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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예산 400조 돌파, 눈먼 돈 없어야

국가채무비율 첫 40%대.. 재정적자 고착화 막아야

내년 정부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선다. 정부는 3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내년 나라살림 규모를 올해보다 3.7% 늘어난 400조7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올해 2.9%에 비해 0.8%포인트 높은 수치다.

정부는 예산안 편성 방향을 일자리 창출, 미래성장동력 확충 및 경제활력 제고, 저출산 극복 등을 통한 민생안정으로 잡았다. 특히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력 제고가 핵심이다. 일자리 분야 예산은 올해보다 10.7% 늘어난 17조5000억원으로 증가율이 가장 높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재정을 확장해 경기가 살아나고, 다시 수입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경기대응적 재정 역할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건전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 경제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 국내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과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정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을 맡겠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내년 정책 방향을 성장률보다 일자리 만들기로 전환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

2017년 예산안은 전반적으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쉬운 대목도 없지 않다. 주어진 경제여건이 녹록지 않은데도 내년 국세수입을 올해 본예산 대비 8.4%, 총수입은 6.0%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 것은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소비위축을 과소평가한 느낌이다. 미래 먹거리인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은 1.8% 소폭 증가에 그쳤다. 참전용사 명예수당 2만원 증액처럼 선거철만 되면 반복되는 선심성 예산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한번도 균형재정을 맞추지 못한 것은 숙제다. 정부 예산 규모는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1년 100조원, 참여정부 때인 2005년 200조원, 이명박정부 때인 2011년 3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박근혜정부 들어 400조원 시대를 열게 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100조원씩 늘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내년 국가채무는 683조원으로 불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처음 40%를 넘어선다.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재정을 풀어 경기를 떠받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 재정적자 규모만 95조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나라살림 규모가 커지면서 비효율적인 예산집행 소지가 커졌다는 점이다. 특히 청년일자리와 저출산.고령화 정책 관련 예산이 늘어나 내년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이 13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 예산이 눈먼 돈이 되지 않으려면 이젠 국회가 나설 차례다. 정부는 다음 달 2일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한다. 여야는 예산안을 꼼꼼히 따지고 살펴 한푼의 세금이라도 허투루 쓰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