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대선후보 공약 점검] 文·安 사드 반대서 선회… 洪·劉 전술핵 배치… 안보 우향우

6. 외교·국방분야
문재인, 재검토가 철회 아냐
안철수, 사드배치 수용
홍준표, 남북간 핵균형 주장
유승민, 사드 1개 추가 배치
심상정만 사드배치 반대

[대선후보 공약 점검] 文·安 사드 반대서 선회… 洪·劉 전술핵 배치… 안보 우향우
일반적으로 대선에서 외교안보 분야는 득표보다는 실점 방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진보진영 후보에겐 사상검증의 잣대로 작용하며, 보수 후보에겐 집토끼(지지층)를 지키는 수단이 된다.

더욱이 최근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선 후보들이 취할 수 있는 이념의 스펙트럼은 경제·복지·교육 등 여타 분야에 비해 좁을 수밖에 없다.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논리 앞에 반대논리는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좁은 스펙트럼 내에서 후보들은 17일을 기점으로 볼 때 앞으로 22일간 선명성 경쟁을 해야 한다. 이달 중순부터 불어닥친 한반도 안보위기설 이후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대선후보들이 일제히 '우측 이동'을 자처했던 것도 이런 현실에 기인한다.

■사드배치 말바꾸기…'우향우'

양강구도를 형성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선거 초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각각 유보, 반대 입장을 냈다가 최근엔 수용론에 무게를 실었다.

문 후보는 차기 정부에서 사드배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는 있으나 뉘앙스에 변화를 주고 있다. 그는 최근 "북한이 핵도발을 계속하면 사드배치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밝혀 사드 수용론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문재인 캠프의 김기정 연세대 교수(국민성장 연구위원장)는 "사드배치 재검토가 반드시 철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미.중이 한반도를 놓고 협착해 가는 상황에서 한국이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려면 차기 정부로서도 옵션(선택지)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정국 초기 사드배치 반대론으로 분류됐던 문 후보가 배치론으로 한발 나아간 건 그에게 덧씌워진 종북.안보불안 프레임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선제타격도 상정한 워싱턴발 북풍(北風)으로 인해 사드에 대한 애매한 입장으로는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불식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사드배치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서며 문 후보보다 보폭을 크게 잡았다. 안 후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며 줄곧 사드배치 반대 입장을 폈다가 최근 4월 안보위기설 이후엔 당론(사드배치 반대)을 수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안 후보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안 후보 캠프에서 외교.통일분야 공약을 맡고 있는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1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언급하면서 한반도 안보상황이 달라졌으며 이에 따라 판단을 한 것이지 이를 말바꾸기로 봐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보수진영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사드배치는 물론이고 한발 더 나아가 전술핵 배치를 주장하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강한 안보, 강한 대한민국'을 기치로 사드배치는 물론이고 전술핵 배치로 한반도 핵균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유승민 후보는 현재 주한미군이 배치하려는 사드 1개 포대 외에 수도권 방어용으로 한국 정부 예산으로 별도로 1~2개의 사드를 추가로 배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드배치와 관련해선 정의당 심상정 후보만 반대 입장이다. 국민대 박휘락 교수는 "북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후보들의 외교안보공약이 우측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중 관계 위치설정

우리 내부에서 한.미관계와 한.중 관계는 양자택일 혹은 반비례 관계로 묘사돼 왔다. 미.중의 위치를 일직선상에 놓고, 그 사이에 균형추를 설정하는식의 단선적인 전략은 스스로의 외교적 공간을 축소하고 딜레마에 빠지는 결과로 나타나곤 했다.

문재인 후보는 올초 발간한 대담록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대미일변도의 외교라인은 미국의 요구에 대해 거부할 줄을 모른다. 나도 친미지만 이제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서는 협상하고 노(No)를 할 줄 아는 외교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되 방위비분담금협상이나 한.미자유무역협정(FTA)등 개별 이해관계의 영역에서는 국익을 따져묻겠다는 것이다.

안 후보의 주변국 외교는 역대 정부가 취했던 한.미관계 중시와 한.중 전략적협력관계 강화라는 전통적 문법을 따른다. 균형추 재설정으로 인한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 중도.보수층으로 확장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유승민 후보는 한.미관계 강화에 보다 확실한 방점을 찍어 박근혜 정부의 친중정책과 차별화를 예고했다.
유 후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중관계를 잘한다고 해서 한.미동맹에 대처할 수 있다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홍 후보도 "한.중관계가 중요하지만 한.미관계는 생사가 걸린 문제"라며 우선순위를 분명히 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현 안보 상황에서는 새로운 공약을 내기는 힘들 것"이라며 "미.중 관계 구도 속에서 한국의 국익이 무엇인지 냉정히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문형철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