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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공약 점검] "소액주주 권한 강화 내세우지만 외국계 헤지펀드만 이득"

재벌개혁 외친 ‘경제민주화’ 공약 살펴보니

19대 대선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견제를 위한 상법개정안(문재인 후보)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상 강화(안철수 후보)로 요약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맞붙었던 18대 대선에서는 △순환출자 해소 △금산분리 △일감몰아주기 금지 등이 경제민주화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반면 19대 대선은 이른바 최순실 사태로 치러지게 된 만큼 '재벌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 등으로 소액주주 권한을 강화해 대주주·총수 일가의 횡포를 견제하는 것과 재벌개혁은 크게 연관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고 기업분할명령권을 도입하는 것도 기업의 경영활동을 더욱 제약할 위험성이 높다는 우려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19대 대선이 끝난 뒤 20대 국회에서는 △상법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하도급법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특가법)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18대 대선이 박 후보의 승리로 끝난 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공약한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금융과 산업의 분리 강화, 일감몰아주기 금지 등이 지난 2013년과 2014년에 줄줄이 국회를 통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는 의무고발 조항을 넣는 선에서 절충했다. 사실상 "보수가 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 공약은 다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보수의 적자를 강조하는 유승민 후보는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를 집중적으로 방지하는 공약만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문 후보가 재벌개혁의 핵심으로 상법개정안을 가지고 나온 것은 '적폐청산'이라는 이미지를 상징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법개정안은 문 후보가 당으로 모셔온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낸 법안으로, 사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18대 경제민주화 대선 공약으로 채택했지만 경제민주화에서 경제활성화로 태세 전환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폐기됐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상법개정안은 기업 경영활동에 파괴력이 강한 법안으로 법무부가 추진하려고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경제살리기로 돌아서면서 유야무야됐다"면서 "기존 순환출자 금지, 일감몰아주기 방지는 이미 다 했고, 이제 남은 것은 상법개정안과 징벌적 손배제, 공정위 전속고발권의 완전한 폐지 정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 후보의 상법개정안이나 안 후보의 공정위 위상 강화 모두 경제민주화와는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소액주주는 평균 주식보유 기간이 3개월 채 되지 않는 투자자로, 이들이 보호되기보다 외국계 헤지펀드, 힘센 기관의 권한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 공약도 시장도 독점하지 말고, 재벌도 더 커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년 포천 선정 세계 500대 기업을 보면 미국은 134개, 일본도 52개인데 한국 기업은 스위스와 같은 15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