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해보고 싶은 음악 아직도 많다" 일흔 거장의 멈추지 않는 도전

내달 예술의전당서 리사이틀 갖는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전람회의 그림' 프로젝트 등 끝없는 도전, 한국서 22년만에 오르는 리사이틀 무대
괴짜 천재 피아니스트 뒤바르그와 협연.. "바인베르크 솔로소나타 연주에 큰 기대"

세계적으로 유명한 러시아 출신의 광대 슬라바 폴루닌과 함께 제작한 공연 '스노우 심포니(Snow Symphony)', 화가이자 철학자인 막심 칸토르와 공동 작업한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프로젝트. 일흔을 바라보는 살아있는 전설,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69·사진)는 "최근 시도한 작업들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프로젝트"라며 두 가지를 꼽았다. 약 50년간 장르와 작곡가에 제한을 두지 않고 대중을 놀라게 하며 '바이올린의 혁명가'라는 별명을 얻은 그의 행보는 멈출 줄 몰랐다.

내달 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클래식 음악 축제 '2016 디토 페스티벌'에서 리사이틀 무대에 오르는 그를 이메일 인터뷰로 먼저 만났다. 끊임없이 음악을 탐구하고 재해석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당연하다"는 한마디로 운을 뗐다. "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요. 그 많은 것을 다 해볼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것 같네요. 늘 그렇듯이, 나는 항상 관객만이 아닌 나 자신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내한했지만 리사이틀은 1994년 이후 22년 만이다. 협연자는 '괴짜 천재'로 불리는 젊은 피아니스트 뤼카 드바르그. 그는 "지난 22년 동안 마르타 아르헤리치, 크리스티안 짐머만, 올레그 마이센베르크, 발레리 아파나시에프 등 훌륭한 피아니스트와 수많은 리사이틀을 함께 해왔다"며 "이번 서울에서의 공연은 프랑스의 뛰어난 젊은 피아니스트 뤼카 드바르그와 함께하는 첫 공연이자 아시아 투어의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순회 공연은 중국 상하이 콘서트홀에서 시작해 일본 도쿄 산토리홀을 거쳐 한국에서 마무리된다.

뤼카 드바르그는 지난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4위에 올랐지만 우승자보다 화제를 모은 연주자다. 청중과 평단에 가장 깊은 인상을 준 참가자에게 주는 상도 그에게 돌아갔다. 크레머는 "지난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실황을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시청하다가 뤼카 드바르그를 '발견'하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협연에 대해서는 "결과가 어떨지 예측할 수 없지만 우리 둘의 공통의 음악적 언어를 찾기를 바란다"며 "한국 관객들이 그것을 함께 목격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디토 페스티벌'의 오프닝 콘서트이기도 하다. 크레머는 지난해 10월 그가 이끄는 오케스트라 '크레메라타 발티카'와 함께 '디토 옥토버페스트'에서 '앙상블 디토'와 합동 공연을 펼친 바 있다. 그는 '앙상블 디토'의 리더이자 '디토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의 역량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연주자로서 매우 성숙하고 흥미로워요. 기량이 뛰어나다는 점은 물론이고 동료들을 모아 함께하는 리더십을 지닌 사람이이죠. 특히 새로운 레퍼토리를 시도하는데 관심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하는 모습이 늘 인상적입니다."

그의 일생의 목표는 "우리 모두 알고 경험하는 것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그는 특히 "잊혀졌거나 과소평가 받는 작곡가와 더불어 동시대를 사는 작곡가를 서포트는 하는 일종의 도구이고 싶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라벨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G장조를 비롯해 베토벤, 쇼스타코비치의 작품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크레머는 특히 1부에서 연주할 바인베르크의 솔로 소나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빈 페스티벌 기간 중 무지크페라인에서 크레메라타 발티카와 함께 바인베르크의 작품 12개를 연주했다.
그는 "이 유명한 공연장에서 무려 4회에 걸쳐 바인베르크를 크게 다뤘다. 관객들에게 큰 변화를 일으킨 공연이었다"며 "그런 변화와 경험이 이번 공연에서도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클래식을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눈과 귀를 열라"고 조언했다. "어렵다고 걱정하는 데에 시간을 들이지 마세요.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