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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주 52시간 근로, 즉시 시행은 무리다

환노위 합의안에 재계 반발.. 임금삭감 조율 등 난제 산적

국회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데 대략적으로 합의했다.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소위는 20일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기본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을 합쳐 52시간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법안을 어기는 사업주에 대해 △300인 이상 사업장은 2년간 △300인 미만 사업장은 4년간 처벌을 유예하기로 했다. 그러나 개정법 시행 이후 사업주의 비용부담과 근로자의 임금 삭감 등 세부사항에 대해 각 당이 이견을 보이고 있어 법안 통과에는 상당한 난항이 계속될 전망이다.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우리 사회가 피할 수 없는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2015년 기준 한국 취업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766시간)보다 347시간이나 많다. 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로를 의무화하면 33만~59만개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또 부족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노사가 바뀌는 제도를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사측은 늘어나는 인건비가 부담스럽고 노측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삭감을 감당하기 어려워한다.

한국경제연구원 추정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로로 인한 기업부담은 12조3000억원, 이 중 300인 미만 중소기업 부담은 8조6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비용만 상승하고 고용은 늘지 않는 상황이 닥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와 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국회 환노위안에 일제히 반발했다. 이들은 단축안의 기업 규모별 단계적 적용, 특별연장근로 허용, 휴일근로가산금의 중복할증 방지 등을 요구했다. 중기중앙회는 2024년 완전도입을 목표로 하는 6단계 단축안을 제시했다.

국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휴일근로의 할증률 문제가 당면한 쟁점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기업들은 휴일근로 할증(50%)과 연장근로 할증(50%)을 합쳐 100% 할증을 적용해야 하는데 자유한국당 측은 이를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이 많을 때 더 일하고 적을 때 단축근무하는 탄력적 근로 문제도 각 당의 의견이 엇갈린다. 근로자의 임금삭감 문제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환노위는 23일 소위를 열어 타협안 도출을 시도할 예정이다.
기업과 근로자는 아직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유예기간을 충분히 두고 그 사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회는 서두르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