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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메이저리그 세 명문구단의 새해 생존전략은?

구원투수 채프먼 놓고 경쟁.. 신시내티, 쇄신 위해 포기
양키스, 우승 위해 영입.. 다저스, 영입보다 팀워크

신시내티 레즈는 가장 오래된 프로야구 팀이다. 1869년 창단됐다. 한 때 추신수가 몸담았던 구단이다. 뉴욕 양키스는 월드시리즈 최다 우승팀이다. 1923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09년까지 27차례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LA 다저스는 메이저리그서 가장 비싼 몸값을 지불하는 팀이다. 올해 사치세 포함 3억4000만달러(약 4000억원)를 선수들의 계좌로 송금했다.

이 세 팀은 올 연말 아롤디스 채프먼이라는 선수를 놓고 치열한 '밀당'을 벌였다. 채프먼의 당초 소속팀은 신시내티. 유망주를 받고 다저스에 채프먼을 넘기려 했다. 그런데 채프먼이 가정폭력에 연루된 사실을 안 다저스가 트레이드를 취소했다.

다음에 뛰어든 구단은 양키스. 결국 지난 29일(한국시간) 팀 내 유망주 4명과 채프먼을 맞바꾸었다. 이 '밀당' 과정을 들여다보면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생존 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신시내티는 올 시즌 98번을 패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즈(99패)에 이은 최다 패 2위다. 승수는 고작 64차례. 10번 싸워서 4번을 제대로 이기지 못했다. 당연히 팀의 리빌딩이 최우선 과제다. 조니 쿠에토, 토드 프레이저, 마이크 리키 같은 대형 선수들을 줄줄이 내보냈다. 채프먼이 퍼즐의 마지막 순서다. 채프먼은 메이저리그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올 시즌 최고 구속 103.92마일(167.3㎞)을 기록했다. 66⅓이닝을 던져 116개의 삼진을 빼앗았다. 33세이브를 올렸고 방어율은 1.63. 한 마디로 끝내주는 마무리 투수다.

그를 보내주고 받은 선수는 루키 데이비스 등 마이너리거 4명. 유망주이긴 하지만 매우 탐나는 선수들은 아니다. 대체 어떤 숨은 속사정이 있어서 한참 기울어지는 트레이드가 성사됐을까? 그 속을 파헤쳐본다.

먼저 뉴욕 양키스. 이 팀에겐 우승 아니면 만족이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돈을 펑펑 쓸 순 없다. 사치세가 겁난다. 양키스는 지금도 엄청난 돈을 뿌리고 있다. 채프먼의 올해 연봉은 800만달러. 이름값에 비하면 싼 편이다.

그런데 채프먼은 '복어의 독' 같다. 고기 맛은 좋으나 자칫 독을 그대로 삼키면 목숨을 잃는다. 채프먼은 가정폭력 혐의를 받고 있다. 시즌을 끝낸 후 플로리다 집에서 여자 친구의 목을 조르고 총을 발사했다. 가정폭력 부분은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 중지가 될 전망이지만 총기 발사로 적어도 45일간 출전 정지를 당할 수 있다.

양키스는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채프먼 카드를 덥석 물었다. 양키스 캐쉬먼 단장은 "확실히 달콤한 유혹이다. 위험하지만 그런 이유로 채프먼의 시장 가격이 뚝 떨어졌다. 어찌됐든 채프먼의 가세로 우리는 철벽 구원 투수진을 갖추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양키스에는 델린 베탄세스, 앤드류 밀러라는 뛰어난 불펜 투수가 있다. 경우에 따라 밀러를 선발로 돌릴 수도 있다.

다저스가 손에 쥐었던 채프먼 카드를 버린 이유는 야시엘 푸이그 때문이다. '악동' 푸이그는 역시 가정폭력 혐의를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올해부터 가정폭력 혐의에 관한 엄격한 처벌 규정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2명의 가정폭력 관련 선수를 보유하기엔 여론의 따가운 눈총이 부담된다. 팬심을 잃으면 TV 중계권료에 영향을 준다. 푸이그와 채프먼은 모두 쿠바 출신이다.


신시내티의 목적은 앞서 밝힌 팀 리빌딩이다. 고액 연봉 선수를 모두 내보낸 다음 유망주로 새 출발한다. 팀이 자리를 잡고 우승이 눈앞에 보이면 비축해둔 돈으로 대형 선수를 사들이면 된다. 세 명문 구단의 '각자도생'이 내년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texan50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