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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위]법률 근거 없는데 청책 내놔라?...국정기획위 단기성과 챙기기에 미래부 불난 호떡집

국정기획위원회가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통신요금 인하 정책을 내놓으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불난 호떡집'이 됐다. 당장 미래부 업무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국정기획위가 돌연 이번주 금요일까지 정책을 내놓으라고 다시 재촉하면서다.

그러나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전기통신기본법 등 어디에도 통신요금 책정에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미래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을 정책으로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이해 당사자인 이동통신사를 설득해야 한다. 이 과정이 당장 하루 이틀 안에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게 미래부의 하소연이다.

결국 이르면 이달말 활동을 마감하는 국정기획위의 단기 성과 챙기기에 밀려 미래부가 자칫 시장 상황에 맞지 않는 무리한 인기영합주의성 통신요금 인하 정책을 만들어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확산되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7일 서울 효자로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브리핑을 통해 "미래부 2차관 중심으로 통신요금 인하 관련 공약 이행 준비를 꼼꼼히 하고, 이번주 금요일 오후에 보고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주 중으로 통신요금 인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미래부, 이동통신사, 시민단체, 관련 전문가들을 모아 별도로 의견수렴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고 안받겠다->이번주 중 갖고와라" 국정기획위 오락가락 압박
국정기획위 최민희 전 의원은 "국정기획위가 생각하는 통신요금 인하 가이드라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공약한 내용"이라며 "공약을 지킬 수 있도록 해당 부처와 논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국정기획위가 미래부에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에 따라 방안을 만들어 내라고 못을 박은 셈이다.

지난 6일 오후 긴급브리핑을 통해 "미래부의 업무보고를 전면적으로 받지 않겠다"고 공언하더니 반나절만에 계획을 내놓으라고 다시 말을 바꿨다.

그러나 국정기획위는 당초 미래부와 이해관계자간 협의를 통해 통신요금 인하 정책을 마련하자고 여유를 주는 듯했었다. 이개호 경제2분과 위원장은 지난 1일 "이해관계자간 첨예한 대립이 되고, 이해관계 상충을 고려해야한다"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통신요금 절감 취지는 어떤 식으로든 이행돼야 한다"며 협의를 통한 공약이행을 당부했었던 것.

결국 국정기획위가 일주일만에 공약 이행을 위한 협의를 당부했다가 별안간 업무보고 보이콧을 선언한 뒤, 다시 이틀안에 정책을 내놓으라고 다그치고 있는 것이다.

[국정기획위]법률 근거 없는데 청책 내놔라?...국정기획위 단기성과 챙기기에 미래부 불난 호떡집
국정기획위 이개호 경제2분과 위원장.

■고민에 빠진 미래부..이통사들 "주주설득에도 시간 필요"
국정기획위가 최후통첩을 날리면서 미래부는 고민에 빠지게 됐다. 정부가 통신요금을 인하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없는데다 이동통신사의 무작정 희생만 강요할 수 없어서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기본료 1만1000원이 폐지되면 2015년을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7조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이동통신 3사는 3조80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 상태로 돌아선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통신사의 지분 49%는 외국인 주주들이 갖고 있는데, 막대한 영업이익 감소 결정을 주주 설득 없이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요금인하 여력을 따지고, 계획을 마련한 뒤 주주설득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데 이틀안에 계획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다고 무리한 일정"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알뜰폰(MVNO, 이동통신재판매) 업계도 허탈함을 하소연하고 있다. 시장 경쟁을 통한 통신요금 인하 정책을 펴면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알뜰폰을 육성하겠다고 나선 것을 믿고 사업을 시작한 중소기업들이 알뜰폰 업체들인데 돌연 국정기획위의 통신요금 인하 정책에 밀려 설자리를 잃게 됐다는게 알뜰폰 업계의 주장이다.

때문에 통신요금 인하 공약은 국정기획위의 단기 성과 챙기기를 위한 일방적 강요가 아니라, 정부와 기업이 협의를 통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확산되고 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