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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초연금 인상, 돈은 누가 내나

국정기획위 월 30만원으로 결국 납세자 지갑서 나가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5일 기초연금 인상 방안을 밝혔다. 현재 최고 월 20만여원에서 내년에 25만원, 2021년에 30만원으로 올린다는 내용이다. 기초연금 인상은 대통령 공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 하위 70% 어르신에게 월 30만원을 균등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약은 이행하는 게 옳다. 유권자들은 공약을 보고 대통령을 뽑았다. 문제는 돈이다. 국가는 스스로 돈을 벌지 못한다. 국민에게 돈을 주려면 먼저 국민한테 돈을 걷어야 한다. 국정기획자문위는 2021년까지 월 30만원으로 올리려면 1년에 약 4조원씩, 총 21조원이 든다고 말했다. 이는 현 정권만 생각한 서툰 계산법이다. 기초연금은 한번 주면 돌이킬 수 없는 경직성 예산이다. 일단 올리면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내내 연간 4조원이 들어간다. 그런데도 재원조달 방안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국정기획자문위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재원마련 방안을 정밀하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런 말은 하나마나다. 결국 납세자 주머니에서 돈이 나와야 한다.

현 정부가 노인층을 겨냥해서 내놓은 공약은 기초연금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도 높이고, 치매는 나라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또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률에 한계를 두겠다고 했다. 이 돈을 다 어디서 마련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이 밝힌 포괄적 재원조달 방안이 있긴 하지만 미덥잖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데 연평균 35조6000억원, 5년간 총 178조원이 들 걸로 봤다. 이 돈을 재정지출 절감과 세수 확충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박근혜정부 역시 비슷한 공약을 내놨으나 허구로 드러났다.

가만둬도 복지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돼 있다. 국민연금은 고갈 시기가 당초 예상한 2060년보다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온다. 연금을 부어 '다수' 노인층을 부양해야 할 '소수' 젊은층이 쑥쑥 줄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벌어 세금을 내는 생산가능인구는 올해부터 감소세로 꺾였다. 건강보험은 내년에 적자로 돌아서 2023년 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든 건강보험이든 기초연금이든 젊은이들은 죽을 맛이다. 무리한 복지확대는 세대갈등을 부추길 소지가 크다.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가 기초연금 인상과 같은 중요한 정책을 발표하는 것도 문제다. 광나는 일은 위원회가 맡고 온갖 짐은 행정부에 떠넘기는 꼴이다. 한국의 취약한 복지수준을 고려할 때 기초연금 인상은 불가피한 방향이다. 하지만 재정은 깡총한 이불이란 격언을 늘 기억해야 한다.
어깨를 덮으면 발이 시리고, 발을 덮으면 어깨가 시리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 한다는 얘기다. 기초연금 인상은 냅다 발부터 뻗어버린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