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낙마’ 안경환 이어 非법조인 법무장관 재차 지명..檢개혁 의지 확고

문재인 대통령이 6개월 이상 공석으로 남았던 법무부 장관에 비법조인 출신의 박상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5)를 27일 지명했다.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며 낙마했던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이어 다시 한번 개혁적 성향의 학자출신을 법무부 수장으로 내정한 것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검찰개혁과 법무부 탈검사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참여정부 시절 사법·검찰 개혁 의제 다뤄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6일 예상치 못한 도덕성 문제 등으로 자진 사퇴한 뒤 비(非)검찰 출신 법학자 외에도 재야 법조인들을 후보군에 올려놓고 인선 작업을 추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와 일부 현역 의원도 후보군에 올렸지만 상당수가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자는 안 전 후보자의 낙마사태로 자칫 약화할 수 있는 검찰개혁의 동력을 다시 끌어올릴 적임자로 평가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법무부 문민화와 검찰 독립성·중립성 강화, 인권·교정·출입국 등 대국민 법무서비스 혁신이라는 새 정부의 개혁 청사진을 책임지고 추진할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그가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해 임명된다면 언론인 출신인 4대 김준연 장관(1950∼1951) 이후 첫 비법조인 출신 법무부 장관이 된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겐대에서 형법학 박사를 취득한 그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 한국형사정책학회 회장, 형사판례연구회 회장 등을 맡아 교수와 법조인, 학계와 실무계를 아우르는 활동을 해온 형법 전문가다. 1998∼2003년에는 대검찰청 검찰제도개혁위원, 2007∼2011년 법무부 형사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특히 이번 인선에는 참여정부 시절 2004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사법·검찰 개혁 의제를 다뤘던 사법개혁위원회 활동에 참여한 전력이 높은 평가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탈검찰화 우선 추진할 듯
법조계는 사회 참여형 법학자인 박 후보자가 검찰 인사권을 쥐게 되면 국회 입법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보다는 조 수석과 함께 법무부의 탈검사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후보자는 이날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향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면, 그간 학자 및 시민운동가의 경험을 기초로 문재인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중 하나인 공수처 신설 등 검찰개혁과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위해 헌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인권을 중시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법무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법조계는 다만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서 검찰 내부를 얼마나 추스를 수 있는지가 개혁의 성패를 결정짓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검찰과 법무부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법무부 검찰국장과 소통을 이끌어 내야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분석했다. 박 후보자는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면직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후임인 박균택 국장과 지난 2005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다.

검찰개혁을 위해 국회와의 협조를 끌어내는 것도 박 후보자가 감당해야 할 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 2006년 한 언론의 기고문을 통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법개혁은 주요 정책과제로 논의되었고 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많은 사법개혁안이 만들어졌지만 법률 제정이나 개정을 통해서 시행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사회변화에 걸맞은 법조문화를 만들어 나아갈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국회가 마련해 줘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최진녕 변호사는 "박 후보자는 법조계 오피니언 리더이자 전형적인 법학자로서 존경을 받는 인물"이라며 "하지만 강성 조직이라 할수 있는 검찰과 법무부를 비법조인으로서 잘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에 업무 역량까지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