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대선후보 공약 점검] 비정규직 문제 해결 위한 규제만 가득… "기존 제안 재탕뿐"

8. 노동분야
문재인, 비정규직 차별금지
홍준표, 현 차별시정제도 수정
안철수, 비정규직 해고 제한
유승민, 비정규직 총량제
심상정, 지속 업무에 금지

[대선후보 공약 점검] 비정규직 문제 해결 위한 규제만 가득… "기존 제안 재탕뿐"
국내 노동시장의 현실은 암울하다. '고용 한파'로 불리는 실업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사회 양극화로 대변되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 일자리 창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수두룩하다. 특히 사회 양극화, 저성장 등의 교집합에 자리잡고 있는 '비정규직' 이슈는 일자리 문제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대선 후보 5명 모두 노동공약 우선순위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올려놓았다. 다만 비정규직 문제 해법과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임금격차 해소 방안에선 후보 간 견해차가 뚜렷하다.

■비정규직 문제 해법 "재탕 공약"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비정규직 차별 금지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차별시정 제도 재검토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비정규직 해고 제한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비정규직 채용 금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우선 재정경제.노동 분야를 최우선순위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후보는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 해법을 '비정규직 차별' 해소에서 찾는다. 사용사유제한 제도 도입과 비정규직 차별금지특별법 제정이 대표적이다. 사용사유제한을 적용해 비정규직 발생 요인을 차단한다는 복안이다. 비정규직 차별금지특별법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세우고, 임금.퇴직금.사회보험에서 비정규직 차별을 없앤다는 구상이다.

안철수 후보는 '비정규직 해고 제한'을 공약했다. 정당한 사유 없는 해고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남용하는 기업에는 정부 조달 참여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홍준표 후보는 현행 차별시정 제도를 재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동종.유사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과 비교하는 현행 방식을 꼬집은 것이다. 유승민.심상정 후보는 '비정규직 채용금지'에 무게를 둔다. 유승민 후보는 상시.지속 업무에 비정규직 채용을 금지하고, 업종.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비정규직 사용 총량제 도입을 약속했다. 반면 심상정 후보는 임기 1년 이내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사용금지법'을 제정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후보의 공약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예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사안이라는 것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후보들이 내놓은 비정규직 관련 공약들은 전반적으로 새로운 것이 없다. 예전부터 논란이 돼왔던 반복적인 제안들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총량제' 정도가 눈에 띄는 공약"이라고 했다. 또 그는 "일자리 질 제고와 관련해 규제 일변도 대책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제시해 차별문제 해소 대안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 구조적 문제 해결부터

비정규직 문제 해법은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정부 예산으로 임금을 지원하는 정부 주도의 일회성 지원은 단기처방은 되겠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임금격차 해소라는 방향은 공감하지만 그 처방이 선심성 지원이 아닌,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노동분야 한 전문가는 "대·중소기업 간, 원청·하청업체 간 불공정행위 등에 엄정한 법 집행과 함께 정부의 강력한 노동구조 개혁 의지가 현장에서 작동해야 한다.
공정한 대·중소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큰 틀을 먼저 잡고, 새 정부의 관련 정책들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과 국민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토론회에서 "노동개혁은 대기업 정규직, 공무원 등 고임금을 받는 안정된 일자리를 가진 사람 300만명의 과보호를 완화하고, 1600만명 임금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개선해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