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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100일 과제, 이것부터 풀어라] "中企 중심 정책 만들도록 타 부처에 걸친 업무 이관해야"

8. 장관급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앞두고 기대감 커진 중기업계
미래부.산업부와 정책 중복, 그동안 효율성 내는데 한계
대기업쏠림 구조 벗어나려면 정책 지휘.감독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역할 반드시 필요

[새정부 100일 과제, 이것부터 풀어라] "中企 중심 정책 만들도록 타 부처에 걸친 업무 이관해야"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기업부' 승격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중소기업계의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대기업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을 중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커지는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차관급 부처에서 장관급 부처로 몸집만 커져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신설되는 중소기업벤처부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정책 기조 변경은 물론 각 부처에서 진행하고 있는 각종 중소기업 관련 정책을 지휘·감독하는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통합 컨트롤타워 필요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통합 컨트롤타워 설립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물론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고용노동부 등 주요 부처 및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관련 정책을 한곳에서 운영해야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통합 컨트롤타워가 세워져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불합리·불균형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통합된 중소기업 성장지원을 통해 '괜찮은 일자리 창출→소득 증대→내수 활성화→양극화 해소'라는 상생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중요성이 커지며 중소기업 지원 규모와 건수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사업 통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6조2788억원이던 중소기업 지원예산 규모는 2016년에는 16조467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16조5806억원으로 확대됐다. 2015년 1287건이던 사업 수는 올해는 1347건으로 증가했다.

이정희 중소기업학회장은 "그동안 정부가 시행한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유사.중복이 많아 효율성이 낮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원분야별 단편적 지원이 아닌 자생력과 혁신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성장단계별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어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해 중소기업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해야 한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시대적 변화에 맞도록 제도 및 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역기업, 동반성장, 판로(수출 포함), 기술혁신 등 일부 기능 중 중소기업의 눈높이에 맞는 업무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업과 벤처 관련 기능,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 관련 업무 등은 신설될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는 기업금융 및 벤처투자와 관련된 업무도 격상되는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 통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효과적이라는 게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중소기업연구원 백훈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될 경우 단순 사업 및 예산 증가만을 강조한 사업주체로서의 역할과 기능 부여보다는 그 위상에 맞는 중소기업정책을 범부처 차원에서 총괄할 수 있는 '중소기업정책심의회' 설치와 중소기업 지원사업 통합관리시스템을 활용한 조사.분석.평가 기반의 '성과중심형 지원사업' 체계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 연구위원은 이어 "중앙부처 및 지자체에서 산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사업도 범부처 차원의 정책 총괄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중소기업정책심의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부처 중기 업무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해야

특히 새 정부의 중소벤처기업부가 제 기능을 맘껏 발휘하기 위해선 산업통상자원부의 기능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소기업청은 본래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과로 시작했으며 현재는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차관급 외청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 등줄기인 산업, 무역투자, 에너지, 통상 등의 업무를 관장하는 반면 중소기업청은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 지원·보호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사실상 현재 중소기업정책은 산업부가 주관하는 산업정책의 일부분이며 하위수단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의 산업통상자원부의 기능과 역할을 그대로 두고 현재의 중소기업청이 장관급 부처로 격상된다고 해서 이미 산업정책의 하위 정책으로 개념화된 중소기업정책이 바뀌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술지원을 담당하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무역과 투자를 지원하는 KOTRA, 기술금융을 맡고 있는 기술신용보증기금은 산업통상자원부의 핵심 산하기관인데 이들의 사업대상은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정영태 전략기술경영연구원장은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중소벤처기업부가 만들어진다면 오히려 혼선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며 "새 정부의 중소벤처기업부가 혁신이나 융복합, 4차 산업혁명 등의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선 산업부 기능과 역할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뿐 아니라 여타 부처 기능 가운데 중소기업과 연관된 것들은 모두 중기벤처기업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청의 창업선도대학을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업중심대학으로 모방 신설했고,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금융위원회의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인해 스타트업들이 자금확보 및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수출, 금융, 창업 등 중소기업 관련 정책들은 모두 신설될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해 일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yutoo@fnnews.com 최영희 중소기업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