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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있는 공간, 상상하고 움직여 당신이 채워주세요

금호미술관 '빈 페이지'展
미디어아트.설치미술가 7명 
빛, 소리 등 비물질적 소재
체험해 볼 수 있게 한 전시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 작가도 참여해 관심

비어있는 공간, 상상하고 움직여 당신이 채워주세요
문준용 '비행'

고전적인 미술 전시는 보는 것에 집중돼 왔다. 사각의 프레임 안에 그려진 그림 또는 조각을 보고 마치 묵상을 하듯 관객과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왔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다양한 미디어아트와 설치미술을 통해 미술은 관람객들이 단지 보는 것을 넘어 느끼고 체험하는 쪽으로도 진화해왔다. 작품 역시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람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른 모습과 형태로 다가가고 있다.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이 오는 8월 31일까지 진행하는 기획전 '빈 페이지(Blank Page)'는 빛과 소리, 바람, 냄새 등 비물질적인 소재를 전시장이라는 공간 속에서 체험할 수 있게 한 전시다.

젊은 미디어아트·설치미술가 7명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공감각적 자극과 상징들을 통해 관람자의 감각을 깨워 관람객마다 각각 다른 전시를 체험할 수 있게끔 한다.

전시장 1층에 설치된 양정욱 작가의 '저녁이 돼서야 알게 된 세 명의 동료들'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뤘다. 도시 외곽의 물류센터에서 하루의 노동을 하기 위해 만나게 된 세 명의 동료들이 종일 대화도 없이 각자의 일을 하다 나란히 퇴근 후 버스 정류장에 선 모습을 표현했다. 도시의 조명이 만든 흐릿한 세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피로에 지쳐 비틀거리는 이의 그림자가 동료들의 그림자에 조금씩 겹쳐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전시장 2층 안쪽 전시장에서 진행되는 문준용 작가의 인터렉티브 아트 '비행(Flying)'은 관람자가 양팔을 벌려 날갯짓하듯 움직이면 스크린에 이미지가 드로잉되는 작품이다. 작가가 직접 개발한 맞춤형 소프트웨어는 키넥트 센서가 감지한 사용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이미지로 변환시킨다. 이 이미지는 비행의 궤적을 따라갈 뿐 아니라 양팔의 너비에 따라 드로잉되는 속도가 빨라지거나 느려지고 각도에 따라서도 방향이 조종돼 비행의 궤도가 완만해지거나 가파라진다.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새로운 이미지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이 작품은 작가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밤의 풍경을 연출하는 김주리 작가는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서사적인 공간 설치 작업을 완성한다. 박재영 작가는 빛과 소리, 바람, 냄새 등 비가시적이고 비물질적인 매체를 통해 서사가 전시되는 방식을 실험하고, 박여주 작가의 설치 작품은 미지의 공간으로의 전환의 순간을 통해 관람자를 둘러싼 현실의 확장을 체험하게 한다. RPG게임의 가상현실 공간을 사유의 공간으로 변모시킨 박제성 작가의 영상 작업도 돋보인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