 용량(4GW)과 맞먹는 초대형 태양광·풍력 발전단지를 만드는 계획이 표면화되고 있다. 민간자본 10조원을 동원하려는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조성 프로젝트다. 새만금을 환황해권 경제거점으로 키우겠다는 문재인정부의 애초 약속이 변질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 개발사업이 난데없이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바뀌면서 지역 여론도 술렁거리고 있다. 청와대 측은 이 계획을 청와대 주도하에 비밀리에 진행해 왔다는 일부 보도를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새만금은 전북도의 숙원사업인데 전북의 수많은 관계자, 관계기관과 쭉 상의해왔다고 보는 게 상식 아니겠느냐"면서다. 하지만 지난 30여년간 온갖 진통 끝에 간신히 마련한 새만금 프로젝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하루아침에 바뀐 게 보통 문제인가. 이 과정에서 그 흔한 공청회 한번 거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 지역 야당 의원들조차 모르는 사이에 추진되고 있었다니 더욱 그렇다. 1987년 노태우정부에서 시작된 새만금 사업은 본래 농지로 활용하려던 간척사업이었다. 이명박정부에서 농업·산업·관광 복합개발로 수정되는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역민의 기대치를 높였다. 문재인정부가 이를 '태양광 메카'로 전환하려하니 전북 도민들로선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커진 셈이다. 가뜩이나 전국 곳곳에서 환경훼손 등을 이유로 태양광 발전이 벽에 부딪혀 있다. "정부가 지지부진한 재생에너지 공약 달성을 위해 새만금을 희생양 삼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욱이 태양광·풍력은 세계적으로 아직 고비용·저효율 에너지원이다. 초원지대와 해안선을 따라 풍력·태양광 발전소를 세우며 석탄발전소를 퇴출시킨 남호주의 사례를 보라. 기상상황에 따라 전력공급이 불안정한 재생에너지 발전을 백업하기 위해 값비싼 가스로 화전을 가동해 결국 전기료만 잔뜩 올리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혹여 호주나 덴마크에 비해 일조량이나 풍량 등 발전 입지가 더 열악한 새만금 태양광·풍력 발전소가 애물단지가 된다면 책임은 누가 질 텐가. 태양광·풍력 클러스터 조성이 지역이나 국가 경제에 진짜 도움이 될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온당하다. 30일 정부의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은 이를 위한 공론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2018-10-29 16: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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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 경영에 정부가 끼어들지 마라
우리은행이 금융지주사 회장 선출방식을 정하지 못했다. 지난주 이사회를 열었지만 다음달 7일 금융위원회가 지주사 전환에 공식 승인을 내준 뒤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사회가 금융위 눈치를 본 결과다. 지난해 봄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우리은행이 큰 변화를 겪었다. 작년 12월엔 이광구 행장이 채용비리에 걸려 물러나고, 손태승 행장이 후임으로 뽑혔다. 최근엔 우리은행이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한 뒤 새 회장을 뽑는 방식을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주주로서 나름의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취임한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국감에서 "최대주주로서 지분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를 정부 개입 시그널로 받아들였다. 우리은행 이사회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 배경엔 경쟁 민간은행과 다른 우리은행만의 독특한 지분구조가 있다. 우리은행은 민간은행이면서 동시에 정부은행이다. 증권·생명·자산운용사 등 7개 과점주주가 27% 넘는 지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대주주는 여전히 예보(18.43%)다. 국민연금도 9.3%를 갖고 있다. 이러니 정부(금융위)가 예보 지분을 앞세워 우리은행 경영에 간섭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예보, 곧 정부가 1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는 신사협정에 어긋난다. 2년 전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예보 지분 51% 가운데 큰 몫을 7개 민간투자자에게 넘겼다. 그때 "우리은행 자율경영에 대한 정부의 약속은 꼭 지켜질 것"이라고 말했다. 예보가 1대 주주로 남지만, 경영엔 간섭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시장은 이로써 우리은행이 민영화를 달성한 걸로 평가했다. 만약 지금 정부가 끼어들면 스스로 다짐한 약속을 깨는 것이다. 정책이 시장에서 신뢰를 가지려면 일관성이 중요하다. 국정을 농단한 정책이 아니라면 박근혜정부가 한 약속은 문재인정부도 지켜야 한다. 장차 우리금융지주가 누굴 회장으로 뽑든 선택권은 민간 주주들에게 맡기는 게 옳다. 공연히 정부가 엉뚱한 인물을 내려보내기라도 했다간 애써 쌓은 민영화 공든탑이 무너질 판이다. 오히려 정부는 나머지 예보 지분도 이른 시일 안에 매각하는 절차를 밟기 바란다. 지주사 전환과 함께 완전한 민영화야말로 우리은행이 원하는 바다. 예보는 오로지 공적자금 회수에만 힘을 쏟으면 된다. 이명박정부 때 이른바 금융권 '4대 천왕'이 온갖 말썽을 빚었다. 관치는 늘 뒤끝이 좋지 않다. 이광구 후임으로 손태승 행장을 뽑을 때 정부는 자제심을 보였다. 손 행장은 민간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뱅커 출신이다. 이번에도 정부의 자제심을 촉구한다.
2018-10-28 17: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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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민간 영역으로 놔두라
소상공인들의 상품대금 결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로페이' 시대가 연말께 열릴 모양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서울시와 손잡고 29일부터 공동가맹사업자 모집에 들어간다. 정부와 서울시는 가맹사업자 모집에 이어 12월 시범시행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인 제로페이 시대를 열 계획이다. 제로페이는 음식값 등 대금 결제과정에서 중간단계인 밴(VAN)사와 카드사를 거치지 않고 손님이 사업자에게 직접 대금을 지급해 수수료 부담을 없애는 대금 직접결제 방식이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벌이는 '제로페이' 정책은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 문재인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따라 취임 후 2년 내리 최저임금을 두자릿수 올렸다. 영세사업자와 소상공인들은 2년간 29%에 달하는 최저임금 과속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결제수수료 인하 카드를 들고 나왔다. 제로페이는 서울을 필두로 부산, 경남, 인천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관 주도로 서비스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결제수수료를 줄여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제로페이 도입 취지는 좋다. 문제는 결제수수료 시장이 과연 관이 직접 나서서 사업을 벌여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시장 자율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제로페이는 중국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를 벤치마킹했다. 알리페이 탄생과 성공은 중국 정부의 개입이 없는 순수 민간혁신의 산물이다. 그만큼 전문성과 자율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그런데 정부는 가맹사업자 모집까지 직접 나서서 챙기려 한다. 서울시는 제로페이(서울페이)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공무원 총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직불형 모바일 카드(제로페이)가 도입되면 중간 단계가 없어져 수수료 인하 효과가 있다"며 "결제시장 전반의 쇄신,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다만 은행들을 압박해 인위적으로 수수료를 내리고, 지자체가 가맹점을 관리하는 데 따른 한계를 지적했다. 결제수수료 혁신은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제로페이 도입은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것을 넘어 결제수수료 시장 전반의 경쟁력 제고와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민간에 맡기고 정부와 지자체는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제도적·행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2018-10-28 17: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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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한국 車, 노사가 뭉쳐야 산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엔진이 식고 있다. 맏형 격인 현대차부터 1·2·3차 납품업체들까지 시름시름 앓는다. 지난 3·4분기 현대차 영업이익(2889억원)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76% 줄었다. 같은 기간 기아차 영업이익은 117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7% 줄었다. 쌍용차는 7분기 연속 적자 늪에 빠졌다. 적자투성이 한국지엠은 회사 분할을 놓고 노사가 또 맞붙었다. 납품업체들은 더 죽을 맛이다. 부품사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최근 정부에 3조원 넘는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누가 봐도 한국 자동차 산업 생태계는 정상이 아니다. 부진을 초래한 원인은 많다. 중국은 사드 보복을 일삼았고, 미·중 통상마찰로 수출 환경이 나빠졌다. 환율도 한국에 불리한 쪽으로 움직였다. 더 깊이 캐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고비용·저효율 구조에 닿는다. 현대차 직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하지만 효율성은 도요타 같은 경쟁사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해마다 파업을 되풀이한다. 사실 이런 악조건 아래서 현대차가 여태껏 버틴 게 용하다. 현대차는 노사 모두 각성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통적인 자동차 메이커가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진다. 구글은 웨이모(Waymo)라는 자회사를 두고 있다. 웨이모는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주자다. 유튜브에서 웨이모를 검색해 보라. 자율주행차가 먼 미래가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굴러다니기 시작하면 차는 소유에서 공유 개념으로 바뀐다. 머잖아 개인이 소유한 자동차 대수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면 어떤 자동차 회사도 살아남기 힘들다. 현대차 노조는 강성으로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노조도 회사라는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연봉 올려달라고 파업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을 상대로 미래 생존전략을 내놓으라고 졸라야 한다. 현대차가 어떤 회사인가. 1975년 첫 모델 포니를 내놓자 세상이 조롱했으나 정주영 창업주는 끈기 있게 앞으로 나아갔다. 2대 정몽구 회장은 싸구려 이미지를 털고 현대차를 메이저 회사로 키웠다. 그 뒤엔 국민들의 애국심도 한몫했다. 이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나설 차례다. 세계 자동차 산업은 한 세기 만에 최대 격변기를 맞았다. 현대차 노사가 똘똘 뭉쳐 이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길 바란다.
2018-10-26 17: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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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불황 이대로 둘 텐가
건설업 경기가 20년 만에 최악의 불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3·4분기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건설투자가 전분기 대비 6.4%나 격감했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감소율이다. 부진한 것은 투자만이 아니다. 건설업 생산도 5.3%나 줄었다. 역시 2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다. 건설업 불황 조짐은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산업활동 동향에서도 감지된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석달 연속 건설업 생산이 전월보다 6.2%씩 줄었다. 건설업 분야 투자·생산의 급격한 감소는 내수부진과 성장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3·4분기 성장률 0.6%에 대한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1.1%포인트였다. 내수가 성장률을 1.1%포인트 끌어내리는 작용을 했다는 뜻이다. 건설업 불황은 재난 수준인 고용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위험이 크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6만명(9월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의 8%를 차지한다. 제조업 취업자(451만명)의 절반에 가깝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건설수주액이 전년 대비 23조6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주 감소는 건설투자 감소로 이어져 향후 5년간 산업생산이 52조1000억원, 취업자 32만6000명이 각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 불황의 원인을 살펴보면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대책 남발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가 화근이 됐다. 정부는 출범 후 1년4개월이 지나는 동안 일곱번의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거의 두달에 한번꼴이다. 대책 내용은 세금을 무겁게 물리거나 돈줄을 조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9·13 대책'에 서울 외곽에 30만가구를 짓는 공급확대 방안을 포함시켰지만 너무 늦었다. SOC 예산이 2년 연속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향후 수주량 격감으로 도산하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건설경기를 우대하지는 못할망정 홀대해서는 안된다. 기본적으로 집값이 폭등하는 것은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수급 불안이 해소되면 투기꾼이 붙지 않는다. 설혹 투기가 만연하더라도 투기꾼을 응징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요컨대 시장 수급 문제를 선악의 문제로 풀려 해서는 안된다. 이대로 가면 정부는 머지 않아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기 전에 집값 문제에 대한 친시장적 접근과 SOC 예산 정상화를 검토해주기 바란다.
2018-10-26 17: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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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센토사 합의, 비핵화 물꼬는 텄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만났다. 70년 가까이 적대관계였던 양국 간 최초의 정상회담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 체제보장을 놓고 벌인 '세기의 담판'이었다. 이번 빅딜이 성공했느냐를 놓고 당장엔 회의적 시각이 많지만, 후속 회담을 통해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대사변이 연출될 여지는 있다고 봐야 하겠다. 미국과 남북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남은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할 출발선에 선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상적"이라고 회담 결과를 자평했다. 그의 기대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노력하고 양국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내용의 공동합의문에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러면서 그는 "포괄적 합의"라며 평화체제, 미군 유해송환 등을 포함한 4개항의 공동합의문 성격을 규정했다. 그 스스로 핵심 의제인 북한 비핵화 이행 로드맵의 구체성이 부족함을 인정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미국이 요구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와 북한이 원하는 '완전한 체제보장'(CVIG)을 둘러싼 거래가 이렇게 봉합된 건 뭘 뜻하나. '원샷 CVID'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북측이 고집해온 단계적 비핵화를 일부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가 백악관 초청 의사를 밝히는 등 양측이 정상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기로 한 것은 '굿 뉴스'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양측이 이번 회담에 100% 만족하지 못해 연장전을 갖기로 했다는 의미가 아닌가. 그렇다면 비핵화를 둘러싼 양측의 수싸움은 이제 시작인지도 모른다. 이번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받아갈 것만 챙기고 비핵화 과정을 원점으로 되돌리거나, 거꾸로 미국 의회 비준 과정에서 관계 정상화가 제동이 걸릴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한반도 평화 구축 차원에서 이번 회담의 의미는 작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이라며 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양측이 4.27 판문점합의를 재확인한 건 다행이나, 합의문에 CVID 문구가 빠진 것은 불길한 조짐이다. 한반도 이슈의 당사자이자 중재자로서 문재인정부의 역할도 본격적 시험대에 올랐다고 봐야 한다. 비핵화가 완전한 출구에 이를 때까지 동맹인 미국과 호흡을 잘 맞춰야 할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 방침과 함께 장차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해 걱정스럽다. 국내 정치일정에 쫓긴 트럼프 대통령이 CVID 이행 전에 북한의 대륙간탄도탄(ICBM) 폐기를 얻어내는 선에서 북측에 '체제 보장'을 해주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현실화돼선 곤란하다. 그런 맥락에서 김 위원장이 회담 전야에 현지의 명소를 참관한 뒤 "싱가포르에서 배우려 한다"고 한 발언이 주목된다. 그의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차원에서다. 북한이 핵을 내려놓고 정상국가의 길을 걷는다면 우리나 국제사회가 이를 돕지 않을 까닭은 없을 것이다.
2018-06-12 17:4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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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판문점 선언, 평화 주춧돌 놓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70년 분단사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가진 역사적 대좌였다. 두 정상이 개성에 남북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각종 민족공동행사 개최를 추진키로 합의한 것은 고무적이다. 남북이 대결에서 평화와 공동번영의 길로 전환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차원에서다. 이날 판문점 선언으로 싹튼 평화의 싹이 올가을 평양에서 두 정상이 다시 만날 때는 한반도 전역에서 만개하기를 기대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날 정상회담에서 일군 몇 가지 구체적 합의는 반길 만하다. 8.15 이산가족 상봉 행사 진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갖고,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5월 중 장성급회담을 개최하기로 했으니 말이다. 연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전환 추진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북측이 그간 기피했던 남북 간 핵 대화에 응한 것도 일단 긍정적 신호다. 그러나 판문점 공동선언을 곱씹어 보면 아쉬운 대목도 눈에 띈다. 한반도 비핵화, 평화 정착, 남북관계 발전 등 3대 의제를 지향하겠다는 염원은 담겼으나 최대 현안인 북핵 폐기를 위한 확고한 로드맵이 안 보여서다.
물론 70년 체제 대결의 시대가 하루아침에 종식되긴 힘들 게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핵동결 의지를 높이 평가했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나 국민적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한 느낌이다. 언제든 민족적 참화를 부를 시한폭탄을 제거할 담보 없이는 평화 구축이나 남북관계 진전 등 여타 합의들의 의미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2000년 6.15공동선언 그리고 2007년 10.4선언 등 기념비적 합의문들이 휴지조각이 된 까닭이 뭔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개혁.개방보다 핵무장 등에 기대 체제를 지키려는 세습정권의 의중이 주요인이었다.
그렇다면 문재인정부가 갈 길은 아직 멀다. 아무리 그럴싸한 평화체제를 만들 설계도를 그리더라도 북한의 비핵화라는 토대를 다지지 못하면 사상누각을 세우는 격임을 유념할 때다. 북측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CVID)' 방식으로 핵.미사일을 폐기하도록 계속 설득해야 한다. 후속 정상회담과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분야별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니 그래서 다행스럽다. 북측의 선언적 수준이 아닌, 구체적 핵 폐기 의사가 확인될 때까지 대북제재 공조 유지가 불가피함은 불문가지다.
차제에 김 위원장의 통 큰 발상의 전환도 절실히 요구된다. 비무장지대나 서해상의 긴장완화 합의를 넘어 한반도 전역의 평화모드 전환이 완성되려면 비핵화는 필수 통과의례다. CVID식 비핵화를 결심해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완전하고 확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보장(CVIG)'을 받는 게 유일한 출로다. 6월로 예상되는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핵.미사일 개발 중단 약속을 넘어 완성한 핵무기와 은밀히 추출 중인 핵 원료까지 말끔히 없애겠다는 약속을 하기 바란다. 나아가 주민들이 외부세계를 접할 수준의 개혁.개방의 대도로 나오지 않으면 북한의 정상국가화도, 피폐한 경제의 회생도 불가능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2018-04-27 17: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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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네오콘 볼턴 등판, 커진 한국 중재 책임
북핵을 둘러싼 미.북 간 밀고 당기기 게임이 거칠어질 참이다. 대북 '초강경파'로 꼽히는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2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발탁되면서다. 그러잖아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 같은 '매파'가 포진한 외교안보팀에 그가 가세하면서 미국의 대북 압박이 더욱 강화될 게 뻔하다. 자칫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가 꼬여들 소지도 없지 않다. 미.북 관계개선을 통한 북핵 해법을 찾고자 하는 문재인정부의 역할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볼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예방적 성격의 선제공격' 논리를 폈던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핵심이다.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면서다. 그가 북핵 대응 과정에서 선제공격론을 불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주한미군이 내달 중순 한국 내 미국 민간인을 해외로 대피시키는 훈련을 실시하는 특이동향과 맞물리면서다. 이는 정부 입장에서 좋은 소식은 아니다. 북핵 동결을 입구로 대화를 시작해 경제적 보상과 북핵 폐기를 빅딜하려는 구상이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다.
물론 볼턴 내정자도 "과거 발언들은 다 지나간 일이며 중요한 건 대통령이 하는 말"이라고 했다. 일단 북한과 대화는 해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매파 일색의 트럼프 외교안보팀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기 전에 제재를 완화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 외려 '선 핵 포기, 후 보상' 의지를 고수하면서 미.북 정상회담이 차질을 빚을 개연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부가 남북,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막연한 낙관론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 무엇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볼턴 간 긴밀한 협의 채널 구축이 급선무다. 양대 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 프로세스가 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상황이 달라진 만큼 미.북 사이에서 비핵화를 중재해온 정부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남북 고위급회담 채널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관건임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혹여 '선 보상, 후 핵 폐기'를 성급하게 약속해 김정은 정권이 오판하게 해선 결코 안 될 것이다.
2018-03-25 16: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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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추경, 재정중독증 아닌가
정부가 15일 청년일자리 대책을 또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 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대책에는 예산과 세제, 금융, 규제 등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총동원된 느낌이다. 겉모습만 보면 '특단의 대책'으로 불릴 만하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효과가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기존 대책을 재탕 삼탕한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주는 지원금을 당초 연간 667만원에서 900만원으로 늘리고, 지원대상에 중견기업도 포함시키는 식이다. 중기 취업자의 소득세 감면율도 당초 70%에서 전액 감면으로 확대한다. 새로운 해법을 찾거나 발상의 전환을 하기보다는 기존 사업에다 예산지원만 늘린 꼴이다.
4조원짜리 미니추경 얘기도 나온다. 다음달 중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중기 취업 청년 소득세 면제 등을 포함한 세제개편안도 함께 추진된다. 예산을 더 풀고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다고 기업들이 얼마나 일자리를 늘릴지는 의문이다.
청년실업 문제는 인구구조 변화와 맞물려 더욱 해결이 어려운 과제다. 저출산 여파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드는 추세 속에도 '에코부머'로 불리는 20대 후반 인구는 앞으로 5년간 39만명이나 늘어난다. 고용여건은 그러잖아도 어렵다. 대외적으로 미국 금리인상과 '트럼프발' 무역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고 국내적으로는 조선.해운 구조조정에다 한국GM 사태까지 겹쳤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은 10만4000명으로 줄었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32만명)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이 같은 대내외 상황을 종합해보면 지금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라는 판단은 옳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해법은 옳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11조원짜리 일자리 추경을 편성했지만 고용사정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9%로 통계방식 개편 이후 역대 최악이었고, 체감실업률은 22.7%까지 치솟았다. 그런데도 똑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풀겠다고 추경을 다시 들고 나왔다. 일자리정책의 근본적 방향 전환이 없다면 이번에도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 스스로 '일자리 정부'임을 자임했다. 올 들어 급격히 악화된 고용상황은 일자리정부의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동안 해온 일자리정책의 성과를 따져보고 전면적 방향 전환 여부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 시장에서 반(反)일자리정책으로 인식된 정책들, 즉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제로화, 근로시간 단축 등을 계속 끌고 가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정부가 예산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일자리정책 전반을 재점검해보기 바란다.
2018-03-15 17: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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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노조, 머리띠를 풀어라
한국GM 노조가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섰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지난달 28일 빗속에서 "군산공장 폐쇄철회" "구조조정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자리가 걸렸을 때 노조가 양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회사가 백척간두에 섰다면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 모두가 패자가 되는 길만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 재무제표는 엉망이다. 지난해 약 9000억원 적자를 냈다. 2014년부터 4년 누적적자가 3조원에 이른다. 부채비율은 최근 몇년간 수백%를 오르내리더니 2016년엔 무려 8만%를 넘어섰다. 당연히 자본잠식에 빠졌다. 이런 회사에서 노조원들은 꽤 높은 연봉을 받는다. 이건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다.
회사가 다 잘했다는 게 아니다. 경영진도 문제투성이다. 미국 GM 본사는 한국 공장에서 잘 만들던 브랜드를 없애더니 철수설을 흘렸다. 군산공장 폐쇄도 불쑥 꺼냈다. 본사에서 온 간부는 국회에서 정치인을 만나느라 바쁜 일정을 보냈다. 세금을 지원해 달라면서 되레 일자리와 물량배정을 카드로 '갑' 행세를 한다. 한참 잘못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노조에 양보를 당부한다. 글로벌 기업 GM은 한국 사업을 접고 떠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조원들에게 돌아간다. 지난 2009년 GM 본사 사례를 참고로 삼을 만하다. 당시 GM은 고유가와 금융위기로 휘청거렸다. 그러자 GM 노조가 속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의료지원.연금을 비롯한 복지 혜택을 대폭 줄이고 2015년까지 파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GM은 뉴욕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파산법 챕터 11)했고 오바마 행정부는 자금을 지원했다. 이를 바탕으로 GM은 빠른 속도로 재기에 성공했다. UAW는 파업유예 약속을 끝까지 지켰다.
1935년 설립된 UAW는 미 노동계를 대표하는 강성 노조다. 과거 그 우산 아래서 GM 노조원들은 넉넉한 삶을 즐겼다. 하지만 회사가 위기에 빠지자 UAW는 기꺼이 현실적인 노선을 택했다. 복지.임금을 챙기기보다 미 자동차산업 자체를 살리는 게 급선무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학철부어란 고사성어가 있다. 수레바퀴 자국에 물이 고여 있다. 그 안에서 붕어가 팔딱거린다. 이 붕어에겐 당장 한 바가지 물이 급하다. 멀리 떨어진 강까지 다녀올 여유가 없다. 금속노조는 집회에서 "한국GM을 나락으로 빠뜨린 원인을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불이 나면 일단 끄는 게 급하다. 원인을 따지는 건 나중이다. 한국GM 노조가 머리띠를 풀고 당장 회사를 살리는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길 바란다.
2018-03-01 16: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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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하고 싶은 나라를 만들자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가발과 오징어, 텅스텐을 수출하던 가난한 개발도상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휴대폰, 심해저 시추선까지 척척 만들어내는 나라로 탈바꿈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대학교 공대 교수들이 공동저서 '축적의 시간'(2015년)에서 내린 평가다. 하지만 그런 대한민국이 고장 났다. "지난 10년이 넘도록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산업군과 기업이 생겨나지 않아서 성장이 정체되고, 일자리의 질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축적의 시간'에서 교수들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시간을 들여 경험과 지식을 쌓고 숙성시키자"고 말한다. 거기서 부가가치가 높은 핵심기술과 창의적 개념설계 역량이 나온다는 것이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다. 수백년 산업화에 앞선 선진국들은 이미 그러한 경험을 활용하는 데 능하다. 우린 이제 시작이다. 경험과 지식을 쌓아 대한민국이라는 수레바퀴를 다시 돌릴 최상의 전략은 무엇일까. 우리는 기업을 자유롭게 놓아줄 것을 제안한다. 제조업체도 놓아주고 은행도 놓아주자. 자본주의에서 부를 창출하는 주인공은 단연 기업이다. 기업은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낸다. 정부가 아무리 기를 써도 기업만큼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 불행히도 우리는 기업을 옥죄는 데만 힘을 쓴다. 박근혜정부는 기업을 주머닛속 공깃돌처럼 여기다 된통 당했다. 그 통에 몇몇 기업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곤욕을 치렀다. 문재인정부도 기업을 보는 눈이 곱지 않다. 특히 대기업이 그렇다. 법인세율을 최고 22%에서 25%로 올린 것을 보면 안다. 무엇보다 타이밍이 좋지 않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는 법인세율을 최고 35%에서 21%로 뚝 떨어뜨렸다. 우리보다 4%포인트 낮다.한번 생각해 보라. 당신이 기업인이라면 어느 나라에 공장을 짓고 싶겠는가. 원래 미국 같은 선진국은 세율이 높은 편이다. 그래도 자본 투자가 끊이지 않는다. 시장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거꾸로 신흥국들은 전통적으로 낮은 세율이 무기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세상 최강국 미국의 법인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2%를 밑돈다. 영국.일본 같은 나라들도 세율 인하에 동참했다. 우리만 거꾸로 간다.중소, 영세 기업들도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문재인정부는 중기인들의 여망을 담아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11월 말 중기부 출범식에서 "문재인정부의 핵심 부처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런 문재인정부가 중기와 영세상인들로부터 원성을 듣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두말할 나위 없이 그것은 최저임금을 비현실적으로 대폭 올렸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중기와 영세상인을 중시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선순위를 보면 노조에 밀린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거창한 목표에도 눌린다. 이런 판에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시한폭탄까지 재깍거린다. 중기는 이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몰라 속이 타들어간다.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를 다루는 모습을 보면 현 정부의 짙은 반기업 정서를 읽을 수 있다. 어느날 갑자기 수천명 제빵사를 직접고용하라니, 어떤 기업이 이런 지시를 감당할 수 있을까. 고용부는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과태료까지 물렸다. 파리바게뜨 사태는 파견법이 가진 한계를 드러냈다. 파견법은 32개 업무에 한해 파견근로를 허용한다. 제빵사는 여기서 빠진다. 따라서 파리바게뜨 본사 직원이 제빵사한테 업무지시를 내리면 불법이다. 법을 지키려면, 파리바게뜨는 제빵사가 고용된 협력업체에 연락해서 협조를 구하고, 그 협력업체가 제빵사에게 지시를 내려야 한다. 한시가 급한 생산 현장에서 이런 불합리가 또 있을까. 그런데도 고용부는 파견법의 맹점엔 눈을 감았다.기업을 옥죄는 일은 금융업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당국이 은행을 마치 산하기관인 양 취급하는 관행이 여전하다. 이게 관치다.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셀프 연임'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관치 폐해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한국 경제의 약점 중 하나는 제조업과 금융의 비대칭 성장이다. 제조업에선 일류 기업이 꽤 나왔지만 금융엔 내로라할 상업은행도 투자은행(IB)도 없다. 은행들이 관치 중량감에 짓눌린 나머지 날개를 활짝 펼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에 자율 특효약을 주지 않는 한 '금융의 삼성전자'는 요원하다. 1983년 한국은 반도체 신화에 첫발을 디뎠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D램을 만든다는 소식에 일본 미쓰비시연구소는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는 5가지 이유'라는 조롱 섞인 보고서를 냈다('축적의 시간'). 그로부터 9년 뒤인 1992년 삼성전자는 D램 시장에서 도시바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문제는 지금이다. 수십년째 삼성전자에 견줄만한 기업이 나오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성공 스토리 뒤에는 전자공학이 있다. 한 세대 전 한국의 수재들은 줄지어 전자공학과로 진학했다. 요즘 수재들은 죄다 의대로 간다. 하지만 의료산업은 규제 그물로 칭칭 감겨 있다.기업이 맘껏 뛸 수 있게 놓아주자. 일자리정부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기업에서 일자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오징어를 수출하던 나라가 휴대폰을 척척 만드는 나라가 됐다. 장차 인공지능(AI).자율주행차 같은 4차산업에서도 한국 기업이 선두에 설 수 있다. 새해부터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활짝 열린다. 그 주역도 기업이다.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열개, 스무개는 더 나와야 한다. 기업의 기가 살아야 경제도 산다.
2017-12-31 16: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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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서 원전 수주 개가 … 탈원전 재고하길
한국전력이 6일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사업권을 사실상 따냈다. 수주전에서 중국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면서다. 2025년까지 원자로 3기를 짓는 21조원 규모 사업이다. 한전이 완공 후 전기를 팔아 투자비를 회수할 때까지 몇 번의 고비는 남았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 이후 8년 만에 국내의 탈원전 기류 속에서 올린 개가라 그 의미는 자못 크다.
이번 수주로 한국 원전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공인받았다. 한국형 3세대 원전 모델인 'APR 1400'이 까다로운 유럽의 안전성 검사를 통과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더욱이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제4세대 원전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소프트웨어를 원전 선진국 프랑스에 수출하기로 했다니 겹경사다. 이로써 원전 2기 건설을 계획 중인 사우디아라비아발 수주전을 앞두고 유리한 발판도 놓았다. 차세대 원전은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의 주력산업을 잇는 신수종 사업이라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너무 경직돼 보이는 게 걱정이다. 자국 내에서 '원전 제로'를 지향하는 나라에 해외 원전시장인들 선뜻 문을 열어주겠나.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내의 탈원전과 수출은 별개라며 무어사이드 수주전도 측면 지원하긴 했다. 그러나 마지막 원전 수출이 안 되려면 더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원전의 안전성이 염려된다면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부터 문을 닫아야지 안전기술이 강화된 차세대 원전 건설을 포기할 까닭은 없다.
더욱이 원전시장은 고부가가치의 일자리를 만드는 블루오션이다. 탈원전 찬바람으로 연구인력과 부품 조달 등 원전산업의 생태계를 고사시켜선 안 된다. 세계 최초로 원전을 세웠던 영국이 우리에게 손을 내민 배경이 뭘까. 1995년 이후 신규 원전을 중단하는 바람에 기술인력의 대가 끊긴 결과다. 우리에게도 벌써 불길한 조짐이 보인다. 원전 관련 기업이 최근 원전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한다. 원전기술 인재들의 해외이탈 징후는 더 심각하다. 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로 갈 경우 한국형 원전기술 노하우가 통째로 유출될 공산이 커서다.
지금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은 원전을 다시 늘리거나 원전 축소계획을 재고하는 추세다. 얼마 전 방한했던 스티브 추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독일의 탈원전 정책을 본받지 말라고 충고했다. 바야흐로 세계적으로 원전 신르네상스가 열리려는 차에 우리가 석탄발전을 늘려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고 있는 독일을 뒤쫓을 이유는 없다. 지나친 탈원전 드라이브로 어렵사리 쌓은 원전기술을 사장시키는 역주행은 더욱 곤란하다.
2017-12-07 16: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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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리 인상 … 가계빚 연착륙이 관건
한국은행이 11월 3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올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6년5개월 만이다. 이로써 지난해 6월 이후 지속된 1.25%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금리 인상기로 접어 들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유동성 잔치가 끝나고 긴축의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긴축은 정부와 가계, 기업의 고통을 수반한다. 한은은 지난 6년여 동안 모두 8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를 3.25%에서 사상 최저수준인 1.25%까지 끌어내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고온 장기불황에서 탈출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수출이 살아나며 3.4분기 성장률이 1.4%까지 높아졌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3.0%로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3% 수준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저금리가 경기회복에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부작용을 몰고온 것 또한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가계빚 폭증이다. 가계빚은 3.4분기말 현재 1419조원으로 우리 경제의 안정을 위협하는 최대 뇌관이다. 절대규모도 문제지만 증가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이 더 큰 위협이다. 지난해의 경우 증가율이 11.6%로 경상성장률의 2배를 넘었다. 올 들어 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가계빚 폭증은 초저금리와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가 맞물려 빚어낸 현상이다.
경기회복, 가계빚 폭증, 미국의 금리정책 동향 등 복합적인 요인들을 감안할 때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미 연준의 다음달 금리인상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한.미 간 금리 역전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도 없다. 그러나 금리인상은 양날의 칼이다. 가계빚 억제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취약계층의 이자부담을 키워 연쇄 부실화로 인한 금융불안의 소지도 안고 있다. 한은은 시중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연간 2조3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원금이 워낙 크다 보니 이자율이 조금 올라도 가계는 이자폭탄을 맞는 셈이다. 이자부담이 늘어나면 가계의 소비여력이 고갈돼 내수위축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금융불안 위험은 더욱 커진다. 따라서 적절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이주열 총재는 "국제 경기 여건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신중히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인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긴축 시대가 시작됐지만 금리인상의 속도는 최대한 늦춰야 한다. 한은은 금리인상에 따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2017-11-30 17: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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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주총 결과를 주목한다
KB국민은행을 자회사로 둔 KB금융지주가 20일 임시주총을 열어 새 회장을 뽑는다. 현 윤종규 회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주총에선 또 노조가 주주 자격으로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변경 건을 처리한다. 노조 제안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KB금융지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 금융그룹이다. 경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임시주총이 마무리되길 기대한다.
윤종규 회장은 2014년 취임했다. 지난 3년간 실적은 쟁쟁하다. KB금융 주가는 3만원대에서 6만원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올해 순이익은 사상 처음 3조원 돌파를 코앞에 뒀다. 경영실적만 보면 연임을 막을 이유가 없다. KB금융 외국인 지분율은 69.07%에 이른다. 개별적으론 국민연금이 최대주주(9.68%)다. 윤 회장은 주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주총을 앞두고 관치 재발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이달 초 우리은행 이광구 행장은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사퇴할 뜻을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경찰이 KB금융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노조 설문조사에 회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KB금융은 제2의 우리은행이 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당연하다. KB금융에 정부 지분은 단 한 주도 없다. 이명박정부 때 금융계는 이른바 '4대 천왕'이 지배했다. KB금융도 그중 하나였다.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KB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주총에서 선임될지도 관심사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노동이사제 도입을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기업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나아가 노동이사제를 민간기업에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KB노조는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더 놀라운 건 국민연금의 태도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그것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자체 결정했다. 박근혜정부에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의결권 행사로 곤욕을 치렀다. 그 여파로 기금운용본부장은 몇 개월째 공석이다. 마침 이달 초 김성주 전 민주당 의원이 새 국민연금 이사장에 취임했다. 금융지주사 이사회에 노동이사가 참석하는 것이 옳은지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국민연금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물론 국민연금이 찬성한다고 노동이사 안건이 자동 통과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주주들이 반대하면 어떤 안건도 처리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행여 국민연금이 정권 입맛에 맞는 정치색을 띨까봐서다. 그런 일이 없길 바란다.
2017-11-19 17: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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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서도 강진, 체계적 대응 돋보였다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했다. 작년 9월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에 이어 역대 2위 규모다. 세기는 경주보다 낮았지만 충격은 더 컸다. 진원이 얕아 서울과 제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온 국민이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포항에선 길이 갈라지고, 곳곳에서 담벼락이 무너졌다. 인명 피해가 크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큰 지진 뒤에는 꼭 여진이 따른다. 앞으로 상당 기간은 추가 피해가 없도록 경계를 풀지 말아야 한다. 포항 지진의 원인을 놓고 여러가지 분석이 나온다. 작년 경주 지진의 연장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더 멀리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보기도 한다. 땅이 한번 크게 흔들리면 주변 땅도 영향을 받는 게 당연하다. 포항 지진으로 한국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란 게 확인됐다. 포항은 포스코가 들어선 한국 제조업의 메카다. 아래쪽으로 경주·울산·부산, 위쪽으로 영덕·울진이 있다. 제조업체와 원전이 밀집한 곳이다. 다행히 원전 24기는 이상없이 돌아갔으나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은 빈틈없이 안전을 챙기기 바란다. 그렇다고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 지진은 침착한 대응이 필수다. 이웃 일본처럼 지진대비 훈련을 체계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인명과 산업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작년 경주 지진 때 정부는 대응책을 마련했다. 새 건물을 지을 땐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오래된 건물은 내진을 보강한다는 내용이다. 또 2020년까지 동남권 지역 활성단층에 대한 조사를 마치기로 했다. 특히 원전에 대해선 7.0 규모까지 견딜 수 있게 내년까지 내진 보강공사를 하기로 했다. 신규 원전은 당연히 7.0 규모에 맞춰서 짓는다. 보완할 건 보완하되 이 계획과 일정을 착실히 따르면 된다. 이번에 정부 대응은 칭찬할 만하다. 기상청은 지진 발생 후 곧바로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 지역에 따라선 문자를 먼저 받은 뒤 지진을 감지할 만큼 시간이 빨랐다. 경주 지진 때 불거졌던 늑장문자 논란이 사라졌다. 행정안전부는 즉각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고, 김부겸 장관은 포항 현지로 이동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세안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긴급 수석비서관회의를 소집해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포항 지진으로 원전 안전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원전 찬성파에겐 분명 악재다. 하지만 이 역시 막연한 추측보다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차분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지금으로선 7.0 규모에 맞춘 내진설계만으로 충분해 보이지만 그래도 불안하다면 보완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17-11-15 22:5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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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北 일촉즉발 … 안보불감증 걱정된다
한반도로 안보 먹구름이 잔뜩 몰려올 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우리의 핵무기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을 겨냥했다. 전날 '화염과 분노'라는 수사를 동원했던 연장선에서의 경고였다. 북한도 10일 8월 중순까지 괌 포위사격 방안을 완성하겠다고 맞섰다. "화성12형 미사일이 괌 주변 30∼40㎞ 해상에 탄착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다. 물론 아직은 '말 폭탄'이 오가는 단계다. 그러나 우리도 강 건너 불처럼 바라볼 수 없는 위기 국면임은 분명하다.
북한이 '핵 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는 문턱에 올라섰다는 미 국방정보국(DIA)의 평가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사태다. 요행히 북.미가 벼랑 끝에서 타협해 최악의 위기는 해소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북한의 핵.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살게 되는 상황은 그야말로 안보 사변(事變)이다. 분단이 고착될 경우 폭압적 불량정권에 의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이어지는 건 차치하고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의 생존 여건도 극히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안이해 보인다. 북한의 위협적 발언을 '내부 단속용'으로 규정한 채 "한반도 위기설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언급에서 그런 기류가 읽힌다. 물론 정부도 10일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여는 등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하지만 위기설을 잠재울 장기적 구상이나 구체적 실행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아 그다지 미덥지 않게 비친다.
한반도 8월 위기설 탓인지 9일도 전날에 이어 코스피지수는 약세였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아직은 제한적인데 괜히 안보 위기를 부풀리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 때문에 전 세계가 난리인데 정작 한국인들은 놀라울 정도로 심드렁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올 정도라면 문제다. 스스로 '한반도 리스크'를 키울 이유는 없지만 유비무환의 자세로 대비하는 것은 필수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임시배치를 결단하고도 여전히 중국과 반대단체들을 곁눈질하는 까닭이 뭔지 궁금하다. 그러니 10일 시위대들이 성주 기지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막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지는 게 아닌가. 사드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이 나올까봐 말이다. 북한의 핵폭주가 금지선에 다가섰는데도 아직 "북한의 핵.미사일은 뻥"이라는 인식에 머물러 있다면 곤란하다. 정부부터 전술핵을 재배치하든, 아니면 뭔가 다른 내실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도, 시장도 궁극적으로 안심할 수 있을 법하다.
2017-08-10 17: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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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비 절감에 31조, 돈은 누가 대나
정부가 국민 의료비 절감대책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직접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를 원칙적으로 해소하고 고액 의료비로 인해 가계 파탄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63%에서 정체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80%에 한참 못 미친다. 국민이 해마다 내는 건강보험료는 늘어나는데 의료혜택은 제자리여서 불만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실제 한국의 가계 직접부담 의료비 비율(2014년)은 36.8%로 OECD 회원국 평균의 2배 수준이다.정부는 비급여를 원칙적으로 없애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맞는 방향이다. 하지만 의도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10년간 비급여 증가율(11.3%)은 급여 증가율(8.5%)보다 높다. 현재의 의료수가로는 적자라며 병원들이 비싼 비급여 진료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의료수가를 손보지 않고는 정책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이번 대책에는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라는 부제가 붙었다. 뒤집어 말하면 세금이 많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정부 추산으로 2022년까지 5년간 31조원 가까이 들어간다. 그러지 않아도 건보 재정은 위태위태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 노인 의료비가 급증하면서 건보 재정이 내년부터 당장 적자로 돌아서고, 20조원에 이르는 적립금도 2023년이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런 상황에서 31조원의 추가 부담을 더 얹은 것이다. 하지만 재원 마련대책은 뚜렷하지 않다. 건보료를 추가로 더 걷겠다는 얘기도 없다. 건보 재정 누적흑자 20조원과 국고 7조원 지원, 비효율적 지출을 줄이는 게 고작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취지야 백번 옳지만 재정이 뒷받침돼야 지속 가능하다. 우선 그동안 정부가 보험료 예상수입을 고의로 적게 산정해 지원금을 줄였던 행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지난 10년간 이렇게 덜 준 지원금이 15조원이나 된다. 정부는 이제라도 재원 마련대책을 촘촘하게 짜길 바란다. 문재인정부 5년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건보 재정 적자는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데 젊은 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꼴이다. 국민에게는 5년 뒤 '건보료 폭탄'이 날아들 수도 있다.
2017-08-09 17: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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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세 과신하다 큰코 다친다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다. 수출과 투자 증가세가 소비로 확산되지 못하면서 주춤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회복세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엇박자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긴장 고조로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나도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미약한 회복세가 꺾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주요 기관들의 경기를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8일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견고하지는 않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이틀 전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기개선 추세가 약화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하반기에는 수출 둔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물경제 지표들도 나빠질 조짐이 보인다.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19.5%로 높은 수준이었지만 반도체(57.8%)와 선박(208.2%)을 제외하면 2.8%에 그쳤다. 반도체 등 한두 개 품목의 이례적 호황에 따른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6월 전 산업 생산은 전월(2.6%)보다 낮은 1.5% 증가에 그쳤다. 광공업 생산은 -0.2%를 기록했다. 제조업 가동률은 71.6%로 8년 만에 최저다. 경기둔화 조짐이 광범위하게 감지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 세제개편안에 법인세와 소득세 명목세율 인상을 포함시켰다. 정부는 당초 "증세는 최후 수단"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여당이 우격다짐으로 증세안을 밀어붙였다. 법인세율 인상은 기업 투자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회복단계 초입에 들어선 경제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다분하다. 자본시장에 대한 과세 강화는 국내 주식시장이 활력을 잃게 만든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8.2 부동산대책도 마찬가지다. 투기를 잡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 건설경기를 거덜내는 정도까지 가서는 안 된다. 그물을 던져 그 안에 걸려들면 투기꾼과 선의의 거래자를 구분하지 않고 일망타진하는 식의 정책은 곤란하다. 시장은 살리고 투기꾼만 잡는 정책이 돼야 한다. 건설경기가 전체 경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정부는 증세와 8.2대책이 너무 성급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증세는 경제 회복이 정상궤도에 들어선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한 쪽에서 11조원짜리 추경으로 불을 지피고 다른 쪽에서 증세로 찬물을 끼얹는 것이 타당한가. 8.2대책도 거칠고 정교하지 못하다. 필요 이상의 공포감을 주어 시장을 얼어붙게 할 이유는 없다. 정부는 경기회복세를 너무 과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2017-08-09 17: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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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외면한 일자리 대책 공허하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8일 재정사업의 고용영향평가제 전면 확대 실시와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 등을 골자로 한 일자리 대책을 내놓았다. 고용영향평가란 정부가 예산이나 기금으로 운영하는 사업에 대해 사전.사후적으로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고용효과가 높은 사업에 예산을 우선적으로 배분하는 제도다. 주요 정책의 수립이나 법령의 제.개정 때도 고용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고용영향평가제 전면 실시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게 한다. 정부는 그동안 부분적으로 시범 실시해오던 것을 내년부터 전면 실시하기로 했다. 이는 한마디로 재정사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그 취지와 필요성에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러나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평가의 신뢰도 확보가 관건이다. 각 부처들은 예산을 더 따내기 위해 고용효과를 부풀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자리 늘리기에만 급급하다 보면 전체적으로 사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객관성과 정확성을 갖춘 평가기법 개발이 중요하다. 일자리위원회가 각 부처마다 중구난방으로 이뤄지고 있는 일자리사업의 통폐합을 강력히 추진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현재 일자리사업은 중앙부처와 지자체를 합쳐 4300여개에 달한다.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만 연간 20조원이나 된다. 유사 또는 중복 사업들이 부처별, 지역별로 각각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정책의 효과는 부진하고 예산만 낭비되고 있다. 사업의 성과를 분석하고 부진한 사업들을 대대적으로 정비할 수 있도록 총괄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일자리위원회가 발표한 대책은 재정사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이 부분도 필요하다. 그러나 더 큰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사회주의 경제가 아닌 다음에야 정부가 직접 고용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세금 축내는 일자리가 아니라 세금 내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세금 내는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시장경제에서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은 기업의 투자 확대를 통해 가능하다.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나와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 창출의 핵심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과 규제 완화다. 일자리위원회는 이 부분에 정책 개발 노력을 집중해주기 바란다.
2017-08-08 17: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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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불감증 한국車, 예삿일 아니다
한국 제조업을 이끌어온 자동차산업이 동시다발로 터져나온 위기에 휘청거리고 있다. 높은 인건비, 낮은 생산성에 신기술 부재로 수출.내수.생산의 트리플 위기에 몰린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판매부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한국GM의 철수설에 통상임금 소송까지 맞물렸다. '퍼펙트 스톰'에 비견되는 여러 악재 앞에서 자동차기업들은 속수무책인 상태며 노조는 오히려 파업의 머리띠를 묶고 있다.
이달말로 다가온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의 1심 판결은 국내 자동차업계의 존망을 위협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기아차 노조는 6년 전 "연 750%인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에서 회사 측이 패소하면 3조원가량의 임금지급 부담을 지게 된다. 올 상반기에 786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기아차는 졸지에 적자기업으로 전락하며 현대자동차도 지분법 평가에 따라 1조원가량 손실을 볼 전망이다. 5300여개 협력업체 역시 원청업체의 부실에 타격을 받게 된다. 기아차 소송의 결과는 한국GM의 통상임금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꾸준히 나돌고 있는 한국GM의 철수설도 자동차산업에 큰 위험요소다. 한국GM은 "한국에서 철수할 생각이 없다"고 거듭 밝혔지만 GM 본사 측은 3년간 2조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한 이 회사의 구조조정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을 것 같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이 철수할 경우 임직원 1만6000명과 협력업체 직원, 가족을 포함해 30만명의 생계가 위협받게 된다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 한국차 생산량은 216만대로 2010년 상반기(210만대) 이후 7년 만에 최저치였고, 상반기 수출량은 132만대로 2009년 상반기(93만대) 이후 가장 적었다. 한국은 지난해 완성차 생산국 순위에서 인도에 밀려 6위로 내려앉았고 올해는 멕시코에도 따라잡힐 판이다. 상반기 중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대수는 47%나 감소했다. 주력시장인 미국.유럽에서도 현대·기아차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동차 노조들은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대차 노조는 10.14일에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한국GM 노조는 지난달 두차례에 걸쳐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GM 본사는 매년 반복되는 쟁의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자동차 노조에 위기는 남의 일인 모양이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타개책을 짜내도 부족할 판에 파업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일찍이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한국 경제를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했다. 뜨거워지는 물속에서 고통을 못 느끼고 죽어가는 개구리라니, 한국 자동차산업이 딱 그 모양이다.
2017-08-08 17: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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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남아돈다면서 공장 왜 세우나
전기가 남아돈다고 홍보하던 정부가 지난달 기업에 두 차례의 '급전(急電) 지시'를 내려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멈추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실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지난달 12일 3시간, 21일 4시간의 급전 지시를 내렸다. 급전 지시가 떨어지면 정부와 약정을 맺은 전국 3000여개 기업은 전기사용량을 줄이는 대신 일정부분 보조금을 받는다. 2014년 도입 이후 3차례만 내려진 비상조치가 한 달에 두 번 동원된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는 전력수요 급증에 대비한 합법적 조치라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급전 지시는 전력예비율이 10% 밑으로 떨어지는 시점에 발동되는 게 일반적이다. 역대 최대 전력수요 기록을 세웠던 작년 8월 12일엔 공급예비율이 8.5%까지 떨어졌지만 당시 정부는 급전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공급예비율이 12% 이상으로 여유가 있었다. 정부가 탈원전으로 전력수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기업의 전력사용에 개입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급전 지시도 정부가 탈원전 홍보를 강화하려던 시점과 맞물려 의혹은 더 커진다. 지난달 29일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산업통상자원부 워크숍에 참석해 탈원전 홍보가 미흡하다고 질책했다. 이후 백운규 산업부 장관과 이인호 차관은 "탈원전을 해도 5년 동안은 전기요금 인상과 수급 우려가 없다"며 홍보전도사를 자처했다. 전력거래소도 발전설비예비율이 14년 만에 30%대를 넘어섰다고 홍보했다.이명박정부 시절인 2011년 9.15 대규모 정전 당시 상황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4시간45분의 정전으로 전국에선 혼란이 빚어졌다. 신호 고장으로 도로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병원에서는 환자를 치료할 수 없었다. 금융거래가 멈추고, 기업들은 업무가 마비됐다.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갇히고, 횟집의 어류는 폐사했다. 첨단사회일수록 정전이 가져오는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 9.15 대정전의 원인 중 하나는 정부가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잘못 예측해 발전설비를 충분히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나마 지금 전력수급에 여유가 있는 것은 그 뒤에 발전소를 많이 지었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이 휴가에서 복귀해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간 7일 최대 전력 사용량은 1주일 전보다 20% 넘게 급증해 8500만㎾까지 치솟았다. 전력예비율은 12%대로 떨어졌다. 제조업 위주의 한국 경제에 전력수급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력 예비율만큼은 부족한 것보다 넘치는 게 낫다. 탈원전도 좋지만 서두르다 탈 날까 걱정이다.
2017-08-07 17: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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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법원 냉철한 판단만 남았다
박영수 특검팀이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예상대로 중형이다. 특검팀은 이 사건을 '전형적인 정경유착과 국정농단의 예'로 규정했다. 특검은 2014~2016년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세 차례 독대할 때 '부정한 청탁'을 한 걸로 봤다. 청탁이 있어야 뇌물공여죄가 성립된다. 이제 최종 판단은 법원 손으로 넘어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이달말 1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다툼의 여지는 여전히 크다. 이 부회장 측은 특검 주장을 일절 부인한다. 최순실씨 측에 돈을 건넨 것은 인정하지만 뇌물이 아니라 오히려 강압에 의한 피해자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달 초 피고인 신문에서 청와대 독대가 "뭘 부탁하고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보복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고도 했다. 경영권 승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주장도 평행선을 달린다. 우리는 법원에 냉철한 판단을 당부한다. 돌이켜 보면 작년 가을부터 한국 사회는 질풍노도의 길을 달려왔다.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는 유례없는 촛불시위를 불렀다. 국회는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고, 헌법재판소는 사상 처음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어 대통령선거가 서둘러 실시됐고, 문재인 대통령이 5월 취임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다수 기업인이 검찰.특검을 들락거렸고 끝내 구속된 인물도 있다.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을 100대 국정과제 중 맨 위에 올렸다. 법무부의 최우선 과제는 '국정농단 실태를 분석하고, 기소된 사건의 공소를 철저히 유지하는 것'이다. 지난 7월엔 대법원이 주요 사건의 1.2심 선고 장면을 TV로 생중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재용 선고 재판이 그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법원이 정치.사회적 변화에 마냥 둔감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섣불리 여론에 편승해서도 곤란하다. 이제 우리 사회 전체가 좀 더 차분해져야 한다. "증거가 차고 넘친다"던 특검은 중형을 구형했다. 반면 이재용 측은 "특검이 가공의 프레임에 끼워맞췄다"며 "증거 없이 추측만 나열했다"고 반박했다. 법원을 그 사회의 '최후의 보루'라고 한다. 오로지 법리에 따라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판결을 내릴 때라야 비로소 법원은 '보루'가 된다.
2017-08-07 17: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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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인정한 원전 기술, 우리만 모른다
한국이 독자 개발한 3세대 원자로 'APR-1400'이 미국에서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주 "APR-1400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1차 안전성 평가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6단계 중 3단계 통과지만 가장 까다롭다는 미 정부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프랑스와 일본도 2007년 미국에 인증 신청을 했지만 프랑스는 심사를 중단했고 일본은 2단계 문턱을 넘지 못했다. APR-1400은 지난해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고리 3호기의 모델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 수출 원전과, 신고리 5.6호기에도 들어갔다. 안전성을 극대화한 게 돋보인다. 노심 손상 등 중대사고 발생 확률(2세대 1만분의 1)을 10만분의 1로 낮췄고, 규모 7.0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노심 자동냉각설비도 갖췄다. 3세대 원전 시장은 미국.프랑스를 제치고 한국이 주도한다. 3세대 가운데 상업운전에 들어간 것은 APR-1400이 유일하다. 이 덕에 수출경쟁력에서 한 발 앞서 있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에도 한국형 도입이 유력하다. 미국시장 진출도 청신호가 켜졌다.하지만 정부가 발목을 잡을 우려가 커졌다. 탈원전 정책 때문이다. 만약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완전 중단될 경우 해외수출이 중단될 수 있다. 수입국이 부품공급 중단 등을 우려해서다. 벌써 조짐이 나타난다. 지난주 미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웨스팅하우스가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러시아가 급부상하고 있다. 경쟁상대인 한국은 탈원전 정책으로 위축됐다"고 보도했다.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도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기업인 간담회에서 원전 건설과 관련,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국회에서 "원전 수출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안전을 우려해 국내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펴면서 해외수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원전은 40년간 우리가 99% 이상의 기술자립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관련 고용인력만 30만명에 이른다. 특히 3세대 원자로 기술은 우리가 세계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은 지금까지 이룩한 원전의 인프라를 쇠퇴시켜 장기적으로 원전 수출 국제경쟁력을 갉아먹을 게 분명하다. 자살골도 이런 자살골이 없다.
2017-08-06 17: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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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으로 돌아간 부동산 정책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불안하다. 10여년 전 실패한 참여정부 정책을 닮아가고 있어서다. 물론 그때와 지금 환경은 다르다. 같은 정책을 펴도 결과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을 추진하는 이들의 사고방식은 판박이다. 그래서 불안하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지난 3일 "어떤 경우든 이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의 말은 "하늘이 두쪽 나도 부동산은 꼭 잡겠다"던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다짐을 연상시킨다. 또 2005년 8.31대책을 내놓을 때 참여정부는 "헌법보다 고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했다. 다 과욕이었다. 참여정부가 공들인 부동산대책은 보수정권 아래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정책을 펴는 이들은 늘 '대못'을 경계해야 한다. 전쟁에선 배수진이 종종 유용하다. 그러나 경제정책에선 되레 스스로 퇴로를 끊는 부작용이 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4일 "8.2 부동산대책의 특징은 집 많이 가진 사람은 불편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꼭 필요해 사는 것이 아니면 파는 게 좋겠다"고 충고했다. 꼭 10년 전인 2007년 당시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팔고 분당의 같은 평형대 아파트로 이사 가면 세금을 내고도 돈이 남는다"고 말했다. 종부세에 대한 납세자 불만을 그런 식으로 타박을 놓은 셈이다. 그러자 강남에 아파트 한 채밖에 없는 실수요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사람들은 사유재산권에 민감하다. 권 부총리는 공연히 적을 만들었다. 김 장관은 권 부총리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국세청이 세무조사 카드를 꺼낸 것도 익숙한 장면이다. 국세청은 8.2대책 후속으로 구체적 세무조사 대상과 규모를 이번주 발표한다. 지난 2005년 당시 이주성 국세청장은 국회 답변에서 "세무조사가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05년은 참여정부가 종합부동산세 시행에 착수한 해다. 당시 기획부동산 업체와 다주택자들이 국세청 조사를 받았다. 아파트 투기 단속에 세정당국을 동원하는 낡은 관행은 참 생명력이 질기다.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의원(자유한국당 비례대표)은 지난주 언론 인터뷰에서 "중년.노년이 된 베이비부머가 부동산 투자에 합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후에 불안을 느낀 나머지 부동산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분석이 옳다면 정부는 지금 투기꾼을 쫓을 게 아니라 인구 변화에 대응할 중.장기 주택정책 청사진을 그릴 때다. 은퇴 후 재테크를 부동산 투기로 몰아붙이면 답이 안 나온다. 불행히도 김수현.김현미 콤비는 그럴 뜻이 눈곱만큼도 없는 것 같다.
2017-08-06 17: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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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울리는 8.2대책 보완해야
'8.2 부동산대책'이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예고 없이 줄면서 은행 창구마다 문의 전화가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 구입 계약을 하고 중도금과 잔금을 대출금으로 채우려고 계획을 세웠던 사람들의 타격이 크다.은행들은 3일부터 투기과열지구(서울.과천.세종)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40%로 낮춰 적용했다. 그 바람에 60%에 맞춰 자금 마련 계획을 세웠던 실수요자들이 필요한 자금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더 높은 금리에 돈을 빌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피해가 예상되는 실수요자 수가 올 하반기에만 8만6000명, 축소된 대출금 규모는 4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급조된 부동산 투기대책으로 인한 실수요자의 피해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서울.경기 등 조정대상지역 내 1가구 1주택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에 '2년 이상 거주'가 추가됐다. 이 조항도 3일 이후 취득분부터 바로 적용됐다. 이 부분도 양도세 비과세 대상으로 알고 구입했으나 양도세를 물어야 하는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투기억제의 대의를 위해서는 그 정도 피해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시장친화적이지 않다. 투기꾼을 잡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잘못도 없는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는 것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런 문제는 사전에 예견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왜 걸러지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충분한 검토와 세밀한 준비 없이 다급하게 정책을 밀어붙이다 보니 이런 허점이 생긴 것이 아닌가. 지금이라도 경과규정을 만들어 구제해야 한다. 투기를 잡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충만한 나머지 애꿎은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의 상황 인식도 문제다. 김 수석은 현 부동산시장 상황을 "수요.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머니게임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기와 수요.공급은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공급이 모자라면 투기꾼이 들끓지만 공급이 충분하면 투기꾼은 사라진다. "지금은 불을 꺼야 할 때"라는 김 수석의 말에 공감한다. 그 불을 끄는 최상의 대책은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다. '8.2 대책'이 집값은 못 잡고 실수요자만 잡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2017-08-04 17: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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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외면하다 마주친 임용절벽
올해 전국의 공립 초등학교 교사 선발인원이 작년보다 40%나 줄어들게 되자 교육대생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서울 등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지난 3일 발표한 선발계획에 따르면 올 11월 시험을 통해 선발할 초등 교사는 3321명으로 지난해보다 2228명 감소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선발 예정인원이 105명으로 지난해(846명)의 12%에 불과했고 광주는 단 5명의 교사만 뽑게 됐다. 정부는 최근 공립학교 교원을 3000명 증원하기로 했으나 이는 대부분 보건.영양.전문상담교사 등 특수.비교과 교사였다. 초등학교 교사 선발규모가 이렇게 줄어든 것은 정부의 교원 수급정책이 상황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에 따른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전국 초등학생 수는 2011년 313만2000명에서 지난해 267만300명으로 5년 새 15%나 줄어들었다. 하지만 초등교사 수는 같은 기간 18만600명에서 18만3000명으로 늘어났다. 불경기에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교사가 급감한 것도 문제다. 2015년 명퇴신청 교사는 8931명(2월 6898명, 8월 2033명)에서 올해는 상반기(2월 기준)에만 3652명에 그쳤다. 2월 기준으로 47%나 줄어들었다. 정부는 '인구절벽'에도 불구하고 교사 줄이는 데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박근혜정부가 청년 일자리 확충을 위해 대책도 없이 선발인원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교육청들은 주장했다. 그 결과 초등교사 임용대기자가 3817명에 달했고 이들을 빨리 발령내야 하기 때문에 올 선발규모를 극단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교대생들은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따라 기간제 교사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교사 채용을 최소화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교대 졸업생의 임용을 줄인다면 너무나 불공평하다는 이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어쨌든 교사 수급이 이렇게 들쭉날쭉 널뛰기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인구감소 문제를 외면한 채 교원을 많이 뽑은 선심성 정책을 펴다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교사를 비롯한 공무원 일자리를 크게 늘리는 정책을 채택했다. 인구절벽에 발맞춰 교사 수급 정책의 재정립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그 전망이 어두운 이유다.
2017-08-04 17: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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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추가배치 좌고우면할 때 아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가 감감무소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을 시험발사한 직후인 지난달 29일 새벽 사드 잔여 발사대 4기 배치를 지시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후속조치는 좀처럼 진도가 안 나가고 있다. 그 사이 사드 배치 지역인 경북 성주는 여전히 해방구를 방불케 하고 있다. 기지 길목에서 군용차량에 대한 불법 검문을 하던 반대단체들과 일부 주민들이 이제 몸에 밧줄까지 걸고 숫제 사드 추가 반입을 막기 위한 바리케이드를 칠 참이다. 이런 진풍경이 빚어지는 근본적 요인은 현 여권이 제공했다고도 볼 수 있다. 대선 전부터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을 의식해 '사드 무용론'을 펴거나 전자파에 대한 피해의식을 부추기다시피 한 '원죄'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사드 잔여 발사대 배치를 미국과 협의 중이라고 발표한 이후에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중국 측의 반발을 완화한다는 구실로 방중단 파견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처럼 사드 배치가 철회될 여지가 있는 양 오해할 만한 신호가 자꾸 나오는데 반대단체인들 헛된 미련을 버릴 리가 있겠나. 그런데도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잔여 발사대 배치를 미적거리고 있다. 심지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서 사드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는 결론이 나왔는데도 이를 쉬쉬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는 동안 중국의 어깃장은 점입가경이다. 북 ICBM급 발사에 대해선 반대하는 시늉만 하면서 우리의 방어용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해서는 '엄중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군사적 대응 위협까지 흘리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2일 실시된 여론조사(리얼미터) 결과를 보라. 정부의 잔여 사드 임시 추가배치 결정에 대해 "잘했다"는 의견이 71.0%로 압도적이었다. 그렇다면 정부가 환경영향평가와는 관계없는 임시조치라고 해놓고 실행을 부지하세월로 미룰 일은 아니다. 더는 반대단체들이나 중국의 눈치를 보고 좌고우면할 때는 아니다. 난마처럼 얽힌 사드 실타래를 풀려면 현 여권이 진솔하게 나서야 한다.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국민의 생명권을 지킬 충분하지는 않지만 필요한 조치임을 당당하게 설명하고 사드 전자파 보고서를 공개하는 등 정공법만이 유일무이한 해법이다.
2017-08-03 17: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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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법인세, 일자리 정책에 역행
정부가 2일 세법개정안을 내놨다. 과세표준 2000억원이 넘는 기업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과세표준 5억원이 넘는 개인의 소득세율을 40%에서 42%로 각각 올리는 게 핵심이다. 이른바 부자증세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으로 올해 5조원 이상, 5년간 24조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추산했다. 새 정부의 첫해 세제개편안은 대통령의 국정기조를 담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려면 최소 178조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정부는 무리수를 뒀다. 열흘 만에 뚝딱 증세안을 마련했다. 증세를 하려면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민 동의를 구하는 게 마땅한데 이 과정을 생략했다.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과 "당분간 명목세율 인상은 없다"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말은 식언이 됐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의 대원칙에도 어긋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근로소득자의 절반 가까이가 세금을 한 푼도 내지않았다. 이번 세제개편안 대로라면 내년에도 면세자 비율은 개선될 여지가 없다. 서민과 중산층을 대상으로 8000억원이 넘는 세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에 이어 부자증세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자칫 조세저항을 부를 수도 있다. 최고 75%의 부유세를 추진했던 프랑스 올랑드 전 대통령은 지지율이 4%까지 곤두박질쳤고 결국 대선후보로도 나오지 못했다. 프랑스는 2년째 부자 이민이 많은 나라 1위다.법인세 인상은 더 심각하다. 세계적 흐름과도 거꾸로 간다. 법인세율을 올리면 기업들은 법인세가 낮은 나라로 공장을 옮길 궁리부터 한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국정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추구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도 어울리지 않는다.법인세를 올린다고 세수가 더 걷힐지도 미지수다. 한국경제연구원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근래 법인세율을 올렸던 6개 나라 중 4곳은 오히려 세수입 비중이 줄었다. 과세표준 5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 법인세율을 3%포인트 올릴 경우 최대 6만여개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도 있다. 지난주 문 대통령은 기업인 간담회에서 "기업이 잘돼야 나라 경제가 잘된다"며 일자리 창출을 당부했다. 하지만 내놓는 정책마다 일자리 만들기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간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제로화,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율 인상 등은 기업의 비용 부담을 늘려 일자리를 갉아먹는 정책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오는 9월 1일 국회에 상정된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취지에 맞게 큰 폭의 손질을 기대한다.
2017-08-02 17: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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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노무현 시즌2'로 가나
8.2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6.19 대책을 내놓은 지 한달 보름 만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시장 불안이 이어지면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5월 10일)한 지 채 석 달이 안 됐다. 현 정부에서 부동산 대책을 몇 번이나 내놓을지 궁금하다.8.2 대책은 6.19 대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투기꾼 응징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부는 서울과 경기 과천, 세종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었다. 또 서울 11개구와 세종은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했다. 양도소득세는 고삐를 더 조였고, 은행에서 돈 빌리는 것도 더 어렵게 했다. 죄다 투기를 막기 위해서다. 이번 대책에선 정부.여당의 강한 의욕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 의장은 "평범한 월급쟁이의 1년 연봉이 분양권 프리미엄에 붙는 일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는 집을 거주공간이 아니라 투기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서민을 배려하려는 정부의 선의는 이해한다. 하지만 의욕이 앞선 나머지 8.2 대책엔 차가운 이성이 빠졌다. 부동산도 엄연한 시장이다. 수요.공급에 따라 값이 오르내린다. 투기꾼은 수요.공급이 어긋난 틈을 노린다. 이때 정부가 할 일은 물량을 넉넉히 공급한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보내는 일이다. 그래야 투기꾼들이 엄두를 못 낸다. 투기꾼에 매질을 하는 것은 반짝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투기를 뿌리 뽑지는 못한다.6월 대책이 나왔을 때도 많은 전문가들이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만성 수요 부족에 시달리는 서울 강남이 집값 오름세의 진앙이다. 8.2 대책에서 정부는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으나 대부분 서민용 임대주택이다. 이는 엉뚱한 과녁에 화살을 쏘는 격이다. 8.2 대책은 정치인 출신 김 장관과 민주당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다뤘다는 인상을 준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2일 "8.2 대책을 보면 문재인정부는 노무현정부의 시즌2 같다"고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하늘이 두쪽이 나도 부동산만은 잡겠다"고 했으나 노무현정부 5년간 투기꾼들은 큰돈을 벌었다. 이런 역설이 또 있을까. 서생적 문제의식만 가득했을 뿐 장사꾼의 현실감을 잃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대책은 가슴보다 머리로 짜야 한다. 8.2 대책은 힘자랑만 요란할 뿐 시장을 다독일 지혜를 찾을 수 없다.
2017-08-02 17: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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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탈원전, 원점서 재검토하길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갈팡질팡이다. 정교한 밑그림 없이 성급하게 탈원전을 밀어붙인 탓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출발하자마자 소송에 휘말렸다. 한국수력원자력 노조는 1일 위원회 활동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뒤늦게 탈원전 홍보에 나섰으나 이는 공론화위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자충수다. 탈원전 정책은 수렁에 빠졌다. 지금이라도 정부.여당은 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탈원전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낫다.무엇보다 절차를 어긴 게 사달이 났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한다는 결정은 법적인 하자투성이다. 국무회의는 쫓기듯 결정을 내렸고, 한수원 이사회는 안건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현행 원전 관련 법률은 원자력안전법, 원자력안전위원회법, 에너지법 등 3개가 있다. 원전 공사 중단을 비롯한 주요 에너지 정책은 원자력안전위원회 또는 에너지위원회에 맡기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이런 절차를 다 무시했다. 탈원전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해명도 옹색하기 짝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1일 긴급 당정협의에서 "2022년까지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022년은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해다. 문재인정부 5년만 괜찮으면 만사 OK란 말인가. 에너지 백년대계를 헌신짝처럼 걷어차지 않고서야 입에 담을 수 없는 얘기다. 당장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1일 "5년 뒤 전기요금 폭탄, 수급 대란을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2022년 이후에도 신재생 단가 하락 등으로 요금 인상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으나 근거 없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에너지 안보를 이렇게 가볍게 취급해선 안 된다. 전기생산 원가에 환경.사회적 비용을 반영해 발표하겠다는 발상도 꼼수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환경.사회적 비용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설득력이 약하다. 정부는 1일 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를 열어 공론화 비용으로 46억원을 책정했다. 이 돈도 다 세금이다. 문재인정부는 공약을 이행한다며 증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 전에 세출 구조조정이 먼저다. 한 푼이 아쉬운 마당에 공연히 쓸 데 없는 데 세금을 쓰는 건 아닌지 곰곰 따져보길 바란다.
2017-08-01 17: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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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꾼 잡는 대책만으론 집값 못잡아
집값 폭등을 잡기 위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2일 발표된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와 관련해 1일 "투기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특히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책에는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금융.세제 등 초강력 정책수단들이 포함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에 나설 태세다.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집값 상승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서울 강남 4구의 재건축 단지에서 시작된 상승세는 서울 전역으로 번지며 매물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의 주간 매매가격 상승률은 0.57%로 올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승세는 신도시와 경기, 인천 등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우리는 정부의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와 노력에 공감한다. 그러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미덥지는 않다.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과 문제해결 방식이 문제다. 정부는 집값 상승 원인을 부동산 투기로 본다. 그에 따라 대책도 투기 근절과 수요 억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투기의 근저에 자리한 공급부족을 간과하고 있다.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은 공급부족이며 투기는 공급부족이 초래한 현상으로 봐야 한다. '6.19 대책'이 그 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낮춰 돈줄을 조이고 분양권 전매 제한을 강화했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자신했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정부가 다시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하나 노무현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노무현정부는 무려 12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5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56%나 폭등했다. 수요 억제 위주의 정책에 그친 것이 실패 이유로 지적된다.주택 수요가 늘어난 데는 타당한 근거가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저금리다. 세계 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정책을 지속해 왔다. 그 결과 주택 수요 증가와 집값 상승을 초래했다. 우리나라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정부가 무리하게 억누른다고 눌러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관망해오던 대기 수요자들이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구매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급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투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는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시장을 존중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물론 투기를 뿌리 뽑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집값을 안정시키는 정도는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정부는 대증요법에 급급하지 말고 수요공급의 원칙에 입각한 원인처방을 내놓기 바란다.
2017-08-01 17: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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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또 도발 … 대북 독자제재 올바른 결정
북한이 28일 밤 11시41분 자강도 전천군 무평리 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을 다시 시험 발사했다. 이에 따라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이르면 이번 주초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고강도 대북제재에 힘을 실을 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앞서 30일 새벽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독자적 대북제재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금지선에 바짝 다가선 만큼 당연한 조치다. 문재인정부는 근거 없이 '소망적 사고'에 매몰된 독자적 대북접근보다 국제공조에 기반한 북핵억제 대책에 힘을 쏟을 때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4일 화성 14형을 발사한 지 24일 만이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벌써 7번째다. 이쯤 되면 핵.미사일 보유로 세습체제를 지키겠다는 김정은 정권의 확증편향적 사고는 불치 수준임이 드러났다고 본다. 이를 뒤집어 보면 한국이 적절한 경제지원을 해주면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를 멈출 것으로 보는 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최근 정부는 군사당국자 회담을 제안하는 등 북측에 여러 갈래로 대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ICBM 야간 기습발사였다. 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에서 천명한 한반도 평화정착 프로세스가 출발부터 꼬여버린 형국이다.
북한이 화성 14형에 대기권 재진입을 포함한 고난도 기술을 보태고,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해 여기에 장착한다면 우리에게는 악몽의 시나리오다. 이를 지렛대로 한국을 배제한 미.북 간 평화협정을 요구하려는 북한의 의도는 뻔하다. 기존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한미연합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노리는 것이다. 북한이 끝내 미국과 핵군축 협상을 벌이게 되는 상황에서는 유사시 미국 증원전력 한반도 전개나 핵우산을 골간으로 하는 한.미 동맹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성주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잔여발사대 4기를 모두 배치하라고 지시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새 정부가 차제에 북핵 제재에 주력하기로 한 것은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의 두 번째 ICBM 도발 직전인 28일 주한미군 사드기지에 대해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절차를 밟는 데만 10∼15개월이 걸리는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동안 북한이 도발을 멈출 리도 만무하다. 시간을 벌어 사드 배치도, 철회도 아닌 '줄타기 외교'를 펴려다 자칫 미.중 모두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가 용인할 수 없는 선을 넘어섰다고 보고 한.미 공조에 힘을 싣기로 했다면 사드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등 명(名)과 실(實)이 일치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본다.
2017-07-30 17: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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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의원도 반대한 카드수수료 인하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이 카드수수료 인하에 반론을 제기했다. 17일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거듭된 수수료 인하로 해당 사업에서 역마진이 발생하면 카드사는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에서 메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정자문위가 수수료를 내리고 영세.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 한도를 늘리겠다고 한 데 대해 경제1분과위원장을 불러 혼냈다"는 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카드사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카드수수료를 무리하게 끌어내리면 카드사들은 악화된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곳에 비용을 전가할 수밖에 없어 근원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 개입에 의한 카드수수료 인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무현정부 한 번, 이명박정부 네 번, 박근혜정부 여섯 번 등 모두 11회나 수수료와 한도 조정이 있었다. 문재인정부도 지난 대선에서 카드수수료 인하를 공약했다. 장차 최저임금 1만원 실현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겪게 될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총대를 멨다. 금융위원회는 우대 수수료율 적용 범위를 확대해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연간 3500억원 줄여주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조치가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영세상인과 서민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못하면서 시장 원칙과 질서를 흔드는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대부분 할인 등 부가서비스 혜택을 대폭 줄였다. 대형사들은 영업점을 줄이거나 명퇴, 신규인력 축소 등을 추진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 역행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까지 나서 새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정책에 우려를 나타냈다. "우대 수수료율 적용 확대가 카드사들의 신용등급에 부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카드수수료 인하는 정치권이 시장에 개입해 자율적인 가격결정 기능을 훼손해온 고질병이다. 법적 근거가 있다고는 하지만 시장경제의 핵심인 가격결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설혹 개입하더라도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 지금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악습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업계의 의견조차 듣지 않았다. 오죽하면 여당 의원이 대통령 공약사항에 반론을 제기했겠는가.
2017-07-18 17: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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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미사일 도발, 北 실체 직시해야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날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4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쏜 미사일이 ICBM급인지는 확실치 않다. ICBM급이면 태평양을 건너 미국 하와이.알래스카, 더 멀리는 미 서부에 닿는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이번 미사일을 중거리 탄도미사일, 즉 IRBM급으로 봤다. 당장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군은 ICBM급인지 정밀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능력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 5월 최대고도 2110㎞, 비행거리 787㎞에 이르는 화성12형 미사일을 쐈다. 이번에 쏜 화성14형은 최고고도 2802㎞, 비행거리 933㎞라고 발표했다. 포물선을 위로 크게 그리는 고각발사 형식이다. 이를 정상각도로 눕혀서 쏘면 사거리가 8000㎞를 웃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거리가 5500㎞ 이상이면 통상 ICBM으로 분류된다. 김정은은 일부러 시기를 골라 도발을 감행했다. 7월 4일은 미국 독립기념일이다. 또 7일부터 이틀간 독일 함부르크에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또 김정은은 대북공조를 재확인한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도 어깃장을 놓기로 작정을 한 듯하다. 이번 도발은 이른바 레드라인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예전과 다르다. 북한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진작부터 미국 조야에선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이 나왔다. 그 전제조건이 ICBM 개발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이 사람은 인생에서 할 일이 그리도 없나"라며 김정은을 조롱하는 듯한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예측 불허인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알 수 없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흘 뒤(5월 14일)에 화성12형 미사일을 쐈다. 이번엔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지 이틀 만에 화성14형을 쏘아 올렸다. 문 대통령이 내민 대화의 손을 걷어찬 꼴이다. 앞으로도 김정은은 미사일 도발은 물론 핵실험에도 나설 공산이 크다. 이게 우리가 상대해야 할 북한의 실체다.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은 시험대에 섰다.
2017-07-04 22: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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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비어 사망, 우리라면 어떤 기분이겠나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심상찮은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발언이 워싱턴 외교가를 들쑤셔놓으면서다. 가뜩이나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북핵 공조를 놓고 미국 조야에서 문재인정부에 대한 의구심이 적잖이 일고 있는 터였다. 이 와중에 문 특보가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동맹이 깨진다는데 그게 무슨 동맹이냐"는 식으로 외교적으로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으니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얼마 전 백악관 회의에서 사드 배치 지연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상회담을 앞두고 갈등 소지를 줄여야 할 판에 문 특보의 '사드 간보기 발언'이 한.미 간 신뢰의 틈만 더 벌린 꼴이다. 청와대는 19일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엄중 경고했다는 사실까지 공표했다. 이후 문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 CBS 등과 인터뷰를 통해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했다니 되로 주고 말로 받은 형국이 아닌가. 물론 문 특보 발언 중 일부는 큰 틀에서 문재인정부의 정책기조와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도 있다. 문 대통령도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사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추가도발을 중단할 경우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문 특보의 발언은 경솔했다. 북핵 폐기를 위한 대북제재에서 '자주적으로' 이탈하겠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면서다. 워싱턴에서 "한국이 실패한 햇볕정책을 다시 꺼내려는 듯하다"는 의구심이 커지는 배경이다. 더욱이 대북정책상 차선 변경을 시도하기에도 최악의 국면이다. 지금 미국 조야가 부글부글 끓고 있지 않나. 북한에 억류된 지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송환됐던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19일 사망하면서다. 문 대통령도 유족에게 조전을 보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정권을 아예 '잔혹한 정권'으로 규정했다. 대북정책의 전환은 글로벌 표준과 국민 공감대라는 교집합 속에 이뤄져야 뒤탈이 없는 법이다. 북한과의 대화도 국제사회와의 북핵공조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북한정권의 개혁.개방 의지를 확인하면서 추진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2017-06-20 17: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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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식 공유인프라 모델에 주목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공유인프라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19일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자리에 모인 확대경영회의에서다. 최 회장은 "SK가 가진 인프라를 공유해 누구나 창업을 하고, 사업을 키우고,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껏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은 기부.자선 같은 소극적 수준에 머물렀다. 최 회장은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는 "SK는 대기업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사회문제 해결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새 정부 코드 맞추기로 보는 시각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렇게 단편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최 회장은 작년 같은 회의에서 "이대로라면 우린 서든데스(급사)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딥 체인지, 곧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공유인프라 화두는 딥 체인지 2.0으로 볼 만하다. 한국 재벌은 전환기에 서 있다. 창업주 세대가 끝나고 지금은 2세, 3세가 뒤를 잇고 있다. 맨땅에서 일어선 창업주 시대엔 정통성 시비가 없었다. 그러나 경영권이 세습되면서 재벌을 보는 눈초리가 달라졌다. 정치권에선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재벌 때리기가 유행처럼 번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문재인 대통령은 재벌개혁을 공약했다. 그런데도 재벌들은 변신에 늑장을 부리다 작년 탄핵 정국 때 된통 당했다. 미국을 보라. 자본주의 낙원이라지만 반기업정서는 우리만큼 세지 않다. 왜 그럴까. 세계 최고 갑부라는 워런 버핏은 "나 같은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층에 인기가 높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2015년 거의 전 재산을 자신이 만든 재단에 기부했다. 일론 머스크(테슬라), 제프 베조스(아마존) 같은 혁신가들은 대중에게 기업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지속적으로 일깨운다. 재벌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만큼 큰 책임이 따른다. 더구나 문재인정부는 재벌을 뜯어고치겠다고 벼른다. 수동적으로 당하느니 선제 대응이 낫다. 다행인 것은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합리성을 중시하는 실력파라는 점이다. 여러모로 최태원 회장이 공유인프라 화두를 꺼낸 것은 주목할 만하다. SK는 재계 빅4 중 하나다. 최 회장은 올해 57세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재벌 총수로서 무게감도 생겼다. 재계를 대변하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힘을 잃었다. 또 예전의 삼성 이건희 회장처럼 재계를 상징하는 인물도 찾기 힘들다. 앞으로 최 회장에게 더 큰 역할을 기대한다. 당장 말로만 그치지 말고 공유인프라를 활용한 상생모델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래야 한국에서도 존경받는 기업, 위대한 기업이 나온다.
2017-06-20 17: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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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누른다고 집값이 잡힐까
문재인정부가 6.19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최근 집값이 꿈틀대는 지역을 중심으로 금융대출을 조인 게 특징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부산 일부 지역, 세종시가 대상이다. 3년 전 박근혜정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누그려뜨렸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깐깐한 부동산 규제를 "겨울에 한여름 옷을 입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LTV는 50~60%에서 70%로, DTI는 50%에서 60%로 올렸다. 문재인정부는 이를 원위치시켰다. 부동산 관련 대출을 예전 수준으로 죄겠다는 뜻이다. 6.19 대책의 강도는 중간 수준으로 평가된다. 가장 센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나오지 않았다. 투기과열지구가 되면 분양권을 사고팔 수 없고 LTV.DTI 비율은 40%까지 떨어진다. 그렇다고 LTV.DTI 비율을 예전 수준으로 강화한 이번 조치가 약하다고 볼 순 없다. 박근혜정부에서도 가계빚 우려가 나올 때마다 LTV.DTI 비율을 다시 조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야당은 "정부가 빚 내서 집 사라고 부추긴다"며 줄기차게 비판했다. 그럼에도 박근혜정부는 느슨한 금융대출 규제를 고수했다. 저조한 성장률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실제 건설투자가 성장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몇 년간 빠른 속도로 높아졌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투자의 성장기여율은 약 40%에 달했다.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 그나마 성장촉진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그 덕에 지난해 성장률은 2.8%를 기록했다. 거꾸로 LTV.DTI 규제를 강화하면 당연히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이는 문재인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6.19 대책은 수요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유예를 재연장할 뜻이 없다고 했다. 유예조치는 올해 말로 끝난다. 이는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재건축 값이 뛴 주원인 중 하나다. 내년부터 재건축 이익 중 일부를 정부가 걷어가면 재건축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재건축이 쪼그라들면 아파트 공급이 줄고, 공급이 줄면 가격이 뛴다. 최근 아파트값 상승에는 이런 심리가 선제적으로 작용했다. 문재인정부는 참여정부가 편 부동산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값만큼은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의욕을 보였으나 되레 집값만 잔뜩 올려놓고 말았다. 투기를 혼내는, 도덕적 정책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나선다고 집값이 떨어지는 게 아니다. 열쇠는 시장이 쥐고 있다. 공급이 늘면 가격은 저절로 떨어진다. 정부는 6.19 효과를 지켜본 뒤 시장이 진정되지 않으면 투기과열지구 카드도 꺼낼 수 있음을 내비쳤다. 좀 낡은 발상이 아닐까.
2017-06-19 17: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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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재벌 못 만날 이유 없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4대 재벌과의 만남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5일 만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다. 그는 재벌 저격수로 알려져 있다. 그가 재벌개혁을 강도 높게 외쳐온 문재인정부 첫 번째 공정거래위원장에 기용됨에 따라 재계는 긴장감이 가득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4대 재벌 면담 제안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재벌개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보인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재벌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도 면담 추진 배경에 대해 "재계와의 소통을 통해 대기업집단이 사회와 시장이 기대하는 바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현재의 재벌구조에 많은 변화가 닥쳐올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및 집단소송제 도입,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근절, 대기업 갑질 근절,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공약했다. 새 정부는 개혁작업의 밑그림을 준비 중이다. 그 작업이 조만간 가시화할 것이며 김 위원장이 1차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 이런 때에 개혁의 양 당사자인 김 위원장과 재벌의 만남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노무현정부의 재벌개혁이 왜 실패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는 성장과 분배, 자본과 노동,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균형을 경제정책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재벌중심 경제구조를 혁파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결기를 내비치며 시작한 개혁작업은 불과 6개월 만에 좌초했다. 우리 경제는 이미 정부가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더욱이 문재인정부는 자력으로는 법안 하나 마음대로 통과시킬 수 없는 소수파 정부다. 재벌개혁도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투명성이 확보된다면 만남이 문제될 게 없다.하루아침에 큰 변화를 도출할 수 있을 것처럼 성급하게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안하느니만 못하다. 시장의 혼란과 반발만 자초할 것이다. 끊임없는 소통이 중요하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재벌과의 만남을 피해서는 안된다.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재벌은 소중한 국가자산이자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대표선수이기 때문이다.
2017-06-19 17: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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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인사시스템 보강이 급선무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다. 위장전입 이력에다 청문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와 자녀 증여세 체납 의혹 등이 제기돼 야권의 비토를 받던 후보자였다. 그러지 않아도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가 몰래 혼인신고 전력 등으로 낙마한 뒤끝이다. 자칫 대치정국이 더욱 꼬이면서 여야 협치마저 물 건너갈 판이다. 청와대는 인사검증 시스템의 허점을 속히 메워 개혁의 기틀을 잡아야 할 임기 초반을 허송하지 말기 바란다. 애초에 병역면탈,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세금 탈루,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인사 공직 배제원칙을 지키라고 국민이 등 떠민 것도 아니다. 이는 문 대통령이 대선에서 스스로 공약했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흠결이 적은 후보를 고르는 데 최선을 다한 것인지부터 자성해야 한다. 교제하던 여성의 도장을 몰래 파서 혼인신고를 했다가 법원의 무효판결을 받은 안 후보자를 법무장관 후보자로 올릴 정도라면 말이다. 조국 민정수석이나 조현옥 인사수석은 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어제 "국민이 촛불정신으로 만든 문재인정부를 사사건건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자리 추경 등 새 정부의 역점 정책과 관련해서 여당 입장에선 야권에 그런 서운함을 표출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인사 문제에 관한 한 설득력이 없는 불만일 뿐이다. 현 여당의 야당 시절 총리나 장관 후보자를 여럿 낙마시킨 과거사를 새삼 들추려는 게 아니다. 내놓는 후보마다 이런저런 얼룩이 덕지덕지 묻어 있으니 어디 야당의 비협조를 탓할 계제인가. 강 외교장관의 몇몇 의혹은 직무와 직결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인지는 모르겠다. 평생 쓴 논문 3편 중 석.박사 논문은 표절, 학술지 논문은 중복게재 의혹을 낳고 있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후보의 사례는 더 치명적 흠결이다. 음주운전 면허취소 이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공동창업한 회사의 임금 상습체불 전력으로 도마에 올라 있는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새 정부가 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민생 개혁에 매진해야 할 시점이다. 금쪽같은 허니문 기간을 인사실패라는 자충수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정권이라는 비아냥 속에 날려버려선 안 된다. 청와대는 이제부터라도 속히 인사위원회를 가동해 사전검증에 힘쓰고, 코드에 집착하는 대신 능력과 도덕성 양 측면에서 인재풀도 넓히기를 당부한다.
2017-06-18 17: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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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 폐지 … 공공개혁 물건너가나
박근혜정부가 공공개혁의 핵심으로 추진해온 성과연봉제가 시행 1년 만에 폐기됐다. 기획재정부는 1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공공기관들이 성과연봉제를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의결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예견됐던 일이기는 하나 중요한 정부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문 대통령은 대선 선거운동 중 공무원노조 총연맹 출범식에 가서 "성과연봉제와 성과평가제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성과연봉제는 개인의 성과를 평가해 연봉에 차등을 두는 제도다. 근속 연수와 직급에 따라 매년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연공급제(호봉제)의 폐단을 막기 위한 것이다.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을 바로잡자는 뜻도 담고 있다. 민간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반면 호봉제에 따라 온갖 혜택을 누리는 탓에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의 경영실적은 엉망이다. 3곳 중 2곳이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태다. 개혁을 통해 공공기관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과연봉제의 취지는 훌륭하지만 문제는 시행 과정에서 나타났다. 박근혜정부는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속전속결로 제도를 시행했다. 지난해 1월 도입을 발표한 뒤 5개월 만에 120개 공공기관 전원이 도입을 마쳤다. 그러나 이 중 48개는 노사합의가 안 돼 이사회 결의만으로 시행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은 주택도시보증공사 근로자들이 공사를 상대로 낸 성과연봉제 무효소송에서 "노조와 합의 없이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렇다고 성과연봉제의 당위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법원 판결은 도입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공공기관들이 성과연봉제를 무작정 폐기하고 호봉제로 돌아가는 것은 곤란하다. 현행 호봉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제도다. 문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연공서열대로 임금이 올라가는 구조 또한 옳지 않다"며 직무급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직무급제는 맡은 업무의 성격과 난이도, 책임성 등에 따라 임금을 차등화하는 제도다. 정부는 아직 직무급제의 세부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또한 당사자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릴 것으로 보여 노사 합의가 결코 쉽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임금체계 개편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국민세금을 좀먹는 '철밥통'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
2017-06-18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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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 유종의 미 없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9대 국회가 19일 마지막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국회는 이날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무쟁점 법안을 무더기 처리했다. 처리된 법안에는 일명 '신해철법'으로 불리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과 전·월세 전환율 인하를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안, 장기요양기관의 재무.회계를 의무화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아온 19대 국회는 마지막 모습에서도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본회의장은 낙선자들이 참석하지 않아 빈자리가 많았다. 또 의원들의 지각으로 본회의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시작됐다. 지난달 21일 임시국회 개원 후 법안을 심의할 상임위는 단 한 곳도 열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19대 국회에 계류돼 있던 1만여건의 법안이 자동으로 폐기됐다. 19대 국회는 시작부터 원구성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한 달 가까이 지각 출범을 했다. 세월호가 터졌을 땐 진상조사를 두고 옥신각신하다가 151일간 법안처리를 한 건도 못했다. 최근엔 테러방지법을 둘러싼 필리버스터가 국회를 마비시켰다. 4년 중 1년 가까이 국회는 휴업 상태였다. 39건의 국회의원 징계안은 한 건도 의결하지 못했다. 결국 19대 국회는 마지막까지 '식물국회'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 선진화법으로 인해 몸싸움은 없었지만 법안통과가 적어서 있으나 마나 한 국회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후진적인 19대 국회의 모습이 20대 국회까지 이어진다면 끔찍한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여야 3당 원내대표가 19일 20대 국회 원구성을 위해 협상에 착수했다. 지금 국민은 지각 개원의 전철을 또다시 밟을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악습에서 벗어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고 있다. 여야는 원구성 시한을 반드시 지키기 바란다. 또한 여야 3당 정책위의장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은 20일 국회에서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 첫 회의를 연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 최근 경제 관련 현안들을 조율하는 '정책협치'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에서는 여야 3당이 4.13 총선 민의에 따라 대화와 협력으로 새로운 의정상을 정립해주기 바란다. 과반 정당이 없는 만큼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법안을 처리할 수도 없다. 따라서 정책연대를 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대 국회에는 초선의원이 132명이나 된다. 혁신적이고 신선한 입법활동을 기대해본다.
2016-05-19 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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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구조조정, 대우조선에 집중하라
기업 구조조정이 순조롭지 못하다. 조선업 구조조정을 놓고 채권단과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최근 KEB하나은행은 현대중공업, KDB산업은행은 삼성중공업에 각각 자구안 제출을 요구했다. 주채권은행의 요구에 두 회사는 마지못해 응했다. 하지만 속으론 주채권은행의 간섭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이슈는 4.13 총선을 계기로 불거졌다. 지난달 하순 정부는 '제3차 구조조정 협의체'에서 조선 3사에 대해 주채권은행이 자구계획을 받아 집행 상황을 관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어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이동걸 산은 회장이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을 만나 자구안 제출을 재촉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12일, 삼성중공업은 17일 자구안을 냈다.조선업 불황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정부와 채권단의 방침은 올바른 방향이다. 문제는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채권단의 간섭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이냐다. 현대.삼성중공업이 수주 절벽에 시달리고 있어 머지않아 독(dock)이 빌 수도 있다는 우려는 타당하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해양플랜트 비중이 높아 상황이 더 나쁘다. 그러나 양사는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이익금도 꽤 쌓여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두 회사의 의지다. 양사는 알짜 자산도 팔고 임직원도 줄이는 등 독자 생존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현대.삼성중공업은 근본적으로 대우조선해양과 체질이 다르다. 산은 자회사인 대우조선이 사실상 공기업이라면 현대.삼성중공업은 주인이 따로 있는 민간기업이다. 은행에 빚이 있지만 다른 정상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통상적인 경로로 대출받은 돈이다. 산은이 대우조선에 투입한 공적자금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얘기다. 만약 현대.삼성중공업이 은행에 또다시 손을 벌린다면 채권단이 간섭할 여지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일단은 양사의 자율 구조조정을 믿고 기다리는 게 순서다.산은이 삼성중공업에 대한 계열사 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원 약속을 압박하는 모양새도 성급해 보인다. 일시적이나마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함부로 돕다간 배임 의혹을 받기 십상이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김종중 전략팀장(사장)은 18일 삼성중공업 자구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삼성중공업에 물어보세요"라는 짤막한 답변을 내놨다. 자구안은 그룹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뜻으로 읽힌다. 한편으론 독자생존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은 일단 대우조선해양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조선 3사를 싸잡아 수술대에 올리는 게 현명한 전략도 아니다. 자칫 외부에 통째로 부실 낙인을 찍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다만 현대.삼성중공업은 자체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래야 채권단의 간섭을 뿌리칠 명분이 선다. 행여 나중에 채권단에 손을 벌리기라도 했다간 따가운 비판을 피할 수 없다.
2016-05-19 1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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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단합만이 北 도발 꺾을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16일 국회 연설은 북핵 및 미사일 발사에 따른 내부 분열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국민 단합을 강조한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국민 단합을 저해할 수 있는 '남남 갈등'에 우려감을 표시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 사태로 국론이 분열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가동 잠정중단 등 정부 대응 조치와 관련해 '북풍'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야당을 간접적으로 조준하기도 했다. 이는 대북 문제에 관한 한 한목소리를 내자는 뜻으로 읽힌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로 긴장의 수위가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는데 우리 내부에서 갈등과 분열이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의 존립도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보와 경제의 동시 위기상황을 맞은 만큼 국민 단합이 중요하고 정치권은 정쟁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력히 호소한 셈이다. 연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핵심 키워드는 '북한'이었다. 무려 54회나 사용했다. '국민'이라는 단어는 29회, '핵'은 23회, '도발'은 20회 연설문에 등장했다. 북한의 핵과 도발을 그만큼 엄중히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KBS.연합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정부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는 잘한 일'이란 의견 비중이 54.4%로 '계속 가동해야 한다(41.2%)'는 의견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찬성이 67.1%로 반대 26.2%보다 2배 이상 높게 나왔다. 중앙일보 여론조사 또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지지한다'는 의견이 54.8%로 '지지하지 않는다'의 42.1%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박 대통령의 연설도 이 같은 국민 정서를 일정 부분 반영한 듯하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대북관도 평가할 만하다. 김 대표는 15일 '북한 궤멸' 발언이 보수 진영의 흡수통일론을 연상시킨다는 논란을 불러온다는 지적에 대해 "그 말 자체를 취소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궤멸은 스스로 무너지거나 흩어져서 없어진다는 뜻"이라며 "국민의 실생활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미사일이나 핵개발 같은 데 모든 자원을 투자하면 소련과 같은 그런(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기존 야당의 입장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혼란을 야기해 '남남 갈등'을 조장하면서 남한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있다. 그럴수록 우리 국민들은 뭉쳐야 한다.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에 대해 "시작에 불과하다"고 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치권도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말고 단일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북한의 의도를 꺾을 수 있다. 안보위기 앞에서 여와 야,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특히 정치권은 명심하기 바란다.
2016-02-16 16: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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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처펀드에 한국이 놀아나선 안 된다
아르헨 디폴트 교훈 삼아야.. 삼성, 지배구조 약속 지키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가 17일 열린다. 한국은 물론 세계가 주총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이번 주총이 글로벌 이슈로 부각된 것은 오로지 엘리엇 매니지먼트라는 미국계 헤지펀드 때문이다. 엘리엇은 합병에 반대한다며 동네방네 떠들었고, 다른 주주들에게 동참을 호소했다. 법원에 가처분신청도 했다. 여느 주주들과는 판이한 행태다. 10여년 전 SK그룹을 괴롭힌 소버린 펀드의 재판이라 할 만하다. 다행히 우리 법원은 소송을 통한 엘리엇의 지연작전에 휘말리지 않았다. 두 건의 가처분은 모두 기각됐다. 법원의 판단은 오늘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엘리엇은 주주가치 확대라는 근사한 명분을 앞세워 양동작전을 폈다. 주주들의 판단력을 흐리기 위해 벌처펀드들이 흔히 쓰는 수법이다. 법원은 이를 정확히 간파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 역시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남미의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금도 엘리엇 '혹'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지난해 여름 미국 법원은 '아르헨티나 정부 대 엘리엇' 소송에서 엘리엇의 손을 들어줬다. 판사는 아르헨 정부가 먼저 엘리엇 등 헤지펀드에 꾼 돈을 갚지 않는 한 다른 채권자들의 돈을 갚아선 안 된다고 판시했다. 결국 아르헨 정부는 기술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해결책을 호소했으나 소용없었다. 화가 치민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주권 침해를 이유로 미국 정부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했다. 아르헨 정부와 엘리엇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아르헨 정부는 지난 2001년 외채 1000억달러에 대한 디폴트를 선언했다. 그뒤 채권자 92%와 최대 75%에 이르는 부채 탕감에 합의했다. 이때 엘리엇은 합의에서 빠졌다. 그러곤 미국·영국 법원에 빚을 100% 다 갚으라는 소송을 냈다. 엘리엇 등 헤지펀드들의 채권은 13억달러에 불과하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제 잇속을 챙길 수 있다면 국가를 상대로도 도박을 서슴지 않는 게 벌처펀드의 속성이다. 엘리엇은 지난 2012년 아프리카 가나에 정박 중이던 아르헨 해군 함정을 압류한 일도 있다. 주총에서 합병이 부결되면 벌처펀드의 전략에 놀아나는 꼴이다. 아르헨티나처럼 당하지 않으려면 주주들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대신 삼성은 이번 주총을 계기로 지배구조 개선 약속을 확실히 지켜야 한다. 엘리엇에 틈을 보인 것은 분명 삼성의 잘못이다.
2015-07-16 17:2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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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특사에 기업인 꼭 포함되길
대통령 "경제인 검토할 것".. 야당과도 통큰 정치 기대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가 청와대에서 가진 16일 회동에서는 사면도 논의됐다. 박 대통령은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경제인도 포함해 검토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생계형 서민의 대폭 사면과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사면 대상에 경제인을 포함, 대상자가 가능한 한 많은 대규모 사면 등을 건의받고 "당의 건의 내용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대규모 사면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앞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계 좌장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민생사범뿐 아니라 경제인이라고 해서 불이익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 만큼 경제발전 및 국민화합 차원에서 사면 폭과 대상을 확대하기 바란다 박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를 한꺼번에 불러 회동한 것은 지난 2월 유승민 전 원내대표 선출 이후 5개월 만이다. 당청의 만남은 잦을수록 좋은데 너무 소원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동안 청와대와 당이 껄끄러웠다는 방증이다. 원유철 원내대표·김정훈 정책위의장 선출을 계기로 당청 관계가 회복될 조짐이어서 다행스럽다. 박 대통령은 지도부와 회동한 뒤 김 대표와 별도로 19분간 독대를 했다. 이참에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단독회동도 정례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 대통령은 "당정청이 앞으로 하나가 돼서 지금 꼭 해야만 되는 개혁과제들이 있는데 잘 실천하고, 더 나아가 경제 재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이끌어달라"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은 박근혜정부의 성공이 곧 우리의 성공이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으며 우리가 당에서 책임지는 자세로 같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도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 데 코피를 흘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에서는 조만간 당정청 회의도 재가동하기로 했다. 유 전 원내대표 당시 당청, 당정, 당정청이 삐걱거렸던 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당정청이 따로 놀면 국정도 흔들리게 된다. 당청의 호흡이 맞지 않아 급기야 박 대통령이 국회법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던가. 앞으론 당정청이 중심을 잡고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한목소리를 내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건전한 비판마저 삼가라는 얘기는 아니다. 당은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쓴소리도 해야 한다. 여야 관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박 대통령이 먼저 손을 벌려야 한다. 박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와 회동해달라"는 건의에 대해서도 "알았다"고 말했다. 마침 현기환 정무수석이 임명됨으로써 양측의 메신저 역할도 충분히 할 것으로 본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은 빠를수록 좋겠다. 지금 우리 경제는 굉장히 어렵다. 정치권마저 각을 세우고 정쟁을 벌이면 안 된다. 박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통큰 정치를 거듭 당부한다.
2015-07-16 17: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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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반도체 등장은 시간문제다
美 마이크론에 인수 제안.. 제조강국 프로젝트 가동 중국 반도체 기업이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인수를 제안했다. 가격은 230억달러, 우리 돈 26조원이다. 최근 마이크론 주가에 19%가량 프리미엄을 얹었다. 미국은 반도체 강국이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선 마이크론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이어 세계 3위다. 비메모리 분야에선 인텔이 독보적이다. 중국 국영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대담하게 적진의 한가운데를 찔렀다.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리커창 총리는 '중국 제조업 2025'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앞으로 10년 안에 중국을 독일·일본에 버금가는 제조업 강국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정보기술(IT)·로봇·우주항공 등 10대 분야를 집중 육성키로 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도 그중 하나다. 칭화유니그룹은 명문 칭화대학이 설립한 회사다. 이 대학엔 특히 이공계에 우수한 인재가 몰린다. 가장 유명한 졸업생은 시진핑 국가주석이다. 그는 화학을 공부했다. 첨단기술을 확보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외국기업을 통째로 사는 것이다. 인수합병(M&A)에 투입할 실탄은 넉넉하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7000억달러 규모로 압도적인 세계 1위다. 칭화유니그룹은 시 주석의 후원 아래 과감한 전략을 펴고 있다. 당장 벌에라도 쏘인 양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 칭화유니그룹의 '입질'은 무위로 끝날 공산이 커 보인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핵심산업을 방어하는 데 능하다. 패권을 다투는 중국에 대해선 더욱 그렇다. 지난 2005년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정유사 유노칼을 인수하려 하자 의회가 들고 일어났고 결국 협상은 깨졌다. 지난 2008년엔 삼성전자가 샌디스크를 인수하려다 대주주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중국 레노버가 2005년 IBM PC사업부를 인수했지만 누가 봐도 PC는 사양사업이다. 그렇지만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사실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전 세계 반도체의 절반가량이 중국에서 소비된다. 어떤 나라가 이런 시장을 온전히 외국에 내주겠는가. 마이크론 인수에 실패한다고 중국이 뜻을 접을 리는 만무하다. 반도체는 오늘의 삼성전자를 키운 일등공신이다. 그 덕에 삼성전자는 부품·완제품을 일괄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SK하이닉스도 한때 애물단지에서 효자 계열사로 거듭났다. 하지만 앞으론 차이나 변수가 시장 판도에 격변을 몰고 올 것 같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선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시작됐다. 반도체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중국 경쟁사들이 자국 내수 물량만 가져가도 큰 타격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2010년 2.5년에서 지난해 1.4년으로 좁혀졌다. 설사 칭화유니그룹이 마이크론 인수에 실패해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2015-07-15 17: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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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조치 이제 풀 때 됐다
재계, 대북교류 새원칙 제시.. 대화 재개에 역량 집중해야 경제계가 광복 70년, 남북 분단 70년을 앞두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의미 있는 화두를 던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5일 남북경제교류 세미나를 열고 남북 간 경제교류의 판을 키울 신(新)5대원칙을 제시했다. 남북한 당국 간 대화 채널을 복원하고 남북 상호간 상생의 틀 속에 북한 주도의 북한경제개발을 이루자는 내용이다. 남북한 장점을 반영한 산업구조를 만들고 주변국의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내 동북아경제권을 형성하자는 내용도 담았다. 당근과 채찍을 앞세운 과거 정치 중심의 낡은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바뀐 시대상황에 걸맞게 상생의 경제교류 활성화를 통해 꽉 막힌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자는 의미다. 전경련은 앞서 1995년 남북경제협력 5대원칙을 밝힌 바 있다. 그 후 20년이 지나는 동안 중국의 경제대국 부상과 북.중.러 접경지역 개발, 북한의 시장개방화 등 북한을 둘러싼 주변정세가 많이 바뀌었다. 이번 새 5대원칙은 이런 흐름을 반영했다. 남북관계는 1990년대 후반 금강산관광에 이은 개성공단 개발 등으로 잘 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 당시인 2010년 서해상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급격히 얼어붙었다. 급기야 북한 방문, 남북 간 교역, 대북투자를 금지한 5·24조치가 내려졌다. 개성공단을 제외하고는 남북 간 인적·물적 교류 자체가 완전히 차단됐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지만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되레 경제교류 단절로 이어졌고 이것은 다시 남북관계를 더욱 얼어붙게 했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초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통일대박론을 앞세우며 남북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였다. 정부는 이 비전에 따라 작년에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통일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실질적인 추진동력도 갖췄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여전히 한 치의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경색국면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남한이나 개혁.개방을 꾀하는 북한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민 대통합과 경제발전을 위해 특별사면을 단행하겠다고 천명했다. 국민 대통합과 함께 한반도 대통합을 이루는 것도 시대적 소명이다. 그것은 바로 남북 간 인적·경제적 교류와 대북투자의 족쇄인 5·24조치를 푸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근간은 남북대화 재개다. 정부가 남북대화 재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내달 15일 광복 70주년 만큼 좋은 타이밍이 없다.
2015-07-15 17: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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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그리스의 굴욕
'빚은 갚아야 한다' 원칙 앞에 국민투표 꼼수 도움주지 못해 그리스 3차 구제금융 협상이 그리스의 굴복 속에 타결됐다. 그리스는 13일(현지시간) 끝난 유로존 정상회담에서 국제채권단이 제시한 굴욕적인 내용의 협상안에 합의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벼랑끝 전술'은 독일을 필두로 한 채권단의 원칙 고수 입장 앞에 힘없이 무너졌다. 합의안은 그리스 국민들이 지난 5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거부한 긴축안보다 더 가혹한 내용들로 채워졌다. 500억유로 규모의 국유자산 독립펀드 설립과 부가세 인상, 연금 삭감, 노동 개혁 등이 포함됐다. 그리스의 부채탕감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지는 합의안에 대해 "그리스에 재정주권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평했다. 시간은 그리스 편이 아니었다. 지난달 29일부터 은행 영업이 중단된 이후 그리스의 연금생활자들은 60유로, 우리돈 7만원 남짓으로 하루를 버텨야 했다. 식료품 사재기가 도처에서 기승을 부리고 자본가들은 진작 그리스를 떠나 경제는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국민투표를 통한 긴축 거부 결정 이후 그리스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치프라스 정부의 '벼랑끝 전술'은 통하지 않았다. 당초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일부 채권국들 사이에 동정적인 여론이 일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부채 탕감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협상을 주도한 메르켈 독일 총리의 확고한 원칙론 앞에서 이런 움직임은 먹히지 못했다. 그 원칙은 '빚은 스스로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누가 대신 빚을 갚아주는 일은 결코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스는 지난 1월 치프라스정부 출범 이후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를 국제채권단의 긴축 압박에 대항하는 무기로 활용했다. 그리스가 유로화를 버리고 드라크마화로 돌아간다는 것은 유럽 경제통합의 좌초를 의미했다. 유로존 국가들에는 큰 타격이다. 그러나 그리스는 오판했다. 독일은 그렉시트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빚을 스스로 갚는다는 것은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적 연대를 가능케 하는 기본 원칙이다. 이것이 무너지면 도덕적 해이가 다른 채무국들에 확산돼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독일은 유로존 탈퇴 위협에 굴복해 부채탕감의 선례를 만드는 것이 그렉시트보다 더 나쁜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메르켈 총리는 협상에 앞서 '5년간 한시 그렉시트안'을 흘렸다. 그렉시트는 그리스에만 벼랑이었다. 국민투표를 통한 긴축 거부는 잠시 치프라스의 국내 주가를 치솟게 했다. 그러나 그것이 그리스에서만 통하는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이라는 것을 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리스 앞에는 이제 더 가혹한 긴축안이 놓여 있다. 국제채권단은 구제금융 지원과 긴축 이행을 철저히 연계할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더 많은 고통을 감내하며 국제사회에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2015-07-14 16: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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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놓고 정치공방 벌일 여유 없다
野 "세입추경 전액삭감"공세.. 대안 없는 발목잡기는 안돼 11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국회 심의가 이번주부터 시작됐지만 앞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정부와 여야가 추경 규모와 편성 내역에 대해 큰 이견을 드러내며 정치공방을 벌이고 있어 자칫 투입 시기를 놓쳐 효과가 반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늦지 않게 민생 살리기에 나서려면 20일까지는 추경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졸속 심의는 안 된다"며 이달 안에 처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추경안 심사와 관련 △세입추경(5조6000억원) 전액 삭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예산(1조2000억원) 전면 재조정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지원 예산 확대 등을 제시했다. 그는 "이번 추경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시키는 선심성·비상식적 추경"이라며 "세입보전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세금이 걷히지 않는 것을 추경으로 메우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추경이란 게 결국 나랏빚이고 보면 야당의 비판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다 해도 날로 엄중해지는 우리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선제적이고 과감한 추경 투입이 불가피한 게 사실이다. 가뜩이나 심각한 내수 및 수출 부진에 메르스·가뭄 피해와 그리스 사태·중국 증시 불안정 등 대외여건 악화까지 겹쳐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크게 낮췄고 일부 민간연구소들은 2%대 중반까지 하향조정했다. 위중한 시기에 추경안의 세부항목을 놓고 한가롭게 정치공방을 벌일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정부는 세입추경과 관련해 "세입보전은 세출확대와 효과가 동일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 또한 일리가 있다. 이번만은 세입추경 문제를 넘어갔으면 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추경안의 145개 세부사업 중 36개 사업, 45개의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과 사업계획·사전 절차 등의 준비가 미흡한 사업들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선심성 추경이 아니며 지적된 사업들은 모두 구체적 집행계획을 마련해뒀다"고 반박했다. 국회는 SOC 예산을 철저하게 심의해 선심성 사업을 잘라내주기 바란다. 물론 여기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서는 안 될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신속하게 심의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살리기와 민생 회복을 위해서는 추경안의 빠른 통과가 관건이고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2015-07-14 16: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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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죽은 경기, 기업인 사면 필요하다
朴대통령 대상자 검토 주문.. 불황탈출 기폭제로 삼아야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위한 사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광복 70주년을 대한민국의 재도약 원년으로 만들어야 하겠다"며 사면의 범위와 대상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법적 요건을 갖춘 재계 총수를 대상으로 사면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특별사면권의 엄격한 제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임기의 절반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딱 한 차례 사면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설 명절을 앞두고 서민생계형 사범에만 국한해서다. 그러던 박 대통령이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인이라고 특혜도 안 되겠지만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그 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리스트 파문이 터졌을 때 "경제인에 대한 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한발 물러났다. 이러던 박 대통령이 다시 사면 카드를 꺼냈다. 그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뜻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재정.통화정책은 잘해야 마중물 역할에 그친다. 결국 자금력이 풍족한 기업이 나서야 한다. 불행히도 우리 기업들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6년째 투자 활력을 잃었다. 여기엔 내부적으로는 기업과 기업인을 냉소적으로 보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도 한몫했음을 부인키 어렵다. 기업들도 경제 재도약의 모멘텀을 얻으려면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야 한다. 예정된 대규모 투자계획은 가급적 앞당겨 실행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도 내놔야 한다. 신규 채용도 늘려야 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강화해야 한다. 얼마 전 임금인상분 20%를 협력사와 공유하겠다고 밝힌 SK하이닉스처럼 대기업들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좋든 싫든 한국 기업은 오너 중심 체제다. 초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결정권은 오너가 행사한다. 특히 총수가 수감된 기업들은 장기적 생존전략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미래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 현재 30대 그룹 가운데 형량이 확정됐거나 재판에 계류 중인 오너는 12명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은 4년여의 선고 형량 중 절반가량을 넘겼다. 현실적으로 오너 회사에서 총수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좋은 사례가 한화그룹이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김승연 회장이 삼성과의 '빅딜'을 성사시키는 등 경영을 진두지휘하면서 한화와 재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렇다고 기업인들에게 특혜성 사면을 베풀자는 것은 아니다.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고 충분히 반성을 했다면 속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기업인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결국 나라경제에도 손해일 수밖에 없다.
2015-07-13 17: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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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김기사 M&A'가 나와야 한다
벤처기술 쉽게 사고파는 인수합병 시장 형성돼야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김기사' 앱을 언급한 뒤 벤처자금 회수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김기사'와 같은 (자본)회수 시장의 성공 사례를 확산시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다음카카오는 '국민내비 김기사' 앱을 만든 벤처 록앤올을 626억원에 인수했다. '김기사'를 인수한 뒤 카카오택시가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박 대통령의 '김기사' 발언은 시의적절하다. 벤처 생태계는 자금의 입구 못지않게 출구가 중요하다. 출구는 곧 자금 회수를 뜻한다. 고위험을 감수하는 벤처의 특성상 출구는 필수적이다. 종래 자금 회수는 기업공개(IPO) 방식이 많았다. 미국의 구글·페이스북이나 중국의 알리바바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뉴욕 증시 상장을 통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조달했고, 창업자들은 돈방석에 앉았다. 하지만 IPO는 벤처 가운데 일부 상위 랭커에만 해당된다. 지금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자금 회수가 더 활발하게 이뤄진다. '미스터 IPO'로 불리는 세계적인 재무학자 제이 리터 교수(미국 플로리다대)는 지난달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제 벤처 기업가들은 삼성, 오라클, 구글 같은 대기업에 '팔기 위해 회사를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좋은 기술을 더 비싼 값에 파는 게 벤처의 목표가 됐다는 것이다. M&A가 벤처 선순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는 달리 국내 벤처들의 M&A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캐피털이 M&A를 통해 자금을 회수한 비율(금액 기준)은 2.1%에 그쳤다. 이 연구원의 장정모 연구위원은 그 대응책으로 "M&A 전문 중개기관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될성부른 벤처를 발굴해 가치를 평가한 뒤 관련 세제·회계·금융 업무 등을 일괄 지원토록 하자는 것이다. 사실 이 아이디어는 새로운 게 아니다. 연초 금융위원회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중소기업·벤처 M&A에 특화된 증권사 육성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2년여 만에 창조경제의 토대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전국에 혁신센터도 속속 들어섰고, 크라우드펀딩법도 통과됐다. 작년 벤처캐피털 신규 투자는 총 1조6400억원으로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M&A는 벤처 씨앗을 좋은 열매로 키우는 밑거름이 된다. 더 많은 '김기사들'이 나올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2015-07-13 17: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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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같은 내수·서비스에 일자리 있다
관세청 4600명 고용 기대.. 카지노·호텔 인식 바꿔야 서울 시내면세점이 새로 선정됐다. 대기업 중에선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2개사, 중소기업 중에선 SM면세점이 뽑혔다. 제주 중소면세점 면허는 제주관광공사에 돌아갔다. 이돈현 관세청 차장은 10일 "신규 시내면세점 4곳이 3000억원의 신규 투자와 4600명의 고용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고용 효과는 늘 과장된다. 그걸 고려해도 신규 면세점들이 수천억원의 투자와 수천명의 고용으로 이어질 것임은 분명하다. 면세점 신규 면허는 특히 고용 측면에서 우리의 눈길을 끈다. 면세점은 대표적인 내수·서비스산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면세점들이 외국계 명품 브랜드의 판매실적만 올려준다는 지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면세의 특혜를 대기업들이 누리는 것에 대한 눈길도 곱지 않다. 하지만 고용창출 면에서 보면 이 같은 불만은 사치일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만큼 중요한 가치는 없다.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고용을 말한다. 그러나 각론에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좋은 예가 선상 카지노다. 지난 5월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크루즈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 해당 지역 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했다. 이른바 오픈 카지노를 고용이 아닌 정책의 관할권 또는 육상 카지노와의 밥그릇 싸움 차원에서 접근한 결과다. 이후 유 장관은 입을 닫았고, 오픈 카지노 건은 쑥 들어갔다. 더불어 국내 크루즈산업 활성화를 통한 고용창출 기대감도 폭삭 가라앉았다. 보건의료 분야 개방정책도 기득권 세력과 그에 동조하는 정치인들의 반대에 막혀 있다. 대한민국 수재들만 모인 의료계는 당장의 이익에 집착한 나머지 스스로 제 발목을 잡고 있다. 이래선 세계 일류 의료업체가 나올 수 없다. 정치권은 의료 영리화 또는 민영화 불가라는 낡은 틀에서 한발짝도 나올 뜻이 없어 보인다. 그래놓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꽉 틀어쥐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서 보듯 한국 의료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런데도 의료계와 정치권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제 역량을 썩히고 있다. 관광분야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면세점 신규 면허는 중국관광객(요우커)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관광객들에겐 쇼핑 못지않게 숙소도 중요하다. 하지만 호텔 확충을 뒷받침할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반면 이웃 일본은 대중(對中)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범정부적 요우커 모시기에 나섰다. 엔저도 한몫 거들고 있다. 그리스 청년실업률은 50%에 육박한다. 청년들이 희망을 잃은 나라엔 미래가 없다. 우리 청년실업률은 지표상 10% 안팎이지만 체감실업률은 이보다 더 높다. 면세점에 이어 청년층 고용절벽 공포를 줄일 내수·서비스 정책이 속속 나와야 한다. 새로 라이선스를 받은 면세점 사업자들이 고용창출의 모범을 보이길 바란다.
2015-07-12 16: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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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 관계 복원, 경제에만 매진하라
원유철·김정훈 추대키로 당정청 회의도 재개해야 새누리당이 김무성 대표 취임 1주년인 14일을 맞아 '2기 체제'를 본격 출범시킨다. 새누리당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사퇴한 뒤 서둘러 당직 인선을 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 집권 후반기에 대비할 계획이다. 원내지도부는 4선의 원유철 의원(경기 평택갑)이 원내대표를 맡고, 3선의 김정훈 의원(부산 남갑)이 정책위의장을 맡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둘은 14일 의총에서 합의추대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14일을 전후해 나머지 당직 인사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당청 관계가 복원돼야 한다. 유 전 원내대표 체제에서는 당청이 껄끄러웠던 게 사실이다. 청와대 따로, 당 따로 행보를 했다. 그러다보니 정책은 어긋나기 일쑤였다. 그 대표적인 것이 위헌 소지를 안은 국회법의 국회 통과였다. 박 대통령은 급기야 거부권을 행사했고, 유 전 원내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한 배를 타야 한다. 어깃장이 나면 국민에게도 피해가 돌아온다. 김 대표 '2기 체제'가 특히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원유철 의원과 김정훈 의원은 둘 다 비박(非朴)이다. 그러나 친박(親朴)과도 소통이 무난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인지 당내에서도 큰 반발이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도 이 둘에 호의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침 공석이던 청와대 정무수석에 현기환 전 의원이 임명됨으로써 이들과 호흡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원 의원은 "앞으로의 과제는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며 "당청이 원활한 협조와 무한 협력 속에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 차기 원내대표의 가장 큰 역할과 임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도 그동안 소원했다. 당청 갈등의 원인이 됐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조만간 김 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만남이 곧 가능하다"고 여권 고위 관계자는 귀띔한다. 물밑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새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함께 초청해 당청 관계를 조속히 복원해야 한다. 지난 5월 15일 이후 열리지 않았던 고위 당정청회의를 재개해야 함도 물론이다. 김 대표의 어깨도 무겁다. 지금은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당도 올 하반기가 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 당청의 분발을 거듭 당부한다.
2015-07-12 16: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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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성 무상복지 추경은 안된다
공짜티켓·상품권 남발 안돼 세입추경 연례화 지양해야 정부가 제출한 11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심의가 시작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와 별도로 6조2000억원 규모의 자체 추경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예산안 심의에 임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자세가 헤프기 이를 데 없다. 추경의 재원은 본예산과 마차가지로 국민이 낸 혈세다. 하지만 마치 예산 보너스라도 되는 양 선심 경쟁에 여념이 없다. 정부 여당은 공연티켓 한 장을 사면 정부 부담으로 한 장을 덤으로 얹어주겠다고 한다. 그 예산 소요액 300억원이 정부안에 반영돼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한술 더 떴다. 차상위계층 이하인 저소득층 200만가구에게 전통시장 전용 온누리상품권 10만원씩을 나눠줄 것을 주장한다. 여기에는 2140억원이 소요된다. 이번 추경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및 가뭄 피해에 대한 지원과 경제 살리기가 목적이다. 메르스 여파로 공연장에 관람객이 줄어 공연계가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정부가 공짜표를 돌리는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저소득층에 상품권을 공짜로 나눠주고 전통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건이 안 팔리니 정부가 예산으로 대신 사주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하책이다. 일본은 지난 1999년 소비촉진을 위해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국민을 대상으로 상품권(대략 10만~30만원)을 지급한 적이 있다. 대만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국민에게 상품권을 지급했다. 그러나 소비촉진 효과는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현금화해서 다른 곳에 쓰거나 은행에 저축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삼성·현대차·LG·KB국민은행 등 일부 그룹이 최근 자사와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전통시장 상품권을 나눠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이 사내복지 증진뿐만 아니라 경제 살리기에도 적극 협력하겠다는 것이어서 박수를 보낼 만하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까지 덩달아 공짜 티켓이나 상품권을 돌리겠다고 나서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기본적으로 기업이 자기 돈으로 선심을 쓰는 것과 국가가 나랏돈으로 선심을 쓰는 것은 엄밀히 구분해야 한다. 공짜복지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국민의 건전한 경제 마인드를 해칠 우려가 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유권자를 상대로 선심성 정책 경쟁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세수부족분 5조6000억원에 대한 세입추경도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 추경은 재난이나 경제위기와 같은 긴급한 재정소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의 경제예측 능력 부족으로 매년 막대한 세수펑크가 생기고 있다. 이를 때우기 위해 추경이 거의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된다. 이는 재정의 건전한 운영을 해치는 요인이다.
2015-07-10 17: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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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보조금,나눠 준 정부 탓 크다
국고보조금이 다시 '눈먼 돈'임이 드러났다.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진행 중인 국고보조사업 중 1422건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절반인 688건이 부실하게 운영됐다.연간 국가예산의 15%에 달하는 국고보조금이 여전히 줄줄 샌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사업 목적이 불분명한 데도 65건에 1200억원의 혈세가 지원됐다. 총 6조7000억원이 투입된 275건은 사업비가 뻥튀기됐고 1조3000억원이 투입된 71건은 사업비를 중복 요청하는 방법으로 예산 낭비를 불렀다. 8조8000억원 규모의 202개 사업도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고보조금은 국가의 주요 정책의 필요에 따라 민간이나 지자체·공기업 등이 펼치는 특정사업을 원활히 추진하도록 하기 위해 중앙 정부가 내주는 돈이다. 올해는 2502건 58조4000억원의 국고보조금 예산이 배정됐다. 국고보조금은 융자금과 달리 갚을 필요도 없다. 관리 주체가 불분명한 사업이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여기에다 감시까지 부실하다보니 '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나온다. 민간 사업자나 지자체가 보조금을 부정하게 타 내거나 사업과 무관한 개인용도 등으로 쓰다가 적발되는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유다. 이번 실태 조사결과를 뒤집어보면 정부가 국고보조사업 부실을 키운 거나 다름없다. 사업 선정 단계부터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게 1차적인 문제다. 그런데도 당국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국고보조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2017년까지 1조8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애초에 잘못한 걸 탓하기보다 잘못했던 걸 바로잡아 예산을 절감하게됐다고 내세우니 이런 역설이 있나. 기재부는 작년 말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근절책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개선되기는 커녕 부정 행위는 여전하다. 여기에는 '심판'이 잘못한 탓이 크다.따라서 이번 기회에 국고보조금의 부실을 방치하거나 관리·감독을 소홀히한 담당자에게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동시에 국고보조금을 부실 운용한 기업이나 기관,관계자에 대해서도 일벌백계해야 한다. 부정하게 쓰인 보조금을 끝까지 회수하는 건 기본이다. 나머지 모든 국고보조사업에 대해 전면 실태조사를 벌여 잘잘못을 명명백백하게 가려서 '국고보조사업=눈먼 돈'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야 한다. 더 중요한 건 사후약방문이 아닌 예방이다.국고보조사업 선정 단계부터 적정한지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2015-07-10 14: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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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쇼크 예사롭지 않다
상하이 증시 연일 급락세.. 韓 대중 의존 높아 직격탄 연일 폭락하는 중국 증시가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6월 12일 연중 최고치(5166.35)를 돌파해 '미친 소(펑유.강세장)'란 소리를 듣던 중국 증시는 한 달이 채 안 돼 30% 이상 급락했다. 시가총액은 3조달러 넘게 증발했다. 프랑스 증시 규모와 맞먹는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증시는 물론 중국과 함께 세계경제를 이끄는 미국도 휘청거렸다. 중국 정부는 연일 부양책을 내놓았다. 중국 인민은행은 4차례에 걸쳐 500억위안(9조10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다급해지자 중국 정부가 나섰다. 9일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전날 리커창 총리 주재로 열린 상무회의에서 "규정 위반 등으로 회수된 자금 2500억여위안(약 45조6000억원)을 긴급영역에 투입하는 계획을 가속화한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신호를 보내자 중국 증시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주가 추락은 중국 경제 거품 붕괴의 신호탄 성격이 짙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7.4%로 24년 만의 최저치였다. 올 1·4분기에 7.0%로 떨어졌고, 2·4분기엔 그마저도 밑돌 가능성이 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가 전 세계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가 중국 증시는 거품이라고 진단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도 지금 중국은 25년 전 거품이 일시에 터진 일본 증시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당국이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 돈의 흐름이 역방향을 취하면 주가대책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도 닮은꼴이라고 했다. 중국의 거품이 꺼지면 한국은 직격탄을 맞는다. 한국 경제는 이미 중국과 연동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 비중은 25.5%에 이른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을 합친 수치와 비슷하다. 대중 무역흑자도 엄청나다. 한국의 해외 투자기업 중 3분의 1이 중국을 택하고 있다. 그 대상도 제조업을 넘어 금융업, 요식업, 물류업 등 산업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국내 경제와 중국 경제의 상호 연관성이 매우 높다"며 "중국 증시를 포함한 경제 전반의 상황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다.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지난 2007년 7조4000억달러였던 중국의 부채는 지난해 4배 가까운 28조2000억달러로 급증했다. 이는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아래쪽으로 꺾이고 있다는 증거다. 고도성장에 익숙해 있던 시장이 시진핑 정부가 내세운 '신창타이(新常態.뉴 노멀)'에 적응하는 것도 순탄치 않아 보인다. 그 파장은 한국 경제에 그대로 미친다. 중국이 우리의 경제 전 분야에 절대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 파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2015-07-09 17: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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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투기자본 편에 서면 안된다
소버린 사태 때 백기사 역할.. 삼성, 확 달라진 모습 보여야 국민연금은 어느 쪽에 표를 던져야 하나. 삼성인가 엘리엇인가. 오는 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 의결권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21%를 가진 2대 주주다. 삼성과 엘리엇의 지분은 주총을 제 뜻대로 끌고 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결정권은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 국민연금은 딜레마에 빠졌다. 엘리엇 편에 서면 투기자본에 휘둘렸다는 비판을 각오해야 한다. 삼성 손을 들어주면 대기업에 굴복했다는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 최근 사례를 보면 국민연금은 합병에 반대표를 던질 공산이 커보인다. 세계 1·2위 의결권 자문사들이 반대를 권했고, 국내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같은 견해를 밝혔다. 국민연금은 더 이상 예전의 거수기가 아니다. 실제로 지난달엔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SK와 SK C&C의 합병에 반대표를 던졌다. 앞서 3월에도 기아차 주총에서 이사들이 경영진 감시·감독 업무를 소홀히 했다며 사외이사 재선임에 반대했다. 여기서 한가지 생각할 점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투기자본이 개입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로 나눠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 SK그룹은 소버린의 파상 공세로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계열사인 SK글로벌의 분식회계에 연루돼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소버린은 그 틈을 파고 들었다. 이때 백기사로 나선 게 바로 국민연금이다. 당시 SK㈜ 지분 3.6%를 가진 국민연금은 주총 당일 SK 지지를 공식 발표했다. 이는 최 회장 측이 승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찬반 기준을 주로 주주가치 훼손 여부에 둔다. 온 국민의 쌈짓돈을 모아 운용하는 기금이 수익률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투기자본이 끼어들면 더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다. 1700억원을 투자한 소버린은 2년여 만에 1조원 가까운 수익을 챙겨 떠났다. 국민연금은 온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돈이다. 길게 보면 우리 대기업들이 잘 돼야 연금 수익률도 높아진다. 국민연금이 약탈적 헤지펀드의 장단에 놀아나선 안 된다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어떤 근사한 명분을 내세우든 헤지펀드들이 노리는 것은 돈이다. 한국 경제가 어떻게 되든 그들에겐 알 바 아니다. 이미 소버린 선례가 있다. 국민연금이 우리 기업 편에 선다고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 다만 삼성은 먼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들과 소통하는 진실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연금도 떳떳하게 합병 찬성 의결권을 행사할 게 아닌가.
2015-07-09 17: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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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부총리, 총선 불출마 선언하라
朴대통령 "개인 행로 안돼" 초이노믹스에 책임져야 주인공 이름을 딴 TV 쇼에서 주인공이 하차하면 그 쇼는 막을 내린다. 자칫 '초이노믹스 쇼'가 그럴 위기에 처했다. 주인공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최 부총리는 현직 3선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그는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4선에 도전하려면 내년 1월 중순까지 부총리직을 내놔야 한다. 취임 1년을 코앞에 둔 최 부총리는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경제가 엄중한 상황으로 당에 복귀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언뜻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투로 들린다. 하지만 총선 불출마 선언과는 분명 다르다.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을 향해 "개인적인 행로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를 비롯해 의원직을 겸한 5명의 장관을 염두에 둔 '지침'으로 보인다. 현 내각엔 최경환·황우여·유기준·유일호·김희정 등 5명의 현역 의원이 있다. 여론의 관심은 최 부총리에게 쏠려 있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초이노믹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최 부총리는 지난 1년간 "젖 먹던 힘까지 다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구조개혁과 청년실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을 성과로 꼽았다. 문제는 알맹이다.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개혁은 말만 무성할 뿐 손에 잡히는 실적은 없다. 청년실업은 도무지 풀릴 기미가 없다. 최 부총리는 경제활성화 법안을 껴안고 있는 국회 탓을 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마치 경제가 잘못된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는 것 같아 옹색한 변명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여론은 최 부총리가 내각에 계속 남아주길 바라는 것 같다.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신뢰는 크다는 뜻이다. 우리는 최 부총리에게 총선 불출마 선언을 권한다. 나라 경제를 생각하면 최 부총리가 대통령과 남은 임기를 함께하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웃 일본을 보라.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2년 반째 아베 총리 아래서 일하고 있다. 아소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와 함께 아베노믹스를 떠받치고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 1기 땐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4년 임기를 꽉 채웠다. 2기 행정부에선 잭 루 장관이 2년5개월째 재임 중이다. 반면 5년 단임 이명박정부는 강만수·윤증현·박재완 3명이 번갈아 재무장관직을 맡았다. 박근혜정부에선 현오석에 이어 최경환이 두 번째다. 누가 봐도 경제사령탑의 수명이 너무 짧다. 최 부총리가 그만 두면 '초이노믹스 쇼'는 막을 내려야 한다. 그 책임은 누가 질 텐가.
2015-07-08 17: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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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면세점 선정, 뒤탈 안 나올까
사회공헌은 부수적 요인 관광 활성화가 기준돼야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관세청은 10일 서울지역 3곳(대기업 2곳, 중견·중소기업 1곳)과 제주지역 1곳(중견·중소기업) 등 4곳의 면세점 사업자를 발표한다. 앞서 지난달 마감한 면세점 신규 특허 공모에 24개 기업이 신청했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내로라하는 유통기업이 총출동해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이른바 요우커 증가 추세에 맞춰 급성장하는 면세점 사업은 유통기업들에 새로운 출구요 성장동력이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면세점 시장은 2010년 4조5000억원에서 작년엔 8조3000억원으로 4년 새 84%나 성장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된다. 여기에 재벌오너 간 자존심 경쟁도 가세했다. 이런 가운데 면세점 사업자 평가를 둘러싸고 잡음이 무성하다. 우선 관세청이 제시한 심사 및 평가기준이 허술하다는 거다. 관세청은 당초 100점인 총점을 1000점으로 늘리고 심사평가표도 보완했다. 하지만 세부 항목만 새롭게 추가됐을 뿐 해당 항목에 대한 세부 평가기준이나 채점방식 등은 여전히 두루뭉술하다. 기업별로 장단점이 서로 달라 평가점수를 객관화하기도 쉽지 않다. 면세점 사업을 위해 새로 설립한 법인이나 두 개 이상의 법인이 공동으로 신청한 경우의 평가기준은 더욱 모호하다. 제대로 된 잣대가 없으니 심사자의 자의적인 판단 소지가 크다. 선정 결과에 대한 뒤탈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업자 평가의 무게중심이 면세점 운영보다는 부수적인 요인으로 쏠리는 모양새다. 독과점 여부, 사회공헌, 주차장 확보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거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문제는 부수적 요인에 집착하다가 자칫 관광객 없는 면세점이 나올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정부가 15년 만에 면세점을 추가로 허가하려는 목적은 외국인 관광객, 특히 요우커를 보다 많이 끌어들여 내수를 살리자는 데 있다. 더불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 지역경제와 나라경제를 활성화하자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그런 만큼 이번 면세점 사업자 선정 심사도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효율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게 당연하다. 사업자 선정에 따른 뒤탈을 줄이는 해법은 간단하다. 면세점을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춰서 평가하는 것이다. 관광객이 몰리고 보다 쉽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을 뽑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소와 면세점 운영방법, 고객서비스를 심사와 평가의 주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사회공헌 등 부수적인 요인 평가는 그 다음이다. 신청자들이 내놓은 면세점 운영 및 투자계획의 실현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을 철저하게 뜯어봐야 한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전후한 1980년대 후반 시내 면세점이 29개까지 늘었다가 지금은 12개로 쪼그라들었다.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한 탓이다.
2015-07-08 17: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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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펀딩을 벤처 불쏘시개 삼자
관련법 2년여 만에 통과.. 앞서간 美·中 따라잡아야 경제 활성화에 주춧돌 역할을 할 수 있는 크라우드펀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개정안)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여당은 지난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의 불참 속에 단독으로 처리한 61개 법안 중에 이른바 크라우드펀딩법을 포함시켰다. 창업기업이 온라인을 통해 소액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인 이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무려 2년이 걸렸다. 오죽했으면 박근혜 대통령도 창조경제 활성화와 청년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을까. 스피드가 생명인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에 한줄기 빛이 찾아온 셈이다. 크라우드펀딩의 본질은 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다. 초기 창업기업에 딱 맞다. 현재 벤처캐피털은 매출 실적이 있는 성숙단계 벤처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국내 엔젤투자가는 500~600명에 불과하다. 수천개에 달하는 스타트업이 도움을 받기 힘든 구조다. 반면 크라우드펀딩은 수많은 개인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는다. 중소기업도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새롭고 선도적인 기술과 제품을 대중에게 직접 알리고 소통하는 창구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크라우드펀딩은 이미 해외에서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2년 4월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허용하는 내용의 창업기업지원법(JOBS)을 제정했다. 세계 최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필두로 세계 크라우드펀딩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 기업인 완다그룹도 최근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총 50억위안(약 8912억원)을 조달했다. 창조경제연구회(이사장 이민화)에 따르면 한 벤처 창업의 미래가치는 170억원이라고 한다. 연간 1만개의 창업이 이뤄지면 170조원에 달하는 미래가치가 창출되는 셈이다. 16만8200개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고 한다. 실현만 되면 반가운 일이다. 이번 개정안은 일단 투자자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둔 것 같다. 일반투자자는 기업별 200만원 연간 500만원, 소득요건을 갖춘 자(금융소득종합과세자)는 기업별 1000만원 연간 2000만원으로 한도가 결정됐다. 투자자 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소액투자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한 것이다. 크라우드펀딩으로 투자를 받은 기업의 대주주가 투자금을 '먹고 튀는(먹튀)' 폐단을 막기 위해 증권발행인은 1년 동안 주식을 팔 수 없는 보호예수 제도도 도입했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전향적 접근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1년으로 못을 박은 보호예수제도가 크라우드펀딩을 무력화한다는 주장이다. 창조경제를 선언한 정부답지 않다는 것이다. 맞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은 태생적으로 투자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라는 상반된 가치가 충돌한다. 크라우드펀딩은 이제 갓 나왔다. 문제가 생기면 함께 고쳐나가면 된다. 창의적 기업들이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지천을 타고 큰 강으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2015-07-07 16: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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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유승민이 대승적 결단 내려야
국정공백 장기화는 안돼.. 집권 후반기 동력 살려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묻기 위한 의원총회가 8일 열린다. 유 원내대표가 거취를 소속 의원들에게 맡긴 셈이다. 그런 만큼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의총을 끝으로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가 깔끔히 정리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유 원내대표를 불신임한 이후 국정 난맥상은 최고조로 달아올랐다. 당청 관계는 물론 당정회의도 매끄럽지 못했다. 일촉즉발의 위기감만 팽배했던 것이 사실이다. 김무성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의 미래와 박근혜정권의 성공을 위한 원내대표 사퇴 권고 결의안 채택을 위한 의총을 개최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가능하면 표결로 가지 않도록 결의문을 만들어 의총에서 발표하고 의원들의 동의를 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 개인에 대한 신임과 불신임 투표 행위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표대결로 갈 공산이 크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 원내대표의 충돌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그런 일은 없었다. 그래서 충격도 더 컸다. 중재자도 마땅치 않았다. 김 대표의 존재감도 드러나지 않았다.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의 틈바구니에 끼여 줄타기 하는 것으로 비쳤다. 더욱이 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투톱이다. 김 대표로선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지 않을 수 없고, 유 원내대표의 눈치도 건드리기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 유 원내대표가 의총을 받아들임으로써 해결의 물꼬는 텄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국회법 사태에 누군가는 책임져야 마땅하다. 경위야 어찌 됐든 위헌 논란을 일으키면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까지 초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내사령탑인 유 원내대표의 책임으로만 몰아서도 안 된다. 새누리당 의원을 포함해 212명이나 찬성해 가결시킨 법안이다. 책임을 따진다면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도 예외일 수 없다. 이제 와서 또다시 재신임을 묻는다는 것이 가혹하다는 생각도 든다. 유 원내대표도 국정공백 장기화는 원치 않을 것이다. 국정공백의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추경도 제때 처리해야 한다. 지금은 집권 후반기 동력을 살려나가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 유 원내대표도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당청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여길 게다. 그렇다면 유 원내대표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현명한 선택을 바란다.
2015-07-07 16: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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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방어 '박영선法'을 기대한다
외촉법 개정안 대표발의 창에 맞설 방패 쥐여줘야 뜻밖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 대기업의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대기업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그런 박 의원이 지난 3일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사유에 '대한민국 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를 추가했다. 핵심 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있을 경우 외국인 투자를 제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박 의원은 사사건건 삼성과 각을 세웠다. 지난 2월엔 이른바 김학수법(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부의 대물림을 위해 범죄행위를 저지르고도 막대한 이익을 누리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지난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극성을 부릴 땐 "삼성생명공익재단이 100% 소유한 삼성서울병원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의 태도 변화는 역설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수단이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준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자본시장은 문을 활짝 열었다. 간판급 기업들과 시중은행들의 외국인 지분율은 절반을 넘나든다. 외국계 헤지펀드나 기업사냥꾼들은 틈만 나면 '창'으로 경영권을 위협한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엔 '방패'가 없다. 삼성물산에 대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집요한 공격은 또 하나의 불공평한 사례일 뿐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강자의 논리다. 자기 이익과 맞을 땐 스탠더드를 고집하지만 그렇지 않을 땐 가차없이 뭉갠다. 지난 2005년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미국 에너지업체 유노칼을 인수하려 하자 미 의회가 들고일어났다. 결국 매각 협상은 무산됐다. 일본도 "경제의 원활한 운영에 현저한 악영향을 끼칠 경우 외국인 투자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게 박 의원 측의 설명이다. 삼성물산·엘리엇 싸움은 묘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지난 3일(현지시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ISS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사모펀드 베스타 캐피털 파트너스(Vestar Capital Partners)의 소유라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엘리엇은 1심에서 기각된 가처분 신청을 항고하는 한편 삼성SDI와 삼성화재 지분도 약 1%씩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는 삼성정밀화학 지분 5.021%를 보유했다고 3일 공시했다.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파상 공세를 펴는 형국이다. 오는 17일 주총 결과는 예측 불허다. 박영선 의원에게 당부한다. 이왕 총대를 멨으니 제대로 된 경영권 방어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상대는 창을 다루는 데 능수능란한 전문가다. 국내 기업에도 최소한의 방패를 쥐여줘야 공평하다. 우리는 지난 2000년대 중반 적대적 M&A 러시에도 불구하고 외양간을 고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같은 잘못을 또 저질러선 안된다.
2015-07-06 16:5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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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위험한 도박, 유로존 깨지나
국민투표서 긴축안 거부 '홀로서기' 더큰 고통 임박 유로존이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리스 국민들은 5일(현지시간)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국제채권단이 추가 구제금융 제공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긴축안에 대해 반대를 선택했다. 그리스의 앞날은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그러나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 경제가 자생력을 회복하려면 대폭적인 채무탕감과 만기연장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총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77%에 달해 자력으로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그리스 사태는 유럽의 경제통합에 있어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첫째는 개별 국가의 경제상황과 경쟁력의 차이에 대한 고려 없이 단일 통화권으로 묶은 것이 무리였다는 점이다. 유로화 도입은 한동안 유럽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남부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재정위기에 직면했다. 통화통합은 이들 나라의 통화 및 환율 주권을 상실케 해 자국의 경제위기에 대한 독자적인 대응을 어렵게 만들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채무국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채권국 국민들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지금 독일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다. 그리스 정부는 530억유로의 부채탕감을 요구하고 있다. IMF가 제시한 탕감 규모와 일치한다. 여기에 가장 발끈한 것은 독일 국민들이다. 그리스의 부채를 탕감해주면 결국 최대 채권자인 독일 국민들의 세금부담 증가로 귀착되기 때문이다. 국민투표 이후 그리스 금융시장은 패닉 상태다. 그리스 은행들은 채권단의 긴급 자금지원 없이는 단 하루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증시가 부양책에 힘입어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유로존은 7일 긴급 정상회의를 열어 그리스 사태 대처방안을 논의한다. 그리스에 부채를 탕감해주고 구제금융을 계속 지원할 것인지, 아니면 구제금융을 끊어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게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그리스 좌파정부는 부채탕감과 함께 최장 20년간의 채무 만기연장도 요구하고 있다. 채권단이 그리스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제통합은 경쟁력이 약한 나라에는 고통을, 경쟁력이 강한 나라에는 희생을 요구하는 과정이다. 그리스 사태가 그 점을 잘 보여준다.
2015-07-06 16: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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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이상과열 방치해선 안된다
비수기 매매·전세·대출 급증 대출심사 강화로 거품 빼야 주택시장이 심상찮다. 전통적인 비수기인데도 전세·매매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주택담보대출도 급증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달보다 0.38% 올랐다. 본격적인 비수기이면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 악재에도 전달(0.34%)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전세 역시 물량부족 속에 상승폭이 한달 새 0.44%에서 0.49%로 커졌다. 서울 한강이남 11개구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월 말 4억원을 넘어섰다. 서울지역의 주택거래도 6월 기준 사상 처음으로 1만건을 넘었다. 주택담보대출도 급증세다. 금융권에 따르면 7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월 말 현재 321조원으로 전달보다 9조원(안심전환대출 매각분 포함) 넘게 늘었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0년 이후 6월 기준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저금리 추세와 함께 전세난에 지친 서민들이 '빚 내서라도 집을 사자'고 나서며 담보대출 증가를 부채질한다. 주택시장과 주택금융이 모두 비수기의 실종이요 이상과열이다. 시도 때도 없이 가격이 치솟는 미친 전세시장이 주범이다. 주택 전세·매매가 상승과 담보대출 증가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사그라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이 월세시장 위주로 고착화되고 있는 게 첫째 이유다. 가뜩이나 저금리 추세와 맞물려 집주인들이 전세를 대거 월세(반전세)로 돌리는 상황이다. 서울지역은 강남권에 수만가구의 재건축이 예정됐다. 경제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며 생긴 왜곡현상도 한 이유다. 주택시장의 이상과열은 단순히 가격이 오르는 차원을 넘어 이것이 가계·금융부실화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게 문제다. 요즘 주택매매는 목돈 없이 대부분을 빚으로 집을 산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 주택거래의 주요 연령층이 과거 40∼50대에서 30∼40대로 낮춰진 게 이를 반영한다. 빚으로 집을 사는 만큼 집값이 오르면 오른 만큼 대출금 규모도 커지고 상대적으로 상환여력은 떨어진다. 여기에 내외부 충격으로 금융시장의 저금리 기조가 깨지면 주택시장에 거품이 빠진다. 이렇게 되면 집값보다 대출금이 많은 깡통주택이 속출하고 하우스푸어가 양산된다. 이것이 금융시장을 갉아먹는다. 정부는 한편으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주택시장을 띄워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부실화를 걱정해야 하는 양날의 칼을 들고 있다. 그렇더라도 주택시장의 이상과열은 궁극적으로 가계·금융부실로 이어져 경제살리기의 발목을 잡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이상과열되는 주택시장을 면밀히 살펴서 최대한 거품이 끼는 걸 막아야 한다. 그 근본 처방은 기존 주택시장 규제완화의 틀 속에서 금융권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때 상환능력을 꼼꼼히 따지는 거다. 상시적인 모니터링과 즉각적인 처방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주택시장 안정 정책은 타이밍이다.
2015-07-05 17: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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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이번엔 '합의안' 만들어야
노사 수정안 여전히 간극 커 '공익안' 채택은 파장 불가피 법정시한(6월 29일)을 넘긴 최저임금 협상이 지난 3일 재개됐으나 또다시 노사 간 깊은 인식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날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9차 전원회의는 최저임금을 시급과 월급으로 병행 표기하는 문제에 합의했으나 내년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특히 노동계는 종전 최저임금 요구안인 시급 1만원에서 1600원 낮춘 8400원(50.5% 인상)을, 경영계는 5580원 동결에서 30원(0.5%) 올린 5610원을 각각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수정안에서 보듯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노사 간 간극이 여전히 크다. 협상이 계속되면서 새로운 수정안이 나오겠지만 여간해서는 격차가 좁혀질 것 같지 않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고시하려면 오는 15일까지는 협상이 마무리돼야 한다. 위원회는 6, 7, 8일에 잇따라 전원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시간이 무척 빠듯하다. 노사가 지난 3개월 동안 최저임금 문제를 놓고 끝없이 충돌한 것은 정부와 정치권 때문이다. 예년과 달리 정부가 협상 시작부터 개입한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연초부터 "내수를 살리기 위해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인상을 부추겼다. 노동계는 사상 최고 인상률(79.2%)인 시급 1만원을 내걸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정부 편인 공익위원들은 시급·월급 병기안을 제시하며 경영계를 압박했다. 경영계가 반발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간의 합의로 정해야 한다. 정부가 끼어드니 협상이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최저임금이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인지 높은 수준인지, 그리고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영세상인, 중소기업들은 어느 정도 인상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노사가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중소기업 두 곳 중 한 곳은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면 감원하거나 신규채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불안을 불러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내년 최저임금을 6000원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소상공인의 45%는 6000원만 돼도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응답했다. 과거 최저임금 협상에서는 노사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이 정부 입장을 반영한 '공익안'을 제시했고 그것이 그냥 채택되곤 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하면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정부 입장이 중립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노사는 밤샘협상을 해서라도 합의안을 만들어야 한다.
2015-07-05 17: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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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제친 서경배, 안주하지 마라
국내 주식부자 1위 등극.. 중국시장 의존도 낮춰야 국내 주식 부자 1위가 바뀌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제치고 국내 주식 부호 1위로 올라섰다. 서 회장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 자산가치는 지난 2일 종가 기준으로 12조804억원을 기록해 12조원을 넘어섰다. 이건희 회장의 11조8360억원을 뛰어넘었다. 올 상반기 서 회장의 보유주식 평가액이 6개월 새 무려 6조원 넘게 불어나서다. 하루 평균 276억원씩 늘어난 셈이다. 서 회장의 보유주식 평가액이 급증한 것은 상반기 국내 증시 강세와 한 개의 주식을 여러 개로 나누는 주식 액면분할 효과가 작용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의 꾸준한 성장세가 뒤를 받쳐주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1945년 해방둥이 기업으로 출발한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헤라 등 대표 화장품 브랜드들을 기반으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매출(연결 기준)은 2012년 3조4317억원, 2013년 3조9954억원, 2014년 4조7119억원으로 최근 3년간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중국을 포함한 해외 매출은 2013년 5447억원에서 지난해 8325억원으로 52.8% 급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시장이 아모레퍼시픽그룹을 주목하는 이유는 한결같은 글로벌화 전략이다. 1964년 국산 화장품 최초로 해외 수출을 시작한 후 1990년대 초부터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추구했다. 중국과 프랑스에 공장을 설립, 현지 생산 기반도 마련했다. 아시아 지역를 비롯해 미국, 프랑스를 3대 축으로 사업 역량도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데 있다. 따라서 프랑스, 일본 등 화장품 강대국을 능가하는 제품을 내세워 시장을 다각화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뷰티한류 전략으로 무장해 글로벌 대표 뷰티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 주식은 꿈을 먹고 자란다는 증시 격언이 있다. 주가는 분명 기업의 미래가치를 반영한다는 얘기다. 애널리스트들은 주가지수나 목표가를 예측하는 보고서를 하루에도 수십건씩 쏟아낸다. 투자자도 향후 실적이 나아질 기업에 열광한다. 앞을 내다보고 투자하는 것이 정석으로 자리잡았다. 여기엔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주식 부자 1위에 등극했다고 축배만 들면 안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눈 뜨고 나면 세상이 달라진다. 부단한 연구개발(R&D)로 미래의 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도태되는 것이 요즘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기업 가치와 주식 가치는 동반성장한다는 뜻이다.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서 회장의 경영철학이라고 하니 다행이다.
2015-07-03 17: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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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난맥상 언제까지 봐야 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회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국정은 난맥상 그 자체다.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고 대통령 영(令)도 서지 않는다. 대통령이 사태의 핵심에 있다보니 중재할 사람도 없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집안 싸움은 점입가경이다. 경제도 어렵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도 진정되지 않았는데 볼썽사나운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과연 집권능력이 있는지 묻고 싶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불신임당한 유승민 원내대표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과 정의화 국회의장 사이에도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행정부와 입법부 수장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일 멕시코·인도네시아·호주 등 3개국 상원 의장들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둘의 관계가 단적으로 드러났다. 이 자리에 정 의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당초 오찬으로 추진되다 접견으로 바뀌어 정 의장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들 세 나라 의장은 정 의장이 초청했다. 초청자를 빼놓고 부른다는 게 영 어색하지 않은가. 요즘 새누리당의 풍경은 더 한심하다. 콩가루 집안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그제 열린 최고위원회는 난장판을 연상케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사달을 일으켰다. 김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고 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이 재반박을 시도하려하자 김무성 대표가 "회의를 끝내겠다"며 퇴장했다. 이 과정에서 김학용 비서실장은 김 최고위원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어른스럽지 못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이번 사태는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가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나머지는 모두 3자다. 내 일이 아니라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정의 공백이 생겨서는 안 된다. 그 맥락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친박(親朴)과 비박(非朴)으로 나뉘어 세 대결을 펼치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없다. 양측이 싸움을 하면 할수록 당은 수렁으로 더 깊이 빠져들 것이다. 국민 앞에서 더 이상 추태를 보이면 안 된다. 국민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지금은 유 원내대표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 유 원내대표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를 리 없다. 정치인이기 때문에 향후 진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게다. 우선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국정이 집안 싸움에 발목잡혀서야 되겠는가. 모두 반성하기 바란다.
2015-07-03 17: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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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 놓치면 추경 효과 없다
당정 "15조 규모 20일 처리".. 법인세 인상 연계전략 안돼 정부와 새누리당이 엊그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가뭄,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10조원을 포함, 15조원의 재정보강 계획을 확정했다. 추경의 절반은 메르스·가뭄 등에 쓸 세출 용도고 나머지 절반은 세수펑크를 메우기 위한 세입 용도다. 당정은 심각한 경제상황을 고려해 이번 추경안을 20일 이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추경을 한다면 하루빨리 그리고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효과를 극대화하는 길이다. 일단 타이밍을 놓치면 돈을 쏟아부어도 표시가 나지 않는다. 일본이 찔끔찔끔 부양을 하다가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우리는 2013년에 17조원의 추경을 편성했지만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리는 데 그친 경험이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내우외환의 격랑 한가운데 있다. 수출은 끝없이 줄어들고 메르스 사태로 소비도 고꾸라지고 있다. 생산·투자는 3개월 연속 감소세고 제조업 가동률은 6년 만에 최저치다. 그리스 사태 등 대외 리스크에도 노출돼 있다. 적극적인 정책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 때문에 추경은 정부·여당의 의지만큼이나 야당의 협조가 중요하다. 위중한 시기에 여야가 세부 항목을 놓고 싸울 여유가 없다. 그런데 추경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의 반응이 싸늘하다. 야당은 추경이 '메르스·가뭄 맞춤형'으로 편성돼야지 세입보전용이나 경기부양용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만드는 데 10일밖에 안 걸린 졸속추경을 20일 통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입보전 추경은 안 된다. 세수부족 대책으로 법인세 정상화 대책을 마련하라"며 추경과 법인세 문제를 연계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국회가 정부의 추경안을 꼼꼼히 심의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이번만큼은 시기 놓치는 일이 없도록 신속하게 처리해야만 할 것이다. 메르스 사태로 죽어가는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해 추경을 투입하는 것이다. 한데 야당은 메르스에 대응하기 위한 추경은 되고, 경기부양용 추경은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란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얼마 전 보고서를 통해 "추경안이 이달 중 국회를 통과해 제때 시행될 경우에 의미 있는 부양 효과를 낼 것"이라며 국회를 추경효과의 최대 리스크로 지목했다. 이런 리스크가 제거되면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0.4%포인트 추가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국회의 '발목 잡기'는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모양이다.
2015-07-02 17: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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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은 합병 훼방을 그만두라
법원, 주총금지 가처분 기각.. 삼성, 투자자들 마음 달래야 삼성·엘리엇 싸움에서 일단 삼성이 승기를 잡았다. 1일 서울중앙지법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기한 두 건의 가처분 신청 중 한 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총은 예정대로 오는 17일 열린다. 하지만 주총의 걸림돌이 모두 제거된 것은 아니다. 삼성물산의 자사주 처분을 막아달라는 또 다른 가처분 신청은 아직 살아 있다. 재판부는 주총 전에 해당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최후 승자가 누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날 기각 결정은 삼성 측에 고무적이다. 재판부는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비율(1대 0.35)이 정당하다고 봤다. 자본시장법이 정한 대로 시가를 충실히 반영했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주총소집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의 자산가치까지 고려한 새로운 합병비율을 요구했다. 이는 억지다. 삼성더러 현행법을 어기라고 강요하는 꼴이다.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듯 한국에선 한국법을 따르는 게 옳다. 법률·시행령에 문제가 있다면 한국 국회나 행정부가 고치면 된다. 외국계 헤지펀드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삼성·엘리엇 대립을 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둘로 갈라져 있다. 삼성물산 소액주주들과 일부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은 엘리엇 편에 섰다. 시민단체와 야당도 가세했다. 다른 한쪽에선 엘리엇을 벌처펀드·알박기펀드라고 폄하한다. 오로지 돈 때문에 삼성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법원은 주목할 만한 판단을 내렸다. 엘리엇이 주총소집 금지 소송을 낼 자격이 없다고 본 것이다. 사실 엘리엇은 느닷없이 합병 반대안을 들고 나타났다. 삼성물산 주식도 슬금슬금 사모아 3대 주주(7.12%)가 됐다. 숨은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무슨 명분을 내세우든 엘리엇의 속셈이 이익 극대화에 있음은 자명하다. 삼성물산은 자사주 899만주(5.76%)를 서둘러 '백기사' KCC에 팔았다. 법원은 조만간 이 매각이 적합한지 결정하게 된다. 법원은 삼성이 자사주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잘 살펴야 한다. 국내 금융시장은 외국자본에 활짝 열려 있다. 반면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에 맞설 경영권 방어장치는 전무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차등의결권제, 황금주, 포이즌필 제도를 도입해달라는 재계의 요구를 매몰차게 거절했다. 기업의 자사주 매각은 적대적 M&A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책이다. 물론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도 바뀌어야 한다. 예전처럼 총수 맘대로 계열사를 찢고 붙이는 시대는 지났다. 엘리엇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제일모직·삼성물산 사장들은 지난달 30일 긴급 기업설명회(IR)를 갖고 시장을 달랬다. 합병 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부인할 수 없는 엘리엇 효과다. 삼성의 뒷북 대책은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
2015-07-01 17: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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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비극, 포퓰리즘이 원흉
공짜복지 남발해 재정 파탄.. 정치권 선심 경쟁 자제해야 그리스가 끝내 국가부도 상태에 빠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지원받은 구제금융 중 15억유로를 만기인 지난달 30일까지 갚지 못했다. 선진국이 부도를 낸 것은 IMF 71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오는 5일 국민투표에서 개혁안이 거부될 경우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할 위험이 커졌다.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그리스 사태는 유로존 체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의 결과다. 국가별 특성과 현격한 경쟁력의 차이를 무시하고 단일 통화권으로 묶음으로써 개별 국가의 통화정책 권한을 무력화했다. 그리스가 그 희생양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책임을 밖으로 돌리기에는 그리스 내부의 문제가 너무 크고 심각하다. 그리스 사태의 근본 원인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다. 정치권은 감당할 능력이 없는데도 공짜 복지를 남발했다. 국민은 그런 정치인들에게 표를 몰아줬다. 그 결과 재정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렸다. 적자 폭은 2009년 국내총생산(GDP)의 15%까지 불어났다. 국가신용등급이 추락해 남유럽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됐다. 자력 생존이 불가능해지자 두차례에 걸쳐 24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다. 우리나라도 1998년의 외환위기 때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구제금융을 얻어 쓴 대가는 강력한 긴축이었다. 우리는 그 고통을 이겨내고 예상보다 짧은 기간에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었다. 그리스도 처음에는 우리와 같은 길을 걸었다. 독일을 비롯한 국제 채권단이 요구한 긴축안을 받아들였다. 구제금융 이후 13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근로자 임금이 2009년 대비 평균 38% 하락했으며 연금은 45%나 깎였다. 긴축에 대한 저항이 커지고 국민의 불만이 고조됐다. 이때부터 그리스 국민은 우리와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치러진 총선에서 반(反)긴축을 공약으로 내건 급진 좌파정당 '시리자'를 선택, 알렉시스 치프라스 정권을 탄생시켰다. 또 한 번의 포퓰리즘이다. 그 결과가 구제금융 협상 결렬과 국가부도로 이어진 것이다. 경제는 헤프게 살림하면 반드시 망하게 돼 있다. 그 뒤에는 고통의 시간이 따라온다. 나라 살림이든 개인 살림이든 마찬가지다. 그리스 사태가 주는 교훈이다. 우리는 그것을 이미 한 차례 경험했다. 최근 우리 정치권은 여야를 불문하고 선심성 무상복지 경쟁에 나서고 있다. 과거의 뼈아픈 경험을 잊은 것은 아닌가.
2015-07-01 17: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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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식약처, 소비자는 누굴 믿나
'가짜 백수오' 혼란 가중 권위 있는 해석 아쉬워 '가짜 백수오'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점입가경이다. 당국이 제대로 된 조사 결과와 처방전을 내놓지 못하며 되레 식품시장에 혼선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하순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전체에 대한 성분조사에 들어갔다.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되는 일부 백수오 제품에 대해 '가짜' 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어 한 달에 걸쳐 128개사 207개의 백수오 제품 전체에 대한 조사 결과를 26일 국민 앞에 내놨다. 그런데 그 성적표는 누가 봐도 한심하다. 10개 제품은 진짜고, 40개는 가짜라는 걸 밝힌 게 성과라면 성과다. 조사대상의 75%에 달하는 157개 제품에 대해서는 '확인 불가'로 판정했다. 제조 과정에서 가열·압력 등으로 DNA가 파괴됐다는 게 그 이유다. 과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조사를 했다면 결과가 이렇게 나왔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더 가관인 건 식약처의 모호하고 무책임해 보이는 처방이다. 가짜 백수오 제품은 압류 후 폐기처분하도록 한 건 좋다. 그런데 '확인 불가'로 판정한 제품은 제조·유통업체가 자발적으로 회수 또는 판매를 중단하도록 요청했다. 진짜라는 걸 입증하면 다시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단서를 붙였다. 식약처 스스로가 제대로 된 조사결과를 못 내놓은 마당에 이걸 생산자에게 직접 입증하라니 이런 무책임한 일이 어디 있겠나. 불똥은 당장 국순당의 '백세주'로 튀었다. 식약처는 백수오를 원료로 사용하는 이 술에 대해 이엽우피소 함유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원료 백수오 2건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돼 해당 원료를 사용한 제품은 판매 중단을 요청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엽우피소 등이 혼입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 판매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당장 직격탄을 맞았다. 발표 당일 이 회사 주가는 하한가 가까이 빠졌다.나중에 '혐의'를 벗는다 한들 등을 돌린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앞서 이엽우피소의 위해성 여부에 대해서도 구체적 근거를 대지 않고 '몸에 해롭지는 않지만 먹지는 말라'는 식의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해 왔다. 중심을 잡아줘야 할 식약처가 어정쩡하고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사이에 백수오 제품 시장의 혼란은 확산되는 모습이다. 소비자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 정책, 특히 식품안전 분야에서 정부의 실책이나 시행착오는 국민의 혼란은 물론 산업 전체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모호하고 무책임한 정책은 사절이다.
2015-05-26 1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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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연령 70세로 상향, 방향은 옳다
대한노인회 논의 물꼬 터 빈곤율 등 부작용 줄여야 대한노인회가 노인의 연령기준을 높이는 게 옳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재 65세에서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70세까지 올리자는 것이다.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고령자들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할 때 노인 연령기준을 높이는 것이 맞다는 것을 공식 입장으로 정했다. 지난 7일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대한노인회는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서울시는 지난 2010년 적자를 줄이기 위해 65세인 지하철 무료 승차 허용 기준을 올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대한노인회가 반대하고 수혜 당사자인 노인들의 반발이 만만찮아 논의를 접어야 했다. 대한노인회의 입장 변화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공개적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대한노인회의 결정이 타당하다고 본다. 단지 지하철 적자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각종 문화시설 입장료와 기초연금 등 급증하는 노인의 기초생활보장 관련 복지비를 생각할 때 문제를 풀어나가는 첫 단추라고 보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는 요원한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이미 81.9세(2013년 생명표 기준)나 되며 2년에 1년씩 길어지고 있다. 수명이 길어지면 제도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근로수명을 늘리는 대신 노인의 연령기준을 높여줘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라의 복지제도에 의존하는 기간이 너무 길어져 재정부담을 감당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초연금의 경우 심각한 재정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의 재원 규모는 올해 10조원 정도다. 노인인구는 올해 665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2030년 1200만명으로 늘어나고 그에 따라 기초연금 지급액은 53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65세 이상인 지하철.전철 무료 이용자도 연인원 7800만명에 달해 요금 인상 요인이 되고 있다. 노인의 연령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돈 때문만도 아니다. 노인들 스스로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전국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78.3%가 노인의 연령기준을 70세 이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우리 사회가 정신적.육체적.의학적 건강 상태에 비춰 노인으로 볼 수 없는 사람들을 과거의 틀에 얽매여 노인 취급을 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할 때가 됐다. 노인의 연령기준을 높이는 것은 사회적 충격파가 크다. 퇴직 후 연금공백 기간이 길어져 노인빈곤 문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기초연금 수급시기와 결부돼 공무원연금 개혁보다 더 거센 반발을 가져올 소지도 다분하다. 대한노인회가 찬성한다고 해도 복지의 수혜 당사자인 노인들은 여전히 반대가 많을 것이다. 전문가와 노인단체들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2015-05-26 17: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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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재개하라
최경환·아소, 정경분리 공감 '중국 쏠림' 현상 바로잡아야 한·일 재무장관이 지난 23일 도쿄에서 만났다. 주요 20개국(G20) 회의 등 국제무대에선 종종 만났지만 둘이 따로 만난 것은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정경분리 원칙에 합의했다. 또 내년에 한국에서 제7차 한·일 재무장관 회의를 갖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회담 후 한국 기자들과 만나 "정치는 정치, 경제는 경제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번 회담은 만남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한·일 양국은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하지만 지난 2013년 2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양국 간 정상회담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이건 누가 봐도 비정상이다. 이번 회담은 향후 정상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주목되는 것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최 부총리의 발언이다. 그는 일본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움직임에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WTO 협정에 따라 문제를 제기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에서 과도한 부분은 없었는지 점검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국제 관계에서 수입제한은 흔히 보복을 부른다. 안전에 문제가 없다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는 점차 푸는 게 좋다. 최·아소 부총리가 공동보도문에서 양국의 공통 관심사에 대한 협조를 강조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특히 엔저를 둘러싼 이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아베 정권은 전례없이 강력한 엔저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럼에도 소통 채널이 꽉 막히는 통에 우리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엔저에 관한 한 미국도 우리 편이 아니다. 앞으론 직통 채널을 통해 엔저 정책이 초래할 근린궁핍화 가능성에 대개 꾸준히 경고음을 보내야 한다. 이번 회담에서 아쉬운 대목은 통화스와프와 관련한 별다른 논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양국은 1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한때 700억달러에 이르던 한·일 통화스와프는 제로가 됐다. 이는 560억달러 규모의 한·중 통화스와프와 대조적이다. 한·중 양국은 또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도 개설했다. 한·일 간에는 원·엔 직거래 시장이 없다. 일본은 동아시아 패권을 놓고 중국과 경쟁한다. 그런 일본이 바로 이웃한 한국과 통화스와프 관계를 끊은 것은 정책 오류다. 한국도 대일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 외환위기 때 일본계 자금이 쑥 빠져나간 것이 위기를 악화시켰다는 게 정설이다. 엔화 통화스와프는 위기 때 요긴한 비상금이 된다. 그런 점에서 한·일 통화스와프는 윈윈 전략이다. 대일 통화스와프는 지나친 대중의존을 바로잡는 효과도 있다. 중국이 콜록거리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는 말까지 나온다. 어느 모로 보나 쏠림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다. 내년 서울 회담에선 통화스와프 재개 합의문이 나오길 기대한다.
2015-05-24 17:5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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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국회, 경제법안 처리 또 외면하나
연금개혁엔 여야 의견 접근 서비스법 등도 꼭 통과돼야 국회는 입법부다. 법을 만드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본연의 임무에 관심이 없고 정쟁만 일삼는다. 4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경제·민생법안 처리가 잇따라 무산됐고 이에 따라 긴급 소집된 5월 임시국회마저 계속 삐걱거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국민은 이런 국회의 무능·무심한 작태에 냉소를 보내고 있다. 한국갤럽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우리 국민 10명 중 9명(88%)은 국회의 역할 수행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국회가 '잘 하고 있다'는 응답은 20명 중 1명꼴(5%)에 불과했다. 국회에 대한 불신의 가장 큰 이유로는 '여야 합의 안 됨.싸우기만 한다.소통 안 함'(21%)이 꼽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정치권의 행태를 비판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 23일 일본 도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구조개혁을 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한 반면 우리는 구조개혁을 해야 하는데 국회 협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개탄했다. 5월국회도 오는 28일 본회의를 마지막으로 종료된다. 이번에도 '빈손'으로 끝날지 여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여야의 막바지 협상에 달려 있다. 여야는 개혁안 처리 무산의 원인이 됐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에 대해 타협점을 찾은 모양이다. 공적연금 문제를 다룰 사회적 기구를 구성한다는 원칙에도 합의했다. 다만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거취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또다시 민생·경제활성화법안 처리와 연계한다면 여야는 국민적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4월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법안 중 56건이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다. 대학생의 학자금 대출상환부담을 덜어주는 취업후학자금상환특별법 개정안,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 법안은 꼭 처리돼야 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의료법, 자본시장·금융투자업법(크라우드펀딩법) 개정안 등 이른바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들이다. 정부가 시급히 처리해주기 바라는 이들 법안은 28일 본회의에서도 처리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이 처리에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4.29 재·보선 결과를 보나 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나 국민이 정치권에 가장 절실히 요구하는 것은 민생 및 경제살리기다. 경제살리기 법안을 몇 년씩 국회에서 묵히는 것이야 말로 심각한 국정 발목잡기 행위다. 5월국회마저 빈손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2015-05-24 17: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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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업, 서비스혁신 모델로 키우자
하반기에 토종크루즈 첫선.. 카지노 내국인 규제 풀어야 정부가 크루즈산업을 국가 성장엔진으로 만들기 위해 팔을 걷었다. 해양수산부는 7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크루즈산업 활성화와 마리나산업 육성 대책'을 발표했다. 올 하반기에 크루즈선사 면허를 내주고 선상카지노를 허용한다는 게 골자다. 2020년까지 크루즈관광객 300만명 유치와 일자리 1만2000개를 만들겠다는 비전도 내놨다. 내수활성화를 위한 마리나산업 대중화 방안도 포함됐다. 크루즈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도 읽힌다. 당장 관련부처가 힘을 합쳤다. 해수부를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금융위원회, 지자체, 항만공사 등 관계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인허가를 비롯한 행정·재정적 지원 등 모든 절차를 원스톱 지원하겠다는 거다. 이렇게 해서 연내 최소 1곳 이상의 토종 크루즈선사를 출범시키고 내년부터는 태극기를 단 크루즈선을 띄울 계획이다. 8월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에 맞춰 크루즈산업 육성 기본계획도 수립한다. '바다 위 호텔'인 크루즈는 세계관광기구(WTO)가 꼽은 21세기 최고의 관광상품이다.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 등의 높은 경제성장으로 수요가 늘며 시장성도 무한하다. 연평균 7% 안팎의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크루즈관광객이 2007년 4만명에서 2013년에는 70만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120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다른 산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고 조선.해운, 유통, 관광 등 전후방산업에 미치는 효과도 크다. 고용창출·내수진작·지역발전이라는 '삼끌이' 효과도 있다. 이처럼 크루즈는 미래 먹거리이자 기회의 산업이다. 우리나라는 크루즈산업을 담을 수 있는 '그릇'도 갖추고 있다. 삼면이 바다로, 배후에 40억명에 달하는 아시아권을 두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동북아 관광·물류 거점에 자리잡고 있다. 조선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크루즈산업 육성은 경제활성화의 핵심 정책이다. 더불어 서비스산업 발전정책의 선도사업이기도 하다. 행정·제도적 기반도 갖췄다. 이제 남은 건 민간 참여다. 그 근간은 민간이 맘놓고 뛰어들어 사업을 벌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건 사업성을 보장하는 거다. 하지만 민간 참여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적지 않다. 당장 선상카지노에 내국인 입장을 허용해야 한다. 영해 안에서의 카지노 영업제한도 풀어야 한다. 크루즈관광 활성화는 물론이고 전문인력 양성·공급, 연관 산업을 챙기는 일도 중요하다.
2015-05-07 16: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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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빼고 공무원연금만 처리하라
연계 고집하면 해법 없어.. 구조개혁 동력도 살려야 '무늬만 개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6일 무산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내용이 미흡하다는 판단 때문이 아니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상향 조정'을 국회 규칙의 부칙으로 명기하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요구를 새누리당이 거부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로 인해 연말정산 추가 환급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 등 주요 민생 법안들도 모조리 발이 묶였다. 4월 임시국회는 이처럼 빈손으로 끝났다. 문제 투성이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자 차라리 잘된 것이라는 반응도 속출했다. 공무원연금 개정 내용이 아니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이 막판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국민이 많다. 발단은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가 공론화 한번 없이 덜컥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상향조정한다고 합의한 것이었다. 현행 국민연금은 '용돈 연금'이라 불리듯 노후 보장 기능이 충분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을 이만큼 올리려면 향후 70년간 1700조원 가까운 돈이 더 필요하다. 보험료를 왕창 올리는 외에 방법이 없는 데도 여야는 이에 대한 언급 없이 지급액을 올려주겠다고만 하니 여론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공무원연금 문제만 다루면 될 실무기구가 2100만 국민이 가입한 국민연금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주제넘은 월권행위다. 공무원노조가 개혁을 물타기하기 위해 국민연금 강화를 주장했고 야당이 이에 편승했으며 여당도 결국 수용했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 "(소득대체율 인상안은) 광범위한 공론화 과정과 함께 재원마련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등을 위한 5월 임시국회가 오는 11일부터 한 달 일정으로 잡혔다. 그러나 여야는 처리 무산에 대해 '네탓 공방'만 하며 어느 누구도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청와대가 7일 '선(先)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 후(後) 국민연금 논의' 방침을 공식화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국민연금 문제는) 충분한 검토시간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 이라며 공무원연금과 연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박근혜정부가 추진 중인 4대 구조개혁의 시금석이다. 이런 어이없는 이유로 개혁이 유야무야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여야는 즉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요며칠 사이 드러난 개혁안의 허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부분을 보완해서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국민연금 문제는 따로 떼어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에 대해 '사회적 대타협의 결실'이라고 자랑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국민연금을 바꾸려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 과정을 거쳐야 한다.
2015-05-07 16: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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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4위 고임금에 임금투쟁이라니
구매력 기준 日과 맞먹어.. 피크제 도입 등 서둘러야 구매력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꽤 높게 나왔다. 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펴낸 '2015년 임금과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들의 평균임금(4만6664달러·2014년)은 34개 회원국 중 14위를 기록했다. 13위 일본(4만6884달러)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세금까지 고려하면 순위가 더 높아진다. 세후 순수입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 근로자들의 평균임금은 4만421달러에 달해 6위로 껑충 뛴다. 한국보다 많은 나라는 스위스·노르웨이·룩셈부르크·호주·네덜란드 5개국 뿐이다. OECD 순위는 여러 가지를 생각게 한다. 먼저 뿌듯하다. 어느 새 한국이 다른 어떤 선진국과 겨뤄도 크게 뒤지지 않을 만큼 잘사는 나라가 됐다는 게 통계로 드러났다. 구매력은 물가 등을 감안한 실제 소득이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8700달러로 세계 29위에 랭크됐다. 구매력 기준 순위는 이보다 15단계나 높다. 이는 우리 정부가 그만큼 물가를 낮은 수준에서 잘 관리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 흥미로운 것은 세후 소득이다. 사실 세계 6위는 깜짝 놀랄 만한 순위다. 그 뒤엔 우리나라 근로자의 절반가량이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 이는 한국의 소득세 체계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정상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정부가 최근 연말정산 파동을 서둘러 수습하는 과정에서 면세자 비율은 더 높아졌다. 1년 뒤엔 한국이 네덜란드나 호주를 제치고 5위권 안으로 진입할지도 모른다. 다른 한편 OECD 순위는 임금을 둘러싼 정부와 산업계, 노조 간의 갈등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경환 부총리는 기업에 임금 인상을 촉구했다. 기업에 편중된 자원을 개인에게 풀어 소득이 성장을 주도하도록 하자는 거다. 이에 재계는 지금도 국내 근로자들의 임금이 높은 수준이라며 난색을 보였다. 노조는 통상임금 소송으로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해 싸우고 있다. 정년 60세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도 완강히 거부한다. OECD 통계를 보면 재계의 말에 일리가 있는 것 같다.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고임금 등을 이유로 한국을 떠날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된다. 임금은 높을수록 좋다. 단 경제가 고임금을 떠받칠 수 있을 만큼 높은 생산성을 갖춰야 한다. 한국 경제가 과연 그런 수준에 이르렀는지는 의문이다. 구매력 기준 14위, 세후 6위를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2015-05-06 17: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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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이게 무슨 '개혁'인가
숫자만 바꾼 '손질'에 그쳐.. 국민연금과 불공평 여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2일 공무원연금 '개혁'에 합의했다. 이로써 작년 말 국회 특위와 국민대타협기구가 발족한 이래 넉달 넘게 공방을 벌여온 공무원연금 개혁은 일단락됐다. 두 사람은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물망에 오른다. 판을 깨는 건 둘 다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결과 여야 대표 간 합의문은 근사한 모양을 갖췄다. 당연한 일이지만 두 당 대변인은 공식적인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무성·문재인 양인은 큰 짐을 덜게 됐다. 사실 투쟁을 일삼아온 한국 특유의 정치 풍토에서 두 당이 개혁 시한(5월 2일)을 지킨 것은 칭찬할 만하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60% 룰이 작동하는 현실에서 어느 정도 여야 간 타협도 불가피했다. 한쪽이 모든 걸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는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간신히 낙제를 면한 수준이다. 시계추를 돌려보자. 당초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의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구조개혁은 궁극적으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것을 뜻한다. 지금 공무원들은 퇴직 후 비교적 넉넉한 연금으로 안락한 생활을 즐긴다. 이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용돈 수준의 연금을 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부·여당이 개혁의 기치를 든 것은 이 같은 불공평을 바로잡는 목적이 가장 컸다. 불행히도 이번 합의문엔 이런 내용이 쏙 빠졌다. 그래놓곤 엉뚱하게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이자는 내용이 합의문에 들어갔다. 이건 월권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나 '공무원연금 개혁 특별위원회'는 국민연금을 놓고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 이번 개혁으로 절약되는 돈이 향후 70년간 총 333조원으로 추정된다. 여야는 이 중 20%를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 쓰기로 했다. 이 또한 월권이다. 예산편성권은 정부에 있다. 국회는 예산에 대한 심의·의결권만 갖는다. 재정 곧 혈세로 연금을 지원하는 것은 자칫 복지 포퓰리즘으로 빠질 우려가 크다. 국민연금은 오는 2060년까지 펑크가 나지 않도록 설계됐다. 앞으로도 45년은 끄덕없는 흑자 연금이다. 해마다 조(兆) 단위 혈세를 투입하는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보다 훨씬 튼튼하다. 지금은 재정을 갉아먹는 불량연금을 뜯어고치는 데 주력할 때다.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아낀 돈은 국가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데 써야 한다. 그것이 공무원연금을 바꾼 또 다른 목적이다. 김무성 대표는 모수개혁이라는 어중간한 개혁에 합의했다. 기여율·지급률 등 숫자를 손질하는 데 그쳤다. 70년간 333조원이면 한 해 4조7600억원꼴이다. 지급률은 20년에 걸쳐 0.2%포인트 내리고, 기여율은 5년 동안 2%포인트 오른다. 이를 '개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공무원연금 개혁은 노동·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의 시금석이다. 김 대표와 새누리당이 4·29 재·보선 압승의 동력을 바탕으로 개혁의 모범사례를 제시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문재인 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하는 내내 일반 국민보다 특정 세력을 편드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은 두고두고 짐이 될 듯하다. '유능한 경제정당'이라는 그의 수권전략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작은 것에 집착하다 큰 것을 잃은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일이다.
2015-05-03 17: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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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법안 처리로 유종의 미 거두자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이 지난 2일 여야 대표간 합의로 확정됐다. 이로써 수개월에 걸친 법안 마련 절차도 일단락됐다.결과를 놓고 '맹탕' '반쪽' '누더기'라는 여론의 질타가 이어진다. 시한을 지켜서 여야가 합의로 결론을 낸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지만 이번 합의안을 놓고 공과만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국가재정의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라면 경제살리기는 발등의 불이다. 국회에는 위기의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 하루빨리 처리해야 할 9개의 법안이 남아 있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국회에 30건의 경제활성화 법안에 대해 빠른 처리를 요청했다. 이 가운데 국회는 지금까지 21개의 법안에 대해 입법을 마쳤다. 현재 국회에 올라 있는 법안들은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그중에서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처리해야 할 법안이다. 서비스발전법은 제조업을 대신해 고용, 특히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과 동시에 내수활성화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3월 청와대 회동에서 입장 차이가 첨예한 보건.의료부문을 빼고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터다. 연간 외국인관광객 2000만명 유치를 위해 학교주변 관광호텔 건립 요건을 완화한 관광진흥법, 선진금융기법 도입과 금융개혁을 위한 크라우드펀딩법도 미뤄선 안 될 법안이다. 지자체의 누리과정 재정을 지원하기 위해 지방채 발행을 허용하는 지방재정법도 민생복지차원에서 이번 국회에서는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 4월 임시국회 회기가 6일 끝난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럼 여야 지도부가 작정하고 나선다면 처리를 못할 것도 없다. 다행히 새누리당은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의 여세를 몰아 각종 현안 입법에 고삐를 죄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 간 회동도 예정돼 있다. 국민은 4·29 재·보선에서 정치권을 향해 민생과 경제살리기를 강력히 주문했다. 적어도 경제살리기에는 네 편 내 편을 가리지 말라는 거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법안 처리처럼 남은 사흘 동안의 4월 임시국회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여야는 경제살리기와 민생법안 처리로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란다.
2015-05-03 17: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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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백수오 파문, 소비자 피해 줄여야
식약처, 소비자원 손 들어줘.. 제품회수·반품 등 구제 시급 코스닥 상장사인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제품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사실상 '가짜'로 결론 내면서 가짜 백수오 논란은 일단락됐다. 식약처는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제조에 쓰이는 원료를 재조사한 결과 가짜 백수오로 불리는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고 4월 30일 발표했다.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을 제조.공급한 내츄럴엔도텍에 보관된 백수오 원료에 이엽우피소가 섞여 있다는 거다. 앞서 한국소비자원은 같은 달 22일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내츄럴엔도텍 측이 2월 식약처 조사에서는 검출되지 않았고 검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반박해 논란이 일자 식약처는 해당 제품 원료에 대해 재조사를 실시했다. 식약처는 소비자원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한 식품 중 자진 폐기된 제품을 빼고 13개를 수거해 검사한 결과 모두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식약처가 서둘러 비교적 짧은 기간에 시비를 가림으로써 시장의 혼란을 줄이고자 한 건 잘한 일이다. 더불어 이엽우피소 성분은 섭취해도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니 다행이다. 식약처는 이엽우피소는 대만과 중국에서 식품원료로 인정하고 있는 데다 전문가 자문을 받은 결과 몸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식약처의 판정과는 별도로 법적 다툼의 여지는 남아 있다. 그렇더라도 이번 사태의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먼저 소비자들이 입을 피해다. 백수오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성분이 함유돼 갱년기 장애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중장년층 여성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으며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그런데 대부분의 시중 유통 제품이 가짜라고 하니 제품을 사용해 온 소비자들은 큰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관련 제품을 판매한 TV홈쇼핑과 대리점 등도 매출감소는 물론이거니와 제품 반품 등의 민원에 시달리게 됐다. 정부 당국은 이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시중에 깔려 있는 가짜 백수오 제품을 즉각 회수하고 소비자들로부터도 해당 제품의 반품조치에 나서야 한다. 이미 소비자들이 입은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나설 필요가 있다. 식약처는 이번 파동을 계기로 300곳의 백수오업체 제품을 모두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이 조사도 최대한 빨리 끝내서 시장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 동시에 날짜에 따라 성분이 다르게 나오는 식품 검사 및 관리방식에 문제점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2015-04-30 17: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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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읽었으면 연금개혁 제대로 하라
말로만 '경제정당' 野 참패.. 與도 '무늬만 개혁'은 안돼 4·29 재·보궐선거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참패와 여당인 새누리당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이번 선거는 4곳에서 치른 지역선거에 불과했지만 여야 수뇌부가 총출동해 판을 키운 탓에 전국선거처럼 되어버렸다. 유권자들은 유세에 나선 여야 지도부와 후보들에게 고달픈 민생을 돌보고 경제를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정권 심판이니 부자 증세니 하는 구호를 외친 야당 후보들이 지역 경제현안 해결을 공약으로 내건 여당 후보들에게 참패한 이유다. 선거 결과는 경제침체와 청년실업, 가계부채 등 민생에 등돌리고 당리당략에 얽힌 싸움만 벌여온 정치권에 대한 준엄한 경고를 담고 있다. 특히 말로만 '유능한 경제정당'을 표방하고 실제로는 민생 경제를 외면해온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심판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 여야가 이 같은 민심의 향배를 확인했다면 그동안 미뤄둔 숙제를 해야 한다. 당장 4월 임시국회에서 서비스산업발전법, 관광진흥법, 의료법 등 핵심 경제활성화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또 정부와 정치권은 공무원연금개혁과 노동개혁 등 4대 구조개혁 추진에 속도를 내야겠다. 가장 화급한 현안은 공무원연금 개혁이다. 여야는 5월 6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협상은 더디기만 했다. 그러다가 협상기한이 임박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오히려 '무늬만 개혁'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시한에 쫓긴 정부·여당이 당초보다 대폭 후퇴한 개혁안을 수정 제안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현재 7%인 기여율(급여에서 보험료를 떼는 비율)을 9.5%로 올리고 지급률(연금수령액을 결정하는 핵심 비율)은 1.9%에서 1.7(정부여당안)~1.79%(공무원단체안)로 낮추는 안을 놓고 협상 중이라고 한다. 개혁안이 이런 식이라면 개혁은 하나마나다. 정부가 제안한 기여율 9.5%, 지급률 1.7%는 새누리당안 10%, 1.5%와 큰 거리가 있다. 김태일(고려대 교수)안, 김용하(순천향대 교수)안보다도 후퇴한 내용이다. 여야가 지급률 1.75%에서 타결한다면 2085년까지 공무원연금에 투입해야 하는 재정자금은 1702조원으로 김용하안(1.65%)의 1592조원보다 100조원 이상 추가 부담을 지게 된다. 연금개혁으로 절감한 재정을 국민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에 투입하자는 야당의 주장도 말이 안 된다. 야당은 국가 재정 파산을 막기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한다는 사실을 모른단 말인가. 이러니 연금 개혁에 대한 야당의 행태에 여론의 시선이 싸늘한 것이다. 지난 2009년의 공무원연금 개혁도 공무원단체의 조직적인 저항에 밀려 용두사미가 됐다. 이대로 가면 이번 개혁도 2009년 꼴이 날까 걱정이다. 여야는 30년 이상 놔둬도 괜찮을 획기적인 개혁안을 마련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재·보선에서 표출된 민심을 보고도 이런 식으로 개혁안을 협상해서야 되겠는가.
2015-04-30 17: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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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운용 공사화 벌써 삐걱대나
보사연 토론회 돌연 연기.. 네번째 도전 성과 있어야정부가 국민연금 500조원에 걸맞은 기금 운용체계를 갖추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오는 5월 22일 '국민연금 관리·운용체계 개선 토론회'를 열어 각계 의견 수렴에 나선다. 보건복지부는 이 결과를 넘겨받아 하반기 중 정부안을 확정한 뒤 관련 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개편안은 기금을 효율적으로 굴려 수익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본부를 기금운용공사로 개편해 복지부 산하에 둔다. 또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별도의 사무국을 갖춘 상설기구로 만드는 게 골자다. 국민연금 재정추계는 국민연금심의위, 기금투자정책은 기금운용위, 실제 기금투자는 기금운용공사가 각각 담당하도록 한다는 거다.국민연금 운용체계 개편에서 기금운용공사의 독립성 확보는 핵심이다. 그런데 연금공단에서 떼어낸 공사를 같은 복지부 산하 조직으로 두는 방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연금공단과 기금운용공사를 복지부가 맡으면 오히려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예 객관성이 보장되는 총리실 직속으로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렇게 하더라도 법으로 정치적 개입소지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국민의 쌈짓돈을 모은 국민연금이 자칫 정책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국민연금은 올해 500조원을 넘는다. 이후로도 가파르게 늘어 2030년엔 1730조원에 이르고 2043년에는 2561조원으로 정점에 달한다. 그런데 기금 운용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 안전자산에 60% 이상을 투자하는 보수적인 운용으로 작년 수익률이 4.2%에 그쳤다. 더군다나 국민연금은 2032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2060년엔 완전히 고갈된다.단순히 쌓인 기금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안 되니 잘 굴려서 수익을 높여야 기금 고갈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다. 기금 수익률을 1%포인트만 높여도 고갈 시기가 8년 정도 늦춰진다고 한다. 따라서 안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길밖에 없다.국민연금 운용체계 개편은 해묵은 과제다. 이번이 네번째 시도다. 2003년과 2007년, 2012년에 각각 추진됐지만 안전성과 수익성이라는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번번이 개편이 무산됐다. 개편 방안도 그때나 지금이나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다.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논란이 많고 이번에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거다. 벌써부터 정부 부처 간 의견차이로 토론회 날짜가 당초 30일에서 5월 22일로 돌연 연기됐다.가입자가 2100만명에 달하는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최소한이나마 보장하는 복지안전판이다. 그래서 관리와 운용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부처이기주의나 정책수단으로 악용하기 위한 개편이어선 더더욱 안 된다. 더 이상 미뤄져서도 안 된다. 국민연금 운용체계 개편은 주인인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진행돼야 한다.
2015-04-29 16: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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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 은행도 먹고살게 해줘야
예대금리차 쪼그라들어.. 수수료율 자율에 맡겨야 은행이 먹고살기가 힘들어졌다. 주 수입원인 예대 금리차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중 평균 예금금리는 1.92%를 기록했다. 예금금리가 2% 아래로 떨어진 것은 관련 통계를 잡기 시작한 1996년 이후 거의 20년 만에 처음이다. 3월 중 대출금리는 3.61%로 낮아졌다. 역시 역대 최저수준이다. 이로써 예대마진은 1.69%포인트로 쫄아들었다.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이렇게 된 원인은 뻔하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1.75%로 낮춘 영향이 가장 컸다. 시중금리는 기준금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안심전환대출의 파장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연 2% 중반대의 주택담보 대출상품을 내놨다. 안심대출은 인기리에 34조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이용객은 35만명에 이른다. 덩달아 다른 대출상품들도 금리가 떨어졌다. 은행들은 죽을 맛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 은행 수수료율 체계를 뜯어고쳤다. 고객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그 결과 예컨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경우 은행들은 해마다 대당 100만원 넘는 돈을 손해보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은행들이 수수료율을 더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집권 새누리당마저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인하하라고 압박한다. 박병원 경총 회장(전 은행연합회장)은 얼마전 한 신문 기고에서 "2007년 15조원의 순이익을 내던 은행이 작년(2014년)에는 6조원밖에 벌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경환 부총리의 말처럼 한국 금융은 뭔가 단단히 고장이 났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목표치 10%는커녕 5%대로 주저앉았다. 일자리 창출 능력도 뒷걸음질쳤다. 하지만 냉철하게 따져보자. 금융이 이렇게 된 게 모조리 보신주의에 젖은 은행 탓일까. 혹시 다른 원인은 없을까. 안심대출만 해도 은행들은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대가로 수천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시장 자율에 맡겨도 좋을 수수료율을 감 놔라 배 놔라 한 것도 정부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이 5%를 밑돌면 어떤 은행도 과감한 경영전략을 펴기 힘들다. ROE는 밑천을 얼마나 들여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태생적으로 은행은 공공성을 띤다. 하지만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고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사 수익성과 직결되는 수수료·금리·배당 등에 대해 "자율성의 원칙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전임자들도 수차례 비슷한 얘기를 했다. 이제 실천할 일만 남았다.
2015-04-29 16: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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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임금, 지자체장 선심 경계해야
환노위서 관련법안 처리.. 최저임금과 보조 맞추길 생활임금이 법적인 근거를 갖추게 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8일 전체회의에서 생활임금제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법사위와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으나 여야 합의로 통과된 만큼 법제화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생활임금은 저소득 근로자들이 주거·교육·문화 등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급하는 임금을 말한다. 통상 최저임금보다 20~30%가량 많다. 생활임금제는 이미 널리 퍼졌다. 경기도 부천시(2013년)를 비롯한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조례를 통해 생활임금제를 도입했다. 시·구청 등 공공기관이 고용한 근로자들이 주 수혜층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지자체장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곳이 다수다. 야당은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생활임금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소득주도 성장론을 펴온 문재인 대표도 적극적이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이에 동조했다. 그 결과물이 환노위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적정한 임금의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6조)을 신설했다. 조례에 바탕을 둔 생활임금이 한 단계 높은 법률적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 플러스 알파(α)다. 당연히 근로자들은 좋아한다. 늘 선거를 의식하는 지자체장들은 생색을 낼 수 있어서 좋다. 여기에 맹점이 있다. 자칫 생활임금이 선심성 복지정책으로 변질될 수 있어서다. 이미 우리는 중앙정부의 무상보육, 지방정부의 무상급식 정책에서 선심성 복지의 부작용을 뼈저리게 겪었다. 공공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리려면 누군가 돈을 내야 한다. 지자체장들이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 부족한 돈을 메우진 않는다. 결국 부담은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 돈은 지방세 납세자들이 내는데 인심은 선출직 지자체장들이 쓰는 꼴이다. 생활임금이 최저임금을 너무 앞질러 가는 것은 아닌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사 간 치열한 공방 끝에 해마다 노사정위원회가 정한다. 올해 최저임금 시급 5580원도 그렇게 나온 금액이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최저임금조차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민간에선 몇백원을 놓고 옥신각신하는데 공공부문에만 예외적 특혜를 주는 것은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법도 현실성이 떨어지면 지속가능하지 않다. 아파트 경비직에서 보듯 강제적인 최저임금제 적용은 해고 부작용을 낳았다. 최근 몇 년 새 쏟아져 나온 복지정책들도 곳곳에서 삐걱대고 있다. 지방정부는 복지비가 모자란다며 아우성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시혜성 생활임금제를 확대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소득 양극화를 생각하면 궁극적으로 생활임금제는 바람직한 제도다. 그러나 서둘러선 안 된다. 재정은 깡총한 이불이다. 조심스럽게 누울 데를 보고 발을 뻗어야 한다.
2015-04-28 17: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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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 지방채 발행, 재정파탄 낳는다
재정 건전성 허물면 안돼.. 땜질보다 근본 처방 필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28일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필요한 지방채 발행을 허용하는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방채 발행 규모는 1조원이며 오는 2017년까지 한시법으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어린이집에 지원되는 지방교육청의 누리과정 보육비 예산이 바닥나는 사태는 가까스로 막을 수 있게 됐다. 강원도와 전북도는 이달 누리과정(3~5세)에 대한 예산지원금이 처음으로 중단됐다. 다음달부터는 인천과 경기, 충북 등도 지원금이 끊기거나 한달짜리 땜질 예산에 의존해야 할 판이었다. 지원금을 못 받은 어린이집들이 문을 닫는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최악의 사태를 막은 것은 일단 다행이다. 그러나 빚 내서 복지파티를 하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사태는 단발성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2015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떠넘긴 것이 발단이 됐다. 재정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준비 없이 복지공약을 남발한 것이 화근이었다. 지방재정법 개정은 그런 공약을 지키기 위해 동원한 무리수다. 2017년까지 적용되는 한시법이어서 여전히 땜질 처방이기는 마찬가지다. 공약은 유권자와의 약속이므로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국가재정 운용의 기본 원칙을 허물어선 안 된다. 그 원칙은 능력의 범위 안에서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빚 내서 복지파티를 하는 것은 이를 훼손하는 것이다. 한 번 발을 잘못 들이면 재정파탄으로 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게다가 최근 재정여건은 갈수록 나빠지는 상황이다. 복지수요는 늘어나는데 장기불황으로 재정수입은 여의치 못해 수년째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빚을 내서라도 복지파티를 열겠다는 것은 포퓰리즘이자 무책임이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의 사례가 남의 일이 아니다. 무상보육 정책은 이미 너무 꼬여버렸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초기에 자를 건 잘랐어야 했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포함해 능력 범위를 벗어나는 복지 전반을 축소 조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각종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복지공약 남발을 막아야 한다. 사탕발림이나 감당 안 되는 날림복지와 정말 필요한 복지를 구분하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매우 어려운 과제다. 나라의 곳간을 지키는 것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2015-04-28 17: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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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 재개장 여부, 이젠 결정하라
서울시 뒤늦게 안전점검.. 늑장행정에 상인들 울상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수족관과 영화관의 재개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서울시 시민자문단이 28일과 30일 현장점검에 나선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수족관, 영화관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지 4개월 만이다. 자문단은 누수가 있었던 수족관, 진동현상이 발생한 영화관과 근로자가 추락·사망한 콘서트홀 공사장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롯데는 제2롯데월드몰 수족관, 영화관 등의 안전문제에 대한 조치 결과를 담은 1500쪽 분량의 최종 안전진단보고서를 지난달 13일 서울시에 제출했다. 영화관 진동과 수족관 누수에 대해 보강작업을 했고 전문기관 검증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시민안전만을 강조하며 결정을 차일피일 미뤘다. 보고서를 받고 현장점검에 나섰던 국민안전처도 지난 16일 "롯데의 보완조치로 수족관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서울시는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23일에야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현장점검을 결정했다. 서울시는 이처럼 제2롯데월드 개장 문제와 관련해 여론의 눈치를 보며 늑장행정을 일삼아왔다. 시민 불안을 앞세우며 좀체로 움직이지 않는 통에 입점상인들과 종업원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기약 없는 영업정지에 제2롯데월드몰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지난해 10월 개장 직후 10만8000명이었던 것이 최근 6만명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전체 근무인원은 개장 초기 6200여명에서 5000여명으로 1200명이 줄었다. 입점업체들은 매출부진으로 부도날 판이라며 지난달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서울시는 요지부동이었다. 1조원 넘게 투자된 쇼핑몰이 4개월 넘게 개점휴업 상태로 내버려진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서비스업 관련 규제를 풀어 내수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제2롯데월드몰은 정부 정책 따로, 행정 현장 따로의 난맥상을 보여준다. 서울시는 귀한 일자리 1200개가 날아가도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서울시는 안전점검을 마치고 5월 중 수족관, 영화관의 재개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 하는데 곧이곧대로 믿기가 어렵다. 대책 없이 시간을 질질 끌다가 국민안전처가 안전확인을 하고서야 점검에 나선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서울시는 점검 결과를 신속히 분석하고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면 지체없이 재개장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언제까지 면피행정, 눈치행정으로 이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지 않겠나.
2015-04-27 1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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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임기 함께 할 총리 뽑아야
국정장악력 반드시 필요.. 통합총리도 검토해볼만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할 후임 총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여러 사람이 거론되고 있지만 오리무중이다. 박 대통령은 이완구 전 총리의 국정장악력과 추진력을 기대했으나 실패했다. 이 전 총리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관계가 불거지면서 도덕성에 하자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낙마한 김용준·안대희·문창극씨 등 3명의 총리 후보는 청문회조차 열지 못했다. 박근혜정부가 취임 초반 어려움을 겪은 것과 무관치 않다. 같은 일이 반복돼선 곤란하다.후임 총리는 국정장악력이 뛰어난 사람을 골라야 한다. 흐트러진 내각을 추스르기 위해서라도 그런 인물이 필요하다. 행여 제기될 수 있는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기 위해서도 그렇다. 정치인이라고 일부러 배제할 이유는 없다. 다만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할 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내년 4월 총선에 나갈 마음이 있는 사람은 당초 대상에세 제외해야 한다. 꿩 먹고 알 먹는 식의 계산을 하는 사람은 적임자가 아니다. 현직을 발탁할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 괜한 오해도 불식하고, 국정에 전념할 수 있다.지금 내각에는 최경환 경제·황우여 사회부총리, 유기준 해양수산·유일호 국토교통·김희정 여성부 장관 등 5명의 현역 의원이 있다. 이들 모두 내년 20대 총선에 나갈 공산이 크다. 지금까지 누구도 총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말한 사람이 없다. 총선을 앞두면 마음이 지역구에 가 있기 마련이다. 국정을 잘 챙기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없는 까닭이다. 이들이 총선에 나가려면 3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 그냥 이대로 가더라도 연말 개각은 불가피한 실정이다.정치권 일각에서는 통합총리론도 제기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26일 "대통령께서 지난 대선 때 국민 대통합을 슬로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국민 대통합을 시킬 수 있는 총리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김 대표는 '호남 출신 총리'를 언급한 바 있다. 박 대통령도 여야, 지역을 떠나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자세로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야당에서 추천을 받는 것도 생각해봄 직하다. 야당 인사 가운데도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사람이라고 멀리할 필요가 있겠는가. 또다시 총리 인준에 실패하면 국정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도 그동안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도덕성에 관해서는 자신이 가장 잘 알 게다. 공직자로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사양하는 것이 마땅하다. 더군다나 총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다. 누구보다 깨끗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총리 지명은 빠를수록 좋다. 그렇더라도 시간에 쫓겨 국민에게 퇴짜 맞는 사람을 고르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박 대통령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총리감을 찾기 바란다.
2015-04-27 17: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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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한국'의 미래가 불안하다
일본 향하는 요우커 급증.. 미래 성장동력 육성 절실 중국 노동절(4월 30일~5월 4일) 연휴를 앞두고 국내 관광업계가 분주하다.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기대하고 있어서다. 다행히 올해에도 요우커 특수는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요우커 증가율이 현저하게 둔화되고 있어 장래가 밝지 않다. 머지않아 특수가 사라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요우커들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점차 발길을 돌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찾는 요우커 수는 올 들어 둔화세가 역력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요우커의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 3월 22%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52.5%), 2014년(41.6%)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있다. 이번 노동절 연휴에도 방한 요우커 증가율은 20%가량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반면 일본의 관광업은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보다 3.6% 많았다. 그러나 11월부터 역전돼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한국을 앞지르고 있다. 지난 1·4분기의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무려 43.7%에 달했다. 일본 관광업의 급성장에는 엔저가 일등 공신이다. 그러나 엔저 못지않게 정책적 지원 노력이 주효했다. 일본은 지난해 10월부터 소비세 면제 대상을 대폭 확대해 쇼핑 목적의 관광객을 적극 유치했다. 또한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 대해 비자를 면제하거나 발급요건을 완화했다. 이런 노력이 엔저와 맞물려 침체된 일본 관광업을 부활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4분기에 한국을 찾은 요우커 수는 142만명으로 아직은 일본(92만명)을 앞선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일본에 뒤처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지난 춘제(중국 설) 기간 일본을 찾은 요우커는 45만명으로 한국의 세 배에 달했다. 요우커의 한국여행 만족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으며 재방문율도 매우 낮다. 관광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관광업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앞으로는 제조업과 수출이 성장의 중심축이 되기 어렵다. 반면 관광산업은 고용유발이나 경기효과 면에서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상반기에 관광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책을 담아 관광산업 육성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
2015-04-26 1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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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국회 빈손으로 끝나선 안된다
법안 한 건도 처리 못해.. 공무원연금 개혁이 관건 4월 임시국회가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20일을 허송세월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까지 겹쳐 정치는 실종하다시피 했다. 특히 이번 재·보선은 여야 대립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극한 대치가 원내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그래서 선거나 끝나야 국회가 제대로 돌아갈 것 같다는 얘기도 들린다. 여야가 말로는 민생정치를 외치고 있으면서도 그들만의 리그에 매달려 정쟁에 몰두하고 있어서다. 지난 23일 예정됐던 본회의는 아예 열지도 못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출석시키는 긴급현안질문 개최 여부 등을 놓고 여야가 맞서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4월 국회는 아직까지 법안을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지난 14일과 16일 각각 '아베정부의 독도 영유권 침탈 및 고대사 왜곡에 대한 규탄 결의안'과 '세월호 선체의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결의안' 등 두 건의 결의안을 처리한 것이 전부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6일 중남미 순방길에 오르면서 법안 처리를 촉구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여야가 합의한 본회의 의사일정은 30일과 다음 달 6일 등 이틀만 남았다. 하지만 여야가 여전히 중점 처리법안 등을 놓고 동상이몽에 빠져 있어 사정은 녹록지 않다. 자칫하다간 빈손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를 강조하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 의료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크라우드펀딩법) 개정안 등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야당은 2년 임대계약에 1회 갱신청구권을 부여하는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안과 상가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4월 임시국회의의 최대 쟁점은 뭐니뭐니 해도 공무원연금 개혁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논의를 위해 구성된 실무기구는 26일 6차회의를 열고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에 넘길 합의안 도출을 시도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27일 예정된 여야 '4+4 회담' 등 여야 간 협상에서 타결점을 찾아야 한다. 여야 모두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정치적 부담 때문에 합의점을 쉽게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도 크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공무원연금개혁 법안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그 열쇠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의 양자 회동을 통해서라도 해법을 찾아야 한다. 양당 대표는 어깨에 얹힌 역사적 책무가 무겁다는 점을 직시하기 바란다. 그 무게를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정치지도자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당장 눈앞의 선거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미래는 더 중요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
2015-04-26 1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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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경제 버팀목 수출마저 불안하다
4개월 연속 마이너스 전망.. 무역 1조달러 팡파르 무색 수출 전선이 영 심상찮다. 올 들어 수출은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4월 역시 마이너스를 면치 못할 것 같다. 이달 20일까지 수출은 273억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11% 넘게 줄었다. 통상 월말에 수출이 집중되는 것을 고려해도 플러스 진입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노무라증권은 4월 수출이 7.6%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 보고서를 냈다. 이 수치가 대략 맞을 것 같다. 물론 예전에도 수출이 후진기어를 넣은 적이 있다. 가까이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덮쳤을 때 12개월 내리 수출이 줄었다. 하지만 당시 한국 수출은 강한 복원력을 보였다. 2011년엔 세계에서 아홉번째로 1조달러 무역 시대를 열었다. 이후 무역규모는 4년 연속 1조달러를 웃돌았다. 충격은 컸지만 회복도 빨랐다. 이번에 만난 적수는 만만찮다. 구조적인 문제라 정상궤도로 복귀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원인이 뭘까. 전문가들은 대중 수출 부진을 첫손에 꼽는다. 시진핑 정권은 성장전략을 종래 수출에서 내수 의존으로 바꿨다. 중국은 이를 신상태(新常態), 곧 뉴노멀이라고 부른다. 대중 수출은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중국이 재채기를 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 중국이 내수 위주 성장으로 돌아서면서 대중 수출 증가율은 지난 2010년 35%에서 2012년 0.1%로 추락했다. 급기야 작년엔 마이너스 0.4%로 뒷걸음질쳤다. 중국 전문가인 한국금융연구원의 지만수 박사는 "중국 특수는 3년 전에 끝났다"고 말한다. 국제 유가 하락도 수출엔 마이너스다. 석유화학 제품은 한국의 수출 1위 품목이다. 하지만 기름값이 떨어지면 덩달아 수출용 제품값도 낮아진다. 국제유가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면 수출도 상당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수출은 지난 반세기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버팀목이다. 내수·서비스 시장은 아직 고만고만한데 수출까지 흔들리면 큰일이다. 수출 부진이 지구촌 공통 현상이라며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 그보다는 한국 수출이 직면한 구조적인 한계에 주목해야 한다. LG경제연구원은 며칠 전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이 중국의 성장방식 전환, 유가 하락, 원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러다 한국 경제가 무역 1조달러 돌파의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렸다는 입방아에 오를까 두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등 수출을 독려해 왔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대통령이 한번 더 수출진흥의 발동을 세게 걸면 좋겠다.
2015-04-24 17: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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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는 나라, 미래가 없다
출산율에 이어 혼인율도 심상찮다. 결혼을 하고서도 아이를 갖지 않거나, 1명 이상 낳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결혼도 아예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30만5500건에 불과했다. 이는 2013년보다 1만7300건(5.4%) 줄어든 수치다. 2003년(30만2500건) 이후 가장 낮다고 한다. 이유는 뻔하다. 혼인 적령기 인구가 줄고, 경기가 나빠지면서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혼인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닐 게다. 경제가 나아지고, 일자리도 늘어나면 지금처럼 혼인을 기피하는 일은 줄어들 터다. 요즘 젊은이들은 혼자 사는 것도 빡빡해 결혼은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청년실업률과도 무관치 않다고 하겠다. 통계청이 발표한 15세에서 29세까지의 지난 3월 말 현재 청년실업률은 10.7%다. 1997년 외환위기에 이어 실업률 통계기준을 바꾼 1999년 7월 11.5% 이후 최고치다. 그러나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않아 답답하다.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32.4세, 여자 29.8세로 전년보다 각각 0.2세 올랐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남자는 1.9세, 여자는 2.3세 많았다. 남자 초혼연령은 2003년 30세를 넘어선 뒤 최근에는 30대 초반으로 완전히 이동한 모양새다. 가임 여성의 결혼이 늦어지는 것도 문제다. 출산율과 상관 있기 때문이다. 늦게 결혼하면 출산율도 그만큼 낮아진다고 하겠다. 여자 초혼 연령도 머지않아 30세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30대 초반과 30대 후반에 결혼하는 여성이 점점 늘어나 이를 방증한다. 결혼을 포기하거나 늦추는 것은 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까닭도 있다. 한 웨딩업체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신혼부부 한 쌍의 평균 결혼 비용은 2억3798만원이었다. 이 중 64%인 1억5231만원을 신랑 쪽에서, 36%인 8567만원을 신부 쪽에서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의 조사에서도 평균 결혼 비용은 2003년 9088만원에서 2013년 2억2543만원으로 늘었다. 10년 사이 2.5배나 증가한 셈이다. 무엇보다 혼인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혼식 비용부터 줄여야 한다. 작은 결혼식을 치르면 된다. 사회 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하면 크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호화 혼수도 지양해야 한다. 자식들이 혼인하지 않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지 않겠는가.
2015-04-24 17: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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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 5월 6일이 마지노선
與대표 "국회 나서자" 호소.. 시한 닥쳐도 야당은 눈치만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시한이 임박했지만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개혁안 입안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정부·여당은 몸이 달아있지만 공무원단체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개혁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여야는 특위가 5월 2일까지 합의안을 마련하고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5월 6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 등 공무원단체는 반발로 일관하며 시간을 끌다가 최근에서야 재정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내용의 개혁안을 제시했다. 야당도 공무원 편을 들어 "이해당사자 간 합의가 우선"이라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때마침 터진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블랙홀처럼 모든 정치적 이슈를 빨아들여 연금개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개혁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가 난망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야당 쪽에서 이번에 합의를 못보면 6월 임시국회 때 개혁안을 처리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고 한다. 보다 못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3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4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개혁안을 처리하자는 것이다. 김 대표는 호소문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의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는 바로 국민이다. 매일 막대한 금액의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야 하기 때문"이라며 "국민은 지난 1년을 꼬박 기다려왔다. 이제는 국민의 대변자인 국회가 나서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그는 "국민과 약속한 5월 2일을 넘긴다면 그 책임은 일부 공무원단체의 표만 의식한 야당과 문재인 대표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한 야당의 반응은 엉뚱하기만 하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여당이 저러는 것은 비리게이트 은폐 및 국면전환용이라고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당은 '국면전환용' 운운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보다는 성완종사건과 관련한 정치공세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위성에 대해선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0~70%가 연금개혁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올 초부터 대타협기구니 실무기구니 하는 협의체가 가동됐지만 이해당사자 간 타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더 늦기 전에 여야가 나서야 한다는 김 대표의 주장은 틀린 부분이 하나도 없다. 더 이상 미적거릴 시간이 없다. 개혁을 미룬다는 것은 포기를 의미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정치권에 무척 부담스러운 과제다. 정치권은 공무원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큰 선거가 없는 올 상반기가 개혁의 골든타임이란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야 한다. 게다가 야당은 오로지 '이해당사자 간 합의'를 강조하는데 6월 국회라고 해서 합의가 도출되리라고 기대할 근거가 전혀 없다. 5월 6일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마지노선이다. 야당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2015-04-23 17: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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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부총리, 2%대 성장률 각오하고 있나
4분기 연속 0%대로 저조.. 추경편성 더 미룰 수 없어 올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8% 증가에 그쳤다. 연율로 따지면 대략 3%대 초반에 해당하는 숫자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3.1%로 전망했다. 1·4분기 성장률은 한은 전망치 범위 안에 있다. 문제는 향후 성장률이 더 꺾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 경제예측 기관들은 한국 경제가 올 한 해 2%대 성장에 머물 수도 있다고 본다. 노무라증권은 2.5%, BNP파리바는 2.7%를 제시했다. 이달 초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올해 성장률이 2%대로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라 안팎의 여건을 살펴보면 충분히 근거 있는 얘기들이다. 가장 주목할 것은 추세적 수출부진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중국 붐이 예전만 못한 데다 국제유가마저 떨어지면서 수출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기름값이 떨어지면 국내 정유사들이 정제한 수출용 석유화학제품 값도 덩달아 떨어진다. 여기에 엔저마저 겹쳤다. 원·엔 재정환율은 23일 한때 100엔당 900원을 밑돌았다. 한은에 따르면 1·4분기 성장기여도는 내수가 1%, 순수출이 -0.2%를 기록했다. 수출은 되레 성장률을 까먹었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는 수출로 먹고사는 구조다. 수출·내수 쌍끌이 구조가 이상적 형태이긴 하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내수는 서비스산업 혁신에 달렸다. 그러나 의료·교육·관광 등 서비스산업은 기득권층의 견고한 저항에 부닥쳐 꼼짝도 못한다. 이런 마당에 버팀목인 수출마저 흔들리면 한국 경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이러다 한국 경제가 과거 남미와 같은 성장 정체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해마다 세수펑크를 자초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 3.8%를 서둘러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2~3%대 저성장에 걸맞은 정책이 나온다. 최경환 부총리는 최근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기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며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말은 맞지만 정작 행동이 굼뜬 것은 정부다. 최 부총리야말로 올해 한국 경제가 2%대 성장에 그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는 것처럼 보인다. 23일 전경련은 "한국 경제가 추락하는 모습이 일본의 20년 전 불황 초입과 꼭 닮았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전경련은 위기의 대표적인 징후로 소비심리 위축을 꼽았다. 정부가 과감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뜸을 들이는 모습을 보면 한국은 일본을 따라가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하다.
2015-04-23 17: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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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난 노후보장, 일자리 확충이 해법
청·중년 절반이 연금 못받아.. 노동구조개혁 서둘러 마쳐야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사회보장 수준이 떨어진다. 그래서 국민들이 노후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국민연금·퇴직(기업)연금·개인연금에 들어놔야 한다. 층층이 쌓아야 한다는 뜻으로 3층 연금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게 바로 1층에 해당하는 국민연금이다. 개인연금은 고사하고 국민연금마저 제 기능을 못해 은퇴 후 노후보장에 큰 구멍이 생겼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1952년부터 1984년 사이 태어난 국민(2011년 기준 27∼59세)의 49%가 사적연금은 물론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이 연령대 절반이 은퇴 후에 연금을 못 받아 노후보장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얘기다. 여성(64%)이 남성(33%)보다 두 배나 많다. 퇴직연금은 못 받고 국민연금만 받는 경우도 21%나 됐다. 그마저 받는 사람의 연금 수준은 직장에 다닐 때 받는 평균급여의 35% 선에 그친다. 보사연은 은퇴 후 사망까지의 노후생활에 필요한 돈을 가구(2인 가구)당 월 153만원으로 추산했다. 개인연금도 제 역할을 못하긴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연금저축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결과 가입자들은 평균 월 89만원의 연금을 기대했다. 이는 국민연금에 20년 이상 가입한 사람이 받는 평균 노령연금(87만원)과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가입자들의 연금저축 운용실태를 고려한 예상연금액은 월 48만원으로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실제 납입금액과 투자비중이 낮고 가입기간도 짧아 노후보장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거다. 연금보장에서 소외되는 사람 비중이 이렇게 큰 것은 20%에 달하는 자영업자가 포함된 데도 원인이 있다. 그러나 시간제(파트타임)·비정규직 등 일자리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과 함께 근본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한 탓도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졸 실업자가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었고, 잠재실업자를 고려한 대졸자 체감실업률은 20%를 웃돈다. 노후보장 사각을 풀 근본 처방은 안정된 양질의 일자리를 최대한 많이 만드는 일이다. 일자리가 늘고 안정된 소득이 생기면 자동으로 연금가입자가 늘고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려면 피크타임제 도입 등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구조 개혁이 시급하다. 은퇴 시기와 맞물려 중년층·고령자에게 적합한 안정적 일자리를 만드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자영업자의 개인연금 가입 활성화 정책도 필요하다.
2015-04-22 17: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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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노조도 비판한 민노총 총파업
요건 미달 '억지 파업' 지적.. 대타협 국민여망 외면 말길 현대차노조가 24일부터 시작할 예정인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현대차노조는 지난 21일 발간한 소식지를 통해 "성완종 파문으로 정부의 노동법 개악 시도가 정지돼 있는데 민주노총이 정국의 흐름을 무시한 채 날짜를 맞추기 위해 '억지 파업'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 집행부에 대해서도 파업 결의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파업 강행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4·24 총파업에 현대차노조가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친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대차노조의 파업 반대 배경은 기본적으로 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지지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전국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에서 파업 찬성률은 54.92%로 저조했다. 특히 울산 지역만 보면 찬성률이 43.9%에 그쳤다. 애초부터 현대차 조합원들은 파업 반대 의견이 우세했음을 보여준다. 민주노총의 파업은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렵다. 특히 조합 내부에서조차 지지율이 저조하다. 그 이유는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파업을 결정한 것은 이른바 '노동시장 개악'에 반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노동시장 개악'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노동시장 개선'이다. 통상임금과 비정규직 처우 개선, 정년 연장과 연계한 임금피크제 도입 등이 주된 내용이다. 노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노동 현안들이다. 원만한 타협을 통한 합의 도출 없이는 우리 경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민적 여망이 담긴 핵심 과제들이기도 하다. 이 난제들을 풀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노사정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처음부터 노사정 대타협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은 안중에 없었다. 대화를 시도해보지도 않고 타협 결렬을 선언하기 바빴다. 그리고 파업을 예고했다. 노동운동은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존립하기 어렵다. 어떤 국민이 이런 파업을 지지하겠는가. 민주노총의 한상균 위원장은 지난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구하고 '독대'가 성사되지 않으면 총파업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화는 뿌리치면서 대통령과 '독대'해서 무얼 어쩌자는 것인가.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존재하는지, 아니면 예비 정치인으로서 정치 연습을 하자는 것인지를 한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집행부는 심각하게 자문해보아야 할 것이다. 현대차노조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이번 파업은 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 파업은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그런 목적으로 사용될 때만 정당성과 힘을 확보할 수 있다. 개인의 영향력 과시나 영달을 위해 파업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파업권의 남용은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어렵게 만들 뿐이라는 점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민주노총은 '억지 파업'을 철회해야 한다.
2015-04-22 17: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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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금융, 핀테크서 활로 찾는다
fn포럼서 금융의 미래 탐색.. 은산분리·보안 등 놓고 토론2015년 한국 금융을 지배하는 화두는 핀테크(Fintech)다. 핀테크는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의 결합을 말한다. 한국의 ICT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알아준다. 반면 금융은 '골목대장' 소리를 들을 만큼 낙후됐다. 둘을 접목해 한국 특유의 금융경쟁력을 키우자는 게 핀테크 전략이다. 이에 발맞춰 파이낸셜뉴스는 22~23일 이틀간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핀테크를 주제로 제16회 서울국제금융포럼을 개최한다. 금융당국의 의지는 강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금융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지금이야말로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할 수 있는 적기이자 호기"라고 말했다. "걸림돌은 정부가 적극 치우겠다"고도 했다. 실제 이날 세미나에선 어떻게 은산분리를 완화하고 비대면 실명확인을 허용할 것인지 등을 놓고 토론이 이뤄졌다.은산분리는 핀테크 활성화의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현행법은 비금융 주력사, 곧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한다. 최대 지분한도는 4%로 묶여 있다. 기업이 은행을 사금고처럼 악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런 좋은 뜻에도 불구하고 은산분리는 과잉규제라는 비판도 받는다. 한국에서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은산분리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은행'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 분위기가 강하다.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모든 은행 고객은 계좌를 개설할 때 창구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는 무점포·비대면을 특징으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 방식과 충돌한다. 핀테크 보안정책도 딜레마다. 보안을 조이면 핀테크 활성화를 가로막는 꼴이다. 그렇다고 보안을 허술하게 했다간 자칫 핀테크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재계는 핀테크 규제 철폐에 적극적이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월 "핀테크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면 인터넷전문은행 분야를 규제 제로 존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섣불리 규제를 풀 경우 대형 금융사고가 터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입법권을 쥔 국회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거리다. 기본적으로 국회는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한국 금융이 고장났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핀테크를 그 돌파구로 삼자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서로 다른 얘기가 오간다.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하는 이번 포럼이 핀테크에 관한 모든 의문을 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2015-04-21 16: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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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총리 사퇴, 국정표류 여기서 끊자
검찰 모든 의혹 파헤쳐야.. 정부 개혁동력 되살리길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 총리 자신은 성완종 사건에 관해 결백을 주장했지만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해명하는 과정에서 오락가락하기도 했다. 그 결과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까지는 의혹 수준이다.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일부에서 마녀사냥 식으로 이 총리를 몰아붙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총리의 혐의 유무는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터다. 그런 만큼 이 총리는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증거 인멸이나 은폐를 시도하려 해서도 안 된다.이 총리의 사표는 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7일 귀국하는 대로 수리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면서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국론분열과, 경제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내각과 비서실은 철저히 업무에 임해달라"고 밝혔다. 현재 가장 속이 타는 사람은 박 대통령일 게다. 총리를 포함, 핵심 측근 여러 명이 연루됐으니 그 심정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렇더라도 국정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국내에 있건, 없건 국정공백은 막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검찰에 강한 주문을 했다. 검찰을 향해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내 달라고 한 것이 그렇다.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수사해야 한다. 수사에 성역을 두어서도 안 됨은 물론이다. 특히 정치자금 분야도 철저히 밝혀주기 바란다. 성완종씨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사람에겐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래야 정치판을 정화(淨化)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8명에 대해 검찰의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한 것도 외압으로 비칠 수 있다. 정치권도 박 대통령의 주문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지금 경제살리기가 무엇보다 시급한 만큼 국회에서도 민생법안 처리에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4월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묻혀 휴업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야당도 이 총리가 사의 표명을 했으므로 더 이상 정쟁에 불을 지피면 안 된다. 공무원연금 개혁 등 할 일이 태산처럼 쌓여 있다.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 개혁도 지지부진하다. 이제 여야는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과 경제 살리는 데 매진해야 한다. 국회에서 함께 힘을 모아 입법활동을 강화하라는 얘기다. 이번 임시국회도 보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도 당부한다. 정부가 새 총리 인준 등 라인업을 갖추려면 한두 달은 걸릴 듯하다. 국정공백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당이라도 흔들리지 말고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새누리당은 국정이 전혀 흔들리지 않도록 민생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정회의도 지금보다 더 자주 해야 한다. 민생을 외면하면 결국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라.
2015-04-21 16: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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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부총리, 임금피크제에 승부 걸어라
내년부터 정년 60세 연장.. 청년층 고용 절벽 풀어야 최경환 부총리가 임금피크제를 활용해 청년고용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방문 중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다. 기업이 임금피크제로 아낀 임금을 청년고용에 쓰면 일정비율을 정부가 매칭해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최 부총리는 "청년실업 해소에 재정을 쓰는 것은 아깝지 않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잘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5월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좋은 아이디어다. 박근혜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 가운데 청년실업은 가장 화급한 현안 중 하나다. 지난 주말 실시된 9급 공무원 공채 시험엔 젊은이 20만명이 몰렸다. 이건 누가 봐도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달리 도리가 없다. 최 부총리는 "한 해 일터를 찾는 젊은이가 50만명씩 나오는데 정규직 일자리는 20만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금 청년들에겐 취업의 돌파구가 필요하다. 임금피크제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국회는 지난 2013년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2016년부터, 중소기업들은 2017년부터 정년이 60세로 늘어난다. 당초 재계는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도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기업의 임금 부담이 한꺼번에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퇴직 나이가 늦춰지는 만큼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국회는 재계의 요구를 외면했고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층에 돌아갔다. 청년실업률이 10%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이 그 증거다. 정년 연장이 불가피하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노동개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노사정위원회만 쳐다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젠 정부 독자적으로라도 청년 일자리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앞둔 중장년층에게도 괜찮은 제도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르면 40대 후반, 늦어도 50대 중반에 퇴직하면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10년가량 공백이 생긴다. 60세 정년연장은 이 공간을 메우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연장은 기업에 큰 부담이다. 기업들이 장기 근속자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면 명퇴와 같은 조기퇴출 수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때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기업의 어깨도 한결 가벼워진다. 넓게 보면 임금피크제는 세대 간 갈등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연초 대학생들은 최 부총리의 정책에 F학점을 줬다. 이제 최 부총리가 진짜 실력을 보여줄 때다.
2015-04-20 17: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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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 배임죄 이대로 둘건가
재계 "경영판단 원칙 도입을".. 오락가락 판결, 기업에 혼란 재계가 배임죄 적용을 엄격히 하기 위해 상법에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해달라고 법무부에 건의했다. 경영실패가 아닌 개인적 이익을 얻기 위한 의도적 행위에만 배임죄를 적용해달라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헌법재판소의 배임죄 합헌 결정을 계기로 이 같은 의견을 법무부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투자, 구조조정 등 경영상 판단에 따른 행위가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 해서 이를 처벌한다면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배임죄는 법규정이 모호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적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한국의 기업인은 어느 누구도 배임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형법에는 업무상 배임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고 규정돼 있다. 기준이 불분명하다. 게다가 세계적으로도 배임죄가 적용되는 나라가 몇 되지 않는다. 그나마 독일, 미국, 일본은 주식법이나 판례에서 경영판단은 면책하고 있다. 배임을 형사처벌하는 나라도 거의 없다. 대부분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경영판단의 원칙에 대해 명문화된 규정이 없을뿐더러 재판부에 따라 이 원칙 적용이 오락가락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전경련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영판단과 관련된 배임죄 판례 37건 중 실제 경영판단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따진 것은 절반가량인 18건에 불과했다. 또 경영판단의 원칙 적용 여부에 따라 고등법원과 대법원의 유무죄 판단이 엇갈린 판례가 12건이나 됐다. 수많은 기업인이 배임죄에 걸려 처벌을 받았다. 배임죄는 특히 반기업 정서가 확산될 때 손쉽게 기업인을 얽어 넣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향도 있었다. 심지어 성공한 경영판단도 배임죄 적용을 피해갈 수 없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부실 계열사(한유통, 웰롭)를 적절히 지원해 회생시켰고 다른 그룹 계열사들도 살렸지만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배임죄 법조항 정비는 첫손 꼽히는 재계의 숙원이다. 사실 전경련의 건의사항을 반영한 법안이 이미 오래전 국회에 제출돼 있다.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법개정안에는 "이사가 어떠한 이해관계를 갖지 않고 경영상 결정을 하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 하더라도 의무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이 삽입됐다. 그러나 이 법안은 "기업 오너의 편법행위를 면책해주는 악법"이라는 야당·시민단체의 반발로 2년 넘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시들어가는 경제을 살리려면 기업이 투자를 하고 공격경영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기업들은 잔뜩 움츠러들어 있고 기업가정신은 실종 상태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걸면 걸리는 배임죄 문제도 여기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배임죄 문제를 내버려두지 말고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
2015-04-20 17: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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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직을 이렇게 흔들어도 되나
'개인 이완구'는 못마땅해도 '대통령 권한대행' 존중해야야당이 이완구 총리 해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16일 "(이 총리가) 계속 자리에서 버티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해임건의안 제출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퇴 압박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이다. 이날 문 대표와 이 총리는 같은 곳을 찾았다. 두 사람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각각 경기도 안산의 합동분향소에 들렀다. 하지만 이 총리는 유족들의 거센 항의 속에 조문조차 못 하고 발길을 돌렸다. 국회에서 야당은 이 총리를 '식물총리'로 격하시켰다. 이미 국정 2인자로서 이 총리의 위신은 깎일 대로 깎였다. 이걸 어떻게 보아야 할까. 총리가 온갖 의혹에 휩싸였으니 당장 사퇴하는 게 옳은가. 아니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자리를 유지하는 게 옳은가. 당연히 유지하는 게 맞다. 의혹만으로 국회가 본회의에서 인준한 총리를 물러나라고 강요하는 것은 사리에 어긋난다. 더구나 의혹을 제기한 성완종씨는 추정컨대 이 총리를 원망하며 목숨을 끊었다. 그런 사람이 이 총리에 대해 좋게 말했을 리가 없다. 이 총리 말이 다 맞고 성씨 말이 모두 틀리다는 게 아니다. 다만 지금은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차분히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더구나 지금은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출국에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났다. 단독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김 대표가 전한 당내외 의견에 대해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귀국하는 오는 27일까지 국정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은 이 총리가 진다. 지금 이 총리를 사퇴.해임 압박으로 흔들어대는 게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인지 의문이다. 헌법은 대통령 유고 시 국무총리가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했다. 총리는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게다가 남북한은 24시간 총구를 겨누고 있음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아무리 '개인 이완구'가 마땅찮아도 '총리 이완구'는 존중받을 합당한 이유가 있다.김무성 대표는 16일 야당의 해임건의안 카드에 대해 "내가 고민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법통이 지금 어떻게 되느냐, 이게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집권당 대표로서 의당 그래야 한다. 국정은 장난이 아니다. 대통령 부재 시 총리까지 사퇴하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야당에선 탄핵 주장까지 나왔다. 너무 성급하다. 지금은 사실 관계를 밝히는 게 먼저다. 책임을 묻는 것은 그 다음이다. 이 총리는 "나부터 수사를 받겠다"고 공언했다. 검찰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국정 혼란을 정비하기 바란다. 문재인 대표에게 당부한다. 문 대표는 노무현정부에서 민정수석.비서실장을 지내면서 누구보다 안정적인 국가 경영의 중요성을 체감했으리라 믿는다. 적어도 대통령 부재 시 총리를 흔들어 국정공백을 초래하는 행동만은 자제했으면 한다. 대권 재수를 꿈꾸는 문 대표의 통 큰 정치를 기대한다.
2015-04-16 17: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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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주기,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
실패에서 배우기는커녕 정부·유가족 겉돌기만16일 세월호 1주기를 맞는 우리의 자화상이 부끄럽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일 남미 4개국 순방을 위해 콜롬비아로 출국한다. 이완구 총리는 '성완종 블랙홀'에 갇혀 휘청거리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행정부의 '빅3'가 약속이라도 한 듯 세월호 1주기 추모식을 외면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뿐 아니다. 세월호 사건 때문에 출범한 국민안전처는 이날 추모행사 대신 서울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국민안전다짐대회'라는 별도 행사를 연다. 추모식에 참석하는 국무위원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정도다. 이들도 정부 주도 행사가 아니라 민간·지자체가 전국 120여곳에서 산발적으로 여는 추모제에 참석하는 것뿐이다. 이유는 다 있다. 대통령의 남미 순방은 국가 간 약속이라 바꾸기가 어렵다. 하지만 왜 하필 16일에 맞춰 순방 일정을 짰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사실상 '식물총리'로 전락한 이완구 총리는 대통령을 대신해 추모제에 참석할 형편이 못 된다. 추모 당일 대정부질문 일정을 잡아 여러 국무위원들의 발목을 잡은 국회의 무신경도 놀랍다.불참 사유가 아무리 그럴싸해도 국민들의 눈엔 현 정부가 세월호 1주기를 애써 외면하는 것으로 비친다. 그러잖아도 유가족들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놓고 분노했다. 진상 조사를 맡은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도 표류 중이다. 이래선 안 된다. 오죽하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제를 안산에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개최해 달라"고 건의했을까. 지난 2001년 9.11 테러가 터진 뒤 미국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조사위는 사건 발생 2년10개월 만에 567쪽짜리 두툼한 '9.11 보고서'를 내놨다. 조사위는 조지 부시, 빌 클린턴 등 전.현직 대통령을 비롯해 관련자 1200여명을 인터뷰했다. 9.11 이후 부시 행정부가 취한 정부조직 개편 등 주요 정책은 이 보고서에 기초한 것이다. 일본은 동일본대지진 1주기(2012년) 추도식을 아키히토 일왕과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범국가적으로 치렀다. 정부는 국가적 위기를 화합과 재도약의 계기로 바꿀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듯하다. 세월호 사태는 분명 소비심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지금도 그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렇다고 지난 1년간 경기가 나빠진 탓을 세월호에 돌린다면 무책임하다. 정부가 진심을 다해 유가족들의 상처를 어루만졌다면 역설적으로 세월호는 비 온 뒤 땅이 굳는 것처럼 국민적 결속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일본의 후나바시 요이치 전 아사히신문 주필은 '9.11 보고서'가 나온 뒤 한 칼럼에서 "실패에서 배우는 힘을 보유한 국가냐 아니냐의 차이는 나라의 성쇠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유가족은 물과 기름처럼 겉돌고 있다.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이 안타깝다.
2015-04-15 17: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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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개혁 발목잡기 안된다
정치공방 속 경제 뒷전 우려.. 시급한 법안 처리 힘 모아야정치자금 의혹이 담긴 '성완종 리스트'가 정치권을 뒤흔들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각종 국정·경제현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태세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4월 임시국회와 함께 오는 16일부터 막이 오르는 4·29 재·보궐선거가 맞물리며 성완종 리스트의 후폭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메가톤급 호재로 삼아 연일 여당을 상대로 공세를 높이고 있다. 전·현직 실세들의 명단이 거론된 정부와 여당은 곤혹스러운 입장 속에서도 '성역 없는 수사' 촉구로 정면돌파 의지를 높이며 야당의 공세에 맞서는 모습이다. 당장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 자금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새정치연합은 '친박게이트'로 규정하며 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당시 대선자금에 대해 여야가 함께 조사를 받자며 반격했다. 여야 간의 치열한 정치공방 속에 공무원 연금개혁 등 갈 길 바쁜 경제현안들이 성완종리스트 블랙홀에 빠져들 공산이 커지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 등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할 각종 굵직한 국정 현안들이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이번 임시국회가 '빈손 국회'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하고 있다.성완종 리스트라는 돌발변수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여야 지도부는 이번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5월 6일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개혁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대표적 경제살리기 법안인 관광진흥법과 크라우드펀딩법도 이번에 처리하기로 했다. 의견 차이가 비교적 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비롯한 나머지 법안도 더욱 심도 있게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소득세법 개정안, 사회적경제기본법 등도 통과를 앞두고 있다. 어느것 하나 빼놓고 넘어갈 수 없는 중차대한 현안들이다. 그런데 '리스트'가 불거지면서 회기 내 처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뜩이나 수출과 내수부진으로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으로 빠졌다. 검찰은 의혹을 밝히기 위해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13일부터 수사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리스트의 의혹을 파헤치고 진위를 밝히는 일은 검찰 몫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2일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엄정 대처하라"며 힘을 실어줬다. 그런 만큼 국회도 제 할 일에 집중해야 한다. 지나친 정치공세나 소모적 정치공방은 국민을 골탕먹이고 국력을 갉아먹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말처럼 이번 사건이 국정공백이나 4대 개혁을 비롯한 경제활성화법안 처리 등의 현안을 푸는 데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지금 가장 필요한 건 국회는 물론 정부,검찰이 모두 제자리에서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하는 거다. 검찰은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로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발등의 불인 경제난국을 극복하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위기의 한국 경제에서 국회가 구원투수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2015-04-13 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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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등세 삼성전자, 승부는 이제부터다
1분기 영업익 5조9000억.. 갤럭시S6, 반전의 신호탄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실적이 반등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1·4분기 중 매출액 47조원, 영업이익 5조9000억원의 실적(잠정)을 올렸다고 7일 공시했다. 지난해 4·4분기에 비해 매출은 10.9%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11.5% 늘어났다. 특히 영업이익은 증권사 평균 전망치보다 5000억원가량 높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의미 있는 반등세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업체의 협공을 받아 침체에 빠져들었다. 3·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3년 만에 최저치인 4조600억원을 기록했다가 4·4분기에 5조원대를 회복했다. 올 1·4분기에는 반도체부문이 3조원 넘는 이익을 낸 데다 그동안 부진했던 모바일 부문도 2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됐다. 중저가 스마트폰이 예상보다 잘 팔렸고 재고소진에 따른 비용감소, 마케팅 비용 효율화가 더해져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매출이 줄어든 데서 보듯 삼성전자의 실적회복이 본격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바닥은 어느 정도 다졌다고 볼 수 있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삼성전자는 곧 스마트폰 야심작 '갤럭시S6' 시판에 나선다. "삼성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는 갤럭시S6는 지난달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공개돼 호평을 받았다. 이것이 애플의 '아이폰6'와 어떻게 싸우느냐에 삼성전자 실적의 향배가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갤럭시S6가 그동안 열세였던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물론 삼성전자를 둘러싼 제반 여건은 결코 녹록지 않다. 지난해 휴대폰 시장점유율은 전년 대비 4.4%포인트 하락한 22.4%로 주저앉았고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애플, 샤오미에 추월당했다. 중국업체들은 저가폰시장을 다 잡아먹을 기세다. 삼성은 세계 1위를 독주하던 중소형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도 지난해 4·4분기 중 LG, 재팬디스플레이에 밀렸다. 호조세인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는 중국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제조업체인 BOE(징둥팡)는 최근 메모리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중국 정부도 단일품목 최대 수입품(2013년 2313억달러)인 반도체를 자국 제품으로 대체하기 위해 반도체산업 육성에 힘쓸 것이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은 모조리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미 5년 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사라질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고 일갈했다. 삼성의 분전을 기대한다.
2015-04-07 16: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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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발권력, 필요할 땐 써야 한다
과도한 동원 막아야 하지만.. 저물가 땐 경제 지원 나서야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 대출금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현재 15조4000억원으로 지난 1994년 7월(15조6300억원) 이후 근 21년 만에 최대 규모다. 1년 전보다 66.5% 증가한 것이며 이 같은 가파른 증가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달부터 은행에 지원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가 5조원 늘어났고 조만간 주택금융공사에 안심전환대출 지원용으로 2000억원이 증액 출자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재정정책에 발권력이 편법 동원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세금으로 해야 할 일을 직접 하지 않고 한은에 떠넘겨 돈을 찍어내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화는 달러화와 달리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남발하면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발권력 동원은 엄격히 제한돼야 하며 정부 편의주의적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최근에 한은의 대출금이 급증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발권력이 남용되고 있다고 비판하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한은은 발권력을 부여받은 대신 무거운 책무도 함께 부여받았다. 한은의 책무는 일차적으로 통화가치의 안정이지만 성장과 고용 등 전반적인 경제 안정도 포함하고 있다. 경제가 무너지면 통화가치도 함께 무너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화가치 안정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경제 안정을 지원해야 할 책임을 안고 있는 것이 한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의 통화당국은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 방식까지 동원해 경기부양에 힘쓰고 있다. 경제가 침체되고 물가가 안정된 시기에는 중앙은행이 경기관리에 비중을 두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발권력 동원의 대표적 부작용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인데 저물가.저금리 상황인 지금은 인플레 걱정을 할 상황은 아니다. 이주열 총재는 최근 "발권력 남용은 피해야 하지만 성장 모멘텀 확충이나 금융안정 도모 등 중앙은행 임무에 부합하는 자금지원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리는 그 입장이 옳다고 본다. 발권력 동원은 국회의 승인 없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만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동의 받지 않은 세금'이라 불린다. 한은은 '동의 받지 않은 세금'의 남발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통화가치 안정과 경제 활성화 지원이라는 상충된 목표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한은의 과제다.
2015-04-01 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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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 국회 특위에 맡겨라
실무기구 구성은 시간끌기.. 4월국회 처리 약속 지켜야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실무협상기구의 구성과 활동일정을 놓고 지루한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6일부터 가동하기로 1일 합의했으나 실무기구 가동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여당은 실무기구의 활동기간을 정해 빠른 시간 안에 논의를 정리한 뒤 특위로 넘겨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실무기구의 시한을 정하지 말고 공무원단체와 타협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표면적으로는 실무기구의 활동시한이 쟁점이지만 사실은 개혁안에 대해 공무원노조의 합의를 얻을 것인가, 말 것인가가 문제다. 공무원노조는 실무기구에 직접 참여할 수 있지만 특위에는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야당이 실무기구 활동시한을 두지 말자고 하는 것은 개혁안 입안에 공무원노조의 의견을 반영하자는 의도다. 야당이 개혁에 반대하는 공무원노조의 눈치를 살핀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실무기구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지난해 12월 23일 여야의 합의사항에 없다. 당시 합의사항은 국민대타협기구가 단수 또는 복수의 개혁방안을 마련해 특위에 제출하되 대타협기구가 활동기간 안에 개혁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그간 논의된 사안을 정리해서 특위로 넘긴다고 되어있다. 즉, 타협을 못했을 경우 그동안 논의 내용을 참고해서 특위가 관련 법률안을 입안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실무기구는 합의 위반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대타협기구가 활동시한인 지난달 28일까지 타협안을 도출하지 못함에 따라 논의를 연장하기 위해 실무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실무기구에서 끝없이 사회적 대화를 계속하다간 여야가 합의한 시한인 5월 2일까지 연금 개혁이 진행될 리 만무하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3개월간 대타협기구에서 자체 개혁안은 제시하지 않고 연금개혁에 반대와 시간끌기로 일관해왔다. 개혁의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한다는 것이 애초부터 무리한 희망사항이라는 지적이 많다. 과거 세 차례의 공무원연금 개혁이 실패로 귀결된 것은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들이 개혁을 주도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2009년 개혁의 경우 개혁안을 입안했던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 공무원단체 대표가 무더기로 참여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켰다. 이번 개혁도 이대로 가면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 3개월 동안 공무원노조는 타협하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 시점에서는 당연히 국회가 나서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실무기구에서는 여야가 빠지고 정부와 공무원노조만 협상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이해가 안간다. 임시방편으로 만들기로 한 실무기구가 쟁점이 되는 현재의 상황은 분명 비상식적이다. 나라 재정을 갉아먹는 공무원연금을 개혁하겠다는 생각이 진정 있다면 공무원노조를 빼고 논의를 진행해야만 한다. 야당이 끝내 '사회적 합의'를 강조한다면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2015-04-01 17: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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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기업 마구잡이 설립부터 막아야
행자부, 종합혁신방안 내놔.. 지자체장 의지에 성패 달려 정부가 지방공기업 설립 단계에서부터 운영평가, 퇴출까지 중앙에서 적극 개입하는 내용의 지방공기업 종합혁신방안을 3월 31일 국무회의를 통해 발표했다. 지방공기업을 새로 설립할 때는 행정자치부가 주관해 구성한 설립심의협의회의 심의를 받게 했다. 운영 과정은 재무제표에 기반한 투명한 경영평가로 효율성 제고를 꾀했다. 평가 결과에 따라 기준에서 벗어나는 부실 공기업은 구체적인 청산 기준과 절차에 따라 최대한 빨리 처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혁신방안은 지금까지 제기된 지방공기업 문제에 대한 종합처방전으로 만시지탄이지만 옳다. 애초에 부실 공기업 설립을 차단하기 위해 설립 타당성 검토를 강화하고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실명제를 도입한 것은 잘못된 판단을 원천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공기업이 벌이는 신규사업의 타당성 검토를 강화한 것도 진일보한 정책으로 평가할 만하다. 전국적으로 390여개에 달하는 지방 공기업의 부채는 지난 2013년 기준 74조원에 달한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지자체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지자체 예산 대비 채무 비중이 2003년 27%에서 2011년 절반에 가까운 48%로 급증했다. 부채규모도 같은 기간 21조원에서 67조원으로 2.5배나 늘었다. 오투리조트 운영 공기업인 태백관광개발공사 사례는 지방공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태백관광개발공사는 잘못된 수요예측에 근거해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다가 준공 5년 만에 부채 3400억원에 부채비율 1만6000%라는 '깡통회사'로 전락했다. 일각에선 공기업은 물론 일부 지자체마저 모라토리엄을 선언해야 할 판이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방 공기업 부실화가 지방정부에 이어 중앙정부의 재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거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의 재정위기도 지방공기업 부실의 영향이 크다. 지방공기업 부실화는 지방정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켰고, 그것이 중앙정부로 파급된 것이다. 이제 공은 지자체로 넘어갔다. 지방공기업 혁신방안이 아무리 훌륭하고 완벽하다 해도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헛일이다. 그런 만큼 개혁의 1차적인 권한과 책임은 단체장에게 있다. 단체장은 무리한 공기업 설립과 공기업에 대한 정치적 간섭을 줄이면서도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경영혁신을 독려하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그 근본은 기본에 입각한 철저한 성과와 효율성 위주의 공기업 운영원칙을 세우는 거다.
2015-03-31 16: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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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는 경기, 동력 살려라
생산·주가·부동산 등 호전.. 구조개혁 성과 도출 시급 모처럼 경기에 봄볕이 들었다. 생산과 소비,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반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이 전월보다 2.6% 증가했다. 소매판매와 설비투자도 각각 2.8%와 3.6% 늘었다. 전산업의 생산 증가율은 2011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도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1월에 광공업생산이 마이너스 3.8%를 기록하는 등 관련 지표들이 모두 감소세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아직은 경기 흐름이 완전히 회복세를 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12월에도 일시적으로 회복세를 보였으나 1월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경험이 있다.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갔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생산·소비·투자의 증가세가 3개월 이상 지속돼야 한다. 게다가 2월의 지표 호전에는 기저효과(1월에 마이너스 상태를 보인 것에 대한 반작용)와 설 특수가 포함돼 있다. 그런 특수 요인을 빼고 보면 경기 회복세가 아직은 미약하고 불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실물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 완화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올 들어 주택시장이 살아나는 기미가 뚜렷하다. 1~2월의 주택 인허가 실적과 분양 실적이 전년에 비해 각각 22.6%와 41%나 늘어났다. 주식시장도 오름세를 보이고 한은의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개선되는 조짐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3월 30일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과 창업 등에서 조금씩 역동성이 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2월의 경제지표 호전이 경기회복 국면으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경제주체들의 자신감 회복이 중요하다고 본다. 기업인과 소비자들이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가장 큰 문제다. 그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돈을 풀어도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다. 우리 경제는 2008년에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생산·투자·소비·수출 등이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월의 세월호 참사는 투자심리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이 같은 심리적 부진이 실물경제의 활력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경제주체들에 자신감을 불어넣으려면 경기부양책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과 가계가 돈이 없어 투자와 소비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의 실천이 중요하다. 4대 구조개혁 가운데 한 가지라도 성사를 시킨다면 경제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질 것이다. 공무원연금이든 노동시장이든 구조개혁의 성과물을 도출하는 데 정부와 정치권은 총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2015-03-31 16:5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