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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독대에서 SK 재단 출연금액 안종범에 확인"..최태원 회장 법정 증언

최순실씨와 공모해 대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 독대 때 박 전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SK의 출연 액수를 직접 확인하고 시각장애인 지원사업에 도움을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또 최 회장은 당시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의 가석방 등을 완곡히 부탁했으나 박 전 대통령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추가 언급은 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최재원 가석방 완곡히 건의했으나...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워커힐 면세점 특허 갱신 문제, 최 부회장 가석방 문제에 대해 건의했느냐"는 검찰 질문에 "네, 사실"이라고 답했다. 최 회장은 "특별한 말씀은 기억이 없다. 가타부타 그런 뉘앙스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요즘 잘 지내시느냐'고 인삿말을 건네왔고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저희 집이 편치는 않습니다. 저는 나왔는데 동생이 아직 못 나와서 제가 조카들 볼 면목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고 증언했다.

최 회장은 "동생(최 부회장)의 석방 문제를 함부로 꺼내는 게 조금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 자연스럽고 완곡하게 이야기를 꺼낸 것이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다만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은 동생의 석방 문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저도 더는 그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SK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확인한 것과 관련 "박 전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 'SK는 미르·K재단에 얼마를 출연했지요?'라고 물었고 이에 안 전 수석이 '111억원을 출연했습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독대 자리에는 안 당시 경제수석이 배석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최 회장에게 "SK그룹이 미르·K재단에 출연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가이드러너' 사업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다는 게 최 회장의 증언이다. 박 전 대통령도 검찰 조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진술했다.

■朴, 시각장애인 사업 도움 요청도
박 전 대통령은 최 회장에게 K스포츠재단 등에 89억원 추가 지원을 요구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다.
SK는 앞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범 당시 111억원을 출연했고 이후 추가로 89억원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금액 조정 과정에서 무산됐다.

한편 최 회장이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석방되기 전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사면에 반대하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검찰이 "노 관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최 회장 관련 부정적 내용이 담긴 서신을 보낸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최 회장은 "들은 적 있다"고 짧게 답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