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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금호타이어 매각, 국내법 절차 밟아라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안보 이유로 투자제한 가능

금호타이어 매각이 정치 이슈로 떠올랐다. 하필이면 새 임자 후보가 중국 기업이어서다. 금호는 호남을 대표하는 대기업이다. 대선주자들은 호남 민심을 얻으려 애쓰고 있다. 과거 상하이차가 기술만 빼먹고 튄 쌍용차 트라우마에 대한 불안도 있다. 또 중국이 자행하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대한 반감도 느껴진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박삼구 회장은 공정한 기회를 요구한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에 우선매수권이 있다. 중국 더블스타는 인수가로 9550억원을 제시했다. 박 회장은 채권단이 허락하면 컨소시엄을 꾸려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작정이다. 더블스타도 컨소시엄으로 참여했으니 금호 측 요구도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채권단과 맺은 약정이 걸림돌이다. 약정은 "우선매수권은 주주협의회 사전 서면 승인이 없는 한 제3자에 양도할 수 없다"고 했다.

주주협의회, 곧 채권단은 각 은행에 의견을 물었다. 답변 시한은 22일까지다. 만약 컨소시엄 허용 결정이 나오면 금호타이어는 박 회장이 되찾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끝은 아니다. 더블스타가 이의를 제기하면 법정 다툼이 불가피하다. 지금도 한.중 간엔 긴장이 흐른다. 자칫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싼 갈등이 통상마찰로 번질 수 있다.

우리는 정치권의 자제를 요망한다. 중국에 공격의 빌미를 줄까봐서다. 박삼구 회장도 일단 주주협의회 결정을 존중하길 바란다. 설사 불허 결정이 나와도 금호타이어 매각은 국내법이 정한 절차를 차분히 밟으면 된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일 국회에서 "금호타이어 매각 승인 신청이 들어오면 국방부, 방위사업청과 협의해 판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게 정답이다.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주 장관은 외국인 투자가 국가안보를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이를 제한할 수 있다. 방위산업물자 생산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어도 제한대상이다. 금호타이어는 군용 타이어를 납품하는 방산업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얼마든지 우리가 부적격자를 골라낼 수 있다.

정부는 사드 보복을 일삼는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데 애먹고 있다. 중국이 약점을 잡히지 않으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금호타이어 매각을 냉정하게 처리하면 좋겠다. 정치권이 나서서 불을 지필수록 우리한테 손해다. 이런 판국에 강성 금호타이어 노조가 21일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켰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