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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100일 과제, 이것부터 풀어라] 청년실업·가계부채 ‘발등의 불’…경제 컨트롤타워부터 세워라

1.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
사드.한미FTA 등 과제 산적.. 美.中과 담판지을 역량 절실
수출 늘었지만 내수는 냉랭.. 가계부채 1300兆 위험수위
청년고용 해법도 우선순위

새 대통령 취임 100일은 기회다. 국민의 지지와 기대가 높고 권력은 날이 서 있다. 개혁과제를 실천할 수 있는 호기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탄생한다. 과제는 산적해 있다.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탄핵에 따라 뽑힌 대통령이어서 인수위원회도 없다. 연습도 없이 바로 실전에 투입된다. 비상시국인 만큼 첫 단추, 100일의 의미는 더 깊다. 과거 1933년 대공황 시절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취임 후 100일 동안 개혁과제를 밀어붙였다. 100일 동안 15개의 긴급구제, 경제개혁 법안을 마련했다. 미국 경제를 구해내기 위해 부실은행을 정리하고,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해 연방긴급구호청도 신설했다. 균형예산을 편성하기 위한 경제법도 제정했다. 협치와 소통을 강조하면서 그 유명한 노변정담(fireside chats)도 나왔다. 한반도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당시의 미국보다 더 엄혹하다. 새 대통령은 북한 핵도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풍을 헤쳐나가야 한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향후 5년 성패를 가늠할 '100일 과제' 시리즈를 게재한다.
[새정부 100일 과제, 이것부터 풀어라] 청년실업·가계부채 ‘발등의 불’…경제 컨트롤타워부터 세워라

[새정부 100일 과제, 이것부터 풀어라] 청년실업·가계부채 ‘발등의 불’…경제 컨트롤타워부터 세워라


새 정부는 어김없이 이전 정부 경제실책을 해결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임기를 시작한다. 발등의 불을 꺼야 한다. 노무현정부는 김대중정부의 '카드대란' 해법 마련에 골머리를 앓았다. 이명박정부 역시 전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정책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권 초부터 역량을 집중했다. 박근혜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전 정부의 재정적자, 저축은행 사태 등과 맞서야 했다.

올해 '장미대선'으로 새롭게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 정부 역시 녹록지 않은 경제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박근혜정부 들어 고착화된 저성장과 청년실업, 일자리 문제는 새 정부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다. 내부적으로 수출과 동조화되지 않는 내수침체가 단기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가계와 기업은 미래 불확실성에 투자와 소비를 줄이고 있고 단기적 부동산 부양정책으로 가계부채는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리더십 있는 경제 컨트롤타워

'최순실 게이트'로 시작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새 정부 출범까지 한국 경제의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없었다. 초기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설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이 문제가 됐을 때 우리 경제팀은 공식 대응을 자제했다. 책임 있는 고위 관료들은 "중국이 사드배치에 반발해 경제적인 보복을 가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어 정부 차원에서는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불과 한 달도 안 돼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이사회에서 중국의 사드보복에 대해 문제를 처음으로 공식 제기하기도 했다. 정부가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인 것이 컨트롤타워 리더십 부재의 방증이다.

한·미 FTA도 마찬가지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 보호무역주의를 외칠 때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당장 꺼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부총리는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워싱턴 방문길에 기자들을 만나 "한·미 FTA가 리뷰(재검토)될 것은 거의 틀림없다고 본다"면서 "다만 미국이 당장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은 낮고, 최소 1년 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1주일 지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FTA 재협상과 폐지를 직접 거론하고 나섰다. 경제팀은 적극 대응할 수단이 없었다. 상대국에서도 몇 달 후면 바뀔 경제팀과 현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의지도 없었다. 이제 새 정부는 힘 있는 경제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 각종 현안을 정면 돌파할 수 있는 경제책임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가계부채.일자리 해법

내수 살리기도 새 정부가 신경써야 할 '새 정부 100일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한계점에 이른 가계부채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말부터 수출이 살아나면서 저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자릿수 증가하고 있다. 4월에는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24.2% 증가했다.

그러나 내수는 여전히 겨울이다. 실제 3월 중 소매 판매액은 전월(0.5%)에 이어 전년 동월 대비 1.6%의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수출과 내수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시작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당분간 수출·내수 간 경기 디커플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후 수출경기 회복세 지속 여부에 따라 '경기회복'과 '내·외수 복합불황'의 두 국면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소비심리 개선과 가계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데 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계의 저축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가계 순저축률은 8.1%로 2000년(8.4%)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았던 2015년과 같은 수치다.

가계부채 역시 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저금리에 부동산 부양정책으로 가계부채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넘었다. 가구당 부채로 나눠보면 약 7000만원이고,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도 11%를 넘었다. 특히 가계가 고정비 등을 제외하고 여윳돈으로 쓸 수 있는 돈을 가계 가처분소득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0%를 넘는다. 가계가 소비할 돈이 없다는 의미다. 여기에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가계부채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다"며 "가계부채 문제를 선제적으로 도려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가 해법 찾기에 실패한 일자리 문제 해법 마련 또한 최우선 과제다. 청년고용 해법 마련, 일자리 양극화 해소방안을 100일 과제에 포함시켜 빠른 시간 안에 정책으로 현실화해야 한다.
실제 지난 하반기 8~9%대였던 15~29세 청년실업률은 올해 다시 10%를 넘어섰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접수 인원도 22만8368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일자리 문제가 단순히 경제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양극화 심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