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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진해운 법정관리 심사숙고해야

파산시 해운산업 붕괴 우려.. 국가네트워크 회복 어려워

국내 1위, 세계 8위의 해운선사인 한진해운의 운명이 30일 결정된다. 채권단은 이날 회의를 열어 한진해운이 제출한 자구안에 대해 수용 또는 거부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진해운은 지난 25일 총 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 방안이 담긴 자구안을 제출했다. 채권단의 마지노선(7000억원)보다 부족하다. 이 때문에 채권단이 그동안 강조해온 것처럼 원칙대로 처리하게 된다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은 해운산업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업계에서는 채권단이 일개 기업의 일로 여겨 원칙만 고수할 게 아니라 산업 전체를 바라보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법정관리행은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이어지게 돼있다. 현금거래만 가능한 상황에 내몰리고 화주들은 즉각 운송계약을 해지할 것이다. 선박압류, 용선계약 해지, 급유중단 등으로 정상운항 자체가 어려워진다. 해운동맹에서 퇴출돼 서비스 네트워크가 무너진다. 조선업, 항만업 등 연관산업들도 줄줄이 위기에 내몰릴 것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부산항의 환적 물동량이 16.4%(연 1152억원 규모) 줄어들고 한진해운이 퇴출될 경우 미주 항로 운임이 27.3%, 유럽항로 운임이 47.2% 올라 국내 화주가 추가 부담할 운임이 연 4407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 1개 원양 서비스 노선을 구축하는 데 1조5000억원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한진해운이 무너지면 수십년간 쌓아온 수십조원의 국가적 네트워크 자산을 잃게 된다는 얘기다. 한국선주협회는 법정관리로 인해 연간 17조원의 손실과 2300개 일자리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협회는 한진해운에 유동성을 공급해 살린 다음 현대상선과 합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채권단은 그동안 한진해운이 자금투입 없이 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상선의 선례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따라서 한진의 자구안이 미흡하고 불만스러울 것이다. 물론 한진그룹의 지원 여력이 한계에 부닥친 것은 사실이다. 이번 자구안에 포함된 5000억원을 합치면 한진그룹 차원의 지원은 1조7000억원가량 된다. 그러나 한진해운도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 등 자구안 보강을 위해 채권단과 다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까지 절충점을 찾는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

채권단은 자구안을 재무적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해운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산업구조적 차원에서 따져야 할 것이다. 채권단의 신중한 접근과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