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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100일 과제, 이것부터 풀어라] '통상외교'역량 강화… 안보 이슈와 엮어 전략적 합의

3. 한·미 FTA 재협상, 제대로 된 해법 찾아라
이달 중 한.미 통상 TF발족.. 통상 독립조직 재편 등 강화
美의 압박 카드 분석.대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문재인정부의 시급한 경제 현안으로 떠올랐다. 미국 측의 FTA 재협상 요구가 갈수록 현실화하는 국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에 FTA 재협상 방침을 통보했다"고 했다. 또 같은 날 FTA 재협상을 지휘할 로버트 라이시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국 의회 인준을 받았다. 정부는 공식통보는 없었다고 부인하지만 한.미 FTA를 놓고 본격적인 양국 협상 라운드가 임박한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번 주 중 FTA 문제 등 한.미 현안을 협의하기 위한 미국특사로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등 일행을 파견한다. 문재인정부는 상호 이익인 한.미 FTA를 존속시킨다는 방침은 확고하다. 우리 측에 불리한 재협상은 최대한 막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 정부와 같은 기조다. 다만 해법에선 전 정부에 비해 구체적이다. 통상조직 강화 후 유연하게 대응하며 여러 개의 카드를 갖고 실익을 취하는 '선(先)전략·후(後)타협'이 예상된다. 그간 '국가 리더십' 부재와 부처 간 공조 약화로 미국 측의 일관된 FTA 재협상 주장에 우리 정부의 대응은 소극적이며 후행했다.

[새정부 100일 과제, 이것부터 풀어라] '통상외교'역량 강화… 안보 이슈와 엮어 전략적 합의

[새정부 100일 과제, 이것부터 풀어라] '통상외교'역량 강화… 안보 이슈와 엮어 전략적 합의


■새 정부, 한.미 FTA 3단계 접근

15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정부는 한.미 FTA 대응을 크게 3단계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는 새 내각 출범 직후 통상 전담부처가 주도하는 한.미 통상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한다. 이르면 이달 중이다. TF는 FTA 재협상 또는 재검토 등 미국 측이 꺼낼 카드별로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를 확보한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선캠프의 이용섭 비상경제대책단장은 앞서 "새 정부는 출범과 함께 통상 문제에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미국 무역적자분석TF' '무역협정분석 대응TF'를 가동 중인데, 이를 확대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TF 관련 고위 관계자는 "시나리오별로 상당부분 대응책을 갖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자동차시장 개방 확대, 쇠고기관세 조기 철폐(2026년 협정), 법률.의료서비스 완전개방 등 압박 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FTA 협정세율(단순평균 1.6%)을 미국 수준(0.3%)으로 낮추라는 요구도 예상된다.

치밀한 대응논리 수립과 함께 고위급 외교채널 등 다양한 경로로 FTA 우호세력을 확보한다는 게 새 정부의 2단계 전략이다. 한반도 안보.대미 투자 등 양국이 상호이익인 FTA를 확대, 존속한다는 인식을 미국 정부 내 의사결정권자에게 확산한다는 계산이다. 이르면 이때쯤 문재인정부의 '통상로드맵'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전담조직 강화 확실

문재인정부는 통상분야를 외교부로 재통합한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호무역에 대응할 수 있는 통상외교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외교와 통상 이슈를 연관해 풀어갈 가능성이 높다. 현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과 통상을 연계해 문제에 접근했다. 지난 3월 미국 측과 상무장관급 회담에서 셰일가스 수입 확대, 한국 기업들의 대미투자 확대 등의 당근책으로 한.미 FTA 해법을 모색한 것이 이런 맥락이다.

통상분야가 외교쪽 장관급 독립조직으로 재편된다면 FTA 문제를 외교.안보 이슈와 엮어 좀 더 폭넓은 대안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새 정부는 그간 약화됐던 외교라인의 통상 기능을 강화, 역량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실상 FTA의 최종 담판은 내달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양국 정상이 군사.경제 동맹 의지를 재확인하고 큰 틀에서 상호 윈윈하는 전략적 합의에 이른다는 게 예상 시나리오다. 고위급 대화채널을 구성하고 FTA의 '폐기' '재협상'이 아닌 '개선, 재검토'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도 국익을 지켜내면서 서로 균형을 맞춰나가는 협상을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정부가 실제 한.미 FTA 폐기까지 갈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 FTA를 재협상하거나 끝낼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히긴 했으나 협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상대국 흔들기'로 볼 수 있다. 트럼프정부는 집권 초반 미국 내 투자 및 일자리 확대, 미국산 제품.에너지 수출 확대 등 경제적 이익을 비롯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무기수출 확대 등 안보 측면에서 실익을 얻어낸다면 입장을 바꿀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에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중국의 대북압박 조치'와 '미국의 대(對)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사실상 '빅딜'한 점도 이런 시나리오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FTA 재협상 기조가 일관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