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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공약 점검] 국정원, 국내 역할 두고 이견

13. 사정기관 개혁
문재인.심상정 국내 정보수집 기능 폐지
홍준표.유승민 국내 간첩.테러 기능 유지
안철수, 정치개입 금지

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가정보원(국정원) 개혁 방안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정치 개입 논란이 있는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을 폐지할지가 주요 공약으로 등장했다.

이를 놓고 후보들의 공약은 양측으로 갈린 상황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정원 개혁에 가장 적극적이다. 5명의 주요 대선후보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는 10대 공약에 국정원 개혁 방안을 포함시킨 후보는 문 후보가 유일하다.

문 후보는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대신 북한.해외, 안보.테러, 국제범죄를 전담하는 정보기관인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국정원을 전면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정원의 수사 기능을 폐지하고 대공수사에 빈틈이 없도록 경찰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대공수사권을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국정원 폐지를 거론했다. 심 후보는 지난 4월 23일 열린 대선토론회에서 "국정원은 해외정보원으로 개편하고 선거에 개입하고 간첩 조작하고 민간인 사찰하는 국정원은 폐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도 국내 정치에 개입할 수 없도록 국정원을 개혁해야 한다는 문 후보와 심 후보의 공약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외부 견제나 감시, 정보공개에 예외를 인정하는 국정원에 국내 정보 수집이나 간첩 수사 기능을 맡기는 것은 해외에도 사례가 없다"며 "국정원을 해외정보 기관으로만 역할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의 요구였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경우 국정원에 대한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수준으로 입장을 정했다. 안 후보는 대선토론회에서 "모든 권력기관은 분권과 견제 장치가 작동해야 한다"며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홍 후보의 경우 오히려 국정원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토론회에서 밝힌 바 있다. 토론회에서 홍 후보는 "국정원은 사실 무력화될 대로 무력화됐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정원의 대북 기능과 대공수사 기능을 강화할 시점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후보는 토론회에서 "국정원에 국내 정보 수집을 못하게 하는 것은 남북 분단 현실에 말이 안 된다"며 "국내 정보 수집은 당연히 허용하되 그 수집의 대상이 간첩, 테러 등에 국한되도록 하고 정치에 일체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선진화된 모습이 아니라며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상열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경찰 조직이 국내 치안을 담당하고 그 다음에 문제가 있으면 사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맞다"며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안 된다. 선진사회로 가야 하는데 밀실에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