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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100일 과제, 이것부터 풀어라] 새 정부, 준비하고 만날지 서둘러 만날지 고민

3. 한·미 FTA 재협상, 제대로 된 해법 찾아라
美 백악관 한반도 담당자 방한… 한.미 정상회담 논의
양국 대북공조 급박.중요
세부적 정책노선 확정 후 회담 진행해야 합리적

탄핵 정국에서 차질을 빚었던 정상외교가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본격 가동됐다. 미국 백악관 한반도 담당자들이 15일부터 1박2일간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을 비롯한 미.중.일.러 특사들도 이달내 파견된다.

특히 문 대통령이 취임 이틀 만에 미.중.일 정상과 연쇄통화를 하고 조속한 시일 내 만나기로 하면서 3국과 양자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외교 당국도 분주해졌다. 당장 오는 7월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전에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한.중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이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준비된' 회담이냐 '빠른' 회담이냐

규모 면에서도 내용 면에서도 정상회담의 꽃은 한·미 정상회담이다. 특히 새 정부 출범 나흘 만에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를 감행하면서 양국 간 대북 공조가 급박하고 중요해졌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도 이날 "한반도 안보 상황이 대단히 엄중하다는 것을 거듭 확인해준 것"이라면서 "한반도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면서 대비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안보실장 등 외교안보라인 인선을 목전에 둔 새 정부의 고민은 '준비를 하고 만나서 깊은 얘기를 하느냐', 아니면 '시간을 당겨 만나는 데 의의를 두느냐'에 있다. 조속히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는 주장만큼, 섣부르게 움직이는 것보다 한·미 양국의 외교안보라인이 정리되고 세부 정책노선이 확정된 후에 양자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양국의 대북정책 기조는 맞춰가야 하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방위비 분담금,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적인 사안도 불거진 만큼 물밑 조율이 긴요하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양국 정부가 대북정책에 온도차를 보이는 가운데 우리로서는 새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몇 달간 양국 고위급 채널이 가동됐으나 '코리아 패싱' 논란이 나오는 등 한계가 없지 않았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 한국에 주한미군 사드 비용으로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를 요구하겠다고 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군단 수준의 외교.안보 인력이 포진했던 문재인캠프에서도 당선 이후 한·미 정상회담을 상정해 여러가지 준비를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진행상황을 보면 캠프 때 준비를 정말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부에서도 6월 내 정상회담을 상정하고 있다면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는 뜻 아니겠느냐"면서 기대를 나타냈다.

캠프 출신 한 관계자도 "한·미 정상회담은 협상안을 잘 만들었다고 어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실제 국가적 손익뿐만 아니라 '정무적인 판단'을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홍석현 특사 역할 주목"

조속한 협상을 우려하는 측에서는 DJ-부시 간 외교 참패를 떠올린다. 2001년 3월 6일부터 9일까지 열렸던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간의 대북 입장차가 두드러졌다. 대북 강경론자인 부시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한·미 정상회담 역사상 불안한 만남이었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관계가 경색됐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북핵 해법에 관한 한·미 정상 간 합의점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섣불리 추진할 경우 2001년 정상회담의 상황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는 7월 G20 정상회의에서 자연스럽게 양자 회동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부적으로 외교라인을 정비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특사외교를 통해 상호 입장을 긴밀하게 조율해야 하는 모양새가 더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사단이 물밑에서 세부적인 의견을 조율하고, G20 정상회의에서는 상견례 차원의 만남을 가진 뒤 하반기에 본격적인 정상외교를 시작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psy@fnnews.com 박소연 문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