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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첫승이 목마르다.. 프로야구 10구단 kt 위즈, 빙그레 첫해 닮을까 걱정

개막 3연패, 접전 끝 패배가 과거 역대 창단 팀 최저 승률 빙그레 닮아
창단 첫 해라도 일방적 부진은 곤란해.. 전체 야구판 흥미 유도해야

데자부(deja vu)는 현재의 일이 과거 어느 시점과 일치되는 느낌을 말한다. 프로야구 신생구단 kt 위즈가 개막 3연패(3월 31일 현재)를 당했다. 세 경기 모두 아슬아슬한 접전이었다.

지난달 28일 첫 경기서는 롯데에 9-12로 패했다. 5회 초까지 8-2로 넉넉하게 앞서가다 역전 당했다. 다음 날엔 2-5로 뒤지다가 2점을 추격했으나 한 점차로 졌다. 31일엔 삼성을 맞아 1-6의 열세에서 6-6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6-8 패배.

kt의 세 경기를 지켜보면서 불현듯 1986년 신생팀 빙그레(현 한화)의 4월을 떠올렸다. 빙그레는 그해 4월 1일 MBC청룡(현 LG 트윈스)과 개막전을 치렀다. 빙그레 선발은 3년 전 30승을 올린 재일동포 투수 장명부. 하지만 김재박, 차동열에게 홈런을 맞고 5회 동안 6점을 내줬다.

빙그레는 끈질기게 추격했다. 5회 말엔 4-6. 승부는 알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 MBC가 8회 1점을 더 달아나자 빙그레는 2점을 빼냈다. 6-7로 피를 말리는 한 점차 승부. MBC는 9회 초 한 점을 보탰다.

거기까진가 싶었는데 9회 말 고원부의 적시타로 7-8까지 추격했다. 이어진 무사 2, 3루. 현장의 기자들은 애써 써놓은 기사를 지우고 있었다. 극적인 역전 드라마가 예상되는 분위기였다.

다음 타자 삼진. 여전히 1사 2, 3루의 동점 찬스. 우익수 플라이에 3루 주자가 홈으로 뛰어들었다. 충분한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런데 MBC 포수 차동열(경동고 감독)의 기막힌 블로킹이 빙그레의 꿈을 가로막았다. 기자의 30년 야구 취재 경험을 통틀어 가장 강렬한 홈 블로킹이었다. 여기서 다시 레드선(데자부). 31일 경기서 6-8로 뒤진 8회 말 kt 윤도경이 3루수 옆으로 흐르는 타구를 때렸다. 삼성 3루수 박석민이 다이빙 캐치하고는 중심을 잃으며 송구해 타자를 아웃시켰다. 2루타가 됐더라면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야구해설가 이효봉씨는 "올 시즌 통틀어 최고의 호수비가 될 것"이라며 극찬했다. 문득 19년 전 차동열의 블로킹이 스쳐지나갔다.

이번엔 6개월 후에 대한 예감. 7구단 빙그레는 첫해 2할9푼3리의 승률에 그쳤다. 역대 창단 팀 최저 승률이다.

1991년에 1군 리그에 참여한 8구단 쌍방울은 4할5푼2리를 기록했다. 8개 팀 가운데 6위였다. 9구단 NC는 2013년 4할1푼9리, 9개 팀 중 7위를 차지했다.

10구단 kt는 어떨까? kt는 올해 꼴찌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창단 첫해이니 괜찮다. kt가 너무 잘하면 나머지 구단은 어떻게 되나.

문제는 승률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관중 수 목표를 836만2000명으로 잡고 있다. kt가 지나치게 저조하면 목표 달성이 어렵다. 한 팀의 일방적 부진은 전체 야구판의 흥미를 떨어뜨린다. kt의 외국인 3인방 투수는 초반 3경기서 나란히 부진했다. 1선발 어윈은 4⅓이닝을 던져 8실점했다. 메이저리그서 151경기에 출전한 2선발 시스코는 29일 4이닝 5실점했다.

국내 야구서 4년 동안 37승을 올린 옥스프링도 31일 4이닝 6실점했다. 초반 3경기만 놓고 외국인 3인방이나 kt의 미래를 점치기는 어렵다. 그래도 자꾸만 불안감이 든다. texan50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