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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100일 과제, 이것부터 풀어라] DTI보다 엄격한 DSR 적용.. 은행권 ‘자율 시스템’에 맡겨야

(5) 가계부채.서민금융 해법 찾아라
금융고객이 선택하도록 해야 일원화된 전산 개발도 시급
서민 부채탕감 금융기관 반발 모럴해저드 논란 불거질 수도
카드수수료 직접 규제 부작용 시장원리 부합하는 정책 필요

[새정부 100일 과제, 이것부터 풀어라] DTI보다 엄격한 DSR 적용.. 은행권 ‘자율 시스템’에 맡겨야


문재인정부가 풀어야 할 최대 금융과제는 가계부채 해결과 함께 서민들이 사채시장 등 금융 사각지대에 몰리지 않도록 합리적 서민금융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엄격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여신 관리지표로 활용하겠다고 밝혔으나 DSR 적용기준, 대출범위 등 가이드라인 마련이 쉽지 않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DSR 적용기준 마련이 관건

우선 가계부채 해결책으로 제시한 DSR 실행과 관련해 복잡한 적용기준, 대출 범위 등을 어떤 식으로 정리할지가 관심사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KB국민은행이 DSR 300%를 적용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에 따라 금융당국이 이보다 강화된 기준을 제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최근에는 은행권 자율에 맡기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 시중은행들이 참여하는 DSR 기준 관련 태스크포스(TF)에서 각 은행들 리스크 관리에 맞춰 DSR에 포함할 대출 범위를 자율적으로 정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만으로 DSR를 산정하자는 의견이 있는 반면, 총부채인 만큼 대부업 대출과 현금서비스 등도 함께 모두 넣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충돌하고 있다"면서 "마이너스통장의 DSR 포함 여부도 각 은행의 여신심사 시스템에 맞춰 자율적으로 정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DSR 기준을 일률적으로 은행에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은행이 고객의 금융거래 상황에 따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부분 급전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놓지만 한도까지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 "은행이 자율적으로 리스크 관리체계에 맞춰 DSR 기준을 마련하면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은 스스로 마이너스통장을 해지하거나 유지하는 등 상황에 맞춰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은행권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을 DSR에 포함할 경우 마이너스통장 한도가 아닌 매월 실제 활용자금을 봐야 한다"며 "은행 자율적으로 산정할 경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련 건전성 검사가 이어질 우려가 있어 은행권이 탐탁지 않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같은 자율적 시스템을 만들려면 신용정보원이 모든 금융회사의 대출정보를 집적해야 하는데 현재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한도만으로 원리금을 계산하는 시스템이어서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부업이나 캐피털업체 등 일부 대출정보가 집적되지 않기 때문에 전산 개발이 급선무라는 게 은행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합리적 서민금융 지원책 필요

문 대통령은 금융관련 공약과 관련 부채 탕감책을 비롯해 최고이자율 완화, 영세.중소가맹점 카드수수료율 완화 등 서민금융 관련 대책을 집중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관련 금융기관들은 이런 조치들로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취약계층이 사채 등 금융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 있어 합리적 서민금융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채권 소각으로 사실상 상환이 불가능한 취약계층의 생활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해당되는 채권은 총 1조9000억원 규모이며 대상자는 43만7000명에 이른다. 하지만 구체적 전제조건이 제시되지 않아 모럴해저드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민의 고금리 이자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대부업 등 최고이자율(27.9%)을 이자제한법에 따른 이자율(25%)로 완화키로 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부업 법정 최고이자율을 20%까지 내리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기 때문에 대부업 등 최고이자율이 20~25%로 완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대부업 최고이자율을 27.9%로 낮추면서 많은 영세한 대부업체들이 사라졌다"면서 "이자율을 20%까지 낮출 경우 대부업의 건전성이 악화되고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서 사라지면 서민들은 사채시장 등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논란

여신금융업계도 카드 가맹점 수수료와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장기카드대출(카드론) 금리 등 시장가격에 대한 직접 규제보다 시장원리에 부합하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영세가맹점에 대한 우대수수료율 기준을 연매출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중소가맹점은 3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연매출 5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에 적용되는 우대수수료율 1.3%를 1%로 점진적으로 인하하고 연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가맹점에 대한 우대수수료율도 점진적으로 인하키로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여신금융협회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카드 가맹점들은 수수료율 인하보다 경기 활성화가 더 시급하다고 답했다"면서 "가맹점들이 경기침체와 임대료 부담이 심각하다고 답한 만큼 정부가 규제보다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