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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신동빈 롯데 회장, 형과 화해 나서야

분란의 출발점은 ‘형제의 난’ 내부갈등 수습도 경영 능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속을 면했다. 법원은 29일 새벽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회장은 앞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175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체면을 구겼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 20일 신 회장을 불러 조사한 뒤 엿새 고민 끝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영장을 내주지 않았다. 검찰이 제시한 혐의가 똑 부러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실 검찰은 신 회장이 연루된 비자금이나 정.관계 로비 혐의를 찾는 데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6월 시작된 검찰 수사는 여론에 편승한 먼지떨이식 과잉수사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일단 신동빈 회장은 한숨 돌렸다. 그렇지만 할 일은 더 많아졌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면서 "우리 그룹은 여러 가지 미흡한 부분이 많다. 제가 책임지고 고치겠다"고 말했다. "좀 더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롯데그룹도 입장자료에서 "보다 투명하고 신뢰받는 롯데가 돼 국가 경제와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신 회장과 롯데그룹의 언행일치를 기대한다. 신 회장은 지난해 이른바 '왕자의 난'을 겪은 뒤 롯데 개혁을 약속했다. 이어 국회 국감장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그리고 이번에 또 "책임지고 고치겠다"고 말했다. 우선 신 회장은 롯데호텔 상장 계획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호텔의 상장은 전근대적인 지배구조를 바로잡는 첫 걸음이다. 이어 전자회로도처럼 얽힌 순환출자 구조도 산뜻하게 바꿔야 한다.

그게 다가 아니다. 신동빈 회장은 한 살 터울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화해해야 한다. 여론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롯데사태의 출발점은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이다. 응당 그 종착점은 형제 간 화해가 돼야 한다. 나아가 창업주인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도 정상적인 부자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이 매듭이 풀리지 않는 한 신동빈의 신롯데 구상은 언제든 한계에 부닥칠 수 있다. 가족 간 갈등을 슬기롭게 수습하는 것 역시 경영자의 능력이다. 조만간 신동빈.동주 형제가 한자리에서 화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