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대선후보 공약 점검] 더 독해진 경제민주화.. "규제 총동원, 기업 아무것도 못한다"

4. 대기업 정책
문재인, 노동자추천이사제
안철수, 공정위 권한 강화
유승민, 일감몰아주기 금지
심상정, 출자총액제한 부활
홍준표 "기업 규제 풀겠다"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는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선물했다. 비단 우리뿐 아니라 다른 개발도상국 또한 이런 방식으로 경제 규모부터 먼저 키워나갔다. 그러나 이 구조가 수십년간 이어오면서 정경유착, 부정부패 등 부작용이 컸다. 특히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와 재벌가의 뇌물혐의가 도화선이 되면서 재벌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대기업 중심 경제의 폐해를 바로잡겠다는 통일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벌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공정거래위원회 권한 강화, 일감몰아주기 규제, 비리기업인에 대한 사면권 제한 등을 핵심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다만 현재 대기업 관련 공약을 발표하지 않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과도한 재벌규제에 부정적 입장이다.

■文 상법개정, 安 공정위 권한 강화

문재인 후보는 상법 개정안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 등을 통해 소액주주권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다. 상법 개정은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주장했던 정책이기도 하다.

문재인 후보는 소액주주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대표소송 단독주주권을 도입하고, 다중대표소송과 다중 장부열람권도 제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공공부문에 노동자추천이사제를 먼저 도입한 후 이를 4대 대기업과 10대 대기업 순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도 문 후보는 12일 대규모 재정자금을 추가 편성 집행하겠다는 '경제부흥 2017'을 내놓고 공정거래위원회 전면 개혁, 징벌적 손해배상소송제와 집단소송, 단체소송 제도도 도입할 뜻을 밝혔다.

김선정 동국대 법대 교수는 "상법은 경제민주화를 위한 법이 아닌 가치 중립적인 것이다. 그것이 충분하지 못한 부분에서는 특별법을 만들어도 되고, 공정거래법에서 통제하면 된다. 그런데 지금 후보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다 집어넣어버리면 아주 극단적으로 기업에 대한 통제와 간섭만 조합해놓은 법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18대 대선부터 '공정경제'를 주장해온 안철수 후보는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것을 경제개혁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 강화다. 공정위 상임위원 수를 5명에서 7명으로 늘린다. 위원의 임기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독립성을 강화하자는 주장이다. 또 기업분할명령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할 수 있도록 공정위의 권한 강화와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유승민 후보도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공정위 심사기능과 심판기능 분리 등을 내걸었다. 하지만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를 막기 위한 공약에 좀 더 힘을 실은 모양새다. 유 후보는 총수 일가가 계열사 일감을 몰아 받기 위한 개인회사를 설립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총수 일가의 개인회사와 그룹 내 타 계열사 간 내부거래도 금지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심상정 후보는 재벌개혁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강조하고 있다. 그는 공기업.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고위임원의 최저임금 연동 임금상한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놨다. 공기업 임원 임금을 최저임금자의 10배(약 1억5000만원), 대기업 임원은 30배(약 4억5000만원)로 상한선을 정하자는 것이다. 또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출자총액제한제 재도입 카드도 꺼냈다.

이 밖에 금산분리를 위해 문재인 후보는 통합금융감독시스템 구축을, 안철수 후보도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금융감독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총수 사면에 대해 문 후보는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을, 안 후보는 사면심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해 비리기업인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심 후보도 50억원 이상 배임 횡령죄는 특가법상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하고 재벌 일가 황제노역·황제면회 금지도 내걸었다.

한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다음주께 대기업 관련 공약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말 홍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기업을 풀어주겠다"고 밝힌 만큼 나머지 네 후보와는 상반된 공약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홍준표 캠프는 공식사이트를 통해 "정치권의 기업 옥죄기와 강성 귀족노조는 기업의 원활한 경제활동을 막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실효성 의문…포퓰리즘 논란도

대선 때마다 비슷한 공약이 나오지만 막상 대통령 집권 후에는 실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기업연구실장은 "이번 대선주자들의 공약은 지난 18대 대선후보들의 것과 똑같은 재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후보 시절 '경제민주화'를 내세웠지만 막상 집권하고 나서는 경제회복에 대한 우려로 거의 실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실장은 "이번 대선공약으로 기업을 규제할 만한 수단이 다 나왔는데 이렇게 해선 우리나라 기업은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규제뿐 아니라 기업활동도 더 잘하게 할 수 있는 장치나 기업가정신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함께 나와야 진정한 재벌개혁"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런 공약들이 국정농단 사태로 확산된 반기업 정서에 힘입으려 하는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주장도 많다.

김용철 부산대 정치학과 교수는 "후보들이 대기업 체질을 개선해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기준을 둬야 하는데 국민의 반기업정서를 이용한 '재벌 때리기' 공약으로 일관하고 있다. 기업의 생산활동이나 시장경제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최완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부 잘못된 기업주들의 행위에는 일벌백계가 필요하지만 이를 전체 기업으로 매도해 죄인시하는 것은 인기 영합주의처럼 보인다. 잘못된 지배구조를 고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방향성을 잘못 이해해서 모든 것을 다 규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활동이 위축될 경우 사내유보금이 쌓이고,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져 경제가 살아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대선후보 공약 점검] 더 독해진 경제민주화.. "규제 총동원, 기업 아무것도 못한다"

[대선후보 공약 점검] 더 독해진 경제민주화.. "규제 총동원, 기업 아무것도 못한다"

[대선후보 공약 점검] 더 독해진 경제민주화.. "규제 총동원, 기업 아무것도 못한다"

[대선후보 공약 점검] 더 독해진 경제민주화.. "규제 총동원, 기업 아무것도 못한다"

[대선후보 공약 점검] 더 독해진 경제민주화.. "규제 총동원, 기업 아무것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