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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비덱, 돈 맡겨둔 것처럼 굴어”

이재용 부회장 내달 3일 박근혜 재판 증인으로 채택

SK 임원이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재판 증인으로 출석, K스포츠재단 지원에 호의적이지 않자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빡빡하게 군다'고 전해 들었다고 진술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7월 3일 박 전 대통령 재판 증인으로 나서지만 삼성 임원들이 증언을 거부, 본격 신문은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박영춘 부사장 "비덱 관계자 무례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재판에서 박영춘 SK수펙스추구협의회 CR팀장(부사장)은 K스포츠재단의 추가 출연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자 안 전 수석에게 '빡빡하게 군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박 부사장은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로부터 이런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진술했다.

박 부사장은 공직 출신으로, 지난해 2월 안 전 수석이 SK 측에 보낸 K스포츠재단 관련 자료를 받고 K재단 관계자들을 만나 추가 지원 내용을 협의한 인물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태원 SK 회장 독대 당시 SK 측 말씀자료를 총괄 작성하기도 했다.

박 부사장은 K스포츠재단 뒤에 청와대 경제수석을 움직일 만한 큰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20여년을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며 청와대와 일을 많이 했지만 재단과 미팅을 하자마자 경제수석 귀에 들어가고 이를 언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고 말했다.

K스포츠재단은 SK에 89억원 지원을 요구하면서 그중 독일 현지법인인 비덱스포츠에 50억원을 송금해 주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SK는 결국 지원하지 않았다.

박 부사장은 비덱스포츠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마치 맡겨둔 돈을 찾아가듯 자금 지원을 재촉해 무례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부장이라는 사람이 독일에 있다고 하면서 몇 번 이메일을 보냈다"며 "상당히 불쾌하게 느껴지는 내용이 있어 좋은 감정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이 신청한 이 부회장에서 대한 증인채택을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증인신문은 다음달 3일 오후 2시 10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에 대한 신문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날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증언을 거부했고 다른 삼성 임원들 역시 검찰에 비공식적으로 증언 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잇단 증언 거부, 이 부회장 신문 어려울 듯

법조계 일각에서는 삼성 측이 위증죄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형법은 법정에서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했을 때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피고인이 자신의 재판에서 신문을 받던 중 거짓 진술을 할 경우 정도에 따라 정당한 방어권 행사로 인정될 수 있다. 현재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재판이 분리돼 이같은 전략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에 앞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오는 26일 증인으로 소환된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